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저렴한 나라에서 살아본 경험




나는 평생 큰돈을 벌어보질 않아서 좀 궁상맞게 사는 면이 있다. 과시형 인스타그램도 아니고, 비교적 솔직하게 쓰는 블로그인데도 여기에도 차마 쓸 수 없는 '돈 아끼려고 하려다가' 부가적으로 발생한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

"그런 노력을 하느니 돈을 더 벌기 위해 노력해봐" 라고 충고해 줄 사람들이 널렸기 때문에 궁상맞은 이야기는 남에게 안 하는 게 좋기도 하다.

오래 된 음식 버리기를 아까워 하셔서, 아무리 말려도 그게 늘 입으로 들어가는 엄마를 보면, 이 궁상맞음이 유전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나마 나는 소화 기관이 약해서 오래 된 음식을 먹지는 않는다. 미련없이 버린다.

난 기본적으로는 추억을 너무 중시하고 과거에 사는 사람이라 물건을 못 버리기도 하지만, 음식을 포함 몇몇 물건들은 잘 버리는 편인데, 이게 스리랑카 생활 때부터 시작됐다는 생각을 한다. 

물가가 싸고, 나에게 충분한 생활비가 제공되던 시절..그래서 '에이 또 사지 뭐'하고 물건 팍팍 버리고 소비하던 시절.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적게 벌고 적게 쓰자' 는 내 인생 한켠에 그나마 물가 저렴한 중국/스리랑카 생활이 없었더라면, 구제 불능의 물건들도 다 끌어안고 못 버리는 습관이 더 악화(?)되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직도 내 방 벽장과 내 침대 밑엔 쓸데없는 것들도 많지만
'에잇, 다시 사면 되지' 하고 그냥 확 버리는 확률을 조금이라도 올려 준 것은 스리랑카에서의 생활이 바탕이 되었다.






고양이의 봄




인간과 일정 거리는 유지하지만 
내가 음식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만은 알고 있는 냥 두 마리.

오늘은 두 마리 모두 스을쩍 내 쪽으로 다가와서 앉았다.
하지만 오늘 내 손에는 먹을 게 없는 걸.
내 쪽으로 좀 더 다가오는 것이 나와 친해졌다는 신호인 줄 착각하고 내가 더 다가가면 
휙 도망가는 것을 이젠 알기에 나도 거리를 두고 앉았다.




늘 경계심을 풀지 않는 냥.⬆️
동네 사람들이 망고라고 부르는 다른 치즈냥보다 얘는 뭔가 더 억울한 표정을 갖고 있다.
어쩌면 은둔냥보다도 더 가까이 가기 힘들다.





완벽한 할배/할매냥 연세가 되셨는데도 정정한 분.
내가 사진을 찍은 기록으로 11살 넘은 것으로 추정하는데, 고양이가 11년을 살면 집냥이는 인간 나이 60세로 추산하지만, 길냥이는 96세라고 한다.🙀
겨울에는 한동안 날 피해다니더니, 요즘은 다시 내 가까운 쪽으로 튀어나온다. 
겨울엔 내가 동네 산책하고 그럴 때는 언니 코트를 입고 나가서 냄새가 달라서 그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고양이는 가끔 내가 먹이를 던져줬을 때 눈 앞에 두고도 잘 찾지 못하는 걸 보면 시력이 안 좋은 것 같은데, 후각이 더 발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그루밍도 전혀 못 하는 상태로 보여 안타깝지만
'그래도 겨울을 견디니 이렇게 꽃이랑 사진 찍는 날이 있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이들을 마지막으로 보는 날이 언제가 될지 몰라 사진을 찍어 두기도 한다.


춥고 덥고 배고픈 길 위...
고단한 삶을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경험

 


예전에 드라마를 보다가 좀 이상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 장면이 있었다.




이미 술에 취해 울다 지쳐 잠이 든 설정인데, 배우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내려와 흐른 자국이 화면에 잡히는 것. 

'이미 잠든 사람 눈에서 어떻게 눈물이 흘러나와?' 라고 생각해서, 뭔가 연출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


그런데 며칠 전에 뭔가 슬픈 꿈을 꾸다가 깨어났는데, 그런 경우에는 그냥 깨어난 뒤에도 잠에 취해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잠시 울다 다시 잠들었는데...

얼마 뒤에 다시 잠결에 뒤척이며 몸을 뒤집었는데 고여 있던 눈물이 다시 내 반대편 얼굴로 주르륵 밀려 떨어짐.


아, 이런 상황이구나 ...하고 깨달음. 계속 울고 있는 상태에서만 눈물이 고이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잠든 상태에서 눈물이 고여 있다가 자세를 바꿨을 때 주르륵 흐르기도 한다는 것.

저 장면이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었어.



전에 영화 '기생충' 보고도 피자 가게에서 가져온 핫소스로 피를 흘린 것처럼 속이려 하는 장면이 나와서 '에이, 핫소스의 붉은 색이랑 피의 붉은 색은 종류가 다른 붉음인데 어떻게 속여? 이런 적이 있다.


하지만 얼마 뒤에 '기생충' 한 장면처럼 내가 쓰레기통을 열었다가 핫소스 스며나온 것을 보고 피인 줄 알고 깜짝 놀라는 경험을 함. ㅎㅎㅎ


다 그럴 만 하니까 하는 거였어.








한 시대의 끝




호텔 숙박 시 주는 작은 토일레트리들 가져와서
다음 여행 때 쓰거나 집에서 쓰는 걸 좋아했었는데,
2020년대 들어서 거의 모든 나라/호텔 체인들에서 환경을 위해 1회용 플라스틱 규제에 들어갔다. 

요즘은 대부분 대형 디스펜서에 담긴 것을 짜서 써야 하는데 2023년에도 의외로 자그마한 토일레트리를 놓아 둔 호텔을 몇몇 있기는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진짜 보기 힘들게 될 듯.

이제는 아마 구시대의 유물이 될 듯한, 마지막 호텔 토일레트리 라서 사진을 남겨 봄.






2023년 7월 중국 션전 인디고 호텔.
이 호텔에서 원래 제공하는 기본 토일레트리 제품은 상하이탕이라는 홍콩 브랜드이고 모두 디스펜서에 들어있었는데, 내가 한 등급 높은 방으로 업그레이드를 받아서 그런가... 욕조 옆에 작은 토일레트리들이 오종종 놓여있었다. 반가워서 다 가져옴. 😊

어떤 유명 브랜드라도 호텔 어메니티는 어차피 중국 공장 대량 생산이기에 품질에 대한 큰 기대는 없이 '새로운 향기'를 써 보는 것에 의미를 뒀었는데, 다양한 브랜드를 택해 왔던 특급 호텔에서도 대형 용기를 생산하는 몇몇 브랜드로 통일되는 경향(바이레도, 딥티크 등으로 몇몇 브랜드만 남음)이 생겨서 그게 좀 아쉽다. 

처음 보는 브랜드인 밀러 해리스는 런던을 베이스로 하는 향수 브랜드인데, bath&body 제품도 만드나 보다. 하지만 앞으로는 저렇게 작은 제품을 다시 볼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 게다가 같은 향 바디 워시 정품 용량은 2차 판매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는데,
샴푸가 품질이 좋아서 정품은 어떤지 더 궁금하지만 단종된 라인인지 인터넷 등에서 전혀 찾을 수 없는 귀한(?) 샘플이었다. 이런 류는 아껴써봤자 소용없고 2년 지나면 품질이 완전 저하되고, 다시 구할 수가 없는 아쉬운 제품.🥺

이렇게 호텔에 갈 때마다 잘 모르던 브랜드를 만나서 조금씩 써 보는 재미도 있었기에 아쉽지만, 저런 작은 플라스틱 용기가 수없이 버려지는 걸 생각하면 환경을 위해 참아야겠지. 




2023년 11월 호텔 신라.



국내 5성급 호텔도 대부분 대형 디스펜서로 토일레트리 공급을 교체했지만 ... (사실 입구 부분이 제대로 잠겨 있지 않으면 누군가가 다른 제품을 주입할 가능성이라든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커다란 용기의 오염 누적 때문에 디스펜서를 선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내 최고 호텔 자리를 다투는 호텔 신라는 작년 말까지도 소형 토일레트리 제공. 올해는 어떤지 모르겠다.

언니가 5년 근속 포상 여행이 나올 때마다 제주 롯데에 2번 갔었는데, 작년에는 제주에 안 가고 서울 신라에 머물렀다. 제주 롯데도 몰튼 브라운 토일레트리를 주기 때문에 몇 번 써본 제품이라 신선함은 떨어졌고, 명성(??)에 비해 품질이 딱히 인상적이진 않아서 그리 선호하지는 않았던 브랜드. 
제주 롯데와 샴푸-컨디셔너는 라인이 같고, 바디 쪽은 다른 향기의 라인을 제공하는데 호텔 신라에서 주는 이 바디 로션이 잔향이 더 마음에 들어 바디 제품만 한 개씩 더 요청해서 가지고 왔다. 2박 3일 일정이기도 했고. 
그리고 최근에 어떤 잡지에서 같은 라인 샤워젤 / 바디 로션 100ml을 부록으로 주기에 구입하기도 했음. 🧴


이제 힐튼과 제휴를 종료한 아난티 부산에서는 모든 제품을 비누 형태로 만들어 제공했는데, 이것도 좋았다. 




여기서 샴푸 바를 써보고 생각보다 거품도 잘 나고 사용이 편리해서, 최근에는 '동구밭'이라는 회사의 샴푸 바만 쓰고 있다. 뭔가 탈모가 덜 일어나는 느낌.👶

참... 그리고 이런 기억도 있다.
2022년에 파리에 갔을 때, 청소 인력이 너무 딸려서 저녁이 되어서야 배정 받은 방 냉장고에 아마도 남이 넣어둔(?) 캔이 남아있어서 '어휴, 이거 치울 시간도 없었나봐.' 한 적이 있다. (파리의 3성 호텔엔 원래 냉장고가 없고, 4성 호텔은 3곳 갔는데 다 냉장고가 다 비워져 있었음.)






그래서 안 건드리고 내가 수퍼마켓에서 구입한 물을 마시며 1박을 했는데... 
그런데 몇 달 뒤에 알고 보니 이게 호텔에서 제공하는 물이었다.
No plastic water 이런 거.



Ha than hong 사진. 구글 지도에서.



캔 = 맥주이거나 탄산 음료일 것이고, 물은 플라스틱 병에 담겨 있을 거라는 선입견으로 냉장고를 열어서 캔을 살펴 보지도 않은 내가 우스워짐.
플라스틱보다는 캔 제품이 환경을 덜 오염시키나 보다. 저기에 넣어서 주는 걸 보면. 
다른 4성 호텔에선 물 속에 뭔가가 둥둥 떠다니는😖 재활용된 유리병에 든 물을 줬었다.


다들 이렇게 환경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요즘 지구의 날씨는 심상치 않다.
내가 몇 살까지 4계절을 제대로 겪어가며 살 수 있을까???




흔적은 남아서...




최근에 한국에서 태어난 🐼 판다가 중국으로 갔는데
사육사가 그 판다의 털과 마지막 먹던 대나무를 보관해놓았다고 해서 판다 팬들을 울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댓글에 다들 경험담을 꺼내놓았다. 
나도 죽은 우리 강아지 털 갖고 있어
나두 울 고양이 털 보관해놨어. 
이런 것들.

나도 생각났다.
나는 스리랑카에서 쥐 끈끈이로도 쥐가 잡히지 않고, 쥐약을 놨더니 뒷처리가 곤란해져서 (끔찍한 경험 ㅜ.ㅜ) 고생을 했었다.
고양이를 키우면 1년 만에 놓고 와야 한다는 "비정한" 케이스였지만 쥐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고양이를 데려왔고, 11개월 정도 밖에 같이 못 살고 난 귀국했다. 

마지막에 제자네 집에 고양이를 데려다 주던 날 고양이를 꽉 끌어안고 차에 탔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놀라서 긁고 발버둥치고 난리를 쳤지만 힘으로 제압 가능.

대신에 그날 입었던
고양이가 긁고 난리쳐서 구멍이 뚫리고 찢긴 옷은
아직도 내 옷장 서랍 구석에 있다.

버리지 못하는 마음
간직하는 마음
잘 알아.



여전히 나에게 없는 습관




거의 20년 전에 싱가포르에 친구와 갔을 때, 도서관에서 여행 가이드북을 빌려서 갔다. (당연히 스마트폰 이런 거 없던 시대)

그리고 센토사섬 바닷가에 갔는데...




저기 보이는 불빛이 인도네시아인가봐...
물론 물도 맑지 않고 휴양지 기분도 안 났지만 바다 풍경을 즐기기 위해 가이드북을 깔고 앉아 친구랑 얘기를 나눴다. 기분 좋음.


그리고 얼마 뒤,
나는 가이드북을 바닷가 바위 위에 그대로 두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는 걸 알게 됐다.
🥵🥶

예산 아끼려고 일부러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결국 내 돈 들여 새 책을 사서 도서관에 반납함. ㅜ.ㅜ 
왜 하필 이런 실수를..?!? 라고 생각. 



----
며칠 전에 엄마랑 벚꽃놀이 갔다가 벤치에 앉으면서 가방을 뒤적여서 찾은 종이를 깔고 앉았는데, 그걸 버리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에휴..
여전하구나.
앉았다가 일어선 자리 다시 한 번 살펴보지 않고 그대로 일어나는 거.
내가 뒷처리를 안 해서 누군가가 그 종이를 대신 치워야 했을 걸 생각하니 좀 미안했다. 주문 목록 같은 거라서 거기에 내 이름이 써 있기도 했고;;;;

이번에는 그냥 버려도 되는 종이 조각이라 괜찮았지만 싱가포르 때처럼 불이익이 날 수도 있으니, 야외에 앉을 때는 앉았다가 일어날 때 앉았던 자리를 한 번 살펴보는 습관을 만들어야 하는데...




무료 전망대







종로구 세종대로 198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8층에 가면
탁 트인 시야에서 경복궁과 북악산을 바라볼 수 있다. 

앉을 수 있는 벤치도 몇 개 마련되어 있고
아직 소문이 덜 나서 평일에는 북적이지 않는다. 
친구랑 담소 나누기에도 좋을 듯.
내가 갔을 때는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았다.

봄꽃도 없어서 아직 삭막한데
가을 단풍이나 설경은 매우 예쁠 듯 하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