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plash

널 치유하는 거야 - Whiplash



I cure you.

사실 위 대사는 이 영화 속에 나오지 않는다.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자막없는 미국 영화를 봐서 대사를 내가 잘못 알아들은 것.

아메리칸항공이 인천-달라스 구간에 2016년 8월까지 운항했었던 기종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게 너무 낡아서 앞좌석에 붙어있는 화면도 조그맣고 뿌옇고, 원하는 시간에 영화를 시작시켜 볼 수도 없으며 화면 색깔도 원판과 너무 달라 옛날 beta? vhs? 비디오 테이프 돌려서 보는 느낌이다.






Gone girl 등의 여러 다른 영화가 있었지만 결국은 J.k. Simmons의 연기가 대체 어떤 것인지 목격하기 위해 (당시는 오스카 조연상 수상 전) Whiplash를 선택했다.
그 조그만 화면에 톤이 이상한 영상으로 봐도 결국 끝까지 볼 수 있었을 정도로 영화는 잘 만들어졌지만, 나는 무엇보다 영화 속 한 대사가 너무도 "고마웠다".

"You are here for a reason. You believe that, right?"

비행기에 탄 그 순간까지도, 내가 이렇게 여행을 가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의심을 버릴 수 없었던 나에게 의심을 거두고 여행을 지속하게 해준 대사.

"I'm here for a reason."

내맘대로 해석해 내 마음에 위안을 줬다.
중간 부분을 비몽사몽 봐서, 스토리를 못 따라가고 영화는 마지막 긴장된 순간으로 치닫고 있는데, 갑자기 한 대사가 들렸다.

"I cure you."

물론 내가 완전 잘못 알아들은 대사라서 스포일러는 아니다.
그래 이런 영화였구나.
제자가 스승을 치유하는 영화.
보는 이를 치유하는 영화.
100% 잘못 알아듣고는 영화를 그렇게 판단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생각할 시간을 얻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사실상 시간에 쫓겨다녔던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던 비행기.




웬만한 항공사는 왕복편에 서로 다른 영화 타이틀을 제공하는데, 아메리칸항공 비행기는 또 영화가 똑같네. Gone girl, whiplash.
이것저것 돌려보다가 다시 whiplash로 정착.

집 떠난지 열흘째, 미국에선 단지 5박을 했을 뿐인데 이상하게 대사가 더 잘 들린다. 그동안의 리스닝 실습?

열흘만에 영화 내용도 더 잘 파악했으며, I cure you같은 대사는 내가 완전히 잘못 들은 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ㅎㅎ
그래도 나에게 큰 위안을 줬던 영화, whiplash.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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