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버스를 타면...


션전에서 구입했던 교통카드. 深圳通




반환되지 않는 카드 발급 비용 20위엔. 
구입 당시 80위엔 (당시 환율로 14000원 정도)을 충전해놓고 션전, 상하이, 칭다오, 난징 등에서 1년여에 걸쳐서 편리하게 씀. (중국 전국에서 쓰려면 오른쪽 아래와 같은 China T-union 로고가 있어야 함) 14000원은 웬만한 유럽 국가에선 버스/지하철 3-4번 타면 다 날아갈 비용이지만 중국은 특히 교통비가 싼 편이라 2위엔 시내 버스라면 40번도 탈 수 있다. 

요즘 가장 보편적으로 중국 대중교통을 탑승하는 방법은 알리페이로 큐알코드를 만들어서 탑승하는 것인데, 사실 너무 귀찮다.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나같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들도 그거 화면에 띄우느라 시간이 걸려서 줄이 밀려있는 경우 몇 번 봄. 
그 귀찮음 때문에, 발급비용이 들어도 교통카드가 훨씬 편해서 구입했다. 게다가 그 도시에서 발행한 교통카드로 대중 교통을 탑승하면 할인혜택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베이징의 경우 교통카드로 버스에 탑승하면 50%할인 혜택이 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통용은 되지만 불편한 점은 구입한 도시에서만 충전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내 션전통 카드도 션전에 다시 가야만 충전해서 쓸 수 있다. 3번에 걸쳐서 중국 4-5개 도시에서 잘 쓴 뒤에 7.75위엔이 남아있었지만 잔액을 "0"으로 만들지 않고 비상용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큐알코드가 생성되지 않거나 휴대폰 전원이 나갔을 때, 이 교통카드가 구세주(?)가 될 것이었으므로.

그러다가 엄마랑 베이징에 갔을 때, 이화원에서 나와서 지하철역까지 걷기에는 너무 멀어서 1구간이지만 버스를 타기로 했다. 나는 큐알코드로 탑승하고 엄마는 이 교통카드를 사용해서 무사히 탑승. 지하철역에는 탑승권 판매기가 있으므로 교통카드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다음날 톈진으로 와서 톈진기차역에서 다시 버스에 탑승했다. 나는 큐알코드로 탑승하고 엄마가 이 교통카드를 찍었는데...어?? 그런데 그동안 내가 갔던 모든 도시에서 잘 통하던 이 교통카드가 탑승 처리가 안 된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잔액이 "7.75元"라고 나오는 화면은 봤다. 이상하다...왜 안 되지? 그리고 베이징에서 버스비 2위엔 나갔을 텐데 5.75 아니고 7.75??... 그럼 베이징에서 버스 공짜로 탔던 건가??

예전에 충칭에서 내 휴대폰 데이터 연결이 순간적으로 끊어지면서 미리 띄워놓은 큐알코드 화면은 나와있는데 버스 탑승 시에 자꾸 에러가 나자, 기사 아저씨가 그냥 타라고 해서 본의 아니게 공짜로 버스를 탄 적 있는데, 톈진의 이 기사 아저씨는 교통카드 승인이 안 나니까 역정(?)을 내는 게 느껴졌다. 한 번도 에러가 없던 교통카드라서 당황했지만, 내 큐알코드를 한 번 더 찍으니까 2명째 탑승이 가능했다.

왜지? 왜 안 되지??



이 의문은 5일 뒤 풀렸다.
나는 이미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알리페이에서 4위엔이 결제되었다고 메시지가 들어왔다. 
이게 무슨 일이야? 알리페이 도용?? 🥶 난 지금 한국인디?!?

알리페이 큐알코드로 탑승을 하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알리페이 화면에 뜬다. 




내가 시간 기록을 위해 이 캡처를 해놓았던 덕분에 사후 청구된 4위엔의 사용처를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도시에 따라서 내가 탑승한 버스 번호가 뜨는 도시도 있는데 베이징-톈진은 아니었다. 지하철역은 큐알코드로 타고 내린 역 이름이 정확히 표시된다.)

그런데 그때 지도에서 찾아봤을 때 버스 요금이 2위엔이라고 나왔고 한 정거장 밖에 안 탔는데 어째서 4위엔(800원)이나 청구됨!??! 

그래서 정보를 좀 찾아 보니 베이징 버스는 거리 비례 요금제로, 하차 태그를 해야만 요금이 정확히 계산되는 거였다. 중국 많은 도시의 버스가 아무리 오래 타도 2위엔 정액제를 택하고 있으며, 심지어 칭다오는 1위엔 (200원!!)이었다. 그래서 보통 하차 태그를 하지 않고 내리는데, 베이징은 그게 아니었다 ㅜ.ㅜ 그래서 내가 탔던 버스의 최장거리 요금인 4위엔이 나중에 청구된 거였다. 아마도 이것에 대한 안내 방송이 나왔을 수도 있는데 외국인 내 귀에 들렸을 리가 없지.

사실 션전에도 일부 버스가 거리 비례 요금제인 노선이 있었는데, 그때 버스 안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조용했기에 버스가 정류장에 멈췄다가 출발할 때마다 계속 반복되는 녹음 방송이 잘 들렸었다. 귀를 기울여 보니 하차 태그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아마 영어 방송도 있었던 건가?!? 내가 이걸 중국어로 알아들었다고 믿기에는..무리가..!??!) 그래서 션전에서 하차 태그를 하고 내린 적이 있는데, 베이징에서는 버스에 앉기 힘들만큼 사람이 많아 정신이 없으니 전혀 그런 생각을 못했다. 




내가 탄 버스 이거였나보다.
이화원->지하철역 운행하는 노선 중에 최장거리 요금이 5위엔인 노선도 있던데 4위엔 청구된 거 보면 아마 이 버스를 내가 탔나봄. 5위엔 버스가 아니었어서 그나마 1위엔 아껴서 다행?? 😂 

내가 수십수백 곳 도시를 다 가본 것은 아니지만, 사실 전세계적으로도 버스에서 하차 태그를 하는 도시는 드물다고 기억한다. 환승 할인이 있는 외국 도시의 경우에도 '첫 교통 수단 탑승 후 1시간 이내 다음 교통 수단 탑승 기록이 찍히면 할인' 이런 식으로 승차 시간 기준인 경우가 많아서 하차 태그를 하는 외국 도시는 거의 기억에 없다. 

나는 사실 여행지에 대해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하지 않고 가서 현지에서 일정을 정하는 편인데, 이번에도 역시 너무 공부를 안 하고 가서 당했네. 사실 몇 백원 차이이지만 아까워.ㅎㅎ 특히나 베이징 버스는 타 도시 발행 교통카드로 탑승해도 50% 할인을 해준다고 하던데 1위엔에 탈 수도 있었던 구간을 하차 태그를 안 해서 4위엔 정도 납부하게 됨.(최장거리 요금 징수할 때는 50%할인 혜택을 주지 않는다고 함)

게다가 2024년 가을부터 기존의 유니온페이 카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발행한 비자/마스터 contactless 카드로 서울 지하철 타듯이 베이징 지하철을 탈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것도 미리 조사를 안 하고 가서 직접 사용해 볼 기회를 놓쳤네.🫠


아무튼, 그래서 나는 하차 태그만 했으면 큐알코드로 2위엔에 탈 수 있었던 버스를 4위엔에 탄 것이 됐고, 엄마가 찍고 탔던 션전통 교통카드는 요금 정산이 안 되었기에 다음날 톈진에서 내가 알고 있던 잔액 7.75元이라고 뜨면서 에러가 났던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참고한 정보를 보면 다음날 버스를 타면 전날 하차 태그 안 하고 내린 구간 최대 요금이 징수 되고 난 뒤 탑승을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던데, 왜 다음날 아예 먹통이 되어버린 걸까? 베이징 - 톈진 체계가 달라서?!? 아무튼 큐알탑승처럼 4위엔이 징수되었다면 그래도 교통카드 잔액이 3.75는 남아있어야 하는데...이게 앞으로 사용이 될지 톈진에서처럼 에러가 날 것인지 확신이 없네. 


베이징에서 버스 타실 분들은 한국처럼 내릴 때도 하차 태그를 해야 합니다. 외국인이 여행을 가면 원하는 데서 내리지 못할까봐 버스보다 지하철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 대도시 버스들은 모든 정류장에 무조건 정차하는 게 원칙이라, 지하철만큼 이용하기 쉽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예전에는 모든 정류장 정차가 아니었다. 오래 전 톈진에 살았을 때, 내가 내릴 정류장을 지나쳐도 "내려주세요!" 이런 말도 못하고 살아서, 정류장을 지나도 그대로 실려갔다가 다른 데서 내려서 걸어서 돌아오곤 했었다. 하지만 요즘 중국 대도시 교통 체계 소개글을 보면 중국 시내 버스들은 모든 정류장에 정차한다고 나와있는 게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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