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것을 현실로 바꾸어 드립니다 - 캐세이 퍼시픽

  





캐세이 퍼시픽을 이용하여 홍콩을 거쳐 방콕으로 출발하던 날.
이제는 여행이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즈음.
활주로에 들어서기 위해 게이트에서 후진하던 비행기는....

"쉬이이잉..."

소리와 함께 내부 조명과 에어컨이 꺼졌다.
승무원들은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사실 심상치 않은 사태임에는 분명했다. 전원에 문제가 생겼다며 다시 게이트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이때부터 맨날 말로만 듣던 <<에어컨도 안나오는 기내에서 한 시간 넘게 갇혀 있던 승객들은 분통을 터트렸다>>가 실제 상황이 되었다. 10시 20분 비행기였는데 11시 20분이 넘도록 게이트에 그대로 서있었다.

의외로 침착하던 한국인 승객들은 비행기에 탑승한 지 한 시간이 넘어서자, 저마다 옷을 벗고 부채질을 하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항의가 시작될 분위기 직전에 다 고쳤다며 비행기는 이륙했다. 한 번 고장났던 비행기를 그대로 타고 이륙한다는 건 사실 무지 불안했다.

쳇! 이번 여행 심상치 않군.

그래도 정말 아시아 최고의 'international'한 도시인 방콕을 발견했다. 기본적인 교통 수단 이용이 너무 불편한 편인데, 그 많은 여행자들이 득시글거리는 건 신기했다. 금욜밤이긴 했지만 공항에서 시내 호텔 들어가는데 3시간 걸렸다--;;;;;

홍콩의 구질구질한 아파트숲 속엔 대단한 엘리트들이 숨어있는게 틀림없다. 도시를 다녀보면 정말 "머리좋은 사람들'이 계획하고 개발한 도시임이 느껴진다. 진정 쇼핑 천국이었지만 나에겐 해당사항이 없었다. 이젠 사람 바글대는 재래시장 같은 'zara'시장도 식상. 첨 가본 IKEA는 그나마 신선. 가장 좋았던 건 비오는 repulse bay의 모래 위를 혼자 맨발로 걷던 기억.




홍콩에서 돌아오는 비행.
캐세이 퍼시픽은 보잉777좌석을 3-3-3 으로 배열해서, 가운데 끼면 화장실 갈 때 어느쪽으로 가도 불편한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홍콩 시내에서 운좋게 인터넷을 설치해놓은 카페에서 점심을 먹은 탓에, 출국 하루 전에 인터넷 체크인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자리를 선점했다. (2018년 추가: 요즘은 호텔마다 있는 와이파이...이런 거 없던 시절 이야기임)

다음날 오전 10시쯤 시내에서 얼리 체크인으로 미리 짐을 미리 부치고, 이틀내내 비가 쏟아지다 마지막날 화창해진 홍콩을 얄밉게 느끼며 돌아본 뒤 오후 3시 반쯤 공항에 들어섰다.

예정보다 30분쯤 시간이 밀린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다. 조그만 비행기에 저 많은 인간들이 들어가다니...

나는 줄 서기가 싫어서 '5분 뒤에 출발하겠다고 말도 안되는 협박을 하는' final call을 할 때 탑승구 앞에 가서 섰다.

"삐익~!"

에러 발생. 승객용 탑승권 부분만 절취해야할 기계가 내 보딩패스를 그대로 뱉어낸다.

"손님, 자리가 바뀌었습니다"

앗! 기껏 얼리 체크인을 하고 난리를 쳤건만 늦게 왔다고 자리를 바꿔? 설마 3-3-3의 가운데 끼는 건 아니겠지?

새 보딩패스를 받아 자리 번호를 보니 18A다.

18A?
그렇다면 비즈니스 클래스?

히히..
말로만 듣던 '비즈니스 클래스 승급'은 현실이 되었다. 자리만 올려주고 음식은 이코노미 클래스 것을 가져다 준다는 말도 들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난 억양이 강한 승무원 영어는 도통 못 알아듣기에 소통에 어려움은 조금 있었지만 마티니 로쏘, 샤도네이,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원하는 걸 다 시켜서 먹었다. 덕분에 깐넬로니 같은 새로운 파스타도 먹었다.

스튜어디스들은 신기함에 이것저것 시켜 먹는 업그레이드 승객들을 구별해낼 수 있다던데...내가 딱 그꼴이었다.;;;;

ㅎㅎ
단순하고 촌스러운 나.
처음에는 정비 불량으로 불안하게 만들었던 캐세이 퍼시픽에
이젠 후한 점수를 주겠다.

영어 선생님의 추억





아주 오래 전, '타의에 의해' 직함이 영어 선생님이었던 적이 있다.
초딩 어린이부터 한국 대학 특례 영어 입시를 준비하는 고딩까지 가르치는...
따라서 내 실력 밑천이 금방 드러나는 일이라 😆 오래 하지는 못했다.

오늘 잡지 한 귀퉁이를 보다가...
오래 전, "특례 영어 입시" 아니면 들여다 보지도 않았을, 영어 지문에서 봤던 그 단어가 떠올랐다. 잠깐의 영어 선생님  경력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읽는지도 몰랐을 바로 그 단어.








이끼.... lichen... 여러 언어권에서 여러 방식으로 읽을 수 있겠지만
영어식으로는 '라이큰'에 가깝게 읽는다. 나도 리첸이라고 읽을 뻔 했으나, 사전 찾아보고 새로이 알게 되었다. 영어 선생님이 학생들 앞에서 '리첸' 이렇게 읽으면 체면이 안 선다 ㅎㅎㅎ.
(물론 사전을 보니 "리츤" 정도의 발음도 허용하긴 한다)


그리고 그때 가르치던 같은 지문 아래, 역시 대체 어떻게 읽을 지 의문인 'algae'라는 단어도 있었다.
뜻은 조류(수중에서 생활하며 동화 색소를 가지고 독립 영양 생활을 하는 원생생물의 총칭),
발음은 '앨지' 혹은 '앨기'이다. 얼개 아님 ㅋㅋ

이 단어를 보고 난 이후로  '이지스함'이 Aegis함이라는 것이라는 것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었다.


lichen, algae
이 두 단어는 그 뒤로 잊혀지지도 않는다.
언제든 보게 되면, 그렇게 실력도 없으면서 영어 선생님 하던 날들이 동시에 떠오른다.









손님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고등학교 동창이 나의 스리랑카 집에 다녀갔었는데
내가 혼자 집에서 생활하게 된지 6개월도 안 된 시점이라 아직 뭘 잘 몰라서 제대로 투어도 못해줬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그 동창에게 여전히 그 여행을 좋게 기억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때 쓴 글을 한 번 옮겨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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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하루...



7월 19일부터...
코이카 연수생 동창회 행사를 앞두고...
수도로 총집결한 다른 단원에게 잠자리 제공, 캘러니야에서 콜롬보 행사장까지 물품 배달, 중동 여행을 마치고 동남아 여행 길에 잠시 들른 선배 단원 두 분에게 숙소 제공, 랑카를 찾아온 고동학교 동창 숙소 제공과 투어 가이드, 갑작스런 신규단원 11명의 학교 방문....

정말 순식간에 모든 일이 닥친 며칠이었다.
정말 정신없었지만 그만큼 재미있었다.

매일매일 꼬박꼬박 정산(?)을 하던 용돈 기록도...더 이상 불가능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이래저래 7월은 바쁜 달인 것 같다.
며칠간 집에 손님이 많이 들락거려서 이제 텅 빈 집에 가면 허전할 것 같다.
 





들어오자마자 끝??




2012년 1월호 "ㅁ"잡지 보다가 오잉?했네...



대단원 [大團圓]
【명사】
(1)
어떤 일이나 행사의 마지막 단계.
(2)
[문학] 소설이나 연극, 영화 등 극적 구성을 가진 예술 분야에서, 사건 전개의 마지막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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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라고 많이 쓰기 때문에
어떤 브랜드의 화려한 시작을 소개하면서
동사만 반대말로 쓰면 되겠지...하고 "대단원의 막이 열리다"라고 썼나 보다.

한국에 처음 발을 내딛는 146년 역사의 브랜드가 졸지에 곧 퇴장할 브랜드가 되어 버림.

이런 류의 잡지는 보통 영어에 능통한 사람 많이 채용하던데...영어에 능통한 것만이 최고는 아닌가봐.
아니면, 잘 나가는 외국계 회사 '홍보 우먼' '홍보맨'들이 보도 자료를 잘못 냈거나......하기에도 그럼 대체 편집장은 뭐 하는 거야? ㅋㅋ

eavesdropping




나는 외출했을 때 상당히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편이다. 원래도 목소리가 작은 편이지만 의식적으로 소리가 더 작아져서... 엄마가 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짜증을 내신 적도 있다.
일부러 소리를 더 낮추는 이유는...

외출해서 교통수단 타고 다닐 때,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옆에서 들리는"남 이야기"는 반드시 유치하거나 웃기기 때문이다. 맥락도 모르고,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온 지도 모르고 ..앞뒤 다 자르고 듣는"남 이야기"는 대부분 허세스럽다.

예전에 교보문고 lonely planet 서가 앞에서 책 보고 있었을 때, 뒤에서
"아, 이 책! 러블리 플래닛! 이 책 좋지. 근데 왜 이 시리즈 중에 부탄이 없나 몰라"
"아잉, 오빠 그런 나라는 없는 경우가 많지"
이러는 커플이 나타나서, 내가 다 부끄러워서 자리를 비켰던 일이나...

방금 버스 타고 효령대군묘 앞을 지나오는 길에
"이거 무슨 '무덤'이라나봐... 우리 동네에 이런 게 있는 게 지나갈 때마다 좋아. 강남은 그냥 도시 같잖아, 근데 여긴 서울 안 같지" 이러는 남자에게
"오빠가 연애를 하려면 왜 못 했겠어요."이러고 있는 남녀나...
(늘 지나가는 자기 동네라고 강조만 안 했어도 여기가 효령대군묘인지 모르는 거 이해했겠다...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 길이 사당역부터 뱅뱅사거리까지 죽 이어지는"효령로"라는 큰 길인데.)

각자 멋진 삶을 살아온 착한 사람들일텐데... 배경을 알 수 없으니 잠깐 듣는 이야기는 그냥 웃긴다.
그래서 난 나를 아는 사람 말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남들은 내 얘기를 안 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목소리가 작아진다.

2018년 8월 이후, Marriott 무료 숙박 포인트 변화




Marriott와 Starwood가 합병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작년에 별목적없이 Starwood 계열 호텔을 이용했다가 운좋게 elite status를 획득한 뒤
오히려 합병된 Marriott에 갈 때마다 혜택을 더 받았다.
특히 2018년 8월 이후 두 리워드 프로그램이 완전히 합쳐지면서 더 큰 변화가 생기게 되는데
포인트 무료 숙박이 좀 더 쉬워진다.

음....사실 '무료' 숙박이라고 하기엔
여태 숙박에 쓴 비용때문에 따라온 포인트를 이용하는 거라서 진정 '무료'인지는 의문이지만
괜히 진짜 '공짜'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므로
이러한 마일리지-포인트 제도는 나같은 사람에겐 진짜 솔깃한 미끼이다.
(애를 안 키우니, 자잘한 이런저런 포인트나 키우고 사는 느낌)
status/포인트 얻는데 너무 재미를 붙인 나머지, 돈을 엄청 써서라도 포인트 쌓는 분들을 봤는데
그렇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맨 왼쪽 숫자가 예전에 필요했던 포인트, 그다음이 8월 이후 숙박에 필요한 포인트, 그 다음 숫자가 포인트 증감 비교, 마지막 한자리 숫자가 변동된 category이다. 숫자가 높을수록 좋은 호텔인데, 한국의 많은 호텔들이 카테고리 3으로 조금 낮게 조정되었다.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Marriott/Starwood 호텔의 무료 숙박에 필요한 포인트가 줄어들었다.
생각보다 고평가가 아니었나 하는 호텔들의 포인트나 카테고리가 낮아져서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같아서는 더 낮아져도 좋겠지만 ㅎㅎ.

디자인은 훌륭하지만, 부대 시설/방음이나 위치의 매력도에서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는 한국의 Design hotels 계열이 일제히 카테고리 4로 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총액 10만 원 초반의 요금으로 숙박할 수 있는 호텔들인데, 그 정도 가격대의 호텔은 25000포인트나 써서 숙박하는 것이 엄청 비효율적이므로 (25,000포인트를 쓰면 보통 숙박료 20만원대 이상의 호텔에 묵을 수 있다)
오히려 포인트로 숙박하지 말라고 일부러 카테고리를 올린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 



대신에 포인트를 더 박하게 주려는 것 같다. 예전에는 매리어트 실버 회원이면 20%의 포인트를 추가로 받을 수 있었지만,  8월 이후에는 10%만 추가로 준다.😠😳




🌸🌸2020년 3월 4일 이후 다시 카테고리 조정이 있어서 붉은색 숫자로 표시하였다.
몇몇 호텔의 카테고리가 올라감. ㅠ.ㅠ 
호텔 시설이나 위치에 맞게 현실성있게 조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럴 거면 인간적으로 페어필드 서울(가끔 총액 5만원대 숙박 요금도 나오는)은 카테고리 2로 내려가야 맞는 거 아닌가? 
글래드 여의도 호텔 본보이 포인트 적립에서 빠짐.





🚩Glad Live도 2021년 10월 14일 이후로 marriott 제휴 종료.





&#2020년 3월 4일 이후



@ 서울 외 지역
얼로프트 방콕 Cat.2 로 낮아짐 (12,500포인트)
코트야드 방콕 cat.3 상승 (17,500)


코트야드 홍콩 cat.5 상승 (30,000-35,000)
코트야드 홍콩 샤틴 cat.2 (10,000-12,500)

코트야드 톈진 홍차오 cat.2 상승 (10,000-12,500)
세인트 리지스 톈진 cat.3 하락 (15,000-17,500)
-> 전세계 st.regis 중 최하 등급일 듯. 좋은 위치와 독특한 외양 등등 하드웨어는 상급인데, 개관 10년을 넘겼음에도 당분간 내부 리노베이션 계획이 없나 봄.

레지던스인 센트럴 파크 cat.6 상승 (50,000)
쉐라튼 두바이 크릭 호텔 앤 타워스 cat.4 하락 (25,000)
쉐라튼 몰디브 cat.6 하락 (50,000)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Fairfield by Marriott Seoul - 이젠 하루도 짧다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사는데, 무엇으로부터 도피하는 걸까?





윔블던 결승 & 월드컵 결승전 시청을 나름의 핑계로 삼아 한 달전 예약해 놓았던 Fairfield by Marriott Seoul 1박.
혼자 호젓하게 방에 누워있으니 너무 좋았는데... 인심좋게 오후 late checkout까지 받아놓고도, 벌써 다음날 떠날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예전에는 서울에서 1박만 하고 와도 기분 전환이 되었는데, 이젠 하루가 너무 짧다. 하지만 늘 1박 2일도 내 처지엔 무리해서 하는 거라서, 집에 가기 싫다고 갑자기 2박 3일로 연장하기는 어렵다.


반포의 JW Marriott를 시작으로, 어느 정도 upscale에 가까운 호텔 브랜드가 주로 소개되었던 Marriott 체인 중에 드디어 중저가 브랜드 호텔이 서울에 개관했다. Fairfield. 

딱 찍어 'budget 저가' 브랜드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는 같은 페어필드라도 뉴욕 같은 곳에 있으면 좁은 방 1박에 40만 원 받는 브랜드이기도 하기 때문.
http://mori-masa.blogspot.com/2015/11/1-sheraton-maldives-full-moon-resort.html


매리어트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는 보통 Fairfield Inn and Suites라는 이름을 쓰고, 북중미에는 700여 곳에 위치해 있다. 특히 미국 공항 근처 휑한 벌판에 4-5층의 작은 규모로 엄청 많이 있다. 조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객실 내부에 마이크로 웨이브를 설치한 곳도 많았다. 페어필드의 이런 분위기가 나에겐 오다가다 쉽게 머무는 '생활밀착형' 브랜드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북미를 벗어나면 약간 다른 분위기의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다.

객실 내 TV에서 늘 재생되고 있는 페어필드 브랜드 소개를 봐도 farm으로부터 시작된 가족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는데, 아시아권 페어필드는 그보다 좀 더 도시적 느낌?? Marriott 자체적으로는 페어필드를 코트야드, 포포인츠, 얼로프트 등과 같은 "select"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그닥 인기가 없는 'Inn'이라는 타이틀을 없애고 Fairfield by Marriott라는 이름으로 개관하는 중. 나는 예전에 뉴욕 타임스 스퀘어 근처 30층 규모의 페어필드인에서 숙박한 적이 있는데, 숙박객 모두에게 제공되는 조식을 먹으러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식당이 북새통이었다. 그래도 비교적 저렴한 체인 호텔이고 아침 식사 포함 개념의 이 브랜드가 한국에도 들어왔으면 했었는데, 한국에서는 '조식 필수 포함'이 아니다.


아침을 잘 안 먹는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호텔 숙박의 꽃은 조식" 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유난히 '호텔 조식'을 중시하는 한국 사람들의 특성을 볼 때, "무조건 조식 포함" 방식으로 영업을 하면 아마 웬만한 식당 규모로는 그 인파와 예산이 감당이 안 될 것이다. 'Suite'도 없애고 작은 룸을 최대치로 많이 넣어서(572실) 경제적으로 영업을 하려는 이 호텔에서, 조식당 크기를 한정없이 늘릴 수는 없을 테니(페어필드 영등포의 조식당 규모는 140석이라고 한다), '조식 무조건 제공' 개념을 뺀 것이 아닐까....하는 나혼자만의 짐작.ㅎㅎㅎ (혼자 생각을 이렇게 당당하게 써놓다니😇)

위에도 썼듯이, 뉴욕 같은 도심형 외에 미국 소도시 곳곳에 위치한 페어필드인은 4-5층 정도로 규모가 작아서 식당을 크게 지을 필요가 없는 곳이 많다. 그래서 '조식 무조건 제공' 개념을 추가하기가 쉬웠는지도. Marriott외 체인에도 이렇게 조식 무료 제공 개념의 호텔이 있는데, 이비스 '스타일스' -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등이다. 그중 이비스 스타일스 브랜드도 도시에 따라 슬슬 '무료 조식 제공'을 포기하려는 듯 보인다.


페어필드 서울은 4월 말에 개관해서 이제 3개월이 되어가는데,  이미 방문한 여러 사람들의 후기도 미리 봤지만, 가장 큰 특징이 무려 '변기 개방형' 설계이다.






위와 같은 형태로, 옷걸이와 세면대를 개방한 구조는 이제 중저가 브랜드 호텔 트렌드 중의 하나가 되었다. 옷장을 세우고 화장실 벽을 막은 - 작은 방이 더 좁아보이는 - 구조를 탈피하고 개방성을 높인 것인데 이 호텔은 한 단계 더 나아가 변기까지 세면대 옆에 벽 하나 없이 노출형이다.

물론 나는 혼자 숙박해서 불편함은 크게 없었다. 위 사진에서 세면대 왼쪽에 보이는 전신 거울이 사실상 변기와 평행하게 설치되어 있어서, 내가 '일보는' 내 옆모습을 평생 처음으로 거울을 통해서 보는 기회를 가졌다.😂😆😅

⬆️
어머, 내가 쓰는 칫솔 케이스라 사진 딱 알아보는데 2018년 내 사진을 도용해서 2021년 호텔 후기 쓰신 분도 계시네 ㅎㅎㅎ 그래도 내 블로그에 들어왔던 분이라는 걸 감사히 여겨야 하나...🤷‍♀️아니면 저 삐뚜름한 사진이 그저 어딘가를 떠돌고 있는 걸까.



↳Booking.com에 나온 中国 페어필드 호텔 사진


호텔 예약 사이트에 나온 사진인데, 이런 식으로 세면대 뒤편으로 변기 공간이 침대와 한 공간에 그냥 오픈되어 있다. 누군가 동행이 있다면 가족 사이에서도 그렇게 편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화장실 오픈에 관대한(?) 중국 스타일 화장실인가?
최근에 중국 난닝, 둥관, 상하이 등에 개관한 중국의 페어필드(万枫酒店)의 내부와 페어필드 서울의 내부 디자인은 조명 기구 디자인 하나하나까지 같다. 차이가 있다면 중국 땅은 더 넓으므로 호텔 방도 더 넓은 정도이고, 중국 페어필드를 예약하면 아침식사가 거의 포함되어 있다는 것. 조식 미포함 요금이 있다고 해도 미포함/포함 숙박료 차이는 2인  ₩1500-5000 정도 밖에 안 될 정도로 미미.



Fairfield Dongguan Changping


둥관에는 이렇게 심지어 통유리창 옆 "세상을 향해 열린" 화장실 사진까지 있는 걸 보면
역시 중국에서는 이런 화장실이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닐 수도? ㅎㅎㅎ

욕실 어메니티는 붙박이형으로 간소하게 준비되어 있으나 (칫솔/치약은 있음) 바디 로션의 경우 필요할 시에 전화로 요청해야 한다. 샴푸는 내가 집에서 가져간 것을 써서 품질은 잘 모르겠고, 샤워젤 류는 향이 나쁘지 않았다.

세면대와 침대 사이에 미닫이 문은 있지만 완벽하게 닫히지는 않아서 화장실 소리/냄새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이 호텔을 2명이서 방문할 때는 이 구조를 필히 '숙지'하여야 한다. 로맨틱한 하루를 꿈꾸며 초기 단계의 연인이 방문했다가 결혼 생활 30년 넘은 부부의 경지로 순식간에 옮겨갈 수도 있을 듯.







변기 공간을 개방하고 중간에 헐렁한 미닫이문만 만든 것은 중국 페어필드와 동일한, 동북아지역 페어필드의 표준 설계인데 -  "한국" 페어필드에서 민원에 고심하다 미닫이문을 추가로 달았다 - 라는 사실 확인이 안 된 후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한국 페어필드가 조식 무료 제공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나의 짐작을 당당히 써놓은 나처럼😅, 다들 '아마 그랬겠지'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시나보다 :)  한국 페어필드가 따로 기울이는 노력이라면, 위 사진에서 보듯이 구조상 미닫이 문이 완벽히 닫히지 않는 공간이 생기는데(이것도 중국 페어필드 동일한 설계), 한국은 이 공간을 메우는 공사를 나중에 추가로 했다.

@@ 2019년 추가: 아무래도 이런 화장실에 고객을 적응시키기엔 무리였는지 (사실 호텔에 늘 혼자 방문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호텔 저층부터 변기 옆 차단막을 설치하는 공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경험자에 의하면, 소리까지 완벽히 차단되는 정도는 아니라고 하나, 그래도 민망함은 줄어들 듯 하다,






서울 호텔 순례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직접 거주해보지 못한 동네에서 1박을 하고 오면 뭔가 서울이 색다르게 다가오고, 여행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윗 사진에 제대로 담기지는 않았지만, 페어필드 서울은 영등포역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사진 오른쪽으로 영등...(포역)이라는 간판이 보이고 왼쪽 끝 건물 상층부에 Fairfield라는 작은 글씨가 보인다.






실제로 내가 영등포역에 전철을 타고 도착했는데, 5번 출구로 나와서 딱 3분 거리.
건물로 접근하면, 측면 벽에 '입주자'가 소개되어 있다. 남아있는 칸 수로 보아, 입주자를 더 받고 싶은 건물주의 소망이 있는 듯 😏

Fairfield by marriott seoul 외에도, 페어필드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닌 외부업체와 계약해서 조식 등을 공급하는 식당(Bistro870)이 들어와있고, 유명한 중국계 훠궈식당과 편의점도 건물 내에 있다.







화장실 구조를 제외하면,
방은 딱 예상한 만큼의 작은 방. 23m².
혹시나 친구를 초대할까 해서 처음에는 트윈으로 예약했지만 호젓한 하루 여행을 위해 혼자 왔으니, 체크인할 때 다시 1 king으로 바꿨다. 침대가 상당히 커서 두 명이라도 편하게 잘 것 같다.







작은 방 구조임에도 앉을 곳이 상당히 많다는 게 특징이다. 작은 유리 탁자도 있다.
JW marriott같은 상위 체인을 포함해, 요즘 marriott 계열은 이렇게 창가에 긴 소파를 배치하는 디자인이 유행 중인 듯.
일부 다른 king room 중에는 이 소파가 없는 더 작은 방 구조도 있는 듯 했다.

이렇게 작은 방이라고 해도 앉을 곳은 충분하니 여러 명이 촘촘하게 모여 앉아서 웃고 떠드는 그림이 그려졌다. 일부는 침대에 걸터 앉더라도 ㅋㅋ.






하지만 이렇게 방이 다닥다닥 붙은 작은 호텔 구조에서 많은 인원이 그렇게 놀다가는 쫓겨나겠지 ㅎㅎㅎ 이 호텔은 소리를 한 번 차단해줄 거실/부엌 구조 스위트도 따로 없는 데다가 방음이 약해서 정말 민폐가 될 듯.


창 밖으로는 영등포역으로 접근하는 철길이 보인다.






단순한 지하철역이 아니고, 영등포역은 KTX까지 정차하는 역이라서
정말 대한민국에서 운행하는 모든 종류의 기차를 다 볼 수 있다. 나도 1호선 전철을 비롯, KTX, ITX새마을, 무궁화호...진짜 다 봤다. 누군가 철도 애호가가 있다면 그분에게는 이것이 기쁨이 되겠지만 사실 상당한 소음을 각오해야 한다.

1월에 역시 기차역 철길 바로 옆에 위치한 호텔에서 2주나 지낸 경험이 있어서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고, 나로선 고층 방을 배정받으면 소리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18층 방에 있었지만 소음이 상당했다. 기차 운행이 잦아든 0시 이후에도 새벽 3시쯤에 갑자기 뿌웅~ 하고 기차가 한 대 지나가기도 한다. 예민하신 분은 잠에서 깰 듯. 나는 월드컵 결승전을 보느라 그때까지 잠들지 않았지만.

나는 항공기내나 호텔방의 소음에는 비교적 무던한 편이고 '냄새'에 더 민감한 편이라 그냥 참았지만, '휴식'이나 '안정'의 용도로 호텔을 찾는 사람에게는 이 철도 방향 방을 절대 권할 수가 없다. 하지만 반대편 방도 큰 도로에 인접해 있어, 건너편 호텔 방과 눈높이가 딱 일치한다는 단점이 있다. 철길 반대편쪽 방에도 묵어봤는데, 도로 소음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더 조용하긴 했다. 교통이 편리한 호텔은 언제나 소음이 동반된다는 특징이 있다. 조용~한 호텔을 찾는다면 길가나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

페어필드 서울은 공항버스도 호텔 바로 앞쪽에 정차하고
지하철역, 대형 백화점, 영화관, 타임스퀘어 쇼핑몰 등이 가깝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발달하기 시작한 동네 중의 하나일 만큼 오래 된 동네라서 약간 허름하기도 하지만 먹자골목도 가까이 위치.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하는 외국 관광객에게는 흥미로운 위치일 것 같다. 깔끔히 정돈된 서울 분위기를 선호한다면 콘래드 서울이나 얼로프트 강남 등이 좋겠지만.

타임스퀘어 내부 이마트(오후 11시까지 영업)도 가깝기 때문에, 나는 밤늦게 걸어나가서 마감 세일하는 음식을 사다 먹는 재미도 있었다. 유동인구가 많아서 11시가 가까워오는 시간에 혼자 걷는데도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차역 앞의 특성상 영등포역 쪽에는 노숙자 분들이 간혹 있다.


페어필드 서울은 2018년 7월 10일까지 조식 무료 제공 행사를 했는데, 그때는 사람이 무척 많아서 아침을 먹기 위한 줄이 늘어섰다는 후기들도 많이 봤다. 나는 조식 무료 행사가 끝난 시점에 갔지만, 조식 포함 rate로 미리 예약을 해두었기에 조식을 제공받았다. 월드컵 결승전을 다 보고 늦게 잠들어, 아침잠과의 사투를 벌이다가 10시 가까운 시간에 조식당에 갔더니 5명 내외의 사람만 식당을 왔다갔다 했다.






비용을 지불하고 먹을 시에 16,500원 정도라는 페어필드 조식은 매우 간소한 편이었다. 수프, 샐러드, 베이컨, 감자, 소시지 등의 아주 기본적인 구성에 약간의 한식 정도. 그런데 아침으로 제공되는 쌀국수의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그릇은 작았지만 넉넉하게 담아주셨고 국물맛도 시중 베트남 식당의 그것과 거의 같았다. 거의 3-4만 원대 이상의 조식을 제공하는 호텔에서도 '누들 코너'만큼은 국물맛이 뭔가 흉내를 내려다가 만 어정쩡한 맛이 나는 걸 경험한 적이 있는데, 이곳은 (Bistro 870) 기대 이상이었다. 쌀국수를 두 번 가져다가 먹으면 대충 배가 다 채워질 것 같은 느낌. 물론 소고기까지 들어있진 않지만.

---> 얼마 뒤에 재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조미료 맛이 많이 느껴지는 평범한 육수맛으로 변해 아쉬웠다.

굳이 평가하자면, 아침을 많이 먹지 않는 내 입장에서는 '조식 무료 포함 rate'일 때는 먹을 만한 구성이고 일부러 돈을 내고 먹어야 할 정도는 안 된다고 생각. 9월 이후로는 22,000원으로 가격이 인상되어서, 돈 내고 먹기에는 더 아까운.... (9월 이후로는 먹어보지 않아서 가격을 인상하면서 메뉴를 좀 더 확충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왠지 모를 안면이 있는.... 아주 익숙한 얼굴의 직원이 레이트 체크아웃을 가능케 해주셔서 편하게 쉬다가 왔다. 매일매일이 그날이 그날인데 도대체 내가 왜 '쉬어야'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공간에 혼자 있다는 느낌을 나는 참 좋아하는 것 같다.




* 장점

- 건물 내부 편의점, 영등포역, 쇼핑몰, 영화관, 먹자골목 등이 근접. 먹고 마시고 놀기에 편하다.
- 청결도 높음
- 방 크기와 TV 크기를 서로 고려하지 않아 너무 작은 TV를 설치해 불편한 곳도 있는데, 이곳은 침대에 누워 TV를 보기에 딱 편한 위치와 크기.
- 다른 호텔을 다녀보고 새삼 느낀 점인데, 상대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TV채널이 많다. 해외 테니스 중계도 무리없이 볼 수 있었고, bbc earth까지 볼 수 있었던 중저가 호텔은 여기가 유일했다. 2019년 초 이후로는 이 호텔에 가지 않았는데, 그동안 구독 채널 수를 줄이진 않았겠지?
- 다른 중저가형 호텔들에 비해서 샤워 부스가 넓고 쾌적




- 매리어트 실버 회원에게까지 소소하지만 선물이 준비되어 있다.
- 직원들의 성의: 숙박 후 이야기한 장단점에 대해서 적극적인 피드백을 보내옴.




 * 단점

- 기차역이 가까운 만큼, 철로 방향의 방은 기차 소음이 상당하다.
- 여름철, 침구가 뽀송하지 않고 뭔가 눅눅했다. 에어컨을 하루 종일 가동시켜도 눅눅함은 여전.
(외출하면서 이불을 확 펼쳐 에어컨 공기가 닿도록 해놓고 나갔다오니, 눅눅함을 없애는데 효과적이었다.) 겨울에 한 번 숙박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괜찮았음.
- 화장실 구조에 유의




모든 게 돌고 돈다.



나달의 2018 윔블던 준결승 패배....
(누구나 그렇듯이) 딱 한 번이라도 더 우승하길 바랐던 대회라, 5세트 10-8까지 가서 패배한 것이 뼈아프지만...

나달을 준결승에서 이기고 결승 간 조코비치 팬들이 지금 얼마나 신기하고 기쁠지 진짜 잘 알 것 같다 :)
나도 그런 적이 있었거든.


2014년 롤랑 가로스 우승이후, 2017년 호주오픈 결승에 다시 올라가기까지....나달도 얼마나 암흑기가 길었는지...사실상 팬들도 다 포기했었다. 나도 이제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http://mori-masa.blogspot.com/2017/01/blog-post_30.html 2017년 이후 3번이나 더 우승했다. 사실 아직도 신기하다.

조코비치도 2016년 롤랑 가로스 우승 이후, 의문의 암흑기를 가지며 절대 실력이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아서 "쟤는 절대 부활 못한다" 라는 사람들의 비아냥까지 들었는데, 사실 나는 페더러-나달이 차례로 부활하는 것을 보며 조코비치도 언젠가 부활할 것 같기는 했다.

하필이면 나달과의 경기에서 부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ㅎㅎㅎㅎ 게다가 나달이 암흑의 공간을 헤맨 기간이 더 길었는데....ㅠ.ㅠ 조코비치는 상대적으로 일찍 2년 만에 부활. 나달은 마지막 메이저 결승에서 다시 메이저 결승으로 돌아오는 데 2년 반 넘게 걸렸다.



2년 이상 허구헌 날 "그가 예전으로 돌아왔다"라는 문구로 고문당해야 함


2014년 롤랑 가로스 우승 뒤 부진의 늪에 빠진 이후로, 조금만 잘 해도 "He is back!" 이라는 기사가 떴던 나달. 외국 코멘테이터들이 "Officially, HE IS BACK!" 하고 강조하는 것도 몇 번 들었다 ㅜ.ㅜ 나달 팬들도 위 사진 문구같은 것들에 '말그대로의 희망고문'을 당해왔지만, 2015년부터 저런 문구를 반복적으로 보고도 실제로 나달이 호주 오픈 결승에 다시 올라가는 데에는 2년이 더 걸렸다. 올해에도 조코비치 경기력이 조금만 좋아져도 ATP facebook에는 'he is back!!"이 몇번씩 뜨곤 했다. 그러다가 다시 어이없이 패배하고....
어찌나 옛생각이 나던지...ㅎㅎㅎ 동병상련.


나달도 사실 큰 흐름의 분기점마다 승리를 거두며 자신감 향상에 도움을 준 선수가 한 명 있다. (아주 유명한 rivalry아님, 나 혼자 생각) 조코비치에게는 나달이 결국 그런 존재인가보다. 조코비치 팬들 지금 기뻐서 잠도 안 올 거야....

모든 게 돌고 도니...결국 누군가의 차례가 온다.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안 온다면, 너무 슬프지만.


나달이 윔블던에서 2008년 2010년 두 번 우승한 뒤, 2011년 준우승 이후에는 5번 참가해서 4R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잔디코트 실력에 대해서 비웃음을 샀었다. 이번에는 4강 진출로 다시금 자신감을 찾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아마 나달 팬들은 다들 이걸로 섭섭한 마음을 달래고 있겠지.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나달의 잔디 코트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는데 작년 Muller와의 16강전도 그렇고 올해 조코비치와의 4강전도 그렇고....
게임 6:6 이후 타이브레이크없이 두 게임을 먼저 따야하는 끝장 승부를 보는 윔블던 5세트에서 2년 연속 상대 선수(Muller, Djoko)가 서브 게임을 먼저 시작하는 순서가 되어서, 나달이 결국 따라가는 형국이 되어 너무 힘든 싸움을 하게 된 것이 제일 아쉽다.

5세트에서 상대 선수가 먼저 5:4로 본인 서브 게임을 가져간 상황이 되면
따라가는 서브를 하는 선수는 10번째 게임부터 자기 서브게임인데도 잠시만 삐끗하면 계속 매치포인트에 몰리는 상황이 된다. 이걸 이겨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강심장과 강서브가 필요한데, 나달은 강심장은 있는데 강서브가 없어 ㅜ.ㅜ (8강전과 4강전에서 두 번 연속 무한 5세트 경기를 한 케빈 앤더슨도 이렇게 계속 5세트에서 따라가는 서브 순서였다고 들었는데, 그는 강서브를 지녔기에 결국 승리했다. 실력이 있으면 나중에 서브를 해도 결국 이길 수 있으니 순서 핑계를 댈 수는 없지만, 나달이 오랜만에 잔디코트에서도 잘 하는 게 보이는데 서브 순서가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ㅠ.ㅠ)


에이스가 거의 없어서 너무 조마조마한 나달의 서브 게임을 보면서
나달이 은퇴한 뒤 다른 선수를 누군가를 응원한다면.... 절대 서브 약한 선수에게는 처음부터 정을 주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아흑...너무 힘들어.




Kerber vs Kasatkina 2018 Wimbledon




내가 이름만 가물가물하던 Angelique Kerber라는 선수의 존재를 처음 제대로 인식하게 된 것은
2014년 윔블던 여자 단식 16강전 샤라포바와의 경기였다.

그해 7월 1일, 런던 남부의 작은 호텔로 이동해서 TV로 경기를 보고 있었다.











당시 2014 롤랑 가로스 우승 (커리어 5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하고 윔블던에 입성한 샤라포바 중심으로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Kerber가 3세트 매치 포인트에 먼저 도달했다.

테니스를 이제 그만둬도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커리어 그랜드 슬램으로 미련없는 성적표를 완성한 것 치고는 상당히 끈질긴 플레이를 보여주는 샤라포바가 엄청난 저항을 했지만, Kerber가 우주 방어를 선보이며 결국 승리를 따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기사를 찾아보니 샤라포바가 매치포인트#7까지 물고 늘어졌었다고...
("It took Kerber seven match points to seal victory and with each one that slipped away, the doubts crept in. Not least with Kerber herself" - the Guardian)


그걸 이겨낸 Kerber도 대단....

2014년까지만 해도 그렇게 큰 임팩트는 없었던 Kerber는 2016년에 호주오픈 결승전에서 "여자 나달이냐?" 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우주 방어를 선보인 끝에 '무려' 세레나 윌리엄스를 꺾고 그랜드 슬램 우승자의 반열에 올랐다.



4년이 지나고,
2016년 US오픈에서도 우승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뒤 어느 정도 침체기를 겪던 Kerber가 다시 선전하고 있는 2018년 올해,
또다시 눈에 띄는 경기를 하나 보게 됐다. 실황으로 보지는 못하고 다음날 재방송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이번에는 Kerber가 타인의 도전을 수성하는 사람이 된 반대의 경우.





Kerber가 Kasatkina를 꺾고 4강에 진출해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오늘 그 경기를 다시 보니 마지막 매치 포인트에서 21살 카사트키나가 정말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이번에도 Kerber는 역시 매치포인트에서 7번이나 공방을 벌인 뒤에야 승리할 수 있었다.
("At the end of it all Kerber, 30, and the highest-ranked seed left in the draw, needed seven match points to beat Kasatkina at the end of a 10-minute game that included one astonishing 25-shot rally." - the Guardian)


나이도 어린 카사트키나가 모든 공을 다 쫓아가 받아내며 대담한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결국 Kerber의 경험치를 ("Kerber just had that much more control when it mattered, that much more consistency in the clutch moments." -The Guardian)이겨내진 못했지만.
앞에 소개한 The Guardian 기사에서도 카사트키나의 밝은 미래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4년 전에 샤라포바를 몰아붙이며 눈에 들어왔던 Kerber가 어느새 그랜드슬램 2회 우승자가 됐듯이 (추가 -> Kerver는 이 대회에서 결국 우승, 그랜드 슬램 3회 우승자가 됐다)
올해 엄청난 끈기를 끝까지 보여준 카사트키나도 몇 년 뒤에는 그랜드슬램 우승을 바라보는 선수가 되어 있지 않을까.

카사트키나는 2014년 주니어 롤랑가로스 우승자이기도 한데, 당시 주니어 랭킹 8위로 대회에 참가해서 우승을 기록했다. 당시 참가자 명단에 나오는 다른 상위권 랭킹 주니어 선수들이 지금는 거의 투어 우승자 명단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 비하면, WTA 2승을 기록한 카사트키나는 착착 성장을 잘한 사례이기도 하다.






2014년 어느 골목길

 


 
빠리 근교에 사는 친구가 꼼꼼하게 자기집에서 노트르담까지 가는 지하철표, 노트르담을 둘러보고 북역까지 가는 지하철표를 따로 끊도록 도와줬지만
노트르담 근처를 빨리 둘러보고 나서, 북역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그래서 아직 지하철 1구간 표 한 장이 남아있다.)
 






길을 걷다가 가게가 너무 예뻐 사진을 찍었는데,
구글에서 검색하면 금방 정보들이 줄줄 튀어나올 정도로 유명한 곳인 줄은 몰랐다.
Bertie's Cupcakery
그리고
Au Vieux Paris d'Arcole
 

이 사진을 찍은 날은 기차 시간에도 쫓기고 마음에 여유도 없었는데
시간도 넉넉하고, 마음도 푸근한 어느날,
이런 곳에서 식사할 날이 올까?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