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지난 주말 갑자기 방광염 증세가 시작되어 약간 고생했다.
대학원 다니던 시절에 한번 호되게 고생해봤더니, 이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어 막 두려워하진 않게 되었지만, 하필이면 토요일 밤에 갑자기 증세가 심해지니 미칠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을 안 하려 해도 계속 화장실 가고픈 생각만 나고,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어서 더 괴로워지고....

뜬금없이 발병하여(스트레스라는 요인이 있긴 하지만) 단시간에 사람 괴롭게 만드는 것 치고는 항생제 몇 알로 쉽게 낫는 병이라는 걸 알기에, 항생제 처방만 해줄 동네 의원을 찾기로 했다.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동네의원 정보를 찾느라 일요일 새벽을 다 보냈다. 

생각보다 새로운 세계가 있었다. 365일 영업하는 동네 의원들이 생각보다 여기저기에 많았다. 요즘 40대 은퇴가 희망사항이라던데 40대 은퇴를 위한 노력인지, 병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것처럼 환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인지, 누구도 진실을 알 수 없는 자발적 일요 근무의 세계. 
세상에. 그중에는 심지어 의사 한 명이 365일 일하는 곳도 있었다.👀 다른 곳처럼 의사 두세명이 돌아가가면서 주말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다녀온 뒤, 어찌저찌해서 이제 증상은 나아졌지만
약이 제대로 듣기 전에 수십 차례 화장실에 왔다갔다 하면서 가장 간절했던 것은 내 방에 화장실이 딸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집은 큰 평형이 아니지만, 그래도 내 방에서 화장실이 제일 멀다. 안방에는 따로 딸린 화장실이 있는데도 심지어 거실 화장실 문과 가장 가까운 곳이 안방이라🥺 내가 들락거릴 때마다 누군가 잠에서 깰까 신경쓰인다. (안방 사용자만 화장실 2개 접근권이 좋은 우리집 구조😭)


내 방은 지저분하게 해놓고 살면서
집밖에만 나가면 요상하게 결벽증에 걸려 잠을 못 이루던 내가
어느새 호텔 탐방을 즐기게 되고, 호텔방을 편하게 느끼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화장실"임을 새삼 또 자각한 기회였다.






사실상 공중화장실에 가까운, 여러 사람의 흔적이 남은 곳이라... 최근 코로나 상황에서 호텔 숙박할 때 '벤잘코늄염화물액'이 들었다는 손세정제로 화장실 몇몇 곳을 박박 닦고 나서야 이용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만 이용하는, 내 침대에서 가까운 화장실/욕실이 있다는 게 엄청난 안정감을 준다는 걸 알았다. 


일요일 새벽
계속 한쪽으로만 생각이 집중되어 괴로워서 몸을 뒤틀면서도, 집이 아니라 차라리 지금 호텔방에 있었으면 덜 괴로웠을 거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집밖에서는 잠을 못자서 밤을 꼬박 새고 돌아오던,
예전의 내가 아닌 것 같네.....





미국 집 소개를 보면 항상 침실보다 욕실이 더 많은 게 의아했었는데.... 사람 수대로 화장실이 있다는 건, 개인 공간 존중과 더불어 왠지 심리적 안정에도 꽤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Kalutara






 


당시엔 아무 생각없이 찍었지만
나중에 볼 때마다 마음이 편해지는 사진.


바다가 보고싶다.


 

재미있는 사실



요즘 영상통화도 많이 하고 사진으로 일상 공개를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부지불식간에 침대나 이부자리가 공개되는 일이 많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아무 생각없이 침대나 이불이 노출될 때가 있다. 내 방에서 뭔가 너무 재미있거나 특이한 일이 생겨 사진을 찍어서 보냈는데 상대방이 오히려 '배경'인 침대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나같은 경우에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뭔가를 찍어서 아는 동생에게 보냈는데...그것에 대한 감상 대신에 "언니, 침대가 참... 고전적이군요"라는 답이 돌아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

사실 그 침대는 나의 골칫거리이기도 한데...
진짜 오래되었고 뭔가 내 방을 칙칙하게 만드는 주범인 것 같아서 나도 바꾸고 싶지만, 새로 살 돈도 없고 덩치가 큰 가구인 침대는 버리는 데도 또 돈이 들어서 늘 망설이고 있다.

이케아 사이트에서 저렴한 침대 프레임을 찾아보지만... 배달비까지 추가하면 저렴하지도 않으니, 누군가 차를 가진 친구가 없을까, 기꺼이 나랑 같이 쇼핑가서 침대 프레임 실어올 친구는 없을까 고민한다. 그러면 항상 답이 없다. 

그건 그렇고,
부지불식간 공개되는 침실 사진이 재미있는 이유는...
다들 정말 촌스러운 이불을 덮고 산다는 것이다.😄
일반인(?) 중에는 호텔처럼, 잡지에 공개되는 유명인사의 집처럼, 심플하고 깔끔한 이부자리를 유지하는 사람이 의외로 별로 없다는 것이다.

최근 외국으로 거주하러 간 친구와 종종 영상 통화를 하는데, 나는 너저분한 내 방이 공개되는 게 싫어서 항상 화면 가득 내 얼굴로 채우고 통화를 한다. 그 친구는 종종 방의 모습을 공개하는데, 자녀가 많아서 이부자리는 늘 어지럽다. ㅎㅎ

얼마 전 수억 빚을 내서 이사한 지인이 에어컨을 새로 달았다며 방 사진을 보내왔는데, 명품 브랜드에 죽고 못 사는 그의 침대에 너무 촌스러운 색깔의 저렴해보이는 침대보가 깔려 있어서 놀랐다. 다들 의외로 이불에는 돈을 많이 안 쓰나보다. 원칙적으로는 남들에게 상시 노출되고-과시하는 것이 아니라서 신경을 덜 쓰는?!?! 🤗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재미있는 일상 포착 사진들을 보면, 다들 이불들이 참 촌스러워서 재미있다. 이 순간을 꼭 포착해서 조회수 올리고 싶으니, 미처 집 정리할 시간도 없이 찍힌 사진들... 

알록달록한 꽃무늬, 보기만 해도 눈 아픈 색깔의 요란한 이불들... 저런 거 누가 사가나 했더니 다들 취향은 그런 것이었나보다. 돈 없는 내 방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언젠가 돈을 잘 벌게 되면 이케아의 최저가 합성 섬유 침구 대신에, 심플한 침구로 바꾸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들 호텔에만 가면 "베딩"이 너무 좋아요. "호텔 침구" 너무 좋아요.... 하고 찬양하는 이유도, 자기 집에선 그렇게 깔끔하게 하고 사는 사람이 의외로 별로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보통 가정에서 바스락거리는 새하얀 침구를 매일 유지하기는 사실 꽤나 노력과 시간 여유가 들어가는 일이긴 하다. (그래서 다들 알록달록하게💐🌸🌹🌺🌻🌼🌷⚘⁉️)






행운의 상징



한달 전쯤, 짜파구리를 끓이려고 너구리 봉지를 뜯었는데, 한 봉지 안에 다시마가 4개 나옴....

아껴(?)뒀다가 사진은 나중에 찍은 것.
한국인만 아는, 행운의 상징 ㅎㅎ
별것도 아닌데 다시마 2개만 들어있어도 좋은데...😋 4개나.


그뒤로 행운이 있긴 했나??



concierge




호텔 컨시어지는 재미있는(?) 곳이다.
보통 호텔의 급이 높아질수록 분리된 컨시어지 데스크가 따로 존재하고 거기서 별의별 것을 다 도와주게 되는데 나는 그 정도 수준의 호텔에 가본 적이 별로 없어서인지, 사실 그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해본 적은 없다. 보통 체크인-아웃을 할 때 외엔 뭐 직원 마주칠 일은 나에겐 거의 없어서... 

예전에 그나마 리츠 칼튼 톈진에 갔을 때, 컨시어지 데스크 직원들이 滴滴出行같은 앱 이용 안 하는 날 위해 나의 목적지까지 가는 택시를 찾아서 불러줬던 거?!? 그거 외에는 도움을 받은 일은 없는 듯 하다. 그때 그 데스크에 앉아서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아, 이 사람들에게 베이징 가는 고속열차 예약같은 걸 도와달라고 했더라도 해줬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나도 뭐 별 경험이 없는데도, 컨시어지가 "재미있다"고 적은 것은.... 참 여러가지 용례를 봐서.😄

아마도 대부분 나처럼 컨시어지에서 큰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이 단어를 막연하게 어떤 다른 것쯤으로 짐작하고 쓰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았다.

이 단어가 이렇게 쓰일 수도 있구나..하고 처음 안 것은, 트립어드바이저의 내 글 바로 아래에 있던 바람에 눈에 들어온 어떤 후기에서였다. 그분은 꾸준히 "컨시지어"라고 적고 있었다. 하나쯤은 오타로 볼 수도 있었겠지만 몇몇 다른 후기에 걸쳐서 계속 컨시지어로 적은 걸로 봐서는 단어를 그렇게 알고 계신 것 같았다. '콘시어지', '컨시어지' 사실 한글로 어떻게 해도 영어식 발음과 가까워지는 않고, 불어식으로 꽁씨에흐주... 라고 쓴다고 해도 그건 본인 자유지만, 아무래도 '컨시지어'는 이 단어를 한 번 잘못 본 것이 영원히 굳어진 경우인 듯 했다.

이런 분들은 언젠가 남들과 의사소통의 벽에 부딪힐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교정을 해줘야 하는데, 사실 모르는 사이라서 알려주기는 어려웠다. 아니, 사실 아는 사이에서도 알려주기 어렵긴 하다. 내 친구가 ricotta 치즈 샐러드에 한동안 빠졌는데, 직원 앞에서 주문할 때마다 '라'코타치즈 샐러드라고 말해서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는 본인의 실수를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에 뭔가 얼굴이 화끈거릴 상황을 막아주기 위해서 내가 미리 알려줘야 할 것도 같은데, 막상 말하면 친구가 부끄러워할까봐 내 입이 안 떨어지는.... 암튼 그랬다.


나중에 트위터에서 우연히 마주한 어떤 분 역시 '컨시지어'라고 쓰고 있었다. 더 재미있었던 것은 그 분은 컨시어지에서 실제로 큰 도움을 받았던 사례를 소개하며 "여러분, 이게 바로 컨시지어가 하는 일입니다.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어요. 여러분도 이름을 꼭 외워두고 도움 받으세요. 컨시지어! 컨시지어! 아시겠져?" 라고 썼다는 사실이었다. 이분 역시 모르는 사이라 내가 뭐 고쳐줄 수는 없었지만, 아는 사이였더라도 이렇게 확신에 차서 썼는데 "야, 컨시지어 아니고 컨시어지"라고 고쳐주긴 서로 민망했을 듯 하다.

...

몇 분 전에 어떤 분이 쓴 글을 보니, 이분은 아예 호텔에서 체크인 하는 곳을 '컨시어지'로 쓰고 계서서.... 이 단어가 한국에 와서 그 모호함 때문에 참 고생하는구나 싶으니, 예전에 봤던 글들까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어렴풋한 기억엔, '컨시지어'라고 글자 순서를 바꿔 쓴 걸 처음 봤던 그 글에서도 그분은 체크인 하는 곳이 '컨시지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그런데 뭐, 솔직히 나도 어설프게 뜻을 알고 잘못 쓰고 있는 단어들 있겠지. 부끄.
어딘가에 나의 그런 글이 캡처되어 돌아다니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땐 그랬지




샌안드레아스라는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다가
후버댐이 나오는 걸 보고, 나도 거의 20년 전 후버댐에 간 적이 있다는 게 생각났다.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아서 기억에선 희미하지만 분명히 갔었다.

40명 가까운 여행단에 속해있던 나는
좀 소극적이어서 나 사진 좀 찍어달라, 사진 좀 같이 찍자...고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물론 3주간의 그 여행에서 사진을 많이 찍어오긴 했지만 대부분의 사진이 "사람"과 찍은 사진이었다. 후버댐 갔을 땐 같이 찍자는 사람이 없으니 사진을 찍지 못했던 것이다.

피식...
'사람'이 안 찍히면 사진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구나 싶다.
후버댐 다시 가기 힘들텐데 그냥 후버댐만 찍어오면 되지, 왜 내 얼굴까지 나오는 사진을 찍어준다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찍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지 ㅎㅎ 아깝다. 인터넷 찾아보면 후버댐 사진 널렸지만 내가 찍은 후버댐 사진 보고 싶은데...


지금은 어디를 가도 내 사진첩에는 사람 사진보다 풍경 사진만 가득인데...
같이 찍을 사람이 없어서 사진을 못 찍겠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종묘'가 멀리서 이렇게 보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2020년 5월.




wow



구글 번역을 십수년째 참고해왔는데,
그 십수년간의 점진적인 번역 질 개선보다 
지난 1년간의 개선 속도가 더 빠르다.


AI가 학습을 한다더니...?!? 최근 몇달간 갑자기 엄청 번역이 매끄러워졌다.

작년 5-6월경만 해도 영->한 번역은 아무래도 한국어가 본진인 네이버 파파고가 더 매끄러웠는데, 얼마전부터 갑자기 구글의 영->한도 매끄러워지고 행간의 의미까지 파악하기 시작한 것 같다.


신기하다.
사람들이 2020년에는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닐 줄 알았더니, 역병이 돌고 트로트가 유행하는 시대가 될 줄은 몰랐다고 하던데...
그래도 뭔가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익선동의 변화




 


 

고즈넉하고 운치있었던 2015년 7월의 익선동,
그리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2020년 5월의 익선동.

 




 

🧩 타일 무늬를 보면 내가 거의 같은 위치에서 찍은 것인데, 실제 거주자들이 살던 조용한 골목이 카페가 늘어선 관광지로 변한 지 오래. 서울 "뜨는 골목"의 흥망성쇠로 볼 때, 2025년이 되면 익선동은 또 어떻게 변해있을까





목시 서울 인사동 Moxy Seoul Insadong




오래 전 회사 다닐 때, 
갑자기 믹스 커피 한 잔 하고 싶어지면... 내 커피 타러 가려해도 옆언니에게 먼저 "커피 마실 생각 있어요?" 하고 꼭 물어보고 가야 되고, 그런 과정없이 혼자 본인 커피만 싹 타가지고 오면 뭔가 '공동체 정신'이 부족한 사람처럼 취급하는 분위기가 싫었다.

그런데 몇달 전에 "처음 만난 젊은 애들" 몇몇과 잠시 카페에서 같이 시간을 보낼 일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아무에게도 '마실 생각들 있냐?' 안 물어보고 자기 커피와 케익만 사와서 혼자 먹는 걸 보니...뭔가, 어?!?! 하는 마음이 드는 나를 발견했다. 먹을 생각 없냐고 안 물어봐서 놀란 게 아니라(난 커피를 거의 안 마시므로), 진짜 이제는 저런 사람이 있구나...하고 놀랐다. 그런데 그렇게 문화가 변한 걸 내가 그제야 알았던 것인지 궁금하다.

늘 자기 마실 커피는 자기 혼자 챙기면 된다고 생각해왔는데, 막상 진짜로 남에게 안 물어보고 자기 혼자만 마시는 사람을 보니... 요상하게 두드러져 보이긴 했다. 오옹? 사회 문화가 정말 변했구나, 하면서 새삼 놀라는 나를 발견했다.



#moxyhotel #atthemoxy


나에게 또 한 번 위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준 곳이 목시 인사동이다. 2019년 12월에 개관한 새로운 호텔. 
여태 호텔과 조금은 다른 형태로, '밀레니얼🤳' 감성이 여기저기 뚝뚝 떨어지게 만들고, 티셔츠와 바지 차림의 직원이 응대해 주는 곳.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서로 마스크를 쓰고 만나게 되어 다른 표정 언어를 정확히 받아들일 순 없었지만.... 이 호텔 직원들의 무뚝뚝하고, '날 귀찮게 만들지 마라' 같은 태도는 '이게 요즘 호텔 분위기인가? 내가 꼰대가 됐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예전에는 꼰대라는 단어가 내 글에 포함되는 것조차도 싫었는데, 이젠 술술 나오는 거 보니 진짜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

나는 비행기 기내에서도 아시아계 항공사의 미소와 저자세는 부담스럽고 그냥 미국 항공사류 딱딱한 서비스에도 만족하는 편이다. 호텔 직원의 과잉 감정 노동 서비스에도 부담을 느껴왔지만, 너무 무뚝뚝한 이 호텔 직원(한 명 정도 빼고)을 보다 보니, 그동안 웃으면서 적극적으로 일하는 호텔 직원들이 얼마나 기분 좋게 해줬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쿠울~하고 무심하게'로 서비스의 기조가 변하는데, 내가 너무 옛날 사람이 됐나? 😏
목시는 '밀레니얼 세대' 감성에 맞춘 브랜드라고 하는데, 역시 난 밀레니얼은 아니었던 거야...


1층 공간을 뒤로 하고 이 건물의 최고층인 16층으로 올라가면 체크인을 할 수 있다. 모처럼 연휴 기간이라 사람이 많았는지, 방 정리가 안 되어 방 배정이 늦어지고 있었다. 객실은 3층-15층에 위치.

두 달 전쯤 이 호텔을 예약했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전화해 취소를 한 적 있었는데, 그때 전혀 친절하지 않은 전화 응대 때문에 좀 놀랐었다. 그런데 실제로 와 봐도 직원들이 좀 무심한 게 이 호텔의 분위기로 느껴젔다. 나를 체크인 해 준 직원 한 명은 너무 친절했지만, 나머지에겐 알 수 없이 적대적이고 시큰둥한 느낌을 받았다. 




목시 브랜드의 특징은 bar의 한켠에서 체크인이 진행되는 것으로, 체크인 시 모두에게 웰컴 드링크가 제공되어 기다리는 시간을 음료와 함께 보낼 수 있는 것은 장점.
시원한 옥외 공간도 보인다.
  


종로3가역 4번 출구 바로 앞, 바로 근처에는 고층건물이 없어서 시야가 트인 곳.
종로의 여러 유명한 건축물들이 보이는 좋은 위치를 십분 활용한 루프탑 바가 16층에 있지만, 웰컴 드링크로 안 되고, 꼭 Bar 메뉴를 주문한 사람만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나는 사진 찍으러 나갔다가 주의를 듣고 다시 안으로 들어옴 🤗







실내로 다시 들어오고 나서야, 메뉴 주문 없이는 야외 바를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은 게 보인다...🤯 야외는 오후 2시부터 운영한다고 되어있다. 나말고도 다른 외국인 팀도 나왔다가 직원에게 주의 듣고 들어오는 걸 보았다. 겨울엔 나가서 웰컴 드링크 마실 수 있다고 해도 아마도 다들 안 나가겠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나같은 사람 때문에 직원이 출입 막느라 계속 바쁠 듯.

2층에 숙박객을 위해 따로 카페처럼 꾸며놓고 무료 커피를 제공하는 공용 공간이 있으니 바 공간 추가 개방이 필요없기도 하고, 루프탑 공간은 호텔 직영이 아닌 누군가의 사업장같기도 해보인다. 그래서 단순 숙박객은 이 자리를 쓸 수 없나보다. 
(7월에 재방문을 해보니 저렇게 안내문 붙은 것은 사라져있긴 했다.)

방 정리가 늦어져 20여 분 대기한 끝에, 방을 받았다. 예약 시에 늘 높은 층을 요구해왔고 대부분 잘 들어주는 편이었는데, 이 호텔에서는 5층에 배정. 🏢
원래 층수가 낮은 호텔이 아닌, 15층 이상 객실이 있는 호텔에서 고층이 아니라 이렇게 낮은 층을 받은 것도 오랜만인 듯.
게다가 내 방은 5층일 뿐만 아니라...




창 밖이 곧바로 옆건물이라서 전망이랄 게 하나도 없는 어두컴컴한 방.





내가 3년 전 현재 목시 위치의 건너편 호텔에서 찍은 사진인데, 파란 동그라미가 현재 목시 자리이고 건물 공사 전이라 자리가 비어있다. 그 옆 진회색 건물이 10층 규모의 makers hotel인데 16층의 목시가 2019년 완공되면서 이 건물과 딱 붙게 되어, 트윈룸 중에 동향 창을 가진 11층 이하 방은 옆 makers hotel의 검은 벽만 보이게 된 것이다.

스위트를 제외하면 스탠더드 - 수피리어 2단계 등급이 있는 이 호텔에서, 내가 낮은 등급을 예약한 건 맞지만... 이 정도로 막힌 전망을 가진 방이 있다면 방 등급을 2단계보다 3단계 정도로 추가 구분해서 이런 방은 더 저렴하게 방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저가 호텔들은 有窗/无窗-> 밖이 보이는 창문 유무를 꼭 구분 표기해서 방을 판매한다.)

대부분의 호텔이 트윈룸을 전망이 좋지 않은 곳에 배치하거나 낮은 층에 두지만, 그래도 같은 스탠더드 등급인데 이 방향 룸을 받은 사람의 불운은 쩝....호텔에 숙박할 때 이런 창밖 풍경을 기대하는 사람은 밤에 들어왔다가 잠만 자고 나가는 사람밖에 없을 것이므로 꼭 사전에 미리 방의 특성을 표기해서 판매하거나 프론트 데스크에서 고지를 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 전망이 너무 별로면 방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었지만, 어차피 만실이 아니어도 "핑계처럼" -연휴라 만실이어서 방 여유가 없다-라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흔하고 (이미 체크인 시에 옆 고객이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을 봤음), 다른 방이 정리되려면 또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그냥 여기서 하루를 지내기로.





광각 렌즈로 찍어서 어느 정도 넓어보이지만, 사실 컴팩트하고 좁은(20m²) 방. 그래도 갑갑한 느낌은 크게 들지 않는다. 방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침대 크기도 그리 크지 않다. 침대 하나가 둘이 자기에도 충분해서 사실상 4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트윈룸도 있지만 이곳은 침대 폭이 좁음.



침대 사이에 마스터 조명 제어와 파워아웃렛, usb포트도 있어서 편리.
침대도 퐁신퐁신 포근했다. 거위털 이불인지..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그 특유의 냄새가 나는 건 별로였지만 더울 정도로 엄청 따듯해지는 이불. 온도 조절기까지 침대 머리맡에 있어서 편하다.






이 방을 선택하기 전, 트윈룸의 사진만 봤을 때 출입문 바로 옆에 침대 머리맡이 있는 구조라서 안정감이 없지 않을까 했었는데 막상 지내보니 문앞이라는 게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문이 육중하게 열리고 닫히는 편인데, 그래서 다른 방 사람들이 드나들 때에도 쾅 쾅 문 여닫는 소리가 좀 들린다.

호텔에서 침대는 출입문에서 가장 먼 곳에 두는 게 보통이지만, 목시 서울 트윈룸은 입구 바로 앞에 침대를 놓는 흔치 않은 설계를 해서 20m² 넓이의 룸 치고는 욕실 공간을 더 크게 확보한 느낌이다.



메리어트 공식 앱에서 볼 수 있는 사진



목시 서울 트윈룸은 대부분 전망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전신 거울이 미닫이 문이 되어 화장실 공간이 차단된다는 장점(?)이 있다. 더블룸에는 세면대 공간과 외부 사이에 단절되는 문이 없다. 더블룸 설계상 침대쪽에서는 세면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세면대/변기/샤워부스를 각각 문으로 닫아서 차단이 가능한 깔끔한 설비의 화장실. 고정식 샤워기가 아닌 탈부착식이어서 편하고, 레인 샤워도 구비되어 있다. 샤워 시에 개인 세면용품을 놔둘 수 있는 거치대가 넓어서 편리하다. 목시에선 바디 로션만 소형 용기에 제공되고, 나머지는 큰 통에 담겨있다. 앞으로는 모든 호텔이 환경 보호 차원에서 이렇게 해야 된다고 하던데...난 조그만 토일레트리 모으는 걸 좋아해서 좀 아쉽긴 하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만, 저런 공용 용기에 담겨있는 욕실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본인이 챙겨온 토일레트리🧴를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샤워부스에 철제 바구니 같은 재질의 거치대가 달려있으면 그 사이로 조그만 샴푸통이 빠져나가거나 삐딱하게 사이에 끼여있는 경우를 많이 겪었는데, 이곳의 안정감있고 하얀색 깨끗한 거치대가 맘에 들었다.

심지어 거울까지 있어서 샤워 부스 설비는 여태까지 호텔 중에서 손에 꼽을 만큼 괜찮았음. 솔직히 나에겐 거울까지는 필요없었지만 🤗 만약 샤워하면서 면도를 하는 남자분이 있다면?? 아주 편할 것 같다.







전세계 목시 호텔의 특징적인 설비 -- 접이식 의자나 탁자 등이 벽에 걸려 있다. 공간을 잡아먹는 설비를 최소하하는 설계. 서울 말고 다른 나라의 목시 룸 사진에서는 벽에 매우 많은 물건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방이 작은 호텔의 경우, 테이블이 없어서 뭔가를 먹을 때 불편한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그래도 테이블과 의자를 구비했다.

옷장 역시 따로 없이, 옷걸이에 옷을 걸게 되어 있는 형태.
전신 거울이 있어서 외출 준비를 하기에 편했지만, 내가 배정받은 방은 자연광이 들어오지 않고 옆건물로 막혀 있어서 자연광 아래 얼굴을 보면서 화장하기는 어려웠다.☻ 자연광이 아닌 어두운 곳에서 화장을 하면, 나중에 밖에 나가서 봤을 때 얼굴이 얼룩덜룩한 경우가 있다.🤢





목시의  핑크색이 방 곳곳에 일관성있게 포인트 컬러로 장식되어 있다. 커피와 티백 등이 준비되어 있고, 아래 수납장에는 샤워가운과 1회용 슬리퍼가 들어있다. 무료 물 2병 제공.





개관 초기에 10만 원대 중반 요금이 책정된 때도 있었는데, 현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6-7만 원대로 숙박할 수 있다. 직접 방문해보니 6-7만원 대 요금일 경우에만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10만 원대 이상을 지불하기에는 그와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호텔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다. (내가 6만 원대 후반에 예약한 게 최저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5월 중순 드디어 총액 5만원대 등장)

내가 Moxy 브랜드를 처음 인지하게 된 계기도, 뉴욕이나 오사카 등 물가 비싼 대도시에서 가장 저렴하게 요금이 책정되어있는 메리어트 브랜드 중의 하나였기 때문인데... 목시 인사동도 가격대를 높이지 말고 서울의 실용적인 숙소로 자리매김하는 게 좋을 듯하다.

가볍고 신선한 분위기의 젊은 호텔을 지향하는 것이 Moxy 브랜드 같은데(심지어 리츠 칼튼 톈진과 동급의 '메리어트 카테고리 4'로 분류되어 있기도), 목시 인사동은 호텔과 호스텔의 중간쯤 어디엔가 애매하게 위치한 것 같은 느낌. 카페같은 공간, 코인세탁실, 라커 등등 좋은 부대 시설이 많지만 외국의 훌륭한 호스텔에 설치된 그런 시설과 느낌이 비슷하다.

** 2021년 3월 3일부터 카테고리 3로 조정. 




* 장점

- 종로3가역 4번 출구 바로 앞. 종로/광화문쪽 여행 온 사람들에게 참 좋은 위치 
➡️사실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왔을 경우에만 가장 편한 출구이긴 하다. 3개 노선이 통과하는 종로3가역이 워낙 크고 복잡해서. 3호선을 타고 왔을 경우, 굳이 4번 출구를 찾아서 나가기보다 차라리 3번 출구로 나와서 지상에서 걷는 게 낫다. 단, 4번 출구는 에스컬레이터지만, 3번 출구 쪽은 계단이 많다. 
- 깔끔하고 예쁜 실내 디자인
- 분위기 좋고 개방적인 체크인 공간(루프탑바)
- 호텔 바로 옆에 편의점이 있어서 편리
- 넷플릭스를 즐기면서 얼리체크인-레이트체크아웃을 할 수 있는 패키지 등 여러 선택지가 마련되어 있다.
- key-less 모바일 체크인도 가능하고, 키 카드를 받았더라도 1층 drop box에 반납하고 간편하게 체크아웃 할 수 있다. 비대면 체크인/아웃이 가능하다.




* 단점

- 몇달 전 전화 응대에서도 느꼈지만, 직접 와보니 퉁명스럽게 느껴지는 직원이 몇몇 있다. 직원 교육이 필요해 보임.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 필요한 추가 물품은 16층 프론트로 직접 물건 가지러 올라가야 함. 하우스키핑 관련 대응이 숙박 내내 느렸던 것은 그동안 코로나 탓에 손님이 줄어서 직원도 줄였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해 봄🤷‍♀️
- 주차 제한적. 그래도 주위에 도보로 갈 곳이 워낙 많은 곳이긴 하다.


- 옆건물에 의해 전망이 막혀 창문의 의미가 없는 어두컴컴한 방은, 공식 앱에서 방의 상태에 대해 limited view 등으로 더 설명하고 가격대를 낮추는 게 필요해 보임. 서울에 익숙하고 잠만 자러 온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만약 종로쪽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일부러 이 호텔을 예약한 관광객이라면 크게 실망할 듯. 
-16층 규모이고, 각층에 객실이 많지 않은 것 치고는 엘리베이터 두 대의 운행이 너무 느림. 항상 한참 기다려야 함
- 윗층 사람이 늦게 입실하면 윗층에서 저벅저벅 걸어다니는 소리가 한밤중에 다 울림. 마룻바닥으로 인한 층간소음..... 😵
그리고 벽 사이 방음도 별로. 설계상 내 침대 바로 옆 벽과 옆방 화장실이 벽을 공유하다 보니, 사람이 화장실에서 목 긁어내는 소리(카아악 🗣캬아아악~ 🤧😵) 가 다 들림.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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