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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할 일



이런저런 이유로 좋아하는 홍콩.
언젠가 다시 가겠지, 하고 교통카드도 잔돈도 남겨두었지만 사실 기약은 없다.
그래도 다음에 가면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2007년 홍콩에서 찍었던 유일한 사진, 바다 건너 구룡반도 우측 구석이 보이는 호텔 방...이지만 안 보임.




2023년에 찍은 리펄스베이 배경에 2009년에 찍힌 사진 넣음



2007년의 나, 2009년의 나, 2023년의 나
그리고 언젠가의 나를 떠올리며 
이 홍콩 노래를 듣는 것.
홍콩가수 陈奕迅이 광동어 아닌 보통화로 불러서 홍콩같은 느낌은 약하지만
광동어 특유의 음절음절 톡톡 튀는 소리보다는, 보통화가 더 어울리는 쓸쓸한 분위기.












"...好久不见。。" 오랜만이야. 

정말 아련한 노래.
홍콩에서 조용히 혼자 창밖을 내다보며 들어보고 싶다. 서울에서 듣는 거랑 다를 것 같아.
공식 MV는 다른 내용인 듯 하고, 위 영상은 일반인들이 만들지 않았나 싶은데 영상에 홍콩 거리가 나오니 홍콩에서 이 노래를 듣고 싶어졌다.


올해 여름, 14년만에 홍콩 갔을 때 이 노래를 알고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누군가가 보고싶은 게 아니고 
오래 전 흘려보낸 시간이 그립다.


이런 내맘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위 영상에도 "상대방이 그리운 게 아니라 그와 함께 있었던 그 시간의 나 자신을 그리워하는 것일 수 있다"라는 누군가의 긴 댓글이 달려 있다.






🎤🎼 "我们回不到那天" 우리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지.


가사 해석할 때 배 타고 산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전세계에 비슷한 상황을 그린 노래가 수백곡이 있을 것 같은 담백하고 쉬운 가사. 
(오랜만에 예전 살던 곳으로 돌아와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함)

흔한 감성이지만 곡 분위기가 독보적이다. 
들으면 없던 사연도 있는 사람 됨.


광동어 버전 - 不如不見
가사가 다른 광동어 버전의 제목은 더 직접적? -> "안 보는 게 낫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소리가 부드러운데, 보통화 가사에 'ㄴ' 'ㅇ' 받침 소리가 나는 단어가 많다면, 광동어 가사에는 'ㄱ' 'ㅅ'받침 소리가 나는 단어가 많아서 약간 더 딱딱하게 들리긴 한다.

위 영상을 보면, 不如不見 노래 끝내고 陈奕迅이 장국영이 그립다고 추모하고 들어가네...  













1990 ??

 





멀쩡히 현존하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야간모드로 찍었는데도

왠지 오래 전 필름 카메라 감성으로 찍힌 사진.



2010년대 중반부터 누적된 구글 계정의 용량이 꽉 차서 자꾸 용량 관리하라고 나오는데,

구글 포토에서 용량이 큰 파일 리스트를 열어 보니, 이 사진이 동영상들을 빼면 풍경 사진 중에는 최다 용량을 차지하고 있다. 


현실에 가깝게 매끄럽고 반짝반짝한 사진의 용량이 클 줄 알았더니, 화면에 노이즈(?)가 많은 사진일수록 용량을 더 크게 잡아먹나 보다.




더 깨끗하게 나왔다고 생각하는 이 사진은 용량이 절반도 안 된다.




아무 생각없이 내렸다가...



여행 전에 정보를 찾다가 슬쩍 사진을 봤던 기억은 난다. 

하지만 딱히 목적지였던 것은 아니고 가는 길에 열차에서 내렸다가 깜짝 놀랐던 역 두 곳 -
션전 지하철 岗厦北(강샤베이)역, 그리고 홍콩 고속철도 西九龙(west kowloon)역.


강샤베이역은 션전 지하철 4개 노선이 교차하는 대형 역으로, 2011년부터 2호선이 운행한 역이지만 지금의 초대형 환승 허브 형태로 공개된 것은 10/11/14호선이 추가 개통한 2022년 10월 28일이다.

여행 전에 얼핏 사진만 보고, '역시 중국... 지하철역도 규모 엄청 나네..' 라는 생각만 하고 그냥 지나쳤다. 이 정도 초대형 역은, 내가 갈 일 없는 시 외곽일 거라고 그냥 짐작해버림. 복잡한 도심에 이런 역을 어찌 지어? 그래서 역 이름조차 찾아보지 않았음.

나는 이번 션전 여행에서 주로 션전 서남부에 머물렀는데, 동북부쪽에 위치한 옛 마을 찾아가는 길에 환승역으로 강샤베이역에 내리게 됐는데 내리는 순간 깜짝 놀람.






 "여기가 그 역이었네" 
예상 외로 시내 중심부에 있었다. 도시 중심부를 막고 한동안 갈아엎는 공사를 할 수 있는 중국 거대 도시의 스케일을 내가 간과함.
220,000m² = 한국식으로 하면 6만 6천 평에 달하는 넓이를 가진 지하철역이다.






시 외곽으로 먼 길을 가는 중이었어서 재빨리 이동하느라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는데, 중국 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역으로 유명하며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둥그런 부분은 "션전의 눈(深圳之眼)"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지하철역인데도 자연 채광이 된다.



사진 : https://www.archiposition.com/items/8dadafb1c4



지하에도 자연광이 들어오는 이유는 이렇게⬆️ 설계되었기 때문. 👀






여기는 승강장에서 한 층 위로 올라와서 보이는 또 다른 창.
2/10/11/14호선 - 4개 노선이 통과하는 만큼 출구 번호가 19번까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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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발 전에 대충 정보만 알아보고 갔고, 확정은 아니었는데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홍콩 복귀 교통 수단으로 낙점한 고속철도. 
짐 검사와 여러 번의 여권 확인 같은 귀찮은 과정을 거친 고속철 탑승을 마치고 내리는 순간 또 놀람.






홍콩 서구룡역의 예쁜 하늘.
여기 역시 여행 전에 사진만 얼핏 보고 '와, 역사를 멋지게 지었구나'하고 넘어갔었고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도착하고 나서 아, 그게 여기였구나 하고 놀람. 

여기에서도 짐이 너무 무겁고 반복된 줄서기에 지쳐서 
이 공간을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지만 사진보다 실제의 공간 느낌이 더 좋은 곳이었다.

사진 보고 '저기를 꼭 가야지'하고 목표를 해서 갔으면 오히려 실망했을 수도 있는데, 만나게 될 줄 모르고 그냥 지나가던 길에 마주치게 되어서 더 인상적이었던 두 곳.





고속철도高铁가 가져다 준 고난 🎒🛍




4년 전 톈진에 갔을 때 못해서 아쉬웠던 것.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고속철 타고 이동하기. 
오래 전 톈진에 잠시 살았을 때는 기차를 타고 두 시간 걸려서 베이징에 갔었던 듯 한데, 고속철을 타면 33분 만에 베이징에 도착하고 가격은 54.5위엔으로 만원이 안 되는 요금이다. 그냥 마실 다녀오듯 다녀올 수 있었던 베이징.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꼭 한 번 이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션전 시내 중심 -> 홍콩 이동이 14분 밖에 안 걸린다고 해서 더 끌렸다. 가격은 68위엔 (약 ₩12000). 중국 국경에서 지하철로 홍콩섬까지 가면 ₩8500 정도지만 시간은 70분 가까이 걸린다. 고속철을 타면 금액 차에 비해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14분'이라는 숫자에는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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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에 중국 신분증이 확인된 중국인들은 간편하게 앱에서 예매를 하고 티켓 없이 신분증 스캔으로 탑승하지만, 외국인은 그렇게 하기엔 약간의 장벽이 있어서 대부분 수수료가 추가되는 trip.com같은 데서 구입한다. 중국 철도 영어 버전 사이트( https://www.12306.cn/en/index.html )에서는 외국인도 여권 번호 등록하고 외국 카드로 기차표 구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은 기차역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다음날 타고 갈 고속철 승차장 위치도 미리 알아둘 겸, 전날에 직접 福田역에 가서 발권을 했다. 다행히 福田역은 서울역과 비슷하게 시내 중심부에 있었고, 한정된 기차만 오고 가기 때문에 규모가 굉장히 큰 역은 아니었다. 다른 관광지에 다녀오는 길에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도착하니 매표소에 불은 켜져 있었지만 직원은 아무도 없고 텅 비어 있다.

🫠😔
호텔에 돌아갈 시간을 할애해서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요즘 다들 앱을 쓰니 창구 발권이 필요없어 일찍 퇴근한 건가? 하지만 아직 기차편이 운행을 하는데??
그래도 이동 동선 봐두려고 주위를 얼쩡거리는 사이 직원이 어디선가 나타나 자리에 앉았다.
종이에 날짜와 시간, 기차 편명 등등을 적어서 여권과 함께 내미니 직원이 내 정보를 하나하나 입력한다. 중국은 기차탈 때 "실명"이 매우 중요함. 
내 정보가 입력되는 화면 창이 밖으로도 크게 노출되어 있어서 외부 사람에게 다 보임. 😬

그 전날에 福田지하철역 창구에서 한국 카드앱의 유니온페이 큐알코드로 교통카드를 문제없이 구입했기 때문에 같은 앱 화면을 자신있게 내밀었더니 직원이 난색을 표시한다. '그게 대체 뭐야?' 매우 짜증나는 표정. 내가 처음 표를 살 때는 인적이 드물고 아무도 없었는데, 어느새 내 뒤에 줄 선 사람들이 하는 중국어가 들렸다. "와 이제 외국인들도 qr pay가지고 있네?" 이 정도로 이해함. 직원이 내 여권 정보를 입력하는 큰 화면이 밖으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남들도 내 정보 다 보고 있음;;;;

기차역 정도면 신용카드로 결제 가능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안 된다고 하더니 현금 지불은 가능했다. 중국에 들어와서 현금 처음 써봄. 
동전 거스름돈도 받았다. 동전 거스름돈이 생겨 왠지 기뻤다?!? 중국에서 현금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중국인들이 현금을 받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현금을 받기야 하지만 현금을 취급하지 않는 보통의 중국 상인들에게 거스름돈이 없어서 돌려받을 돈이 없어서인데, 10위엔 등 작은 단위 지폐와 동전이 있다면 나중에 현금을 딱 맞춰서 내기에 좋다. 

직원이 종이 영수증 같은 것을 준 뒤에, 예전에 남들 블로그에서 많이 봤던 작은 종이표 같은 것을 보여준다. "이거 필요해?" 그런 제스처. 내가 끄덕끄덕 하니까 한 장 출력해 줌. 하지만 중국 기차는 신분증으로 탑승하기 때문에 이 표는 사실상 필요가 없다. 아직도 인쇄라도 해주는 게 신기. 기념품인가? 
번역기를 돌려보니 환불을 하려고 할 때만 쓸 수 있다고 써 있다.




  
푸톈福田기차역은 지하철 푸톈역과 연결되어 있고 3호선, 2/8호선, 11호선이 통과한다. 으악...그런데 미리 답사 차 걸어보니 왜 그렇게 멀던지. 호텔까지 약간 우회하지만 갈아타지 않아도 되는 2호선을 타고 돌아가기로 했는데 2호선 승강장까지 걸어서 10분 걸림. 생각해 보니 사실 서울역도 그렇긴 하지. 이름도 같은 "서울역"이지만 기차역에서 내려서 지하철 타려면 꽤 걸어야 함.


다음날 호텔에서 체크아웃 하고 나옴. 어제 답사를 해본 결과 많이 걸어야 하는 2호선은 포기하고 "푸톈역"이 없는 1호선을 타고 중간에 내려서 푸톈기차역 근처에 내려주는 버스로 갈아타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버스 시간을 조회해보니 간격이 너무 길다. 


앱에서 이렇게 버스가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게 보이기 때문에 시간이 거의 정확히 예측 됨




여유를 충분히 두고 기차표를 끊었기에 기차 출발 시간이 다가오는 것은 아주 큰 문제는 아니었고, 33도 땡볕 아래에서 버스를 10분 기다려야 하는 게 더 큰 문제였다. 😡 안 되겠다. 지도에서 권하는 대로 그냥 1호선 쇼핑파크역에서 내려야겠다. 

역에서 내려보니, 1호선 쇼핑파크(购物公园)역은 푸톈역이라는 이름만 없을 뿐 푸톈기차역과 연결되어 있다. 지하도에서 계속 길 안내 표시가 있다. 1호선 쇼핑파크 A5 출구 쪽에서 푸톈기차역은 이름만 "푸톈역"인 2/3호선 역보다 사실상 거리가 더 가깝다. 11호선 푸톈역만 푸톈기차역과 좀 가까운 편.






저 표시를 보고 따라가면 됨.
겨우겨우 고속철역에 도착. 중국인들은 신분증 스캔하고 척척 들어가지만 외국인은 직원이 직접 여권 처리를 해줘야 해서 줄이 다르다. 짐 검사를 한 번 거치게 되는데 중국 지하철에선 음료수를 들고 타는 걸 따로 검사 받아야 하는데, 여기는 오히려 물병에 큰 관심은 없어 보였다.

중국->홍콩 고속철 이동 시에 도착 역에서 출입국 심사가 모두 이루어진다. 내 여정 같은 경우는 일단 션전에서 기차를 타고 홍콩으로 들어간 뒤, 홍콩 땅에서 중국 출국 심사를 하고 더 걸어가서 홍콩 입국 심사를 받는 식이다. 

아까 짐 검사를 받기 전에 여권을 한 번 스캔한 것은 '역'에 입장했다는 의미일 뿐 기차를 타러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중국 고속철 탑승장은 출발 시간 15분 전부터만 개찰구를 통과해 내려갈 수 있고, 개찰구 통과 전에 널따란 대기 공간이 있다. 돈 내고 쓸 수 있는 안마의자.ㅎㅎ





열차 출발 시간 15분 전이 되면 개찰구가 열린다. 사람들이 갑자기 그 앞에 몰려들고 줄을 서기 시작하기 때문에 눈치껏 알 수 있다. 역시 외국인은 사람이 따로 여권을 처리해줘야 통과할 수 있는데 이 줄이 오히려 짧기 때문에 편한 점도 있다.





내부는 참 깔끔한 고속철. 여태 봐온 다른 중국 고속철과 실내 디자인이 조금 다른데, 내부에 홍콩 MTR에서 보던 것과 같은 로고가 있는 걸로 봐서는 홍콩과의 협업이라서 그런가??
내가 이거 타보겠다고 이 고생을...여권 검사만 몇 번을 하는 거야?
표에 적힌 시간보다 2분 먼저 출발했는데 예정 시간보다 2분 늦게 홍콩에 도착함. 결과적으로는 홍콩까지 18분 걸림. 

중국 국경에서 출입국 심사를 마치고 홍콩 땅으로 들어온 뒤, 홍콩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홍콩 중심부까지 50분 가까이 걸리지만 단지 지루함이 있을 뿐 그게 더 과정이 단순하다.

고속철은 하차 후 다시 고난의 시작. 출국심사 줄을 서야 한다. 중국 도시에선 지하철을 탈 때도 공항마냥 짐 검사를 하기 때문에 바퀴 달린 가방을 검색대에 올려놓고 내려놓고 ... 그게 귀찮을 것 같아서 홍콩 호텔에 캐리어를 두고 션전으로 건너왔다. 계속 되는 줄서기를 하자니 가방을 멘 어깨가 뻐근해졌고 바퀴 달린 가방이 자꾸 생각났다. 그냥 중국에도 끌고 왔을 걸.😕

홍콩에서 중국으로 갈 때는 홍콩 땅에서 중국 입국 심사까지 마친 뒤에 기차에 탑승하게 된다. 이때 출입국 심사가 시간을 상당히 잡아먹는 데다가 그 시간에 인원이 얼마나 몰릴지 전혀 예측이 안 되기 때문에 공항 가는 기분으로 일찍 가서 대기해야 하니, 기차를 타고 가는 시간만 짧다 뿐이지 '고속철'의 이득이 사실상 사라진다. 게다가 이미그레이션에 사람이 몰리면 기차를 놓치는 일까지 생긴다. (특히 외국인 심사 줄이 길다고 한다)


홍콩 서구룡역에 고속철이 도착하고 중국 출국 심사가 끝나기까지 20분 추가 소요됐고, 홍콩 입국 심사가 끝나기까지 5분 추가로 필요했다. 계속 짐을 들고 서 있었기에 기진맥진 했지만 "이젠 홍콩이다!" 했는데 또 앞에 무슨 개찰구가 있다. ;;;;;; 그냥 좀 내보내 줘. 한국 ktx가 그리워짐.
뭔지 몰라서 내가 위에 사진을 올려 둔 표에 있는 큐알코드를 대보니 그게 아님. 여권을 다시 꺼내어서 스캔 해보니 통과. 
휴... 중국 기차 탑승은 신분증이 너무 중요함. 탑승 전부터 하차 후까지 꼭 꺼내기 편한 곳에 여권을 넣어서 들고 다니는 게 편하다. 나는 홍콩 입국 심사 후 이제 필요성이 없어진 줄 알고 가방 깊이 넣었다가 다시 꺼내느라 짜증이 올라옴.





중국과 연결된 고속철 출도착을 위해 2018년에 문을 연 서구룡역은 너무 멋진 건물이었지만 지도 앱에 정보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다. 2020년 초 코로나와 함께 중국 국경을 닫으면서 폐쇄되어 3년이나 이용자가 전무했기 때문에 업데이트가 안 되는 걸까. 나중에 검색을 하다가 나처럼 고생한 분 후기를 보고 나만 이렇게 속은(?) 게 아니구나, 하고 위안을 받음. 홍콩에 사시는 듯한 그분 후기를 안 읽었다면 나만 판단을 잘못해서 바보같이 헤맸나..하고 자괴감에 빠졌을 듯 하다. 

나는 내가 홍콩에 돌아와서 묵게 될 코즈웨이베이 호텔에 캐리어를 이미 가져다 놓은 뒤 중국으로 출발했었기 때문에 이제는 그 호텔로 찾아가기만 하면 됐는데... 고속철 서구룡역에서 오스틴역으로 가서 코즈웨이베이역으로 가려하니 동선이 엄청 비효율적인 것 같아 보였다. Austin에서 Hung hom으로 가서 東鐵線을 타면 코즈웨이베이를 눈앞에 두고 애드머럴티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는 구나. 게다가 두 번 환승에 지하철 세 번...



그래서 서구룡역에서 도보 5분이라는 지도 안내를 믿고 구룡역으로 가서 東通線을 타고 홍콩섬 센트럴 쪽으로 한 번에 가기로 함. 홍콩역->센트럴역 사이도 거리가 멀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2개 노선 타는 게 낫지, 지하철 3개 노선을 갈아탈 때마다 기다리는 것도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선택은 큰 실수였다. 지도 앱이 실제로 걸어봤을 리 없으니 단순히 건물 간 거리로만 도보 시간을 제시한 것 같은데 서구룡역->구룡역은 도보 5분으로 될 거리가 아니었다. ;;;;; citymapper 앱이 지하철역 "출구"에서 목적지까지의 도보 시간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코즈웨이베이역 같은 경우는 승강장 하차 후 A출구까지 걷는 데에도 5분이 걸린다는 것까지 정확하게 알려주던 앱이었기에 너무 믿었다. 😭





고속철 서구룡역에서 지하철 구룡역으로 가는 방향 안내 표지판은 계속 붙어 있지만 이건 그냥 옷만 입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 산책 가는 사람들 정도? 를 위한 안내일 뿐, 짐이 많은 입출국자는 10여분간 오르락 내리락 🦮개고생을 해야 함. 흑흑. 서구룡 기차역에서 지하철을 타려면 무조건 '오스틴'역만 이용하세요.


션전 -> 홍콩 이동 시간을 고속철로 줄여보려다, 홍콩 -> 션전 이동했을 때보다 고생 끝에 홍콩으로 돌아왔다. 그저 '이제는 고속철을 이용해봤다' 라는 경험만 생겼다. 중국 본토 <-> 홍콩 구간을 시간 절약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기차를 원활히 타기 위한 대기 시간이 엄청 길다. 
하지만 고달픈 이동 시간 가운데에서도 눈에 확 들어왔을 만큼, 새로 개발된 서구룡역 주변은 건물도 멋지고 풍경이 멋졌다. 언젠가 서구룡쪽에 가벼운 맘으로 다시 가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수확이었다.


 

쓸 데가 있네.

 


유류할증료와 세금만 낸 항공권으로 이번에 홍콩에 다녀왔는데, 그래도 아시아마일즈는 일반석 '이센셜' 요금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해줘서 2000마일 쌓였다. 항공료는 안 냈는데도 마일리지도 주는 고마운 항공사 캐세이 퍼시픽.

예전에는 보통의 요금을 냈을 경우 거리제로 1285 X 2 = 2570마일 쌓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불 비용 기반으로 적립이 바뀐 듯 한 요즘도 적립률이 나쁘진 않다. 내가 16년 전에 처음으로 캐세이 퍼시픽을 타고 방콕에 다녀왔을 때는 5000여 마일이 쌓였었는데, 3년인가 시간이 지나 마일 소멸을 앞두고 어쩔 수 없어서 그 마일리지를 홍콩공항 고속철도 바우처로 일단 발행을 해놓았지만, 홍콩에 갈 수가 없으니 그냥 썩힌 적이 있다. 적어도 3만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바우처였는데... 흑흑 😔

몇년 전에는 미국 항공사들끼리의 파격적인 요금 경쟁으로 35만원에 미국 항공권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AA항공에서 발권해서 미국에 가족여행을 다녀온 뒤 엄마의 AA 탑승은 엄마 아시아마일즈 계정으로 1만 5천 마일 적립받아서, 나중에 당시 10여만원 정도 숙박비를 받던 서울의 호텔에 무료 숙박권으로 바꿔서 쓴 적이 있다. 아시아 마일즈 - 캐세이 퍼시픽은 마일/포인트 활용도가 참 높은 항공사.

🌏 아시아 마일즈로 호텔 예약하기 ⬅️경험담


이번에는 2000마일리지로 뭘 할 수 있을까 이것저것 찾아보니, 잔챙이 마일리지라 기대가 높진 않았지만 정말로 할 게 없었다. JBL 이어폰 같은 것도 2000마일 이내에서 구입할 수 있긴 했지만 홍콩 내에 주소가 있더라도 배송비가 80홍콩달러. 배보다 배꼽이 크겠어. 바우처는 배송비 없이 받을 수 있지만 2000마일로 바꿀 수 있는 것 중에 쓸만한 건 없었다. (당연)


다른 로열티 프로그램으로의 포인트 전환에는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다. 보통 이런 타사 계정과의 포인트 전환은 미니멈 요구치가 있어서 2000마일보다는 높을 것 같아서. 





오잉? 최소 2000마일만 있으면 되네? 2000 아시아 마일즈가 1000 매리엇 포인트??
1000포인트는 매리엇 호텔에 100달러 써야 쌓이는 포인트이고, 돈 주고 구입하면 12.5 달러가 필요한 포인트인데 만 5천원 정도 그냥 생긴 느낌이네. ㅎㅎ

사실 마일리지는 점점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빨리 써버려야 이익이지만
(이러다가 전환 비율이 3:1이 되어 3000마일이 필요해지는 수가 있음)
일단은 그냥 남겨놨다가 나중에 매리엇 포인트가 더 필요할 때 전환해서 써야 겠다.

캐세이 퍼시픽은 탈 때마다 좋았던 일이 많은 항공사 :)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자랐다. 


학력은 물론 "언어구사력"까지 묻던 신청서. 에러까지 계속 나서 입력 오래 걸림🥵. 최근엔 이 항목 삭제.



비자 접수 시간만 생각했지, 접수 뒤 4일이 지나야 비자가 나온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무리해서 신청 하면 출국 당일에 받아서 갈 수 있는 정도?!? 하지만 이런 무리수는 두는 게 아니지. '어휴... 조금 더 서두를 걸.' 물론 중국 비자는 '급행 비자' 라고 돈을 더 내고 일찍 받는 제도가 있지만 상대적 저렴한 물가가 장점인 중국 여행에, 나의 게으름 비용으로 큰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2023년 10월 말 이후 예약제 방문은 폐지)


홍콩에서 션전으로 넘어갈 때 Port visa - 도착 비자 제도가 있어서 션전에만 5일간 머무를 수 있는 비자를 내주지만, 그 비자를 취급하는 곳이 3곳 정도만 있어서 교통 수단 선택에 제약이 생긴다. 홍콩/중국 간 출입국이 가능한 port (口岸)는 여러 곳 더 있기 때문에 중국 비자만 미리 만들었다면 고속철 같은 빠른 이동 옵션이 더 추가될 수 있었지만 불가능해졌다. 

션전으로 넘어가는 중국 비자를 받는 가장 흔한 방법은 홍콩에서 Lo Wu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羅湖口岸(뤄후코안)에서 받는 방법인데, 접근이 가장 쉬운 만큼 줄이 길고 아침 일찍 quota가 끝나는 경우가 많아 오후까지 또 기다려야 한단다. 오후마저 quota가 다 차면 그냥 돌아와야 하고. 🔙 게다가 내가 중국으로 가기로 한 날은 토요일. 그냥 션전에 놀러가는 사람이 더 몰릴 것 같았다.

그래서 블로그 검색 끝에 조금 더 널널하다는 황강- 皇岗口岸으로 가기로 했다. 블로그 글의 도움으로 완차이에서 황강코안까지 직행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홍콩 시내 곳곳에서 중국 국경으로 수많은 버스가 출발함. 구룡 쪽에서 출발하면 버스비가 더 싸다. 나는 중국에서 돌아와서 머물게 될 호텔에 짐을 미리 가져다 두고, 완차이 출발을 선택) 

버스 출발 위치 : 中旅巴士 CTG Bus, 138 Hennessy Rd, Wan Chai, 홍콩


완차이 - 황강코안 버스 비용은 57홍콩달러. 알리페이로 표 구입하는 키오스크가 있지만 2023년 7월 시점 외국인은 중국 영토 밖에선 알리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 내가 갖고 있던 옥토퍼스 카드 그냥 찍고 탑승하면 되는데도, 그 버스 승차장에 계신 직원 아주머니들이 내가 옥토퍼스 카드가 없다고 오해하셔서☺️ 결국 난 현금을 주고 표를 사서 탑승했다. 하지만 뭐... 내가 갖고 있던 홍콩 돈은 십수년 전, hk$1 = 150원대 때에 인출했었던 돈이니, 좀 더 저렴하게 중국행 버스를 타게 된 셈이기도 함. 


원래 내가 중국 비자를 미리 받아뒀다면 홍콩 지하철 Lo Wu역이 아닌 Lok Ma Chau역으로 가서 국경을 넘어 중국 福田口岸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완차이에서 버스 출발한 지 36분쯤 흐르니 Lok Ma Chau라는 표지판이 지나가고... 좀 더 이동한 뒤 내려서 홍콩 출국 심사를 받게 되었다. 

홍콩 Lok Ma Chau落马洲 지하철역에서 출국심사를 하고 그대로 도보로 다리를 건너서 福田口岸으로 입국할 수 있지만 그건 이미 중국 비자를 소지한 사람의 경우이다. 중국 비자가 없는 사람은 버스가 내려준 이미그레이션 건물에서 출국 심사 후 다시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중국쪽 皇岗코안에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것을 착각하신 분들이 고생하신 후기도 봤다. 비자 없이 록마차우 지하철역에서 국경을 넘으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 홍콩으로 돌아와야 한다.





버스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미그레이션 "홍콩 거주자" 줄로 사라졌는데 나만 외국인 줄로 이동. 사람이 거의 나밖에 없으니 심사는 금방 끝남. 

홍콩 출국 후 건물을 나와서 사람들을 따라 걷다 보면 여러 대 버스가 서 있는 곳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내가 타고 온 회사의 황강코안행 버스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타면 된다. 처음에 완차이에서 탈 때 옥토퍼스 카드를 찍었던 사람은 다시 찍고 무료로 탈 수 있고, 나같은 경우는 완차이에서 구입했던 종이 표를 버스 입구에서 직원이 가져갔다;;; 음, 완차이에서 어려운 의사 소통 끝에 겨우 구입한 표라 기념으로 사진 남기려고 했는데 찍을 새도 없이 사라져 버렸네. 쩝. 그래도 그 표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버스가 여러 대 서 있는 가운데서🙇 표를 보여 주면서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어볼 수 있었으니..

몇 분 달리면 이제 드디어 중국 땅 입국 심사 건물 도착





버스 타고 가는 동안 중국 출입국에 꼭 필요한 건강 QR code를 꼭 생성해놔야 한다. 그게 없으면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보통은 중국의 카카오톡 기능을 하는 웨이신(wechat)으로 건물 앞 군데군데 붙어 있는 QR코드를 읽어서 작성하는데(건물 앞에 와이파이가 잡히도록 해놓았음), 나는 알리페이支付宝만 미리 회원 가입하고 왔기 때문에 알리페이의 미니 앱을 통해 qr코드를 생성하니 편했다. 단지 중국해관 QR 생성할 목적으로만 위챗을 깔 필요는 없다. 알리페이 앱으로도 됨. 2023년 11월 이후, 입국 시 건강 QR 신고 폐지.


Customs_Pocket_Declaration 이 미니앱 이름.


완차이에서 11시쯤 버스가 출발했는데 홍콩 국경에서 출국 심사를 마치고 🚃 중국 땅 황강코안 입구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11시 48분이었다. 완차이에서 지하철을 탔다면 lo wu역까지는 50여분 걸리고 비용은 50.8 홍콩달러다. 국경 지하철역에 도착한 것일 뿐 아직 홍콩 출국 심사도 하기 전에 이미 1시간이 지나는 여정. 그래서 홍콩섬에서 갈 때는 지하철보다 버스가 편하고 빠른 듯.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정면에 보이는 중국 입국심사대가 텅텅 비어있어서, "내가 비자 만들어왔으면 여기서 그냥 통과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섬 중심부에서 1시간도 안 되어 중국 입성 실현 가능. (고속철은 14분이 걸려서 이동이 짧게 걸리긴 하는데, 기차 탑승 전 신분증 확인 등 대기 시간과 출입국 심사 줄을 서다 보면 결국 1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비자가 없으니 왼쪽으로 돌아서 Port visa 발급처로 감. 의자 같은 것은 없고, 사진 찍는 기계와 창구 하나 덜렁 있으니 주의. 황강코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말과는 달리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북적북적. 비자 발급에는 변수가 많으니 9시에 가라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11시에 완차이에서 출발한 나 ㅎㅎ 참 낙천적이다. 도착하면 점심시간일 텐데...

영어로 보이는 글자는 "우선 번호표를 뽑아라, 사진을 찍고 비자 신청 양식을 작성해라, 번호 부르면 접수"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창구 앞은 바글바글했고, 오전 11시 50분 시점 - 번호표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아서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안 거는 편이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영어로 할 수 밖에 없으니 붉은 얼굴을 가진 일명 "백인"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이제 번호표는 어딨는지 자기도 모르겠고 자기들은 번호표는 받았지만 9시 40분쯤 와서 두 시간 넘게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직 오전인데 직원들이 갑자기 쉰다며 창구를 닫고 사라졌었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음.

줄이 제대로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혼란한 상태에서 앞쪽으로 치고 들어가 봄. 물론 중국 숙소도 당일 취소 가능 상태이고 중국 입국을 못하면 홍콩으로 돌아가면 되지만 이미 홍콩에선 출국한 상태이니 재입국 심사도 해야 한다. 이 귀찮은 과정을 생각하니 적극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창구 바로 앞에 붙어 서있는 동양인에게 말을 걸었는데 영어 소통이 가능했다. 자신들도 아침에 와서 번호표를 받았고 아직 여기 줄 서 있는 상태라고. 창구쪽을 보니 "오늘 quota 더 이상 없음"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 어휴.. 게으름쟁이, 남들처럼 일찍 오지.

아무튼 서류는 다 만들어놓기로 했다. 무료로 사진 찍는 기계로 사진도 찍었고, 비자 신청서도 일단 다 적었다. 서울에서 쓰는 신청서보다는 훨씬 간단하다. 이 북적대는 창구 앞은 열받아 있는 각국 시민들의 we are the world 현장으로 모두 친구가 된다. ㅎㅎ 아까 그 백인 남자의 일행이며 광동어도 구사하는 듯한 홍콩?? 여자분이 창구에 가서 푸쉬를 해보라고,  어떻게든 방법은 있을 거라고 해준다. 그 일행은 거의 3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비자를 받고 떠났다.

어쩌다 보니 내가 줄의 맨앞이 됨. 아까 나의 질문에 답해준 영어 잘 하는 동양인은 말레이시아 커플이었다. 그들은 39,40번 번호표를 가지고 있었고 비자 서류를 드디어 접수했다. 이제 나도 유리 부스 안 중국인 직원에게 얼굴을 들이밀 틈이 생겨 번호표 어찌 받냐고 물어보니, 사진이나 찍으라고 한다. "이미 찍었어. 신청서도 다 썼어." 

排队! 排队!영어로 답하던 그녀가 줄이나 서라고 중국어로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참내. 

종종 자국 신분증(한국 주민등록증 같은)을 보여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제로 내 앞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자국 신분증 제출을 요구 받았다. 나는 여권밖에 안 가져왔지만 지금 가진 여권에 예전에 톈진 다녀올 때 받은 관광 비자가 붙어 있어서 안심이 됐다. 말레이시아 사람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그들은 중국 입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전에 중국에 다녀온 적이 없거나, 한국의 특정 주민 번호 뒷자리를 가진 사람은 도착 비자로 중국에 입국할 수 없기에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확실히 나보다 먼저 와 있던 몇몇 얼굴을 알고 있는데 어쩌다 창구 제일 앞에 서 있게 된 나. 갑자기 유리 부스 속 여성이 번호표를 마구 찍어내는 게 보인다. 흐흐. 희망이 있네. 

11시 50분 전에 포트 비자 창구에 도착해서 얼쩡거리다가 12시 29분에 드디어 41번 번호표를 받았다. 🫡 나같이 소극적인 애가 어쩌다 그 주위에서 웅성웅성하던 모든 외국인을 제치고 오후 번호표의 1번을 받게 됐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ㅋㅋ 아무튼 줄을 잘 서야 함. 오후 번호표가 나오는 시간은 정해진 것 같지도 않고 직원 맘이니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드디어 오후 비자의 첫 접수를 하게 됐는데, 12시에 미리 찍어둔 사진에 내가 여권 번호 숫자 하나를 잘못 입력했다. 다시 찍어오래. 🙄 사진을 찍은 뒤 기계에서 나오는 영수증을 제출해야 되는데 두번째 사진 영수증이 나오다가 반이 찢어졌다. 🫠


😫 


세번째 사진을 찍고 12시 36분! 드디어 비자 신청서를 접수했다. Visa fee는 중국 지폐로는 안 받고 신용카드나 웨이신 알리페이 등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카드앱에서 정확한 신용카드 결제 시간을 찾아볼 수 있다. 국적별로 비용이 다른데 한국인은 168위엔. 약 3만원 정도였다. ( 🇨🇳2023년 9월 이후 275위엔으로 인상) 내가 이미 중국 여행 비자를 받은 이력이 있어서 인지, 내 잘못인 사진 외에는 아무 질문도 없이 접수됐다. 실수없이 번호만 제대로 입력했어도 3분 정도는 시간을 더 아꼈을 듯. '여기 왜 이렇게 난장판이야?' 하고 있었지만 사실 내 머리속이 더...🤯

막막하게 두어 시간을 창구 앞에서 보낸 느낌인데, 의외로 도착 46분 만에 비자 신청.📥 12시 36분 접수 후 비자가 부착된 내 여권을 돌려받은 시간은 오후 1시 4분. 접수 28분 만에 받음. 황강코안 도착부터 비자를 받기까지 총 1시간 15분 정도 걸렸다고 보면 된다. 비자 창구에 줄 서 있다가 서로 동지가 된 각국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중국 입국 심사 줄로 이동.

아침에 와서 40번 번호표를 받았던 사람과 낮 12시 다 되어 황강코안 도착해서 41번 번호표를 받은 내가 같이 입국 심사 줄에 서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게으름 피운 게 오히려 나았다. 하지만 절대 일반화할 수 없는 사례이고, 주말이라는 특이점이 있다. 나중에 다른 사람의 황강코안 경험담을 읽으니 Port visa창구에 줄 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곧바로 접수한 사례도 있었다. 그럴 때는 웬만하면 30분 만에 나온다고 보면 된다.


11시에 버스 타고 완차이를 떠난 후 13시 16분에야 드디어 도장 꽝 중국 입국. 입국 심사는 생각보다 별로 안 걸렸지만 12시부터 내내 서 있어서 너무 피곤하고 입에서 쓴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험이라 재밌기도 했다. 황강코안을 나와서 육교도 건너고 10분 넘게 걸어서 7호선 황강코안역 도착, 션전여행이 시작됐다.


심천 도착 비자 받기를 시도하려는 분에게 해주고픈 말은...

변수가 많으니 잘 대비해야 하고 남의 후기가 나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홍콩 or 중국 입출국이 정신없이 이어지다 보니 두 영토 사이의 국경 심사장 위치를 착각해서 기억하는 사람이 많고, 개인적 경험을 '원칙'으로 일반화한 사람들의 잘못된 정보가 블로그에 난무하니 잘 가려서 정보를 취득해야 한다. 나만 해도 댓글을 달아주고픈 잘못된 정보를 각각 3군데 이상 봤는데, 난 그 사이트 아이디가 없다는.🙎 솔직히 아이디가 있었다 해도 전혀 모르는 남에게 지적질 할 용기를 내기는 어렵긴 하지만...제 블로그는 아이디 없어도 댓글을 쓸 수 있으니 잘못된 정보 있으면 댓글로 꼭! 알려주세요. 

그리고 황강코안 port visa 접수처에는 의자가 없으니( 뤄후코안에는 의자도 있는 제대로 된 대기실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많이 온다는 뜻) 남의 시선 상관 안 한다면 접었다 펴서 깔고 앉는 납작한 쿠션 같은 거 가지고 와서 바닥에라도 앉는 거 추천함. 🤗 난 그런 걸 가지고 왔을 리 없으니 계속 서 있었던 데다가 짐 가방을 메고 있었어서 그날 밤까지 허리가 아파왔다. 여행 망치는 줄 알고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 하루 뒤 회복이 됐다. 짐은 가볍게 가져가는 것이 좋겠고 그냥 짐 없는 당일치기 션전 여행도 괜찮을 것 같다. 






양저우 볶음밥



세상 평범해보이는 볶음밥인데, 중국에선 이걸 꼭 양저우볶음밥이라고 부른다는 걸 처음 알았다.



 






왼쪽 아래는 내가 중국 션전에서 5천원 주고 식당에서 주문한 양저우볶음밥이고
오른쪽 위는 홍콩 호텔 조식으로 나온 건데 역시 '양저우볶음밥'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 돈 내고 주문한 건 의외로 계속 먹어도 줄지 않아서, 포장해와서 거의 3끼에 걸쳐 먹었다 ;;;

내가 볶음밥 주문했던 곳은 자부심을 갖고 "江南"요리를 만드는 전문점인데, 양저우는 양쯔강을 끼고 바로 북쪽에 있더라.. 🫡 내 맘대로 짐작하는 거지만, 강남요리 전문점도 받아들일 만큼 양저우가 볶음밥계에 미친 영향이 크다는 건가? ㅎㅎㅎ 






말로만 듣던 것을 현실로 바꾸어 드립니다 - 캐세이 퍼시픽

  





캐세이 퍼시픽을 이용하여 홍콩을 거쳐 방콕으로 출발하던 날.
이제는 여행이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즈음.
활주로에 들어서기 위해 게이트에서 후진하던 비행기는....

"쉬이이잉..."

소리와 함께 내부 조명과 에어컨이 꺼졌다.
승무원들은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사실 심상치 않은 사태임에는 분명했다. 전원에 문제가 생겼다며 다시 게이트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이때부터 맨날 말로만 듣던 <<에어컨도 안나오는 기내에서 한 시간 넘게 갇혀 있던 승객들은 분통을 터트렸다>>가 실제 상황이 되었다. 10시 20분 비행기였는데 11시 20분이 넘도록 게이트에 그대로 서있었다.

의외로 침착하던 한국인 승객들은 비행기에 탑승한 지 한 시간이 넘어서자, 저마다 옷을 벗고 부채질을 하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항의가 시작될 분위기 직전에 다 고쳤다며 비행기는 이륙했다. 한 번 고장났던 비행기를 그대로 타고 이륙한다는 건 사실 무지 불안했다.

쳇! 이번 여행 심상치 않군.

그래도 정말 아시아 최고의 'international'한 도시인 방콕을 발견했다. 기본적인 교통 수단 이용이 너무 불편한 편인데, 그 많은 여행자들이 득시글거리는 건 신기했다. 금욜밤이긴 했지만 공항에서 시내 호텔 들어가는데 3시간 걸렸다--;;;;;

홍콩의 구질구질한 아파트숲 속엔 대단한 엘리트들이 숨어있는게 틀림없다. 도시를 다녀보면 정말 "머리좋은 사람들'이 계획하고 개발한 도시임이 느껴진다. 진정 쇼핑 천국이었지만 나에겐 해당사항이 없었다. 이젠 사람 바글대는 재래시장 같은 'zara'시장도 식상. 첨 가본 IKEA는 그나마 신선. 가장 좋았던 건 비오는 repulse bay의 모래 위를 혼자 맨발로 걷던 기억.




홍콩에서 돌아오는 비행.
캐세이 퍼시픽은 보잉777좌석을 3-3-3 으로 배열해서, 가운데 끼면 화장실 갈 때 어느쪽으로 가도 불편한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홍콩 시내에서 운좋게 인터넷을 설치해놓은 카페에서 점심을 먹은 탓에, 출국 하루 전에 인터넷 체크인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자리를 선점했다. (2018년 추가: 요즘은 호텔마다 있는 와이파이...이런 거 없던 시절 이야기임)

다음날 오전 10시쯤 시내에서 얼리 체크인으로 미리 짐을 미리 부치고, 이틀내내 비가 쏟아지다 마지막날 화창해진 홍콩을 얄밉게 느끼며 돌아본 뒤 오후 3시 반쯤 공항에 들어섰다.

예정보다 30분쯤 시간이 밀린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다. 조그만 비행기에 저 많은 인간들이 들어가다니...

나는 줄 서기가 싫어서 '5분 뒤에 출발하겠다고 말도 안되는 협박을 하는' final call을 할 때 탑승구 앞에 가서 섰다.

"삐익~!"

에러 발생. 승객용 탑승권 부분만 절취해야할 기계가 내 보딩패스를 그대로 뱉어낸다.

"손님, 자리가 바뀌었습니다"

앗! 기껏 얼리 체크인을 하고 난리를 쳤건만 늦게 왔다고 자리를 바꿔? 설마 3-3-3의 가운데 끼는 건 아니겠지?

새 보딩패스를 받아 자리 번호를 보니 18A다.

18A?
그렇다면 비즈니스 클래스?

히히..
말로만 듣던 '비즈니스 클래스 승급'은 현실이 되었다. 자리만 올려주고 음식은 이코노미 클래스 것을 가져다 준다는 말도 들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난 억양이 강한 승무원 영어는 도통 못 알아듣기에 소통에 어려움은 조금 있었지만 마티니 로쏘, 샤도네이,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원하는 걸 다 시켜서 먹었다. 덕분에 깐넬로니 같은 새로운 파스타도 먹었다.

스튜어디스들은 신기함에 이것저것 시켜 먹는 업그레이드 승객들을 구별해낼 수 있다던데...내가 딱 그꼴이었다.;;;;

ㅎㅎ
단순하고 촌스러운 나.
처음에는 정비 불량으로 불안하게 만들었던 캐세이 퍼시픽에
이젠 후한 점수를 주겠다.

섬에서 섬으로

island to island 2



실론섬을 떠나, 싱가포르 섬을 떠나, 지금은 홍콩 섬이다.
에구...이거 서울 갈 때 cathay pacific 못 타겠구만...
21개월 만에 보게 된 신기한 "비행기"라는 물체는 지겹기만 하네...
이미 3시간 반 씩 비행기 두 번 탔는데, 아직 세 시간 짜리 비행, 한 번 더 남았다.
내가 참 좋아하는 홍콩 공항.
공간이 트여서 답답하지 않아서 좋다.













창이 공항은 무선인터넷 무료가 아니었는데, 여기는 무료네...^^
좋구만~! 한국에 문자도 보내고...




홍콩 공항이기에 볼 수 있는 south African 항공

이비스 홍콩 노스포인트 ibis Hong Kong north point

ibis Hong Kong north point














숙박: 2007년 8월 중순 2박 3일

ibis hotel site에 나온 사진인데 정말 이 사진과 똑같이 생긴 방에 묵었다.
일부러 돈 더주고 하버뷰룸을 예약했지만 뭐 그다지 볼거리는 없다.
이 호텔 위치에서 보이는 홍콩섬이나 카우룽 반도는 외곽 쪽이라 멋진 건물이 없다. 이 호텔은 ibis이지, shangri-la가 아닌 것이다!



(사진도 정말 못 찍었고, 날씨가 안 좋기도 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저 정도다. 오후 3시경.)
창틀이자 책상으로 공간 활용을 잘 한 곳에서 뭔가 끄적이기 참 좋았다.
밤이 되어 저 의자에 앉으면 야경이 보이기 보다 까만 배경으로 내 얼굴이 반사되어 비친다.
거울 보듯 나를 관찰하며 글 쓰는 묘한 기분? 다음에 다시 간다면 하버뷰룸보다 그냥 제일 싼 방에 묵는게 이 호텔의 존재 이유에 더 어울릴 듯.


홍콩은 호텔 선택의 폭이 매우매우 넓지만 가격이 매우매우 비싸다.
아마도 ibis가 홍콩에서 제일 저렴한 호텔.
좁지만 가격대(4~6만원)에 비해 깔끔.
(사실 자주 교체하지 않는 것 같은 저 담요는 맘에 안 들지만)


가방을 펼쳐 놓으면 뛰어넘어다녀야 할 정도로 방이 좁다는 말 실감.
내가 묵어본 호텔 중에 가장 좁은 (11m²) 곳이었던 듯.
샤워할 때나 돌아다닐 때나 정말 여기저기에 부딪힌다.
그러나...홍콩에서 호텔에 짱박혀 있을 일 정말 없으니 신경 안써도 됨.
하지만 무엇보다 새하얀 수건이 맘에 들었음.
위생 상태를 짐작하기 힘든 다른 호텔의 우중충한 수건들에 비해
청결에 자신있다는 상징인 듯. 


accor계열 중 낮은 급에 속하지만 이 정도면 만족한다.
이틀 묵었는데 둘째날 아침에는 문앞까지 신문을 배달해주는 걸 발견했다.
첫째날에는 못봤는데...어쨌든 그것도 맘에 든다.


지하철 노스포인트역 A1 출구 우측으로 말그대로 "몇 걸음". 정말 지하철역과 가깝다. (구글의 입체적인 지도를 보면 A1 출구 바로 옆옆건물인 것을 알 수 있다.)
바퀴 달린 가방을 가지고 있다면 A1 출구 계단의 압박이 있으니 엘리베이터가 있는 다른 출구(B1)로 올라와도 도보 거리이다.
관광객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수가 많으니까, 약간 외곽에 있어도 지하철역과 가까운 게 이 호텔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호텔 근처에서 트램도 쉽게 탈 수 있어서 트램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지도의 B1,2 출구 앞에 트램 정류장 표시가 보이는데, 왼쪽으로 가는 게 시내 중심 방향이므로 이쪽에서 타면 시내로 나갈 수 있다.(western market행)
사실 나는 밤에 방향 감각도 없이 반대쪽 방향으로 타서 계속 시내와 멀어진다는 느낌이 들자 소심해져서 그냥 트램에서 내려 호텔로 돌아왔다.
몇 년 지난 지금도, 그때 방향을 제대로 탔으면 밤중의 홍콩섬 구경을 제대로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ㅠㅠ


예약할 때 논스모킹 층으로 달라고 특별히 부탁하는 것만 신경쓰면 될 듯.
조식을 5천원 미만에 먹을 수 있으나 아침을 잘 안 먹어서 예약할 때 생략.
욕조는 당연히 없고, 샤워기 부착형 샤워 부스가 있는데, 수압이 상당히 높아서,
물맞이하는(?) 몸이 아플 정도이다. 샴푸+샤워 겸용 클렌저가 구비되어 있다.





작은 호텔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꽤 층수가 높아서, 엘리베이터 탈 때 한참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 호텔에 살고 있는 듯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
도저히 관광객으로 보이지 않는 책가방 멘 아이들이 돌아다님.;;;


돈벼락 맞아서 포시즌스, 만다린 오리엔탈 같은 데를 이용하게 되지 않는 한
차라리 홍콩에선 저렴한 숙소를 찾으려 노력하게 듯.
홍콩에는 돈을 쓸 다른 곳이 너무 많으니까!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