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진 않았구나



영국이 배경인 AppleTV+ 드라마 Ted Lasso를 보다가
펍에서 즐겁게 맥주 마시는 모습이 너무 좋아보여
8년 전 나의 유일한 유럽 체류 기간 중 왜 펍에 가지 않았는지 후회했다.

기억나는 거라곤 파리 친구집에 건너갔다가 친구가 Quick burger를 사줬는데, 콜라 대신 하이네켄을 고를 수 있어서 그거 마신 기억 뿐.

대체 넌 런던에선 뭐했니 싶었다.


추억을 위해 사진첩을 열어 보니...




펍의 왁자한 분위기를 못 느꼈다 뿐이지 내가 런던에서 술을 안 마시진 않았구나 ㅎㅎ
이 순간의 기억은 사라지고 파리에서 맥주 한 캔 마신 것만 기억나는 것을 보니,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술 마신다는 것만 신선했었나보다.









책임감

 


내 친구들은 대부분 두 아이의 엄마인데

모든 걸 다 내던지고 어디 가서 며칠 혼자 쉬고 싶다는 생각을

어떻게 억누르고 사는지 진짜 궁금하다.


분명히 그런 생각 많이 할 텐데

실제로 며칠이라도 내던진 친구는 아직 못봐서.






이 관계는 어떤 관계인가

 



1.

중국 드라마를 보다가 처음엔 그냥 지나쳤던 대사에서 나중에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누군가를 정말 좋아하는 마음의 기본.


 "我不希望看到你再受苦"("I don't want to see you suffer again")


말그대로의 한자어 "수고"가 들어가는 대사, 상대방이 힘들어하는 것만은 못보겠다는 마음.

이게 참 중요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내용을 기혼자 친구와 이야기를 하니, 그 친구가 결혼/가족 관계가 힘들어지는 이유는 차츰 상대방의 고생을 아무렇지 않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뭔가 애매한 관계에 놓였거나 '저 사람은 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라는 의문이 들 때, 위 사항을 생각해보면 된다. 상대방이 나의 고생을 어떻게 보아넘기는지, 상대방의 수고에 내 마음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은지.



2. 

인간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마음을 쓰고, 돈을 쓰고, 시간을 써야 된다.

물론 진실된 '마음'이 가장 중요하고, 인간의 삶 영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돈'을 기꺼이 나누는 정도를 보면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을 100% 파악할 길이 없을 때 결국 상대방이 나에게 '시간'을 얼마나 쓰느냐를 보면 그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나에게 시간을 쓰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보이는데 나와의 관계가 실제로 중요한 사람은 못본 것 같다.

돈도 상당히 중요한 척도이지만, 마음과 상관없이 보내는 직장 동료 가족에 대한 조의금, 동서양을 막론하고 영화/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설정 - 재벌 부모들이 매년 보내오는 의미 없는 고가의 생일 선물 - 이런 것을 보면 결국 함께 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시간을 따로 내지 않고 '너를 항상 생각해'라고 말만 하면서 그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갈 수는 없다.

  


3.

예전에 영화 possession을 보다가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 내용 자체는 인문학자 둘이서 여행하며 옛 문헌의 자취를 따라가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주인공이 '내가 그 책을 가지고 갈게요!' 하고 자기 방에 갔다가 책을 찾아서 가지고 나간다. 그러다가 다시 방으로 후닥닥 돌아와서 거울을 보고 머리를 다듬고 다시 나가는 장면이 있다. 여주인공에게 (문학 동지를 뛰어넘는) 남주인공에 대한 관심이 생겼음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인간 관계에 대한 기본 예의는 '서로에게 잘 보이려 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서로에게 잘 보이고 싶기에 상대방에게 잘 해주는 것으로 유지된다. 

휴대폰 로밍이나 여기 저기 wi-fi 이런 것도 없던 시절, 내가 해외 여행을 갔다가 예정에 없던 도시로 갑자기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수년간 연락 안 하던 사촌과 갑자기 연락이 됨) 다른 도시에서 나를 기다리던 친구를 완전히 바람맞힌 적이 있었다. 정말 새까맣게 그 약속을 잊었고 그건 100% 나의 잘못이었다. 더 최악인 것은 내 짐의 대부분이 그 친구의 집에 남아있었다는 점인데 그래서 결국 또 폐를 끼쳐야만 했다. 내 짐을 가지고 버스 터미널로 나온 그 친구의 모양새를 보고 그 친구의 상심 정도를 알 수 있었다. 머리를 감지 않아 "떡진" 채로 내 짐을 들고 나와서 내 앞에 퉁명스럽게 앉은 그 친구를 보고서 '아, 이 친구는 나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구나, 예의를 차릴 가치도 없다고 판단했구나.'를 알 수 있었다. 그 뒤로도 사실 애매하게 관계가 이어지긴 했지만 해외에 가서도 만날 정도로 친하다고 생각했던 예전 상태로는 결코 회복하진 못했고, 그 친구의 결혼과 함께 연락은 완전히 끊어졌다. 

내가 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다시 돌아보면, 내가 그 약속을 까맣게 잊은 걸로 짐작해볼 때 나도 그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보다. 내가 잘 보이고픈 대상이었다면 그 약속을 머리 속에 콱 박아놓고, 그 만날 시간만을 기다렸겠지. 그 친구도 나의 무심함을 깨달았기에 서로 잘 보일 일 없으니 머리도 안 감은 지저분한 모습으로 나를 만나러 나왔던 것이고. 

거울 앞에 서서 나도 모르게 머리카락을 한 번이라도 더 다듬는 것부터 시작해서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것, 관계 유지의 중요한 판단 요소다. '결혼을 하면 언제쯤 방귀를 트나요?' , '내 배우자는 나의 밑바닥까지 다 보고도 나와 결혼했어. 모든 걸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야' 이 정도의 풀어짐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언제까지나 그 사람에게만은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중요하다. 방에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거울을 보고 머리를 다듬는 만큼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 관계이기 때문이고, 약속을 계속 상기해서 잊지 않을 관계이기 때문이다. 




깜찍이 등장

 


우리 아파트 고양이 생태계에 new face 등장


다리 하나에만 검정 레깅스를 신었어요 🐈‍⬛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멀리 도망가지 않고 사진에 찍혀줌(이런 고양이 흔치 않음) 귀 모양을 보면 아직 중성화 수술 안 받은 듯하고,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으로 보아 집에서 살다가 버려진 고양이일 수도 있어보임.

나와 신뢰가 생긴 관계가 아님에도 내가 먹을 것을 들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간격을 유지하면서 계속 쫓아오는 맹랑함을 가지고 있음. 사실 내가 이 친구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아주 작은 고기덩어리를 던져주긴 했다 ㅎㅎ





😼 : "너, 경고한다. 나랑 저 사람이랑 같이 가는데 따라오지마!" 

서열 정리를 하면서 겁주는 계피 고양이의 눈치를 보면서도 일정 간격으로 졸졸 따라옴. 계피의 압박을 피하다가 놀이터 철제 시설물에 부딪혀 "🛎텡~" 소리가 나기도 함(아프겠다 😭)그런데도 포기 안 하고 내가 걸을 때마다 멀리서 계속 따라옴 ㅋㅋ

처음 본 고양이 중에 제일 맹랑하게 생긴 녀석이로세. 길고양이들이 대체로 길바닥 생활에 지쳐서 눈빛이 흐리멍텅한데, 눈빛이 살아있는 고양이. 저런 애들이 집고양이로 간택되어 생활이 편해지면 털이 뽀송해지면서 미모도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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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엉덩이 부분에 동그란 흰 털 무늬가 있는 유사성으로 비교 대조해 본 결과, 3월초에 아파트 아닌 동네 다른 곳에서 마주쳤는데 그때도 처음부터 친한 척을 해서 당황시켰던 고양이인 걸로 결론. 그러니까 오늘은 두번째 만남인 셈?!?



3월 5일에 동네 골목에서 마주쳤던 이 고양이랑 같은 고양이인 것 같아.

처음부터 '아는 고양이'처럼 행동하던 이 녀석.












오매불망



날 보면 잠깐 반가워하긴 하는데 음식이 없으면 휙 돌아서는,
동네 꼬마가 '망고'라고 부르는 고양이.

낮에 보면 로미오처럼 창문을 향해 고개를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앉아있는 걸 종종 보았다.




이제는 해가 길어져, 저녁식사 뒤 굉장히 오랜만에 "늦은"시간에
고양이 놀이터로 가봤다가 이 고양이가 로미오가 된 이유를 알게 됐다.
창문이 열리더니 어떤 분이 음식을 아래로 휙 던졌다.
냄새가 강한 음식은 아니었던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음식이 떨어진 곳을 찾는 로미오 망고.


이 고양이는 확실히 사람보다는 음식을 기다리는 냥이였구나.
정말 낮에도 애처롭게 앉아서 2층만 노려보고 있던데... 
연모하는 존재라도 있는 줄 알았네 하하. 🐱




交给

 


전에도 이 곡을 소개한 적이 있지만

마음의 문을 닫은 상대를 향해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이 노래를 참 좋아한다.





하지만,

이렇게 전적으로 상대방에게 '내가 너의 옆에 있을 테니 내가 내민 손을 잡아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문제도 잘 해결된 사람이어야 가능하다. 금전적 문제는 물론이고 본인의 내면 문제까지.

(이 곡은 드라마 ost인데, 이 노래를 부르는 역할의 남자는 적어도 돈💰문제에선 해방된 사람, 많은 드라마가 그렇듯이. 

하지만 여기서  전형적이지 않은 것은, 여자도 돈 때문에 남자를 선택할 일은 없는 부자 )


"只要你把心交给我

既然爱就别放手 因为我在你的左右"



이렇게 맘껏 기댈 사람이 없을까....상상해보지만

다들 내 문제가 더 급해. 인생이 괴롭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어. 

내 돈벌이, 내 가정사가 급한데 열일 제치고 남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어.


그래서 이런 내용도 그저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이야기.



either way around



2022년 시즌 시작 이후 20연승을 하고 있던 라파엘 나달이 인디언웰스 결승전에서 패배, 북미 하드코트 시즌을 마쳤다.
인디언웰스는 특히 그랜드슬램 대회 바로 다음 규모의 큰 1000시리즈 대회라서 7명을 만나서 이겨야 우승할 수 있는 대회이다. (상위 랭킹 32명은 1회전 부전승을 받아서 6명만 만나면 되긴 한다.) 



1000시리즈 대회는 1년에 9개가 열리는데도 십수년간 이 1000시리즈 대회급을 우승한 선수가 몇 명 되지 않을 정도로, 역시 7명을 연속 상대해 꾸준한 기량을 유지하며 모두 이기기란 쉽지 않다.

사진 속 마이크를 잡고 있는 24세 테일러 프리츠 역시 이 우승이 1000급 대회 첫 우승으로, 감격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결승에 올라오기 직전 경기에서 발목을 접질러 뛰기도 힘든 상태였다.

나달 또한 준결승에서 공조차 제대로 날아가지 않는 태풍급 바람 속에 3세트 혈전을 벌여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는데, 결승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걷지도 못할 줄 알았던 프리츠가 점수 차를 벌려나갔고 결국 나달이 열세를 뒤집지 못하고 패했다. 

주니어 시절에는 꽤나 잘 나가는 선수였다가 투어 레벨에 진입해서 예상치만큼 성취를 보여주지 못했던 프리츠였기에 다시 안 올 기회라는 걸 알고 고통을 안고 뛰었던 것이다. 물론 나달도 평소보다 많은 실수를 보여주며 고통과 싸우고 있었고. (너무 아쉬운 실수를 해서 나도 모르게 "으악!"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엄마가 놀라서 내 방에 들어오시기까지 했다😝) 


1세트는 프리츠가 압도했었는데, 2세트가 되니 두 선수 모두가 부상을 안고 고통 속에 비몽사몽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선수 모두 실수가 증가해서. 

그러다가, 지난 호주 오픈 결승 5세트도 어떤 식으로든,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결과와 반대로도 흘러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 5시간을 꼬박 채우고 6시간째에 돌입한 경기, 몰려오는 피로와 포기하지 않는 상대방의 끈기가 주는 압박감.... 당연하게 라파가 이겼겠거니 했지만, 오늘 두 선수가 고통 속에 헤매며 경기를 진행하는 것을 보니 그때 어떤 결과가 나와도 모르는 일이었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래서 비록 오늘 지더라도 그 승리가 있기에 모든 건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초반 3개월을 행복하게 살게 해준 명약💊. 사실 그 우승이 없었더라면 2022년을 무슨 재미로 살고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2022년에 이미 많은 것을 이뤘기에 나달이 패배를 잘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처음 경험해보는 형태의 통증 때문에 (chest pain?) 본인도 생각이 많아져 시상식 때 우울해보여서 좀 안타까웠다.

그래도 푹 쉬고 4월에 시작하는 클레이 시즌에 좋은 일이 있길!
내 생각같아서는 몬테 카를로 or 바르셀로나 중 하나 정도는 건너뛰어도 좋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이룬 것에 감사하자 하면서도
승리의 달콤함도 알기에 욕심을 숨길 수도 없다.



땡그란 눈동자 보고 싶어





나랑 가장 친한 동네 냥이.
겨울 내내 안 보이다가 날씨가 따듯해진 뒤 보이는 데다가, 요즘 털이 너무 보들보들해서 어딘가 거처가 있고 누군가 관리해주는 외출냥이인가 싶기도 하다. 고양이는 목욕을 안 시켜도 청결을 유지하긴 하지만, 얘는 흙바닥에 구르는 걸 좋아하는 냥이라서 털이 푸석푸석해지곤 했는데 요즘은 이상하리만치 넘 매끈하다.

친해지는 데는 반년 이상 걸렸고 표정도 늘 불만스러보였는데, 생각해보면 늘 밝은 낮에만 보기 때문에 눈동자가 사진처럼 세로로 긴 상태라서 기분이 안 좋아(??)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고양이가 이쁠 때는 확실히 눈동자가 최대 확대되어 땡그랄 때이지.





한 번 어두운 밤에 우리집 앞에서 마주쳐서 눈동자가 동그란 걸 보기도 했는데, 카메라 구동이 느려서 사진 찍는 것은 놓쳤다. 그 모습을 찍어놓았다면 훨씬 귀여운 고양이로 기억될 텐데....


랑카에게 내가 키운 고양이도 귀여운 사진 많이 찍어놓았지만
딱 한 장... 제자네 집에 데려다주고 내가 랑카를 떠나기 전 ㅠ
내가 울고양이를 안고 "같이" 찍은 유일한 사진에는 울고양이 눈동자가 그냥 세로로 길게 찍혀서 꼭 심통난 것 같은 사진만 남은 게 너무 아쉽다. 

고양이는 눈동자 크기 변화에 따라 인상이 참 다르다.



울고양이... 많이 보고 싶다.


여보세요



예전에 단기 알바를 했는데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데도 그 기간 동안 특정 기관에서 매일 확인 전화를 받아야 하는 일이었다. 

그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때...



"안녕하세요. ㅇㅇ젼차서입미다."

"네? 뭐라구요?"

"ㅇㅇ견찰섭니다."

"네?!? 뭐요?" 

"ㅇㅇ 견차서 ㅇㅇ 라고 하는데요'"

"네?! 다시 한 번만 더 ...누구시라구요?"

"ㅇㅇ경찰서 ㅇㅇ 입니다."

"아....??"


사실 두어 번째쯤 들었을 때는 '경찰서'같긴 했는데, 내가 도통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을 일이 없어 반신반의하며 세 번 이상 물어봤던 것 같다. 대체 누구냐고.

안타깝게도 그 분은 혀가 짧으신 분이라 발음이 잘 안 됐고 아마 평소에도 그게 컴플렉스였을 듯 한데, 나로서도 경찰서의 전화는 처음이라 당황해서 여러 번 그 분이 그 발음을 하도록 괴롭힌 상황이 되고 말았다. 😔 상대방이 발음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이거 넘 미안한데..?' 생각이 들면서도 당황한 탓에 한 번 더 물어봤던 걸로 어슴푸레 기억난다. 사전에 연락이 올 거 라고 통지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막상 경찰의 전화는 실제로 받으니 느낌이 달랐다.

당시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치안과 관련된 일이 있어 (나는 그런 것까지 연관이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 🤭) 매일매일 그 경찰의 확인 전화를 받았었고, 알바 끝과 함께 전화도 별 문제없이 끝났다.

아직도 가끔 이 일이 떠오를 때마다
이젠 이름도 기억 안 나는 그 분께 '발음이 잘 안 되는 단어'를 세 번 이상 말하게 만든 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매우 文科적 알바라고 생각한 알바 때문에 경찰에게 매일매일 전화받는 기간이 내 인생에 얼마간 있었다는 것도 가끔 신기하다. ☺ 












마음이 아프지만



고양이를 만나러 아파트 놀이터에 가면 주로 이런 대형(?)이 유지된다.




참고로, 이 고양이 두 마리는 나를 신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ㅋㅋ 자기가 보이지 않는 등뒤에 다른 생명체를 둔다는 게 위험한 일인데, 신뢰하는 관계에는 이렇게 등지고 앉는 게 가능하다고.




위의 상황을 증명하는 예시로 이 사진을 들 수 있겠다.
우측 상단 저 멀리에 치즈냥이 한 마리 더 보이는데, 저 고양이는 내가 가끔 음식을 주는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에 내가 있으면 멀리서 스윽 나타난다. 하지만 절대 가까워짐을 허용하지 않고 내가 준 먹을 것도 내가 보는 앞에서는 먹지 않는다. 저 고양이는 여태 한 번도 절대 등을 보이지 않고 나를 정면으로 관찰하기만 했다. 오늘은 2m? 정도까지 살금살금 점진적으로 접근해봤는데 역시나 도망가버렸다.


아무튼, 동네 꼬마들이 계피 or 레오라고 부르는 얼룩냥 저 녀석은 나를 마사지사로 채용했기 때문에 나를 보면 언제나 달려오고, "여기를 두드려라" 라며 엉덩이를 들이민다. 그래서 항상 나와 제일 가까운 곳에 앉는다.

위 첫번째 사진을 한 번 확대하면...



며칠 전 동네 꼬마가 '망고'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된 이 치즈냥의 뒤태가 보인다. 나를 발견하면 꼭 "야아앙!" 소리를 한 번 내고 호닥닥 다가온다. 하지만 먹을 게 없다는 걸 발견하면, 멀찍이 가서 앉는다. 그런데 특이한 게 꼭 멀어지지도 않고 저 정도 거리에 가서 앉는다. 웃기는 애야.

이 고양이를 "망고야~ 망고야~" 애타게 부르면서 찾던 꼬마를 보고는 '아, 얘가 한 마리는 망고, 한 마리는 계피라고 부르나보다'라고 짐작하고 있다가 "그러면 (갈색) 얘는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어보니 "레오예요" 라고 알려줬다. 😄👧


이 사진을 한 번 더 확대하면...




이렇게 젖소냥? 바둑이? 턱시도? 가 한 마리 더 나타난다.
이 고양이도 사람을 좋아해서 나의 다리에 비비고 난리가 나는 녀석인데, 계피가 유독 이 고양이만은 내 옆에 오는 것을 싫어해서 냥냥펀치를 날리기 때문에 늘 3번째 자리에 숨어있다. 덩치가 제일 큰데 왜 맞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나도 그 관계를 알고부터는 계피가 없을 때만 슬쩍슬쩍 먹을 것을 준다. 나를 늘 졸졸 따라다니는 계피를 끌고 이 바둑이(?)에게 접근을 했다가는 계피한테 두드려맞게 만들기만 할 뿐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놀이터에 다른 꼬마가 와서 '인기냥' 계피 aka 레오와 노는 동안, 나는 이 검정 무늬냥을 좀 쓰다듬어 줬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내 다리를 부비고 난리였다. 그런데 이 고양이는 너무 더러웠다. 내 바지에 먼지와 흙이 그대로 묻었고 행색도 너무 꾀죄죄했다.

가끔 더러워졌다가도 수상할 정도로 깨끗해져 돌아오는 계피/망고와는 달리 이 냥이는 너무 지저분해서 내 옷을 계속 더럽히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금방 그 고양이 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 이걸 빨래를 우째...)


뭔가 마음이 아팠다.
이 냥이는 서로 그루밍해주는 냥친구도 없어서 이렇게 꾀죄죄한 걸까? 다른 애들은 길냥이치고 너무 깨끗한데...

고양이 친구도 없는데, 너무 꾀죄죄해서 사람도 금방 곁을 떠나고, 계피 눈치만 보고... 이 검정 무늬 냥이는 어쩌면 좋아.



작년 10월, 안 맞으려고 나무 뒤에 숨어있는 냥이 ㅜ.ㅜ










비교는 나쁜 거지만...






손흥민이 말하는 축구의 매력이 이런 것이라서 놀랐다. 뭔가 다른 것일 줄 알았다.
저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사실 테니스만한 것이 없...

공 하나의 움직임에 심지어 5시간에 이르도록 22명이 아닌 단 두 명에게 집중하여 경기장의 수만명, TV 너머 수천만명이 일희일비 일체감 느끼는 종목은 테니스만한 게 없지 않나?

게다가 축구는 지루한 볼 돌리기나 0:0 120분 무승부도 있지만 테니스는 한 순간도 점수가 안 나는 순간이 없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엄청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스페인이 월드컵 우승을 한 2010년 스페인 설문조사에서 '스페인 월드컵 우승'을 제치고 '나달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이 더 위대한 업적으로 뽑힌 거겠지. 단 한 명이 받는 주목.

그래서 2021년 이탈리아 축구팀의 EURO 우승 퍼레이드 때, 당시 윔블던 준우승자였던 마테오 베레티니도 같이 축구단 버스에 탑승해 시내 퍼레이드를 할 수 있었던 거겠지. 그만한 위상의 스포츠.


하지만 절대 윔블던이 월드컵의 주목도를 넘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축구의 인기는 절대적이라는 것도 안다. 
단지, 손흥민이 제시한 '축구 종목의 아름다움' 설명이 좀 의외였다고...


사진 속 인터뷰 말미의 내용에는 좀 동의하기는 한다.
지난 주말 관중 제한이 있었던 데이비스컵 한국:오스트리아 테니스 경기에 인맥(?)을 동원, 입장할 기회를 얻었는데 첫날 가니 오랜만의 직관이 너무 행복했지만... 








다음 날은 거센 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 올림픽공원까지 가기가 너무 수고스러워 고민 끝에 결국 가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자녀들을 학원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가족끼리 스포츠 관람하는 문화가 좀 자리잡고, 테니스가 좀 더 인기 있었으면 시내에 좀 더 접근성 좋은 곳에 임시로 (실내) 테니스 코트를 설치하고 관중을 불러모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은 경기장을 임시로 개조해 테니스 코트로 만들어 쓰는 것을 종종 봤다. 스페인의 경우엔 투우장, 미국은 야구장 일부를 개조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Petco Park. 전국에 테니스코트도 많은 미국에서 왜 이런 일까지 벌였는지는....😁




프로야구와 국가대표 축구 경기 외에는 좀처럼 관중 동원이 안 되는 한국에서는
누추한 올림픽공원 실내 테니스코트만이 현실적인 답이었겠지.😔 (코로나 탓에 100명 입장만 허가받았다고는 한다)
작년 연말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이 실내코트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뛴 선수들이 추워서 고생했다는 인터뷰를 많이 봤다. 한국 위상에 맞지 않는 초라함.

또한 이 실내 테니스코트가 애초에 관람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보니, 테니스 코트의 측면에만 관람석이 설치되어 경기를 제대로 볼 수 없는 게 아쉬웠다. 보통 방송사 중계 화면의 각도와 같은 선수 정면쪽에는 일반 관람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10년 전에는 대회 자원봉사하러 일주일간 매일 가기도 했던 올림픽공원인데
10년이 흐르고 나니 하루 갔다오고 지침.












do i know you?


동네를 걷는데 갑자기 길냥이가 달려나와 아는 척함.


평소 보던 냥이랑 무늬가 비슷해서
아, 너 여기 사냐? 그래서 그동안 안 보인 거???
했는데..
그러기엔 꼬리 생김새가 너무 다름.




검정 얼룩 고양이까지 나와서 아는 척함.
너도 여기 사냐?
그러기엔 얘도 내가 아는 고양이랑 무늬가 조금 다름.




처음 보는 애들인데
대체 너희들은 나를 왜 반가워하는 거니?
(내 다리를 휘감을 땐 사진을 찍지 않아서 위 사진으로는 반가워하는 걸로 보이진 않지만)
Do i know you?? 🤔

무늬가 너무 비슷해서 우리 아파트 냥이들이랑 가족 관계가 있는 냥이들인가 싶기도 하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