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톈진에 지리따샤는 여전히 있는데... 라는 글을 쓰면서 일본계 isetan백화점을 언급했었다. 20여 년 전부터 그나마 가장 '외국과 가까운 문물'을 제공했던 곳.
오래 전 톈진에 살면서 베트남 쌀국수가 먹고 싶었는데, 그때는 베트남 쌀국수집 같은 거 시내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세탄 백화점 내 작은 식당 (퓨전 아시아 요리!?!?)에서 딱히 뭐라고 정의할 만한 종류는 아니지만 '중국식이 아닌' 국물이 있는 국수를 파는 것을 발견했다. 그뒤로 그걸 자주 먹으러 다녔었다. 국수 면발이 얇았었는데, 그 때 메뉴판에서 vermicelli라는 단어를 처음 배운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너무 오래 전 일이라 모든 기억은 뒤죽박죽일 수 있다.
주말마다 한 주는 이세탄의 국수, 한 주는 진후이광창의 일본 라멘을 먹었던 게 기억난다. 2019년, 톈진에 오랜 만에 다시 방문했을 때 이 추억을 찾아가 보았지만... 이세탄의 식당 자리는 미용실이 되었고, 진후이광창 지하에 음식점은 많았지만 예전 같은 일식집은 당연히 찾기 어려웠었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
이번에 베이징에 가면서 중국에 발을 디딘 지 20년 만에 최초로 '중국식' 베트남 쌀국수를 먹게 되었다. (예전에 이세탄 식당에서 먹던 것은 베트남 쌀국수로는 안 침)
2019년부터 중국 여행을 5번 이상 갔지만, 중국 자체에 워낙 다양한 면 요리가 있으니 굳이 베트남 쌀국수를 먹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베이징의 대형 몰에 갔다가, 줄이 길고 북적이는 다른 식당에 비해 베트남 식당은 자리 여유가 많아서 들어가게 됐다. 워낙 내가 쌀국수 좋아하기도 하고.
가게 이름은 东田越南粉.
저녁 식사 시간대였는데 다른 식당보다 꽤나 자리가 널널했고, 식당에 들어가면서 식사를 마친 듯한 분위기인 한 가족의 식탁을 봤는데, 쌀국수가 거의 그대로 남아있었다. 앞에도 썼지만 중국에 워낙 다채로운 면 요리가 있으니 베트남 쌀국수는 인기 없을 느낌. 내가 생각하기에도 중국 사람들은 '굳이 이 돈 주고 고작 이런 걸 먹나?' 라고 할 것 같았다.
베이징 중심부의 쇼핑몰이다 보니 가격은 비쌈.
베이징 사람들 경제 수준이 높긴 하지만 대졸자 초봉이 1백 5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생고기 쌀국수 한 그릇에 만 천원 정도?? 한국과 연봉 차이가 꽤 있는 편인데 이 정도면 서울 물가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포도 젤리가 들어 있다는 탄산 음료 포함해서 1만 6천원대 결제. 길거리 식당에서 5천원대면 국수+콜라를 먹을 수 있는 중국 물가치고는 꽤 비싼 식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면발이 독특하다. 여러 나라에 진출한 베트남 쌀국수를 먹어 봤지만 접해보지 않은 면발.
면 굵기가 균일하지 않고 꽤 두꺼운 편이고 가운데 굉장히 넓적한 면도 보이는 걸로 봐서는....공장식 아니고 수제면인가?? 꽤 쫄깃한 편이었음.
아무튼 일부러 '생고기' 메뉴를 골라서 약간 더 비싼 걸로 주문했는데, 처음에는 메뉴 사진과 모양이 많이 달라서 '이게 뭐야...고기 다 어디 갔어?' 했었는데, 그래도 바닥을 휘저으면 끝까지 고기가 계속 나오긴 했다.
의문의 포도 음료. 굉장히 늦게 나옴.
음료에 동동 띄운 거 어떻게 보면 라임 류 같고, 어떻게 보면 오이 같았는데 한 번 씹어 본다는 걸 깜빡했네 ㅎㅎ
아무튼 이렇게 20여년 만에 중국에서 처음으로 베트남 쌀국수를 먹다.
지금 보니, 또 먹고 싶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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