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14년 보면 미신과 함께 본다.






숫자 '21'보다는 그동안 준우승만 4번 한 '호주오픈' 한 번 더 우승해보자는 게 훨씬 간절했던 결승전.

간절하면서도 사실 이길 것 같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 마음 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져도 된다 져도 된다 하면서 보았기에 1,2세트 패배끝에 3세트를 가져갔을 때 '이제 이것만으로도 됐다'라고 안도해서 마음이 더 편해졌던 듯 하다.

메이저 대회 결승 문턱도 못가보는 선수의 팬들이 들으면 호강에 겨운 소리한다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10년간 4번의 결승전에서 너무 불운해서 마음 아팠던 나달의 호주오픈, 그래도 올해는 어떤 보상은 있지 않을까 했다. 

잘 되리라 믿으면서도, 올해와 비슷하게 부상에서 복귀한 뒤 얼마 안 된 시점에 있었던 2019년 결승전이 재현될까봐 걱정이 됐다. 4강전까지 너무 파죽지세로 올라가서 결승도 해볼 만하다는 소리가 많았던 2019년이었지만, 조코비치에게 별 힘도 못 써보고 3세트만에 깔끔하게 패배했다. 그뒤 내가 기억하는 인터뷰 내용 중엔 '부상 복귀 뒤 다른 것은 몰라도 조코비치 수준의 수비에는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라는 것이 있었다. 올해 2022 호주오픈도 나달의 결승전 상대자가 그 조코비치를 3세트 압살하는 수준의 "문어발🐙" 질식수비 다닐 메드베데프라서 같은 걱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35살에 힘들게 결승에 갔는데 6-2 6-1 6-3 초라하게 퇴장하면 어쩌지?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미친듯이 공을 받아내고 보내는 2021 US오픈 우승자 다닐 메드베데프를 2022 호주오픈 우승 후보로 꼽았고, 나도 그의 수비에 지쳐 10살 많은 나달이 나가떨어질까봐 걱정은 좀 됐다. 메드베데프는 타이핑하기에 이름이 길어서 앞으로 '다닐'의 '예쁜' 러시아식 애칭 "Даня다냐"로 쓰겠다. 러시아 사람들만 그들의 '몌드볘졔프'를 다냐로 부를 뿐 Саша싸샤처럼 보편화된 애칭은 아니다(너무 다냐스럽지 않게 보여서?! 😉). 쳐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타이핑이 유난히 귀찮은 이름이라 한국에선 보통 메뎁, 영어권에서는 Meddy라고 쓴다. 


곧 26살이 되는 다냐입니다 :)



작년 US오픈 결승에서 조코비치도 공략에 실패한 다냐의 수비벽을 나달이 이번에 뚫을 가능성이 안 보이는 와중에도 다른 방향의 생각도 했다. 나달이 호주오픈에 준우승 징크스가 있다면 작년에 준우승한 다냐라고 없을 이유도 없다는 것. 내 생각에 다냐는 US오픈에서 좀 더 뛰어난 것 같았다. 2019년 라파;다냐 US오픈 결승을 보면 2세트까지 맥없이 나달에 밀리던 다냐가 3,4세트 거센 반격에 나섰었고 2021년에는 빈틈없는 모습으로 우승까지 차지했는데, 2021년 호주 오픈 결승에서는 1세트에서 경기가 안 풀리니까 침착하게 추격을 하는 게 아니라 공을 마구 치면서 스스로 붕괴하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래서 다냐가 생각보다 호주 오픈과 잘 안 맞는 게 아닐까 하는 '분석' 아닌..... '바람'을 가졌다.☺ 무적모드 US오픈과는 달리 호주오픈에선 5세트까지도 종종 끌려가고.


나의 또다른 "믿는 구석"이 뭐냐면 호주오픈 때의 나의 건강과 나달 건강이 비슷하다는 이상한 착각인데, 이번 결승전 당일날 내가 몸이 아픈 곳이 없어서 나달이 이길 것 같다는 묘한 확신을 갖게 됐다. 

이런 착각을 하게 된 것은 2014년 나달의 결승전부터이다. 결승 상대는 한손 백핸드 바브린카로, 당시 나달에게 12연패 중이었다. 한손 백핸드를 치는 선수는 상대적으로 나달에게 매우 약하다. 게다가 나달이 페더러(역시 한손 백핸드)를 만나서도 탁월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준결승을 쉽게 끝내고 결승에 올라가는 바람에 당시 거의 모두가 나달의 우승을 점쳤다. 

그 결승전 시작 전, 낮에 동창 결혼식이 있었는데, 같이 참석했던 친구 차를 타고 집앞까지 같이 왔다. 친구가 나를 내려주고 떠나는데 혼자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뒷걸음질 치다가 뒤에 있던 볼라드를 보지 못하고 걸려서 그대로 인도에 발라당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내가 인도에 그렇게 누워본 것은... 술취하지 않고서🤪 제정신으로는 유일한 날인 듯. 그래서 근육이 놀라서 불편감이 있었는데, 나달도 그날 결승 직전 연습 시간에 당한 갑작스런 허리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다. 헉, 혼자서 후회했다. 친구의 차는 이미 떠나버렸는데 뭘 인사하겠다고 서 있었을까. 나도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했는데, 나달도 당했구나.....

그러다가 2017년, 나달이 또 호주오픈 결승에 가게 됐는데 그때는 준결승을 보고 나서 책상 밑에 뭔가가 떨어져서 주우러 밑에 들어갔다 나오다가 책상 밑면 쇠고리에 머리를 쾅 부딪히고 말았다. 그래서 두피에 작은 딱지가 생길 정도의 부상(?). 그 해에도 나달이 결승 5세트 가서 아쉽게 패배ㅜ.ㅜ 

2019년 인디언웰스 때도 내 한쪽 무릎이 이상하게 욱신거렸는데 나달도 무릎 통증을 이유로 (그러나 나와는 반대쪽 무릎이었던 듯 😝) 4강전에서 기권했다. 그래서 그 뒤로 묘한 혼자만의 착각/미신이 생기게 되었다. 내가 다치지 않아야 나달도 잘 풀린다.... 하는 거?? 

그런데 어제 결승전날은....아침에 눈을 떴는데 몇달간 나를 괴롭히던 통증이 없었다.
그래서 아, 오늘 잘 되겠구나 하는 감이 왔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익숙한 그 통증이 있었다면 '아, 오늘도 안 되겠구나' 했을 거다. 그 혼자만의 생각이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미신은 이렇게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ㅎㅎㅎ

하지만 결승전 2세트까지는 나달이 끌려가는 양상.
라파 - 다냐의 결승전 1세트는 2-6로 차이가 많이 났지만 2세트는 6-7로 근소한 차이로 졌다. 그래서 그때 이미 마음이 편해졌다. 적어도 2-6 1-6 이런 식으로 격차가 크지 않고 타이브레이크까지 갔으니 처절히 싸우다가 진 것이기 때문에. 




해설자 📢 "메드베데프가 관뚜껑에 못질을 하네요"





2세트도 졌지만 우울하진 않고 그냥 이건 어쩔 수 없구나..하는 생각만 들었다. 단지 첫 서브가 너무 안들어 간 게 답답했는데, 간발의 차로 벗어난 몇개만 들어갔어도 서브 에이스로 경기시간이 훨씬 단축되었을 같아서 너무 아쉬웠다. 어찌나 첫 서브가 안 들어가던지... ㅠ.ㅠ 그러면서도 오늘 신체 상태가 좋은데 5세트까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다. 

3세트 중반 해설자가 "메드베데프가 관뚜껑 덮기 직전이네요" 했을 정도로 스코어가 밀렸을 당시, 나달은 이런 때 가장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이 "Pues ya está" 그래, 이 정도면 됐다 - 였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모두가 포기했을 당시, 나달만이 포기하지 않았다.
 
롤러 코스터를 타던 끝에 5세트까지 왔고 25세 다냐보다 35세 라파의 체력/집중력이 훨씬 돋보였다. 마지막에도 고비가 있었지만 결국 우승했다. 🏆
나랑 진짜 건강 상태 일치하나봐! ㅋㅋㅋ 
내 착각은 나의 자유 :)




오늘은 발 통증이 전혀 없어서 좋았다고. 선천적인 것이라 고치지도 못하는 그 발 통증 ㅜ 



결승 하기 전에도 이기면 많이 울 거라고 했는데, 실제로 나는 5시간 반 동안 덤덤하게 봤는데도 챔피언십 포인트가 끝나자마자 진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었다. 나에게도 그런 눈물이 있을 줄은.... 

운좋게 반대편 드로가 망해서 쉬운 상대가 결승에 올라오길 바라기도 했지만, 꼭 현시점 1인자 메드베데프가 올라와야 한다는 어떤 팬의 말도 결국 맞는 말이었다. 현존 하드코트 최강자를 실력으로 끝끝내 누르고 우승했으니 뒷말 나올 일이 없다.

경기 끝나고 기억의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꺼내보지 않는 경기들도 있는데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는 경기가 또 생겨서 기쁘다. 2019년 US오픈 결승, 역시 다냐와의 경기 5세트는 진짜 몇 번을 다시 봤는지 모르겠다. 


결승전 패배 후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야유하는 관중에 대한 실망과 함께 어린 소년의 꿈이 이젠 죽어버렸다는 인터뷰를 한 다냐 메드베데프. 물론 그가 서브할 때 방해를 일삼은 관중들도 나빴지만 다냐도 경기가 안 풀릴 때 본인도 제어를 못하는 광기 + 관중이랑 꼭 맞장을 떠보려는 똘끼가 있어서 안티를 수집하는 중인 듯. 경기가 끝나면 정상인으로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난 다냐 좋아하는데...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 다냐가 2018년에 ATP tour 첫 우승하던 경기도 지켜봤었고, 그가 우승 스피치에서 그 자리에 오지 못한 아내에 대해 말한 것도 기억난다. 비자를 못받았다던가... 특히 2019년 US open Wawrinka와의 경기에서 신선한 인상을 받아서 그 후로는 늘 다냐의 경기는 범상치않다고 생각하고 즐겨보는 편이었다. 물론 나달과 붙으면 나달을 응원하지만. 😁

조코비치가 코트에서 고함 지르고 난리나는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다냐에게서 발견해서인지 자꾸 자기와 다냐를 비슷한 라인으로 묶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조코비치가 본인과 비슷하게 코트에서 라켓을 후려치는 즈베레프까지 포함해서 "이들은 코트 안팎에서 "완벽한 척"은 하지 않는 authentic 선수들"이라고 인터뷰. 아니 그런 행패가 착한 '척' 안 하는 솔직함에서 나온🤷‍♀️ 행위라면, 다른 인성 좋은 선수들은 '가식'으로 코트에서 자신을 다스리고 있다는 말?) 다냐 본인도 범생이 스타일 나달보다는 조코비치를 더 가깝게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관중에게 응원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 조코비치식 감정 표출 노선에서 벗어나는 게 나아보인다. 그래도 다냐는 인터뷰 등을 너무 잘 하고 솔직해서, 다른 종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는 선수이다. 조코비치와 즈베레프는 인터뷰만 보면 서글서글 좋은 사람같으면서도 최근 거짓말을 한 사례가 걸려서 주위를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느글느글한 캐릭터들인데 다냐는 거짓말하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 두 명과는 다른 노선을 택하면 좋겠다.





'왜 나를 응원하지 않지?' 같은 생각 대신에 심판에게 고함치고 행패 부리는 버릇을 먼저 고쳐야 될 듯. 사람들에게 악당 캐릭터로 몰리기 딱 좋다. 국적에 관련된 악담을 퍼부은 최악의 관객들의 잘못도🤦‍♀️ 크지만, 다냐도 괴성과 손짓으로 관중 눈에 띄게 되는 자신의 경기장 태도를 고쳐나가지 않으면 관중과의 관계는 나아지지 않고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다. ("Pro tip: Making dismissive hand gestures to a packed stadium isn’t the best way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 - LA times, Charles McNulty) -> 3세트 막판에 다냐가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리는 과정에서 나달팬들의 환호로만 끝났을 것을 거기서 다냐가 삐딱한 표정으로 관중을 비꼬는 듯한 태도로 박수를 치자마자 야유가 시작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실수에 환호하는 관중을 충분히 기분나쁘게 생각할 수 있지만 + 꼭 도발을 하는 것도 다냐임. 관중의 사랑은 본인이 얻는 수 밖에 없는데 늘 반대로 행동해서 아쉽다. 

사랑받는 선수들이 어떻게 처신해서 사랑받고 있는지를 참고 좀 하고... '나는 착한 척은 하지 않고 살 거야'라고 생각하기보다 그게 '척'이 아니고 진짜 사람됨됨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건가? 경기장의 반을 채울 내 팬들은 다년간의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15년 이상을 뛰어서 다수 관중의 사랑을 획득한 노장 선수에 비해, 관중이 자신들에게 응원을 해주지 않는다고 징징대는 5-6년차 '넥젠'의(여기서는 다냐를 포함하는 것이 아님) 몇몇 인터뷰 내용을 보고 질린 이번 호주오픈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온세상이 자기를 응원한다고 착각하는 거대한 자아상을 가진 선수(ni...k...🤡)도 있어 놀랐고.

나달조차도, 롤랑 가로스에서 이미 4번이나 우승한 후였던 2009년에 16강전에서 소덜링에 패해서 탈락할 때 관중들이 디펜딩 챔피언인 자신이 아닌 소덜링을 크게 응원해서 충격을 받은 바 있다. 



⬆️관중들은 처음에는 기대하지 않았다가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소덜링의 한 포인트 한 포인트에 환호가 점점 커지고 나달이 실수할 때마다 열광하며 엄청 큰 소리를 냈다. 특히 마지막 타이브레이크(12:57~)는 화질 때문에 공의 움직임이 잘 안 보이지만 관중의 엄청난 함성이 들리면 그게 소덜링의 위너/나달의 에러라고 보면 될 정도. 올해 호주오픈에서 나달이 받았던 응원을 소덜링이 받았다고 보면 된다. 당시 롤랑에서 4번이나 우승한 선수였던 나달이 상처를 입었을 만하다. 자신의 고난을 기뻐하는 사람을 마주할 때의 그 기분이란....



메드베데프는 인터뷰에서 '관중들은 내가 (+ 넥젠이 )이기기를 원치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는 자신을 위해서만 경기를 하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하지만 2009년 16강전에서 22살 나달에게도 그랬다. 관중들이 당시 페더러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4년째 저지 중이었던 나달의 승리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저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었다. 본인보다 거대한 산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겪어가며 13년이나 더 꾸준한 경기력과 본인의 인성, 평상시 언동 등 자기 관리를 해온 결과 오늘에 이르러 관중의 사랑을 얻은 것인데 5-6년차가 프로 생활 20년의 두터운 팬층과 비슷한 응원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나도 오래전 나달이 준우승한 경기를 본 뒤에 팬이 됐듯이 다냐의 준우승 과정을 보고 이번에 분명히 팬이 더 많이 생겼을 테니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으면 좋겠다.

실력보다 인성으로 욕 많이 먹고 있는 소위 '넥젠'들을 나는 귀엽게 보려고 하는 편이었는데, 최근에 보니 다들 너무 자의식 과잉이고 성취에 비해 비대한 자아를 가지고 있어서 놀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싶기도 하다. 얘들도 35살 되면 '요즘 것들은 투정을 많이 하네, 나때는 말이야....' 그러고 있겠지.😆


아무튼, 2012년 6시간 결승전의 쓰라린 패배 이후 
10년 만에 이번 호주 오픈은 해피 엔딩.
해피 엔딩이지만 펑펑 울 수 있어서 더 행복했던 2022년 1월 30일이었다.
지면 울지 않지만, 우승하면 눈물이 나니까.




  


기다림





졌을 때는 울지 않지만
이기면 정말 많이 울 거야.

일요일에 많이 많이 눈물 흘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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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롤랑 가로스 때는 나는 아주 간절하진 않았지만 (롤랑 우승을 놓친다는 게 아쉬웠을 뿐, 21회 우승 그런 것까진 집착하지 않았다) 대회 끝나고 보니 나달이 의외로 중압감을 갖고 경기에 임해서 잘 안풀렸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물론 나 혼자 느낌이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나는 너무 간절한데, 나달이 '다음 경기도 또 나에게 주어진 경기 중의 하나일 뿐' 이런 식으로 초연하려 애쓰는 느낌이다. 기록을 쫓는 게 아니라 그저 자기가 너무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이라고 계속 강조. 나달이 6개월 동안 쉬면서 'competitor'로서의 본질까지 잊을 뻔 했는데 경기장에 돌아와 그 경쟁과 긴장과 고통의 순간 순간을 즐기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발견해서인 듯 하다. 

그의 표현대로 이제 모든 것은 '인생의 선물' 🎁
One point at a time,
One match at a time!









우와아앙




나달을 처음 응원하던 시절을 생각한다.
2009년까지는 그랜드 슬램 결승전만 봤다. 20대 초반의 나달은, 기다리다 보면 결승 언저리에 가 있었으니까. 사실 2008-2009년 당시에 TV 없고 인터넷 연결 안 된 집에서 살고 있었던 이유도 크다. 보고 싶어도 '시내'에 나가지 않으면 볼 수 없었다 (21세기 맞음 ㅋㅋ).


언제부턴가는 웬만하면 모든 경기를 다 챙겨보기 시작했는데, 나달이 30대 중반에 돌입하면서 응원도 매우 괴로운 과정이 됐다. 아무리 '승패'와 상관없이 응원한다고 말은 해도, 패배를 지켜보는 게 기분 좋을 리가 없으니. 


준결승/결승만 시청해도 나달을 거의 언제나 볼 수 있었던 시기는 지나, 이제 결승전엔 다른 선수들만 수두룩한 대회를 숱하게 경험하고, 지금 또 그랜드 슬램 대회 하나를 챙겨보면서 혼자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다. "와... 아직도 결승 가려면 경기가 또 남았어. 결승에 간다면... 그걸 또 어떻게 감당해?" 마음 속 한켠에는 이젠 승패에 상관없다/자신있다/20대 애들처럼 뛸 수 있을까? 온갖 생각들이 오고 간다. 으아 그랜드 슬램 우승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구나.

물론 어렵다. 내가 애초에 나달을 처음 본 날 자체가 과정도 없이 메이저대회 '결승전'이었기 때문에, 그 후에도 결승은 당연했고 그동안 그 어려운 걸 모르고 아주 'luxury' 응원 생활을 해왔나 보다. 

나달이 현재 4강에 올라있긴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20대 초중반이라서 걱정이 많다. 페더러는 만 35세에 2번, 36세에 1번 우승했지만 그땐 결승전 상대자들도 29-30세를 전후한 같이 늙어가는 나이였는데.. 나달은 이제 10살 이상 어린 선수들과 싸워야 해...흑흑. 

365일 따듯한 섬마을에서 사는 나달은 더운 날씨 경기에도 상대 선수보다 잘 버텨냈었는데, 며칠 전엔 더위 먹어서 경기 중에 나가떨어질 뻔함. 본인도 놀랐을 듯.

나달이 작년 오랜 부상 공백에서 복귀했기 때문에, 해외 팬들 트위터를 봐도 다들 '뛰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모든 게 선물이다' 맘을 내려놓은 게 보이는데, 이번에 내가 왜이리 간절한지 모르겠다. 2009년 🏆 뒤 준우승만 4번...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목표 🏆이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오늘 반대쪽 드로 8강전 경기만 해도 예측과 전혀 다른 모양새가 많이 나왔는데, 앞으로 남은 나달 경기도 나의 애타는 마음과는 다르게 '의외로' 수월하게 풀리기를 기대한다. 유독 이 대회에서 마음 고생을 많이 했는데, 한 번쯤은 그 보상으로 행운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








만성

 



갈비뼈쪽 근육? 이나 등, 날개뼈 여러 군데를 걸친 애매한 통증이 굉장히 오래 계속 되고 있는데, 오래 가다가도 또 한 순간 사라져서 몇 주간은 편할 때가 있어서 대체 원인을 짐작하기 어렵다. 초음파나 내시경을 해도 딱히 결과는 안 나오고...


몇 군데의 병원을 다녔지만 모두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고, 다들 나를 꾀병 환자로 보는 것 같았다. 어떤 병원에서는 비슷한 부위의 통증으로 3-4년 전에도 똑같이 내원한 적이 있다는 걸 찾아내고는 의사와 오묘한 시선 처리와 대화를 나눴는데, 사실 그 의사나 나나 대놓고 말은 못해도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인 듯 했다. -> "사실 그 부위에 그때부터 뭔가 중병이 있었다면 지금쯤은 죽었겠죠." 👼 그 의사분이 "이렇게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병원에 오는 분이 너~무 많아요." 라고 해서 한편으로는 그 말이 위안이 됐다.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최근에는 그런 생각도 든다.

사실 이 정도의 통증은 그냥 태어나서부터도?? 그냥 쭉 계속 되어오고 있었던 건데 어려서 건강하고 즐거운 일 많을 때는 모르고 사는 것인데, 나이가 들어서 쇠약해지고 바깥에서 들어오는 즐거운 자극도 줄고 인생이 지루해지다 보면 신경이 내 몸 안으로 곤두서서 그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밤에 누워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볼 때 '악 아악 여기는 대체 왜 아프지' 하다가도 지난주에 친구와 만나서 5시간 수다를 떨었을 때는 아팠던 기억이 없는 걸 보니.... 그저 다른 일이 있으면 잊고 살 수 있는 통증인데 할 일 없고 우울할 때 비로소 더 크게 느껴지는 통증인가 싶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항상 두려웠다.

굉장히 노년이 되면 아침에 눈을 떠도 정신은 멍~ 하고 온몸은 여기저기 쑤시는 건 아닌가 하고. 그런데 굳이 노년이 아닌데도 벌써 그런 것 같다. 잠에서 깨어나면 개운하지가 않다 ㅜ.ㅜ 이제 인생은 계속 이렇게 사는 건가요?


그래도 삶을 행복하게 살게 해주는 원동력은 호기심+남이 잘 되는 것도 기꺼이 기뻐하는 마음이라는 걸 마음에 새기며....이번 달 안에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인에 대해 놀랄 때



너무나 하늘이 파랗고 예쁜 날
노을이 감탄하도록 아름다운 날
눈이 펑펑 내리는 날

하늘이 잘 보이는 고층 건물의 통유리창 카페 같은 곳에서 밖을 보며 한참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일기예보가 있어도 시리게 파란 하늘을 만나는 건 생각보다도 더 예측 불허였으며, 어둡기만 한 내 방에서 노을이 예쁘다는 걸 알게 되는 건 남들이 올린 사진을 보고 난 - 해진 뒤 한참 나중일 뿐이었다. 눈이 펑펑 오는 날은 외출도 어렵고.


그런데 운좋게 그 기회가 왔다.
고층 건물에서 통유리창으로 펑펑 내리는 눈을 보는 일.
나는 일기 예보를 꼭 확인하고 외출하는데 오늘따라 왜 눈이 오는 걸 몰랐을까.
그래서 더 즐거웠다.





집에 돌아온 뒤
한참 뒤에야 내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놀랐다.
나는 눈이 내리던 그 시간 동안 창밖을 보며 상념에 잠기기보다
사진 찍기에 바빴다. 그게 다였다.


원하는 사진을 다 얻고는 호주 오픈 테니스 경기를 시청하느라 다른 걸 못했기는 한데, 나에게 언제 또 그렇게 눈이 오는 날 고층건물에서 눈 오는 걸 뚫어져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기회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 시간에 사진 열심히 찍은 기억밖에 없네?

늘 사진보다 내 머리 속에 담아올래... 하는 사람이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젠 어어어 이건 찍어야 돼, 아아아 이건 남겨야 돼 이게 전부인 사람이 되었구나.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는 게 아니라 사진이 남았으니 그 순간은 그걸로 족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참 나도 모를 일이다.

사실 손 안에 쥔 폰으로 인해 사진을 찍는 일이 그냥 삶의 일부분이 된 것이 대세이지만 
내가 사진만 많이 찍는 행위에 굳이 거부감이 있었던 것은, 뭔가 증명을 남기지 않고도 '그 자체로 행복해지고 싶은' 강박 때문이었던 듯 하다. '이 순간을 한 장으로 영원히 소유' 혹은 '이 순간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도 나 혼자서 만족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뭔가를 보면 내 머리속에도 '이걸 페이스북에 올려야겠다'라는 생각부터 퐁 떠오른다.










'좋아하기로 한' 선택

 


2018년부터 인간의 판단은 '옳고 그름'보다 '좋고 싫음'이 우선한다는 걸 알게 됐다. 중요한 판단에는 내가 좋아하느냐 안 좋아하느냐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애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 '억울한 건 우리 애예요' 학교 폭력을 저지른 아이들의 부모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태어나는 순간 사랑에 빠진 존재, 어쨌든 내 자식이 하는 일이 '맞는'일이다.


최근에 한 테니스 선수의 백신 접종/ 타국 입국 불허를 둘러싸고 입장이 둘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사실 '누군가를 좋아한다'라는 인생의 아름다운 행위에도 회의감이 든다. 

본인이 좋아하는 선수가 곤경에 처하자 이성을 상실하고 전방위로 규칙을 지키는 타인까지 공격하고 있는 소위 '팬'이라는 사람들을 보니 기가 차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인간의 행위들이 그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만약 이 선수의 팬이었다면 저 사람들이랑 똑같이 억울해하고 있을지도 몰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해도 괜찮지만 똑같은 일이라해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하면 안 되는 경우는 널려있다. 그래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나온 거고.


내가 내리는 판단들도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고, 뭔가에 대한 호불호로 잘못된 판단을 내려오고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옳은 일인 것처럼 살아서 내가 타인에게 상처받듯이 나도 모르는 새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고.


그래서 무의식중에 뭔가를 '좋아하기로' 인생의 선택을 내리는 일은 어쩌면 무서운 일이다. 

그때부터 그것을 기준으로 모든 상황 판단이 시작되니까.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수원 폐업




코로나로 인해 호텔 여러 곳이 문을 닫고 있는데, 그 호텔들은 내가 가본 적이 없던 곳이 대부분이었다. 문을 닫아도 굳이 사라질 추억이랄 것도 없는. 하지만 "코로나 3년차"를 맞이한 이번 1월에, 내가 총 4박을 했던 호텔이 문을 닫게 되었다.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수원 인계.


여태까지 갔던 모든 호텔은 내가 그 위치를 알고, 완공 년도 등등을 먼저 알고 간 거였는데, 개관한지도 모르고 있었던 새 호텔에 머무르게 된 건 이 호텔이 유일해서 뭔가 더 신기하고 가깝게(?) 여겨왔나보다.

2018년에 알바를 하면서 머무르던 호텔의 풀부킹 때문에 떠밀려 가게 된 호텔이 바로 이 곳이었다. 난 새 호텔에 가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밀려난 것에 매우 기뻐하면서 이 호텔에서 1박하고 원래 호텔로 다시 돌아갔다. 3성급이지만 예약 시 조식을 무조건 포함하는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브랜드에 처음 숙박해보는 것이었다. 그것도 공짜로 😄.

하지만 당시 알바가 주는 피곤함과 불면증으로 잠을 못 이뤄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고 결국 조식 시간을 놓쳐 아쉬웠다.작년에 몇 번 숙박할 기회가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조식 뷔페를 도시락으로 대체했기 때문에 여전히 내가 놓친 그 조식을 경험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제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수원'이라는 이름으로는 마지막 숙박이 된 작년 10월에 마침내 조식당에 가보게 됐다.






조식이 끝나기 직전의 시간에 내려가 사람이 별로 없었다. 먹을 것은 그리 많지 않지만 아침 식사로는 충분하고 식당도 깨끗해 좋았다. 

원래 뷔페를 이용 안 하고 음식을 박스에 담아 테이크아웃 해가는 사람에 한해 1회용 컵을 제공하는 건데, 내가 다 주는 건 줄 알고 커피를 1회용컵에 담아가겠다고 하자 '원래 안 되지만 이번엔 드릴게요' 하면서 컵을 내줬던 직원이 생각나네. 그것도 앞으로는 없을 일.





2018년 1월에 못해봤던 것을 2021년 10월에 드디어 한다! 이 마음으로 찍었던 사진.
그래도 이 조식을 한 번 먹어본 뒤에 영업을 종료해 다행이네. 안 그랬으면 계속 괜히 궁금했을 듯 ㅎㅎ. 사실 이 마지막 숙박은 할까말까 고민하는 사이에 숙박비가 20%나 올라서 엄청 고민하다가 '결단' 내린 것이었는데, 결국 이 조식의 한😆을 풀고 끝났으니 덜 아까운 지출이 될 듯하다. 평소엔 잘 먹지도 않는 조식인데 뭐이리 의미를 둬 ㅋㅋ


개인적인 견해로는,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가 조식 포함 브랜드라서 코로나 시대에 출혈이 컸을 것 같다. 외국인 숙박객도 꽤 보여서 수요가 있어 보이는 호텔이었는데 이대로 폐업?!? 체인 호텔의 불모지같던 이 동네 근처에 매리엇 계열 새 호텔이 오픈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더 잃을 거라 생각한 것인지...


--------->2022년 10월 추가, 2023년 3월 영업 재개를 목표로 다시 정비 중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그동안 영업을 중단하고도 IHG 앱에서는 계속 이름은 검색되어 신기했는데, 폐업이 아닌 코로나로 인한 잠정적 휴관 상태였나보다.






시장



트위터에서 이런 글을 봤다.





생각해 보니 동네마다 진짜로 야채, 정육 등을 파는 시장이 따로 있었던 듯. 어슴푸레한 기억이고 정확한 위치도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출근하던 지역은 완전히 아파트촌이었는데도 어디엔가 길거리 시장이 있어서 한국 것보다 엄청 큰 오이인지 호박인지 무인지...뭐 그런 길쭉한 채소를 샀던 기억이 머리 속 화면에 남아있다. 꾀죄죄했지만 미소를 가진 상인에게.


내가 살던 아파트 근처에도 길만 건너면 중국 고유 스타일의 마을이 있었다.






지금에야 도시가 엄청 팽창했지만, 내가 살던 당시에는 굉장히 외곽인 편이었기에 이런 동네가 남아있었나보다. 나도 촌스럽고😅 뒤에 우연치 않게 사진에 찍힌 어린이까지 중국 옛날 영화 속 한 장면같다. 분명히 2000년대임. 거기에도 시장이 있었는데 정육 등을 아무런 냉장 시설도 없이 좌판에 내놓고 파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진은 남기지 못했지만.






바로 집 건너편이었지만 사실 저날 딱 하루만 건너가봤던 걸로 기억한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잘한 일이었던 듯. 지금은 중국 시골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모습일까.

15년 만에 사진 속 같은 동네에 다시 가봤더니 이렇게 변해있었다.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 모습은 그대로였는데, 건너편은 천지개벽.





15년 전 사진과 거의 비슷한 위치에서 찍은 거다.





연출과 연기가 좋았던 电视剧 회차

 


나를 포함 '옛날' 사람들은 TV 드라마를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서 앉아서만 봐야 했고, 마음에 드는 장면을 다시 볼 방법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뭐... 요즘은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고, 무한 반복 무한 재생이 가능하다. 


최근 한국/미국 드라마보다 중국 드라마를 자주 봤다. 솔직히 각본 개연성이나 출연자들의 의상 상태 같은 것은 한국/미국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워낙 인적 자원이 풍부한 나라이기에 몇몇 배우들의 연기력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특히 단발성 출연자들의 '진상'손님, 길거리 '행패' 연기는 모든 걸 뛰어넘는다 😁

의상도 우리와 문화권이 달라서 그런지 문제가 좀 있고... 몇몇 드라마를 보면 여배우들이 한국에선 잠옷으로나 적합할 만한 옷을 입고 '출근'한다. 😨 중국드라마엔 자동차 브랜드나 외국 옷 브랜드에 집착하는 장면이 유난히 많아서 외양과 체면을 엄청 중시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에 비해서는 출근 복장 허용 범위가 한국보다 매우 넓은 것 같다.  


2015년 드라마. 잠옷/외출복 구분이 없어 보이는 주연 배우. 




남자친구의 초대로 휴양지 특급 호텔로 온 여자친구의 의상이라 하기엔 너무 놀라운, 노란 옷 여주인공. 심지어 회색 운동화에 맞춰서 회색 양말 신고 있음 🤦‍♀️




2020년에도 등이 드러난 옷 입고 세수할 때나 쓸 것 같은 띠 머리에 두르고 '펀드'회사 다님😨


짝사랑하는 남자의 어머니를 만나러 처음 인사 드리러 가면서 '하의 실종'으로 방문. 중국은 출근 복장도 하의 길이에 한국보다 관대해 보인다. 가까운 나라인데도 가장 큰 문화 차이.


잘 나가는 로펌 다니는 변호사의 경악할 출근 복장. 역시 길이가 매우 짧음. 출근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대체 저 리본 무더기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극중 재벌의 귀한 딸 설정으로 나온 배우가 입은 아...동...복...?!? 


상하이 증권 회사 인턴, 찢어진 청바지 입고 출근 가능 


잠옷 입고 동네 돌아다님🤯, 잠옷 입고 가족 외 인물 만나는 장면 많음. 특수상황 아님.


그래도 여주인공이 같은 옷을 여러 번 입고 나오는 것은 맘에 들었다. 한국 드라마의 몰입 방해 요인 중의 하나가 곤경에 처한 설정의 여주인공이 그 와중에도 매일 옷과 가방을 바꿔서 나오는 것이었으니. 하지만 병원에서 생사를 넘나들어도 마스카라와 눈화장을 포기 못하는 것은 한중 모두 마찬가지.


망막 수술을 앞두고도 마스카라는 포기 못하는 주인공 😕

어쨌든...

내가 본 몇몇 드라마 중에서 연출, 대사, 연기, 음악 등이 마음에 들어서 여러 번 다시 봤던 회차를 정리해볼까 한다, 사실 스포일러 문제도 있고, 저작권 문제도 있으니 제대로 쓰기는 애매하지만.

보통 40분 분량으로 40회를 넘기는 중국 드라마에서 가장 연출 역량이 최대 발휘된 회차로, 중드를 보는 사람에게는 개인적으로 꼭 보고 넘어가야 된다고 소개할 만한 부분들이다. 사실 중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뒤 나는 영상을 1.5배속 심할 땐 2배속으로 돌려서 보는 버릇이 생겼는데🤨, 불필요한 조연 서사 분량과 촌스러운 연애질 때문ㅋㅋ. 그 중에서도 1.5배속 돌리지 않고도 볼 만한 회차들.



1. 三十而已(2020) - nothing but thirty

현재까지 중국 현대극 중에서 가장 세련되게 연출됐다고 평가받는 작품, 지루한 부분은 있을지라도 촌스러운 부분은 많이 사라졌다. 여성 시청자를 노린 여자 3명의 우정 이야기지만, 입소문이 퍼져 의외로 한국 남자들도 많이 시청하고 평을 내놓았다는 특징이 있다. 나는 솔직히는 일부 남자들의 감상평 - 여자 주인공 몇몇이 허영이 심하다는 말에 동의하기 때문에 그렇게 몰입하지는 않았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이 드라마에서 여러 번 다시 본 부분은 38회, 40회. 

주인공 중의 한 명인 童瑶의 열연과 어우러지는 음악의 사용이 정점을 찍는 회차들. Spoiler가 될 수 있어 내용은 못 적지만 한 사람의 나쁜 행동이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주는 타격을 아프게 그려냈다.

중국은 인구도 많고 방송국도 많으니 한 해에 어마어마한 수의 드라마가 제작되고 방영되고 동시에 사장된다. 그 수많은 드라마 중에서 童瑶는 이 드라마 열연으로 2021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처럼 방송국마다 '본사 시청률순 공로상'을 '연기상'이라면서 남발하는 것이 아닌, 수십곳 방송사 통합 시상식 3개 중 하나에서 1인 수상이니 공신력이 있다고 할 만하다. 중국 배우들은 드라마 타이틀이 나올 때의 이름 순서로 자존심 싸움을 한다고 하는데, 江疏影이라는 배우가 왼쪽에 이름이 먼저 나오고, 드라마 시작 부분에서도 가장 먼저 등장할 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레이션을 했기에 사실상 그녀가 제1주연으로 각본이 쓰여진 듯 한데 이를 제치고 童瑶가 주연상을 받았다.

몇몇 한국 여배우처럼 충격의 딱 그 순간에 눈동자를 여기저기로 굴리고 고개를 이리저리 가로저으며 연기하는 게 아니라 과장되지 않은 동작 반응으로도 충격을 표현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충격을 소화하는 시간 동안, 중요한 대사는 아니지만 공감했던 대사를 하나 소개.

"我不喝酒得吃药了 醒着太难过"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약을 먹어야 돼. 제정신으로는 버틸 수가 없어....



  

2. 我的前半生 (2017)


2020년대 중국 드라마만 본다면 모든 송금과 결제가 스마트폰으로 순식간에 끝나고, 앱 덕분에 길거리에서 택시 잡느라 고생하는 장면도 없다. 처음 본 사이에도 뿅!하면 송금이 되기에 드라마 40회 보는 내내 주조연들끼리 돈 보내다가 끝나는 드라마도 있다💸. 하지만 2017년에 방영된 이 작품을 보면 기술 발전의 과도기인지, 현금이 손에서 손으로 오가고 지폐로 밥값을 지불하고 택시 잡느라 고생하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3년 사이에 많은 게 변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드라마 설정상으로는 30대이지만 실제 주연 배우들이 40살이 되어 연기한, 최소 30대 이상이 더 공감하는 일명 '으른' 로맨스이다. 결혼 생활이 길거나 연애 기간이 길었을수록 이해하는 측면이 많을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보통 이 드라마를 '여주 성장물'이라고들 하는데, 찬찬히 뜯어보면 여주인공이 외적 매력이 있고 + 압도적 인맥을 가진 남자의 결정적 도움을 많이 받아 상사의 신뢰를 얻는 (the Devil wears Prada 같은) 내용이라, 나는 그 측면을 그렇게 좋게 보지는 않는다. 여주 성장물 = 남주 인맥물??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은 회차는 31회(편집에 따라서는 32회 맨앞 장면), 36회.

28회에는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한 장면으로 관계 설명하기 | Nothing matters. (mori-masa.blogspot.com)


31, 36회는 오래된 관계, 책임 지려는 관계, 새로 시작하는 관계, 결혼 결심의 이유, 의리에 대한 고민, 노년의 사랑까지 ... 수많은 "관계"의 종류를 다 볼 수 있는 회차들이다. 

이 작품 역시 주연배우 马伊琍가 위의 三十而已 배우처럼 통합시상식에서 2018년에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실 나는 그 배우의 연기에 크게 감명받은 적은 없으나, 남녀 서로의 감정이 폭발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여자 배우가 상대 배우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아래를 보면서 대사를 한 것이 신선했다. 늘 그런 장면은 남녀가 서로 바라보며 눈빛으로 뭔가를 보여주려는 것만 봐와서👀... 남자 배우는 연기로는 욕을 먹지 않는 유명 배우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절절한 회차에서 표정이 다양하지 않고 연기 기술이 한정되어 있는 게 아쉬웠다. (상대방이 답답할 땐 고개를 한번 옆으로 돌린다든지, 곤란할 땐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는 거라든지 -> 어떤 회차를 봐도 각각 다른 상황에서 그 단 두 가지 동작으로만 심정을 표현해서  🤦‍♂️... 그냥 목석같다.)

뻔한 말인 것 같지만 사실 꽤 중요한 대사는 "我不希望看到你再受苦" - 니가 또 고생하는 건 못 보겠다

이 감정이 관계의 시작과 끝이라고 생각. 이 드라마도 결국 이것 때문에 이렇게 됐다. 이 마음이 절절할 때는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고 곁에 맴돌게 되지만, 시간이 흘러 이 감정이 흐려지면 - 니가 힘들어도 난 모르겠다 - 배신과 이별이 따라옴.

그건 현실에서도 남녀 관계 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관계까지도 적용된다. '니가 힘들겠지만 그래도 난 어쩔 수 없다'... 이거 참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다못해 대학교에서 조별 과제를 해도, 남이 고생하는 걸 그냥 보아 넘길 수 있는 사람과 타인이 고생하면 안 되니까 그래도 도우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심정은 천지 차이다. 




3. 平凡的榮曜 (2018년 촬영, 2020년 방영)


미생의 '정식' 리메이크작. '정식'을 강조하는 건 그냥 말없이 베끼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 한국 작품을 제한하는 한한령 때문에 찍어놓고도 2년 만에 방영됐다.

사실 원작 미생 드라마를 제대로 안 봤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채널을 돌리다가 이 '平凡的榮曜'를 별 설명도 없이 몇 십초 보고 나서 금방 '이거 미생이잖아?' 했을 정도로, '원작을 보지 않았는데도 리메이크작임을 알아본 작품'. 

한국에서 미생의 여러 장면들이 워낙 유명해서 여기저기 인용이 되었기에 금방 알아볼 수 있었고, 중국판은 한국판 대부분을 충실히 재현했다. 남녀가 정분으로 얽히지 않는 이런 드라마 류를 좋아한다. 게다가 중국 드라마 중에 거의 처음 본 작품에 속해서 배우를 단 한 명도 몰랐기 때문에 진짜 회사원들 보는 기분으로 집중해서 볼 수 있어서 더 좋게 기억에 남은 듯.


연출이 잘 된 회차는 25회, 34-35회, 40회.

에피소드를 잘 살렸고, '장그래'역 25살(촬영 당시) 주연배우 白敬亭의 적재적소 적합한 표정 사용, 몸 사용, 걸음걸이 사용이 돋보인다. 중국판 미생은 한국 원작의 장그래보다 오과장에 중점을 둔 각색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나에겐 '장그래'역 배우가 더 돋보였다. 이 안쓰러운 주인공 연기를 위해 183cm의 키에 57kg까지 감량했다는 설이 있다. 배우가 캐릭터 연구 끝에 넣은 설정같긴 한데, 종종 머리 긁적긁적하는 것만 안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할 때마다 매우 안 어울림. 이 배우의 연기폭을 보려면 28회도 보면 좋다. 

34-35회 연출은 이 블로그에 이미 소개 - 연출 | Nothing matters. (mori-masa.blogspot.com)

거의 끝에 다다른 40회의 회식 장면은 실제로 白敬亭의 마지막 촬영 회차였고, 4개월간 촬영해 온 인물의 인생에 배우가 한껏 몰입해서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연기가 뛰어나다. 볼 때마다 눈물남. 

한국 '미생'도 부장님 차장님 과장님 사원 역할을 한 수많은 조연들을 조명받게 한 작품이듯이, 중국판도 주조연들의 진짜 회사원같은 연기가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딱히 꽂힌 대사는 없다. 전체적으로 쓸쓸한 배경 음악 사용도 맘에 든 작품.

그냥 앞으로 써먹기 좋은 대사를 하나 꼽자면




"未到终局 焉知生死" - 의역하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이런 대사.   


 

 

who are you

 


어떤 이유에선지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 된 것 같다.

특히 기본적으로 남앞에 서야 돈을 버는 직업 - 연예인, 정치인, 그리고 대학교수나 의사 중에서도 방송의 맛을 본 뒤 출연에 열올리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최대한 기억나는, 가장 최초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나눈 건 26살 때쯤 아주 오랜 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였던 듯 하다. 그때 그 '인간 상호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 이야기를 나눈 끝에 그 친구는 내가 어디서 엄청난 타격의 실연을 당하고 온 것으로 짐작하는 듯했다. 🤔


언젠가 이 블로그에, 나는 사진으로 일상을 내세우는 사람보다는 글로써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한다는 식의 내용을 쓴 적이 있다. 그래도 긴 글은 고민과 오랜 시간끝에 나오는 결과물일 테니, 그 사람을 더 잘 보여주는 것일 거라 생각해서. 그런데 요즘은 또 글을 잘 써도 인간성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게 됐다.


잘 생각해보니 그런 불신에는 독일 테니스 선수 사샤 즈베레프의 기여도(?)가 꽤 높은 것 같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민한 테니스 선수 부부의 터울이 큰 막내 아들로 태어난 97년생 즈베레프는 러시아어, 독일어 외에도 미국에서 훈련을 하면서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테니스 코트에 라켓을 후려치는 행패를 많이 부리곤 했지만 경기 후에는 on-court 인터뷰도 늘 재치있게 해냈고, 그래서 테니스 저널리스트가 '즈베레프는 언어로 표현하는 걸 타고났다'는 트윗을 하기도 했다. 본인이 존경해온 선배 선수가 은퇴할 때 인스터그램에 길게 쓴 헌사 등등 글도 너무 잘 써서 서글서글한 미소에 막내 아들로 부모/나이 차이 많은 형의 사랑 듬뿍 받고 자란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테니스 코트에서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을 뿐 코트 밖에서는 정서가 안정되어 있는 것 같았다.

트위터 같은 곳에 단어 몇 개로 감정 표현을 잘 하는 것은 아르헨티나 선수 델 포트로를 뽑을 수 있겠고(사실 그는 주로 스페인어로 써서 나는 영어로 번역된 버전으로 이해하는 것이지만 몇 단어 안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잘 집어넣는다. 물론 그의 홍보팀이 대신 썼을 수도 있다😅), 긴 글은 즈베레프가 잘 쓴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겨우 23살의 나이에... 러시아인 전 여자친구에 대한 데이트 폭력과 폭언에 대한 증언, 이미 헤어진 독일인 전 여자친구의 임신 등등 사건이 줄줄이 터지면서 그 '사랑 받고 자란 서글서글한 막내' 이미지는 홀딱 깨지고 말았다.  

애초에도 즈베레프는 훈련 상습 지각으로, 유명 코치들이 질려서 단기간에 그만 두기로 악명 높아서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했었는데 역시 나쁜 사람은 '한 가지만 하진 않는다'.

여자친구 폭행은 즈베레프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기에 확정난 것은 없지만 그 과정에서 즈베레프가 "이미 법원에서 허위로 판결"했느니 뭐니 하면서 슬금슬금 거짓말을 끼워넣고 있기도 하고

 (https://twitter.com/_ankaramessi/status/1431378320810258434?t=RGYazEJTRi_DaJEemQDHqA&s=19), 

헤어지고 나서야 임신을 알게 된 다른 전여친도 "인터뷰에서는 임신 중인 아기가 소중하다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다 같은 내용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연락 온 적 없다" 라는 내용을 소셜 미디어에 올려서 즈베레프를 공개 비난하기도 한 것을 보면, 즈베레프가 거짓말을 잘 한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아무리 헤어졌다지만 임신중인 내 아이의 아빠인데다가 사회적으로 훨씬 더 지지 기반이 큰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서 그 여자분이 얻을 것은 별로 없으니.

소셜 미디어 비난 후 결국 관계를 회복해, 나중엔 딸의 탄생 뒤 종종 딸과 잘 지내는 사진을 전 여자친구가 공개하긴 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안티들도 많이 생겨서, 즈베레프가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 "왜 하필이면 쟤가...?"😔 하면서 지워버린 사람들도 많았다.

역시 세상엔 별놈 다 있구나... 싶고, 그렇다고 뭐 그 선수가 내 일상에 해를 끼친 것은 없으니 상관없이 살고 있었는데

돌이켜보니 요즘 '멋진 글 쓰는 사람' '긴 글 잘 써서 자기 생각 조리있게 풀어내는 X'도 못 믿겠다 - 라는 생각이 커진 데에는 즈베레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 



+ 예전에 우리 아파트 맞은 편 집에서 부부싸움끝에 아내가 우리집으로 피신오고 그 남편이 쫓아와서 우리집 문을 마구 걷어찼던 일이 있다. 나중에 그집에 가 볼 일이 있었는데 거실에 걸려있던 행복해 보이는 가족 사진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귀여운 강아지까지 데리고 온가족이 전세계로 테니스 응원을 다니는 즈베레프 가족 사진을 보면 늘 화목해보였다. 승부욕에 라켓 부수기를 할 지언정, 정서적으로는 안정되게 컸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걸 보니... 단단히 결속된 가족의 존재조차도 그 사람의 인성을 보장해주진 못한다. ㅜㅜ





 


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가을까지는 아파트 뒤편 놀이터에 거의 매일 갔었는데
이제 날도 추워지고 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따르던 고양이도 사라지고, 발걸음이 뜸해졌다.

내가 바란 것은 결국 상호작용이었던 건지...
내가 갖다주는 음식보다 쓰다듬 한 번 더 받으려고 너무나 열심히 쫓아오던 (사진에서 뒤쪽) 고양이가 사라진 뒤, 뭔가 마음이 허전해서 잘 안 가게 된다. 

다른 검정냥 한 마리는 처음 본 날부터 너무 초초 적극적으로 들러붙어서, 그런 행동은 정말 매력이 없구나 ... 하는 걸 실감케 해준 고양이이다. 다리를 너무 휘감아서...미안하지만, 부담스럽다. 


그리고 늘 모호한 메시지를 주는 이 고양이.





이 고양이만은 계절이 바뀌고 낙엽이 다 떨어져도 그 자리에 남아있다. 가장 먼저 쓰다듬을 허용했던 고양이이기도 하고, 여름에 맨발에 슬리퍼로 나갔을 땐 종종 내 발가락을 핥아주기도 했다(😼: 너두 그루밍 좀 해?!). 그리고 내가 근처에 가면 꼭 야옹야옹 소리를 내며 높은 나무 위에 있다가도 다급하게 뛰어내려오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늘 나와 50cm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쓰다듬어 주려고 하면 쓰윽 피해서 50cm 정도의 거리에 가서 앉는다. 그래서 내가 또 근처로 쫓아가면 또 쓰윽 거리를 유지한다. 그렇다고 멀어지지도 않는다. 웃기는 녀석. 고양이 특유의 밀당을 아는 녀석이다.

소고기, 조기 등 비싼 음식에만 반응하던 녀석이 얼마 전 가지고 간 생선을 꼼꼼하게 잘도 받아먹었다. 하지만 그러고도 또 거리를 유지한다. 뭔가 섭섭하다. '넌 내가 그냥 음식으로 보이냐?'

허허.
내가 길냥이에게 뭘 바라는 건지.
저 치즈냥 정도면 사실 길냥이 중에 곁을 많이 허용하는 냥이인데...  수년을 다가오지도 못하게 하는 길냥이에게 사료 공급하고 계신 분들도 있다는데, 난 고양이에게 밥을 주려는 게 아니라 내가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 매일같이 그렇게 놀이터에 갔던 것인지.

그건 그렇고...
이제 눈에 안 띄는 고양이는 그 이유가 '사고'가 아니고 '입양'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 고양이가 다른 사람도 잘 따르는 걸 봤다. 음식이 아니라 '사람을' 반가워한다는 게 너무 느껴지는 고양이였으니, 나와 똑같은 기분을 느낀 누군가가 데려가서 안락한 잠자리를 마련해줬기를...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