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꽃







장미꽃은 햇빛을 향해 피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소극적인 꽃도 있구나.

늘 아파트 뒤편, 이 화단이 있는 놀이터 근처에서 만나던 고양이들이 거처를 많이 이동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요즘은 놀이터에서 낮잠을 자거나 하는 일이 없이 아파트 앞쪽에서 자주 발견된다.



↑예전에 놀이터 가면 늘 있던 시절




오늘은 며칠째 보이지 않던 나를 잘 따르는 고양이가, 내가 사는 동 옆라인 출입구 근처 에어컨 실외기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걸 봤다. 날 보더니 어딜 가든 졸졸졸 끝까지 따라와서...  그래도 동네 사람들이 놔두는 사료가 있는 그 놀이터로 유인해(?) 데려다 놨다. 만져 보니 요즘 들어 삐쩍 마른 느낌이라... 


이제 거의 우리집 근처까지 다 파악한 건가??
뭔가 내가 책임질 수 없는 생명에게 너무 정을 주면 안 되는 걸까? 하고 고민이 생긴다.

만나면 반갑고 귀여운 고양이지만
갑자기 집 현관 앞에 대기하고 있다면 해줄 게 없어서 골치 아파질 것 같다.







한 줄기 위안




나는 머리 속 기억을 화면 그대로 떠올려서 잘 남겨놓는다고 생각해왔는데

요즘 그게 사라져서 절망했다. 나이가 드는 것에는 순응을 해야 되는데 사실 노화의 증거가 훅 하고 들어오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https://twitter.com/buitengebieden/status/1541165467829690368?s=20&t=mDl3fsLWcr7zocKohUd47Q 




영상 너무 귀여운데 왜 재생이 안 되는지 모르겠네. 다른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올리는데...


 



그런데 오늘... 트위터에서 우연히 오리 가족의 도심 횡단 영상을 보게 됐는데....스쳐지나가는 이 배경이 너무나 낯익은 것이다. 

저번 여행에서 주로 파리 남동부에 체류했고, 단 하루 가서 묵었던 파리 북동부, 17구의 모습과 너무 유사했다. 사실 파리 풍경이 거기서 거기이긴 한데...


그래서 간판 등으로 거리 이름을 찾아내서 구글 지도로 대조한 결과.

저 영상 속 거리는 내가 그 17구 호텔을 버스타고 지나가면서 본 곳이 맞았다. 그때 버스 타고 지나가면서 본 언저리 아닐까 생각했는데, 정확히 그 버스가 지나간 길이 맞는 거였다.

예전처럼 모든 기억을 머리 속에 잡아 둘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 번 보고 지나간 길이 머리 속에 박혀있다는 게 신기하네.


  




또 사라진 기억을 끌어오기



기껏 17시간 (경유) 비행기 타고 현지로 날아가서
호텔방에서 봐야 했던 또 하나의 경기는 나달 : 조코비치 8강전. 많은 팬들이 이번 대회 최고 경기로 꼽는 경기지만 나에게 강렬한 기억은 없고 희미한 장면들만 머리 속에 남아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밤새워 새벽 경기를 잘 보는데, 오히려 파리 현지에서 밤 11시 -12시가 되니 졸리기 시작해서 몽롱~해졌다. 이상한 일이야... 

프랑스 공중파(?) 방송사는 롤랑가로스 낮 경기만 중계하고 밤 경기는 정규 방송을 하는 탓에 😔 친구가 빌려준 아이디로 아마존 프라임 작은 화면으로 봐야 했고, 맥주는 두 캔을 사놨는데 맥주 한 캔에 이미 살짝 취했었다. 술 때문에 졸렸던 것은 아님. 나는 술을 마시면 오히려 잠을 못자는 스타일이라서... 나는 탄수화물의 힘으로 (?) 술을 먹는 편인데 (예: 쌀밥을 미리 먹고 술을 마시면 덜 취한다) 그날은 제대로 채워지지 않은 속에 맥주를 마셔서 그런가, 유난히 정신이 맑진 않았던 것 같다. 맑지 않은 정신으로 응원해서 조코비치에게 2세트를 넘겨준 거라고 굳게 믿고 🤣😂 3세트부터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냉장고가 없는 3성 호텔이라, 두번째 캔은 화장실 세면대에 물을 받고 넣어놨었나.. 뭐 그랬던 거 같다. ㅋㅋ

매우 긴장하면서 되도 않는 스페인어로 tú puedes 이런 거 주절대고 있었고, 최근에 마드리드오픈 중계보다가 관중들이 어린 알카라스에게 해주던 응원 "Sí se puede! Sí se puede!" ( yes you can)를 배워서, 위기때마다 그것도 주절주절 했던 것도 같다. 

이 경기가 끝나고 20여일이 지나도록 잊고 있었는데, 지금 되새겨 보니 짜릿한 샷이 나온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거나 박수를 치기도 해서 한밤중에 옆방 사람한테 이래도 괜찮은가 걱정했었던 기억이 어슴푸레 난다.

그날 묵었던 호텔 구조가 약간 특이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한쪽에 문이 하나 있었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야 내 방과 내 옆방이 나왔다. 굉장히 작은 호텔인데도 이중문이 있던 방 두 개.






이렇게 102 103 두 방만을 위한 문이 따로 있는 구조여서, 괜히 옆방이 무슨 공동체(?)처럼 느껴지면서 내가 내는 소리가 더 잘 들리지나 않을지 걱정했던 거 같다. 하지만 뭐 항의 같은 건 없었다. 슬그머니 '옆방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던 듯 하다. 옆방은 내내 조용해서 아무도 없는 것 같기도 했지만 출입문 여닫는 소리가 났기 때문에 누군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는 마침내 승리로 끝났고, 나의 마음 고생도 끝났다. 나는 4강전 1*2경기 모두 & 결승전 표를 사뒀기 때문에 그 다음부터 나달 경기는 어디에 배정되든 무조건 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발이 아픈 나달이 대회 중간 탈락할까봐 얼마나 걱정을 했던지...

나달 경기 표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나달 : 즈베레프 경기가 준결승 제1경기로 배정되고 나서, 미리 사둔 제2경기 표를 resale로 넘길 때 엄청 긴장했다. 혹시라도 내가 뭔가를 착각해서 제1경기를 resale로 넘기게 될까봐. 🙄 그러고 나면 절대 다시 구할 수 없지👻. 몇 번이나 확인해도 이상하리만치 안심이 안 되어서 '일단 내일 제1경기 들어가서 무사히 자리에 착석한 다음에 제2경기를 리세일로 내놓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뭐, 결국 마음 단단히 잡고 무사히 리세일로 잘 팔긴 했다. 




승리 확정 후 관중에게 인사하는 나달



아마존 프라임 생중계는 화면 캡처가 가능했는데
경기가 종료된 뒤 '다시 보기' 할 때는 화면 캡처가 되지 않았다. 위 화면은 생중계 때 캡처한 것.

프랑스 시간으로는 새벽 1시에 끝났지만, 서울은 아침이 되었기에 한국의 친구에게 기쁜 소식을 알리는 톡을 좀 하고, 남은 맥주 반 캔을 더 비우고, 트위터의 테니스 관련 반응을 체크하고... 파리에 온 이래로 가장 늦은 시간에 잠들었다.

이 경기를 통해 나달도 테니스 커리어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는 길목을 닦았지만
나의 파리 여행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그동안의 마음 고생에서 벗어나 행복 모드로 접어드는....

정말 초조한 가운데에서도 잠도 쏟아지고 ... 현지에서 보는 게 더 졸렸던 기묘한 경험이었는데,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기록을 남겨놓는다. 지금은 이만큼이라도 기억나지만, 몇 년이 지나 이 글을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어??' 하는 일이 더 많기 때문에.
하지만 내가 여기 쓴 내용 중에도 이미 기억의 조작이 있을지 모르겠다. 꿈과 이상과 현실이 뒤죽박죽되어서?!? 



2022 RG 가장 좋았던 자리



롤랑가로스의 인기 경기 표 예매할 때, 자기가 앉고 싶은 자리를 고를 '사치'는 대부분의 사람에겐 없다. (내가 수십만원짜리 표는 안 사봐서 그런 카테고리 내에서는 자리를 좀 고를 여유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분초를 다투는 '공식 예매일' 때는 그저 category 정도만 고를 수 있을 뿐 그냥 좌석번호가 정해져서 나왔었고, 그다음부터 resale로 나올 때는 그냥 띄엄띄엄 한 개씩 나온 자리들 중에서 좌석 방향 정도를 골라잡을 뿐이다. 그래서 경기장에 가보면 외로이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다. "혼자 왔니?"

긴장감이 느슨한 대회 초반, 혹은 대회 중반에도 유명 선수 경기가 없는 날에는 
물론 남는 자리가 우수수 생겨 그나마 선택의 여지가 있다.

표를 총 11장 예매했었지만 그중 6장은 결국 되팔았고
내 체류 기간내 경기를 볼 수 있었던 10일 중에 5일만 경기장에 갔다. 어차피 그랜드슬램 대회는 선수들에게 하루씩 휴식 시간을 부여하므로, 선호 선수가 있다고 해도 매일 경기장에 가진 않는다.

그 5번의 방문 중에 가장 맘에 들었던 자리는 (물론 나는 가장 비싼 category 1/Gold 좌석은 근처에도 못 가봐서 비교 불가 ㅎㅎ) 8강전 day session 자리였다.





한국 시간 5월 5일 새벽... 유럽 사람들도 잠자리에 들 시간에 홀연히 resale로 나타난 8강 표☆. 8강 이상의 표는 resale로 거의 안 나왔는데 운좋게 살 수 있었다. 아마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 사람들도 잠들 시간대라 경쟁이 덜 했던 듯.

꼭대기에서 두번째 자리인 category 3였지만 135,441원에 구입. Day session이라 총 3경기를 볼 수 있는 티켓이다.

사정상 마지막 매치인 알카라스 : 즈베레프 경기만 2세트부터 볼 수 있었지만 절대 돈 아깝단 생각은 나지 않았던 재미있는 경기였고 거의 중앙에 위치한 자리라서 선수 움직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사진으로는 선수가 개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기 잘 볼 수 있음. 어쨌든 이 8강전날은 롤랑가로스 구역 안에라도 꼭 진입해야 하는 날이었는데, 그런 야외 작은 코트 입장권만 사도 51,600원 정도가 든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3경기 볼 수 있는 표로 1경기만 본 거 낭비였나 싶지만 뭐, 51,600원짜리 롤랑가로스 야외 입장권에 8만원 더 내고 1경기 본 셈 치지 뭐. 

이날보다 돈을 좀 더 투자해서 category 2 좌석에도 두 번 갔지만 category 3인 여기가 가장 잘 보였다. 여기서 결승을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승 때는 이와 비슷한 높이에서 우측으로 더 이동한 자리였는데, 안타깝게도 각도상 매치 포인트가 in인지 out인지도 잘 몰랐던 자리였다. 사람들 함성으로 우승을 알았을 뿐. 
8강전 때 앉았던 이 자리에서 결승을 봤으면 매치포인트 볼이 라인 안에 딱 떨어지는 거 잘 보여서 더 감동했을 듯.



이 경기는 오후 8시를 넘겨서 끝났고 그 다음에 예정된 경기는 나달 : 조코비치 night session. 
나에게 나이트 세션 경기 표는 없었으므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내 뒷자리에 그냥 남아있던 카메라맨에게 말을 걸고 싶었을 정도로 아쉬웠다. '여기 그냥 남아있을 수 있으시다니 부럽네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도 스태프인 척 거기 끼여있고 싶었다. 🤗

하지만 서둘러 호텔 돌아와 근처 마켓에서 맥주 두 캔을 사고, 친구가 빌려준 아마존 프라임 아이디로 나달 : 조코비치 경기를 봤다. 그 친구가 없었으면 나는 파리까지 날아와서 나달 : 조코비치 경기를 중계로도 못 보는 참사를 겪었을 뻔 ㅎㅎ 프랑스 공중파(?)는 데이 세션만 중계한다.





보란 듯이




왜 사람들은 친한 사람들 말보다 바깥 사람들 말을 더 믿을까.

"엄마는 자식 말은 귓등으로 흘려들어도 유투브는 믿잖어" 했다가 엄마 노발대발 난리나고 

늦은 밤이 되도록 들어보란 듯이 거실에서 볼륨을 높이고 정치 유투브를 틀어놓고 계신 엄마를 보니, 아직도 자식이랑 자존심 대결을 할 기력이 남아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조차도 안 되는 날이 오면 더더 서글프겠지.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 대해 으쓱거리는 또다른 나의 자아가 있다.




내 기억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의 파리 여행은.. 
6월 1일 새벽 1시 나달이 8강전에서 승리하기 전까지는 매우 울적했다. 그 8강전도 파리 시간으로 5월 31일 밤 9시에 시작했던 경기. 
5월과 6월로 나뉘어서 기분이 바뀌는 여행이었구나.

울적한 이유는 표를 구할 수가 없어서.
파리 도착 다음날인 27일 경우는 필립 샤트리에 코트 낮/밤 세션을 모두 구입해 놓았으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고' 나달 경기는 수잔 렁글렌 코트로 배정되었다. 그 스케줄이 샤를드골 공항 도착 후 얼마 뒤 발표되어, 난 파리 시내 들어가기도 전에 비통함에 빠짐 😰. 수잔 렁글렌은 필립샤트리에보다 규모가 작아, 절대적인 수마저 적으니 표를 구하기가 더 어려웠다. 출발 전에 한국에서도 왠지 이날은 나달 경기가 수잔 렁글렌으로 갈 것 같아서 몇 번 체크해봤지만 대회 개막 뒤에는 resale표가 나오는 걸 못 봤다. 

이번 2022 롤랑가로스 드로는 근래 최악의 불균형 드로여서... 한쪽에만 잘 하는 선수가 몰린 정도도 최악이었고 (맥빠진 결승전 보장), 대회 첫주에 월/수/금/일/ 경기를 했던 윗드로는 유명 선수 밀집으로 표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반면에 아래쪽 드로의 화/목/토/월/ 경기는 입장권이 남아돌았다. 

그래서 나는 17시간 (경유)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고도 호텔방에서 티비로만 테니스 경기를 보는 신세가 되어 울적해졌다. 나는 8강 데이 세션, 4강, 결승 표는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8강마저 나달 경기가 나이트 세션으로 배정되면서.... 이러다 나달이 탈락이라도 하면 결국 한 경기도 직관을 못한 채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불안과도 싸워야 했다.

5월 29일 16강 경기도 표를 구하기 위해 거의 몇 시간을 공식 구매 사이트에 매달리는 노력을 해봤지만 (노력이라도 가상해서 하늘이 상을 줄까봐?) , 구동이 느린 스마트폰으로는 경쟁을 뚫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의외로 시시각각 표가 한 두장씩 resale로 나오는 것은 계속 보이는데, 좌석 고를 때 스마트폰의 둔한 반응으로 '너는 이미 늦었어'라는 팝업만 실제로 십수번을 봤다. 차라리 이 화면으로까지 안 넘어갔다면 일찍 포기했을 텐데, 자꾸 resale이 나오는 것이 보이니 포기를 할 수가 없었다.




예매 사이트에서는 컴퓨터 접속을 권유한다. (" We also recommend that you use a computer rather than a smartphone or tablet on busy days") 하지만 출장도 아니고 여행 오면서 랩탑까지는...😔 안 가져옴. 호텔 1층의 컴퓨터들도 익명성을 이용한 범죄가 많았던 것인지...?!? 접속할 수 있는 자격과 접속 가능 사이트를 많이 제한하고 있어 도움이 전혀 안 됐다. 파리에 pc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29일 경기도 호텔에서 티비로 봐야 했는데, 당최 한 순간의 기억도 없다.
이 경기는 나달이 9년 만에 롤랑가로스에서 5세트까지 갔던 경기로, 매우 애타게 봤을 만도 한데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남겨놓은 이 사진만이 내가 경기를 봤다는 것을 알려줄 뿐.

어떤 사람이 파리 지하철에서 순식간에 폰 소매치기를 당하고 오직 거기 담겼던 사진만 걱정하는 글을 봤는데, 잠시 '여행에서 사진이 그렇게나 중요한가?'라고 생각했었지만.... 나도 이 사진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아예 나달의 16강전은 보지도 못했다고 기억할 수도 있었겠다 싶음.

대체 이 경기를 아슬아슬 지켜 본 기억은 다 어디로 사라졌지?!?

자칭 "카메라에 의존하기보다 내 머리 속에 영상을 남겨오자" 이런 사람이었는데, 이젠 그럴 나이도 지났나보다. 
그저 사진이나 열심히 찍어두는 게 이제 "sightseeing"이라는 걸 실감했던 여행.







2022 롤랑가로스 나달 우승을 가능케 한 또 하나의 요인





6월 3일 라파 나달 생일날의 4강전.
이제 입장만 했을 뿐인데도 관중석에서 울려퍼지는 응원 "Rafa!! Rafa!! Rafa!!"

예전같으면 랭킹 1,2위 안에 머물러 있던 나달이 늘 나중에 입장했지만, 요즘은 나달 랭킹이 낮아져서 순위 높은 상대 선수보다 먼저 입장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 다음에 입장해야 하는 선수는 랭킹이 더 높은 선수라도 이미 Rafa!! 응원으로 가득한 경기장에 상당한 압박감을 받으며 입장하게 된다. 안그래도 뭐 필립샤트리에에서의 나달과의 대결이라면 위축되지 않을 선수는 지구상 단 한명도 없는데.... (작년만 해도 이런 식으로 쓰는 걸 경계했는데, 이건 정말 이번 2022 롤랑가로스를 보내고 나니 확신을 갖게 됐다. 위축되지 않을 선수는 없다. '아닌 척' 할 선수는 분명히 있겠지만)  


이 열광적인 응원은 나달에게 힘이 필요할 때마다 경기 중간 중간 계속 됐고

준결승전 1세트의 어떤 게임은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으로 상대 선수가 기가 눌리면서 나달이 브레이크해낸 것 같은 느낌을 주던 게임도 있었다. 관중 모두가 힘을 합쳐 한 게임을 가져오는 것 같던 그 느낌.


물론 내가 나달 경기를 처음으로 끝까지 지켜본 것이 윔블던 '결승전'이었고 - ATP 10위권 선수라 해도 평생 못 밟아보고 은퇴할 수도 있는 - 그 위치에 어릴 때부터 선 선수라서 나달에게 '언더독' 타령하면 안 되겠지만, 내가 경기를 처음 지켜보던 10여 년 전에는 페더러라는 견고한 벽이 있어서 나달은 '그의 커리어에 훼방을 놓는 존재'쯤으로 치부되며 악역 취급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랬던 선수가 경기장 전체를 채우는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 것을 보면서 정말 감개무량했다. 이 일방적인 응원에, 다른 선수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하다며 핏대를 세우는 안티들도 있던데... 그 설명엔 그저 단 한 마디만 필요하다. "He earned it." 라파도 이런 응원을 처음부터 받은 것이 절대 아니었으니까.


5월에 여행을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다짐했던 말, C'est Mérité. 





 



 


경기 중 화장실 갔다 온 날




명경기가 될 뻔 했던 2022 롤랑가로스 4강전.
나달:즈베레프

무려 91분간의 1세트는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91분이었다. 보통 91분이면 3세트 경기 전체가 끝나기도 하는 시간인데 1세트에만 이 정도 소요됐다. 2011년 9월에 멈춰있었던,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은 행복했던 시간"을 거의 11년 만에야 경신했던 시간이기도 하다. "내 인생에 이런 경험도 가능하구나" 하고.






1세트는 그렇게 대단했고 즈베레프는 다 잡았던 1세트를 놓쳤다.
2세트 시작 즈베레프의 게임을 나달이 브레이크하면서 난 이제 (아마도 거의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 나달의 일방적인 공세가 시작되어 매치가 일찍 끝날 줄 알았다. 1세트를 다 잡았다가 놓친 즈베레프가 그 아쉬움에 정신력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충 치다가 말 것 같아서.




귀국한 뒤 경기를 다시 봄. 
아마 모든 사람들이 딱 이 지점 40:15 까지는 그렇게 경기가 술술 풀릴 줄 알았겠지....

하지만 멘탈 와르르 예전의 그 즈베레프도 아니었고, "자기애의 황제"인 즈베레프는 '자기와 실력을 견줄 만한' 랭킹이 높은 선수와 만날 때는 악에 받쳐 잘 싸운다(내 생각). 경기장에서 나도 잠시 깜빡했지만, 즈베레프가 자주 그렇게 허무하게 경기를 내려놓는 경우는 상대가 약체일 때다. 즈베레프는 '수준이 맞는 상대'와 경기할 때는 훨씬 열심히 한다. 꼭 '이 정도 수준은 되어야 내가 열과 성의를 다 하지' 이런 느낌? 이건 내가 또 한 명의 '자기애 환자'라고 생각하는 키리오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키리오스는 전체적인 실적에 비해 랭킹 높은 선수들과 상대 전적이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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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2세트는 예상 밖 브레이크의 향연으로 승부 공방만 길어지고 흐름은 묘해지고 있었다. 경기장 현장에서 나도 '3시간이 되도록 2세트를 못 끝내면 이거 이 경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하고 있었다.


2세트 3:4로 밀린 상황에서 또 브레이크당하는 나달





2세트도 끝나지 않았는데 경기 시간 2시간 37분째



중계 화면을 빌리자면, ⬆️이 2세트 즈베레프 5:3 서브 게임 시작 직전에 난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결심했다. 원래 선수들의 end change (행해진 게임 숫자 합계 홀수) 시간 빼고는 관중 움직임이 없도록 입구에서 차단하고 있지만, 들어오진 못해도 "나가는"사람에 한해 막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애초에 나도 화장실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보다 안쪽 좌석에 있던 사람이 나가길래, 나도 서둘러 따라 나섰다. 

십수만 원을 내야 하는 필립 샤트리에 코트 좌석도 비행기 '이코노미 클래스' 수준 간격이기 때문에 누군가 화장실에 가면 다들 우르르 일어나거나 다리를 틀어 비켜줘야만 한다. 다른 사람 따라 나가면 그나마 덜 민폐.

내가 나가기 직전 게임을 또 나달이 브레이크 당해서 즈베레프의 5:3 '서빙 포 세트' 상황에 도달했기에, 나는 '서브 강한 즈베레프에게 이번 세트는 넘어가겠네 뭐'하고 일단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했다. 1세트 끝나고 지켜보니 많은 사람이 화장실 해결 혹은 먹을 것을 사느라 나갔고,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줄이 길어져 해야할 일을 미처 처리하지 못하고 2세트 몇 게임을 놓친 뒤에야 겨우 돌아오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행해진 게임 숫자 합계 홀수로 끝났을 때만 (선수들 엔드 체인지 시간을 틈타) 입장을 허용하기 때문에, 밖에서 화장실 줄을 서다 보면 2세트 1게임 끝났을 때는 들어오기 어렵고 한~참 시간이 흘러 2세트 3/5게임이 끝났을 때에나 사람들이 다시 들어오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전까지 ' 이 사람 벌써 집에 갔나??' 싶게 긴 시간 동안 옆자리가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한참 만에 대회 공식 음료인 '페리에' 한 병씩 들고 다들 돌아오는 거였다. 매점 이용률 높구만. 
그래서 난 인파를 피해 세트가 종료되기 전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했다. 

밖에 나가니 역시나 한창 세트 진행 중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고 호닥닥 화장실에 다녀와 다시 경기장에 입장하려 기다리고 있으니 환호 속에 게임 끝나가는 중. 으응? 사실 관중 환호는 나달이 잘 해야만 나오는 건데?? 





화장실에 다녀오면 즈베레프가 5:3에서 게임을 가져가서 6:3으로 세트도 마무리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안 보는 단 한 게임 동안 더블 폴트 3개를 관중들에게 선사하며 그대로 게임을 헌납, 그저 5:4가 됐던 것이다. (물론 경기장에서는 상황을 나에게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그 자세한 스코어는 몰랐다가 나중에 찾아보고 더블폴트 퍼레이드를 알게 됐다.)

물론 경기장에 남아있었다면 포기에 가까웠던 5:3 상황에서 5:4로 따라붙는 실황을 목격해서 열광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명장면을 놓친 게 아니라 즈베레프의 고질병인 더블 폴트 향연만 놓친 셈이니 다행이기도 했다. 

스포츠에선 선수는 물론 팬들까지 온갖 징크스와 루틴의 틀에 갇혀 사는데, 앞으로 뭔가 즈베레프가 '불필요하게' 너무 잘 한다 싶으면 난 화장실로 가야 하나 ?!?!

이 경기는 막판 즈베레프의 부상으로 2세트도 못 끝내고 종료되었다. 행실 때문에 즈베레프를 미워한 적도 있었지만 이 경기를 기점으로 '너무' 미워할 순 없게 되었다. 큰 부상에 나도 모르게 꽤나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조금이나마' 응원해줄... 게.


이 날은 경기 시작 전 갑자기 비가 쏟아졌고 roof를 덮은 채 경기가 진행됐다. 나중에 날이 개었지만 경기 중에 지붕을 다시 여는 일은 없으니, 선수 둘다 엄청난 땀을 쏟아내며 거대한 온실 속에서 사투를 벌였다. 그게 즈베레프 부상의 원인이 됐다고 생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일생에 단 한 번일지 모를, 지붕 덮인 필립 샤트리에 안에서 경기를 관람한 날이 되었다. 경기장에 (특히 상층부) 앉아 있으면 지붕 위로 타닥타닥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다. TV 중계로는 알 수 없었던 경험들.






비 오던 6월 4일 오후



한참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던 그 정류장



구글지도 속 저 사진도 사진이지만
내가 버스를 기다리던 그 시점에도 저 가게의 마네킨들은 여기가 파리 맞나 싶게 촌스러운 옷들을 입고 있었다.


사람들이 꾸역꾸역 늘어나서 나는 가림막 아래 서지 못하고 오른쪽에 보이는 나무 근처에 서 있었다. 낮에는 날씨가 화창했었는데 호텔에서 롤랑가로스 여자 결승전을 보고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다행히 비 오기 전에 결승전은 잘 끝냈네. 비 예보가 있는 내일 남자결승전도 이래야 할 텐데.

어른들은 대부분 비를 그냥 맞는 편이지만
내 앞에 흑인(이런 단어를 굳이 쓰고 싶진 않지만 유럽에서의 경험이라면 푸른 눈의 금발 사람들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모녀가 눈에 들어왔다.

어른은 비를 맞아도 꼬마는 비를 맞으면 안 되지.

가방 속 우산을 꺼내 나도 쓰고 내 밑의 여자아이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다. 나를 올려다보는 아이의 눈빛에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다. 그만 쳐다볼만도 한데,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계속 나를 올려다본다. 단, 아이 엄마는 merci 한 두마디 할 뿐 그다지 고맙지도 않은 눈치였지만.

아주 늦게 버스가 왔고, 너무 간격이 길어서인지 내부엔 사람이 많다. 토요일 오후였는데 애초에 교통앱에도 detour라고 표시되었던 버스이고, 탑승하고 나니 뭐라고 뭐라고 계속 방송을 하지만 당연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익숙한 지명도 나오지 않으니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누군가는 탔다가 방송을 듣고 다시 내린다. 평소에 가던 곳으로 안 가는 버스인 듯하다.

파리에 온 첫날이었다면 거의 두려움에 떨었을 상황이지만 이젠 체류 아흐레째. 어디로 가든 내려서 다른 버스 갈아타지 뭐, 하고 그냥 버스에 몸을 맡기는 배짱이 생겼다.

지도앱을 켜고 천천히 경로를 보니 
원래 가야할 방향과 전혀 다른 길을 택해서 간다.
내가 도착 첫날 가려고 예약해뒀다가 취소한 호텔이 눈앞을 지나쳐갔다. 
그러다가 '뭐 유명은 하다지만 그게 뭐라고 거기 앞까지 찾아감??'이라고 생각했던 곳을 지나간다.



평소랑 다른 노선을 택한 버스 덕분에 볼 생각이 없었던 것까지 보게 됐다.😋

하나씩 하나씩 기억은 사라져가겠지만
지금 갑자기 그 여자아이의 행복한? 신기해하는? 눈빛이 떠올라서 글을 남겨놓는다. 

그 아이의 올려다보는 표정 덕분에 나에게도 그 순간은 좋은 순간이었다.








뒤늦게 안 여행 관련(?) 정보

 


두달 전 파리 호텔 예약을 하다가 방마다 매겨지는 게 아닌 숙박하는 사람 수에 따라 매겨지는 city tax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프랑스도 한국처럼 10%의 세금이 붙는데 거의 모든 호텔 체인에서 이미 세금이 붙은 채로 가격을 표기하기에, 체감상 숙박하면서 내는 세금은 city tax만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예약을 하다 보면 조그만 호텔은 1인당 1.88유로 정도, 중간급은 2.82-2.88정도였다. 유일하게 하루 머무른 5성 호텔에서는 1인당 3유로 넘게 냈지만 그냥 뭐 호텔이 넓고 크니까 재량껏 한 거겠거니...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그동안 받아놓기만 하고 (파리 accor 호텔들은 아무리 작은 호텔이라도 체크아웃할 때 invoice를 그 자리에서 받고 싶은지, 이메일로 받고 싶은지 꼭 물어봄)안 보던 영수증을 보니 아예 5 stars라고 표기되어 1인당 3.45유로의 세금을 징수한 것을 보았다. 엄밀히 말하면 이 호텔은 파리'시'는 아니었기는 한데, 파리나 이시레물리노나 비슷한 city tax를 징수했었던 걸로 봐서 여기도 비슷할 것으로 짐작.

그러고 보니 어떤 규칙은 있었다. 3성인 이비스 스타일은 1.88, 4성인 voco, mercure는 2.5-2.88유로였다. 5성 호텔 세금은 3.45-3.75정도인 것 같다.

내가 파리 호텔들 머물면서 여기는 3성-4성-5성 호텔이 갖춘 것들이 딱딱 너무 차이난다 싶었는데 세금도 이렇게 달리 정해져 있는 줄은 몰랐다.

3성 호텔은 화장실에 양치용 종이컵을 꼭 그냥 대충 엎어놓고 (더럽거나 찌그러져 있어서 쓰고 싶은 기분이 전혀 안 듦) 커피 포트, 냉장고, 클리넥스... 아무 것도 없다. 4성에 가면 종이컵에 비닐이 씌여 있고, 커피 포트나 냉장고, 클리넥스를 구비하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호텔에 다녀 보면 3성에도 냉장고가 있고 커피 포트는 웬만하면 다 있는데, 파리 호텔들은 뭔가 급에 따라 확연히 다른 어메니티를 갖추는구나...했었는데 세금도 딱 달랐다.


그리고....

아시아나 항공 사이트의 깨알같은 (마치 숨겨놓은 보험 약관과 같은) 안내 문구에 당했다.




이번에 인천->파리 구간은 카타르항공을 탔는데, 나는 보통 항공 마일을 카타르항공이 속한 원월드 - AA항공에 모으지만 내가 산 항공권 N class가 AA프로그램에는 25%만 적립되고 아시아나에는 50%가 적립되는 거였다. 아시아나항공의 적립률은 위 사진에서 QATAR airways 로고가 보이는 작은 네모를 누르면 자세히 나온다. 그래서 '그래도 이왕 받을 거 50%가 낫지' 라는 생각에서 온라인 체크인할 때 아시아나 회원번호를 적어 넣었다.

헉,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 어떤 정보를 보고 스크롤을 더 내려보니...

전에는 한눈에 보이지 않던 아랫부분에 깨알같은 추가 설명이 숨어있었다. 👀





'카타르 항공 이용의 아시아나 마일 적립은 인천 <-> 도하 구간에 한함. 

으아...이게 뭐야? 이걸 카타르항공 적립률이 있는 부분에 같이 써놔야지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야 보이는 부분에 따로 작게 써놓으면 어쩌라는 거야? ><?

AA항공에 쌓을 수도 있었던 도하-파리 구간은 그냥 버리는?? 그런데 이 구간이 생각했던 것보다 길었던..서울에서 싱가포르 가는 것보다 긴 구간인데 아무리 25%라도 마일리지 날리기는 아깝다😭. 현재 AA에 "●만 9천 8백 마일"을 갖고 있는 상태라 요게 딱 채워져야 "🅞만 마일"이 완성되는데...

심지어 카타르항공 인천-도하 탑승편 마일리지는 3주가 지나도록 아시아나에 적립되지도 않았다. 보딩패스 원본까지 넣어서 등기로 아시아나 사무실에 부쳐야 한댄다. 🙎 그러면 회원 번호 넣은 의미도 없는 거였네.😡 어휴, 이제 와서 보니 이미 사람들 경험담이 있던데...정보 조사를 조금 더 했으면 두번째 비행편에는 FFP number 아무 것도 안 넣었어야 했다. 아니면 체크인 카운터에서 두 비행편 적립 항공사를 다르게 해달라고 부탁하거나. 

회원번호가 입력이 안 되어있었으면 AA 사이트에서 쉽게 사후 적립 신청할 수 있는 거였는데 현재는 AA에서 '니 항공권에 이미 아시아나 넘버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상태. 이거 뭐 편도 17시간이나 비행기를 탔는데 현재 쌓인 마일리지가 하나도 없다.


✈ 추가: 탑승 완료 25일 후 규정대로 인천->도하 구간만 아시아나 계정에 적립되었음. 다행히 등기로 탑승권을 보낼 필요는 없어졌다.   



Daydreaming은 순식간에 끝났고 

어느새 모든 게 과거가 되었고

이제는 또 현실이구나 느끼던 날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자각을 다시 하게 되네 ㅎㅎ.




이비스 스타일스 파리 꺄데 라파예뜨 ibis Styles Paris Cadet Lafayette

 


이 호텔은 오페라지역 근처이고 파리 북역도 도보 거리인 파리9구에 위치해 있지만 작은 규모 때문인지 가격대는 아주 높진 않은 편, 좀 일찍 €100 미만일 때 예약해놓았다. 이번 파리 여행의 마지막 숙소인데, 공항으로 떠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진 지역에 있는 호텔이다. 

북역 근처이니 유로스타 타고 런던가기에도 좋아서 마일리지로 런던발 인천 귀국을 예약해서 추가로 영국 여행도 하는 것을 고려해봤는데, 원래 Heathrow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권은 세금이 너무 너무 비싸서 돈 아까워 포기했다. 마일리지 항공권 세금이나 다른 항공사 편도 귀국 발권이나 가격 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어떻게 해도 수십만원 내는 것은 마찬가지라 전혀 예산 절약도 안 되는데 수십만원 지출에 추가로 애써 모은 35,000마일까지 없어지는 셈이 되니, 그냥 이번엔 돈 주고 사고 35,000마일은 남겨두는 게 차라리 나은 선택이었다.


이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7호선 Poissonnière역으로 1번 출구엔 에스컬레이터도 있다. 도보로도 갈 수 있는 거리지만 7호선 타면 갤러리 라파예뜨 같은 백화점과도 금방 연결된다. 이 역 기준으로 동쪽부터 10구가 시작되어, 바로 악명높은 파리북역 부근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내가 예전에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갑자기 파리에 갔다가, 이 부근을 아무 생각없이 혼자 걸어서 별탈없이 유로스타를 탔던 기억 때문에 이 지역을 만만하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조심.

2011년과 2012년에 방콕에서 all seasons 호텔에 묵은 적이 있는데 예약 시 조식과 무료 와이파이가 포함되는 브랜드였다. 10년 전에는 호텔에서 인터넷 연결에 시간당 or 하루당 따로 돈을 받았었기 때문에 '무료 와이파이'를 장점으로 광고할 수 있었다. Accor에서 2010년대 초반 all seasons 브랜드를 없애면서 그 호텔들이 ibis Styles가 되었고 조식/와이파이 포함 개념도 물려받았다. (요즘은 '무료가 아니면 말이 안 되므로'ㅋㅋ 와이파이 무료를 브랜드 특성으로 광고하는 호텔은 없다😂) 




tripadvisor에서 Rendik님이 2011년에 남긴 사진을 보니, 이 호텔도 2010년대 초반까지는 올시즌스였나보다. 10년만에 보는 저 간판.. 왠지 반가움.


1시 넘어 도착하니 방을 주긴 주는데 내 방앞에 양동이를 놓고 에어컨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고 있었다. 



이런 방 밖에 없냐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면 고쳐준다고 한다. 옆의 조식당에서 차나 커피를 마셔도 된다고 해서 한 잔 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좀 짜증이 남. 곧 고칠 수 있다면 나중에 올 사람에게 이 방을 주면 되는 거지, 왜 일찍 온 나한테 줌?? 알고 보니 이곳은 체크인이 2시라고 한다. 여태 갔던 파리의 이비스/이비스 스타일스의 체크인 시간이 모두 12시였기 때문에 여기도 그러려니...하고 내가 정규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왔기 때문에 방 준비가 아직 안 된 것이었다. 몇 분 뒤에 청소가 완료된 다른 층의 방을 받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외출하면서 리셉션 직원에게 내가 체크인 시간을 착각했다고 사과했다.



이미 알고 왔지만 8-10m² 정도의 매우 작은 방. 그래도 뭐 혼자 하는 여행이라 불만은 없고, 작은 스툴 2개까지 있는 것을 보니 이 작은 방에 별걸 다 챙겨넣었다 싶다. 





침대 발치에 보이는 작은 테이블도 뭔가를 먹거나 어떤 것을 적거나 할 때 좋았다.
좁은 방에 그래도 필요한 것은 다 있는 셈.
10년 전 후기에 나온 사진이나 지금 방의 모습이나 카펫 교체 외에는 차이가 없는 것을 보면 10년 이상 리노베이션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 세월에 비해서는 깨끗하게 유지된 편이다.




앞쪽 골목 건너편으로 창이 난 방은 좀 더 파리 느낌이 나서 더 좋을 같은데, 가격이 저렴한 싱글룸은 그저 뒷 건물로 막힌 뷰의 방이다. 더블룸엔 그래도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이 있는 듯 하다.



여태 '풀북이라더니 이 호텔에 나만 혼자 있나??' 싶은 조용한 호텔에만 있다가 왔는데 이 호텔은 사실상 고시원 느낌. 옆방 TV 소리도 다 들리고 분리된 샤워부스라고 할 것도 없이 물이 바닥 전체로 떨어지는 작은 화장실 뿐이다. 하지만 다른 후기 사진을 보니 유리로 된 샤워부스가 너무 작게 만들어져 있어, 차라리 이렇게 아무 것도 안 막혀 있는 구조가 덜 답답하고 나아 보일 정도였다.

이 호텔은 엘리베이터 크기, 샤워부스 크기나 변기의 위치 등을 생각하면 덩치가 엄청 큰 사람은 이용하기 좀 힘든 호텔임을 고려해서 예약해야 한다.




그래도 개인적으론 위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한국인을 위한 스세권 - 도보 5분 거리에 스타벅스까지 있다) 이번처럼 100유로 이하일 때는 머무를 만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이상을 지불하기에는 좀 아깝긴 하다. 근처에 여러 종류의 식당도 많고.. 이용하진 않았지만 한식당도 몇 개 눈에 띈다. 호텔의 아침 식사도 무난한 이비스 스타일스의 아침 식사. 여기는 그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머무르면 가격 대비 만족을 얻을 수 있다.

 Sacré-cœur몽마르트르까지 도보 20분, 북역까지 도보 10분 거리이고, 오페라 가르니에 Roissy bus가 서는 정류장 코앞까지 8-9분만에 가는 45번 버스 정류장이 도보 3분 정도라서 마지막날 머무르기엔 좋다. 사실상 여행 마지막날은 이미 '공항에 가는 것과 짐 정리하는 것'에 온 신경이 집중되기 시작하는 때이므로 좋은 숙소에 머무를 필요도 없는 날이기도 하다.

교통앱에는 오페라 가르니에 까지 늘 8-9분 소요로 나오던 45번 버스 이동이 도로 정체로 20분 걸리기도 했으니 공항에 갈 때는 역시 여유있게 움직여야 한다. 내가 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겠다고 하니 다들 교통 정체를 경고했었는데 파리를 떠나는 마지막날 오전 11시에 드디어 정체를 경험해봤다. 사실 호텔에서 roissy버스 정류장까지는 걸어가도 21분 걸린다고 나오는데, 짐을 끌고 20여분을 걸을 수는 없어서 버스를 택했지만 버스 안에서 20분을 보내게 됐다.


근처에 있는 약국에서 20유로를 내고 손쉽게 안티젠 검사를 받았고 20여 분?? 만엔가 결과를 받았다. 호텔 이메일 주소로 결과지 첨부파일을 보내니 호텔에서 무료로 출력해줬다. 2022년 6월 기준, 불어로 된 음성 결과지로도 무사히 한국 입국했다. 사실 Q-CODE에 첨부파일을 업로드하면 되므로 결국 종이는 필요없긴 했는데 일단 규정이 있으니...

예전에는 소음은 잘 견디고 냄새에 예민한 편이었는데 이제는 소음도 못 견디겠다. 아침이 되자마자 옆방에서 티비를 켜니 그 소리가 웅얼웅얼 다 들려 최악이었지만, 그래도 이 낡아가는 호텔은 이상하게도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이번 파리 여행에서 계속 "성남"쯤 되는 지역에서 머무르다가 비로소 '종로/중구' 귀퉁이에 입성해서 그런가보다. 🤗 오페라 지역에서의 거리나, 공항에서 오는 RER B역과의 거리를 생각하면 파리 도착 첫날 숙소로도 좋을 것 같다. 도보 가능 거리 내 동네가 '파리'임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지역이라🐓. 


구글지도 Randolph Hirsch 사진. 더블룸 예약해서 이쪽 창문 방을 받으면 훨씬 나을 것 같다.


나는 도착 첫날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영향으로 호텔 가격이 엄청 비싸던 시기였던지라,  파리 끄트머리로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 통역을 도와준 사람이 '파리 첫날이라면서 도대체 이런 지역에는 왜...???'하고 내 선택을 엄청 의아해했었다.😃 그 사람은 '오늘이 한국 여행 첫날이라면서 대림동에서 마라탕 사먹으려고 줄 서 있는 미국인'을 보는 서울 사람같은 의아한 기분이었겠지 ㅎㅎ.

살 것이 있어서 북역을(다들 조심하라고 하는 지역)두 번이나 걸어갔다 왔는데  파리의 다른 지역과 차이점은 크게 못 느꼈다. 거기선 다들 정말 바쁘게 움직인다는 것만 빼고는. 그래도 끝까지 정신 놓지 않고 아무 것도 안 잃어버리고 여행을 마쳐서 정말 다행이다. 운나쁘게 뭔가를 도난당하거나 잃어버리게 되면 그 나라/그 여행 전체의 인상이 나빠지는 법이니... 



이 호텔 앞길은 다리? 육교?가 가로지르고 있어서 좀 독특하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배경이 될 수 있다.




Paris CDG ( Charles de Gaulle ) 터미널 2F 정보





Schengen Agreement내 유럽 국가로 가는 비행기를 탈 경우 체크인 카운터는 출발 2시간 전에 오픈하므로 그 시간에만 맞춰가면 된다. 에어프랑스가 아닌, 하루에 한 두편 띄우는 항공사는 일찍 가봤자 "아무도" 없음.

2F터미널에서 내가 부칠 짐의 무게가 궁금할 경우 
체크인 카운터 "5" 에어프랑스 앞에 가면 저울이 있다. (사진은 체크인 카운터 3)

체크인 카운터를 닫으면 전원을 모두 꺼서, 체크인할 때 가방을 올려놓는 그 저울조차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 컨베이어 벨트가 안 돌아간다 뿐이지 전자저울은 계속 켜져 있을 줄.

놀고 있는 직원 1명에게 어디서 무게를 잴 수 있냐고 물어봄 -> "맥도날드 근처에 가봐. 거기 있을 지도?" -> 맥도날드 근처에 아무 것도 없음 -> 근처 에어프랑스 남자 직원에게 (의외로 친절친절했음) 질문 -> "저~어기 에어프랑스 여자 직원있지? 그녀에게 가봐. 무게 잴 수 있게 도와줄 거야"  -> 카운터 2 에어프랑스 여직원 "카운터 5로 가라. 거기에 저울이 있어"

터미널을 좌우로 횡단한 끝에 저울을 발견해서 무게를 재봄. 초과하면 돈 내야해서...
그런데 정작 체크인이 시작되자 아무도 내 가방 무게에 관심이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






코트야드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 Courtyard Paris Porte de Versailles

 


2019년에 중국 여행 숙박 포함 23만원 정도 쓰고 받은 Marriott 25,000포인트 상당 호텔 무료 숙박권이 있었는데 원래 유효 기간은 2020년 4월까지였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여행이 불가해지자 Marriott에서 몇 차례 유효 기간을 연장해 준 끝에 최종적인 유효 기간은 2022년 6월 30일이 되었다.  

해외여행 길이 막혔는데, 서울에서 25,000포인트 무료 숙박 호텔은 모두 별로라서 숙박권을 2019년 4월에 받은 이후 3년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쓰면 St. Regis나 Ritz Carlton에 갈 수 있는데 서울에서 courtyard나 Aloft를 전전하자니 너무 비교되어 아까웠다. 2019년에 중국에서 쓰고 돌아왔을 걸 하고 후회를 몇 번이나 했다. 게다가 메리어트가 2022년 3월 29일부터 25,000포인트 같은 획일적인 무료 숙박 조건을 폐지하고 유동적 포인트 제도로 바꿔서, 날짜에 따라 요구 포인트가 변하니 계획을 짜기가 어려워졌다. 

그후 파리 여행을 하게 되어 검색을 해보니 21,000 - 23,000포인트가 필요한 몇몇 호텔이 보였다. 물론 파리 시내가 아닌 근교 도시 위치지만, 파리는 차라리 변동 포인트제 덕에 내가 이익을 보게 된 곳으로 예전에는 파리에서 25,000포인트로 숙박할 수 있는 곳은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 40,000포인트를 Moxy의 11m² 좁아터진 방에 써야 하는 곳이 파리. 


Marriott 무료 숙박지 중에 롤랑가로스 경기장과의 거리 때문에 선택한 곳은 Courtyard Paris Porte de Versailles. 베르사이유 궁전과는 관계가 없고 이번 여행에서 내가 대부분 숙박하게 되는 Issy les Moulineux에 위치해 있다. 사실 파리 순환도로가 지나가는 시 경계선 근처에 있기 때문에 1분 걸어가면 파리 15구다. 2019년 12월에 신축으로 오픈해서 파리에서는 상당히 새 호텔에 속한다(엘리베이터가 덜컹거리지 않는다는 뜻😁). 게다가 호텔 오픈과 코로나 시기가 겹쳐서 여행자가 평소보다 드물었을 테니 때를 덜 탔을 듯한 느낌도 있다. 롤랑 가로스 기간 중 취소 불가 가장 싼 요금이 23만원 선으로, 23만원 쓰고 받았던 숙박권으로 다시 23만원 짜리 숙소를 무료로 이용하게 되니 알차게 잘 이용하는 셈. 

IHG는 포인트 숙박 시에 아무 안내가 없었지만 체크아웃할 때 도시세 2.88유로를 결제했던 것과는 반대로.... 여기 코트야드는 포인트 예약 시에 줄기차게 세금에 대한 안내가 나왔지만 정작 체크아웃할 때 그냥 가라고 했다.


가장 가까운 대중교통 정류장은 지하철 12호선/트램 2호선 Porte de Versailles역으로, 도보 5분 정도 걸린다. 여기는 서울의 코엑스같은, 대형 전시장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트램 2호선일 경우, 내려서 어두컴컴한 다리 밑 대로를 건너 호텔에 걸어오는 수고를 피하기 위해 다음 트램역인 porte d'Issy역에서 내리면 도보 4분 정도. 파리는 시 자체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대중교통 정류장간 거리가 가까운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호텔 옆옆 건물이 까르푸시티 수퍼마켓이라 장보기 편하다. 농심/오뚜기 이런 류는 아니지만 한국 맛과 똑같은 컵라면(Mr.Min)도 팔고 있으니 참고. 한국인이 많이 사는 파리 15구 바로 건너편이기 때문에 이런 상품도 파는 게 아닐까 짐작함.

스탠더드룸 22m² 정도로 파리 경계를 벗어났기 때문인지 방도 넓은 편이다. 사실 서울에서 4성 호텔이 22m²면 좁다고 불만이 나오는데 파리에선 넓은 방으로 분류된다 ㅎㅎ. 그리 높지 않은 건물인데도 '에펠탑 전망'이라며 에펠탑 스위트를 보유하고 있던데 에펠탑이 얼만큼 보이는지 궁금. 호텔 근처에서 출발하는 80번 버스를 타면 20분이면 에펠탑 부근에 도착한다.



가장 무난한 호텔이라 생각하고 가장 마지막 롤랑가로스 결승일에 예약해 둔 이 호텔이 사연 많은 호텔이 되었다.


준결승 때 체크인을 못해서 옷도 못 갈아입고 경기장에 가야했기 때문에, 결승날엔 얼리 체크인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marriott에는 아무런 엘리트 등급이 없었고 내가 요구해도 받아들여 질 것 같진 않았다. 준결승 때 점심을 먹고 경기 시작 시간 맞춰 경기장에 가보니 입장하는데도 사람이 몰려 엄청 오래 줄을 서야 했고, 대회 막바지에 이르자 기념품샵도 건물 밖에까지 줄이 늘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결승날은 재빨리 점심을 챙겨먹고 경기 시작 시간보다 훨씬 일찍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야 줄 안 서고 티켓을 받은 뒤에 기념품샵에서도 쾌적하게 뭐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courtyard 숙박 전날 온라인 체크인을 해두자, 당일 아침 일찍 너의 방이 준비되었다고 알람이 왔다. 으하...너무 기쁘다. 일찍 체크인하고 경기장에 가야지.


체크인할 때 "너 포인트로 예약했구나. 너의 loyalty에 감사" 라는 말을 들었을 때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방에 올라가보니.... 또 커넥팅룸이었다. 아휴, 바로 어제 커넥팅룸에서 "Lorenzo~" 를 찾는 옆방 아재의 목소리를 바로 옆사람이 말하는 것같이 듣다 왔는데...😖 다시 내려가서, 커넥팅룸 문 사이에는 언제나 틈이 있고 그 사이로 소리가 샌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으니 방을 바꿔달라고 했다. 


솔직히 맨날 "풀북이다" , "바꿔줄 방이 없다" 라고들 하지만 방이 있는 거 다 안다. 그런 것에 비해서도 엄청 오랜 시간 계속 키보드만 두드리더니, 한참 만에야 새로운 룸 키를 내놓았다. 그런데 올라갔더니... 이게 뭐야? 또 커넥팅룸이다. 😡 가방을 줄줄 끌고 다시 로비로 내려갔다.

"뭐냐? 또 커넥팅룸? 오늘밤 내 옆방에 아무도 안 들어온다는 걸 보장해야만 난 여기에서 숙박할....."

웃기게도 직원이 이미 준비해뒀다는 듯이 곧장 키 카드를 내민다. "이 방은 커넥팅룸 아니야."

진짜 장난하나. 그러면 진작 이 방을 줬으면 되잖아?


어휴.... 분노를 삭이고 다시 올라왔더니 나름의 업그레이드는 해준 듯 하다. 이전 방에는 없던 욕조가 있고 세면대가 두 개 있는 방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하느라 1시간 가까이 지체되어서 결국 점심을 못 먹고 쫄쫄 굶고 롤랑가로스 경기장에 갔다. (롤랑가로스 내 매점 줄까지 엄청 길어져 엄두를 못내다가, 나중에 경기장 꼭대기 매점에서 샌드위치를 사기 전까지 배고파서 진짜 고생함 ㅜㅜ )


새로 생긴 호텔이라 시설도 좋고 깨끗하고, 덕분에 욕조 목욕을 해서 피로를 풀 수 있는 곳이었지만 체크인 때 이런 일이 생기니 인상이 좋을 수가 없다. 파리의 4성 호텔에는 꼭 뭔가 하나씩 없었던 냉장고, 커피포트(캡술커피 외에 추가로), bathrobe, 1회용 슬리퍼, 와인 오프너까지 전부 있던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체크인 직원이 인상을 다 망쳤네.

방을 일찍 받았는데 뭐가 불만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세 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한 게 기존의 체크인 시간과 안 겹쳤기에 그 정도인 거지, 만약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체크인 시간에 이런 일이 있었으면 한 번 내려왔을 때마다 수십분씩 줄을 서서 결국 1시간 넘게 지체되었을 수도 있다. 😑 다들 줄서 있는데 새치기를 할 순 없는 일이니 나도 다시 줄서서 세 번을 기다렸을 거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 호텔 후기를 보면 요즘 '체크인 하는데 너무 오래 기다렸다' 이런 후기가 꽤 보인다. 

또한 "4일을 머물렀지만 청소 한 번 제대로 안 해줬다"류의 후기도 꽤 보이는데 많은 나라가 현재 겪고 있는 상태로, 항공사/호텔이 코로나 때 줄였던 인력을 미처 확충하기도 전에 여행객들이 다시 늘어나서 여행객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다. 하지만 이 호텔은 1박에 30-40만원 받는 곳, 이런저런 핑계 대신 거기에 걸맞은 노력을 했어야 한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본 이 호텔 후기가 콱 박힌다. " Happy to charge clients a high price but not employ enough resource to service." 말투가 '돈은 돈대로 비싸게 받아먹고 직원 채용할 돈은 없냐" 딱 이 느낌. 


대부분 파리 시내 중심부 관광을 위해 파리를 방문하기에 이 호텔을 외곽지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시*컨벤션 등을 위해 파리에 방문한다면 Porte de Versailles 전시장을 바로 근처에 둔 이 호텔은 그 방문 목적에 잘 부합하는 곳이다. 그런 출장 수요를 노린 것인지 도로 뒤쪽으로 꽤나 크게 지어져있으며 긴 복도로 이어진 꺾어지는 구조로, 밖에서 보던 건물 크기보다 한 층에 방이 굉장히 많은 호텔이다. 구불구불 복도를 돌다가 깜짝 놀랐다.



일찍 내 방을 준비해준 건 정말 감사하지만... 정오가 되기 전임에도 커넥팅룸 키를 두 번이나 나에게 내밀 수 있었던 건 그 방이 인기없고 보통은 비어있는 방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었다. 

방 교체 소동만 아니었으면 롤랑가로스 결승전날 얼리체크인으로 완벽하게 기분 좋은 호텔로만 남았을 텐데 나도 아쉽다.





↑7층 갔다가 6층 갔다가 마침내 5층... 세번째로 받았던 방. 기본에 비해 욕실 시설이 좀 더 좋다.



숙박 후 courtyard에서 보내온 feedback 양식에 자세하게 써서 보냈더니 나름의 긴 답장은 보내왔다. 자기들은 Connecting room 사이의 방음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며 정기적으로 테스트를 한다고. ('정기적'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바로 소음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잖아. 뭐 녹아내리는 소재의 방음재라도 쓰는 건지??🧐) 하지만 또다시 커넥팅룸을 준 직원 실수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나에게 커넥팅룸을 배정했다는 사실보다 두번째에도 커넥팅룸을 줘서 6-7층을 왔다갔다 하게 만든 것에 대한 불만 feedback이었는데.

"I would like to bring to your attention that we are extremely careful regarding the insulation of our connecting rooms which have two doors to avoid the sound diffusion. We also regularly test the good insulation between our communicating rooms."

몇 분 테스트 해보는 거 말고 하룻밤 내내 머물러봤냐고 물어보고 싶네. 🧨 룸 업그레이드 대처가 훌륭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더 이상 이의 제기는 안 할 거지만. 

나도 이전 호텔에서 밤 9시에 갑자기 옆방 아저씨가 "Lorenzo~ 내 방으로 와라. 너 어디냐" 타령을 5분 넘게 하기 전까지는 그 방 방음이 완벽한 줄 알았었지...🤦‍♀️ 엘리베이터 바로 옆방인데도 엘리베이터 소리조차 안 들리던 방이었기 때문에.







롤랑가로스/파리 여행 후 짧은 생각



* 인증/자랑은 인류의 본능이다.
롤랑 가로스 경기장은 관람을 위한 그 수직적 높이 때문에 내 아래 앉은 사람들 좌석이 그대로 내려다 보이는데, 다들 경기장에서 찍은 사진 페이스북/인스타에 올리고 경기 틈틈이 댓글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다. 국적 나이 불문인 듯. 중년 이상으로 보이는 분들도 경기 중에 소셜미디어 확인 많이 하더라. 매치 포인트나 세트 포인트에 돌입하면 대부분 영상을 찍는다.

* 직관이라서 놓치는 상황도 오히려 많다.
4강전에서 꽤 큰 선수 부상이 있었는데 내 좌석쪽 사각지대에서 벌어져 TV로 보는 것보다 오히려 늦게 알아차림. TV 중계는 마이크로 현장음을 잡기 때문에 선수의 고통이 소리로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됐는데, 현장에선 그것까진 몰랐음. 그때까지 너무나 얄밉게 잘 하던 상대방이었고, 행실 때문에 애증이 교차하던 선수였는데 부상앞에서는 그런 미움을 느낄 새가 없었다. 현장에서 알게 되고 나선 (나 자신이 신기할 정도로) 너무 슬프고 마음 아팠다. 
직관이라 해도 좌석의 위치가 중요한데 4강전 내 자리 같은 경우도, 부상을 일찍 알아채지 못한 것처럼 베이스라인 뒤로 물러나 공을 받는 선수가 잘 안 보이는 자리였다. 나달이 우승한 2022년 호주오픈 매치 포인트를 보면 공이 떨어지는 곳과 가까이 앉은 관중들로부터 순차적으로 환호가 시작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경기장 안에서도 각자 다른 시간에 결과가 접수되는 것이다.

* 프랑스 공중파 TV는 롤랑가로스 저녁 경기 중계를 안 한다.
파리에 있다고 해서 모든 롤랑가로스 경기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료 채널을 구독하지 않는 한, 호텔에서 TV로 볼 수 있는 것은 그나마 day session 경기 뿐이며 나달:조코비치 경기일지라도 night session은 중계하지 않고 정규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이 경험 덕분에 이번 CNN 인터뷰에서의 나달 답변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여자 경기를 왜 (main match인)나이트 세션에 많이 배정하지 않냐고 불공평하다고 하지만, 여자 경기가 데이 세션에 더 많이 배정되니 더 많은 시청자가 볼 수 있어 공평하지 않느냐" 라는 내용. 프랑스 티비는 롤랑가로스 저녁 경기를 중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됐기 때문에 이 답변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게 됐다. 입장권을 구매하거나 유료 채널을 구독하지 않는 한, 파리에서는 나이트 세션에 대중이 접근하기가 어렵다.



* 프랑스 빵이 맛있는 건... 기분 탓이다.
파리 여행와서 행복감과 사랑에 충만해지신 블로거 많이 봤는데 다들 빵이 "어쩜 이런가요" "호텔 조식 크르와상도 남달라"라고 해서 기대했다.
하지만 뭐가 다른진 잘 모르겠던데... 내가 애초에 빵을 그리 좋아하진 않아서일 수도 있고.
프랑스 빵이 유난히 맛있는 건 현재 당신의 기분이 좋기 때문입니다.🤗


* 의외로 조용한 파리 호텔
내가 예약한 호텔은 대부분 풀부킹이 되었고 체크인할 때도 꼭 몇 팀은 마주쳤고, 또는 사람이 많아서 심각하게 오래 대기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 호텔 방 안에 들어가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풀북은 거짓말이고 꼭 호텔에 나만 있는 것 같은 느낌. 파리 근교 호텔 9개 정도를 옮겨다녔는데 대부분 그랬다. 방음 공사를 잘 하는 건지, 조용히 숙박하는 건지.. 다들 조식 때가 되면 어디서든 다 나오긴 하더라만 :)
10m² 방 넓이에 옆방 티비 소리가 다 들리던 마지막날 호텔을 빼면 다들 너무나 조용해서 신기했다. 



헬싱키 도보 정복(?)





아침엔 흐렸지만 날씨가 점점 개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서는 '마지막날 공항행 기차표 포함 1일 무제한 교통권 끊고 시내 돌아다녀야지' 계획하고 출발했었는데, 북유럽답게 생각보다 표가 좀 비쌌다. (공항 zone을 포함한 1일 교통권이 파리 7일 교통권 가격의 절반😲). 그래서 그냥 내 다리로 걸어다닌 결과... 시내 지리 파악에 성공. 다음에 또 간다면 어디로 가야할 지 알 것 같다.

도착한 날 짐을 끌고 숙소로 갈 때 낯선 환경에 엄청 헤맸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방향 감각을 익힌 후 다시 숙소에서 짐을 끌고 헬싱키역으로 갈 때 결국 어제 왔던 길로 다시 가게 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완전 헤맨 것은 아닌 걸 알게 되어 안도했다. 길이 고생스럽게 느껴졌던 이유는 공항쪽에서 온 열차, 혹은 공항쪽으로 출발하는 열차가 대부분 중앙 승강장에서 굉장히 먼 곳에 정차는 경우가 많아서 역 건물이 안 보여서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도시로의 오로라 관광 같은 거면 몰라도 헬싱키 자체는 하루 이상 머무를 정도는 아닌 것 같고
다음에도 환승할 일이 생긴다면 7-8시간 정도 여유있을 때 다시 한 번 나와볼 의향은 있다. 프랑스에 비해 사람들이 밝고 친절하고 한국인에게 익숙한 억양의 영어를 사용해서 마음이 편했다.
 

특히 유럽 국내선을 타고 vantaa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입국 심사 이런 것도 없으니 시간 잡아먹는 게 없어서 금방 시내에 들어갈 수 있으니 더욱 시내 관광을 즐길 만하다. 단, 돌아갈 때 특정 시간대에(나의 경우는 오후 3시 반 정도) 국제선 비행기를 타야한다면 굉장히 불편한 동선과 함께 끝없는 대기열의 난장판을 경험할 수도 있으니 이미 보딩패스를 받은 다음 레이오버를 나왔다고 하더라도 비행기 출발 시간에 너무 임박해서 공항에 가면 안 된다. 수하물 액체류 검사를 굉장히 꼼꼼하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VANTAA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기차는 i 아니면 P선을 타면 된다. 북쪽 vantaa공항에서 남쪽 헬싱키 시내까지 동쪽으로 둘러서 가느냐와 서쪽으로 둘러서 가느냐의 차이인데, 시간이 약간 덜 걸리는 i선의 경우 헬싱키 중앙역까지 27분 걸리고 편도 4.1유로. 하루에 공항 왕복 계획이 있다면 이때에는 ABC존 1일 이용권을 구입해도 시내에서 전차도 마음대로 탈 수 있으니 이익일 듯. 기차 앞에 행선지로 Helsingfors가 표시되는 경우가 있어서 혼자 '저게 헬싱키'이라는 뜻인가보다'라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스웨덴어로 '헬싱키' 였다. 


교통앱에서도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고, 무인발권기는 승차장 근처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 걱정말고 일단 기차를 타러가자. 나는 촌스럽게(?) 헬싱키역사 내부에서 발권기를 찾아 헤매다가 짐을 질질 끌던 채로 기차를 눈앞에서 한 대 놓쳐 절망했다.😔 다시 짐을 질질 끌고 다른 승강장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밤 11시의 헬싱키



생각보다는 그래도 이른 오후 8시에 호스텔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여름엔 거의 해가 안 지다시피 하는 곳이니 밤 늦게라도 시내를 좀 돌아보는 게 원래 목표였는데 생각보다 너무나 피곤해 늘어지고 말았다.

나에게는 여기서 22시간뿐인데 또 내일은 비 예보가 있다. 뭘 할 수 있을지...

밥 먹고 그대로 호스텔 침대에 누워만 있다가
일단 나가봤다.
밤 10시 52분






밤 11시에 노을을 볼 수 있는 곳. 북유럽. 
분홍과 보라 색조마저 띤 하늘색이 예뻤는데 카메라에 그 색이 안 담긴다.

일단 굉장히 깨끗하고 깔끔한 인상이고 파리보다 사람들이 개성있다. 파리 시민들 의상같은 게 더 무난하게 느껴졌고.. 여기는 도착 몇 분 만에 이젠 중국에서도 보기 힘든... 아예 상의를 탈의하고 다니는 남자를 목격하는 등등 뭔가 더 자유분방하다. 사실 '멋있는' 개성은 아니고 '남의 눈을 신경 안 쓰는' 개성을 말한다.

이게 바로 성급한 일반화겠지 ㅎㅎ
난 아직 헬싱키역 반경 1km도 현재 벗어나지 못했고, 내일 비가 오면 더더욱 어찌될지 모르겠다.





신문 확보 실패





이번 여행에서 원하던 것을 거의 다 이루었지만...
꼭 한번쯤은 손에 넣고 싶었던 L'équipe 나달 우승 1면 사진 신문을 구하지 못했다

며칠 전 mercure에 머물렀을 때 호텔 1층에서 신문을 손쉽게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에, 나중엔 어디서 사야하는지 알아두는 걸 까먹었네.

오늘 오후 늦게 이걸 사야한다는 걸 깨달았지만
사실 거리에서 신문 파는 곳을 보기가 어려웠고, 심지어 오늘(월요일) 프랑스는 휴일이어서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머무르는 호텔에서 가까운 파리 북역까지 걸어갔지만... 이런 것들을 판매하는 매장인 Relay에도 L'équipe는 없었다. 파리 북역 좌우측 Relay매장 신문 가판대 두 곳 모두에 빈칸이 하나씩 있는 게 눈에 띄었는데 그게 혹시나 L'équipe자리였을까....😒 나달 기사가 1면에 작게 실린 Le monde라도 살걸. 이젠 밤이 늦어 나갈 수도 없다.

이 신문도 사고, 롤랑가로스 끝난 후의 파리도 느긋하게 즐길 겸, 월요일 이후의 비행편을 일부러 찾아서 예약했는데... 결국 결과는 롤랑가로스 끝나자마자 월요일 새벽 비행기(예약할 뻔 하기도 했던 항공편)타는 거랑 비슷하잖아?? 차라리 공항이 신문 구하기 더 쉬웠겠음. + 가려던 미술관도 월요일 휴일이라 가지 못했다. 😔 테니스에 집중하느라 다른 정보 조사는 게을리함.

그래도 뭐 아쉬운대로 다른 날 이틀치 신문은 갖고 있다. ㅎㅎ



모든 걸 다 이룰 순 없지.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서울에 있었어도 우리 동네에서 스포츠신문 사러 어디 가야하는지 모르겠는데?? 신문을 사본 적이 없다.

"Well, heaven knows I've tried"
정말 많이 걸어다녔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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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다음날 것을 삼 ㅎㅎ
다시 가보니 어제의 빈 자리는 L'équipe의 빈자리가 맞았다. 프랑스인들도 기념하고 싶겠지.

오히려 이걸 특별히 산 한국 사람은 별로 없을지도 모르니 난 이거라도 기념으로... 



----6월 17일 추가

그렇구나... 프랑스 취재 마치고 떠나는 기자들도 이건 구입하고 떠나는 거였구나. 그러니까 파리북역 신문가판대에도 L'équipe 만 없지...ㅜ









트라이브 파리 바티뇰르 TRIBE Paris Batignolles

 

한국에선 갈 수 없는 호텔 브랜드에 도전해보자 하고 예약한 호텔.

트라이브는 호주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2020년 10월말 유럽 지역엔 최초로 이곳 파리 바티뇰르에 오픈했다. 아시아권에는 2022년 4월 발리에 최초 오픈해서 아직 아시아에서는 좀 생소한 브랜드다. 소개를 보면 '합리적인 가격의 디자인 호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로서는 Grand Mercure - ibis - Mgallery - Pullman - Novotel - ibis Styles - Mercure - ibis Budget - Mondrian에 이어서 10번째로 방문해보는 Accor 브랜드.


파리 17구.



예전에 Abrial hotel이었던 곳을 2020년 10월에 새로 단장해 문을 연 곳인데, 2022년 6월 시점까지도 신용카드 명세서에 여전히 Abrial hotel로 표시됨.

이 호텔의 방 종류는 두 가지인데 거리쪽으로 창문이 난 방과 뒤편 정원쪽 창문이 난 방이다.(17m² 동일) 그런데 거리쪽이 더 싸고 정원쪽 방은 약간 더 비싸다. 정원 전망에 뭔가 장점이 있나보다. 그런데 정원쪽으로 창문이 있으면서도 넓이가 13m²인 싱글룸은 거리쪽 방처럼 약간 더 저렴하다. 나는 혼자 다니니까 넓지 않아도 되어서 좀 더 저렴하게 정원 전망을 볼 수 있는 절충형(?)인 작은 싱글룸을 골라 예약했다. 

하지만 도착과 동시에 친절하고 밝은 아저씨....(라고 썼지만 사실 나보다 어리겠지)가 정원쪽 더블룸으로 업그레이드해줬다.

사실 이번 내 여행의 본거지인 파리 남서부와 거리가 있어서 좀 이동 시간이 길어 약간 힘들었지만, 일단 와보니 안 와봤음 어쩔 뻔 했나 싶은 진짜 새로운 분위기의 동네 & 호텔이었다. 호텔은 지하철과 버스정류장에서 모두 가깝다.



침대 크고 편함. 매트리스 두 개를 붙인 형태로 가운데에 경계선이 살짝 느껴지기는 한다. 파리에 많지 않았던... 높고 딱딱한 스타일 침대로, 취향은 갈릴 수 있다. 키 작은 사람은 내려올 때 뛰어내려야 함.😉





샤워부스만 있는 화장실, 리노베이션한지 얼마 안 되어서 엄청 깨끗함. 이번 여행에서 비교적 새 호텔을 많이 골라 예약했지만 , 욕실은 여기가 가장 쾌적하고 샤워할 때 좋았다.




파리의 다른 4성급 Voco와 Mercure 기본 룸에는 없던 bathrobe가 Tribe에는 있음. Bathrobe보다는 급하면 밖에도 입고 나갈 수 있을 듯한 느낌? ㅎㅎㅎ 물론 실행해보진 않았다.




물도 한 병 주지만 저번 Voco와 비슷하게 커다랗고 무거운 유리병에, 뚜껑은 밀봉이 아니라 그냥 열려있고 안에 침전물이 둥둥 떠다님. 수돗물 받아서 주는 건가?!?! 네스프레소같은 어메니티를 방에 뒀을 경우, 물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큰 병에 든 물을 놓아두는 듯하다.





단, 같은 4성급인 mercure에는 있던 냉장고가 여기에는 없다.




티비는 삼성 스마트티비. 침대에 누워서 보기에 좋다. 작은 방에 비해 티비가 너무 크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 사진 속 티비는 늘 실제보다 작게 찍히지만 직접 보면 꽤 크다.



더 비싼 방이 자랑하는 정원 전망은 이런 것. 솔직히 뭐 돈을 더 받을 것까지야 ... 싶기도 한?? (어차피 차이는 만 몇천원 정도지만) 이쪽 방은 도로에 면해 있지 않기 때문에 꽤 조용하긴 하다. 엘리베이터 옆방이었지만 그 소음도 없었다.

밖에서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이는데 나같이 소심한 사람은 이런 Moxy, Tribe 류의 social 공간이 많은 분위기에 껴들지는 못한다. 다른 후기 사진을 보니 정원을 굉장히 잘 꾸며놓긴 했으니 시간 되는 사람들은 사진도 찍고 이 정원을 즐기시기를 :) 나는 혼자서 나가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후부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나갈 틈도 없었다.

테니스, 농구 등 다목적 코트가 보여서 갑자기 반가웠음. ㅋㅋ 난 직접 운동하는 사람은 아니고 그저 관람하러 다니는 사람이지만.


흠... 그런데 룸 업그레이드에 현혹되어서 이 방이 커넥팅룸임을 간과한 게 실수였다. 저번 이비스에서도 커넥팅룸이라 방을 바꿨었는데 이번에도 보자마자 바꿨어야 했다. 밤이 되니 바꿀 방이 없다.




밤 9시 넘어서 갑자기 "Lorenzo~"를 찾으며 전화하는 옆방 남자의 목소리가 그대로 넘어옴. 🤦‍♀️ 프론트 데스크에 이야기했지만 오늘은 풀북이라 대안이 없다고 한다. 결국, 어느 호텔이건 커넥팅룸의 방음은 꽝이라는 걸 알았다. 앞으로는 "괜찮겠지 뭐" 이런 생각은 말고 당장 바꿔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직원이 직접 올라와서 주의를 주자 조용해지긴 했다.




근처 2분 거리에 franprix 수퍼마켓이 있긴 하지만 호텔 1층에서도 음료 등을 팔고 있다. 얼핏 보니 콜라 한 병은 3.5유로. 🙎 ibis ISSY 3.9유로보다는 싸네.


이 호텔 위치는 한국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개선문에서 31번 버스를 타면 12분 정도면 도착하므로 시내에서 먼 것은 아니다. 지하철은 더 짧게 걸림.

이 호텔에 머물 경우 31번 버스를 타고 몽마흐트흐-사크헤꾀흐 뒤쪽으로 도착해서 보통 관광객과 반대방향으로 언덕을 오르면 덜 번잡해서 좋다. 사실 도보 30여분 정도로, 버스를 타지 않아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이 많지 않은 방향이기 때문에 인적이 드물고 사람이 배경에 섞이지 않은, 성당다운 고요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비가 와서 인적이 드물었을 수도 있지만 성당 앞쪽은 비 오는 날씨에도 사람이 많았다)



물론 이 반대방향으로 가면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앉아서 비를 맞아가며 파리 시내 조망을 즐기고 있다.


Tribe호텔 주위 지역은 아마도 재개발??중인 지역으로 보이고 보통 생각하는 파리와는 다른 현대적인 주거 시설들이 여럿 있다. 호텔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무려 "1920년대"에 개통된 Brochant역이지만(도보 4분), 그 다음으로 가까운 남서쪽 방향 5분 거리의 역은 "2020년 12월"에 노선 연장해서 새로 문을 연 14호선 역일 정도로 재정비가 계속 되고 있는 지역이다. 호텔 바로 앞에는 Martin Luther King 공원이 있는데 이 공원을 좀 산책해보니 서울의 마곡역 서울식물원을 걷는 느낌과 비슷 ㅎㅎ





새로운 호텔 시도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Tribe 추천. 

파리 호텔 7곳째인데... 여기 직원들이 가장 밝고 싹싹하고 뭐든 도와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나마.


여기서도 침대에 누우면 하늘이 보였다. 커튼이 없네? 했더니 버튼으로 눌러서 블라인드를 내리게 되어 있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