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겨




원래 아침을 잘 안 먹는다.
그리고 뷔페식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가져와서 먹는 것도 안 좋아하기 때문에, '호텔 조식'도 그닥 달갑진 않다. 

하지만 파리를 다녀온 이후로 갑자기 바뀌었는데, 이상하게 종종 호텔 조식이 그립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호텔 조식'보다는 유유자적한 '조식당'이 그리운 것 같다.

한국 사람은 아침식사를 너무너무 중시하기 때문에 조식을 심각할 정도로 열심히 먹는다.
(유학 좀 다녀오거나 해외에서 얼마간 산 뒤에, 자기는 거기에 안 속한다는 듯이 "한국 사람들은 말야~~"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 제일 웃기긴 하지만...)

서양을 봐도 아침 식사는 간단한 편이고
중국/대만 드라마를 봐도 아침을 집에서 만들지 않고 주로 밖에서 사먹는다. 두유나 가벼운 밀가루 튀김? 혹은 콘지 정도로 아침을 먹는다. 중국 유학생이 한국에 와서 신기해하는 것중 하나가 '아침부터 밥과 국 반찬까지 푸짐하게 먹는 것'이라고 해서, 그걸 들은 나도 더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동아시아는 다 비슷하리라 생각했는데 한국처럼 아침 먹는 데 열성적인 나라는 많이 없는 것이었다.

파리 여행 때 오랜만에 만난, 프랑스에 오래 산 친구는 거기 사람들이 아침을 간소하게 먹는 것에 대해 차차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저녁을 그렇게 늦게까지 거하게 먹는데, 몇 시간 안 지나 눈 뜨고 나서 뭐가 더 들어가겠어?" 

원래 아침식사를 중시하는 한국 분위기에다가, 무엇을 해도 경쟁적으로 열심히 하는 한국 사람의 특징이 (이것도 프랑스에 오래 살고 난 뒤 친구가 한국인에 대해 새삼 느낀 점을 이야기해준 거, "한국사람들은 뭐든지 열심히 한다") 더해져서 한국 호텔의 조식당은 평화롭지가 않다. 한국 호텔 조식당에는 뭔가 묘하게 전투적인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어딜 가도 줄이 늘어선다. 게다가 한국 호텔이 유럽식으로 과일/빵/씨리얼/햄 몇개 늘어놓았다가는 소위 '인플루언서'들의 악평을 피해갈 수 없으므로 꽤나 많은 종류의 음식을 늘어놓게 되는데, 그게 더 사람들의 전투력을 키우는 것 같다. "될 수 있는대로 모든 걸 다 건드려보고 가리라" 💪👾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한국 블로거들의 호텔 후기 상당수가 방 구조&상태편/조식편 두 가지로 나뉘어 포스팅되어 있다는 것만 봐도 한국인에게 조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 ("조식과 라운지는요, 다음 포스팅에 자세히 소개할게요~~") 호텔 체크인으로부터 체크아웃 사이, 그 중후반대 시간에 배치된 가장 중요한 '이 행사'에 다들 진지하게 참여하는 것이다.

역시 굉장히 구성이 다채롭고 양이 많다는 동남아쪽 특급 호텔 조식은 먹어보지 못해서, 거기에도 이런 전투적인 분위기가 있는지 비교해볼 수 없는 게 아쉽다.

파리 호텔에서 종류도 변변치 않은 조식을 그닥 흥미없다는 듯이 대충 먹고 일어서는 사람들을 보니 그게 상대적으로 더 평화롭게 다가왔었나보다. 요즘 종종 몇몇 호텔의 그 나른한 아침 분위기가 그립다. 이상하네.






웃겨.
며칠 갔다와서는
'거기는 말이야~' '한국이랑은 달라서 말이야~' 이런 말 하는 거 제일 유치한데, 나도 결국 그런 말을 한다.




드디어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끝판왕 은둔 고양이가 있다.

엄청나게 생활 영역이 넓은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리, 대부분 특정 한 동 앞에서만 발견된다.

그래서 내가 '오래 전 찍어놓았던 사진과 비교대조' 끝에 2013년에 그 자리에서 본 것과 같은 고양이라는 걸 2021년에 알게 됐다. 길고양이가 8년을 살아남다니...




아파트 1층 베란다 아래쪽 어두운 곳에만 주로 기거하는데, 그래도 박스가 놓여있고 사료통이 놓여있다. 그러니까 10년 가까이 살아남은 것이겠지. 사람이 다가가면 부리나케 도망가지만 어떤 분이 사료통을 갈아주자 그 옆에선 가만히 있는 것으로 봐선 신뢰하는 인간과의 관계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위의 두번째 사진이 보여주듯이 나같은 사람은 멀리서만 볼 수 있고,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면 도망간다.


그래도 몇번씩 음식을 던져주면서 신뢰 관계를 가져보려 했고, 저 고양이도 가끔은 내가 지나갈 때 "냥!"하고 소리를 한 번 낸다. 그 소리 때문에 '이번엔 괜찮다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고 살짝 가까이 가보면 여지없이 도망간다.


그런데 오늘은.... 

자동차 아래 숨어있는 그 냥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또 "냥!"하더니 도망가지 않는다. 손에 맛있는 걸 들고 있었기 때문인가? 냄새를 맡고? 하지만 여태 음식으로도 안 넘어오던 냥이인데?? 하지만 먹을 것을 조금 던져주니 차 밖으로 나온다. 



내가 보는 앞에서 음식을 먹은 건 처음이다


거리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덜어줬는데, 신기할 정도로 내 근처로 다가온다.

드디어 50cm정도는 접근을 허용하는 듯.

그런데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매끈한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리 자세도 너무 꾸부정하고 털도 고르지 않고 너무 안타깝다. 우리 아파트에만 9년 넘게 살았으니, 인간 나이로 보면 노년에 접어드는 나이이기는 하나...




이번에 맛있는 걸 너무 잘 먹어서 다음에는 좀 더 나를 신뢰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오늘은 매일 관심을 끌어보려던 인간=나를 인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분명히 그 아파트 동에 돌봐주는 사람이 있는데, 오늘은 냥냥 거리며 계속 다가오는 걸로 봐서는 배가 고팠던 것 같기도 하고.

연세에 비해 갑자기 너무 많이 드셔서😸 다음에 꼭 다시 마주쳐야 안심이 될 것 같다. 탈나진 않을런지...



어떤 것이든 간에 혼자 이유를 가지고, 타 생명과 접촉을 최소화하며 신뢰 관계를 쉽게 쌓지 않는 모양새에서 뭔가 내 모습을 발견하는 듯 하여 마음이 더 쓰인다.




나도 알아 그 기분



지금 서울에서 26년 만에 ATP tour 테니스 대회가 열리고 있다. 다음주에 도쿄에서도 더 큰 규모의 대회가 있어서 사실상 그 대회를 목표로 하는 선수들도 점검차 서울에 들렀다 가기도 한다.

그래서 생각보다 괜찮은 출전 선수 명단을 확보했지만, 개막을 앞두고 출전 의사 철회/기권이 속출했다. 바로 전 일요일까지 유럽-미국에서 대회가 열렸기 때문에 먼 아시아까지 날아오기엔 컨디션 조절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대회 전 스케줄상 문제로 기권도 아니고, 이미 한국에 입국해서 연습 중이었고 오늘 경기를 뛰기로 order of play에도 나와 있던 선수가 경기 출전 두어 시간 정도 앞두고 기권 선언. 사실 이런 경우는 흔한데 경기 전 연습 시간에 부상을 입었거나 혹은 예상치 못한 복통이나 감기 등이 발생하는 경우다. 

이 선수의 기권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궁금해서 트위터에 그 선수 이름을 입력해봤다.

아....

어떤 분이 이 분의 경기를 보기 위해 지방에서 4시간 상경하고 있는 분이 계셨다. 그걸 시시각각 올리고 있는데... 아직 기권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

지난 5월, 나의 고뇌가 떠오르면서 이분이 앞으로 겪게 될 고통이 100% 그대로 다가왔다. 하필이면 서울 사람도 아니고 4시간 거리에 살아서 숙소 예약까지 했다는 분에게 이런 일이... ㅜ

나도 5월에 파리행 비행기표와 호텔 예약, 롤랑 가로스 입장권 예매를 마친 상태에서, 나달이 로마 대회에서 절뚝거리면서 괴로워하며 패배하는 걸 봐야 했다.

파리에서 있을 롤랑가로스는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 8년 만에 해외 관람 결단을 내린 건데 얼마나 우울하고 억울했던지... 무슨 인생이 나를 놀리기라도 하나? 그런 느낌. 

이미 수십만원을 들여 준결승 - 결승 표를 다 사놨고, 메이저 대회 결승전 관람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니 나달이 아닌 누가 올라와도 경기를 보기는 할 것인데, 혹시라도 맘에 들지 않는 선수가 결승에 올라왔다는 이유로 평소엔 관심도 없던 그 반대편 선수를 억지로 응원하며 경기를 보는 일이 생긴다면...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러면서 열흘 이상의 회복 기간은 있기에 간절히 기적이 있기를 바랐는데
6월 1일을 기준으로 모든 상황이 바뀌면서 정말 기적을 보고 왔다.

하지만 그 출발 전 나의 고통과 고뇌를 기억하기에
4시간 버스 여행 결단을 내리신 이 분이 앞으로 겪게 될 고통과 분노와 슬픔에 공감이 간다.

좋아하는 선수의 부상은 정말 팬들까지 뼈아프다.
아웅... 누군지 전혀 모르는 남이지만 내가 다 위로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사실 한국에서 ATP 투어 대회가 열리기를 그렇게 간절히 기다렸는데 막상 실현이 되니 그렇게 구미가 당기진 않는다. 크게 선호하는 선수가 한국에 오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그런 선수들 간의 경기를 '경험 삼아' 앉아서 본다고 해도 그렇게 재밌진 않았다는 것을 5월에 파리에서 이미 알았기 때문 ㅎㅎ 결국 내가 좋아하는 선수의 경기를 봐야 애가 타고 흥미진진한 법.

올해 3월에 데이비스컵 서울 예선을 현장에서 보게 되었을 때는 코로나 상황에서 너무 오랜 만에 '관람석'에 앉았다는 사실 때문에 그나마 신났었는데, 9월이 되니 그렇게 관심이 생기지 않는 건...올해는 이미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는 건가.. 😝


허무하네...



대만 버거킹에서 한국도 안 하는 "Kimchi king" 버거를 출시했다고 한다. 페북을 통해 대만 친구들과 교류가 있어서 버거 광고 사진을 올리고, 맛이 궁금해서 我想吃 먹어보고파 라고 썼다.

예상 외로... 대만 친구들은 하나도 반응이 없고 😳😅 대학원 교류할 당시 몇 번 만나뵌 🇹🇼교수님만이 "여기 오면 사준다"라고 답을 하셨다. 물론 소통은 영어로 한다.

그래서 "모든 입국 규제가 풀리면 진짜로 햄버거 사주실 날을 기대하겠습니다"라고 답을 하려고 하는데... 입국 규제는 영어로 뭐지? 싶었다.

Restrictions 단어가 떠올랐고.. 입국 규제는 entry restrictions.. 풀리다, 사라지다...는?? removed??

그때부터 온갖 번역기를 돌리니 모두 한결같이 be lifted로 번역된다. 생각해보면... 아마 입국 규제가 removed된다고 말해도 듣는 사람들은 다 알아들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쓰는 사람들은 lifted라고 쓰겠지. 만약 외국인이 한국어로 "입국 규제가 파멸하게 되면 그때는 만날 수 있어요"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그 단어를 왜 택했는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 lift에 이런 뜻도 있었구나. 아마 사전에 나오는 정의에 5,6번째쯤 순서 아닐까? 하고 사전을 찾아봄.



헉!
두번째로 나오는 뜻이 해제?!?

대체 그동안 나는 영어 공부 뭘 한 거니? 
사실상 한국 친구들은 거의 인스타그램으로 이동했고, 페이스북에는 외국인 친구들이 대다수이기에 가끔 영어로 내용을 쓰는데, 순수 내 실력으론 안 되고 번역기로 손보지 않으면 그저 콩글리시만 나열되게 된다.


흠...

어느새





이거 작년에 pfizer 백신 1차 맞고 나오던 길에 
낮에 반달이 보여서 찍어놓은 사진인데 벌써 1년이지났구나.

부작용으로 고생하거나 사망하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있던 시절... 소심하게 엄청 걱정하면서 갔었는데 그 1년 사이에 3차까지 맞았고 팔이 아픈 것 외에는 큰일도 겪지 않았다.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15,000명이 모인 프랑스의 경기장에서 환호를 보내다 오기도 하고, 역시 마스크없이 빠리의 만원버스 한가운데 꼼짝을 못하고 끼어서 수십분 이동도 해보고... 그래도 무사히 돌아왔다.


비교적 단기간에 개발된 백신에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해서, 1년전에 '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여태 모은 호텔 포인트라도 다 털고 난 뒤에 백신 맞아야 했나' 😂 라는 생각까지 했었던 것에 비하면 3대를 맞는 동안 별일 없이 지나왔네.

하지만 우연의 일치이든, 정말 부작용이든 
멀쩡했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생사가 갈릴 수 있는 걸 보면서 
다음이란 건 없으니 뭐든 일단 좋아하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과감성이 쪼금은 생긴 게 사실이다.




생활의 지혜



얼마 전에 이런 걸 트위터에서 봤다.
" 책상 정리를 하고 싶은데 자꾸 미루게 되고 어지럽히기만 한다구요?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책상에 물을 쏟아보세요. 전 10초만에 싹 다 치웠습니다.😬"


그냥 하하 웃고 말았는데, 며칠 뒤 나도 이 생활의 지혜(?!)의 수혜자가 되었다.

컵라면을 먹으려다 침대 곁에 반쯤 엎음.😱
처음엔 아연실색해서 내려다보기만 하느라 대응이 늦었다. 수십년간 컵라면을 먹었지만 물 부은 뒤 먹기도 전에 손에서 놓친 건 처음인 듯. 
낙하 높이가 낮아서 충격이 덜했던 덕분에 면은 많이 안 쏟아졌고 국물만 바닥에 퍼졌다. 전기 포트에 100도로 표시됐던 물을 부은 직후였지만 다행히 화상도 입지 않았고 하얀 침대 시트에도 튀지 않았다. 하지만 바닥을 닦아야 했고, 침대 밑 종이 상자 하나가 젖어들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끌어냈다. 

열어보니 잡다한 종이가 들어있는데 솔직히 정리해보면 필요없는 게 더 많을 것이다. 그래도 늘 머리 속으로만 '침대 밑 상자들 좀 정리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했었는데, 라면 쏟은 덕분에 거의 2년 만에 상자 하나를 열게 됐다.

정말 도움이 되는 생활의 지혜였군!
여러분도 정리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컵라면을 쏟아보세....요?! 30초 내에 싹 정리됩니다.

면은 지켰는데 국물이 많이 쏟아져버려서 매우 슴슴한 라면을 먹게 됐으니 나트륨 양도 줄어서 건강에도 좋고 😆 침대 밑도 간만에 빡빡 닦고.



우야꼬



저녁에 친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우리 아파트 동보다 한 동 위쪽 주차장, 요즘 동네 고양이들의 쉼터인 곳으로 올라갔다.

친구와 메시지를 나누다보니, 몰랐는데 친구도 동네 냥이에게 간식을 주고 있었다. 둘다 본격적인 캣맘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가끔 주섬주섬 챙겨주는 형태. 

친구와 십여 분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긴 주차장 골목을 몇 번을 왕복해도 고양이는 튀어나오지 않는다. 보통 내가 찍찍 ~ 소리를 내면 알아듣고 나오는데?!?

'오늘은 다른 동네 갔나보다' 하고 주차장을 빙 돌아 내려와서 집앞으로 향했다. 그때...






우리 동 현관 앞에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헉, 어쩌지?? 
설마 우리집이 어딘지 아는 거야?

반갑지만 또 마음이 아리다.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이제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지??



나달이 US오픈 때 뉴욕에서 머무르는 호텔



Lotte New York Palace, 펜트하우스 스위트.




나달이 올해 뉴욕을 떠나면서 작별인사차 공개한 사진을 통해서 찾아본... 그가 머무르는 방.



US open은 선수들이 떠나기 전 소셜 미디어에 호텔에 대한 언급을 꼭 하는 것을 봐서는 홍보 계약이 되어있는 듯 해서, 선수들이 제값을 내고 머무르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세금 제외 $15,000... 요즘 환율로 하룻밤 숙박에 2천만원😲 하는 방이다.

물론 대회 참가 테니스 선수들은 방값을 full fare로 치르지는 않겠지만 2022년 US open은 1회전 탈락해도 상금 8만 달러를 지급하므로, 대회 참가 가능 남녀 선수 256명 안에 들었다면 나달급이 아닌 무명 선수가 첫날 탈락해도 대회 상금으로 스위트룸 숙박비를 내는 게 가능하긴 하다. 🤣 

펜트하우스 스위트는 3층 구조의 총 140평 규모. 
층을 여러 개 쓰기 때문에 소음 걱정도 없으니 스위트 내부에 러닝머신도 들어가 있고 작은 부엌 시설도 있더라.
'언젠가 이런 방에 머물러 보고 싶다' 이런 꿈을 꿀 수준의 가격대가 아님. 2천만원을 어떻게든 모을 수는 있겠지만 🐜🧗‍♀️그걸 하룻밤에 그냥 쓴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인생이니까.😌





야경 너무 멋질 듯.
나달 가족들은 좋겠어... 👨‍👩‍👧‍👦

US open 기간에 나달과 같은 호텔에 머무르는 세레나 윌리엄스가 2022년 공개한 영상으로 짐작해볼 때, 그녀는 1박에 7500달러부터인 skyview suite에 머무른 듯 하다. 규모는 70평. 자국의 수퍼스타인 윌리엄스보다 나달에게 더 큰 방을 내주는 게 신기하네. 





ilusión

 


테니스를 직접 쳐본 적이 없어서, 경기 중계를 볼 때 선수들 공의 강도나 방향, 높이...이런 것에 대한 감은 없다. 테니스 쳐 본 사람들은 그냥 tv화면이라도 보기만 해도 알던데.

윔블던 준우승까지 했던 폴란스 선수 라드반스카가 은퇴하기 전, 늘 그녀에 대해서 "저 파워로는 슬램 우승 못한다" "한계가 명확" 이런 평을 하는 걸 많이 봤지만 사실 내가 경기 중계만 봐서는 그 차이를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2013년, 올림픽 공원에서 실제로 그녀의 경기를 보게 됐는데...

(당시 내가 가진 100만 화소 아이패드 동영상으로 남긴 장면을 캡처한 것이라 잘 안 보이지만↓ 라드반스카 특유의 "앉은 자세로 받아치는" 장면이다.)




  


실제로 보니 정말 공이 너무 약한 게 보였다. 화면에서 보는 느낌과 확실히 달랐다. 상대 선수가 '빵!'하고 보내면 라드반스카의 공은 '뽈뽈뽈뽈~' 하고 힘없이 천천히 날아가는 느낌? 그러다 보니 상대 선수가 대응할 시간도 충분하고 받아넘기기에도 수월해 보이는...하지만 워낙 수비가 뛰어난 라드반스카였기에 결국 저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최근에 실제 관람을 하다가 또 이런 느낌을 받은 경기가 있는데...

바로 2022 롤랑 가로스 4강전 나달 :즈베레프.




첫 게임부터 나달이 브레이크 당하면서 약간 즈베레프에게 끌려가는 느낌이 강하던 세트였는데, 현장 직관을 하니 나달 공이 약한 게 두드러지게 보이던 세트였다. 즈베레프가 빵! 하고 때리면 나달 공은 슈우우 하고 천천히 넘어가는 느낌. 하지만 즈베레프의 공은 항상 엄청난 강도와 속도로 빡!하고 재빠르게 되돌아왔다. 원래 나달의 포핸드가 이런 약한 포핸드가 아닌데?!?! 그래서 '나달이 밀리나? 젊은 선수랑 경기하니 역시 힘에서 안 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그런 차이는 눈에 띄지 않게 되었고, 경기 자체는 결국 나달이 앞선 채로 즈베레프의 부상으로 2세트에서 끝났다.


이 모든 상황이 끝나고..내가 궁금한 것은 1세트 그 공의 강도는 모두 나달의 계산이었나 하는 것이다. 이미 2022년 호주오픈 메드베데프와의 결승전 경험을 포함, 2m에 가까운 장신 선수들은 그만큼 에너지 소비도 많아서 5세트 내내 미친듯이 뛰다가는 결국 키 큰 쪽이 먼저 지친다는 것을 나달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메드베데프 - 즈베레프 모두 키 198cm로 나달보다 13cm나 더 크다.) 그래서 장기전을 예상하고 1세트는 그저 체력 안배를 위해 공을 살살 보내고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세트에서도 우월한 체력을 자랑하기에, 장기 체력전 고려 상대가 아닌 조코비치와의 롤랑가로스 최근 경기들을 보면, 나달이 항상 1세트 초반부터 총력으로 밀어붙여 점수 차를 크게 벌려서 기를 누르는 양상을 볼 수 있다.

즈베레프는 이 경기 2세트에서 '필립샤트리에'의 나달 게임을 4연속 브레이크하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업적을 세우긴 했지만, 나달의 파상 공세를 계속 막아내던 피로가 쌓여 3시간여 만에 결국 발을 헛디뎌 큰 부상을 당해 기권을 해야 했다. 그만큼 그도 체력을 많이 썼다는 뜻이다. 이 체력전은 나달의 계획에 있었을까, 아니면 닫힌 지붕에서 오는 습한 열기에서 경기가 제대로 안 풀려 나달도 그저 당황했던 거였을까?


사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의미없지만, 2022 호주오픈 결승전 1,2세트 때도 나달이 의도적으로 메드베데프를 그저 엄청 뛰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달이 상대를 지치게 만들고 5세트까지 갈 것을 작정하고 나왔다는 느낌마저 들었다는 뜻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나달은 진다는 생각을 안 했다. 경기 중에 스코어상으로 확 밀리면서 경기가 메드베데프쪽으로 기울어서 모두 패색이 짙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나달은 라켓 여러 개를 새로 해달라고 stringing room으로 보냈다. 경기가 계속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실제로 나달의 머리 속엔 어떤 생각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 이 글을 쓴 뒤 오랜만에 '22 호주오픈 결승 4번째 세트 일부를 잠깐 봤는데 나달이 너무 지쳐 보여 '5세트까지 일부러라도 가자'라는 계획은 세우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겠다 ㅎㅎ. 하지만  1,2세트 생방송으로 봤을 때 '장기전 계획 중인가? 메드베데프 그저 엄청 뛰게 만드네'라고 생각한 건 사실이다.


올해 US오픈 16강전에서는 36세 나달이 20대 선수의 체력과 속도에 밀린다는 것을 시인하면서 깔끔하게 패배했다. 너무 아쉽긴 했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렵다. 결국 8강에 남은 선수들 중 최고령자가 "27세"였고, 8강전부터 그 남은 19세 선수 + 20대들이 공을 빵빵 때리고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경기를 보니 '나달이 4회전 통과했어도 남은 경기에서 어려웠겠다'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젠 체력 안배 한다면서 (정말 그런 건지 아닌지는 몰라도) 1세트에 살살 쳤다가는 그냥 주도권이 넘어가서 다시 찾아오기 힘든 시절이 올지도 모른다. 


나는 나달이 체력과 속도에서 모두 우위를 확보하고 코트 끝에서 끝까지 뛰면서 모든 것을 받아치던 시절을 봤기에 올해 US open이 이렇게 마무리되어도 아쉬움이 덜하다....하고 말은 하지만, 그래도 그 기억은 희미해졌고, 이제 네트 건너편 20대 선수들이 저 끝까지 보내는 공을 따라가기를 포기하는 나이 든 나달의 모습만 잔상으로 남게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었던 올해 초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사치스러운 걱정만 하고 있다 :) 작년에 부상으로 하반기를 하나도 못 뛰고 날렸던 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연말 마무리는 +++++++로만 할 수 있게 되기를!

 




unexpected



영화 버드맨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상황 중 하나는 이거였다.

영화 주인공은 과거엔 인기 많았던 히어로물 주연이었지만 지금은 그 명성을 잃고 근근히 살아가는 상태. 어느날 비행기를 탔더니 그 비행기에 조지 클루니가 타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심한 난기류를 만나 요동치는 비행기 안에서 주인공은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 비행기가 추락하면 신문 1면에는 그저 조지 클루니만 나오겠구나."


이번 테니스 US open 대회에서도 예년에 비해 유난히 많은 선수들이 이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그런데 세레나 윌리엄스가 모든 화제를 쓸어가버려서 다른 은퇴하는 선수들은 거의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런 걸 보면서 위의 '버드맨' 대사가 생각났다.

나는 (프로)운동선수 - 연예인 - 정치가의 결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타인의 관심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세레나 윌리엄스만큼의 커리어를 가지진 못했지만...은퇴가 가시권이고, 마지막 경기 때 조금이라도 더 박수 받고 싶은 선수들은 이번에 확실히 알았을 것 같다. "절대 never 초특급 선수랑 같은 대회에서 은퇴하진 말아야지..쥐도 새도 모르게 은퇴하게 됨".


대체 무슨 일일까



지금 사는 집에 10년 넘게 살았는데 상당히 조용한 편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낮에 저벅저벅 무슨 나막신이라도 신고 걸어다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처음엔 오히려 아래층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집 아래층에는 아파트인데도 국공립 어린이집이 입주해있다. 방음 공사를 엄청 했다고는 하지만 가끔 아기들이 뛰어놀 때는 그 소리가 위로 올라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어린이집이 입주하기 전에는 이런 발자국소리가 난 적이 없으므로 거기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아래보다는 위에서 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도 바로 윗집인지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가끔 한 층을 뛰어넘거나 대각선으로 소리가 전해지기도 한다고 한다. 층간 소음은 직접 말하는 건 위험하고 관리실을 통하라고 하는데, 그것조차도 바로 윗집인지 확신이 없으니 관리실에도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도 무서운 사람이 많으니...
원래는 오후에 몇 번쯤 나다가 마는 발소리인데, 항의를 했다가 질 나쁜 입주자가 걸리면 오히려 '감히 항의를 해?'하면서 아예 대놓고 저벅저벅거리고 다닐까봐 그것도 무서웠다.
최근엔 조용해져서 참을 만 했다.

그러다가 지금 새벽 0시.
여태 한 번도 새벽엔 그 나막신 같은 소리가 난 적이 없었는데 그 소리가 난다.
게/다/가...
낮과는 달리 상당히 조심조심 걷는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이렇게 신발을 신고 걸으면 어디든 소리가 울린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 아닌가🤬
나는 여태까지 아무도 항의를 안 하니 몰라서 실내에서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는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참내.
대체 정확히 어느 집에서 나는 소리인지
무엇 때문에 실내에서 또각또각 소리나는 신발을 신고 다니는지 알고 싶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