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중국 본토에서 먹어 보는 꼬치.
4년전 중국 여행 때는 꼬치를 맛보지 못했었다.😭
⬆️사진은 닭꼬치인데, 먹고 나서 '그래 이 맛이지'하고 추가로 양꼬치를 더 시켰다.
내가 19년전 중국 길거리에서 먹던 양꼬치는 분명히 싼 음식이었는데 이렇게 식당에서 주문하니 양꼬치 3개에 4500원이었다. 알리페이를 통한 한국체크카드로 지불했는데 통장에서 정확하게 4500원이 빠져나갔다. 덕분에 양꼬치 하나는 1500원이라는 게 쉽게 뇌리에 박힘.
한국에서 양꼬치를 먹으면서 '이거 국경 넘었다고 넘 비싼 거 아니야?"했었는데 중국도 프랜차이즈 식당은 결코 싸지 않았다. 중국은 양고기가 흔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닭꼬치보다 양꼬치가 훨씬 비쌈.
문제는 꼬치는 추가 주문한 음식이었고, 내 주 식사는 뱡뱡면이었는데.. 이게 면이 꽤 넙적하다보니 배가 엄청 불러서 꼬치까지 다 먹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호텔로 남은 걸 가져가서 맥주와 함께 먹을 생각에 신남.😉
하지만..
중국 식당에선 포장한다고 하면 플라스틱 박스 하나를 잘 가져다 주긴 하지만, 4년 전에 내가 톈진에서 방문했던 식당 중 몇몇 곳은 1위엔 정도를 더 청구했었다. 어떤 곳은 공짜로 줬고.
그래서 포장 상자 달라고 하기가 망설여졌다. 번역기를 썼던 4년 전과는 달리 이제는 "포장할게요" 정도의 중국어는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 1,2원이 추가로 청구되면 그게 또 귀찮아진다는 거다. 알리페이 또 써야 하는지, 뜬금없이 결제가 됐다가 안 됐다가 하는 게 알리페이인데 정말 그 상황에 대비하기가 너무 스트레스였다. 같은 지하철 역사 안에서 어떤 판매기는 결제되는데 어떤 판매기는 또 결제 안 되고 이런 식. 🫠매번 결제되기 전까지 다른 결제 수단 준비하며 긴장해야 함. 현금으로 지불한다 해도 차라리 큰 돈이면 모르지만 1위엔같은 잔돈은 수중에 정말 없었다.😔
가방을 뒤적뒤적... 정체 불명의 빈 비닐봉지가 있다. 그래, 여기에 담아 나가자. 중국에 오면 "막 살 수가 있어서 편해진다"라는 얘기가 생각났다. 무단 횡단을 해도 되고, 새치기를 해도 된다는 그런 얘기(중국 사람들 다 하니까 안 하면 손해 수준?). 나도 대체 내가 뭘 담아왔던 봉지인지도 모르지만 '지불 공포' 때문에 그 비닐봉지에 남은 꼬치를 쓰윽 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생에서도 무덤덤해진다.
중국 식당은 테이블마다 붙어있는 큐알코드를 읽어서 주문을 하고 계산마저 모두 마치고 식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냥 나가기만 하면 되니 편하네. 친구랑 얘기하고 있는 줄 알았던 옆자리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날 보고 웃으면서 "打包 shwdhshs‘’。어쩌구 저쩌구 하는 게 들렸다. 打包는 음식을 포장해 가는 걸 말한다. 뭐 어때.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닌데.
문제는.. 중국은 지하철을 탈 때 짐 검사가 심하다는 거였다. X-ray통과는 물론이고 특히 음료수를 자세히 보는데, 예전에는 검사대 앞에서 직접 마시는 걸 보여줘야 통과를 했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요즘은 검사 통과 전에 물병을 보여주면 검사대 뒷편에 서 있는 직원에게 "물 있어요!"라고 꼭 소리를 질러 알려주고 뒷편 사람이 물통을 받아서 어떤 기계에 대어 보고 검사한다. 이게 무슨 검사인지는 글마다 다 설명이 다른데🧐😂 특이점은, 내 물병에 물이 아주 조금 남았을 때 검사가 아주 오래 걸렸다는 점이다. 그래서 '무게를 잰다' , '바코드를 확인한다' 라는 일부 설명은 뭔가 답이 아닌 것 같았다.
이렇게 검사가 심한데 기다란 꼬치를 들고 통과가 가능한가?? 다들 저녁 사들고 지하철 탈 텐데 이 정도는 봐주지 않을까? 꼬챙이는 위험하다며 다 먹어버리라고 하려나? 🤷♀️
그때따라 호텔에서 너무 멀리 왔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돌아갈 수도 없었다. 결국 지하철 타기 전에 양고기/닭고기를 꼬치에서 분리하기로 했다. 꼬치 두 개는 고기가 잘 빠졌는데 꼬치 하나에서 고기가 빠지질 않았다. 그래서 갑자기 어두컴컴한 지하철역 입구 구석에 서서 꼬치를 옆으로 들고 우적우적 빼먹는 여자가 되었다. 몇몇 사람이 지나갔지만 그들도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고, 나도 부끄럽지가 않았다. 역시 '막 살아도 되는' 중국의 힘이란... 😆🤭
무사히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운반한 나머지 꼬치없는 양꼬치는 맛있게 잘 먹었다.
내가 이 꼬치를 담아 온 비닐봉지는 그 전에는 뭘 담았던 것인지조차 알 수 없지만 배탈은 안 난 걸 보면 문제 없었나보지 뭐.
중국 여행의 불편한 점은 현금 없는 사회가 되어 "외국인은 돈을 쓰고 싶어도 쓰기도 어렵다"는 점인데, 그 1위엔 지불 공포 때문에 양꼬치 들고 이 난리를 떤 것을 생각하면... 이제 와서는 그냥 打包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식으로 포장이 되어있으면 지하철도 문제없이 통과했을 것 같고, 포장도 그냥 공짜였을 수도 있고.
포장이든 지하철이든 두 가지 다 어떤 일이 실제로 발생도 하기 전에
말이 안 통하니 내가 설명하기 귀찮아서 지레 피한 거라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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