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진 않았구나
책임감
내 친구들은 대부분 두 아이의 엄마인데
모든 걸 다 내던지고 어디 가서 며칠 혼자 쉬고 싶다는 생각을
어떻게 억누르고 사는지 진짜 궁금하다.
분명히 그런 생각 많이 할 텐데
실제로 며칠이라도 내던진 친구는 아직 못봐서.
이 관계는 어떤 관계인가
1.
중국 드라마를 보다가 처음엔 그냥 지나쳤던 대사에서 나중에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누군가를 정말 좋아하는 마음의 기본.
"我不希望看到你再受苦"("I don't want to see you suffer again")
말그대로의 한자어 "수고"가 들어가는 대사, 상대방이 힘들어하는 것만은 못보겠다는 마음.
이게 참 중요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내용을 기혼자 친구와 이야기를 하니, 그 친구가 결혼/가족 관계가 힘들어지는 이유는 차츰 상대방의 고생을 아무렇지 않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뭔가 애매한 관계에 놓였거나 '저 사람은 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라는 의문이 들 때, 위 사항을 생각해보면 된다. 상대방이 나의 고생을 어떻게 보아넘기는지, 상대방의 수고에 내 마음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은지.
2.
인간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마음을 쓰고, 돈을 쓰고, 시간을 써야 된다.
물론 진실된 '마음'이 가장 중요하고, 인간의 삶 영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돈'을 기꺼이 나누는 정도를 보면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을 100% 파악할 길이 없을 때 결국 상대방이 나에게 '시간'을 얼마나 쓰느냐를 보면 그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나에게 시간을 쓰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보이는데 나와의 관계가 실제로 중요한 사람은 못본 것 같다.
돈도 상당히 중요한 척도이지만, 마음과 상관없이 보내는 직장 동료 가족에 대한 조의금, 동서양을 막론하고 영화/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설정 - 재벌 부모들이 매년 보내오는 의미 없는 고가의 생일 선물 - 이런 것을 보면 결국 함께 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시간을 따로 내지 않고 '너를 항상 생각해'라고 말만 하면서 그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갈 수는 없다.
3.
예전에 영화 possession을 보다가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 내용 자체는 인문학자 둘이서 여행하며 옛 문헌의 자취를 따라가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주인공이 '내가 그 책을 가지고 갈게요!' 하고 자기 방에 갔다가 책을 찾아서 가지고 나간다. 그러다가 다시 방으로 후닥닥 돌아와서 거울을 보고 머리를 다듬고 다시 나가는 장면이 있다. 여주인공에게 (문학 동지를 뛰어넘는) 남주인공에 대한 관심이 생겼음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인간 관계에 대한 기본 예의는 '서로에게 잘 보이려 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서로에게 잘 보이고 싶기에 상대방에게 잘 해주는 것으로 유지된다.
휴대폰 로밍이나 여기 저기 wi-fi 이런 것도 없던 시절, 내가 해외 여행을 갔다가 예정에 없던 도시로 갑자기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수년간 연락 안 하던 사촌과 갑자기 연락이 됨) 다른 도시에서 나를 기다리던 친구를 완전히 바람맞힌 적이 있었다. 정말 새까맣게 그 약속을 잊었고 그건 100% 나의 잘못이었다. 더 최악인 것은 내 짐의 대부분이 그 친구의 집에 남아있었다는 점인데 그래서 결국 또 폐를 끼쳐야만 했다. 내 짐을 가지고 버스 터미널로 나온 그 친구의 모양새를 보고 그 친구의 상심 정도를 알 수 있었다. 머리를 감지 않아 "떡진" 채로 내 짐을 들고 나와서 내 앞에 퉁명스럽게 앉은 그 친구를 보고서 '아, 이 친구는 나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구나, 예의를 차릴 가치도 없다고 판단했구나.'를 알 수 있었다. 그 뒤로도 사실 애매하게 관계가 이어지긴 했지만 해외에 가서도 만날 정도로 친하다고 생각했던 예전 상태로는 결코 회복하진 못했고, 그 친구의 결혼과 함께 연락은 완전히 끊어졌다.
내가 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다시 돌아보면, 내가 그 약속을 까맣게 잊은 걸로 짐작해볼 때 나도 그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보다. 내가 잘 보이고픈 대상이었다면 그 약속을 머리 속에 콱 박아놓고, 그 만날 시간만을 기다렸겠지. 그 친구도 나의 무심함을 깨달았기에 서로 잘 보일 일 없으니 머리도 안 감은 지저분한 모습으로 나를 만나러 나왔던 것이고.
거울 앞에 서서 나도 모르게 머리카락을 한 번이라도 더 다듬는 것부터 시작해서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것, 관계 유지의 중요한 판단 요소다. '결혼을 하면 언제쯤 방귀를 트나요?' , '내 배우자는 나의 밑바닥까지 다 보고도 나와 결혼했어. 모든 걸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야' 이 정도의 풀어짐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언제까지나 그 사람에게만은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중요하다. 방에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거울을 보고 머리를 다듬는 만큼 시간을 들여 노력하는 관계이기 때문이고, 약속을 계속 상기해서 잊지 않을 관계이기 때문이다.
깜찍이 등장
우리 아파트 고양이 생태계에 new face 등장
다리 하나에만 검정 레깅스를 신었어요 🐈⬛ |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멀리 도망가지 않고 사진에 찍혀줌(이런 고양이 흔치 않음) 귀 모양을 보면 아직 중성화 수술 안 받은 듯하고,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으로 보아 집에서 살다가 버려진 고양이일 수도 있어보임.
나와 신뢰가 생긴 관계가 아님에도 내가 먹을 것을 들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간격을 유지하면서 계속 쫓아오는 맹랑함을 가지고 있음. 사실 내가 이 친구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아주 작은 고기덩어리를 던져주긴 했다 ㅎㅎ
😼 : "너, 경고한다. 나랑 저 사람이랑 같이 가는데 따라오지마!"
서열 정리를 하면서 겁주는 계피 고양이의 눈치를 보면서도 일정 간격으로 졸졸 따라옴. 계피의 압박을 피하다가 놀이터 철제 시설물에 부딪혀 "🛎텡~" 소리가 나기도 함(아프겠다 😭)그런데도 포기 안 하고 내가 걸을 때마다 멀리서 계속 따라옴 ㅋㅋ
처음 본 고양이 중에 제일 맹랑하게 생긴 녀석이로세. 길고양이들이 대체로 길바닥 생활에 지쳐서 눈빛이 흐리멍텅한데, 눈빛이 살아있는 고양이. 저런 애들이 집고양이로 간택되어 생활이 편해지면 털이 뽀송해지면서 미모도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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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엉덩이 부분에 동그란 흰 털 무늬가 있는 유사성으로 비교 대조해 본 결과, 3월초에 아파트 아닌 동네 다른 곳에서 마주쳤는데 그때도 처음부터 친한 척을 해서 당황시켰던 고양이인 걸로 결론. 그러니까 오늘은 두번째 만남인 셈?!?
3월 5일에 동네 골목에서 마주쳤던 이 고양이랑 같은 고양이인 것 같아.
처음부터 '아는 고양이'처럼 행동하던 이 녀석.
오매불망
交给
전에도 이 곡을 소개한 적이 있지만
마음의 문을 닫은 상대를 향해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이 노래를 참 좋아한다.
하지만,
이렇게 전적으로 상대방에게 '내가 너의 옆에 있을 테니 내가 내민 손을 잡아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문제도 잘 해결된 사람이어야 가능하다. 금전적 문제는 물론이고 본인의 내면 문제까지.
(이 곡은 드라마 ost인데, 이 노래를 부르는 역할의 남자는 적어도 돈💰문제에선 해방된 사람, 많은 드라마가 그렇듯이.
하지만 여기서 전형적이지 않은 것은, 여자도 돈 때문에 남자를 선택할 일은 없는 부자 )
"只要你把心交给我
既然爱就别放手 因为我在你的左右"
이렇게 맘껏 기댈 사람이 없을까....상상해보지만
다들 내 문제가 더 급해. 인생이 괴롭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어.
내 돈벌이, 내 가정사가 급한데 열일 제치고 남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어.
그래서 이런 내용도 그저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이야기.
either way around
땡그란 눈동자 보고 싶어
여보세요
마음이 아프지만
비교는 나쁜 거지만...
do i know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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