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야



오랜만에 만난 친구.
사진 찍기 좋아해서 음식 사진을 꼭 찍길래, 나도 덩달아 찍어봄.

그런데 그러고 보니...




마라탕: 집에서 밀키트를 사서 조리해 먹거나 인스턴트 마라탕면을 사먹은 적은 있지만, 의외로 식당에서 재료 직접 골라 마라탕 해서 먹은 적은 오늘이 처음.




아인슈페너 : 이것 역시 이름만 알고 있다가 직접 시켜서 먹은 적은 처음. 아주 오래 전, 명동에서 "비엔나 커피"라며 마시던 시절은 빼고.


그랬구나...





오늘 나는 실망했다.





니가 더 이상 소고기를 가지고 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이게 뭐야아??




다음엔 괜찮은 걸로 가지고 와라.
돼지고기 패티 안 받음! 😕








봄은 봄



몇년 전 이맘때의 사진을 편집해 보여주는 구글 포토에서, 이번 주 사진은 모두 꽃사진 (특히 벚꽃의 끝물...) 인 게 신기하다.





올해는 워낙 개화가 빨라서 벚꽃 이미 다 사라졌는데
예전에는 이때쯤까진 벚꽃이 피어있었다. 꽃비가 내리기도 하고...

7년 전 사진은 딸기꽃이다. 화분에서 아주 조그만 딸기가 몇 개 열릴 때까지 키웠는데, 내가 외국 잠깐 갔다오는 새에 가족들이 방치해 말라죽었다. 😑


이맘때엔 다 저런 사진인 거 보면 봄은 봄인가보다.





eyes on me

 


제인 에어를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정말 여러 번 읽었다.

이젠 왜 좋아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어릴 때 읽었던 책의 '구닥다리' 한국어 번역 버전은 아직도 내 머리 속에 많이 남아 있었다. 영어 버전을 읽어도 몇몇 부분은 그 옛 말투가 자동으로 번역되어 떠오른다. (예 - "오오, 제인! 당신의 그 눈빛은 나를 고문하는구료!)


영어 버전은 2000년 이후로 완독은 두어 번 한 걸로 기억하는데, 가끔 부분부분 다시 읽기도 한다. 지금도 책을 펼쳐보면 내가 각각 다른 시기에 읽고 줄치고 날짜를 표시해 놓은 것이 있다.

며칠 전에 갑자기 생각나는 부분이 있어서 책의 volume 3부터만 다시 읽고 있는데, (volume 1,2,3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 한국 드라마 줄거리를 여러 번 접하다 이 소설을 다시 읽으니, 수많은 막장 드라마의 원형같기도 하다. 👻

그리고 처음 읽었을 때는 당연히 내가 제인 에어보다 어렸지만, 지금은 로체스터보다도 나이가 많다 보니 

읽다 보면 " 아니 이 남자가 지금 어린 애가 자기에게 끌리는 거 다 보이니 알고 저러는 구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그는 제인 에어를 찬양하기 위해 많은 다른 여성들은 형편없다고 끌어내리며 도구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그래도,

여러 번 다시 읽을수록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로체스터가 제인 에어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이다. "너는 이런 사람이야" 이런 식의...

소설 독자에게 그 둘이 얼마나 서로를 내면적으로 사랑하는지 설명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지, 솔직히 눈 앞에서 남자가 나의 특질에 대해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얘기하고 칭찬해주면 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나 싶고, 좀 웃길 것 같지만....

아무튼 로체스터가 본인이 제인에게 느낀 매력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는 부분이 소설 속에 종종 나온다.


로체스터가 운세 봐주는 집시 역할을 하면서 제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and that brow professes to say, - "I can live alone, if self-respect and circumstances requires me so to do. I need not sell my soul to buy bliss. I have an inward treasure, born with me, which can keep me alive if all extraneous delights should be withheld; or offered only at a price I cannot afford to give." 


처음 만났을 때부터 미묘했던 여자, 제인의 미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you watched me, and now and then smiled at me with a simple yet sagacious grace I cannot describe."


특히 한 사람을 설명할 때 sagacious grace라는 표현이 맘에 든다.

sagacious: 

of keen and farsighted penetration and judgment : discerning.

acutely insightful and wise








밤하늘





어메리칸 에어라인 app 야간에 열면 나오는 첫 화면.

보정을 한 거라면 많이 아쉬울 정도로
색감이며 분위기가 맘에 든다.

누군가의 기계적 손놀림이 더해진 게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색깔이면 좋겠다.



오래된

 


從天津到北京的火車, 2003




2003년 가을, 베이징으로 가는 기차 안.

오래 된 짐더미 속에서 이런 (필름)사진을 발견할 때마다 새삼 사진이란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여행하면서 사진 많이 찍는 것을 싫어하고
사진보다 내 머리 속에 여행지를 담아오고 싶다는 내 생각은 어쩌면 오만.
이 사진이 없었으면 이 순간을 어찌 기억했을까.

톈진-베이징을 30여 분만에 오고 가는 고속철이 생기기 전 
두어 시간 짜리 베이징 가는 열차는 중간에 테이블을 놓고 마주 보는 좌석 형태라서 건너편 사람들과 무척 어색했다. 그리고 중국어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우리를 위해 톈진역까지 같이 와서 기꺼이 기차표를 사주고 가신 조선족 선생님도 기억난다.

돌아오던 길에는 영어를 하는 중국 남자를 마주쳐, 중국 거주 사상 가장 긴 영어 대화를 하면서 왔던 기억도 나고... 당시에는 다양한 억양을 가진 외국인들을 만나보지 못했던 때라서, handshake를 '핸-식' 정도로 발음하는 그 사람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해 어리둥절했던 기억 등등. 사실 사람들이 각기 다른 외국어를 할 때 모국어와는 다른 톤이나 몸짓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때 동행했던 사람이 내가 한국어할 때보다 영어할 때 더 듣기 좋다는 식으로 말해줬던 게 기억난다. 그 이후로는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 없지만 😜 그때 처음으로 내가 영어 쓸 때 약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카메라도 안 가지고 외국에 살러 가서, 사진 한 장 안 남을 뻔 했지만 이렇게 내 인생의 한 순간을 남겨주신 김정미 선생님께도 감사. 비록 연락이 끊어진지 오래이고, 다시 연락이 닿을 연결점도 없는 인연이 되었지만....

이 사진과 함께 발견된 다른 여러 사진들을 보며, 사진 속 내가 참 어려보이고 표정이 밝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이렇게 "저 때가 좋았지" 할 나이가 되었구나.

그 사진들을 넘겨보면서 최근 생각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요즘 자꾸 중국이 그리운 이유는,
중국, 하면 나의 20대 같아서...


혹시라도

 


나이도 많이 들었고, 거의 혼자 살기로 결심한 상태인데..

아직도 뭔가를 해결하기에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기도 하다.


혹시라도 반려자(?)를 찾는다면

상대방이 꼭 갖고 있어야 할 ability ?!? 는 (한국어로 뭐라 하기 애매)

머리 속에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다.


방에서 가구 배치를 어떻게 바꿀지 그림이 쓱싹 나온다거나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상치가 나온다거나

그런 식으로 입체적인 화면이 돌아가면서 눈앞에 없는 것도 잘 그려내는 사람말이다.


물론 나도 인간의 평균치를 밑돌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나보다 더 안 되는, 머리 속에 그림이 없는 사람들과 살려니 미치겠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