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ossible is nothing

 
 
 
센터코트나 코트1에서 윔블던 경기를 보는 표를 얻기 위해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는 사람들.
 

대회가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센터코트 관중석에 유명 인사들이 등장하는 것을 자주 보는데
그렇게 초청을 받거나 쉽게 표를 구해 센터코트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인생의 성공일 것이다.
차마 혼자 밤을 샐 용기는 나지 않았고, 2014년에 허리 끊어지는 고통을 감내하며 ground pass를 위해 5시간 줄을 서보고 나서, 언젠가는 센터코트에 그냥 들어갈 수 있는 성공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보니,
함께 나이 들어 저렇게 취미를 같이 즐길 상대가 남아 있고 체력과 열정이 남아 있는 것도 크나큰 인생의 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나와 취미,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이 생의 마지막까지 함께 한다는 것.
"야, 이 노친네야, 이 나이 되어서까지 내가 길바닥에서 이래야겠냐? 너 혼자 가라."라는 반응이 나온다면 우울하겠지.
 
5시간 줄을 선 것을 생각하다가 '어휴, 아무리 좋은 추억이 됐다지만 그 짓을 한 살이라도 더 늙기 전에 했던 것이 다행이다.' 라고 잠깐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이 어디 따로 있을까.
 
 

그냥 둘다 좋아하면 안돼?





스리랑카말로, "나는 로날도 ㅣ 그는 메시"라고 써져 있다 :)
한국같은 경우에도 포르투갈 경기가 있는 날에도 메시 비교 타령, 아르헨티나 경기가 있는 날에도 호날두 타령에 지겨울 정도인데
팬들이 이렇게 반반 나눠져 양립할 수 없는 사이인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가보다.

테니스도 이번 2018 롤랑 가로스에서는 나달만 경기를 했지만 집에서 쉬고 있는 페더러까지 매일 꾸준히 불려나와 나달과 비교를 당해야 했다. 두 선수 모두 좋아하는 온건한 팬들도 많지만 정말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 극렬 팬들도 많다.


2018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아르헨티나가 나란히 16강에 진출한 상태인데, 두 나라 모두 승리를 거둘 경우, 8강에서 드디어 만나게 된다.
두 선수의 한국 극렬팬들은 8강에서 만나서 "메호대전(Me-Ro大戰)"을 이제 결판내자고 벼르고 있지만...글쎄 두 나라가 일단 16강전에서 승리를 하려나??

그리고 혹시나 메호대전이 성사되어 결판이 나더라도, 결국은 또다른 이유를 다시 들어가며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의 우위를 계속 주장할 것이다. 😆 여태까지 봐온 바에 의하면. 어차피 끝이 안 나는 싸움.


스포츠에 흥미를 더해주는 한 단면이기는 하지만
너무 과하게 선호 선수를 추켜세우거나 상대방을 깎아내리면
글을 읽다가도 짜증이 나게 만드는 rivalry.
이번 월드컵에서 드디어 결판이 나려나? 🏆⚽


  

still remember





"I'm still remember your gift for my attendance (pen and pencil case)."



스리랑카를 떠난 후 연락이 지속된 제자도 있지만
페이스북이나 이메일 등으로 연결되지 못해서 연락이 끊긴 제자도 있다.

8-9년 만에 페이스북으로 서로 연락이 되어 제자와 채팅을 하던 중에 위와 같은 내용을 받았다. 문법적으로는 서툴지만 무슨 내용인지 당연히 알 수 있다.

나는 어느새 잊고 있던 기억.
하지만 받은 사람은 기억하고 있었구나.



선생님을 하다 보면 어느새 우등생에게 신경이 쏠려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편애 혹은 차별 대우를 하는 것을 보고, 절대 공평한 사람이 되어야지...하고 결심했지만,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결국은 한국어가 좀 더 잘 통하고 빠릿빠릿 잘 알아듣는 학생과 더 친해지게 마련이다.

우등생에게 모든 혜택이 집중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던 나는, 우등생 말고 성실한 학생도 어떻게든 칭찬하기 위해 아마 '출석상'을 주어야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다. 아주 어슴푸레 기억이 난다.
아니면,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해갔는데 비가 많이 온다고 학교에 안 오던 학생들 때문에 상심했던 기억 등등 때문에 어떤 상황 하에서도 출석을 꿋꿋이 하던 학생들이 더 예뻐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뭔가 사주고 싶었는지도.
우등생들은 하나같이 자기 잘난 것을 알아서 수업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스리랑카에서 굉장히 유명한, 천연 염료로 염색한 천으로 만든 제품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그 가게에 가서 작은 파우치 몇 개를 사서 출석상을 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위 학생은 pencil case라고 했지만 내 기억으로는 아마 더 작은 파우치를 사준 것 같다.


아니면.... 나도 학생에게 줄 선물로 작은 천 파우치를 산 것도 확실히 기억하는데, 당시에 내가 다른 두 학년을 가르치고 있었으므로... '필통'이라는 이 학생의 기억도 맞는 거라면 그때 한국에서 의사인 친구가, 제약회사 제공 각종 판촉제품을 모아서 나에게 보내준 적이 있었는데 그 중에 있던 필통을 선물로 줬나 싶기도 하다.






내가 잊은 나의 행동을 누군가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매사 정말 신중히 행동해야함을 알려준다.
솔직히 약간은 두렵기도.


아스라한 기억들.

싫어하는 단어



누구나 맞춤법에 완벽하지 않다.
나도 늘 신경 쓰지만, 띄어쓰기 포함 완벽한 맞춤법을 구사하지는 못한다.
아마도 이 블로그에도 어마어마한 실수들이 널려있을 것이다.

그래도,
맞춤법 실수나 오타를 포함해서, 관용적인 표현이나 구어체 말투 중에서
글로 쓴 게 보일 경우 손발이 간질간질하게 싫은 표현들이 있다.

정성껏 쓴 글에도 아래 표현 중 하나가 들어가면, 그 글의 신뢰도가 떨어져보인다.
물론 순수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호텔에 묶다, 공항에서 짐을 붙이다



묵다. 부치다에 비해서 타수가 더 늘어나고 더 귀찮아지기 때문에 절대 오타로 볼 수도 없이, 단어 자체를 잘못 알고 있는 경우에 해당.


*그냥 연어라고 쓰면 될 것을 새먼도 아닌 꼭 '살몬'이라고 쓰는 것 (스페인에서 salmón을 먹고 쓴 거라면 인정). '큰 그림을 그렸구나' 하면 될 것을 빅 '피'처라고 쓰는 것. 의외로 빅픽처를 빅피처라고 쓰는 사람 많다. 

*포르투칼, (target)이라고 쓰고 발음도 그렇게 하는 것

* "ㅇㅇ감"의 남발. 
컬러감, 영양감, "호텔에서 역까지 거리감이 좀 있는 편" ,  "쉬머감(shimmer) 있죠" ,"숏한 길이감" 이라는 표현까지 봄.

*굉장히 진지하고 지적인 글인데, '안'과 '않'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갑자기 신뢰도가 뚝 떨어진다. (예시: 그러면 않됩니다) 바꼈다, 사겼다, 쉽상😒도 마찬가지.

* 쨌든, 차피, 무튼  ( '어쨌든, 어차피, 아무튼'을 "부러" 줄여 쓰는 것)



잡지에 등장하는 '부러'
오/탈자라기 보다는, 에디터가 평소 습관대로 쓴 것을 교정이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본다.




*crazy 의미로 "美친"이라고 쓰는 기사 제목들. 그냥 '미쳤다'라고 쓰면 상스러울까봐(??) 그러는 것 같은데, 
美친이 더 이상함.

*갭차이(누군가는 이것이 '문화컬처' '전설의 레전드' 같은 언어유희라고 하는데, 실제로 쓰는 경우를 보면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 콘센트(전기), 버진 로드, 퍼스널 컬러 -  영어가 아닌 사실상 일본어. 
방송국에서 쓰는 '텐션'도 일본 영향으로 이상하게 뜻이 변형되어 쓰이는 단어. 

* 진행
안 써도 되는데 동사 '진행'을 추가시킨 문장. 그 문장이 포함되면 글이 전체적으로 저렴해 보인다. (물론 순수 내 의견)
예: 상품권으로 예약을 진행했는데요 -> '진행'을 쓰지 않아도 의미가 통함.
그쪽에서 PCR검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 역시 '진행'이 없어도 됨.






%%이제는 식상한 표현


* 긴 비행에서 끝도 없는 기내식을 먹으며 '사육' 당한다고 하는 것


* 먹을 때 '흡입'한다고 하는 것


* 정말 태깅을 하려는 목적 외에 의미없이 #해시태그와 함께 뭔가를 쓰는 것도 조만간 촌스러워 보일 듯.

* 어벤저스라는 영화 때문에 단어의 의미가 확대된 것은 이해할 수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avenge는 "정의의 실현 차원에서의 보복/복수"를 의미하는 단어인데, 뭔가 '드림팀'같은 의미로 뭐든지 갖다붙여서 모벤저스, X벤저스 등등....남용하는 것은 유치해보인다.





여자들의 시간

등록일시2015.06.25 01:06


여자 많은 직장이 다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한동안 여자가 많은 직장을 다녔었는데
그곳은 출근 전후 10분 동안 한 명 한 명 사무실에 등장할 때마다 꼭 서로를 칭찬하는 시간이 있었다.
 

"어머, 그 치마 이쁘다. 어디서 샀어?"
"오와, 오늘 화장 잘 됐네, 그 립스틱 색깔 예뻐. 어디 꺼야?"
"짱! 자기 오늘 무슨 일 있어? 옷 넘 이쁘게 입은 거 아냐?"
 

어쩜 그렇게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매일매일 칭찬을 할 수 있는지 신기했다.
사실 출근 시간 5분 후 뿐만 아니라, 여자들이 만나면 이 '외모 칭찬'은 대부분 하고 넘어가는 통과 의례이기도 하다.
남자들이 상당히 신기하게 생각한다는 바로 그 여자들의 시간.
 

최근에 한 친구의 사진을 둘러 싸고 다른 친구들이 그 친구 앞에서 막 칭찬하는 모습을 보고, 그 사진을 번갈아 보자니
내 사진을 보고 친구들이 아주 가아끔~ 예쁘다고 해준 말도 믿어서는 안되는 거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하나도 좋지 않은 날에도 "좋은 아침~!"하고 지나가는 것 같은 그냥 인사말 :)
 
 
      

 

empathy




공감능력, 공감능력, 말들은 많지만
결국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남의 입장을 이해해보기란 너무 어렵다.
결국 직접 겪어야, 가장 힘든 사람의 입장의 바닥까지 알게 되는 것 아닐까 한다.

내가 친구들 중에 가장 돈을 못 버는 데다가, 아직은 결혼중심사회인 한국에서 미혼으로 남은 탓에 꽤나 신경쓰이는 일이 하나 생겼다.
결국 그냥 눈을 질끈 감고 넘겼다.


아무에게도 말도 못하지만...
아마도 내가 척척 돈을 잘 버는 사람에다가 기혼자였으면, 나조차도
'그 나이에 돈 한 푼 없는 니 잘못' , '이 집단에서 결혼을 못한 사람이 더 소수이니, 니가 다수에 맞춰라'라고
쉽게 생각했을지 모르는 일.


그래서 뛰어난 운동선수는 훌륭한 감독이 되기 어렵고 (나는 이렇게 쉬운 게 쟤는 왜 안 되지?)
상류층에서 곱게 자란 지도자는 민생을 골고루 돌보기가 어려운가보다.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사려깊게 남을 배려하기한 너무너무 어려운 일이라서...


1년 전에 어떤 계기로...
나 혼자 돈 없이 유유자적 사는 것은 좋지만, 결국 돈 없는 사람은 타인에게 상당히 민폐가 된다는 것도 실감하며 착잡한 적이 있었는데, 1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이러고 살고 있다.

언젠가는
이렇게 백원 이백원 아끼고 남에게 많이 베풀지 못하면서 나에게만 투자(?)하며 살아봤던 이 날들이
남을 이해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는 시간이 오기를 바라면서.




approving smile





테니스 중계를 볼 때도 느끼는 거지만
우연히 테니스 경기장에서 가족/코치석 근처에 앉을 일이 있다면
테니스 선수들이 경기 중에 얼마나 자주 가족/코치를 바라보는지 잘 알 수 있다.







2014년에 아시안게임 테니스 경기를 보러갔을 때
자리에 앉고 보니, 대만 선수 루옌쉰의 형이 바로 앞에 있었다. (하얀색 상의)
물론 이 '형님'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내가 2012년 서울 챌린저 대회 자원봉사할 때 이 사람이 휴대폰을 차에 놓고 내리는 등 몇 번 사고를 친 적이 있어서 잘 기억한다.


경기 중계 화면을 봐도 선수들이 자주 player's box(코치, 가족 등이 앉는)를 쳐다본다는 것을 느꼈지만, 선수 가족 근처에 앉으니 TV 중계에 잡히는 것보다도 더 자주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그대로 툭하면 쳐다봄.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 동생"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가족/코치석만 쳐다봐서
'아니, 가족 보여주려고 경기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 것도 사실😈.


프로 선수는 fan들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선수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빛이라든지, 격려에
더 힘을 얻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God of Roland Garros




코트 위의 악동이"었"다는 존 매켄로.
나와는 세대가 너무 달라서 사실 그의 '기행'은 잘 아는 바가 없다.
몇몇 전설로 전해내려오는 코트 위 행동에 대한 자료 영상은 본 적이 있지만
사실 실감은 안 났다.


하지만 이 분이 유로스포트에서 녹화해서 내보내는
반 장난 스타일의 '(self-appointed) the commissioner of tennis' 코너를 보니
진짜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은 이 분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작가가 적어준 대로 연기하는 거겠지만, 이 내용을 소화할 인물은 진짜 이 사람 뿐?!?!


라파 나달이 "비까지 제어하는"(??) 신기를 보여준 8강전 이후에 녹화된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




롤랑 가로스 라커룸에서 도난이 잦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면서 그가 읽어주는 내용.

"마르코 체키나토의 더플백이 없어졌다. 그런데 그 가방 안에는 5만 달러 현금이 들어있었다는 설이 있다."
(match-fixing 혐의로 조사 받았던 체키나토가 여전히 베팅으로 돈을 모은다는 장난 😈)


"12세 아동용 롤랑 가로스 티셔츠가 디에고 슈와르츠만 라커에서 사라졌다."
(장신 테니스 선수들 사이에서 키가 170cm 정도인 슈와르츠만을 놀리는 거라, 사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을" 수 있지만, 매켄로니까(?) 할 수 있는 말. "슈와르츠만이 벌써 애가 있는 줄은 몰랐네?"라고 덧붙임)


"나달은 없어진 것은 없지만 자기 속옷 쌓아놓은 위치가 2mm 이동해 있었다고 신고했다."
(평소에 루틴이 많고 치밀한 각도로 물병을 줄세우는 나달의 습관을 비꼰 것)


"조코비치의 테디베어가 도난당했다. 그 곰인형을 누르면 "hug me, hug me"가 나온다."
(이것은 맥락을 자세히 모르겠음. 다른 회편을 보면 현재 부진 중인 조코비치가 hug만 열심히 하고 다닌다고 놀리는 내용이 있다.)



그러면서 매켄로는 프랑스 경찰이 찾고 있는 용의자의 몽타주를 제시한다.




"누군지 알겠으면 신고 바람. 그런데 누군가를 엄청 닮았군요"




"하지만 "그" 사람일 리가 없어. 그는 여기 와서 경기하기엔 너무 겁쟁이야!"



테니스의 신성 영역, 페더러까지 디스하는 매켄로 😂


이 뒷부분에는 God of Roland Garros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아들인 라파 나달이 슈와르츠만에게 한 세트 빼앗긴 것을 보고 너무 걱정한 나머지 비를 내리게 해서 우천 연기를 시켰다는 내용이 들어있다.ㅋㅋㅋ

할아버지가 된 슈와르츠만이 손자에게 "경기장에 지붕만 있었어도 내가 나달을 잡았을 텐데"라고 말할 거라고 :)



실제로 '하늘이 나달을 돕는구나' 싶기도 했던 이번 롤랑 가로스 2018.
또 그렇게 나달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Do you?




C: Why can't you say I look nice? 

M: I thought you didn't even care what I think. 

C: I still want you to think I look good. 

M: Okay, I'm sorry. I was telling you the truth, do you want me to lie? 

C: No, I mean, I just, I wish that you liked me. 

M: Of course I love you

C: But do you like me? 

M: 🙄....I want you to be the very best version of yourself that you can be.

C: What if this is the best version?



최근 한 영화를 보다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모녀 대화 장면. C가 딸이고 M이 엄마 이름이다.
(여기서 대화 전체를 공개하면서도, 주인공 이름이나 영화 제목을 공개하지 않으면 스포일러가 아닌 것일까?? ㅎㅎ)




"아니 나는, 나는 그냥, 엄마가 나를 좋아했으면 해요.
당연히 널 사랑하지~
아니, 나를 좋아하긴 하세요?
..... ?!?!....나는 네가 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모습을 보고 싶은 거야....
지금 내 이 모습이 최상이면 어쩔 건데요?"




딸이 가장 최상의 모습이 되길 바란다는 엄마의 애틋한 마음과 지금 이게 최상인데 어쩔래? 라고 대꾸하는 딸의 대화를 보며, 엄마가 딸에게 바라는 것 그리고 그새 못참고 받아치는 딸의 모습은 어느 문화권이나 다 같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를 좋아해요? 하는 딸의 질문에 대답을 곧바로 못하다가 다른 대답을 하는 엄마를 보며 뭔가 쿵 하는 게 있었다.


나는 여태까지 '좋아한다'가 먼저 생기는 감정이고, 그 다음에 '사랑한다'가 따라오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한다'는 것은 1차적인 감정이고, '사랑한다'는 뭔가 행동을 부추기는 더 강렬한 감정. 좋아하기는 쉽지만, '사랑'을 인정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온 것 같다. '널 좋아해'라고는 할 수 있지만 굳이 사랑한다고는 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것은 남녀관계 같은, 이른바 '로맨틱'한 사랑을 이야기할 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어쩌면, 가족은 그게 아니었다.
가족에 대해서 '사랑한다'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생기는 감정이고, '좋아한다'가 그 다음에 생각해 볼 감정일 수도 있는 거였다.

태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내 옆에 있었고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해줄 수 있었던 사람들, 가족.
그냥 당연히 사랑한다.
나는 이미 부친상을 겪어봤지만, 가족의 상실은 인생 최대의 고통이다.
매일 치고 받고 맘에 안 드는 면이 있지만, 가족이 어딘가 아프기라도 한다면 나의 행복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정말 원초적인 존재, 가족 그리고 부부.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 사람들이 '내가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인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나도 영화 속 엄마처럼, 우물쭈물하다가 '가족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 사람의 이러이러한 면은 좋아하지만, 솔직히 이러이러한 면은 정말 싫어' 라고 답할 것 같다. 사랑하지만 좋아하기는 힘들 수도 있는 것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의 어떤 가족이 나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실제로 가족과 다투다가 나도 저런 똑같은 질문을 한 적도 있고.
그러나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의심하지는 않았던 듯 하다.

내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나의 아픈 마음에 대해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면 친구들은 '아니야, 그래도 너의 XX는 너를 사랑하는 거야' 라고 위로해주곤 했었다. 그래, 그 말은 맞았다.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을 거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었지.
이 미묘함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겪어 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이 마음을.

그리고 모두 다 '상대방'이 있던 감정들이라...
내가 그 사람 때문에 힘들었다면, 그 사람 역시 나 때문에 그만큼 힘들었을 것이다.
그 사람도 아마 내가 싫어서, '어, 싫어하면 안 되는 관계인데 왜 싫지?' 이 감정 때문에 힘들었을 수도 있다.
또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 본인이 가족 중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고 있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혹은 가족 사이니까 인정할 수 없어 하고) 나는 사랑하고 있으니 이런 행동을 해도 괜찮은 거라고 막연하게 믿고 지내기도 한다. 그 사이에 상대방은 큰 상처를 받기 쉽다.

사랑하는 마음을 내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듯이(내일부터 난 ㅇㅇ를 안 사랑할 거야! 이런 것은 불가능)
좋아한다는 마음도 조절하기가 어렵다. 안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달라고 보챌 수도 없다.

"사랑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지만,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도 한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좋아하지 않을 때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어서 더 제어하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은 이유가 없는 불가사의한 감정이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사랑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난 결혼한 적 없지만, 이런 감정은 부부에게도 해당될 것 같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동지, 열렬히 사랑했던 사이, '설렘은 사라지고 이젠 의리/동지로 살아~' 농담처럼 말하지만 그 함께 한 세월 속에는 분명한 사랑이 있다.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던 그 기억, 그리고 내 아이의 아빠-엄마인 사람인데 가슴 속 깊이 사랑하고 있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도 현재 결혼 관계가 너무 힘든 사람이 있다면...아마 너무 많은 것을 함께 겪으면서 그 사람을 좋아하기가 솔직히 어려워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오랜 시간, 너무 많은 것에 서로 노출되는 가족/부부가 서로를 '좋아하며' 살기란 너무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Of course I love you

But do you like me? 
....



이걸 왜 몰랐지?



가족은 물론이고, 타인이었다가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남편/아내까지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데, 여전히 이 사람이 그냥 한 인간으로서도 너무 좋다.... 라는 감정 속에 살아갈 수 있는 사람,
그건 인생 최고의 행운을 만난 사람이다.






인간이란 참 간사해....




1월 중순에 단기 알바 시작할 때
일하는 기간이 신기할 정도로 테니스 호주오픈 기간이랑 딱 겹치는 것이 섭섭했었고,
(한국에서 그나마 가장 편하게 볼 수 있는 시간대의 메이저 대회가 호주 오픈)
처음에 '자신이 없어서' 알바를 거절해야 했을 때는, 거절의 이유로 테니스 시청 핑계를 댈까도 생각했었다.

어찌어찌 알바는 하게 되었고
호주오픈에서 뜻밖에 한국 선수가 4강까지 오르는 일이 생기면서
내가 테니스팬인 걸 아는 친구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정작 내가 경기를 못 보고 있었지만....







사실 아주 바쁜 알바는 아니어서
적응 뒤에는 틈틈이 볼 만한 경기는 웬만큼 다 봤다.


그때는 호주 오픈과 완벽히 시간이 겹치는 알바를 하기 싫었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알바와 겹친 게 다행이었던 것 같다.
나달이 8강에서 탈락하면서, 그 다음 결승 경기 같은 것은 아마 내가 집에 있었으면
볼 수도, 안 볼 수도 없어서 (솔직히 보고 싶지 않은데도 시간이 비면 볼 수 밖에 없어서) 전전긍긍했을 텐데,
마지막날 바쁘게 뒷처리를 마치고 나니, 결승전도 어느새 끝나 있었다.



그렇게 할까말까 망설였던 알바였지만
이제 프렌치 오픈 기간이 되니, 지금 다시 그런 알바 자리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ㅎㅎㅎ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잠깐만 일해주다가
호텔 내 방으로 들어와서 테니스 보고 있으면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 궁극의 시추에이션!
삼시세끼 늘 차려져 있어 내가 반찬 고민을 하거나 설거지도 안 해도 되고 ㅠ.ㅠ








사람이 이렇게 뭔가 한 번 겪고 나면 
예전과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갖게 되는 게 신기하다.




tired of...




"Tired of her capacity for cynicism, tired of seeing only faults in herself and others, she wished to be overwhelmed by her feelings for a fellow human being."


보통 영어 문장들은 구글에 검색하면 출전을 어떻게든 찾아낼 수 있던데...
이 문장은 못 찾겠고, 어디서 봤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10여년 전에 내 싸이월드 소개글로 해놨던데,
대체 이 문장을 어디서 봤을까...


좋은 사람, 따뜻해서 나를 감탄하게 만들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는 바람은 여전하다.
나 자신을 포함, 내 주위에는 까끌까끌한 사람밖에 없어서.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