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시끄러운 곳 - 보코 서울 강남 Voco Seoul Gangnam






미국이나 태국 등에 가면 힐튼이나 IHG-홀리데이인 계열 호텔이 훨씬 많아 이용하기 쉽지만
한국에선 절대적인 호텔 수가 많지 않아서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되기 어려운 힐튼 , IHG.

한국의 힐튼은 계속 사라지는 중이고, 무난하고 만만(?)했던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수원이 2022년에 문을 닫으면서 한국 IHG 선택의 폭이 또 줄었다. 그러다 다행히 2022년 4월 신사역 근처에 VOCO Seoul Gangnam 개관.

Voco는 해외에서도 4성급 정도의 위치인데, 한국에선 그리 열심히 홍보를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새로운 브랜드이다 보니 위상도 잘못 알려져 있는 경우가 있었다. 숙박하기 전에 후기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후기가 많지 않았고, 그나마 있는 후기 중에도 'voco는 IHG의 이비스', 또는 신라호텔의 '신라스테이' 라는 내용까지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것보다는 공들여 설계한 호텔같은데 🤔.

블로그 후기를 읽을 때...유난히 힘주어 찍은 자세한 사진과 함께 이상할 정도로 호평만 흘러넘쳐서 '이거..혹시?'🙅‍♀️ 의심하다가 맨 밑에서 결국 "이 글은 업체로부터 무상 지원을 받고 체험 활동을 한 후기입니다"라는 자그마한 글자를 발견하는 일을 개인적으로 '극혐'하지만, 이 호텔은 어쩌면 홍보가 너무 안 되어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조용한' 호텔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주말을 끼고 방문했는데도 항상 북적이는 느낌은 없었고, 17층까지 있는 규모에 비해 조식당마저 자그마한 편이라 애초에 굉장히 욕심없이 지은 호텔같다는 느낌마저 있었다. 17층 규모 151객실 숙박객의 1/3만 아침 먹으러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이 좌석 수로 감당이 될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식당 크기. 그래서 애초에 목표치가 낮고 '만실이 되지 않아도, 크게 붐비지 않아도, 우린 괜찮아'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최근에는 호텔 내 식당 홍보를 위해 블로거들에게 글을 쓰게 만든 게 몇몇 보이는데 전체 요리는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중 싼 음식 하나만 본인 돈을 쓴 뒤 "내돈내산"이라는 제목을 붙인 사람이 있었다. 순수한(?) 홍보글보다 읽고 나니 더 불쾌함. 홍보 글은 칭찬만 흘러넘치기 때문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읽고 싶지 않은데 당했음.🙀 앞으로는 '내돈내산'이라는 제목 후기도 못 믿겠네. 사람들이 홍보 글은 안 읽는 거 알고 이런 방법까지 쓰는 사람이 있구나...🤦






⬆️이 방은 기본룸(22m²)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프리미엄 킹 룸으로 30m² 넓이이고 다소 길쭉하게 설계되어 있다.






프리미엄룸도 샤워부스만 있는 방 - 욕조있는 방 - 히노끼 욕조가 설치된 방 3가지로 나뉜다. 사진 왼쪽이 보통 다른 호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욕조를 가진 화장실로, 샤워 부스와 일체형이다. 체크인 시에 직원이 "이렇게 합쳐진 구조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다. 괜찮겠냐?"라고 했지만 나는 뭐.. 샤워하고 욕조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독립된 샤워 부스를 선호하는 사람은 일반 욕조가 있는 방은 피해야 한다.

위 사진 오른쪽 두 개가 이 호텔의 특색인 히노끼 욕조가 설치된 화장실 사진. 샤워 부스가 독립적으로 추가로 설치되어 있고 그래서 욕실이 더 넓은 느낌이다. 

히노끼 욕조 룸을 이용했을 때 그 방 침대 옆 탁자가 한쪽에는 없어서 불편했다. 습관적으로 뭔가 물건을 침대 머리맡에 내려놓으려다가 아무 것도 없어서 몇 번이나 당황. 욕실이 넓어진 만큼 침실이 좁아져서 둘 데가 없어진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새로 지어진 호텔은 대부분 옷장 개방형인 듯.
이 호텔은 미니바에 특히 신경을 더 쓴 것으로 보인다. 커피 + 디카페인 커피 + 핫초코 + 홍차 + 카모마일 티백이 충분하게 놓여져 있고, 냉장고 내부의 음료는 1박당 무조건 무료이다.





하루에 다 마시진 못하니, 가방 크기가 허락하는 한 무조건 다 가져와야 함 ㅋㅋㅋ 미니바 "무료"인 게 아니라, 사실상 내가 낸 돈임. 🤗
항상 소비의 우선 순위가 같아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해왔는데, 어디선가 그걸 더 구체화한 말을 읽었다. 바로 "궁상맞음의 정도가 같아야 한다"는 것. 보코 서울에 함께 숙박하면서 궁상맞음의 일치도를 확인하세요. ☺ 난 다 가져왔어.







이불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모든 것을 처리 가능.
TV, 냉난방, 조명... 모든 것을 제어하는 리모컨이 있다. 침대에 누우면 적어도 상체라도 들어올려서 침대 머리맡에서 조절해야 했던 조명까지 여기에선 모두 리모컨으로 제어가능해서 정말 편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폰, 아이폰 모두 사용 가능한 충전 케이블이 있어서 충전기를 따로 안 가지고 가도 된다.







이 호텔의 또 하나의 특징. 각층마다 설치된 공유주방.
방을 하나라도 더 넣어 최대 수용을 하려는 게 아니라 이용객 편의 시설을 15층까지 모두 설치한 게 인상적이었다.(간이 부엌이 딸린 스위트룸이 있는 16,17층에는 공유주방이 없다) 반조리 식품 정도는 편하게 요리할 수 있고, 나는 음식 데우는 거 한 번 이용해봤다. 장기 체류자에게는 무척이나 좋을 시설. 3층에 세탁 시설도 있다. 지금은 코로나 탓에 방문객이 줄었지만...장기적으로는 근처에 있는 수많은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마치고 요양하는 외국 환자 수요를 노리고 지었나 싶기도 하다.

이 호텔의 상징색은 노란색인데 스페인어로 노란색인 amarillo에서 이름을 데려온 식당 '아마리'가 함께 있다. 원래 스페인어 발음은 아마리'요'나 아마리죠에 가깝지만. 아마리요로 지으면 아라리요.. 이런 별명이 붙을까봐 그랬을까? 🤔😛

조식은 너무 늦게 내려가 급하게 먹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4성급 정도에 어울리는 무난한 식사였다. 계란 요리는 따로 주문을 하면 만들어서 갖다 준다. 대체적으로 직원이 좀 딱딱한 느낌을 주던 게 단점. 원래 그분의 성향인지... 아니면 내가 마감 시간을 30여분 남기고 늦게 내려가서 쫓기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얼핏 보이는 의자 쿠션 색깔을 포함해 이 호텔의 상징은 노란색(amarillo)



개관 초기에 웰컴 드링크를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커피 맥주 와인 등등'을 마실 수 있다고 분명히 쓰여진 쿠폰을 들고 갔음에도 "맥주는 안 돼요"하다가 읽어 보지도 않고 체념했다는 듯이 "그럼 그냥 드릴게요" 하는 직원을 만났었다. 😔 오히려 나를 안 되는 것에 대해 떼쓰는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서 많이 무안했음. 나중에 피드백에 자세히 써서 보냈는데도 답변도 못 받았네. 프론트 데스크 직원들에게서 받은 친절한 응대를 식당 직원의 성의없는 응대로 까먹는 느낌이다.






 도산대로를 향해 있는 방은 남산까지 보이는 전망을 자랑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도로 소음.

예전에 오픈한 도산대로의 다른 호텔 후기에도 차량 소음, 오토바이 소음에 대한 이야기가 빠짐없이 등장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 호텔은 가보지는 못했고, 이번에 여기 와보니 그 소음 문제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오후 3시에 입실하고 몇 분 뒤 일단 침대로 쏙 들어갔는데... 차량 소음이 너무 커서 '아늑한 밤이란 없겠구나' 싶었다. 9-10층 정도의 방이었는데, 더 높은 층은 괜찮으려나?

이걸 좀 더 일찍 느꼈으면 침대에 안 눕고 도로 뒤쪽 방으로 바꾸었을 텐데, 이미 침대 시트를 어지럽힌 상황에서 방을 바꾸려니 일하시는 분한테 괜히 미안해서 그냥 참기로 했다. 방 청소 중에 거대한 침대 시트 갈아 끼우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해서... 혹시나 다음에 이 호텔에 다시 올 일이 있다면 그때는 반대편 방이나 훨씬 높은 층의 달라고 할 생각. 이미 도산대로쪽 방은 이용해 보았으니 전망에 대한 미련은 없다. 

밤에는 다른 소음이 줄어드니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그 소리가 유난히 확대되어 더 크게 들리고, 잦아들 듯 하다가도 또 오토바이 한 대가 굉음과 함께 지나간다. 새벽 3시쯤이 되어야 소음이 사라지는 듯 했다.

도로 소음은 보통 개선이 어려우니 이쪽 방은 치명적 단점을 상시로 안고 있는 셈. 그래서 이 호텔에 대한 감상은 '조용하고 시끄러운 호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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