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14년 보면 미신과 함께 본다.
기다림
우와아앙
만성
갈비뼈쪽 근육? 이나 등, 날개뼈 여러 군데를 걸친 애매한 통증이 굉장히 오래 계속 되고 있는데, 오래 가다가도 또 한 순간 사라져서 몇 주간은 편할 때가 있어서 대체 원인을 짐작하기 어렵다. 초음파나 내시경을 해도 딱히 결과는 안 나오고...
몇 군데의 병원을 다녔지만 모두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고, 다들 나를 꾀병 환자로 보는 것 같았다. 어떤 병원에서는 비슷한 부위의 통증으로 3-4년 전에도 똑같이 내원한 적이 있다는 걸 찾아내고는 의사와 오묘한 시선 처리와 대화를 나눴는데, 사실 그 의사나 나나 대놓고 말은 못해도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인 듯 했다. -> "사실 그 부위에 그때부터 뭔가 중병이 있었다면 지금쯤은 죽었겠죠." 👼 그 의사분이 "이렇게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병원에 오는 분이 너~무 많아요." 라고 해서 한편으로는 그 말이 위안이 됐다.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최근에는 그런 생각도 든다.
사실 이 정도의 통증은 그냥 태어나서부터도?? 그냥 쭉 계속 되어오고 있었던 건데 어려서 건강하고 즐거운 일 많을 때는 모르고 사는 것인데, 나이가 들어서 쇠약해지고 바깥에서 들어오는 즐거운 자극도 줄고 인생이 지루해지다 보면 신경이 내 몸 안으로 곤두서서 그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밤에 누워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볼 때 '악 아악 여기는 대체 왜 아프지' 하다가도 지난주에 친구와 만나서 5시간 수다를 떨었을 때는 아팠던 기억이 없는 걸 보니.... 그저 다른 일이 있으면 잊고 살 수 있는 통증인데 할 일 없고 우울할 때 비로소 더 크게 느껴지는 통증인가 싶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항상 두려웠다.
굉장히 노년이 되면 아침에 눈을 떠도 정신은 멍~ 하고 온몸은 여기저기 쑤시는 건 아닌가 하고. 그런데 굳이 노년이 아닌데도 벌써 그런 것 같다. 잠에서 깨어나면 개운하지가 않다 ㅜ.ㅜ 이제 인생은 계속 이렇게 사는 건가요?
그래도 삶을 행복하게 살게 해주는 원동력은 호기심+남이 잘 되는 것도 기꺼이 기뻐하는 마음이라는 걸 마음에 새기며....이번 달 안에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인에 대해 놀랄 때
'좋아하기로 한' 선택
2018년부터 인간의 판단은 '옳고 그름'보다 '좋고 싫음'이 우선한다는 걸 알게 됐다. 중요한 판단에는 내가 좋아하느냐 안 좋아하느냐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애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 '억울한 건 우리 애예요' 학교 폭력을 저지른 아이들의 부모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태어나는 순간 사랑에 빠진 존재, 어쨌든 내 자식이 하는 일이 '맞는'일이다.
최근에 한 테니스 선수의 백신 접종/ 타국 입국 불허를 둘러싸고 입장이 둘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사실 '누군가를 좋아한다'라는 인생의 아름다운 행위에도 회의감이 든다.
본인이 좋아하는 선수가 곤경에 처하자 이성을 상실하고 전방위로 규칙을 지키는 타인까지 공격하고 있는 소위 '팬'이라는 사람들을 보니 기가 차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인간의 행위들이 그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만약 이 선수의 팬이었다면 저 사람들이랑 똑같이 억울해하고 있을지도 몰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해도 괜찮지만 똑같은 일이라해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하면 안 되는 경우는 널려있다. 그래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나온 거고.
내가 내리는 판단들도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고, 뭔가에 대한 호불호로 잘못된 판단을 내려오고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옳은 일인 것처럼 살아서 내가 타인에게 상처받듯이 나도 모르는 새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고.
그래서 무의식중에 뭔가를 '좋아하기로' 인생의 선택을 내리는 일은 어쩌면 무서운 일이다.
그때부터 그것을 기준으로 모든 상황 판단이 시작되니까.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수원 폐업
시장
연출과 연기가 좋았던 电视剧 회차
나를 포함 '옛날' 사람들은 TV 드라마를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서 앉아서만 봐야 했고, 마음에 드는 장면을 다시 볼 방법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뭐... 요즘은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고, 무한 반복 무한 재생이 가능하다.
최근 한국/미국 드라마보다 중국 드라마를 자주 봤다. 솔직히 각본 개연성이나 출연자들의 의상 상태 같은 것은 한국/미국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워낙 인적 자원이 풍부한 나라이기에 몇몇 배우들의 연기력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특히 단발성 출연자들의 '진상'손님, 길거리 '행패' 연기는 모든 걸 뛰어넘는다 😁
의상도 우리와 문화권이 달라서 그런지 문제가 좀 있고... 몇몇 드라마를 보면 여배우들이 한국에선 잠옷으로나 적합할 만한 옷을 입고 '출근'한다. 😨 중국드라마엔 자동차 브랜드나 외국 옷 브랜드에 집착하는 장면이 유난히 많아서 외양과 체면을 엄청 중시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에 비해서는 출근 복장 허용 범위가 한국보다 매우 넓은 것 같다.
남자친구의 초대로 휴양지 특급 호텔로 온 여자친구의 의상이라 하기엔 너무 놀라운, 노란 옷 여주인공. 심지어 회색 운동화에 맞춰서 회색 양말 신고 있음 🤦♀️ |
2020년에도 등이 드러난 옷 입고 세수할 때나 쓸 것 같은 띠 머리에 두르고 '펀드'회사 다님😨 |
잘 나가는 로펌 다니는 변호사의 경악할 출근 복장. 역시 길이가 매우 짧음. 출근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대체 저 리본 무더기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극중 재벌의 귀한 딸 설정으로 나온 배우가 입은 아...동...복...?!? |
상하이 증권 회사 인턴, 찢어진 청바지 입고 출근 가능 |
잠옷 입고 동네 돌아다님🤯, 잠옷 입고 가족 외 인물 만나는 장면 많음. 특수상황 아님. |
그래도 여주인공이 같은 옷을 여러 번 입고 나오는 것은 맘에 들었다. 한국 드라마의 몰입 방해 요인 중의 하나가 곤경에 처한 설정의 여주인공이 그 와중에도 매일 옷과 가방을 바꿔서 나오는 것이었으니. 하지만 병원에서 생사를 넘나들어도 마스카라와 눈화장을 포기 못하는 것은 한중 모두 마찬가지.
망막 수술을 앞두고도 마스카라는 포기 못하는 주인공 😕 |
어쨌든...
내가 본 몇몇 드라마 중에서 연출, 대사, 연기, 음악 등이 마음에 들어서 여러 번 다시 봤던 회차를 정리해볼까 한다, 사실 스포일러 문제도 있고, 저작권 문제도 있으니 제대로 쓰기는 애매하지만.
보통 40분 분량으로 40회를 넘기는 중국 드라마에서 가장 연출 역량이 최대 발휘된 회차로, 중드를 보는 사람에게는 개인적으로 꼭 보고 넘어가야 된다고 소개할 만한 부분들이다. 사실 중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뒤 나는 영상을 1.5배속 심할 땐 2배속으로 돌려서 보는 버릇이 생겼는데🤨, 불필요한 조연 서사 분량과 촌스러운 연애질 때문ㅋㅋ. 그 중에서도 1.5배속 돌리지 않고도 볼 만한 회차들.
1. 三十而已(2020) - nothing but thirty
현재까지 중국 현대극 중에서 가장 세련되게 연출됐다고 평가받는 작품, 지루한 부분은 있을지라도 촌스러운 부분은 많이 사라졌다. 여성 시청자를 노린 여자 3명의 우정 이야기지만, 입소문이 퍼져 의외로 한국 남자들도 많이 시청하고 평을 내놓았다는 특징이 있다. 나는 솔직히는 일부 남자들의 감상평 - 여자 주인공 몇몇이 허영이 심하다는 말에 동의하기 때문에 그렇게 몰입하지는 않았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이 드라마에서 여러 번 다시 본 부분은 38회, 40회.
주인공 중의 한 명인 童瑶의 열연과 어우러지는 음악의 사용이 정점을 찍는 회차들. Spoiler가 될 수 있어 내용은 못 적지만 한 사람의 나쁜 행동이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주는 타격을 아프게 그려냈다.
중국은 인구도 많고 방송국도 많으니 한 해에 어마어마한 수의 드라마가 제작되고 방영되고 동시에 사장된다. 그 수많은 드라마 중에서 童瑶는 이 드라마 열연으로 2021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처럼 방송국마다 '본사 시청률순 공로상'을 '연기상'이라면서 남발하는 것이 아닌, 수십곳 방송사 통합 시상식 3개 중 하나에서 1인 수상이니 공신력이 있다고 할 만하다. 중국 배우들은 드라마 타이틀이 나올 때의 이름 순서로 자존심 싸움을 한다고 하는데, 江疏影이라는 배우가 왼쪽에 이름이 먼저 나오고, 드라마 시작 부분에서도 가장 먼저 등장할 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레이션을 했기에 사실상 그녀가 제1주연으로 각본이 쓰여진 듯 한데 이를 제치고 童瑶가 주연상을 받았다.
몇몇 한국 여배우처럼 충격의 딱 그 순간에 눈동자를 여기저기로 굴리고 고개를 이리저리 가로저으며 연기하는 게 아니라 과장되지 않은 동작 반응으로도 충격을 표현했던 게 인상적이었다.
충격을 소화하는 시간 동안, 중요한 대사는 아니지만 공감했던 대사를 하나 소개.
"我不喝酒得吃药了 醒着太难过"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약을 먹어야 돼. 제정신으로는 버틸 수가 없어....
2. 我的前半生 (2017)
2020년대 중국 드라마만 본다면 모든 송금과 결제가 스마트폰으로 순식간에 끝나고, 앱 덕분에 길거리에서 택시 잡느라 고생하는 장면도 없다. 처음 본 사이에도 뿅!하면 송금이 되기에 드라마 40회 보는 내내 주조연들끼리 돈 보내다가 끝나는 드라마도 있다💸. 하지만 2017년에 방영된 이 작품을 보면 기술 발전의 과도기인지, 현금이 손에서 손으로 오가고 지폐로 밥값을 지불하고 택시 잡느라 고생하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3년 사이에 많은 게 변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드라마 설정상으로는 30대이지만 실제 주연 배우들이 40살이 되어 연기한, 최소 30대 이상이 더 공감하는 일명 '으른' 로맨스이다. 결혼 생활이 길거나 연애 기간이 길었을수록 이해하는 측면이 많을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보통 이 드라마를 '여주 성장물'이라고들 하는데, 찬찬히 뜯어보면 여주인공이 외적 매력이 있고 + 압도적 인맥을 가진 남자의 결정적 도움을 많이 받아 상사의 신뢰를 얻는 (the Devil wears Prada 같은) 내용이라, 나는 그 측면을 그렇게 좋게 보지는 않는다. 여주 성장물 = 남주 인맥물??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은 회차는 31회(편집에 따라서는 32회 맨앞 장면), 36회.
28회에는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한 장면으로 관계 설명하기 | Nothing matters. (mori-masa.blogspot.com)
31, 36회는 오래된 관계, 책임 지려는 관계, 새로 시작하는 관계, 결혼 결심의 이유, 의리에 대한 고민, 노년의 사랑까지 ... 수많은 "관계"의 종류를 다 볼 수 있는 회차들이다.
이 작품 역시 주연배우 马伊琍가 위의 三十而已 배우처럼 통합시상식에서 2018년에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실 나는 그 배우의 연기에 크게 감명받은 적은 없으나, 남녀 서로의 감정이 폭발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여자 배우가 상대 배우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아래를 보면서 대사를 한 것이 신선했다. 늘 그런 장면은 남녀가 서로 바라보며 눈빛으로 뭔가를 보여주려는 것만 봐와서👀... 남자 배우는 연기로는 욕을 먹지 않는 유명 배우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절절한 회차에서 표정이 다양하지 않고 연기 기술이 한정되어 있는 게 아쉬웠다. (상대방이 답답할 땐 고개를 한번 옆으로 돌린다든지, 곤란할 땐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는 거라든지 -> 어떤 회차를 봐도 각각 다른 상황에서 그 단 두 가지 동작으로만 심정을 표현해서 🤦♂️... 그냥 목석같다.)
뻔한 말인 것 같지만 사실 꽤 중요한 대사는 "我不希望看到你再受苦" - 니가 또 고생하는 건 못 보겠다
이 감정이 관계의 시작과 끝이라고 생각. 이 드라마도 결국 이것 때문에 이렇게 됐다. 이 마음이 절절할 때는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고 곁에 맴돌게 되지만, 시간이 흘러 이 감정이 흐려지면 - 니가 힘들어도 난 모르겠다 - 배신과 이별이 따라옴.
그건 현실에서도 남녀 관계 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관계까지도 적용된다. '니가 힘들겠지만 그래도 난 어쩔 수 없다'... 이거 참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다못해 대학교에서 조별 과제를 해도, 남이 고생하는 걸 그냥 보아 넘길 수 있는 사람과 타인이 고생하면 안 되니까 그래도 도우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심정은 천지 차이다.
3. 平凡的榮曜 (2018년 촬영, 2020년 방영)
미생의 '정식' 리메이크작. '정식'을 강조하는 건 그냥 말없이 베끼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 한국 작품을 제한하는 한한령 때문에 찍어놓고도 2년 만에 방영됐다.
사실 원작 미생 드라마를 제대로 안 봤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채널을 돌리다가 이 '平凡的榮曜'를 별 설명도 없이 몇 십초 보고 나서 금방 '이거 미생이잖아?' 했을 정도로, '원작을 보지 않았는데도 리메이크작임을 알아본 작품'.
한국에서 미생의 여러 장면들이 워낙 유명해서 여기저기 인용이 되었기에 금방 알아볼 수 있었고, 중국판은 한국판 대부분을 충실히 재현했다. 남녀가 정분으로 얽히지 않는 이런 드라마 류를 좋아한다. 게다가 중국 드라마 중에 거의 처음 본 작품에 속해서 배우를 단 한 명도 몰랐기 때문에 진짜 회사원들 보는 기분으로 집중해서 볼 수 있어서 더 좋게 기억에 남은 듯.
연출이 잘 된 회차는 25회, 34-35회, 40회.
에피소드를 잘 살렸고, '장그래'역 25살(촬영 당시) 주연배우 白敬亭의 적재적소 적합한 표정 사용, 몸 사용, 걸음걸이 사용이 돋보인다. 중국판 미생은 한국 원작의 장그래보다 오과장에 중점을 둔 각색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나에겐 '장그래'역 배우가 더 돋보였다. 이 안쓰러운 주인공 연기를 위해 183cm의 키에 57kg까지 감량했다는 설이 있다. 배우가 캐릭터 연구 끝에 넣은 설정같긴 한데, 종종 머리 긁적긁적하는 것만 안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할 때마다 매우 안 어울림. 이 배우의 연기폭을 보려면 28회도 보면 좋다.
34-35회 연출은 이 블로그에 이미 소개 - 연출 | Nothing matters. (mori-masa.blogspot.com)
거의 끝에 다다른 40회의 회식 장면은 실제로 白敬亭의 마지막 촬영 회차였고, 4개월간 촬영해 온 인물의 인생에 배우가 한껏 몰입해서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연기가 뛰어나다. 볼 때마다 눈물남.
한국 '미생'도 부장님 차장님 과장님 사원 역할을 한 수많은 조연들을 조명받게 한 작품이듯이, 중국판도 주조연들의 진짜 회사원같은 연기가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딱히 꽂힌 대사는 없다. 전체적으로 쓸쓸한 배경 음악 사용도 맘에 든 작품.
그냥 앞으로 써먹기 좋은 대사를 하나 꼽자면
"未到终局 焉知生死" - 의역하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이런 대사.
who are you
어떤 이유에선지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 된 것 같다.
특히 기본적으로 남앞에 서야 돈을 버는 직업 - 연예인, 정치인, 그리고 대학교수나 의사 중에서도 방송의 맛을 본 뒤 출연에 열올리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최대한 기억나는, 가장 최초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나눈 건 26살 때쯤 아주 오랜 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였던 듯 하다. 그때 그 '인간 상호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 이야기를 나눈 끝에 그 친구는 내가 어디서 엄청난 타격의 실연을 당하고 온 것으로 짐작하는 듯했다. 🤔
언젠가 이 블로그에, 나는 사진으로 일상을 내세우는 사람보다는 글로써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한다는 식의 내용을 쓴 적이 있다. 그래도 긴 글은 고민과 오랜 시간끝에 나오는 결과물일 테니, 그 사람을 더 잘 보여주는 것일 거라 생각해서. 그런데 요즘은 또 글을 잘 써도 인간성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게 됐다.
잘 생각해보니 그런 불신에는 독일 테니스 선수 사샤 즈베레프의 기여도(?)가 꽤 높은 것 같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민한 테니스 선수 부부의 터울이 큰 막내 아들로 태어난 97년생 즈베레프는 러시아어, 독일어 외에도 미국에서 훈련을 하면서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테니스 코트에 라켓을 후려치는 행패를 많이 부리곤 했지만 경기 후에는 on-court 인터뷰도 늘 재치있게 해냈고, 그래서 테니스 저널리스트가 '즈베레프는 언어로 표현하는 걸 타고났다'는 트윗을 하기도 했다. 본인이 존경해온 선배 선수가 은퇴할 때 인스터그램에 길게 쓴 헌사 등등 글도 너무 잘 써서 서글서글한 미소에 막내 아들로 부모/나이 차이 많은 형의 사랑 듬뿍 받고 자란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테니스 코트에서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을 뿐 코트 밖에서는 정서가 안정되어 있는 것 같았다.
트위터 같은 곳에 단어 몇 개로 감정 표현을 잘 하는 것은 아르헨티나 선수 델 포트로를 뽑을 수 있겠고(사실 그는 주로 스페인어로 써서 나는 영어로 번역된 버전으로 이해하는 것이지만 몇 단어 안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잘 집어넣는다. 물론 그의 홍보팀이 대신 썼을 수도 있다😅), 긴 글은 즈베레프가 잘 쓴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겨우 23살의 나이에... 러시아인 전 여자친구에 대한 데이트 폭력과 폭언에 대한 증언, 이미 헤어진 독일인 전 여자친구의 임신 등등 사건이 줄줄이 터지면서 그 '사랑 받고 자란 서글서글한 막내' 이미지는 홀딱 깨지고 말았다.
애초에도 즈베레프는 훈련 상습 지각으로, 유명 코치들이 질려서 단기간에 그만 두기로 악명 높아서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했었는데 역시 나쁜 사람은 '한 가지만 하진 않는다'.
여자친구 폭행은 즈베레프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기에 확정난 것은 없지만 그 과정에서 즈베레프가 "이미 법원에서 허위로 판결"했느니 뭐니 하면서 슬금슬금 거짓말을 끼워넣고 있기도 하고
(https://twitter.com/_ankaramessi/status/1431378320810258434?t=RGYazEJTRi_DaJEemQDHqA&s=19),
헤어지고 나서야 임신을 알게 된 다른 전여친도 "인터뷰에서는 임신 중인 아기가 소중하다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다 같은 내용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연락 온 적 없다" 라는 내용을 소셜 미디어에 올려서 즈베레프를 공개 비난하기도 한 것을 보면, 즈베레프가 거짓말을 잘 한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아무리 헤어졌다지만 임신중인 내 아이의 아빠인데다가 사회적으로 훨씬 더 지지 기반이 큰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서 그 여자분이 얻을 것은 별로 없으니.
소셜 미디어 비난 후 결국 관계를 회복해, 나중엔 딸의 탄생 뒤 종종 딸과 잘 지내는 사진을 전 여자친구가 공개하긴 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안티들도 많이 생겨서, 즈베레프가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 "왜 하필이면 쟤가...?"😔 하면서 지워버린 사람들도 많았다.
역시 세상엔 별놈 다 있구나... 싶고, 그렇다고 뭐 그 선수가 내 일상에 해를 끼친 것은 없으니 상관없이 살고 있었는데
돌이켜보니 요즘 '멋진 글 쓰는 사람' '긴 글 잘 써서 자기 생각 조리있게 풀어내는 X'도 못 믿겠다 - 라는 생각이 커진 데에는 즈베레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
+ 예전에 우리 아파트 맞은 편 집에서 부부싸움끝에 아내가 우리집으로 피신오고 그 남편이 쫓아와서 우리집 문을 마구 걷어찼던 일이 있다. 나중에 그집에 가 볼 일이 있었는데 거실에 걸려있던 행복해 보이는 가족 사진에서 이질감을 느꼈다.
귀여운 강아지까지 데리고 온가족이 전세계로 테니스 응원을 다니는 즈베레프 가족 사진을 보면 늘 화목해보였다. 승부욕에 라켓 부수기를 할 지언정, 정서적으로는 안정되게 컸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걸 보니... 단단히 결속된 가족의 존재조차도 그 사람의 인성을 보장해주진 못한다. ㅜㅜ
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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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여름 유럽 여행의 수확은 이런저런 게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 근래 몇 년간 동남아 여행 다닐 때 생각보다 영어를 원하는 대로 말하지 못해서, 내가 영어를 굉장히 못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오히려 영국에서는 내 영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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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 모자 쓰고 일하는 인도 과자 공장'이라는 영상이 떠도는 걸 봤다. 영상에선 일하는 사람들이 위생모만 썼다 뿐이지, 커다란 과자를 바닥에 쏟아붓자 지저분한 공장 바닥에 주저 앉은 사람들이 그걸 손으로 집어서 봉지에 넣고 봉해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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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방에 누워있다가 야경을 보기 위해 밤 8시 넘어 길을 나섰다. 전에 톈진에 살 땐 회식 외에는 밤 외출, 그것도 '혼자' 밤 외출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15년 뒤에도 여전히 밤 외출은 낯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