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꼬끄 서울오픈 남자 챌린저 결승전 정현 - 소에다고

작년 아시안 게임에서 임용규-정현의 복식 경기를 본 이후
사실상 처음 직관하는 정현의 단식 경기.

다들 바라던 대로 키가 죽죽 자라, 이젠 멀리서 봐도 당당한 체구의 청년이 되었다.

작년에 윔블던 구경하러 갔을 때 강구건 선수의 주니어 경기를 보고 있는데, 내 옆 벤치에 우리나라 주니어 선수들이 오종종 등장. 정현 얼굴은 알아봤고, 옆에 있던 선수들이 홍성찬, 오찬영 선수였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됐다. 그때 본 정현 선수 느낌은 그냥 까맣고, 호리호리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는 성적 상승의 후광이 비쳐 훨씬 더 듬직해 보인다.

정현이 끈질긴 수비를 보여주다가 위너를 만들거나, 챌린저의 고수 형님 '소에다 고'의 에러를 유도해낼 때 직관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지만 사실 한국 테니스 팬들은 누구나 바란다. 이것이 정현이 국내에서 뛰는 마지막 경기이기를. 월드 투어급으로 안착해서 TV에서만 볼 수 있는 선수가 되기를.

그렇게 선수들이 국제무대로 멀리멀리 나가거나... 혹은,
이제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대회를 유치한다면야 수많은 관중을 동원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인다.

부산오픈 챌린저보다 서울 챌린저에 관중이 적게 왔지만, ATP 250대회라도 유치해서 좀 더 이름난 선수들이 온다면 이보다 훨씬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정현 외에도 이덕희, 홍성찬 등 계속 자라나는 신예들이 있어 지금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듯. WTA 기아 오픈 때보다 젊은 커플 관객이 더 많아진 것이 고무적. 한국 테니스 동호회에 중장년층은 많은데 젊은 층 유입이 멈췄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는데.

땡볕에 양산을 쓰고 관람하는 문화는 왠지 우리나라의 특징인 듯? (사실은 관중석이 꽉 차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관중석이 꽉 차면 민폐니까 우산을 펼 수가 없다.)
우/양산 업계는 테니스 대회 때 프로모션을 해도 좋을 듯 ㅋㅋ

왠지 88년도 올림픽 때 설치되었을 것 같은 전광판 ㅎㅎ
오늘 승부가 사실상 기울던 시점.
1세트 8번째 게임, 수 차례 듀스의 치열한 공방전에서 정현이 결국 소에다의 서비스 게임을 가져가 5-3 리드를 만든 것은 좋았는데,
2세트부터 위기가 올 때마다 극복하지 못 하고 브레이크를 당해 결국은 '소에다 고'의 우승.

선수들은 누구나 특유의 서브 동작이 있다.
사진으로 보다가, 실제로 보다가, 중계로 보다가
특유의 동작이 항상 나올 때 좀 재미있다.

정현의 최대 무기는 이 백핸드인데,
오늘 느낀 것은 소에다의 백핸드도 상당히 탄탄했다는 것. 정현은 소에다 형님을 공략할 곳을 찾지 못해 결국 준우승.

가끔 서브로 위기 탈출도 하던 소에다.
178cm의 상대적으로 작은 키로 그래도 세계 랭킹 47위까지 기록하고, 바브린카와의 상대 전적 우세 (1-0 ㅋㅋ) 를 지킬 수 있는 이유는 탄탄한 스트로크 때문인 듯.
소에다는 이번 우승으로 챌린저 타이틀을 17개째 수확해, 이 분야의 공동 2위가 됐다. 1위는 대만의 루옌쉰(21개)

작년에 문경에서 열린 국제 주니어 대회 보러 갔을 때 그 대회에서 우승했었던 중학생 선수가 오늘은 관중석에 앉아 끝까지 경기를 지켜보는 걸 봤다.
그 선수도 '나도 꼭 저렇게 될 거야' 하고 의지를 불태웠겠지?

내년에는 좀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이 예선을 뚫고 올라와 서울 챌린저 본선에서 활약하는 걸 보고 싶다. :)

• 등록일시
  2015.05.17 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