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의 함정

휴대폰에 웬 충청도권 번호가 찍혔다.
그냥 받아보니, 보험사 직원

"고객님, XX 카드 쓰시지요~
저희 XX생명에서 XX를 보장해드리십니다아~
그래서 저희가 전화를 드리셨구요~
고객님이 XX상황일 때 카드값을 저희가 내드리십니다아~~"


보통 무슨 신용카드 가입하면 공짜 보험이 따라온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여태까지 보험증서 한 장 딸랑 날아왔을 뿐이지, 전화로 가입 동의를 요구한 적은 없었다.
게다가 직원이 과도하게 경어를 아무데나 넣어서(심지어 본인을 계속 높이고 있었다!) 사용하는 말투는 매우 거슬렸다. 

그냥, 네,네, 동의해요. 그러구 끊으면 될 것도 같았지만
상황파악은 자세히 안 되었고, 자료를 보내준다기에, 자료를 읽고 동의하겠다고 했더니
그래도 계속 보장 내용 설명만 하고, 녹음하니까 대답만 하랜다.
공짜 대중교통 상해보험이야 흔하지만, 내가 사고로 카드대금을 지불 못 할 시에 보험사가 카드 대금을 내준다는 보험을 왜 신청도 안 했는데 가입시켜 주지?


결국은 그 쪽은 같은 내용을 너다섯번 설명하다가 화가 나서 끊었고,
나도 짜증이 났다.
콜센터 직원은 '뭐 이런 무식한 여자가 있나...백번 설명을 해도 못 알아들어.'이랬을 거 같다.

"저희가 얼굴을 보면서 하는게 아니니까 본인 확인이 필요하십니다~~"

나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묘한 톤을 가진 무차별적인 언어 포화를 맞자니 갑갑했다.
'대체 뭔 소리여??'


한편으로는 서글프다.
콜센터 직원이 얼마나 힘든지 방송에서 자주 봤다.
얼굴이 안 보이기 때문에 고객이 험악해지는 편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센터 직원들은 친절해야 하니 참아야만 한다.

어떤 사람이 XX 회사 콜센터에 항의전화를 하는 경우, 사실 잘못은 XX 회사에서 일을 하는 직원이 한 경우가 많은데, 고객은 다짜고짜 콜센터에서 전화받는 일만 하고 있는 직원에게 고함을 치는 경우도 많을 거다.
(사실 콜센터는 외부에 하청을 주는 일도 많다고 들었다. 글로벌 기업은 인도에 콜센터가 많은데 이것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도 잘 나와있다.)

나도 괜히 콜센터 직원에게 피해를 준 거 같다.
나는 반복되는 일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매일 수백 명에게 전화를 걸어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 그분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내용이 모호해서 이해가 안 가는 건 안 가는 거다.
쩝. 어쩔 수 없었다구.
 
그런데
얼굴이 보이지 않음. 또는 익명성.
이거 참 무서운 거다.
요즘은 인터넷 기사 자체보다도 댓글이 더 흥미있는 것 같은데,
세상 참 이상하게 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런 키보드 워리어가 그냥 일상에게 얼굴 마주 대하면 그냥 순하고 좋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 속마음이란...참 무서운 거니까.
예전에 나우누리가 있었을 때, 내가 다닌 대학교의 자유게시판과 익명게시판의 양상은 참으로 달랐다.
익명게시판의 글들은 너무 무서워서(?) 내 주위 학생들이 속으로는 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가...놀랍기만 했다. 
내 눈앞에 있는 밝게 웃는 한 사람과 키보드 앞에서 익명성을 내세워 험악한 말을 내뱉는 한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면
어느 것이 그 사람의 본모습일까?
 
난, 익명게시판의 험악한 모습이 본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처음으로 인천대교 통과








다리에 커브와 경사가 있기 때문에 독특한 느낌이 드는 인천대교.
처음으로 통과해봤다.

낮은 지점에서 시작해 중간 지점이 언덕처럼 올라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대교에서 이런저런 사고가 많이 나서, 통과할 때 뭔가 무서운 느낌이 있었다.









나의 안전을 위한 건데, 아무도 안전벨트를 하지 않으면 괜히 '내가 오바인가?'하고 위축되는 마음이 있다.
이번에도 눈치를 보다가 옆사람이 안전벨트를 하길래, 나도 했다.
앞으로는 눈치 보지 말고 꼭 해야지.

송도의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출발하는 이 버스를 타면 30여 분 걸려서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하지만 '공항버스'로만 이용되는 버스는 아니어서 그런지, 대형 짐을 들고 타면 승차 거부를 당할 수 있다고 한다.) 기본료는 1650원인데 송도에서 타고 인천공항에 내릴 때나 그 반대로 돌아올 때나 하차 시에 교통카드를 대면 500-600원 정도 더 찍힌다. 정류장 수는 한 두개 지만 거리 비례가 적용 되어 2000원이 넘어가는 듯.






내가 2개월 전 찍은 사진에서 조도를 낮추고, 색상을 보정하니 간신히 드러나는 인천대교의 실루엣(사진 한가운데).

완만한 경사를 이루면서 올라가는 다리 중심부와 뾰족한 기둥 두 개가 아주 살짝 보인다.
그러나 이 사진 속에서 이걸 알아보는 사람은 원래 인천대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 뿐일 것이다. ㅋㅋ




태국으로부터 받아본 유일한 우편물


 
약 4년 반 전에 있었던 일.
방콕의 호텔을 떠나 집에 돌아온 뒤에야
호텔 방에 태블릿 충전기를 두고 온 사실을 깨달았다.

호텔에 이메일을 보내보니, 내 충전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것까지는 다행이긴 한데,
호텔측에서 우편으로 부쳐줄테니, 그 비용 지불을 위해 신용카드의 앞뒷면을 모두 복사해서 팩스로 보내달랜다.


음....
내 신용카드의 모든 정보가 노출되는 건데 그래도 되는 건가??
하지만 태블릿용 정품 충전기는 너무 비싸고
달리 방도도 없어서
신용카드 앞뒷면을 복사해서 팩스로 보냈다.


(그 호텔에서 체크아웃 하기 전에, 체크인 하러 온 한국의 유명 인사를 흘낏 본 적이 있다
그 사람과 아는 사이라면 참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ㅎㅎㅎ
한국에 돌아올 때 내 충전기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으면 좋겠어서)






얼마 뒤, 소포로 무사히 도착.
카드 결제는 150바트 정도가 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우표를 보면 99바트다.

50바트는 수고비인가?
아무튼, 지금까지도
태국에서 받아본 유일한 우편물이다.





2011 Daegu World Championship in Athletics / Valerie Adams









2011년, 학과에서 당일치기로 갔던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여기저기 옮겨다니다가 (원래는 그러면 안 되지만...) 우연히 포착한 여자 투포환 발레리 아담스 선수가 기뻐하는 모습.
세계선수권 3번째 우승인데 왜 이렇게 처음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나...했더니 본인 최고 기록을 깨고 세계선수권 타이 기록을 세우면서 우승했기 때문이었다.



발레리 아담스 선수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2년 간격으로 벌어지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4연패했으며

베이징과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구에서 던진 21.24m가 현재까지도 본인 최고 기록이며, 여전히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사상 최고 기록(타이)이기도 하다.

이 종목은 신기하게 1980년대의 여자 선수 세계 기록/올림픽 기록이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는 부문으로, 그 기록 보유자들이 "소련", 동독 선수들이라 뭔가 다른 의심을 하게 한다....🙇  
 




주황색과 보라색 노을이 지는 대구 하늘.




혼자 있던 생일





혼자 조용히 보내는 생일을 좋아한다.
비행기 시간을 다르게 예약해서 엄마, 언니는 저녁에 먼저 서울로 돌아가고
나 혼자 보낼 수 있었던 생일 밤.
2011년.

방콕의 호텔이 원래 저렴하기도 하지만, 세일에 맞춰서 싸게 예약하고 업그레이드 받은 suite.
23평의 면적에 혼자 있으니 ....
흐흐흐.

방콕 넓은 방에 혼자 방콕.
이런 날이 또 있으려나.






미리 말하지 않았지만 회원 기록을 봤는지, 외출했다 들어오니 호텔 측에서 준비해 놓음






















참... 밤에 혼자 수영도 했구나.
pool side에서 수영은 안 하고 친구랑 술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틈에서
나 혼자 좀 초라하긴 했다 :)





스카이트레인(BTS) 역과 정말 가까운 vie hotel.
수영장이 매우 작지만 특이하다.


낯선 순간을 내 소유로





여행 같이 다니면서
사진을 너무 많이 찍는 사람을 불편해하기도 했고,
나도 관광지를 배경으로 내 얼굴이 들어간 사진 자체를 많이 찍는 편은 아니다.

여태까지 여행 중에 가장 좋았던 여행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2004년 미국 동부 여행은 정말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없다. 마지막날 밤, 나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데려간 친구가 "정말 안 찍을 거예요?" 하면서 거기에서 1회용 카메라(요즘엔 멸종된)를 사서 그 전망대에서 찍어준, 배경이 까만 밤하늘일 뿐인 사진 대여섯 장이 전부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엔 가장 행복했던 여행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2006년 약 4주 간의 미국 여행에서 내 디카에 남은 사진은 총 10장 정도였다. ㅎㅎ


좀 더 디카가 작고 가벼워 편해지고... 폰에 천만 화소 카메라가 들어가는 요즘,
그래도 아래 같은 생뚱맞은 사진이라도 남겨놓지 않았다면
그날의 그 느낌, 그 분위기를 어떻게 다시 기억할까 싶다.


'세상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순간부터 사진이 이렇게 많은 사람은....여행 중에 카메라 렌즈에서 눈을 떼고 자기 눈으로 세상을 담은 시간은 대체 몇 분인 거야?'


이렇게 생각하며 남들의 블로그를 보지만,
사실 그런 블로그에서 힌트가 되는 정보를 많이 얻는 것도 사실이고
나도 자주 옛 사진을 돌아보며
그 순간의 감정을 기억해내곤 한다.

'자기 눈으로 자기 머리 속에 담아오는 게 여행이지...'
이렇게 내가 말하는 것은 어떤 '쿨'해보이려는 강박의 한 종류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본인도 사진에 많이 의존하면서..







한국 사람은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엘리베이터에 익숙해서
저렇게 문을 손으로 열고 들어가서 천천히 움직이는 유럽/미국식(?) 엘리베이터를 보면 신기한 느낌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호스텔,
밤 9시에 도착했는데 의외로 모든 룸메이트가 잠을 청하고 있어 고요했던 도미토리룸을 빠져나와, 혼자 이런 사진이라도 찍고 돌아다니지 않았다면
그날의 느낌이 많이 사라졌을 것이다.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으면
죄다 흔들리게 찍히는 이 카메라에 대한 기억도.






the rink - 센트럴 월드 방콕




열대 지방에서 즐기는 아이스 링크.

사실은 얼음 비슷한 효과를 내는 소재로 바닥을 만들어놓은 것.
방콕 시내 중심부 Central World에서 이세탄 백화점 쪽에 위치해있다.

최근 정보를 찾아보니, 바닥이 반딱반딱해보여서 '실제로 얼음 깔았나?' 했더니 사람들이 여름옷에 장갑도 안 끼고 타는 걸로 봐선 여전히 같은 소재인 듯 하다.



열대 지방에서도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고 싶은 듯한 꼬마 소녀가 열심히 연습하는 것도 찍어봤다^^





열대 지방이라 아이스링크에 대한 로망(?)이 있나보다.
Ikea등이 모여 있는 방나 지역에도 sub-zero라는 아이스링크가 있었다.
이곳 역시 진짜 빙판은 아니다.




처음 사본 쿠션



나는 꾸며할 '내 집'이 없기 때문에
쿠션같은 것을 사본 적이 없다.


계절이 바뀐 기념으로
엄마 선물(?)로 봄-여름 커튼을 사러 갔다가(전에 같이 ikea에 갔을 때 그 커튼을 상당히 맘에 들어하셨는데 그땐 재고가 없었다) 자꾸 쿠션도 눈에 들어옴.

현재 쿠션 커버 2+1 행사 중이지만
이 제품은 쿠션 커버만 파는 게 아니라, 쿠션 내장재까지 한 번에 파는 제품이라 행사 대상이 아니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집어왔는데

집에 가져다놓으니 확실히 예쁘다.

처음에는 도톰하지만 몇 번 등에 대고 앉아있으면 거의 방석 두께만큼 푹 꺼지는데
내부는 오리 깃털 100%로 되어있다.
내부에서 특유의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오리털이 맞긴 한 모양.
 
 
나는 여태까지 홍콩, 방콕, 런던에서 ikea에 가 보았는데...
그 나라에서 파는 가격을 알아보면....
 
홍콩에선 $199.9 홍콩 달러(약 27,795원)
태국에선 790바트 (약 27,750원)
영국에선 15파운드 (약 24,830원, Brexit 이후 환율로는 22,770원)파는 제품.
 
나름 한국에서 싸게 나온 제품이라 다행이네.
외국에서 싸게 파는 걸 한국에서 비싸게 사면 기분 나쁘잖아 ^^;;
 
 
이 쿠션은 2014년에도 16.99유로(22,600원)에 샀다는 글이 있을 정도로 출시된 지 꽤 된 제품이라 앞으로도 계속 생산될 것 같던데... 
지금은 한국에 재고가 별로 없지만, 다시 수천 개 왕창 들여와서 1+1 행사하는 일은 없기를 ㅋㅋㅋ
이런 글로벌 기업에서 전세계에 팔아치우는 제품을 이제 나만 가졌으면 하는 이 심보는 뭐지???








 
  흐흐. 커튼도 바꾸어 다니, 우리집 안 같고 예쁘구나 :)




방콕 Lebua at State tower - 2011







22층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전경.
리버뷰라고 약간 더 비용을 지불하고 예약했지만, 앞쪽 Centre point Silom 호텔 건물이 가려서
차오프라야강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는다.
30층 이상에는 배정받았어야 리버뷰였을 듯.

아래는 실내 사진 몇몇 장.
모든 객실이 스위트 형식으로 되어 있다.




여기저기 거울이 많아서 외출 준비할 때 좋았던 호텔




2011년 당시에 짓고 있던 아래 고층 건물은 지금은 완공.
방콕에서 현재는 두번째로 높은 건물이지만, 곧 세번째로 밀리게 된다. 







영영 흉물스럽게 남을, 공사 중단 건물도 시야를 가리고 있다.




비슷한 위치이지만, 63층 Sirocco에서 보면 이렇게 강이 건물에 의해 가려지지 않고 다 보인다.





SK 와이번스 인천 문학야구장





광주나 대구에 새로운 야구장이 지어지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가장 혁신적이었던 인천 문학 야구장.

고기를 구워먹는 삼겹살zone, 그냥 잔디밭에 앉아서 야구를 보는 외야석 등
당시에는 가장 좋은 환경을 자랑했던 곳.

2011년 6월
80만 화소의 아이패드로 찍은 덕분에
인물 식별이 불가능해, 모자이크 처리 안 해도 될 듯 하다.ㅋㅋ





















모르는 새에 이루어진다





아이패드에 저장된 수많은 사진을 좀 정리하려고 초창기 사진 앨범으로 거슬러 올라가 봤다.






내 아이패드는 동생이 선물해준 것으로, 초기에는 동생도 가끔 가지고 다녔었다.
걔가 어디서 다운로드 받아놓았는지, 배경화면용인지, 언제부턴가 앨범에 위 사진과 함께 몇몇 도시 야경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
그게 5년 전. 


이런 뷰는 그냥 사진 속에서나 보는 것이고, 전망대에 올라가서 그저 몇 십분 동안 눈에 담아오는 풍경인 줄 알았는데,
저런 뷰를 가진 호텔에 하루 묵는 날이 내 인생에 오리라는 것은 생각 못 해봤다.
그랬구나.






당시에 허리케인은 노스 캐롤라이나를 강타했지만, 뉴욕까지도 비바람이 불었다.
그래서 이 정도 밖에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지만...







이제야 그래도 행운이었다는 것은 알겠다.
뉴욕의 10월은 호텔비가 가장 비싼 달에 속하지만, 이 비바람 때문인지 가격이 많이 내려가서 금요일 숙박이 가능했으니...


언젠가 도쿄 도청 전망대(공짜!)에 올라가서도
그 전망보다, 사진 속에 나온 건물에 있는 파크 하이야트 도쿄가 더 눈에 들어왔었다.
굳이 전망대라고 찾아 올라오지 않아도, 내 방 창 밖이 절경인 그 곳이 부러워서.



東京





한때 희미하게 품었던 생각이 어느새 이루어져 있는 걸 보면
그래도 감사해야 할 인생.




열등감


열등감이 드러날 때의 특징은 '상대방이 묻기도 전에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정작 상대방은 눈치도 못 챘는데,
왜 자신이 뭔가를 하지 못했는지, 왜 무엇을 하려다 말았는지, 왜 그것을 가지지 못했는지
상대방에게 먼저 알려준다.

천안 아비시니아 커피





천안에서 카페를 하는 친구가 보내준 선물





요렇게 커피를 내려먹으면 되어서 편하다.







친구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대륙에 걸쳐 아주 다양한 커피를 보내줬는데...
오늘은
약간 쓰고 깊은 향과 함께 텁텁한 것 같은 콜롬비아 커피를 마셨다.

무엇보다
마약 탄 듯이, 이 커피를 마시고 나니 모든 일이 잘 될 것 같고 기분이 좋아진다.
'콜롬비아'라는 편견 때문인가 :)




16년 된 손목 시계




99년 가을에 구입했던 스와치 손목 시계.
밴드가 신축성 있게 늘어나는 형식이라, 착용도 간편하고
오래 되어 투명 플라스틱 부분이 누렇게 변했지만 얼마 전까지도 "어, 언니 시계 예쁘다!" 라는 소리를 듣던 늙은 시계.







중간에 몇 년간 건전지가 수명을 다해 멎은 상태로 내버려 두기도 해서 만 16년을 내내 함께 한 것은 아니지만
착용의 편리성 때문에 몇 년전부터 다시금 애용하는 시계다.
특히, 금속 물건을 모두 빼놓아야 하는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때 편해서 좋다.
그래서 여행갈 때도 자주 동반.


그러다가...
남들에게 뭐라 말하기도 부끄러운(?) 어떤 사태 때문에 이 시계와 16년 반 만에 작별할 뻔 했다.


어떤 비빔라면을 먹다가 소스가 맛있어서 다음에 다른 곳에 이용할 생각으로 책상 위 소지품 박스에 잠깐 넣어두었다. 그런데 그 소스가 흘러내리면서 그 박스 안 물체들을 덮쳤다.
다른 것은 다 닦으면 되니 괜찮은데, 뜨아아악...
소스 안에 이 시계가 풍덩 빠져 있었다.

물티슈로 여러 번 닦다가, 결국은 세면대에서 흐르는 물로 씻어냈다. 생활 방수정도는 되니까.
하지만 결국 뒷면에 건전지가 들어가는 부분 틈새에는 붉으죽죽한 흔적이 남았다.
이 소스들이 그 부분을 통해 시계 내부로 흘러들어갈까봐 걱정 되었다.

하지만 시계는 잘 간다. 그래도 내부 청소를 한 번 했으면 좋겠는데, 그냥 집에서는 전지를 빼낼 수 없기 때문에 스와치 판매처에 가봐야 한다.


디큐브 현대백화점 가는 길에 시계 매장에 들러봤더니, 스와치는 없댄다.
시계가 다 비슷하겠지 뭐 하고선, 염치 불고하고... "저기....시계를 고추장 소스에 빠트려서..."하고 시계 뒷면을 보여줬더니, 스와치 시계의 전지 부분을 여는 도구는 따로 있다고 한다. 영등포 백화점에 가보라고 조언해준다.
(# 나도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염치 불고'가 맞는 표현이라고 한다. 염치 불구...라고 썼다가 고침)


며칠 뒤, 영등포 신세계에 갔다가 A관 지하2층에서 어렵게 스와치 매장을 찾았다. ( 2016년 기준, B관으로 가는 통로 근처에 있음). 직원도 전지를 빼내 보곤, "어이구~~" 하더니 내부를 닦아 준다.






"아, 그런데 시계가 안 가는데요."
"네? 잘 갔는데.... 아까 오후 3시 정도까지 확인했는데??"
"이미 내부 단자가 상해서..."
"아 그런가요 ㅠ.ㅠ"
"수리 안 되는 거 아시죠? 대신에 스와치 옛 시계를 가지고 오시고 스와치를 새로 구입하시면 10% 할인을 해드립니다."
"네......"


황망하게 매장을 빠져나왔다.
허허
무슨 라면 소스 재활용하겠다고 16년 아껴온 시계를 망가지게 하다니...

백화점 밖으로 나와서 전지 부분을 꾸욱 눌러봤다.
이렇게 헤어지다니....


엥?
그런데 시계 잘 간다.
직원이 고추장에 물든 내부 상태를 보고 작동이 안 될 것이라 지레 판단하고는 대충 전지를 끼워줬나 보다.



생각보다 생명력이 길구나...스와치.
다시 돌아와서 다행이야.
앞으로는 좀 더 아껴줄게.


내 성격상 분명히 집 어딘가에는 보증서가 들어있는 박스도 있어서 자세한 이름을 알 수 있을 텐데, 일단 시계만 확대해서 보면 이런 번호가 있다. 하지만 고유 모델명은 아닌 듯? AG1997하면 굉장히 여러 시계가 검색되어 나온다.


아줌마가 된 증거





버스에서 내려서 갈아탈 다음 버스를 알아보려고 노선도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아가씨, 이거 떨어트렸어요"
"아, 감사합니다~"


상의 주머니에 아주 작은 핸드로션이 들어있었는데, 버스에서 내리다가 떨어트렸나 보다.

나에게 로션을 건네 준 분이 지나가시고...
문득, '아가씨'라는 호칭을 정말 오랜만에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옷보다는 얼굴을 보고 나이를 판단하겠지만
오늘 입었던 그 옷은 내 생각에 절대 '아줌마'가 입지 않는 옷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옷을 입고 외출할 때마다 유난히  "자녀 학습지 상담하고 가세요~" "어머님~ 과일 보고 가세요" 라며 붙잡혀서 의아했던 옷이다.
(난 자녀도 없고, 누군가의 어머님도 아니다ㅠ.ㅠ)
이 옷을 입고 오늘 처음으로 '아가씨' 라는 호칭을 들어봤다.


이런 호칭에 예민해진 걸 보니
이게 바로 아줌마가 된 증거.





향수



우리집 '여성'들 중에 나만 유일하게 향수를 좋아한다.

예전에는 외출할 때만 뿌렸는데
요즘은 그냥 집에 있어도 뿌린다.
좋은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런데 문제는
본인의 향이 얼마나 독한지를 본인은 잘 인식을 못한다는 거다.

집에서도 가끔 뿌리고
끌리는 게 있으면 다른 것도 또 겹쳐서 뿌리고 그러는데

남들 맡기에는 요상한 향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나는 알기 어렵다.



Exibition road, London





Exibition road, London을 지나면서 찍은 사진들.
시간 여유가 없어서 이 사진 속 Victoria & Albert museum을 들어가보진 못 했다.
사실 이 시간은 개장 전인 아침이기도 했고.




더위를 이기고 돌아온 '옛 나달'






어느 7월,
32-33도를 오르내리던 구미의 테니스장에 관람을 갔다가
이런 날씨에는 관중석에 앉아있기도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
물에 적신 수건을 목 뒤에 두르고 관중석에 잠시 앉아 있다가, 이내 못 견디고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로 돌아오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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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하게 낮 12시부터 33도로 달아오른 2016년 3월의 인디언 웰스.
나달과 니시코리의 8강전이 열렸다.
이런 기온에는 관중석에 앉아 있기도 힘든데, 공을 쫓아 뛰어다니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달과 니시코리의 상대 전적은 7:1이지만
2014년 호주오픈에서 7-6, 7-5, 7-6의 간담 서늘한 경기를 한 뒤로는 스트로크에서 절대로 니시코리가 밀리지 않는 상태이고, 마침내 2015년 캐나다 마스터스 8강전에서 니시코리가 6-2, 6-4로 손쉽게 對나달 첫 승리를 거둔 뒤, 처음으로 다시 만나는 경기다.

현재 나달은 랭킹 5위, 니시코리는 6위이지만
최근의 실력은 니시코리가 살짝 우위가 아닌가 싶어서 보기가 걱정스러웠다.

하루 전 16강전에서 18세 신예 즈베레프를 만나서 매치 포인트까지 몰렸다가 대역전극을 펼치고 올라온 나달은 자신감을 회복한 듯 경기를 잘 주도해나갔고, 니시코리는 더위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상과는 다르게 1시간 반만에 나달이 6-4, 6-3으로 승리.
아무리 니시코리가 더위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지만, 정말 나달의 이런 시원시원한 경기는 오랜만에 본다. 그리고 라인 안에 똑 떨어지는 다운더라인도 정말 오랜만에 본다. 백핸드 에러가 적었던 것도 좋았다.


경기 스코어는 간단해 보이지만 서로 브레이크가 여러 번 나왔다. 최근 1-2년간 나달이 절절 매는 경기를 많이 봐서..... 브레이크를 당하더라도 곧바로 자신도 브레이크를 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나달의 모습은 생소하기까지 했다. ㅠ.ㅠ 대체 얼마만에 보는 경기력인지...2015년 이후 top 10 이내의 선수를 꺾은 것은 정말 손가락에 (아마도 한 손가락?) 꼽는데... 랭킹 6위를 상대로 이 정도 해낸 것은 진짜 얼마만인지...
사실, '어째 지금 랭킹 5위를 하고 있는 건지??'..하는 신기한 경기력을 보여줄 때도 많았었는데...






간만에 밝은 모습.
16강전에서 신예의 패기에 질질 끌려가지 않고, 마침내 극복해낸 것이
자신감을 되찾는데 큰 역할을 한 듯 하다.


작년 8월 이후로 우승 기록이 없는 나달;;;;
워낙 어릴 때부터 잘 해서 데뷔 초기 승률 깎아먹는 시기가 없어서 [커리어 승률]만큼은 최고 기록으로 남기고 은퇴할 줄 알았는데,  2015년부터 승률을 집중적으로 깎아먹기 시작해서 이젠 승률도 조코비치한테 밀리는 구나....


4강전 상대는 더 어려운 상대가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도 4강전에서 좋은 모습 보이고 결승전에서 완전 망하는 바람에
이런 성급한 포스팅하기도 좀 그렇지만...
그래도 간만에 새벽 4시에 일어나 지켜 본 경기가 기분 좋게 끝나서 한 번 써본다.



 BY JON WERTHEIM (si.com)이 남긴 말.... 

"Speaking of, I am impressed by Nadal. His tennis has been a mix of terrific and tentative. Sometimes he looks like the Mt. Rushmore player he is; other times he looks like the guy who’s retreated (literally and figuratively) from the top. But he’s walking around with smile, speaking openly, and not looking like a guy who’s plotting an exit strategy."





라오니치 -고팡 동갑내기 대결




2015년 초 내 블로그에, 나달의 그랜드 슬램 도전 기록을 정리하면서 나달의 남달랐던 성취 속도에 비교 대상으로 썼던 라오니치와 고팡. (비교해서 미안)







라오니치와 고팡은 이제 만 25세가 되었고, 사이좋게 10위권 중반대를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라오니치가 한때 본인 최고 랭킹 4위 기록, 그랜드 슬램 대회 4강에 두 번 오르면서 실적이 훨씬 좋기는 하다. 성실함과 꾸준함의 상징같은 이들이 2016 인디언 웰스 남자 단식 4강전에서 맞붙는다.



data from ATP word tour/2016년 3월 랭킹. 14~18위. 동그라미 친 '25'는 나이를 뜻한다.


라오니치는 작년에 나달을 꺾고 이 대회 4강에 올랐었기 때문에 이번에 4강에 오른 것으로 랭킹 포인트 변화는 없다. 4강전에서 승리하고 결승에 가서 우승할 경우,다시 top 10 진입이 가능해보인다.

작년 인디언 웰스에 불참했었던 고팡은 이번에 그대로 점수를 벌 수 있다. 지금 점수만으로도 15위로 상승이 확정되었으며, 만약 결승에 올라가면 최소 13위를 확보해서 본인의 최고 랭킹 기록 경신이 가능하다. 

둘다 동기 부여는 확실해서 최고의 경기를 보여줄 듯.






태어난 날이 20일 밖에 차이나지 않아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 선수들은 프로 생활 8년 넘는 동안 의외로 서로 만난 적이 거의 없다. 2014년에 바젤 8강에서 붙어서 고팡이 승리한 기록이 있다. 라오니치가 현재까지 우승한 8개 대회 중 5개 타이틀이 인도어 하드 경기인데, 인도어 하드의 강자 라오니치를 인도어에서 꺾을 정도면 고팡의 실력도 만만치 않은 셈.


 누가 승리할지 기대되는 90년생들의 4강전.

고팡이 서로 3번 경기할 동안 대부분 세트를 타이브레이크까지 가서 힘들게 가서 싸우고도 계속 패배해왔던 바브린카를 이번 16강전에서 꺾는 등 기세가 좋기 때문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무실세트로 쉽게 올라온 라오니치가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