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즐거운 꿈을 꾸었구나.



아무리 순위에 관계없이 응원한다고 말은 해도
그래도 1등 하려고 보는 게 스포츠.

당분간 모든 미디어 끊고 안 보고 싶어. ㅎㅎㅎ
이제 나달 우승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남은 건 남의 잔치뿐일 텐데... 

대체 새로운 관심사는 어떻게 찾지?
Post - nadal 시대를 준비해야할 때.

🥺


멀고 비싼, 그러나 마음의 피난처 😌 아난티 힐튼 부산



(적어도 나에게는) 높은 가격대의 힐튼 부산. 몇년 전부터 몇 번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던 곳😏. 가격대도 가격대이지만 '기장'이라는 위치도 실행에 못 옮기는 데 한몫 했었다. 집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해운대까지 고속버스를 운행하는 터미널이 있고, 그게 가장 싼 이동 방법이긴 하다. 버스로는 5시간이나 걸리지만 사실 기차를 탈 때는 집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시간이 추가로 걸리기 때문에, 버스/기차 전체적인 시간이 아주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다. 힐튼 부산은 해운대에서 또 10km 떨어져 있어서 추가로 시간과 이동 비용을 잡아먹는다. KTX를 이용하면 시간 단축은 되겠지만 부산역에서는 기장 힐튼이 25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대중교통(버스)은 한 시간 반 소요, 택시비는 3만원 가까이 나온다고... 아휴, 이렇게 먼 데를 언제 가보나??

20만 원대 후반 가격이 보이면 종종 예약해 놨다가 늘 포기했던 곳. 그래도 이번에는 큰맘 먹고(?) 엄마를 모시고 가게 됐다. 호텔은 12월말 거의 최저가에 예약해뒀고 1월 중순이 되어 기차 예약을 하려고 하니, 우리가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오는 시점에 설 연휴 특가가 있어서 대구->서울 KTX 구간은 17,400원에 탈 수 있었다.👌 이런 할인 기회 잡으면 뿌듯하다 ㅋㅋ.



호텔 서쪽 바닷가에서 본 아난티 힐튼의 하얀 건물



아난티 힐튼 부산은 2017년 7월에 개관한 곳으로 만 5년 반이 지난 시점에 방문, 부산 동쪽 기장에 새로 개발된 지역내  'Ananti Cove'에 속한 숙박 시설 중의 하나다. 그냥 힐튼 부산이었다가 2020년 9월에 '아난티 힐튼 부산'으로 호텔명을 변경했다. 예전 남해 리조트처럼 지명도를 확보한 뒤에 언젠가는 힐튼과도 결별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
(2023년 12월 추가 작성: 2023년 12월을 마지막으로 힐튼과 결별)


KTX를 타고 가다가 밀양에서 새마을호를 바꿔타는 경로를 택해서 신해운대역 도착. 내가 택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부산역보다는 신해운대역으로 가서 택시 이용을 최소화하려는 루트였다. 신해운대역에서는 택시로 8-9000원대가 나온다. 밀양역에서 15분 정도 대기한 시간을 포함해 서울역에서 KTX 출발한 지 4시간 만에 아난티 힐튼 도착.  

도착 즉시 1층 입구에서 친절하게 짐을 가져가 방으로 갖다 주지만, 길 안내는 약간 무심하게 한다. 처음에는 아무 표시도 없는 커다란 문을 보고 여기로 들어가는 게 맞는 건지 당황했지만🙇 나중에 방 안에서 아난티 리조트의 소개를 보니 그게 의도라고 한다. 헤매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는...





 일반 고객 체크인은 10층에서 하게 된다. 탁 트인 창 너머로 기장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로비가 있다. 




사실 난 이미 사진으로 많이 봐서 큰 감흥은 없었는데, 부모님들은 그 특유의 '아이고 그 먼 데에 그 돈을 왜 아깝게...' 하면서 억지로 따라왔다가도 이때부터 조용해지시게 된다. 😝 돈값은 하는 곳.

낮에 신해운대역으로 오는 기차는 12시 아니면 3시 도착인데 이것저것 따져보다가 12시 도착 기차를 선택, 호텔에 12시 반 전후에 와서 체크인을 하려 하니 당연히 안 됐다. 그래서 일단 점심을 먹으러 다시 나감. 사실 "신"해운대역은 새로 만들어진 역인 만큼 좀 외져서 바로 옆에는 식당이 거의 없다. 해운대였으면 그래도 좀 더 저렴하고 다양한 식당 중에서 골라 식사를 하고 기장으로 이동했었을 텐데, 주위가 썰렁한 신해운대역으로 왔으니 거기서 기장으로 곧바로 이동했기 때문에, 결국 호텔 근처에서 전형적인 관광지 느낌 나는 식사를 했다. 그래도 정규 체크인인 15시 보다는 좀 더 이르게 방에 입성.






방 사진은 대충 찍어둬 넓이가 감이 안 오지만 방에서 보이는 바다 전망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곳. 우리 방은 호텔 건물 중에서도 약간 더 동향에 위치한 방이어서 일출을 보기에도 너무 좋았다. 남해 바다인 해운대에서 보는 일출은 해가 좀 왼편으로 치우쳐 떠오르지만, 동해에 가까운 기장에서는 해가 거의 정면에서 떠오른다. 🌟그리고 밤에는 서울과 비교도 안 되는 많은 별들을 볼 수 있다. 방에는 작은 테라스도 딸려있는데, 겨울이라 거기 앉아서 별 구경을 오래 못해서 아쉬웠다.






넓은 욕실에서는 바다를 보며 목욕을 할 수 있다. 마지 못해 따라오는 듯 하던 엄마께서 마침내 항복. 너무 좋아하신다.






정규 체크인 오후 3시, 체크아웃 11시로 숙박 가능 시간이 짧은 편이지만, 실제로 머물러 보니 70m² 크기의 방 하나하나마다 청소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겠다 싶기는 했다. 게다가 다른 호텔은 욕조 사용 비중이 낮을 테지만 이곳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욕조에 물을 받는 곳이라, 욕조 청소에도 시간이 엄청 걸릴 것 같아보였다. 나도 사용하기 전에 내가 직접 욕조를 추가로 좀 닦았는데 욕조가 커서 좀 힘들었다. 🛀

역시 바다 풍경을 보며 식사할 수 있는 아난티 힐튼의 조식은 그닥 맛은 없으나(?!?) 굉장히 넓은 구역에 걸쳐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여름 성수기가 아니라 덜 붐벼서 그랬겠지만, 식당 자체도 꽤 넓어서 여유있게 식사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옆테이블의 대화까지 같이 들으며 식사해야 하는 빡빡한 조식당도 너무 많이 경험했기에..








동절기엔 모든 숙박객이 무료로 입장 가능했던 10층 맥퀸즈풀, 유리문 밖에는 겨울에도 정말 따뜻한 온수풀이 있다. 사진에는 밤이라서 까맣게만 보이지만 거기 앉아서 바다를 그대로 내려다보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우와 여기서 일출 보면 뜨듯~허니 최고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일출을 전후한 시간대는 따로 패키지로 예약한 사람들에게만 개방된다고 안내되어 있다. 🏊‍♀️ 사람들이 몰릴까봐 그러는 건가.

그 러 나... 새벽에 호텔 전체 정전이 있었는데, 내가 호텔에서 겪어본 초유의 사태였지만 아난티 힐튼의 대처는 아쉬웠다. 다들 잠든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나... 수십분간 전화가 모두 통화중으로만 나오고 대체 무슨 일인지 전혀 알 수 없었던 게 특히 의문의 일처리였다.




그래도...
주변에 산책로와 작은 쇼핑 타운도 잘 조성되어 있어서 충분한 휴양의 느낌이 있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분들에겐 실내외 구분없이 사진 찍을 곳 정말 많다. 이 길 주변은 고양이 친화적인 곳이라 산책로 곳곳에서 급식대와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부산 명소 중 하나인 해동 용궁사까지도 걸어갈 수 있어서 따로 힘들여 찾아오지 않아도 된다.



힐튼 회원이 된 후 5번째 방문한 호텔. 늘 날씨 예측이 불가한 숙박 한 달 전 예약을 해둔 건데도 힐튼 계열은 숙박할 때마다 신기할 정도로 날씨가 맘에 들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요번에는 겨울이지만 기온이 낮지 않아 돌아다니기에 좋았다. 서울 돌아가는 길에 대구에 들렀다가, 마침 찾아온 한파로 기온이 확 떨어지니까 돌아다니기 귀찮아졌던 걸 보면 날씨 운은 정말 중요하다.
대신, 겨울엔 기온이 높으면 하늘이 뿌연 날이 많아서 부산 첫날 하늘색은 별로였지만 다음날은 날도 개어서 선명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






돌아온 뒤에도 여기서 찍은 바다 사진을 보면 마음이 아련해진다. 언젠가 맘이 힘들 때, 긴 시간에 걸쳐 찾아 가서 아무말없이 쉬다 오고 싶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엔 기본 숙박비가 높지만 🤑 멀어서 뭔가 더 피난처로 어울린다.

그래서 제목을 - 멀고 비싼 마음의 피난처라고 지었다.📝








장점 

- 방 크기도 기본적으로 크고(70m²) 어디를 가도 풍경이 아름답고 널찍널찍... 여유로운 휴양을 즐길 수 있다. 
- 호텔 부지 내에 있었던 편의점이 없어져서 그런가, 미니바 맥주 가격이 저렴한 편으로 (3500원~) 편의점과 거의 비슷한 가격이므로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처음으로 호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셔봄. 🍺




-단점

- 침실 크기와 거의 비슷한 넓은 욕실. 그러나 변기가 있는 칸을 왜 반투명 유리로 했는지... 위치도 화장실 출입문 바로 앞. 화장실 출입문을 닫을 수는 있지만 평소에는 그냥 열어 놓고 머물게 되고 옷장도 그 안에 있으므로 다른 일로 욕실에 들어가다가 가족이라도 당황스럽고 보기 좀 민망한 장면 봐야 함. 사진에 보이는 샤워 부스도 반투명으로 실루엣이 그대로 보임. 꾸준히 후기에 불만으로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던데 유리벽 내부에 시트를 붙이는 등의 개선이 5년 넘게 없는 것을 보면 이것도 이들의 디자인 철학인가?!?! 

- 개관 5년을 넘기면서... 욕조의 '뜨거운 물' '차가운 물' 표식이 흐려져서 이용할 때마다 헷갈렸음. 이런 것 정도는 새로운 표식을 붙여서 보완하는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일환으로 샤워젤, 샴푸 등이 모두 비누 형태로 제공되는데 샤워 부스 안에 있는 거치 장소(뭐라고 쓰지?)에 비누를 두면 사용 후 물기가 마르면서 바닥과 딱 달라붙어 버린다. 글로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직접 체험해보면 매우 당황스럽다. 엄청 힘을 써서 겨우겨우 떼어냈을 정도니, 환경을 위해 샴푸바로 바꾼 것을 자랑만 하지 말고 샤워 부스 안에도 비누 거치대 설치해야 함. 비누 거치대에 왜 그렇게 요철이 있는지 이제 알게 됐다. 평평하면 비누가 굳어서 서로 붙어버린다. 힐튼 부산 욕실은 보기에는 넓고 쾌적하지만 사실 요소요소 아쉬운 부분이 많다. 

- 새벽 정전에 대한 대처가 아쉬웠음. 한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일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사후에도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 해운대처럼 시끌벅적하고 주위에 있을 것은 다 있는 관광지는 아님.


     



토요코 인 대구 동성로 Toyoko Inn Daegu

 


대구는 그 도시가 지닌 명성에 비해 갈 만한 숙소가 참 드물었다.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글로벌 브랜드 호텔이었던 노보텔은 2020년 4월부터 영업을 하지 않았고 (코로나가 퍼지기 이전에 이미 직원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등 폐업할 기미가 보였다고 한다), 매리엇 호텔이 2021년 1월에 문을 열긴 했지만 거의 독점적 위상이다 보니 가격대가 높아 쉽게 선택할 대안은 아니다.

2018년에 대구 전통 강호(?)호텔 한 곳에 숙박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 낡아 민망할 정도였다. 그 호텔 역시 2018년 연말에 영업을 중단했고 지금은 건물마저 헐렸다. 그래서 대구에 가면 대체 어디에 머무를지 고민이었는데, 2019년 5월에 동성로에 토요코 인(東横イン)이 개관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그동안은 토요코 인이 부산-서울에만 진출한 줄...

토요코 인은 대구의 명동같은 상권인 동성로에 위치해 있어서 쇼핑할 곳이나 식당을 찾기에 편하고, 근처에 지하철 두 호선이 통과한다. 길만 건너면 백화점이 두 곳 있고, "근대路의 여정" "청라언덕" 같은 역사적 건물들을 돌아보는 관광지도 도보 거리 내에 있다. 대구를 돌아보기에 최적의 입지. 지하철 1*2호선 반월당역에서 도보 3분, 1호선 중앙로역 2번 출구에선 도보 7분 거리.

만 4년이 되어가는데 생각보다 더 깔끔하게 유지된 숙소. 아마도 중간에 코로나 유행 때문에 2년 정도는 방문객이 적어서 더 깨끗하게 유지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

체크인은 오후 4시부터. 다른 호텔들은 조금 일찍 와도 청소가 완료된 방이 있으면 그냥 들여보내 주는 편이었는데 여기는 내가 3시 넘어서 도착하니 방 키는 주고 입실은 4시가 넘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토요코인 회원일 경우에만 좀 일찍 입실이 가능하다. 





"방음이 전혀 안돼요" 같은 후기가 많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내가 머무른 8층 방은 조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복도를 구비구비 돌아서 건물 뒤편 쪽으로 창문이 난 방에 머물렀는데 도로 소음도 없고 옆방 소음도 없었다. 하지만 같이 방문한 엄마가 아침에 큰 목소리로 친구와 통화를 하셨기 때문에 혹시 옆방 사람이 있었다면 그 내용을 다 들었을 수는 있겠다. 😏😥 

트윈 침대 가운데에 USB 포트 하나만 있는 게 2인이 사용하며 충전하기엔 불편한 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럭저럭 독서등까지 달려있고 침대도 나쁘지 않다. 파스텔톤 벽 색감은 아늑해보인다. 방 넓이 15m²지만 그래도 침대와 책상 사이에 어느 정도의 공간이 있어서 짐이 있다면 거기에 펼칠 만 하다. '짐 펼칠 곳도 없어요' 수준은 아니었다. 침대 아래 공간이 비워져 있기 때문에 가방을 거기에 보관해도 된다.





냉/난방 장치가 방 꼭대기에 달려있기 때문인지 난방을 켜면 윗 공기만 따듯해진다. 그렇다고 뭐 잘 때 춥다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사진에서 보이는 금고/냉장고 옆면 벽에 '세척을 완료했다'는 다회용 슬리퍼가 걸려 있다. 나는 이곳을 숙박하기 전날 머물렀던 호텔에서 준 일회용 슬리퍼를 일부러 가져갔기 때문에 여기 것을 쓰진 않았다. 





가습기나 비데 등등 뭔지 모를 "일본식 컴팩트함"으로, 좁은 내부에 있을 건 다 있다. 저예산 호텔의 특징은 방에 들어가 보면 생전 처음 보는 중국 브랜드의 에어컨이나 TV가 있다는 점인데, 여기엔 그래도 LG 에어컨과 삼성 TV가 설치되어 있었다.

화장실도 이만하면 꽤 잘 관리된 편이고 일본계 호텔 특유의 작은 욕조가 있다. 일본계 작은 호텔들 사진을 보면 아무리 방이 작아도 저런 욕조는 꼭 있는 걸 봐서, 여기 역시 무릎을 굽힐 정도라도 앉아서 몸을 담글 정도의 욕조는 있지 않을까 했었다. 실제 와보니 동성로점의 욕조는 생각보다는 컸다. 직접 이용하진 않았지만 눈으로 보기에 평균 키 정도의 사람들은 다리를 뻗고 앉아서 목욕을 즐길 수 있을 걸로 보였다. 





치약과 칫솔은 없지만 체크인할 때 클렌저나 로션 등이 들어있는 작은 화장품 팩도 준다.🎁



간소하게 국과 밥, 반찬, 빵, 스프, 과일, 씨리얼 등이 준비되어 있는 조식도 포함되어 있어서 가격 대비 최상의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운좋게 union pay 할인 찾아서 6만 3천원 결제). 

물론 저렴한 가격 때문에 감수해야 할 일인지, 16시라는 늦은 체크인 시간에 + 체크아웃 시간이 10시로 너무 빠른 것은 단점이었다. 동성로점의 경우는 시간당 11,000원씩 내고 14시까지 체크아웃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주차비는 사전 예약 1일 5000원.


호텔 몇몇 곳에 물건을 흘리고 다닌 내 경험으로 볼 때...😅 콘래드나 풀만 호텔 등등을 포함해서 객실에 남기고 간 분실물에 대해 호텔이 먼저 연락해주지는 않는다는 걸 알았다. 내가 먼저 연락하면 찾아는 준다. 하지만 내가 버릴 목적으로 가져 간 실내 슬리퍼를 '분실물'로 분류한 토요코인에서는, 체크아웃 7시간 정도 뒤 '놓고 가신 물건이 있다' 고 직접 나에게 전화를 해줬다. 물론 그냥 버리면 된다고 대답은 했지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도시를 벗어나기 전에 내가 뭔가 방에 놔둔 물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으니.

전혀 귀중품으로 보이지 않는 물건인데도 연락이 온 것을 보면, 그것이 토요코인의 방침인가보다. 체크인 시간을 전후해서 짐도 잘 맡아준다.

가격 대비 최상의 위치와 시설, 잘 훈련된 직원들의 깔끔한 서비스 때문에 다음에 대구에 갈 일이 다시 생긴다면 그때도 선택할 것 같은 곳. 

그런데 모든 후기에서 옆방 소음 지적은 공통적이라...나도 만약 시끄러운 옆방이 있었다면 선택을 재고했을지도 모르겠다.



* 장점

- 대구 여행하기에 위치가 매우 좋고 교통이 편리하다.

- 저렴한 가격에 뭔가 부족한 듯 하면서도 이것저것 챙겨줘서 부족함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이용하지 않았지만 7층 프론트 데스크 앞에 잠옷 같은 것도 비치되어 있다. 조식도 포함.

- 깨끗하게 유지된 숙소


* 단점

- 체크아웃 시간이 10시로 아침식사 후 곧바로 나가야 하는 수준 (체크아웃 후에도 짐은 잘 맡아준다. 하지만 프론트 데스크가 7층이라 가지러 올라가기 좀 번거롭다.)

- 옆방에서 그대로 넘어오는 소음에 대한 후기가 많다.

- 열풍으로 난방을 하므로 쉽게 건조해짐. 작은 가습기가 있다.








마음을 정리해야 할 때?



올해 호주오픈 시작 전 내 마음은 "대체 뭘 바라야 할 지 모르겠다." 였다. 작년 8월부터 부진의 연속이라...

결국 오늘 나달은 부진과 부상이 겹치며 호주오픈 2회전 탈락. 
사실 경기도 제대로 못봐서 충격은 늦게 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작년 5-6월이 얼마나 행운이었는지에도 새삼 감사하는 중. 왜냐하면 그때 나는 무조건 나달이 끝까지 잘 할 것을 기대하면서 대회 "3회전"부터 결승까지 보는 일정을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수백만원을 들여서 항공권, 호텔, 입장권을 예약해놓았는데, 막상 파리에 도착해보니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2회전 탈락해서 이미 집으로 돌아가고 난 후였다면....? 그 절망감은 어땠을지 상상도 안 간다. 

'이렇게 잘 하는 나달을 보는 게 이제 마지막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해서 시작했던 여행이었는데, 정말 그렇게 되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압도적인 나달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은퇴 소문이 무성했던 당시 나달의 롤랑가로스.
솔직히는 나도 나달이 정상에서 그만 두기를 바랐었다. 누군가에게 "롤랑가로스에서 나달을 꺾은 신화적인 선수"가 될 기회를 주지 말고 그냥 우승 상태에서 은퇴하기를 바라는 얄팍한 생각.


하지만 본인은 우승에서 큰 에너지를 얻었는지 시상식장에서 "keep going" 하겠다고 했고, 전세계 팬들이 안도했었다. 


하지만 다시금 지금 생각은...
차라리 6월 그날 은퇴하는 게 나았겠다, 하는 생각도...😭

내가 그 현장에 있었으니 아쉬움도 덜 남고 
행복하게 보내 줄 수 있었을 것 같다. 
요즘은 경기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맘만 들어...





무슨 소리일까



그저께부터 보일러가 고장나서 난방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생각보다 춥지는 않고, 온수는 잘 나온다. 보일러를 새로 교체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무슨 문제일까.

예전부터 내 방 창문 바로 바깥에 일명 '다용도실'이 있어서 보일러가 가동되면 훨훨훨~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며칠 전부터 그 소리 대신에 관을 타고 물이 계속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안 들리던 소리. 이 소리가 난 이후로 바닥 난방이 안 되고 있는 건가?!? 수리 기사가 와서 2시간 동안 고쳤지만 상태는 그대로다. 내일 또 온다고 한다. 😑


이 관을 타고 물이 흐르는 듯한 소리는 예전에 호텔에서 방을 바꾼 이유이기도 했다. 그때랑 거의 같은 소리가 우리집에서 난다. 흠....🤔 정체가 뭐지?






이비스 호텔에선 기대도 할 수 없는 이 넓은 방을, 예약 사이트에는 나와있지도 않은 방을 받았지만 계속 들리는 정체 불명의 소리가 거슬렸다.

구글 번역기에 "물 흐르는 소리가 계속 들려요"라는 말을 번역해서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직원은 놀라는 눈치. "너한테 좋은 방 준 거야. 그 방이 더 넓은 방이라구." "아냐. 그래도 싫어. 소리가 끊이지 않아."

결국 방을 바꿔서 이비스 특유의 움직일 공간도 별로 없는 좁은 방으로 오니 오히려 맘이 더 편해졌다. 내가 처음 받았던 위의 방은 호텔마다 몇 개씩 있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방으로, 욕실에 턱이 없으니 물이 사방에 퍼지고 너무 넓어서 혼자 쓰기 무서웠다. 그리고 내가 방을 바꾸기 전 머무른 몇십분 간은 사람 소음은 없었지만 어쨌든 커넥팅룸이기도 했는데 나중에 다른 호텔에서 커넥팅룸의 옆방 소음을 그대로 듣고 나니, 체크인 했던 즉시 방을 안 바꿨더라도 어차피 2박 3일 중에 언젠가는 방을 옮기게 됐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부분의 커넥팅룸은 문이 잠겨 있어도 틈 사이로 소음이 넘어온다.

며칠 뒤 다른 호텔에서도 또 관에서 물이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나는 방을 받았는데 😔 그때는 방을 바꾸지 않았다. 방 구조가 특이하고 맘에 들어서.


호텔에서 자면서도 대체 끊기지도 않는 이 소리는 무얼까 했었는데... 이 소리를 우리 집에서 다시 듣게 되네. 
내일 다시 보일러 고치면 사라지려나? 






소름



최근에 친구를 만나서 인생 푸념을 좀 했는데,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너무 내 얘기만 떠들었다. 다음엔 네 얘기도 좀 들어야 하니 곧 만나자.'라는 식의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아냐. 또 어딜 가서 ㅇㅇㅇ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니. 무사히 들어가고 다음에 곧 만나'라는 식의 답이 돌아왔다. 그래, 솔직히 남의 인생 얘기 듣는 거 고역일 수 있는데 내 얘긴 그렇게 재미없지는 않았나보다. 그 경험이 좀 특이하긴 하지. 말이라도 저렇게 해주니 너무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뭔가 다른 사항을 확인할 게 있어서 그 메시지 창을 다시 열어 보니 ... 놀랍게도 그 문자는 "지금 아니면 언제 또 ㅇㅇㅇ 이야기를 '하겠니' 그동안 고생 많았어"라는 식으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

인간은 늘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왜곡해서 사실을 본다는 것은 알지만, 이 정도까지 내가 아전인수를 하고 있는 줄을 몰랐다. 어떻게 글자가 그렇게 다르게 읽혔지?? 아마도 내 친구는 '얘가 이걸 어딘가에 가선 풀어야겠구나.'라는 생각에서 내 얘기를 참을성있게 들어준 것이었다. 내가 보고싶은 내맘대로 본 것처럼 '어딜 가서 이런 독특한 얘기를 들을까'라는 마음에서 들은 것이 아니었다. 🙇‍♀️

참 신기하다.
이렇게 메시지 내용을 다르게 읽은 것을, 이번에는 발견했지만
뒤늦게라도 발견하지 못한 채로 내맘대로 해석하고 넘어간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팍팍해짐

 


종종 서비스업종을 이용할 때 너무나 딱딱하거나 불친절해서 '아니 이왕 할 거 그냥 좀 서로 웃으면서 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분들도 경험이 쌓이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정상인'만 있는 게 아니기에.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가정을 가지고 좋게 대해줬을 때 오히려 잘못 된 결과가 돌아올 수도 있겠다 싶다. 내가 마주치는 사람이 '비정상'이라는 가정 하에 행동했을 때 오히려 결과가 좋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냥 단편적인 예를 들자면... 일부 유럽 국가에 갔을 때, 그냥 주위 사람 모두를 잠재적인 소매치기로 가정하고 항상 주위를 둘러보며 조심하다가 오면 오히려 나쁜 기억 안 생기고 무사히 돌아올 수도 있다. '설마 여기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들이겠어?' 하고 방심하는 순간 모든 추억을 털리고, 금전적인 손해를 보고 돌아오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이런저런 경험이 쌓이면서 타인을 더 경계하게 되고, 더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또한 선의가 통하지 않는, 그냥 막무가내인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도 슬픈 일이다. 그리고 '다음엔 잘해주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하게 되는 것도 슬픈 일이다. 

언젠가는 내가 그 불친절에 당하게 되기 때문에.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