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관심과 care에 대해 배우면서
그동안 무심히 놓친 것에 대해서도 배웠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보느라고
보지 않았던 것들.

모르는 새에 지나간 것이 얼마나 많았을까.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하나봐.


촘촘




기억이란 것은 참 신기하다





영화를 보다가 주인공이 끓이려고 꺼내는 홍차 포장이 익숙해서 
상표를 확인하려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동안
아마드, 아흐마드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스리랑카 홍차 상표만 그동안 마시다보니 영국 홍차 상표를 잊었다.
스리랑카에 가기 전에는 오히려 더 익숙했던 영국 홍차 상표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한국 호텔가면 있는 트와이닝스.... 트와이닝스는 저 포장이 아니고,
아마드 ahmad.... 이거 너무 이슬람 스타일인데? 아흐마드는 며칠 전에 본 영화 주인공 이름이고...
저 그림 상표는 뭐더라...

그런데 찾고 보니 아마드 티가 맞았다.






그림을 보고 생각을 하는 순간 머리 속 어디선가 말을 걸듯 툭 튀어나오는 기억/단어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
이 박스를 못본 지 한참 되었는데도.
도대체 뇌의 어디에 박혀있다가 나오는 걸까.


영국 상표 중에 최근까지 접해서 비교적 익숙한 트와이닝스 차 박스도 영화 속 등장









다름




몇달 전에도 썼지만
봉사단 경험과 글로벌XXX산업학과 경험으로 인해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학과 졸업 후에, 생각보다 '글로벌'하게 살지 못해서
여러 외국 친구들과 직접 다시 만날 기회는 흔치 않고
그저 페이스북 등으로 연락이 유지될 뿐이지만
그런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인간 삶에 흐르는 '보편성'을 느끼면서도 정말 어쩔 수 없는 차이를 보기도 한다.


한국 친구들이 거의 인스타그램으로 떠난, 나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는 주로 스리랑카 친구들의 업데이트만 보인다. 몇몇 친구들은 어찌나 정보 'share'와 약간은 선정적인(내 기준에) 사진들을 좋아하는지... 본인이 직접 쓴 콘텐츠는 많지 않고 젊은 친구들이 모두 share로 미심쩍은 정보들을 계속 포스팅한다.


처음엔 여러 사진들에 깜짝 깜짝 놀랐지만 이제는 어느새 면역이 생겼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장기 파손이나 인체 해부, 시신...이런 사진에 어느 정도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민족 간 내전으로 폭탄 테러가 많았던 나라라서 그런지, 테러 피해자의 적나라한 (옛)사진이 뉴스피드에 그대로 올라온다. 내가 그 나라에 살던 동안 반군 지도자가 사살되면서 내전이 종식되었는데, 그날 모자이크 처리가 없는 눈 뜨고 죽은 시신 얼굴 사진이 신문 1면에 커다랗게 실렸었다.

그리고 사진만 슬쩍 봐도 그다지 신빙성이 없는 정보들이 넘치게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 '이런 것을 왜 'like'하지? 다른 나라 친구들이라 이해해야 하지만...참 신기하네....'


오늘 중앙일보가 뉴욕타임즈를 참고해서 쓴 기사를 보니, 이것은 스리랑카의 전체적인 현상이었나보다. 나의 지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단일민족국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다민족 구성 국가의 민족/종교간 대립 양상.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을 통해 순식간에 퍼지면서 타종교인에 대한 혐오 범죄로까지 이어진 것.
나는 사진 속 저런 포스팅을 익숙하게 보았다. (나는 거의 이해는 할 수 없고 글자만 읽고 쉬운 단어만 알아보는 수준이다.) 이 뉴욕 타임스의 기사 제목은 "Where Countries Are Tinderboxes and Facebook Is a Match" 이다.

다른 나라 친구들이 그저 행복한 일상의 사진을 공유 (혹은 자랑)하는 공간인 게 페이스북인데, 유난히 내 스리랑카 친구들은 정치적인 포스팅 쉐어가 많다 싶었는데, 그게 사회 문제가 될 정도의 나라 특성이었구나 싶다. 한국에도 이런 특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한국에서는 주로 노년층이 카톡에서 이런 정보 공유를 한다.

스리랑카인의 다른 특징은 '코끼리'를 참 사랑한다는 것. 🐘코끼리를 따로 키워서 보호하는 구역이 있을 정도로 신성시하는 동물인데, 이런저런 코끼리에 대한 포스팅도 참 자주 올라온다. 이것도 스리랑카 사람들 페이스북의 특징이다.


그리고 어린 자식의 얼굴 사진은 공개하지 않는다. 일정 정도 커서 '어린이'라 부를 정도가 되면 얼굴 사진을 공개하지만 아주 어린 아기일 때는 손가락이나 발가락, 혹은 뒷모습 사진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어떤 금기 같은 게 있다고 한다.
아예 사진을 안 올리면 모르겠는데 뒷모습이나 손가락 사진은 계속 올라오는 걸 보면, 자랑하고 싶긴 하지만 '미신' 같은 것에 따라서 아기 시절에는 얼굴 공개하면 해가 갈까봐 주저하는 마음이 있는 듯 하다.


그리고, 페이스북 메신저의 약간은 과도한 기능 - 그 사람이 언제 활동했는지 다 표시되는 것 - 을 통해서 보면, 스리랑카 사람은 어느 나라에 살더라도 정말 일찍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리랑카는 일년 내내 여름 날씨이지만 우리 나라나 북유럽의 해가 긴 여름을 상상하면 안 된다. 적도 지방에 있기 때문에 일년 내내 비슷한 시간에 해가 뜨고 지며 그것도 오후 6시면 이르게 어두워진다. 낮 활동 시간이 짧기 때문인지, 스리랑카 사람들은 보통 새벽 5시쯤 아주 일찍 일어나는 것을 현지에서 지내면서 알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세계 각지로 흩어진 제자들의 활동 시간대를 보면 해외로 이주하더라도 늘 그 나라의 새벽 시간대에 일어나 메신저에 접속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것도 어쩌면 스리랑카인의 특징이라면 특징 😉 (스페인, 이란 등의 국가는 밤 늦게 활동하는 습성이 있어서 늦게 잠든다고 알려진 것에 비해서는.)




태국 친구의 경우, 국왕에 대한 존경심이 특징이었다.
종교 지도자가 아닌, 그저 인간이었던 '왕'에 대한 신성화와 돌아가신 이전 국왕에 대한 추모 열기는 놀라웠다. 물론 그 놀라움이란 '잘못됨'에 대한 놀람이 아니고 '다름'에 대한 놀람이다. 나도 아마 태국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국왕에 대한 존경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지도 모른다.


이란 사람을 알게 되고 나니, 동성끼리 볼키스 인사가 보편적인 곳이라서 그런지 남자들끼리도 소셜 미디어에 😘😍 이모지를 통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한국의 경우라면 남자들은 이성에게만 쓸 것 같은, 혹은 남자들끼리 잘 쓰지 않는  '뽀뽀' '하트' 이모지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 동료 사이에 마구 날아다닌다 💛💛. 결혼 이외의 연애 관계는 잘 용납하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가? 남녀 사이에 티나게 쓰면 안 되어서 그런지 남자들끼리 헤프게도 💛😘😍💛 쓴다 :)


소셜 미디어의 포스팅에서 한국 사람과 '다름'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대만 친구들인데 (= 음식 사진, 어디 놀러간 사진, 친구랑 찍은 사진) 지리적 가까움은 역시 친근감을 느끼는 데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인가보다.

외국 친구들이 한국인의 소셜 미디어에서 느끼는 특징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여러 나라 친구들을 알아가다 보면 "역시 인간은 다 같구나" 와 "역시 나라마다 다르구나"가 동시에 느껴지는 게 재미있다. 그 차이가 너무 낯설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서로 존중하며 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왠지 초등학생 감상문을 보는 것 같은 건전한 마무리📄)




나이 든다는 것이....









어렸을 때는
나이가 들면 더 현명해지는 줄 알았다.
경험이 많아져서 사람이 더 넓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도 나이 들면서 지켜보니
다들 조금씩 좁아졌다.

자신의 경험에 따라 자기 고집이 생겨서
벽을 하나씩 더 세우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두었다.
그러면서 '내가 맞으니 나를 따르라'고 했다.
다들 마음의 여유를 잃어갔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딱 자신의 관만한 크기로 세계를 보다가
이 세상을 떠나는 느낌이었다.





내 소원은



이렇게 작게 태어나서, 좁은 세상만 보고 자랐더라도


경험과 함께 내 세상을 넓혀가면서,
벽을 세우지 않고 더 넓게 보고 잘 받아들이다가




좁은 시각 때문에 비난 받지 않는, 멋진 노인이 되어서 죽는 것.








날씨




인간의 삶에서 날씨란 정말 중요한가 보다.
지금 가족들이 모두 열흘간 여행가서
눈치 볼 일이 하나 없으니 날아갈 듯 좋아야 하는데

가족들이 출발하는 날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이틀째 날씨가 흐리다.
밖에 나가고 싶지도 않고 뭔가 꿀꿀하다.

내일부터 날씨가 좋아지고  20도 이상 본격 봄날씨가 찾아오면 좋아지려나...


열대 지방에 2년간 살아보고 나서야
적도 근처에 위치한 나라들 중 선진국이 왜 없는지 이해가 갔던 걸 생각하면...
(너무 덥고 뜨거워서 야외 활동 힘들고 늘어지기 딱 좋다.)


인간의 삶에서 날씨란 정말 중요하다.


맞나?




2017년 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 세일즈맨 (فروشنده, Iran 2016)을 tving에서 구입해서 시청 중이다.

저렴한 가격에 영구 소장이 가능한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비교적 신작이라서 그런지 그 가격으로는 구입 후 1주일만 볼 수 있다. 그래서 '뽕을 뽑기 위해'🤑 거의 매일 틀어두고 있다.
계속 보니, 단어 하나가 들리기도 한다.








위 장면에서 아내가 조리한 얇은 면으로 만든 음식을 자막에서는 '파스타'라고 하는데 등장인물들은 '마카로니'라고 부른다. 구글 검색을 좀 해보니, 이란 사람들은 굳이 동글동글 마카로니가 아니라 긴 면으로 조리한 파스타도 모두 마카로니(ماکارونی) 라고 부르는 거라고 짐작이 된다. 





"마카로니"를 먹고 있는 남자주인공



** 참고로, 터키에서도 파스타를 '마카르나'🍝 , 그리스도 모든 파스타를 '마카로냐'라고 부른다고 한다.


사용 기한 종료를 앞두고 오늘 또 틀어놓고 흘낏흘낏 보다 보니
안 보이던 게 보인다.
맨 위 장면에서 왼쪽 장식장 위에 물건은 하회탈 세트 아닌가???


이 영화의 감독 아스가르 파르허디는 베를린 영화제 작품상, 그리고  '세일즈맨' 이 영화로 2016년 깐느 영화제 각본상 등을 수상한 세계적인 거장이라 여러 곳을 여행했을 테니, 어느 다른 나라에서도 저런 모양새의 탈을 선물 받았을 수 있겠지만, 한국사람 눈에는 일단 양반탈-부네탈로 보인다. 파르허디 감독은 2014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한국에 왔던 것도 확실하니 그런 식으로 오고 갈 때 생긴 건가?🎭

파르허디 감독의 작품 3개를 봤는데, 세 작품 모두 특징이 - 늘 다른 방 다 놔두고 '부엌/식당'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하거나 다툰다.ㅎㅎㅎ (식사 시간이 아닐 때도)
이란에는 '거실'문화가 없는 건가? 다른 장면을 보면 분명히 집에 소파가 있는 거실도 있는데...

또 하나 궁금한 점은... 페르시아어 못 읽으니 어쩔 수 없지만, 영어 표기도 Asghar Farhadi인데, 언론에서 한글 표기는 왜 대부분 [아'쉬'가르]로 하는 건지 궁금하다. 현지인의 발음을 잘 들어보면 차라리 '아쓰ghㅏ르'에 가까운데...(gha غ가 한국어로 옮기기 어려운 이란 특유의 소리같은데, 이 소리를 표현 못 하는 찜찜함을 여기서 h를 빼다가 앞에 s에 갖다붙여서 ashgar로 달래보려는 느낌😏) 누군가가 Scarlett Johansson을 스칼렛 요한슨이라고 쓰기 시작하면 스칼렛 조핸슨이 한국에서는 계속 스칼렛 요한슨이 되듯이, 이 감독도 한국에서는 영원히 '아쉬가르'일 것 같은...ㅎㅎ.


아무튼, 12000원도 아니고 1200원 주고 영화 vod 사서 '1200원' 가치를 다 하겠다고 매일 보다 보니
새로운 게 들리고 보인다.ㅎㅎㅎ








아고....

 
 
 
콜롬비아에서 입양한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노르웨이 영화 Hjertestart (2017) 한 장면...
 
 
 
(동영상 아님)


Tilbakereise는 번역기에 넣어보니 return journey라는 뜻이 있다.
입양아들이 뿌리를 찾고 싶어할 경우, 태어난 나라로 찾아가는 여행에 대한 소개책자인가보다.

영화 앞부분에도 한국 출신 입양아가 잠깐 출연하지만
중간에 저런 책자 표지를 보니, 시각적으로 더 와닿고 마음이 좀 아프다.
한국이 여전히 '고아 수출국'이라니....




역지사지 2




소위 '한물 간' '한물 갔었던' 연예인이 예전 부귀영화(?)를 잊지 못하고
몇 년 만에 다시 티비에 나와 예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관심을 갈구하고 있는 것을 보다가
채널을 돌려버렸다.

 '에구 언제까지 저러구 살려고... 과거는 과거고, 옛 인기는 다시 안 돌아올텐데 그냥 딴 일 하지,  연예계에 희망을 못 버렸구나.' .... 혹은 그 늙은 모습이 짠해서.... '나도 이제 나이 든 사람 이렇게 보기 싫은데, 젊은 애들도 이제 나 보면 딱 알겠지? 저렇게 분위기 안 맞고 겉도는 거?' 뭐 이런 생각.

이런 생각을 하다가 흠칫 놀랐다.
나도 옛 것에만 심취해있나?



앞으로 다시 내 인생에 이런저런 일이 생기겠지만
아직까지는, 나에게 스리랑카에서 보낸 2년이 최고의 추억이고 뭉클한 사진들이 많다.

랑카 첫 도착 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종종 페이스북에 그 시절 사진을 올리곤 하는데
누군가는 아까의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아이구... 얘는 언제까지 이 시절에 머무르려는 걸까? 예전 그 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텐데 맨날 옛날 얘기, 옛날 사진, 랑카 랑카 랑카.... 도대체 얘의 현재와 미래는 어디에 있는 걸까?'

혹시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물론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에 관심없다고는 하지만.

나는 지금 진짜로
내 현재와 미래를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려서.



서울에 오래 살았지만...






오늘 처음 알았다.
북악산 산세 중 한 곳이 퉁방울눈 형상을 하고 있으며
이 퉁방울 눈이 보이는 곳에 있으면 좋은 기운을 받는다고 한다는 것.






익선동 건물 11층에서 바라본 북악산
퉁방울눈 형상이 보인다




3년 전 제주도 왕복 비행 :)

좋을 때다



제주도 가는 길.
국내선 비행기는 대부분 3-3 좌석 배열.
예전에 혼자 제주 비행기를 탔을 때처럼, 시끄럽고 부산한 가족 여행객 사이에 끼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시끄럽고 부산한 커플 옆자리에 딱 걸리고 말았다.

비행기 여행이 익숙치 않은 어린 커플. 승무원에게 건네받은 오렌지 주스를 카트가 지나가기도 전에 원샷하고 반납하고, 찰칵찰칵 사진 찍기에 바쁘다.
비행기가 하늘에 떠 있는 55분 동안 이야기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 커플.
그들은 그들대로 얼마나 '우리 옆에 이 여자만 없었다면...' 하고 생각했을까.

"지금 슈퍼맨이 돌아왔다 가족들 제주도 여행 중이래. 우리 여행하다가 걔들 마주치면 좋겠다. 촬영하는 거 보고 싶어."
"그러다가 화면에 찍혀서 엄마한테 걸리면 어떡해?"


ㅍㅎㅎㅎ 귀엽다.
이렇게 부모님게 뻥치고 떠난 거라 이들이 더 들떠있던 거로구나.
이들의 시끄러움을 용서했다 =)




안 좋을 때다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기내 안.
나는 왜 늘 자리 배정 운이 이다지도 나쁜 것일까.
이번엔 뒤에 쪼만한 여자애가 앉아서 발로 계속 앞시트를 찬다.
내 등에 그 느낌이 계속 와 닿는다.
'조금만 참다가 주의를 주자.'
이 아이와 그 엄마는 대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아서
안전벨트를 꼭 해야 하는 이륙 시간이 오기 전에, 벨트를 풀고 뒤로 돌아서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아이 엄마가...

"어머, 정말 죄송해요. 얘 너 이러면 안돼. 그러면 앞에 앉은 아줌마 불편해."

그냥 가만히 있을 걸...괜히 말해서 서글퍼짐.
그래,
나 아줌마였지.

경험하며 배운다




테니스 대회 공식페이지나 앱을 보게 되면
어떻게든 콘텐츠를 채우기 위해 선수들을 데리고 스피드 퀴즈 같은 '유치한' 내용을 찍어서 [Video] 섹션에 올려놓는 것을 종종 본다.

특히 US open 같은 데에서 자주 보는 것인데
선수 한 명을 세워놓고 쉴새없는 질문을 해서 답을 하게 만들고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답변을 완료한 선수들 등수를 매긴다. 영미권 출신 선수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타지역 선수 출신들은 질문 자체를 못 알아들어서 헤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쓸데없는 영상은 왜 매해 만드는 건지... 😥

몇 해에 걸쳐 자주 나오는 질문이 "앞으로 남은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그 하나로 무엇을 택할래?" 이다. 꽤 높은 비율로 유럽 선수들이 "sushi!"를 외친다. 일본 사람도 왠지 그런 선택은 안 할 것 같은데 많은 유럽 선수들의 그 선택이 신기했다.



얼마 전에 10일간 3끼 모두를 호텔 뷔페 식당 한 곳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아침 메뉴가 조금 간소해지는 것 빼고는 10일 내내 모든 메뉴가 같았다. (10X3=30번 연속 똑같은 메뉴)
말이 뷔페식이지 매일매일 똑같은 것을 먹다보니 같이 일하던 모든 사람이 메뉴에 질려갔다. 사실 그 호텔 뷔페는 그 도시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훨씬 어린 남자애들은 첫날은 정말 기세 좋게 미친듯이 먹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지만 그들도 차차 질려서 날이 갈수록 먹는 양은 적어졌다. 두번째 주가 되자 '뭔가 바뀌려나?' 했지만 바뀐 것은 오렌지 주스 자리에 사과 주스가 놓여있는 것 뿐이었다. 처음 사과 주스가 등장한 날, 같이 일하던 모든 동료들이 사과 주스를 선택해 마시고 있던 것이 생각난다.😆 유일한 변화였기에....

아침을 잘 안 먹는 나의 특성상, 조식은 거의 생략하고도 점심-저녁 늘 같은 메뉴에 점점 질려갔지만
그래도 매일 질리지 않고 똑같이 집어드는 메뉴가 있었다.
그게 바로 스시였다. 새우나 한치 말고 내가 더 선호하는 광어, 송어 초밥은 거의 매끼 먹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경험을 통해, 그 테니스 선수들의 답변을 이해하게 됐다.
1년 내내  월드 투어를 다니는 테니스 선수들도 정말 지겹게 뷔페식 식사를 했을 것이고
유럽 선수들도 질리지 않는 음식은 의외로 스시였나보다.


경험해서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밖에 나가 세상과 만나기 싫은지...


요리 조리 단상




작년부터 집에서 인덕션 cooker를 쓰고 있다.
'하이라이트' 화구가 2개, '인덕션' 화구가 1개 있는 제품이다.

예전 가스렌지에서 쓰던 어떤 냄비라도 올려놓고 가열이 가능한 하이라이트와는 달리
인덕션 조리는 '자기장을 이용해 용기의 온도를 올려서 가열하는 방식'이라 오직 스테인레스 스틸같은 종류만, 바닥에 딱 밀착이 되어야만 조리가 가능하다.

그래서 그런 용기가 아니거나, 제품의 위치가 맞지 않으면
우리집 기계에서는 '경고음'이 나온다.


"용기의 위치 및 적합한 용기인지 확인해주십시오"



요리 중에 이 친절한 방송음을 듣다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물론 용기(pot or pan)에 대한 안내이겠지만, 그 용기에 'courage'를 대입해봐도
가끔 인생에서 생각해봐야 할 주제이기도 할 테니까.

인생의 어느 순간 용기를 내야할 때도 있지만
내지 말아야 했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용기를 낼 위치인지,
지금 이런 용기가 적합한지,
잘 생각해봐야지.



"용기의 위치 및 적합한 용기인지 확인해주십시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