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 시간





⬆️
아마도 2019년 중에 제일 좋았던 순간일텐데....

벌써 1년이 지나 2020 us오픈 다시 개막했고
작년 결승 재방송 중이네.

대체 1년이 흐르도록 난 뭐했지? 싶어서 한심한데
그래도 그 사이엔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이라는, 인류사에 남을 거대한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그동안 다들 뭔가 크게 이루긴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하며 위안하기로...







깊은 산속



여기서 5분만 걸어내려가면
남부순환로라는 서울의 큰 길이 나오지만

마치 깊은 산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곳.






벤치에 이름모를 누군가가 앉아있어서 적막한 느낌이 덜했었지만 나무로 절묘하게 가려니 사람은 안 보이고 약간 쓸쓸해 보인다.
잠깐의 시간차를 두고 찍은 사진인데도, 내가 아무 변화를 주지 않았는데도, 색감이 완전 다르게 찍힌 아래 사진.




어떤 게 더 실제에 가까웠는지는...
잘 기억이 안남.

가끔 실제 하늘보다 사진 속 하늘 색깔이 더 파랗고 예쁘게 나오곤 한다.





재미있는(?) 기억



한국 정부에서 가을~ 초겨울쯤 해서 외국인 한국어 교사를 초청해서 3달 정도 교사 연수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이 종종 이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입국하곤 하는데 사실 거의 지방에 위치한 대학에서 진행되는지라, 만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출국을 앞두고 성남 근처 연수센터로 다들 모였을 때에야 내가 찾아가서 만나게 된다. 

여러 나라에서 모인 외국인 한국어 교사들끼리 친교를 위해 각자 나라의 토산품(?!)을 들고 입국했더라도 3달이 지나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서 나눠주다 보면 그 선물들이 다 사라지게 된다.

출국을 앞두고 나를 만나게 된 제자들이 그래도 나에게 뭔가는 주고 싶은데, 이제 줄 건 없고... 귀국을 앞두고 고국의 친지들을 위해 선물을 집중 구입한 터라 돈도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고국에 가져가봤자 그닥 임팩트가 없을 물건들을 나에게 '선물'삼아 투척하고 가는 걸 보게 된다 😜

몇년 전에 그렇게 출국을 몇 시간 앞둔 제자들을 만났는데, 석달을 지내느라 스리랑카에서 가져온 홍차 같은 선물들이 이젠 다 없어져 미안하다며 한국 제과점의 쿠키 세트를 내밀었다. 그래도 그 마음이 고마워서 즐거이 받아왔다.

다음 해에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연수를 온 다른 제자를 만났는데, 그 제자도 작년과 똑같은 쿠키 세트를 내밀었다. ㅎㅎㅎ. 아마 그 친구는 내가 작년에도 똑같은 상황에서 이 똑같은 세트를 받았다는 걸 모르겠지. 2년에 걸쳐 똑같은 세트를 나에게 투척하고 떠나는 걸로 봐서는 아마 연수팀에서 연수생들에게 나눠준 선물이 아닐런지. 이 학생들이 제과점에 들어가서 이 똑같은 걸 골라서 나에게 선물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애들이 이 과자 싫어하는구나 ㅋㅋ'.


한 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다.
전주에서 학위를 마쳐서, 더더욱 보기 힘들었던 제자를 인천공항에서 배웅을 했는데, 짐을 너무 많이 가져와서 짐을 줄이지 않고는 비싼 추가 요금을 내야 했다. 그 제자는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짐 정리를 시작했는데, 그 와중에 나온 게 1.5리터짜리 망고주스 한 병이었다😝. 열대 지방으로 돌아가는 그녀가 왜 한국 망고주스를 챙겼지?? 고국의 것과는 또다른 맛이 있어서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결국 그 망고주스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환송을 마친 내가 가지고 돌아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마지막으로 공항을 떠날 때 환송 나온 후배들 차 한 잔씩 다 사주고도 몇천 루피(한국 돈 몇만원 정도) 가 남아서 나를 환송나왔던 애들에게 그냥 주고 출국장으로 들어섰던 기억이 있다. 스리랑카 루피는 국외로 나가면 어차피 환전도 불가하고 쓸 수가 없는 돈이라서...

공항까지 가는 동안 van을 빌려서 타고 가야 하는데, 이렇게 돈이 남을 줄 알았으면 더 좋은 차종을 빌릴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밴 후졌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투덜거렸던 동생도 있어서...😹


그냥
귀국할 때가 되면 남들에게 다 버리고 가던 몇몇 일들이 갑자기 생각남.







백수의 단점



몸이 좀 아프고 피곤해도 가족들이 그럴 거라고 믿지 않는다. 
니가 왜? 그런 분위기. (=집에서 노는 니가 뭣 때문에 피곤하냐)


사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인데도...





future is near





예전에 wall.e를 보면서... 인간이 기계에 의존하게 되어 활동이 줄어드니 뚱뚱해진 모습, 바로 옆사람과도 직접 이야기하기보다는 기계를 통해 대화하는 장면 등은 미래에 대한 기가 막힌 예측이라고 생각했다. 


2020년 들어서 pandemic까지 겪고 보니, 앞으로 잦은 lockdown으로 신체활동은 줄어들고 인간 대 인간의 직접 접촉을 점점 더 기피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런 설정은 정말 인류의 미래를 제대로 내다 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 친구가 있어서 좋은 점



20년 된 (한국)친구와 페이스북 메신저를 하다가 
서로 그동안의 우정에 고맙다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친구가 "Thank you" 글자가 써진 페북 스티커를 보내왔기에 나도 답을 하려고 스티커를 고르다가 그냥 손가락으로 터치가 되어 나도 모르는 태국말이 써진 스티커가 보내지고 말았다.




뭐 그림 분위기상으로 나쁜 말일 거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읽을 수 없는 글자가 써진 걸 보낸 것이 좀 그래서 메신저로 태국 친구에게 뜻을 물어보았다.


다행히도 저 글자도 감사의 의미라고 했다.
발음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니 즉시로 녹음된 파일을 보내왔다.

발음은 korb kune jar 로 
우리가 흔히 아는 컵쿤카 (여성), 컵쿤캅 (남성) 대신에 둘다 쓸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새로운 걸 배웠다.

페북에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는 외국 친구 있으니 아주 좋네😁






코로나 시대에 조용한 카페 찾기




지금은 명동에 관광객이 거의 없지만 중국인/일본인 등등 관광객과 한국 사람들까지 바글바글하던 시절엔 
명동 어디를 가더라도 조용한 카페는 찾기 어려웠다. 그래도 명동은 교통도 편하고 주위엔 많은 것들이 있어서 좋은 약속 장소이긴 한데...

시장 바닥과 같은 소음 속에서 친구와 겨우 겨우 대화를 나누던 곳이 바로 명동 지역 카페. 외국 관광객은 주중/주말을 가리는 것도 아니므로 언제 가더라도 목청껏 소리를 높여야 앞사람 말을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던 카페가 태반.
그래서 찾아낸 대안이 바로 호텔의 로비 바였다.


미끼 상품(?) 같은 것으로 비교적 저렴한 음료를 팔고 있는데도, 호텔은 비쌀 거라는 편견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 인적이 드물었다. 특히 명동 입구의 aloft 호텔의 2층 W xyz바는 커피를 세금 포함 6000원에 판매했었는데 조그마한 과자 한 조각도 같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스타벅스, 커피빈에선 쿠키같은 것도 없이 4~6000원대 음료를 파는 걸 생각하면 크게 비싼 것도 아니다. +1000원 정도 더 주고 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적 드문 조용함을 구입한다고 생각하면 그 정도 비용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


전면적인 락다운 없이도 어느 정도 코로나 방역을 해내고 있는 한국. 덕분에 사람들도 무뎌져서 카페에 가면 다닥다닥 앉은 사람들이 그득하다. 위험도가 낮은 길거리에서는 마스크를 다들 착용하고 다니지만 더 위험한 음식점, 카페에서는 마스크를 할 수 없는 아이러니.

그래서 역시 사람들이 적게 몰릴 곳을 찾아야 한다. Aloft의 W xyz바도 커피 가격을 6600원 이상으로 올렸기에 이번에는 서울역 근처 four points 남산을 찾아보기로 했다. 회원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그리고 명동 aloft바는 2층이지만 포포인츠의 로비 바는 19층이라 전망도 좋을 것 같으니...

# 내가 방문할 당시에는 포포인츠 남산이었으나 8월 25일부터 포포인츠 서울역으로 변경.


포포인츠 서울역은 서울역 12번 출구 쪽에서 연결되어 있고 로비가 19층에 위치한다. 
---->이 곳은 2021년 11월 이후로 19층에 스타벅스가 들어서게 된다. 어딜가나 사람이 너무 많은 '스타벅스'의 대안으로 찾아낸 곳이었는데, 그곳이 바로 그 '스타벅스'가 되어버리다니... 💁 아마도 로비 바의 영업 실적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동안 골치였었나보다. '비교적' 저렴하고 좋은 프로모션 많았는데 홍보가 안 됐나봐.
아래 글은 "2020년에는 여기가 이런 분위기였다" 정도로 그냥 참고. 

(2020년)
사실 오후 5시경 처음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많아서 '어라, 이건 내가 예상한 게 아닌데' 싶어서 당황했었고 직원 응대조차 기대하기 어려웠다. (😡 사실 직원의 대처는 아쉬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내가 바라던 조용한 카페가 되었고, 직원들도 친절해졌다.

확실히 일반 카페보다는 좌석 간격도 넓은 편이고, 내가 앉았던 창가 자리의 모습은 찍지 않았지만 창가 좌석도 있어서 사람들과 간격을 더 유지하며 서울역을 오고 가는 기차들의 모습을 내려다 볼 수도 있다.


 

창가 좌석에서 보이는 풍경


(2021년 추가) 새로 생긴 스타벅스는 이런 뷰를 활용하지 않고 서울역 방향 통유리창쪽에 주문받는 곳을 배치한 테이크아웃 전용 매장으로, 방문객들은 이 전망이 보이는 자리에 이제 앉을 수 없다. 고층이라는 장점을 애초에 이용할 의도는 없었나보다.



↪호텔 공식 사이트에서 볼 수 있었던 사진.


 
역시 '미끼' 상품 🤗ㅡ 프로모션 메뉴가 있다.
 
  




땡모반이나 논알콜 모히또가 6000원.
스타벅스에서도 여름 프로모션 메뉴로 라임 모히또 티를 6100원~에 팔았던 것을 생각하면 역시 이 곳도 한국 카페 물가에 비해 비싼 것이 아니다.
해피 아워도 있고...
(단, 위 프로모션 메뉴는 회원 할인/적립 제외)

홍차류는 7000원, 국산 생맥주 한 잔은 6000원대부터. 프로모션 메뉴 외에 다른 메뉴는 회원 할인/적립이 가능하다. 나의 경우 Bonvoy 적립에 3주 정도 걸렸으니 느긋하게 기다려야 함.








이 전망은 사실 19층 화장실 통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는 풍경 ㅎㅎ
호텔 룸에 숙박해도 정작 이 화장실보다 좋은 전망은 드물다는 소문이 있다.😆





선명한 과거




오래 전 카메라로 찍은 추억들은
좀 자세히 보고 싶어서 확대해보면 뿌옇기만 하다.





당시 최고의 화소를 지닌 디카로 찍었지만, 손바닥만한 최근 폰카의 소름끼치는 화질을 못 따라간다.

오래 전에 찍어둔 사진 중에 ..'이거 요즘 카메라 화소로 다시 찍었으면 좋겠다' 싶은 거 많다. 

2010년대 후반 정도에 출생한 아이들은
나같은 뿌연 추억을 돌아보게 되는 게 아니라
일생 전부가 소름끼치게 선명한 사진들로만 기록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절반



갑자기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만큼의 딱 절반 시기에 난 뭐하고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곰곰 생각해보니, 그 시기의 나는 술자리 여파로 큰 부상을 입고 🤪🤯 투병 중이었다.

아주 확실한 증언은 없지만 그냥 당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친구들이 만취해 정신을 잃은 나를 택시에 태우려는 와중에...내가 머리를 못가누고 부딪혔다고 한다. 그래서 머리를 좀 다치고 우측 고막이 파열되었었다. 지금은 그냥 웃으며 이야기하는 추억.

고막은 원래 자연스레 붙는지라, 사고 후 열흘 정도 만에 비행기를 탔을 정도로 회복되었지만 그 뒤로 아주 약한 이명을 얻었다. 평상시에는 인지 못하고 조용한 밤에는 들린다.

생각해보니
지금 시점에서 내 인생의 절반은 이명없이 살았지만
그 다음 절반은 이명과 함께 산 셈이네.
히익.





父母



사실 생각보다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부모들이, ..."니가 그러면, 우리가 그러면,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겠니?" 이 생각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자식을 몰아세운다.

하지만 사실 남들은 그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다.

쉽게 생각해봐도, 그 누구도 "아이고 옆집 철수네 둘째 그렇게 공부를 못해서 어쩐다니? 동네 부끄럽겠네" 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다들 각자의 문제가 더 급하기 때문에.




남들이 우리집을 어떻게 보겠어? 얼마나 안됐다고 생각하겠어?
이 생각보다 중요한 것은,
내 자식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남들때문에 내 자식을 몰아세우진 말아야지.




유일하게 나만 갖고 있는 공식 사진




잠시 알바처럼 테니스 관련 일을 했을 때,
춘천에서 열린 주니어 테니스 대회에 간 적이 있었다.

경기 시작 전에 심판과 선수들이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는 것은
그냥 보도 자료용, 홍보용으로 찍거나 요식 행위인 줄 알았고
사실 관중도 없는 작은 대회에서는 그냥 지나쳐도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빠지면 안 되는 필수 과정이었나 보다.

미디어 관련 일을 맡아서 늘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다니시는 분으로부터
혹시 나에게도 카메라가 있으면 코트에 가서 사진을 찍고 오라는 다급한(?) 부탁을 받았다.
본인은 지금 다른 코트에 가 있느라 바쁘다며...


코트에 가보니, 다들 사진사를 기다리고 있던 모양새.
그래서 이 사진을 찍지 않으면 경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필수 과정이라는 걸 알았다.
(사실 근처에 누군가 폰카메라 가진 분도 많았을 텐데, 굳이 디지털 카메라 가진 사람을 찾았던 걸 보면 뭔가 규정이 있는 듯??) 






왼쪽은 한국의 정윤성 선수, 오른쪽은 호주의 Jake Delaney 선수.
주니어 테니스 대회 결승전이었다.
결과는 정윤성 선수의 6:1 6:1 승리.

이 사진을 찍기 전에는 다들 경기 시작을 멈추고 기다리고 있어서 사진이 꼭 필요한 것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중에 이 사진을 따로 제출하도록 요청받지는 않아서 (뭐지??)
정말 나만 가진 공식 사진이 되었다.


그래서 당시 나이 16-17세이던 이 선수들이 대형 스타가 되어서
나만 갖고 있는 이 햇병아리 시절 '대결' 사진이 뭔가 가치를 발하기를 기대했지만 🤗
5년이 지난 현재, 정윤성 선수는 297위로 아직 투어 레벨 경기 경험이 없고,
Delaney는 1000위권대로 챌린저 아래, ITF circuit 경기를 뛰고 있다.
주니어 시절 세계 랭킹이 나쁘지 않은 선수들이었던 것에 비하면, 성인 무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 

물론 18세에, 여자 테니스 같은 경우는 15세에도 투어급 우승을 하는 선수도 있지만
십여 년을 챌린저 레벨만 돌다가, 30대가 되어서 결국 투어 1승을 쟁취해내는 선수도 있듯이
이들에게도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참, 사진을 보니 저 빨간 유니폼이 기억나네.
저런 대회 종사자에게 나눠주는 것 치고는 보기 드물게 품질이 좋았던 제품.
11월에 열린 경기라서 그런지 두터워서 따듯했다. 
보통 저런 류의 상의에는 대회 이름을 뒤쪽 등에 크게 써놓아서 다른 데에선 입기 힘들 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저 옷은 아주 작은 글씨로 허리 아래 부분에 보일들 말듯 새겨져 있다.


그래서 심지어 뉴욕까지 진출 ㅎㅎ





이옷을 입고 미국 여행을 다니게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냥 밤에 추우면 입어야지 하고 가져간 옷이었는데
허리케인 북상으로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여행 기간 동안 다시 '유니폼'이 됨.





길 위의 삶




작년에 길고양이답지 않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고양이를 만났는데, 아무 것도 줄 것이 없어서 미안했던 이후로...

고양이 말린 간식 작은 것을 사놨는데(비닐 포장에 든), 그것을 가지고 나가면 고양이를 못 만나고 그걸 안 가지고 나가면 고양이를 만나는 일의 연속이었다. 😑


오늘 아무 생각없이 그냥 가지고 나간 가방에 고양이 간식이 들어있었는데 마.침.내. 고양이 한 마리를 딱 마주쳤다.




이 고양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에게 다가왔는데, 사실 간식을 줘도 먹기는 하는데 약간 시큰둥했다. 길고양이 중에 모르는 사람이 준 간식을 그 사람 앞에서 먹는 고양이도 드문데 (+사진 찍힐 시간까지 허용하는) 이 고양이는 사실 간식보다 사람 손길이 그리운 고양이 같았다. 살짝 손내밀면 그대로 쓰다듬을 허용할 것 같은... 하지만 나는 '내 고양이' 말고는 또 막 만지지는 못해서 그냥 간식만 던져주고 왔다.


그 다음에도 신기하게 고양이 3마리를 추가로 더 만날 수 있었다. 다들 경계를 풀지 않다가 내가 그 자리를 떠나면 다가와서 간식을 먹곤 했다. 진짜 위의 사진 속 고양이가 인간 친화형 고양이. 귀를 보니 중성화수술을 마친 고양이임을 알 수 있었는데, 이미 사람 손에 한 번 잡혔다가 방생되었음에도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간식을 가지고 다녀도 사실상 길고양이 마주치기가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배우고 난 뒤, 오늘 만난 4마리에게 모든 간식을 다 처분하고 왔다. 벌써 반년 이상 가지고 다녔던 건데 오래 지날수록 더 맛없어지지 않을까 해서. ( 참치 간식이라고 되어있긴 한데 그렇게 고양이가 환장하면서 먹진 않았다.)

그나마 이 간식을 가장 잘 먹었던 검은 고양이에게 제일 조금 준 것 같아서 아쉽네.

길고양이에 간식 주는 걸 싫어하는 근처 주민도 많아서 사실 고양이 간식을 던져줄 때마다 조심스럽다. 근처 집주인 만났다가 잔소리 들을까봐. (이들은 고양이가 밤에 내는 소음 등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본인 집에서 기르지도 못하면서 남의 집 근처에 먹을 것만 던져놓고 가는 소위 '캣맘'들을 증오한다고 한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나도 재빨리 현장을 떠날 수 밖에 없는데, 그래도 내가 자리를 비켜주면 간식을 먹고 있는 애들을 멀리서 보면 흐뭇하다. 안 먹으면 섭섭. 






나를 속임



그동안 셀피 모드를 켜면 자동으로 얼굴이 허여멀건하게 보정이 되는 폰을 쓰다가

현실적인 폰이 새로 생기고 나니 충격이네.
팔자주름이 너무나 선명한 축 처진 얼굴.

다른 사람들이 왜 그렇게 얼굴을 완전 바꿔주는 보정앱으로만 사진을 찍는지 이해가 가려고 함.

현실을 보면 마음 아파서
'새로 만들어진' 내 모습을 나라고 믿고 사는 게 편하지.






방 배정의 중요성 - 목시 인사동 Moxy Seoul Insadong




서울에 있는 호텔 중 굉장히 좋은 느낌으로 남은 호텔이 있다.
코트야드 남대문인데, 이유는 두 번 숙박했는데 가장 저렴한 방을 예약하고도 두 번 모두 2-3단계를 건너 뛰어 34m2 /53m2  타워뷰의 넓은 방들로 업그레이드를 받아서.
역시 사람은 좋은 전망을 지닌 넓은 곳에서 지내면, 다른 것들을 평가할 때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 너그러워진달까.



지난 5월에 근처에 일이 있어 방문했다가, 밖이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방을 배정받아서 호텔에 대한 인상이 전체적으로 어두워졌던(?) 목시 인사동.
https://mori-masa.blogspot.com/2020/05/moxy-seoul-insadong.html 

이번에는 5만 원대의 저렴한 비용에도, 밖이 잘 보이는 9층 방에서 머물게 되어 호텔에 대한 인상이 더 밝아졌다. 유리창에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 부딪히는 소리가 날 정도로 비바람이 쎈 날이었지만 그래도 창밖이 보이니 훨씬 더 좋았다.

8층 방 전망 사진도 본 적 있는데, 고작 한 층 차이에도 그래도 9층이 나은 듯. 어느 방에 머물게 되느냐가 그 호텔에 대한 평가에 생각보다도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원래 어둡고 흐린 날이었지만, 내가 사진을 좀 더 어둡게 조정함.



🏢

이번에는 업그레이드 받아서 superior 더블룸. 20m2
Elite status를 갖고 있지 않아도(나처럼) 웬만하면 업그레이드 많이 해준다던데 저번에는 정말 방 여유가 없었나보다.



수피리어는 스탠더드(3층-7층)에 비해 높은 층에 위치하고 넷플릭스 시청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 방 크기나 다른 설비는 모두 같다. 





목시 인사동의 더블룸은 익선동 한옥골목의 지붕이 내려다보이는 방이다. 즉 북향. 
만약 관광객이라면 한국의 옛동네에 왔다는 기분이 제대로 전달되는 방. 더블룸이라도 좀 더 고층을 배정받아야 이런 전망이 확보된다. 층이 낮으면(스탠더드룸) 역시 건너편 건물만 보인다고 함. 
트윈룸은 동향/서향으로 다른 뷰를 볼 수 있다.

익선동 한옥골목이 보이는 방향인 더블룸은 바로 앞 거리의 포장마차의 왁자한 소음이 늦은 밤까지 들리는 단점이 있다고 하는데, 이 날은 비바람이 심해 먹자골목이 제대로 운영이 안 되어서 수피리어룸 높이까지도 소음이 올라오는지는 '다행히' 체험하지 못했다.






으잉? 광각렌즈로 찍어서 벽이 휘어버림.
내가 저번에 묵은 트윈룸과 더블룸에는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 더블룸은 욕실 입구가 개방형이라는 단점이 있다. 물론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화장실 공간을 가르는 유리 미닫이문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침실쪽으로 오픈된 공간인 셈이라 소리는 다 넘어온다고...🙄
그래도 자동으로 물이 내려가는 변기가 있어, 비슷한 급의 호텔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편리함 제공✅






목시보다 상급의 호텔에서도 깜빡(?)하는 걸 본 디테일인데...
여기는 머리맡에 조명 조절, 파워 아웃렛이 침대 양쪽 모두에 준비되어 있다. 더블룸에서 이런 걸 한쪽에만 설치한 호텔을 종종 보는데, 그런 룸은 둘이 숙박할 때 불편하다. (단, 온도 조절기는 이 사진은 반대편쪽에만 설치되어 있기는 하다. 방 온도에 예민한 사람이 그쪽에 자면 될 듯 🧐)


저번에 목시에 왔을 때는 근처에 다른 일이 있어서 외출을 하느라 시간이 많지 않기도 했고, 코로나 사태 초기 거의 석달간 외부 활동을 최소화한 뒤의 첫 외출이어서 '경계를 풀지 않느라' 내 방에만 콕 박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는 그래도 목시 호텔의 특징인 2층 공용 공간에 다녀와 봄.






목시는 모바일 키를 이용한 비대면 체크인&아웃이 가능하다고 광고하는데, 사실 감염 전파 통제를 위해 공공시설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신원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한 요즘 시점에서 비대면 체크인까지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1층 key drop box에 키 키드 반납하는 것으로 비대면 체크아웃은 가능)

이번에는 모바일 키도 써봄. 블루투스 켜고 매리엇 앱에서 모바일 키 부분을 필요한 곳에 가져다 대면...






화면이 이렇게 바뀌면서 이곳저곳 출입이 가능해진다. 외출할 때마다 키 카드를 챙기지 않아도 방에 출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엘리베이터 등에서 방 번호 인식을 할 때는 잘 읽히지 않아서 효율성이 좀 떨어지기는 했다. 2층 공용 공간(Moxy pick-ups)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이 출입구에서 키를 사용해야 한다. (건너편에 운동 시설도 얼핏 보임)






목시는 '로컬 커뮤니티' 스타일의 호텔이라고 한다. 목시 인사동의 디자인을 맡은 분의 기사에서 읽은....
호텔에 모든 설비를 갖추기보다 시설을 최소화해서 호텔 비용을 줄이고, 관광객이 직접 지역 사회에 나가서 본인이 하고 싶은 걸 선택해서 누리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코로나 이후 조식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으나, 그래서 목시는 원래 조식을 샌드위치 등으로 간소하게 운영했고 조식당과 카페 등등을 겸하는 2층 공간은 외국의 시설 좋은 유스호스텔 같은 곳에서 보던 그 분위기. 





목시는 이런저런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지만
오픈 초기에 코로나에 직격을 맞기도 했고...
보통 제주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에 갈 때나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다같이 공용 공간을 나누는 것을 기대할 뿐, 
호텔에 오면서 이런 'social' 분위기를 기대하는 한국 사람은 별로 없는 듯 해서 여기는 늘 텅 비어 있다.

아마도 인사동이라는 위치상 외국인 관광객이 북적거린다면, 서로 정보 교환을 위해 매일 밤 다국적 만남의 장이 펼쳐질 곳이 되겠지만.







늘 커피와 차 등을 내려서 마실 수 있는 시설이 준비되어 있고, 자판기도 있어서 간편식을 사서 데워먹을 수 있다.
지하층에는 역시 호스텔처럼 세탁 공간과 라커 등이 준비되어 있다.

로컬 커뮤니티 스타일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바깥 카페에 가지 않아도 🙂 이곳에서 계속 커피나 차를 조달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해도 좋은 곳.






이것저것 새로운 개념으로 많이 준비해놓은 호텔인데 제대로 활용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고, 
'열린 사회'를 준비한 이 호텔을 내가 첫 방문에서는 '닫힌 마음'으로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말이 많던데, 이렇게 타인과 섞이는 공간은 앞으로도 계속 인기없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공용 공간은 전세계 목시의 공통 설계인데,
판데믹이 장기화하고,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전염병이 속출한다면....
브랜드 컨셉트를 바꿔야할 지도 모른다.😔



두번째 방문해보니 생각보다 설비가 꼼꼼했고 장점이 많았던 호텔.
이번에는 다행히 조용하게 머무를 수 있었지만
사실 층간 소음이나 옆방 소음에 취약한 호텔로,
방 배정의 운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옆방에 머무느냐, 야행성 손님이 늦은 밤 바로 위층에 입실하느냐...이런 것이 만족도에 꽤나 영향을 미친다.


또 하나는 현재 하우스키핑 인력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야간에 이런저런 민원 사항은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필요한 추가 물품이 있으면 16층 리셉션으로 직접 받으러 올라가야 하는데, 전화받을 시간도 없이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하고 있는 직원을 보니 안쓰러웠다.
'서비스가 부족하다'라는 생각 대신에 '다들 힘들구나. 코로나 시대의 여파인데 다들 같이 이 고비를 넘는 중이구나'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목시 인사동 건너편에는 5년 전/3년 전 생일 때 내가 묵었던 이비스 인사동이 보이는데, 밤에 최상층 5개 정도의 방에만 불이 켜진 게 보였다. 직원들 인건비는 제대로 나올지...

나도 걱정할 게 많은 인생이지만
다들 어렵게 이 시기를 넘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많이 들었던 종로의 하룻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