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의 노예




야동을 아예 한 번도 안 본 사람도 있고, 야동을 백만 번 본 사람도 있지만
야동을 딱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야동의 중독성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야동 첫 관람에 어떤 심리적 장벽이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그 장벽을 한 번만 넘어서면 멈출 수 없다는 뜻.

왠지 사실인 것 같다.
나는 한 번도 안 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라도 한 번 봤다면 나 역시 "백만 번"의 세계로 빠져들었을 거다.
하지만 나에겐 '굳이 남이 하는 것을 내가 봐야 하나?'하는 심리적 장벽이 있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자기가 사는 도시에 호텔비 지출하기"가 있는 것 같다.
(여럿이 방을 빌려서 파티하다가 모여 자거나, 출장 온 사람 덕에 공짜로 자는 것, 돈 나눠내는 것 말고, 본인 숙박을 본인 돈 내고 자기가 사는 도시 호텔에서 자는 것)

"아니, 바로 옆에 내 집 놔두고 왜 호텔에서 자?" 파는 나름 강경하고, 
"에어컨 전기 누진세 무서워서 시원한 호텔 왔어요"~~ 이런 파는 호텔이 바로 옆집이어도 드나든다.
(사실상 누진세보다 호텔비가 더 나오는데도 ☺️)


비행기 타고, 기차 타고 이동한 도시가 아닌
자기가 사는 도시의 호텔 숙박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는 어떤 심리적 장벽이 있는 듯 하다.
"대체 서울 호텔에 왜 돈을 써~?" 이런 강경파는 꼬셔도 잘 안 넘어온다. 
이와 비슷한 경우는 친척이나 친지의 집이 있을 경우 그 집에 가려하지, 호텔비는 지출하지 않으려는 경우다.
"아니, XX네 집 놔두고 왜 호텔가서 자?"


그런데 한 번만 그 "아니, 왜?" 문턱을 넘으면 중독성이 있다. 
가끔은 집보다도 편안한 곳.
한 번으로 그친 사람 드물 듯 한데....

내 집에선 청소를 내가 해야된다는... 그 의무감에서 벗어나서 좋고
'미니멀'한 삶을 살지 못해, 이것저것 끌어안고 사는 나로서는 '아무 것도 없는' 호텔방이 더 산뜻할 때가 있다. 
여러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남은 곳임에도.
내가 살던 도시가 낯설게 잠시 보이는, 초단기 여행의 효과가 있을 때도 있고.






며칠 전에 나에 대한 생일 선물로 외박(?)한 김에, 금방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1박을 추가했다.
THAAD 보복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어, 요즘 서울 시내 호텔 요금이 싸다.
많은 고민 끝에.... 57,700원 정도 내고 1박 하면 이것저것 멤버십 포인트가 따라붙어 40유로(54,000원) 정도의 포인트가 더 생기는 셈이라,
손해는 안 날 것 같아서 이비스 인사동에 하루 더 숙박.
ㅎㅎ 포인트의 노예



익선동 한옥마을은 이제 북적이는 유명한 동네가 되었지만, 이 view는 여전히 좋다




이비스 인사동은 2013년 10월 개관해서 아직 만4년도 안된 호텔인데
하루 전에 2015년 3월에 개관한 호텔에 갔다가 오니, 이곳은 상대적으로 더 낡은 느낌이다.
유리창도 뿌옇고.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고,
침대가 편안한 건 여전하지만 
뭔가 이것이 마지막 방문이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
오랜 정情보다 새것이 주는 즐거움이 더 크구나.



** 2019 추가; 내가 이 글을 쓴 2017년 8월만 해도, "서울 호텔에서 1박 하자--" 그러면 내켜하지 않는 친구가 많았다. 위의 호텔 비용을 나눠서 2-3만원 내자고 했는데도 우물쭈물 대답을 회피하다가 안 온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부부가 모두 연금 잘 나오는 평생 직장을 다니는데도 남편을 설득못해, 서울 호텔 휴가에 실패하고 아쉬워하던 친구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일명 '호캉스' 열풍이 시작되어 윗 내용은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 
이제는 장벽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느낌이고 대학생들도 종강 기념으로 호텔에서 쉬다가 온다.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으로 끝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은 확실히 유효하다. 남들 블로그를 봐도 느끼는 거지만, 한 번 간 사람은 그 뒤로 후기가 줄을 잇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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