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파티같은 2014 윔블던





영국인들의 무리를 피해, 앤디 머리의 경기가 이미 끝나고 난 뒤에 오후 5시에 윔블던 도착.
큐 카드를 나눠주는 곳에서 "지금은 줄이 짧아요~~"라고 말해준다. 월요일에 두 시간 반 정도 줄서고 나서야 통과했던 위 사진 속 지점을 지체 시간 없이 그대로 통과. 저 지점은 아직 윔블던 테니스장 근처에도 가지 못 한 입구 중의 입구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저 곳을 통과한 뒤에는 1시간 약간 안 될 정도로는 줄을 서서 패스 구입을 기다렸다. 이제는 모든 것이 익숙.

계속 줄에서 이탈하는 귀여운 여자 꼬마와 잠시도 책에서 눈을 안 떼는 진짜 책벌레 남자 아이 등 3명을 데리고 와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니 동생들이야?"
이 친구는 Au Pair로 캐나다에서 왔다고 했다. 자신은 nanny로 일하고 있고 이 꼬마들은 친동생이 아니라고. 전에 누군가가 '니 자식들이냐?'라고 물어본 적도 있어서 상심했다고 했다. 이야기를 좀 해보니, 이번에 유난히 선전 중인 캐나다 테니스 선수들의 이름은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무엇인지 빨리 들어가보고 싶은 눈치. '밀로쉬~ 라우니치" 그 시점에서 닉 키리오스와 8강전을 진행 중이던 캐나다 선수의 이름을 몇 번 알려주니, 그제야 "아, 그래 그 이름 들어본 것 같아."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4강에 진출해있던 유지니 부샤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줄 서면서 만난 대양주 사람들, 북미 사람...다들 테니스 팬은 아니었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겠지만 테니스를 몰라도, 누구든 한번쯤은 구경해보고 싶은 게 윔블던인가 보다.


오후 5시 이후의 그라운드 패스는 약간 더 싸다.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드니 갑자기 윔블던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 2015년 참고 : Day 9의 오후 표는 12파운드에서 14파운드로 인상
* 2016년에는 오후 표가 따로 없는 듯 하다. Day 9 ground admission 20파운드.
* 2017년에도 오후 표 없이 20파운드. 그러나 파운드 환율이 내려서 오히려 가격이 인하된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일단 한국 정윤성 선수의 복식 경기가 진행되는 코트 5로 가봤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 이미 2세트 후반이던 경기는 5-7, 5-7로 곧 끝나버렸다.
대한테니스협회 분들 몇 분이 계셨는데, "이것으로 정현 빼고 한국 선수들 모두 탈락했다" 고 했다.


 

음, 그렇다면 나는 aorangi terrace에 앉아 가져온 음식들을 먹으면서 남자 8강전을 보고 가야겠다고 결심.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이 많아 시끌벅적한 이 곳의 대형 스크린에는 페더러:바브린카 경기 진행 중.  앤디 머리 경기가 있을 때보다는 덜 붐벼서 나도 나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확실히 페더러 팬도 많다. 그의 위너가 나올 때마다 환호하는 사람들. 아래 바브린카의 위너에는 확실히 소리가 작음.




이 곳에 자리 잡으면 사람들의 떠들석한 파티 분위기도 보이고 (여기서 생일 파티 하는 분도 있었음. 주위 분들도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데 참 기억할 만한 생일이 되겠다 싶더라), 큰 스크린으로 테니스 경기도 보이고, 저 멀리 런던 시내의 스카이라인도 보인다. 참 기분 좋아.
사우스필즈역에서 내려 윔블던을 향해 줄 서러 가다보면 미남미녀 홍보요원들이 유럽의 삼다수급 흔한 물 에비앙을 막 나눠주기도 한다. 덕분에 물값 따로 안 들이고 내가 사온 칵테일 새우로 배를 채움.




고개를 뒤로 돌려보니, 저녁 때라 그런지 남들이 주고 간 센터 코트, 코트 1 입장권을 재판매하는 줄도 보였다. 센터코트와 코트 1을 따로 줄 세우고 있었는데, 나는 이곳 '머리 마운드' 체험으로 만족해서 줄을 서보지는 않았다.


페더러의 승리와 라오니치의 생애 첫 메이저 4강 진출을 지켜보고 이 날의 윔블던 관람을 마쳤다.
페더러에 비해 라오니치는 참 호응이 별로 없던 게 불쌍했다.
내가 얼마 뒤에 이 곳 윔블던을 다시 방문할 수 있다면...
그 때 선수들의 위상은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참고) 2014 윔블던 입장권 가격
둘째주 목요일부터, 즉 대회 마지막 4일간 센터코트 경기는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팔지 않는다.
뭐 그전까지 turnstiles에서 판다고 해봤자 매일 500명 한정으로, 전날에 와서 노숙을 하지 않고서는 어차피 얻기 힘든 표지만.
위에 나온 큰 코트말고, 코트3부터 코트19까지는 그라운드 패스를 가지고 줄을 서면 들어갈 수 있다.


첫날 윔블던 방문기 -> https://mori-masa.blogspot.com/2015/10/2014-6.html
다음날 윔블던 방문기 -> http://mori-masa.blogspot.com/2015/10/7-3-20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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