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혼자 여행 다녀오고 나서 다행이라 생각한 것은...
저번 3월에 엄마를 모시고 간 여행이 큰 문제없이 연결 잘 되고 참 무난하게 흘러갔었다는 것.
7월 여행에는 매일매일 착오가 생겨 고생을 좀 했다. 33도 여름에 혼자 헤매서 다행이라고 생각함. 엄마랑 같이 있는데 이렇게 헤맸으면... 아찔함.
그동안 중국 여행 2번 할 동안 기차 예약할 때 잘만 써온 차이나 모바일 SIM인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그걸로 연결하면 중국 기차 예약앱 12306이 실행이 되지 않았다. 도착 첫날 지하철 옆자리에 앉았던 西安에서 왔다는 중국인 hotspot 도움을 받아, 지하철 타고 가면서 앱으로 베이징행 기차표 구입 겨우 성공. 그 사람이 직접 내 폰을 쥐고 자기 hotspot 비번을 입력해줬다. ㅋㅋ 그 동생이(나중에 자기 나이 알려줌) "너 네트워크 연결이 안 됐으니까 앱이 안 되지!" 이런 식의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맘같아선 '나 中国移动 sim 개통했다구! 이것봐 알리페이 qr은 되잖아' 하고 싶었지만 그 정도 말할 실력이 아님.😵💫
마침 차이나 모바일 광고가 첫 화면에 뜬 중국 철도 12306앱. 중국 영토에서 차이나 모바일 SIM 쓰는 건데 왜 기차 시간표 선택 화면으로 안 넘어가는 건가요...🤔
베이징을 떠나 톈진으로 돌아가는 여행 2일차.
호텔 와이파이로는 12306 앱이 실행이 잘 되었으니까 호텔에서 기차표를 사두고 출발했으면 되는 일인데, 기차역까지 가는 도중 변수가 생길까봐 일단 역에 가서 사기로 했다. 트립닷컴에서 기차표를 사면 편하지만 수수료가 20% -30% 붙어서 아까움. 외국인도 이제 12306앱 이용이 가능하고 카드 결제 환율이 꽤 괜찮은 편인데 구태여 트립닷컴에 수수료를 헌납할 이유는 없었다.
매표소에서 알리페이로 결제하면 소액 할인도 받으니까 기차표 구입 줄을 섰는데 줄을 잘못 선택함. 양쪽을 저울질하다가 한쪽에 섰는데 내가 선 반대쪽 줄이 더 빨리 빠지기 시작. 🤧 기차 출발 시간은 다가오는데 애가 탐. 그리고 중국인들도 대부분 앱으로 예매하거나 키오스크를 이용하는데, 이렇게 매표소에 줄을 선 사람은 뭔가 문제가 발생한 사람들이었다. 내 앞의 여자분이 엄청 시간을 잡아먹기 시작. 악, 나는 1분이면 되는데, 이분은 5분도 훌쩍 넘김.
결국 원래 사려던 베이징남역 1시 출발 톈진역 행 표 구입을 포기하고 1시 12분 톈진"서"역 행 표 구입으로 바꿨다. 중국 기차는 출발 시간 5분 전에 탑승을 마감하는 데다가 여태 경험상 시간표에 나온 시간보다 대부분 2분 일찍 출발했었다. 🥶 그래서 매표소에서 줄 서 있다가 출발 시간 10분 내로 임박하자 마음이 다급해져서 출발 시간을 늦춤. 짐 가방을 들고 뛰어다니는 일 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다.
톈진에 도착해서 가게 될 호텔이 西역에서도 가까웠고, 안 가본 역을 가는 게 더 흥미로우니까 서역을 선택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열차 타고 가는 길에 옆자리도 비어서 더 편했다.
톈진서역에서 호텔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北북 출구로 나가야 했다. 중국의 초대형 기차역에서는 이거 구별 잘 해야 함. 대부분 기차역을 사이에 두고 북광장 / 남광장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이 방향을 잘못 택하면 10분 훌쩍 넘게 되돌아 가야 함. 규모가 커서 북광장역 / 남광장역 - 지하철역을 두 개 끼고 있는 기차역이 있는 도시도 있음.
저번 3월 텐진역에 도착했을 때 버스 정류장이 번호 표지판과 함께 잘 되어 있어서 쉽게 버스를 탔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참 걸어서 북쪽 출구로 나갔다. 호텔로 가는 버스 노선이 Tianjin Eye - 天津之眼 바로 옆을 지나가게 되어 있어서 기대가 좀 됐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인지 주차장인지 모를 장소에 애매하게 버스가 두어 대 서 있었다. 여기서 타는 게 맞나??
톈진서역은 톈진역과 분위기가 완전 달랐다. 아무 표지판이 없다. 왔다갔다하다가 버스 쪽으로 다가가 보려 하는데 내가 타야 할 652 버스가 내 눈앞에서 떠나가는 게 보였다. "안돼 나 데리고 가" 통할 리가 없는 나의 독백. 버스 정류장이라고 써 있거나 번호 표지판만 있었어도 출구에서 나와서 그대로 652번 타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아마 한국에서도 외국인이 여행하다 보면 이런 경험을 하게 될 곳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현지인들은 습관처럼 당연하게 알 수 있는데, 외국인들은 갑자기 표지판 안내가 사라져 '여기는 뭔가요?' 하고 우왕좌왕하게 되는 거.🙄
여기 정류장인가요, 주차장인가요...'쉬페이 미디어'라는 분홍색 광고판 회사 광고뿐. |
망연자실. 택시를 탔다.
이럴 거면 북 출구까지 10분 걸어올 필요도 없이, 처음부터 가까운 남 출구로 나가서 택시를 탔어도 될 일이고, 게다가 버스비는 380원인데 택시비 3500원 나감. ㅋㅋㅋ 결국 트립닷컴 기차표 예매 수수료보다 돈 더 썼잖아. 12306앱은 안 되어도 트립닷컴 앱은 잘 열렸으니까 차라리 베이징역에서 톈진역 가는 1시 기차표를 사서 탔으면 톈진역은 이미 가봤던 길이라 좀 더 쉽게 버스 타고 호텔 갔겠지.
didi 부르지 않고 거리에 서 있는 택시 진짜 오랜만에 타봤는데, 이렇게 역 주변에 대기하는 택시가 보통 호객 행위나 사기치는 거 심하니까 택시 타는 동안 긴장 상태가 됨 ㅎㅎㅎ 미터기 요금은 어디로 올라가는 건 지도 모르겠고.
아저씨가 영수증도 주시고 무사히 호텔 도착했지만 결국 시간 더 쓰고 돈도 더 씀. ㅎㅎㅎ
그래도 뭐, 꽤 헤맨 것 같았는데 기차역 북쪽 출구로 나온 뒤 호텔 도착까지 그저 25분 걸린 것이긴 하더라.
내가 택시 타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서 사서 고생을 좀 하는 편이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는 택시를 꽤 탔는데도 어떤 순간은 또 삽질을 해야 했다.
요즘 Didi에서 두 배 비싼 프리미엄 차량 불러도 담배 냄새난다고 불평하는 글 봤는데... 20년 전 중국 택시를 타던 내 입장에서는 담배 냄새는 문제도 아니고 최근 중국 택시는 정말정말 "깨끗"해진 거라고 말해주고 싶음. ㅎㅎㅎ 지금은 뭘 타도 양반이기는 함😶🌫️
* 그러고 보니 인천공항 도착 후 공항버스 줄 서 있다가 목격한 안타까운 사례도 기억난다.
몇몇 행선지 별로 공항버스 노선 몇 대씩 승강장을 뭉쳐 놓았는데, 내 앞에 줄 서 있던 일본인 가족이 6007번 버스가 눈앞에서 떠나버리자 갑자기 당황하는 게 보였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쪽이 목적지인 것 같았는데, 그 버스가 출발해버린 것(여의도 노선). 그들은 "서울 남부" - 내가 서 있던 줄이 영등포/여의도쪽 줄인 줄 알고 잘못 서 있었던 것이다. 35도 날씨에 그들이 안타까워서 시간표 조회를 해보니 다음 버스는 30분 뒤. 🤢 그 가족은 다시 공항 내부로 들어갔다. 도저히 밖에서 기다릴 시간과 기온이 아님.
외국 도착해서 겪는 이런 시행 착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전광판에 영어나 일본어도 병기되어 있었을 테지만, 외국에선 눈에 잘 안 들어오니까.
그 가족의 아빠 진짜 식은땀 흘렀을 듯. 그나마 나는 혼자 헤매는 거라 다행이었지만, 눈앞에서 떠나는 버스를 놓치던 내 모습이 떠올라 더 슬펐다. 여행에서 의미없는 기다림으로 30분 날리는 거 꽤 아깝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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