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은 다름





물이고 뭐고 아무 것도 제공 안 하는 파리 3성 호텔만 다니다가
4성 호텔에 갔더니 물병이 놓여있어서 반가웠다. 냉장고나 클리넥스 제공 등등은 물론이고.
역시 돈의 차이.

하지만 물을 마시려고 하니 이 커다란 유리병은 밀봉되어 있지도 않아서 그냥 열렸고
내부에는 뭔가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사진을 찍었으나 사실 사진에는 잘 안 나옴)






사실 십수년 전에도 태국 호텔에서는 유리병에 든 생수를 제공했었고
그 병도 그리 깨끗하진 않았다. 그래서 한국인들 사이에선 그 물을 식수로 사용하진 말라는 말도 있었기에 이런 유리병이 낯선 건 아니지만...
뭔가 꺼림칙.

대체 이 물은.... 뭐지?
앞의 사람이 남겨 놓고 간 건가? 수돗물?!?!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물을 한 병 사오기도 했지만 컵라면 등을 끓이기엔 부족했기에
(3성 호텔엔 커피 포트도 없으므로 4성 이상의 호텔에 가서 커피 포트가 있을 때 무조건 컵라면을 끓여 먹어야 짐이 줄어든다!) 1층 프론트 데스크를 지나면서 "물이 깨끗하지 않고 병이 열려 있었다. 물 한 병 새로 줘." 라고 하고 올라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었고, 우리 층을 청소하시는 분과는 "water"단어 조차도 통하지 않았다. 프랑스어 'eau'는 단어가 너무 짧아 오히려 소통이 안 됐다. l'eau? eau? 번역기를 통해 겨우 소통이 되어 새 물을 받았지만 여전히 뚜껑은 열려 있고 병 안에는 침전물이 있다. 

무늬만 4성이지, 그냥 수돗물 받아다 주나봐....  





최근에 우연히 찍어둔 사진을 다시 보다가, 물병에 적힌 내용에 대해 번역 앱을 써봤다. 


Castalie est une alternative durable aux eaux en bouteille! Microfiltrée sur place grâce à nos fontaines, son goût neutre est plébiscité par de nombreux chefs. 
Boire l'eau Castalie, c'est aussi éviter la pollution de notre environnement liée aux contenants et au transport entre la source et le lieu de consommation. 
La planète vous dir merci. 
Et nous aussi! 


요약하자면, 
이 브랜드는 지속 가능 환경 보호를 위해 그 자리에서 정수해서 유리병에만 담는 물로...
잘 여과된 이 물의 중성적인 맛은 여러 유명 요리사의 호평을 받았다고 자랑한다. 
물을 (공장에서) 생산해 운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오염까지 줄인 물이니까, 지구가 우리에게 "고마워!" 라고 할 거라고 써져 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이 castalie 회사 사이트에 가봤더니 "우리 정수기는 염소(chlorine)와 잔류 물질들 잘 걸러내는 전문가"라고 자랑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물에 잔존물들이 얼마나 많던지...
사실상 호텔에서 정수기는 사용하되, 유리병 세척은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나 싶었다. 아니면 어차피 물병이 밀봉되어 있지 않은데 급하게 수돗물을 담아왔다 해도 알게 뭐야...

가늘고 긴 병이고 입구도 좁은데 어떻게 세척하는지 의문이고, 코로나 시대에는 내 앞에 이 병을 쓴 사람이 병에 입을 대고 마시지 않았는지 그것도 의심해야 한다.

병에 줄줄이 설명을 써놨지만, 한마디로 '공장에서 만들어온 플라스틱 생수 대신 정수기를 통과한 물을 예쁜 유리병에 넣어줄테니 그걸 마시자' 는 이야기인데
환경 보호도 좋지만 현실에는 벽이 있다.
저 좁은 유리병 세척은 어떻게 제대로 하는 걸까? 세척을 진짜 제대로 하려면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환경 오염이 생기지 않을까?? 
가정에서는 몰라도, 여러 사람이 거쳐가는 공공 시설에선 이런 병이 부적합하다고 느꼈다. 환경 보호와 위생은 동시에 가능하지 않은 건가?

하지만 플라스틱 생수병을 언제까지고 만들어낼 수는 없는 일이니...이제 저렇게 재활용된 병에 마시는 게 표준이 될 지도 모르고, 호텔에 가더라도 개인 물병 지참을 요구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싶다.




⬆️파리의 다른 4성 호텔에서도 큰 유리병에 든 생수를 제공했는데 여기도 뚜껑은 밀봉 상태가 아니었고 뭔가가 둥둥 떠다님.


하긴, 모든 건 그저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입을 대는, 공장에서 나온 플라스틱 물병은 그렇다고 깨끗할까?
우리가 매일 입에 집어넣는, 식당의 수저들은 과연 깨끗할까?










 

확실한 식성



예전부터도 알고 있었지만 오늘 정말 확실해짐.




⬆️가장 새초롬하고 날렵하지만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북어채 ....거의 가리지 않는 잡식성. 




얘들은 소고기만 매우 선호. 
다 섞여 있어도 귀신같이 소고기만 골라내는 수준. 
소고기가 아닐 경우, 킁킁 냄새 맡고 몇 번 핥아 보다가 고개를 훽 돌리고 가는 것을 보면 매우 얄밉다. 😂 물론 식성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왼쪽 은둔 냥이는 내가 7-8년 가까이 존재를 잊고 살았지만, 2013년에 내가 찍어둔 사진과 비교하니 무늬가 일치했다. 그래서 최소 10살은 넘은 노묘.



오른쪽 냥이는 실제로 보면 덩치도 있고 나무도 잘 타고 쥐도 잡고 호전적인데, 특정 각도로 사진이 찍히면 아직 어려보인다. 선천적으로 꼬리가 꺾여 있어서 동네에서 유명한(?) 고양이다. 
예전에 아파트 안에서 영역 다툼을 하며 뜨내기 고양이를 쫓아내는 저 고양이를 보고 어떤 아주머니가 " 어머~ 쟤좀봐. 꼬리 구부러진 애. 쟤 우리 아들이 새끼 때부터 사료 먹여가며 키운 애예요. 이제 컸다고 텃세 부리네" 하고 말을 거셨다. 대체 몇 년 전에 새끼였는지, 몇 살인 건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ㅎㅎ 아직 오지랖이 덜 넓어서. 🥼🤪







안녕? 남은 미련 🙋‍♀️?





어차피 지나간 일이고 바뀌는 것도 없고
아무 생각 안 하려고 했는데
지금도 종종 작년에 파리에서 미술관 하나쯤은 다녀왔을 걸... 하고 아쉽다.
테니스 결승전이 끝나고 파리를 떠나기 전 월요일, 단 하루의 시간이 남아서 오르세 미술관까지 가보니 그날은 휴관일이었다. 😒 미술관 외부 사진만 찍고 정처없는 방황 시작. 사람이 너무 많이 줄 서있는 루브르 박물관 앞에 까진 갔으나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롤랑가로스 티켓 구입과 환불 현황 등을 따져보니 테니스 경기장에 간 날은 5일 밖에 안 됐다. '테니스' 때문에 파리에 갔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테니스를 관람한 날은 며칠 안 되는 거였다ㅎㅎ. 파리에 체류했던 게 12일 정도인데 그렇다면 나머지 7일 동안은 뭐했지?

도착 처음 며칠 간은 테니스에 더 집중했었고 경기장도 자주 갔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 치고...
나중에 좀 여유가 있었던 날 중에서 미술관을 돌아볼 만한 하루를 따져보니 6월 2일 목요일이 떠올랐다. 베르사이유 다녀와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잠시 고민하기도 했었던 그날.




그날 배정 받은 호텔 방이 침대에 누우면 정면에서 파란 하늘이 그대로 보이는 방이었는데
방 느낌이 좋아서 그냥 방에서 쉬기를 선택하기가 더 쉬웠는지도 모른다.
베르사이유에서 반나절 같이 시간을 보내고 헤어졌던 친구가 오히려 더 내 저녁 일정을 고민해줬던 듯. ㅇㅇㅇㅇ, ㅁㅁㅁ, XXXX 가보는 건 어때?

그날 머문 호텔은 엄밀히 말하면 파리가 아닌 도시에 있는 호텔이었지만, 12호선 종점에서 매우 가까운 호텔이어서 맘만 먹으면 지하철로 20분 안에 파리 중심부 도착. 
그러나 결국은 외출하는 것을 포기했고, 근처에서 쌀국수만 포장해와서 먹고는 하루가 끝났다.

위 사진을 찾으면서, 사진에 기록된 호텔 방에 입성 시간을 알아보니 이미 오후 5시.
'그래 어차피 미술관 돌아볼 시간도 없었어. 6시에 문을 닫는데 뭘 보겠어? 하고 후회를 줄이려고 했다.
그런데...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하필이면 매주 목요일은 오르세 미술관이 밤 9시 45분까지 야간 개장을 하는 날이었다. 어! 그날 정말 맘만 먹었으면 갈 수도 있었네?? 


또 다시 후회 시작.
아쉬운 거 또 하나는 그때 내가 주로 쓰던 신용카드 회사에서 미술관 입장 혜택을 주고 있었다. 어떤 여행사 프로그램과 제휴를 시작한 것을 기념해서 세계 유명 박물관 입장권을 단 $10에 예약해주는 이벤트였다. 당시에 이 이벤트를 너무 만만하게 보고 테니스 대회가 모두 종료된 뒤에야 '이제 미술관 가야지'하고 예약을 시도해보니, 아무리 할인가라 해도 적어도 2-3일 전에는 미리 예약을 해둬야 하는 거였다. 이틀 뒤가 출국인 나에게는 이미 물 건너간 이벤트였다. 새삼 이게 제일 아깝다. 다들 루브르는 '너무 넓고 크기만 해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라는 말을 많이 하던데 $10로 예약하고 (정상 가격의 ½) 루브르에 입장을 했었다면, 그냥 유명한 작품만 몇 개 보거나 분위기만 익히고 나왔어도 덜 아까울 것이었기 때문에. 

아니면 그 한가했던 목요일 저녁에 오르세에 가지 못했더라도, 그날 이 카드 회사 이벤트 예약 시도라도 해봤으면... 적어도 2-3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한다는 것과 오르세는 월요일이 휴관이라는 것을 더 일찍 알아내서 정신을 바짝 차렸을 텐데... 싶기도 하다. 윔블던 때문에 런던에 갔을 때는 대영박물관이랑 내셔널 갤러리 다 보고 돌아왔는데, 대체 파리 여행 때는 뭐했지?

 
내가 파리 여행에서 하도 테니스에만 방점을 두니까, 다들 내가 미술관을 싫어하는 줄 알고 "꼭 한 번 가봐. 실망하지 않을 거야."  "루브르보다는 오르세 추천해. 가보면 맘이 달라질 거야" 등등의 말을 해줬지만, 사실 난 미술관 돌아보는 것 좋아한다. 시카고-뉴욕-보스턴, 소위 미국 3대 미술관은 다 가봤고 뉴욕에서 메트로폴리탄 / MoMA는 두 번씩 다녀왔다. 그런데 파리에선 왜 다 놓치고 왔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더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그 앞에서 "좋아하는" 것은 힘을 잃어서?? 





하나의 핑계를 더 만들자면, 그 목요일은 트리아농 궁전을 감상한 뒤 돌아오느라 이미 15,000보 이상 걸은 뒤였다는 것. 만만치 않은 체력이 필요한 미술관 관람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어쩌면.




마음이 따듯해지는 차




딸기 피치 루이보스 티
왜 🍓는 딸기고 🍑는 피치인지 모르겠지만
건조된 딸기 과육도 들어있어서 씹는 맛까지 있고 달달하다.

그냥 우울했는데 마시고 기분이 좀 나아짐.
상당히 달달해서 물을 몇 번 추가해도 마지막 잔까지 연하게 우러난다.



기분이 좋아져서 광고 찍듯 찍어봄
스트로베리 피치, 딸기 복숭아도 아닌 '딸기 피치' 티.


😉






니가 이런 고양이인 줄은 몰랐어.



쪼오금 친해지는 데 수년이 걸린 은둔 고양이.

사실상 나랑 더 친하고 일단 만나면 졸졸 따라오는 고양이들은 활동 반경이 넓어서 요즘 마주치기가 너무 어려운데, 이 은둔 고양이는 항상 같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내가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다.

오늘은 무려 "한우 등심"의 자투리를 들고 감.






먹어 볼래? (휴지에 싸서 말아쥐고 있는 것임)






얌얌얌얌



"더 내놔!"


으헉!
진짜 놀랐다.
한우 맛을 보고 나서 이 고양이가 웬일로 똘망똘망 나를 쳐다보길래, 플래시까지 켜고 얼굴 사진 좀 남겨두려고 했는데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담게 되었다.

사람 보면 피하기 바쁜 이 고양이가 내 쪽으로 달려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도 사람을 피해서 나는 손도 한 번 못 뻗어봤는데 이 고양이가 손을 먼저 뻗을 줄은.... 내가 다른 고양이 만나면 주고 싶어서 손에 쥐고 안 내놓은 게 있다는 걸 냄새로 아는 듯 했다.
먹고 나서도 음냐옹 냥냥 념념뇸뇸 계속 소리를 냈었는데 (내가 키웠던 고양이도 건식 사료만 먹다가 습식 사료를 주면 신나서 음냠냠냠 소리를 내며 먹곤 했었다) 정말 맛있었나봐.


한우 등심 자투리의 위력을 깨달음. 
너에게 이런 박력이 있는 줄 몰랐어.



너는 몇 년 간 이런 고양이였잖아....




"I will have to be with him, always and always and...."




Madonna가 감독한 영화 W./E.
기본적으로는 Wallis와 Edward의 사랑 이야기다. 
바로 월리스 심슨과 에드워드 8세.






사실 OST가 너무 좋아서 보게 된 영화이고

(아직까지도 나에게는 거의 유일한 사례 아닐까 함. 영화를 보다가 '어 음악 좋네?'가 아니라 '어 음악 좋네? 영화는 어떨까?' 하게 된 거)
영화로서는 사실 딱히 끌리는 측면은 없다.

월리스 심슨의 이야기, 그리고 비슷한 이름을 가진 미국의 현대 여성 Wally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형태이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Wally가 월리스 심슨의 개인적인 편지를 소장한 사람에게 부탁해, 그녀의 편지 일부를 읽어보는 장면은 좋았다.


주의 : 영화 전개상 무지막지한 반전이 있고 그렇지는 않지만, 후반부 대사가 공개됨. 원치 않으면 아래는 읽지 않기를.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랑, 남들이 수군대는 사랑,
그 이면에도 역시 고통이 있고...

요즘도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미친 선택을 한 사람들'을 보고 "와, 저 사람들 아직도 안 헤어졌네? 진짜 천생연분인가?" 라고 쉽게 말하지만
사실 그들도 헤어지기가 어렵다는 것. 
날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 사람을 내가 버린다??






 


이 편지 내용이 영화적 설정인지, 정말로 존재하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에드워드 8세 -> 퇴위 후 '윈저공작 부부'가 살던 파리 저택을 현재 임차한 알파예드가 편지의 소유권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 다이애나와 교통 사고로 함께 사망한 '그' 도디 알파예드의 아버지 모하메드 알파예드.


편지의 실재 여부는 모르겠지만, 영화 제작에는 마돈나의 영향력이 작용해(?) Dior나 Cartier에서 심슨 부인이 실제 착용했었던 의상이나 보석을 같은 디자인으로 다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넥타이의 '윈저' 매듭을 유행시켰을 정도로 이 부부는 패셔니스타로 유명했다고 한다. Cartier 보석은 영화 촬영 후 가치 유지를 위해 파기했다고.(!)

후세에 여러 평가가 갈리는 인물이지만, 감독 Madonna는 좀 더 Wallis Simpson 편에 서서 영화를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관계의 핵심





"난 그저 선배가 너무 힘들게 일하지 않게 하고 싶었어"
"니가 또 고생하는 건 못 보겠다"

중국 드라마를 보다가, 이게 바로 서로 좋아하는 관계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혹은 관계가 지속되거나 or 마음이 떠났음을 알게 되는 분기점. 
상대방이 나의 고생을 어떻게 보아 넘기는가, 또는 상대방이 고생하면 나도 미치겠는지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은지.


또 하나 더 추가된 관계의 핵심은 "어떤 상황에도 손을 놓지 않고 버티는 것"








抓[zhua : 잡다 긁다]라는 약간 생소한 단어를 쓴 가사인데, 단단히(牢牢) 상대를 붙잡은 채로(抓着) 기꺼이(肯) 손을 놓지 않고 가는 거. 

위의 노래 가사 뒷부분에는 '손을 잡다' 라는 의미의 동사로 "牽[qian : 끌다 연루되다]手"도 나오는데, 한국어로는 같은 '잡다'로 해석하더라도 抓와 牽의 느낌 차이를 알고, 그 느낌대로 구별해서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건 중국어를 아주 오래 접한 뒤에야 가능하겠지. 지금은 이 단어가 어떤 느낌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런 단어들의 느낌을 제대로 구분 못 하면 외국인이 한국어로 "너를 쥐고 갈게" "내 손을 꼭 접착해요" 이렇게 말하는 것과 비슷할 듯.

중국어에서는 남녀가 이별할 때도 '손'이 들어간 단어를 쓰는데 (=分手) , 노래 가사에도 "손을 놓다" = 放手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정말 손을 놓는다는 것보다는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是她一手紧紧地住我,牢牢不放,我才可以活到现在" - 그녀가 한 손으로 나를 꽉 잡고 놓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살 수 있었다.


살다 보면, 오래 지속된 관계라도 상대가 슬쩍 손을 놓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그 경험을 한 뒤 상대에 대한 감정은 절대 그 전과 같을 수 없다. 언젠가는 이 사람이 다시 나를 놓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바닥에 자리잡게 된다. 굳이 연애 관계가 아니더라도, 어릴 적에 부모가 이렇게 내 손을 뿌리치고 다른 곳에 집중하는 일을 겪은 사람은 언제나 마음 한 켠에 인간 관계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不肯放手'는 중요하다.

문제는, 모든 인간 관계가 그렇지만 상대가 어떤 상황에서 손을 놓을지 안 놓을지는 예측이 전혀 안된다는 것. 그래서 그 모든 상처와 흉터들이 존재하겠지.



 





위의 가사를 곱씹다가
나도 3달 전쯤 글에 친구의 "손을 놓치다"라는 표현을 자연스레 써놓은 것을 발견했다.

나에게도 이런저런 손을 놓은 관계가 많은데
내 손을 끝까지 牢牢 놓지 않아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과도한 소원 성취?

 


얼마 전에 갔던 호텔. 

밤에 자려고 마스터 조명을 꺼도 입구 쪽 조명은 꺼지지 않았다. 갔던 곳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넓은 방이어서 수면에 방해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뭔가 불편했다. 뭐든지 전자기기가 켜져 있으면 그 특유의 느낌이 있기 때문에.  



밤에 침대에 누워서 입구쪽을 바라보면서 찍은 사진인데, 웬만한 호텔 방은 마스터 조명 키를 누르면 모든 조명이 꺼지기 마련이지만 저 불은 꺼지지가 않았다. 입구 근처를 봐도 없고...분명히 끄는 방법이 있을 테지만 일단 침대에 들어가 누우니 더 이상 찾기도 귀찮았고, 자정을 넘긴 한밤중에 프론트 데스크에 물어보기도 귀찮았다. 키 카드를 뽑아놓으면 밤중에 화장실 가기 힘들고... 방이 꽤 넓으니 화장실 찾기 쉬우라고 불 켜놓는 건가? 


입구 쪽 조명은 움직임을 감지해서 켜졌다가 꺼지는 조명일 법도 한데... 그렇다면 저기에 누군가가 계속 있다...????!!! 😱😲 이건 아닐 테고.


아무튼 그냥 누워서 '저 불 좀 꺼졌으면...'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꺼졌다. 

그러나.... 그 이유는 호텔 전체 정전이었고 약 1시간 동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새벽 1시를 넘긴 시간이어서 사람들이 많이 잠들었기 때문인지 큰 소동은 없었으나, 전화도 되지 않고 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어서 프론트 데스크에 가봤더니 어떤 남자분이 이미 목소리를 높여서 항의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난 그냥 정전이라는 확답만 듣고 돌아왔다. 호텔 전체 정전은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다.


얼마 뒤 전기는 다시 들어왔고, 몇십 분 전까지 '저 불 좀 꺼졌으면...' 했던 바람이 잠시나마 거창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  




一场被预设的奇迹

 


과연... 나달이 예전처럼 팔팔 뛰어다닐 수 있을까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요즘,

내가 파리에 가서 정말로 봤어야 했던 경기는 16강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구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구할 수도 있었던 표.



결국은 파리까지 와서 호텔에서 TV로 본 16강전.

 


물론 훨씬 더 무게감 있는 경기인 4강전 - 결승전을 직관하는 행운은 가졌으나, '행복감'은 느꼈지만 뭔가 경기 후 '짜릿함'은 결국 느끼지 못했다.

4강전 1세트는 최고의 승부 중 하나였지만 상대 선수의 큰 부상으로 2세트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종료되었고, 그 2세트에서 나달의 경기력은 오락가락했다. 심지어 그날은 나달의 생일이어서 경기장에서 관중들과 생일 축하를 하는 체험까지 잔뜩 기대하고 경기장에 갔었지만, 목발을 짚고 절뚝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간 상대 선수는 생각보다도 더 내 맘을 아프게 했고 아무도 생일 축하 따위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결승전은 전력 차이가 커서 - 한쪽 드로에 우승 후보 4명이 다 몰려있었으니... 반대 드로에서 결승전에 온 선수는 [상대적인] 약체, Ruud 미안👋🏻 -  사실 긴장감은 덜 했다. 

나달-조코비치 8강전 나이트 세션 표는 뭐 애초에 못 구할 표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거고, 적어도 16강전은 봤어야 해.


롤랑가로스 표는 3월과 5월에 공식 예매가 열리는데, 16강전 입장권에는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에 '하나만 걸려라' 하고 5-6장 정도를 미리 몽땅 구입 해놓기란 어렵다. (구입 장수 제한도 있다) 그리고 16강전은 나중에 resale 표로도 잘 안 나왔다. 표를 구입하는 5월 초에는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대회 개막 뒤 월수금일 경기를 하게 될 지, 화목토월 경기를 하게 될 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미리 살 때는 운을 믿고 사두는 수 밖에.

16강전 경기는 second week 일요일-월요일에 걸쳐서 열리게 되는데, 장소도 메인 코트인 필립 샤트리에 코트, 그보다 작은 수잔 렁글렌 코트 두 개로 나뉘어진다. (8강전부터는 그나마 필립 샤트리에에서만 열려서 경우의 수는 줄어든다) 필립 샤트리에 코트는 그마저도 데이 세션 - 나이트 세션이 나뉘게 되므로, 16강전이 벌어질 장소/시간 경우의 수가 여러 가지가 된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데이 세션에 경기할 지, 나이트 세션에 경기할 지는 그 경기 전날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

그래서 결국 16강전(=4회전) 표는 유일하게 손에 넣지 못한 채 출발했고 (3회전 2장, 8강전 데이 세션, 4강전, 결승전 표는 이미 가진 채로 출국) 16강전 전날인 토요일 오후에야 나달의 일요일 경기는 필립 샤트리에 코트 데이 세션으로 배정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부터 갖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계속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엄청난 경쟁에 밀려 당최 나에게 순서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선수에 비해 팬층이 있는 조코비치 경기가 같은 날 수잔 렁글렌 코트로 배정되었기 때문에 '아마도' 조코비치 팬들이 미리 사뒀던 필립 샤트리에 표를 내놓아서 빈 자리가 나오는 것으로 짐작했다.  

표가 아예 안 보이면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고 말겠는데, 빈 자리는 하나씩 나오는데 그 다음 단계인 좌석 지정 단계로 넘어가면 "이미 팔렸습니다" 같은 문구만 나왔다. 표를 못 구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새로고침을 하다 보면 빈 자리 한 개씩은 계속 보였다. 하지만 늘 내 화면 터치는 늦었다. 스마트폰보다는 PC로 하는 걸 권장한다고 하던데, 호텔의 고물 PC 역시 너무 느렸고 공용 컴퓨터에서 저지르는 범죄 예방용??인지... 할 수 있는 게 너무 제한되어 있었다. 

경기 스케줄이 발표된 시간엔 한국은 이미 늦은 밤이었기에 결국 프랑스에 사는 친구에게 PC로 해달라고 부탁을 해봤지만, 그 친구도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간 터라 시간을 많이 뺏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착한 친구가 10여 분은 매달려줬다.) 이미 구입한 결승전 표보다 더 비싼 자리를 구입할 각오도 했지만 자리가 나와야 말이지...🙇

몇 번이나 도전한 끝에 경기 당일 아침, 롤랑 가로스 구역 내에 입장할 수 있는 38유로 짜리 입장권은 겨우겨우 손에 넣었으나... (약 51,600원), 그날이 내가 파리에 체류한 날 중에 가장 쌀쌀한 날씨였고, 추운 날 스타디엄에 들어가 앉지 못하고 외부 구역만 혼자 떠돌면 너무 우울할 것 같아 결국 resale로 다시 내놓고 가지 않았다. 나~중에 수수료 4유로를 빼고 34유로만 환불되는데, 씨티카드가 1유로 = 1309원이라는 본 적도 없는 최저 환율을 적용해서 적게 환불해줘서 열만 더 받게 됐다.👺 표를 구입할 때 병행해서 사용했던 다른 카드사는 환불 당시 더 올라있던 환율을 적용해서 더 많이 환불해줬는데 씨티카드는 대체 무슨 계산법인지 모르겠다.  


원하던 4강전, 결승 다 보고 행복하게 마무리 된 여행이었지만

'짜릿한' 경기는 현장에서 결국 못 본 게 아쉽다. 특히나 롤랑가로스 이후로 나달의 경기력은 여기저기 헤매는 중이라...



파리 도착 1주일 넘게 TV로만 나달 경기를 봄



몇 시간을 폰을 붙잡고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내 것이 되지 않았던 16강전 입장권... 그 표가 만약 최종 단계까지 가서 구입이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짜릿했을까 싶지만, '16강전 표 짜릿하게 구할래? 나달이 우승하는 거 볼래?' 하면 당연히 후자가 낫지 ㅎㅎㅎ.

작년에 그 자리에서 은퇴하는 걸 지켜볼 마음이 있었을 정도로, 우승하는 것까지 보고 온 마당에 더 이상 미련 없이 후련해졌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너무 폼이 확 꺾여 화끈한 경기가 없으니 미련이 다시 스멀스멀 자라난다. 33살 쯤이면 당연히 은퇴할 줄 알았던, 곧 37살 선수에게 뭘 또 기대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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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에 벌어진 일이긴 했지만 인터넷 환경이 빠른 한국에 이런 '광클' 나 대신 해달라고 부탁해 볼 친구 하나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이 날이 더 떠올랐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면, 이런 걸 배우게 됐다며 적어 놓게 된다.



1. 우물쭈물 결심에 시간이 걸리고, 그 사람의 결단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 성격보다 "돈" 문제. 돈을 펑펑 쓰기로 작정하면 생각보다 많은 결정이 빨라진다. 


2. 남들이 보기엔 불효 자식인데 본인은 양심의 가책 하나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은 부모가 그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 인간에게는 비판하는 기능조차 상실하게 만드는 "좋아함"이란 게 있다. _정치인/연예인의 잘못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됨_ 무엇이 자식의 '불효'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식의 됨됨이가 아니라 부모의 好惡일 수 있다. 부모님이랑 궁합이 안 맞는 자식들은 애써 노력하지 마세요. 

(이태원 압사 사고 이후, 생존자의 상담글 중에서 마음에 콱 박히던 부분. 좋은 반응이 안 돌아올 것을 알기에 자신이 이태원에서 살아돌아온 것도 가족에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하자, 상담가가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면 가족에게 알리지 말라'라고 해줬다고 한다. 심리 상담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래도 가족은 당신의 편이 되어 줄 거예요" 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이 마지막 보루, 마음의 안식처가 아닌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시간이 더 지나면...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다른 뉴스를 보거나 정보를 따로 찾지 않아도 내 블로그 조회수만 보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때 -> 제주공항에 날씨 안 좋은 날, 방콕 근처 impact arena에서 (아마도 k-pop?) 큰 행사가 있는 날.


2015년에 제주 결항을 체험했던 날 쓴 글의 조회수가 올라가 있는 날이 종종 있는데(그래봤자 가끔 2,3명이지만) 그런 날은 그 조회수를 본 뒤에 기사를 찾아보면 항상 '제주 공항 기상 악화'인 날이었다.

전국이 쾌청하게 맑고 제주에 비 예보 같은 게 없어도 김포에서 비행기가 안 뜨는 경우가 있는데, 제주도에 강풍이 불 때다. 나도 그래서 결항을 경험했고 그 날 겪은 일을 (큰 고생은 하지 않았음) 쓴 글이 있는데, 제주공항 결항이 발생하는 날이면 정보 수집을 위해서인지 내 블로그 조회수도 쪼오금 올라간다.


그리고 2012년에 방콕 시내에서 좀 떨어진 다목적 공연 시설 Impact arena에 셔틀버스를 타고 오고 간 경험을 담은 글은, 거기서 큰 콘서트가 있는 날 종종 조회수가 올라간다. 오늘도 조회수가 올라가 있어서 찾아보니 '스트레이키즈' 월드 투어가 있네. 😉

그런데, 너무 오래 전 일이고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셔틀을 운행하지 않은 적도 있는 듯해 보여서 지금 내 정보가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검색해 들어온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계속 수정을 하고 있긴 한데... 

한때 5년간 4번 방문했던 방콕이지만 이제 못 가본 지 10년이 넘음. 내 정보가 맞는 건지 확인할 길도 없네. 인터넷 사이트도 정보 업데이트가 늦는 것 같고.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