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가 무너진 사회




한국의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권위'가 없는 사회라는 것이다.

흔한 예로 '시상식'을 보자.
연말마다 하는 각종 방송 대상 시상식, 난무해있는 영화상...
그 중에 하나라도 그  '연기상'을 탔을 경우에 그 배우의 '연기력'을 제대로 증명하는, 권위있는 시상식이 있을까?

각종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은 '연기상'이 아니라 '시청률상' '수고상' '보은상'이라는 건 시청자도 알고, 방송국도 다 안다. 그냥 그 해에 가장 높은 시청률이나 화제성을 기록한 드라마의 주연 배우에게 주는 상을 왜 '최우수연기상'이라는 이름을 달고 주는지 모르겠다.

연말이 다가오면 심심한 시청자들끼리 누가 대상을 탈 것인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데, 연기력이 아니라 '기여도'와 '흥행'을 가지고 싸우게 된다. 방송국에 누가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 주었는지 평가하는 상.
다 알면서도 몇년째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게 가장 이상하다.
미국처럼 모든 방송사를 통합해서 딱 한 번의 상만 주었으면 좋겠다.

미국의 예를 또 들게 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 연기상 수상은 평생의 영광이며, 줄리아 로버츠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대스타들도 오스카상 앞에서는 겸허해진다.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영화 예고편에서 그 배우의 경력이 된다 "Academy award nominee ㅁㅁㅁㅁㅁ 출연~~ "

하지만 한국에 난립했던 대종상, 청룡영화제, 백상예술대상 등등 중에 연기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이 되는 그런 권위의 영화제가 있을까? 전혀 없다. 가끔 갸우뚱한 수상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너무 많은, 그런 권위없는 영화제들.

연기상은 연기로만 평가해야 되는데, 다른 평가 요인이 너무 많은 상들.



---
중고등학교 교실을 보면 엎어져 자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이미 선행학습으로 모든 것을 배우고,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는 자고 가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학교라는 곳/교사의 권위를 찾아볼 수가 없다.



교수님을 제대로 만나기도 힘든 대학생활을 그럭저럭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한다.
내가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에서 권위를 가진 학자풍의 교수님을 만나 연구에 매진할 수 있을까?

한국 대학의 많은 교수들은 제대로 얼굴도 마주치기 힘들고, 내 학위 논문을 읽어보지도 않는다. 내 논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해 논문 심사장에서 내 논문을 공격하고 있는 나의 지도교수를 만나는 경우까지 있다. 대학원에서까지 필요한 '줄서기'와 '정치질'에 질려서 학위를 들고 그곳에서 나와보면 '권위자'라는 사람은 있지도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 사람들끼리 이렇게 지내면 또 어쩔 수 없겠는데, 스리랑카에서 유학 와서 석사 학위를 딴 내 제자마저 '교수 얼굴 보기 힘들었다' ' 교수가 내 논문 내용을 모른다'라고 이야기해서 더 부끄러웠다. 그런 일 하라고 월급 받는 교수님들일텐데....

학교에 몸 담은 자들은 공부를 해야 하는데 다른 할 일이 너무 많은 사람들.



---
안그래도 사회에 권위있는 무언가가 없어서 심각했는데
이제 대통령마저 권위를 잃고,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과 의문이 너무 많아진 우리나라....

대체 어떻게 해야 바뀔 수 있을까?


사소한 기쁨




2015년 10월 여행지에서 예상치도 못한 허리케인을 만나, 생각보다 너무 추웠다.
그래서 10월 초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재킷을 H&M에서 $39.99 = 47,530원(당시 환율) 주고 샀다. 가져간 옷으로는 추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H&M은 12월이 되면 가격을 후려치기(?)해서 싸게 팔게 때문에
최초 가격을 주고 사는 것은 내키지 않았지만
너무 추워서 어쩔 수 없이...




@ATL

엇!
그런데 1년이 지난 2016년 10월 현재, 여전히 49,000원에 팔고 있다.
2015년 10월에 한국에선 69,000원에 팔던 옷이었다.
물론 2016년 12월이 지나면 19,000원이 되겠지만....






그래도 뭔가 바가지는 쓰지 않고 이익 본 느낌 :)



미안해

패닉 - 미안해 (1998)

[Panic] 미안해
YouTube
 
십오년 동안 듣지 않았던 이 노래가
이상하게 떠오르는 걸 보면
기억 속의 음악이란
참 신기하다.
 
물론 그 세월의 중간중간 어디선가 라디오에서 들었을 수도 있지만, 십여년 간 멀리했던 cd속 이 노래의 반주와 분위기와 가사가 요즘 갑자기 맴돈다.
 
나에겐 패닉의 이 cd가 있는데,
십수 년이 지나 십여 곡 중에서 결국 이 곡이 내 머리 속에 남은 것이 오묘하다.
 
다같이 학교를 다녀도
다같은 직장을 다녀도
십수 년이 지나면
특정한 친구들만 내곁에 남는 것처럼.

고구마 줄기 사건

요즘 한국을 휘몰아치고 있는 사건도 하나 캐다가 덩달아 이것저것 연달아 딸려나온 사건인데...

나에게도 잠깐 동안 그런 일이 생겼다.



지하철역에서 가깝지 않은 청담동쪽 어떤 영화관을 가기 위해 버스 노선을 검색했다.
그 영화관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는 우리집 근처에서 도보 20분 정도 거리에 정류장이 있었다.

Daum지도 앱에서 그 정류장 위치를 확인하려는 순간 터치가 잘못 되어 화면이 순식간에 로드뷰 화면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 본, 그 거리뷰 사진에 찍힌 한 남자의 뒷모습이 내 동생 같았다.
동생은 그 사진이 찍힌 지하철역 근처에 산다.
신기했다.
동생이 결혼해서 독립하고 이제 3년이 지나, 요즘은 1년에 대여섯 번 볼까말까지만
그래도 그전 30년 같이 살았던 가족이라는 것은 찰나의 순간에도 알아볼 수 있나보다.

앞모습이 찍힌 로드뷰도 있었지만
로드뷰라는 것은 사진이 무작위로 찍힌 사람들의 얼굴을 blur 처리하기 때문에 식별이 불가하다. 실루엣은 아무래도 동생같은데 이 각도 저 각도에서 봐도 아주 100% 확신은 들지 않는다.
낮에 발견했다면 금방 가족끼리 하는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을텐데, 새벽 두 시에 발견해 어쩔 수도 없고 궁금하기만 하다.

그래도 웃겼다.
버스 노선도 확인하다가 로드뷰에서 동생을 찾다니ㅋㅋㅋ


사진을 이리저리 보다가 이 남자가 휴대한 가방이 혹시 다른 동생 사진과 일치하면 확신을 가지고 내일 낮에 채팅방에 올리려고, 동생의 페이스북에 가봤다. 우리는 둘다 사생활(?)을 중시해서... 페북 친구를 맺었다가 곧 친구를 끊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 목록에는 올라있다.

이런...
동생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이 최근 중국에서 찍은 사진이다.
동생은 한 번도 중국에 다녀온 적이 없는데...?
동생 부부는 근거리로 1년에 3번 정도 해외 여행을 다녀온다. 이번에는 엄마께 '보고'하고 가기 싫었나보다.

나야 뭐, 성인 부부가 이런 걸 부모한테 꼭 알릴 필요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괜찮은데
우리 엄마는 어떤 기분이실까 ㅎㅎ
아마도 내앞에선 "지들이 알아서 잘 사는데 여행 다녀오든 말든"이라고 하시겠지.
그래도 뭔가 섭섭하진 않으실지.

뭔가 나 혼자 쓸데없는 비밀을 가진 기분.

고구마 뿌리 캐듯 딸려나오는 사건.
버스 노선 검색하다가 동생의 비밀 해외 여행 알아버림.




클럽 칼슨 (래디슨) 포인트 행사



유럽에 특히 호텔이 많고 (래디슨 계열) 미국이나 태국 ( 파크 플라자 ) 등에서도 만날 수 있는
Club Carlson 계열에서 포인트 구입 보너스 행사를 10월 30일까지 하고 있다. 75% 보너스.

보너스 행사를 통해 $7면 1,750포인트를 살 수 있는데 
1,750포인트는 원래 세금 제외 $87 정도의 호텔에서 1박 하고 받는 포인트이다.


- 예전보다 효용 가치는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달러당 20포인트를 적립해주기 때문에 한두 번만 모아도 사용이 쉬운 클럽 칼슨(래디슨) 포인트. 예전에 1회 숙박으로 4천 5백 포인트 가까이 받았는데, 나중에 8~14만원 정도 가격대의 클럽 칼슨 계열 호텔을 예약할 때 5천 포인트를 사용해서 예약하면 2-5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그리고 클럽 칼슨 4천 포인트는 아시아나 400마일 등 항공 마일로 손쉽게 옮길 수 있다.


특히 미국 공항 주변에 Country Inn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조식과 무료 공항 셔틀을 포함한 호텔을 흩뿌려 놓은(?) 체인인데, 잘 찾아보면 호텔에 숙박비를 지불하는 것보다 포인트를 사서 포인트로 예약하는 것이 더 저렴한 호텔도 있다.


예를 들면, 달라스-포트워스 공항(DFW) 근처....



Country Inn & Suites By Carlson, DFW Airport South, TX
2000 Hard Rock Road, Irving, TX 75061 | +1 972 399 9874 
2.5 miles from DFW Airport offering comp Airport Shuttle



여기에 10월 26일 스튜디오 스위트에 숙박하려면





멤버 할인을 받으면 1박에 92달러. 또는 클럽 칼슨 15000포인트가 있으면 숙박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75%보너스 행사를 통해 15,750포인트를 구입해서 숙박하면 $63 밖에 들지 않는다.








https://www.radissonhotels.com/en-us/rewards/redeem/points





블랙 프라이데이-사이버 먼데이 즈음해서는 두 배를 더 주는 포인트 행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56에 16,000포인트를 얻을 수 있어서 더 저렴하게 숙박할 수 있다.


혹시 여행 계획이 있으신 분은 참고 :)
그래도 자기가 숙박하려는 날짜 가격 등은 미리 찾아봐야 한다. 위에 예로 든 호텔, 날짜에 따라 더 저렴해질 수 있는 (~ $73) 호텔이다.



1박에 7만 포인트가 필요한 뉴욕이나 시카고의 래디슨 호텔도 날짜에 따라서는 숙박비 현금 결제보다 보너스 행사 포인트를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할 때가 있다.





소심한 여자의 하루 여행 - 홀리데이인 송도




보통 29,000-35,000원 정도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IHG 5000포인트를 이용해 홀리데이인 송도에서 1박했다. 원래는 1박에 10여만 원 또는 15000포인트가 필요한 곳인데, point-break 행사가 있으면 ⅓ 비용인 5000포인트에 예약할 수 있다 :) -2016년 기준.

2021년 11월부터는 포인트 기준이 또 바뀌어, 날짜에 따라 1박에 9000-32000 포인트가 필요하다.






날씨가 좋지 않아, 우물쭈물 결정을 못 내리다가 늦게 체크인. 
프론트 데스크의 직원은 나의 요구에 따라 친절하게 방도 바꿔 주시고 (욕조는 트윈룸에만 있다고 함), 센트럴 파크가 전면으로 보이는 복도 끝방을 줬다. 이 방의 반대편에는 그저 공사장 뷰인, 창밖 풍경이 그저 그런 곳도 있는데 말이다. 예약 상태가 널널한지, 레이트 체크아웃도 함께 ^^ 

 ** 2017년 추가: 그저 IHG 회원이기만 해도 레이트 체크아웃이 가능하던 혜택은 2017년부터 없어졌다고 한다. 이 혜택이 사라지기 전에 한 번 받아봐서 그나마 다행.






송도는 외국 도시같다.... 이런 말도 이젠 너무 식상하고 촌스러운 게 되어버렸지만 (대체 외국 어디같다는 건데??) 저번에 묵었던 방보다 야경이 너무 좋아서, 밤에 불을 모두 끄고 창밖을 보면 정말 야경보러 낯선 어디엔가 와 있는 것 같았다.






복도 끝 방은 공간 배치도 다른 방과 약간 다름.
보통은 방끝 구석에 작은 책상이 있고, 티비는 그냥 벽 한가운데 보이는데,
이번에 머문 복도 끝방은 벽 중간 티비 아래에 다른 방보다 좀 더 큰 책상이 있다.
(예전 숙박 경험 ->


2020년대? 이후로 이 방은 '파크뷰 디럭스 룸'의 전망으로 분류되는, 두 단계 정도 업그레이드 된 룸(캡슐커피 기계가 있어야 디럭스룸이긴 하지만)이라는 걸 알았다. 2021년 후기를 보면 이쪽 뷰의 몇몇 방에는 tv도 큰 것으로 새로 설치한 듯 하다. 원래 홀리데이인 송도의 tv가 작다는 불평이 많았어서.





옷장과 미니바 앞 공간도 넓어서 쾌적한 기분.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욕실과 전체적으로 잘 관리된 분위기는 여전하다. 2014년 9월에 개관해서 만 2년 정도 지난 시점.

집에서 교통편이 조금만 더 편했어도 포인트 브레이크 행사 잘 이용했을텐데.
집에서 송도로 올 때는 그럭저럭 편하게 오는데, 집으로 돌아갈 때 항상 지친다.










낡은 아이패드의 백만 화소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야경. ㅎㅎ


편하게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두런두런 소리.
귀신인가?
헛것인가?
뭐지?

뭔가 옆방이나 아래층이라면 방향성이 있어야 하는데 어느 방향에서 들려오는지 모르겠다.
바람소리인가?

잠이 안 와서 거의 새벽 세 시가 되어서 티비를 다시 켜서 소리를 크게 했다.
티비 소리만큼 그 '이상한'소리가 왁자하게 커진다.

'아, 티비 소리가 어디선가 다시 울리는 거였구나'
그런데 티비 소리를 줄였는데도 여전히 소리가 크다.

아 다른 방에서 나는 사람 목소리 맞구나.

프론트 데스크에 전화해서 방을 바꾸면 되는 일이었지만, 새벽 세 시나 되니 너무 귀찮다.
짐을 다시 싸야 하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에라 모르겠다.
세 시가 넘어서니 소리가 줄어든다. 그들도 자나보다.

이 호텔, 방음 문제가 있었구나.


다음 날 체크아웃할 때 말하니 "전화 주시지 그랬어요. 방 바꿔드렸을텐데" 한다.
그런데 새벽에는 나로서도 귀찮았고, 머물렀던 방의 위치도 마음에 들었다.


---
하지만 집에 오고 나서야 후회가 된다.
모처럼 쉬는 기회였는데, 왜 적극적으로 대처를 안 했는지.
예전에 방마다 전화기가 없는 저렴한 방콕의 호텔에 갔을 때는 두 번이나 로비에 다녀오면서까지 난리를 쳤었는데.
처음으로 중간에 방을 바꿔보는 기회였는데. ㅎㅎ




----

2017년 2월 추가.

밤에 불편한 일이 있었다고 전화를 했는데도, 체크아웃 시에 괜찮았냐고 묻지 않던 다른 호텔을 겪고 보니 (http://mori-masa.blogspot.kr/2017/02/aloft.html) , 체크아웃 시에 숙박 중 불편한 점이 없었냐고 먼저 물어보고, 나의 답에 응대하면서 동시에 메모를 하던 홀리데이인 송도 직원의 응대 태도가 훌륭했다고 여겨진다. 이런 세심함이 다음에도 방문하고 싶게 만든다.





*** 아래에 Holiday Inn 태그를 클릭하면 국내의 다른 홀리데이인 후기와 비교할 수 있어요 :) ↓


삼각산 (북한산) 삼천사






2006년 10월 24일,
병원 검진에 갔다가 모처럼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와서
기분 좋으셨던 아빠가 차를 몰고 엄마랑 나를 데려갔던 곳.










삼각산 삼천사








이제 이 곳은 희미한 기억과 이렇게 뿌연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늘 가족을 데리고 어딘가 가는 것을 좋아하셨던 아빠가,
기분좋게 운전해서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간 것은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한다. 아마도.
그로부터 6개월 뒤 돌아가셨으니까.


모든 일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채로 겪는다.
그래서 소중한 순간인 걸 알지 못한다.



The Proposal (2009) 연기 디테일이 좋았던 장면




영화 흥행에서 약간 주춤하던 샌드라 불럭에게 다시 힘을 가져다준 영화, the proposal은 기내에서 봐서 기억에 남는 영화다.


스리랑카에서 살다가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비행기'라는 첨단(?) 물체를 탔을 때 보았던 영화이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영화의 재미나 스토리보다는 그냥 '비행기에서 봤다'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영화 :)

당시에 나는 스리랑카에 파견된 수십 명의 다른 봉사단원 누구보다도 더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았고, 나의 집은 차로 30분 정도면 공항에 도착하는 곳이었는데, 대체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1년 9개월 동안 한 번도 볼 수가 없었다. 어릴 적에 김포공항 근처에 산 적이 있는데 거기서는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수도 없이 봤는데 말이다. 가끔 출국하는 단원을 배웅하러 공항에 가도, 공항 주변에서 으레 보이는 이착륙 비행기를 대체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살다가 '이 세상에 비행기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체적 음모론에도 빠지게 되었다.
나는 영원히 이 섬 밖을 못 나가고 여기서 살아야할지도 몰라.....

그러다가 21개월 만에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휴가가는 길에, 기내에서 이 영화를 반쯤만 알아들으면서 나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7년 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샌드라 불럭, 라이언 레널즈. 이 두 명의 귀여운 연기 디테일이 보인다.
서로 신체적 거리, 마음의 거리를 유지하는 척 하면서도 이야기하는 동안에 초조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어쩌지 못 하는 것을 잘 표현했다.
굳이 스포일러까지는 아닌 것 같아서 장면을 한 번 올려본다.









다들, 할 말이 더 있는데 어찌하지 못할 때나 초조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 할 거다.
나는 종종 그래서 진심을 말하지 않는 것 같은 사람을 볼 때 상대방의 손가락을 보곤 했다.


"연기 지도 101" 에 나오는 초보적인 연기 잔재주일 수도 있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귀여웠던 장면.

실제로 내 앞에서 테이블을 두드리던 손가락을 보면서 '무엇을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하면서 궁금했었던,
옛 생각도 어렴풋이 나고.
ㅎㅎㅎ






some of the tallest buildings in New York




작년 가을에 엄마, 언니와 애틀랜타뉴욕의 고층 건물에서 식사를 하고 숙박을 하다 보니,
초고층 건물 - skyscaper -에 관심이 많아졌다.

내가 직접 본 몇몇 건물들 소개.


현재 뉴욕 그리고 미국 내에서 최고 높이의 건물은 새로 세워진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이다. 104층으로 이루어진 541m 건물로 2014년 11월에 입주가 시작되었다.






2001. 9.11에 예전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진 자리 두 곳은 영원히 빈 자리로 남아, 추모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고
그 두 건물이 원래 있던 자리보다 좀 더 북쪽에 새 건물 1WTC가 세워져 있다.







뉴욕에서 5번째 높이를 자랑하면서 주거용으로는 세계 최고층에 속하는 "432 Park Avenue"는 89층으로 이루어진 426m 건물이고 젓가락같이 얇고 긴, 눈에 띄는 형태를 자랑한다. 2015년에 완공되었고 skinny tower라는 별명도 있다고 한다. 뉴욕의 비싼 땅값 때문인지 아주 좁은 부지에 건물을 위로만 빼곡하게 올린 스타일.

내가 머물렀던 호텔의 53층 방에서 특이하게 생긴 이 건물이 보일 법도 했는데, 본 기억도 나지 않고 사진 하나 남아있지 않은 게 아쉬웠다. 그러다가 오늘 뉴욕 MoMA에서 정원을 찍은 사진을 보다가 이 건물이 우연히 찍혀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건물 꼭대기까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정사각형 단면으로 삐죽이 솟은 건물이 바로 뉴욕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물 432 Park Avenue이다. 저런 고층 레지던스에서 살면 어떤 느낌일까? ㅎㅎ 모든 것이 내려다 보이겠지?

이 사진을 우연히 찍은 덕분에 몇몇 유명한 건물의 위치에 대해 좀 감을 잡게 되었다.
사진 맨 왼쪽 상단에 나온 검푸른 건물이 도널드 트럼프 가족이 꼭대기 3개층에 거주하는 트럼프 타워, 뉴욕 65번째 높이를 가진 건물이다. 우리 언니가 그토록 가보고 싶어했던 Tiffany & Co가 이 트럼프 타워 바로 옆건물.
진작에 조사 좀 해서 왔으면 MoMA에서 도보 거리였는데, 언니는 사진 찍을 생각만 하고 사전 조사를 안 했으니 가보지 못했지.

 432 Park Avenue 앞쪽으로 보이면서, 말발굽이 파먹은 모양(?)의 상단 설계가 독특한 건물이 (옛)소니 타워이다. 소니 타워는 197m의 높이로 432 Park Avenue 높이의 절반도 안 되지만 그래도 뉴욕에서 75번째 높이를 가진 건물이다. 한때는 소니 미국 본사가 위치해 있었지만 2016년에 이 건물은 다른 소유주에게 넘어가 이름이 다시금 바뀔 예정이다.


432 Park Avenue를 제대로 찍으면 이렇게 생겼다.
사실 건물 자체 높이로는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보다 더 높다. 1WTC는 100m가 넘는 첨탑 높이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Louis Brickman - Own work 


뒤를 이어 뉴욕 7번째 높이를 가진 건물은 놀랍게도, '여전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381m)이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를 겪고 있었을 1931년에, 뉴욕에는 102층 건물이 세워졌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나라간 발전 속도에 어마어마한 격차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432 Park Avenue의 등장으로 새로워진 맨해튼 스카이라인



여행지에서 사진만 찍고 다니는 사람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찍은 사진에 원했던 피사체가 찍혀 있는 재미를 발견하다 보니,
그래도 사진만 열심히 찍고 다니는 사람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2015년 당시, 뉴욕 맨해튼 내 가장 높은 건물 1위, 3위, 4위가 동시에 배경으로 보이는 라커펠러 센터 전망대.
당시 4위 건물은 맨오른쪽 하늘색 첨탑이 삐죽이 솟은 Bank of America tower였고 366m 높이이다. 별로 유명하진 않지만 미국 전체에서 따져봐도 6번째 높이의 건물이었다. 
2021년 기준으로는 뉴욕 내에서도 8위, 전체 10위 높이로 밀려났다.




서투르게






이 사진의 연출 의도는 
진지하게 전시를 감상하는 사람....이었는데

배우도 서툴고
촬영 기사도 서툴러서 망했네.

그나저나 뒤통수 너무 납작하잖아 ㅠ
그래서 전에 머리를 이것보다 훨씬 짧게 잘랐을 때, 미용사가 "지금 이 머리에 헤어 드라이 스스로 할 줄 모르시면 큰일나요." 그랬던거구나. 머리카락 수직 낙하.ㅋㅋ

오래 전 태국 영화관 경험

hairspray

방콕 시내의 시설 좋은 극장에서 140바트 주고 관람.
영화 시작 전에 모든 관객이 기립하여 국왕 찬양 영상을 시청하여야 함.
 
무엇보다 "노래하고 춤추는 건 그냥 기본이야" 라고 말하는 것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의 저력에 감탄한 영화.
다들 대단하시오~~
아줌마 존 트라볼타라니...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를 잊는 게
너무 오래 걸린다.

계속 열받네.





지나간 과거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데......

Whiplash

널 치유하는 거야 - Whiplash



I cure you.

사실 위 대사는 이 영화 속에 나오지 않는다.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자막없는 미국 영화를 봐서 대사를 내가 잘못 알아들은 것.

아메리칸항공이 인천-달라스 구간에 2016년 8월까지 운항했었던 기종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게 너무 낡아서 앞좌석에 붙어있는 화면도 조그맣고 뿌옇고, 원하는 시간에 영화를 시작시켜 볼 수도 없으며 화면 색깔도 원판과 너무 달라 옛날 beta? vhs? 비디오 테이프 돌려서 보는 느낌이다.






Gone girl 등의 여러 다른 영화가 있었지만 결국은 J.k. Simmons의 연기가 대체 어떤 것인지 목격하기 위해 (당시는 오스카 조연상 수상 전) Whiplash를 선택했다.
그 조그만 화면에 톤이 이상한 영상으로 봐도 결국 끝까지 볼 수 있었을 정도로 영화는 잘 만들어졌지만, 나는 무엇보다 영화 속 한 대사가 너무도 "고마웠다".

"You are here for a reason. You believe that, right?"

비행기에 탄 그 순간까지도, 내가 이렇게 여행을 가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의심을 버릴 수 없었던 나에게 의심을 거두고 여행을 지속하게 해준 대사.

"I'm here for a reason."

내맘대로 해석해 내 마음에 위안을 줬다.
중간 부분을 비몽사몽 봐서, 스토리를 못 따라가고 영화는 마지막 긴장된 순간으로 치닫고 있는데, 갑자기 한 대사가 들렸다.

"I cure you."

물론 내가 완전 잘못 알아들은 대사라서 스포일러는 아니다.
그래 이런 영화였구나.
제자가 스승을 치유하는 영화.
보는 이를 치유하는 영화.
100% 잘못 알아듣고는 영화를 그렇게 판단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생각할 시간을 얻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사실상 시간에 쫓겨다녔던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던 비행기.




웬만한 항공사는 왕복편에 서로 다른 영화 타이틀을 제공하는데, 아메리칸항공 비행기는 또 영화가 똑같네. Gone girl, whiplash.
이것저것 돌려보다가 다시 whiplash로 정착.

집 떠난지 열흘째, 미국에선 단지 5박을 했을 뿐인데 이상하게 대사가 더 잘 들린다. 그동안의 리스닝 실습?

열흘만에 영화 내용도 더 잘 파악했으며, I cure you같은 대사는 내가 완전히 잘못 들은 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ㅎㅎ
그래도 나에게 큰 위안을 줬던 영화, whiplash.
고맙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








소심하고 말수 적고 조용하던 어린 나
그래도 노력해보려고 했고, 모든 선을 지키던 나
삶의 희망을 깨달았고, 의미를 찾았던 나


그랬던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2014년 10월, 중문.


태풍이 다가오던 중문색달해변



파도가 높아서 가까이 간 사람들은 모두 흠뻑 젖고 돌아오던 중문 바다.
카메라 조작이 미숙해서, 석양의 느낌을 제대로 못 담아 아쉬웠다.
무섭게 몰려오던 파도.



석양을 제대로 담아보려고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Magic'모드로 촬영.
뭔가 색다르게 사진이 나왔다.





10년 전 오늘....

 

사람을 알고 사람에 살고


우리집에서 1~2분 정도만 걸어가면 갈 수 있는 우리은행.
거기 외환계에서는 여리여리한 한 아저씨가 계신다.
내가 2004년 5월에 돌아와서 중국에서 월급으로 받고 남은 달러를
저금할 때부터 계셨던 분.

그때부터 왠지 나를 의식하고 신경 써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주병 말고 왜 그런거 있잖아...아, 이 사람이 나를 인지하고 있구나..그런 느낌이 오는 거)

이번에 동생이 여행하고 나서 남겨온 돈을 처리하러 갔는데 확실히 이 분은 나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느껴젔다. 그냥 느낌.

그동안 여행 때문에 몇 번 외환계에 가긴 했는데,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미주알고주알 말을 많이 하시면서, 이런 간단한 용무는 그냥 순서없이 중간에 밀어넣으면 처리해준다,  자기 같으면 유로화나 파운드는 저금하지 않겠다고 하신다.

그냥 일어서면서 이 분의 선한 마음이 느껴졌다. 사람의 마음.
 
나는 이 날 외환계에서 꽤 오래 기다려야 했는데, 옆의 아주머니가 말을 거신다.
그러면서 미국으로 시집간 딸이 얼마나 효녀인지 자랑하신다. 딸이 꼬박꼬박 용돈을 부쳐오기 때문에 외화통장이 필요하다는 것.

아주머니의 자랑하고픈 맘이 느껴져서 하나하나 다 들어드리고
맞장구를 쳐드렸다.

 

나는 타인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날, 은행을 나서면서 내가 너무 장벽을 둘러쳤었다는
생각을 조금 했다. 예전 같으면 모르는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오면
대꾸도 안 해주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친절한 은행원, 수더분한 아줌마...이들을 모른 채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아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이들이 혹시 나에게 상처를 줄까봐, 사전에 차단하곤 했다.
하지만 사람을 알고 서로 소통한다는 것.
참 중요한 일 같다.

내가 스스로 만든 장벽을 무너뜨리고, 열린 마음을 갖게 될 날...
언제 일까?  

 
 
 


  •         
    상처의 두려움과 사람을 아는 것에의 기대와 기쁨...정말 딜레마야...
    2006/10/4 02:56
                              
  • nothingmatters
            
    그래 맞아...
    2006/10/4 15:19
                          
  • 잔디
    어째 날 보는 것 같아...에브리데이 공감...
    2006/10/5 05:40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