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ty shades of Brown...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갈색이 있는지
보여주는 사진 ☕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Mondrian Seoul Itaewon

 


용산구청앞을 지나는 녹사평대로 육교에서 한강쪽을 바라보면 왼쪽에 보이는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예전 캐피탈호텔을 리모델링해서 2020년 8월 오픈했다. 동아시아지역에 최초로 선보이는 Mondrian 브랜드로, 공사할 때부터 기대를 모았지만 작년 코로나 시기와 개관이 겹치면서, 이 브랜드가 제대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도하에도 몬드리안이 있는데 왜 여기가 아시아 최초 몬드리안이라고 광고하는지 모르겠다.)

핫플레이스로 자리잡기 위해 야외 수영장을 꽤 공들여 지은 것 같았는데 올해보다 작년에는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더 컸으니 제대로 운영이 될지도 궁금했다. 그런 류의 야외수영장은 "나 여기 와 있지~!" 이런 사진 자랑을 통해 소셜 미디어를 타고 소문이 나야 하는데, 작년 그무렵엔 어디 놀러다니는 사진을 자랑하면 오히려 안 좋은 시선을 받는 시기이기도 했고. 



다른 세상으로 입장할 수 있을 것 같은😏, 밤의 1층 로비 풍경




그래도 '몬드리안'이라는 이름만큼 미적 치장에 신경을 쓴 호텔이라, 다행히 많은 사람들의 인증샷의 성지가 됐다. 주말에는 줄서서 체크인해야 할 정도로 붐비고, 수영장은 사진 찍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을 이태원이라는 입지와 함께 고급화 전략으로 1박 20만 -30만 원대를 목표로 지었을 호텔이지만, 최근에는 '어쩔 수 없이' 비수기 10만원대에 안착해있는 이 호텔에 어버이날 기념으로 엄마와 방문했다.





방 전체를 조망하는 사진을 찍지 않았지만 기본 룸이 22m²로 너무 작다. 스탠더드룸의 상위 등급인 수피리어/프리미어도 서비스가 추가될 뿐 방 크기는 22m²로 같다. 
조식을 포함해 비수기에도 30만 원대에 육박하는 몬드리안 프리미어룸이 22m²인데.... 사람들이 들어가자마자 좁다고 불평하는 페어필드 영등포의 6-7만원대 방 넓이가 23m²이다.🤷‍♀️

5만원을 주고 숙박한 페어필드의 방이 좁다고 불평하는 후기는 많은데
30만원을 주고 숙박한 몬드리안의 방의 크기는 "좁지만 뭐...그래도..."로 평이 아주 나쁘지 않은 것을 보면 신기하다. 지불한 가격을 생각하면 사실 몬드리안의 방 크기에 불만이 더 많아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면, 몬드리안은 방의 크기 말고도 다른 곳에서 만족감을 많이 주기 때문에 불평이 적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아마도 캐피탈 호텔을 리모델링한 호텔이라, 원래 호텔의 방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겠지만 몇 층 정도는 벽을 터서 44m² 로 방을 만들고, 일부에는 욕조도 설치해서 비싼 돈을 지불하고 얻는 여유있는 공간을 느끼게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건축 구조 측면에서 벽을 부수면 안 좋은 건가?? 하지만 문 닫고 최근 리모델링 중인 한 5성 호텔도 벽을 터서 더 큰 방으로 만들 거라고 하던데...)







세면대는 외부에 개방되어 있고, 방에서 어느 쪽으로 시선을 돌려도 디자인은 예쁘다. 여러 가지 어메니티도 정갈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칫솔 품질이 좀 실망스러웠지만 대나무 빗은 귀여웠다.
하지만 이렇게 샤워 부스, 화장실, 세면대를 분리해놓은 이 공간이 너무 좁아서 "역시 안 되겠다" 싶었다.





사진으로 보기엔 문제 없어보이지만, 파란 타일 샤워부스는 예쁘기만 하고 좁은 편. 
화장실 이용할 때 문을 여닫고 드나드는 공간도 너무 좁아서 몸을 젖혀가며 드나들어야 해서, 무슨 뉴욕/홍콩/런던 류 극악한 땅값을 자랑하는 도시의 호텔에 와서 '그래, 여기가 맨해튼인데 이 정도는 참아야지' 하고 견딜 때의 느낌을 준다. 
나는 체구가 작은 편인데도 불편했는데, 건장한 남성분들은 불만이 없을까?? 그런데 호텔 후기, 특히 세세하고 사진 많이 찍는 호텔 후기는 대부분 여자분들이 쓰시는 지라... 화장실 크기에 대한 불만 후기는 많이 못봤다. 😅





방이 좁으니 옷장도 오픈형일 수 밖에 없고...
그래도 미니바는 구석구석 신경 쓴 디자인에 알차게 준비되어 있다. 
네스프레소 캡슐도 4개 놓여있었는데 디카페인 커피도 있어서 좋았다.






방은 예쁘고...
호텔 1층에 펍과 커피빈,
호텔 지하에 식당과 서점, 빵집에 편의점까지 들어와 있어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즐길 거리가 많다는 점은 좋았으나

아무래도 스위트 이상을 예약하지 않고는 몬드리안의 기본 방은 너무 좁다는 것이 큰 단점으로 느껴졌다. 같은 Accor 회원 중, 최근에 오픈한 페어몬트가 41m² - 9월 개관 예정인 소피텔이 37 m²가 기본 방 크기인 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이 두 호텔은 30만 원대이상이라 해도) 그 정도의 넓이가 "5성"을 표방한다면 기본이 아닐까 한다. 
차라리 좀더 무게감 덜한 호텔 브랜드를 들여오는 게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호텔 외부는 미술관처럼 잘 꾸며서 몬드리안에 어울리긴 하지만, 방 내부는 머큐어 정도의 크기인 듯.

하지만 사진을 찍어서 인증샷 인생샷을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요즘 분위기를 잘 읽어낸 탓인지, upscale호텔 매각이 줄잇는 코로나 시국에서 몬드리안은 2021년 6월 흑자로 전환했다고 한다. 시류도 제대로 모르고 사는😅 나의 괜한 걱정이 무색하게..
수영하는 곳이라기보다는 🧜‍♀️ 인간이 퐁당퐁당 들어가서 사진 찍는 곳인 '수족관'형 instagrammable 수영장과 남산 조망 루프탑 바가 유명해져서 하절기 내내 영업 실적이 좋을 것 같다.



아침식사는 뷔페 식이 아닌 단품으로 제공되는데, 1층 조식당 클레오가 "지중해식"을 표방한 곳이라 흔치 않게 "지중해식" 조식까지 주문할 수 있다.



무난하게 엄마는 한식/나는 미국식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맛은 뭐, 평범하다. 엄마가 호텔 조식에서 국 같은 것이 맛있었을 경우 감상평을 남기시는데, 그닥 반응이 없으셨다. 나는 조식 포함가로 예약을 해서 가격을 따로 신경쓰진 않았지만, 위 조식이 1인당 38000-42000원 정도라는 걸 생각하면 흠... 🙇‍♀️ (즉, 위 사진이 8만원 상당의 조식임)




대신 식당 분위기는 좋다. 사진 잘 나옴. 



* 장점

- 디자인에 굉장히 신경을 쓴 곳으로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나칠 수 없을만한 곳이 여기저기에... 나는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지만, 가보면 안다 😊
- 호텔 내부에 커피빈, 각종 식당, 서점, 편의점 등이 있다.
- 루프탑 바, 로비 카페 등 분위기 좋은 곳이 많다. 약간 낡은 동네인 주변과 완벽히 다른 신선함을 준다. 




* 단점

- 방이 너무 좁아서 이 호텔의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 만약 호텔이 편안한 쉼보다는 '사진 찍고 추억을 남기러 가는 곳'이라면 가치를 느낄 수 있다. 🤳 
- 아래 사진으로는 "투명한" 물을 보기는 어렵지만, 샤워 후 샤워 부스에 물이 발목까지 차오른 상태임. 배수가 안 좋음


- 특정 방향의 방은 바로 옆 아파트 창문과 마주해서 커튼을 열어놓을 수가 없는 등, 전망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그래도 위치에 따라서 한강이나 남산이 저멀리 비껴서 보이기는 한다.


이 공터에 뭔가 높은 건물이 완공되면 남산 조망까지 불가능해질 수도?!?!
- 지하철역에서 멀고, 버스 정류장부터는 언덕을 걸어올라와야 함. 짐가방 끌고 오는 외국 관광객은 고생 좀 할 수도...



의문의 손님



저번 한식때 못간 아빠 수목장 자리에
친구와 함께 방문.




의문의 고양이님 같이 참배.
경계심없이 슬금슬금 계속 다가오는 걸로 봐서는 전에 마주친 사람들이 먹을 걸 많이 줬나 본데, 난 줄 게 없었다.

추석에 가면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예전 증조 할아버지 묘소부터 있던 자리라 (지금은 이장)
내가 40년 가까이 명절 때 방문해온 곳인데

고양이는 정말 처음 봤다.
이 묘소 가까운 곳에서는.


환청이 들리네...


내가 잘 먹지 않는 돼지고기 부분 같은 것이 생기면 아파트 단지 뒷동 쪽에 고양이가 사는 곳에 가서 주고 오곤 했다. 시간이 얼마 흐르자 그들도 나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저멀리서 나를 발견하고 (냄새로 감지하고?) 달려오는 것도 봤으니까.


그런데 어제 두 차례나 그 자리에 가봤는데도 3마리 정도 있었던 고양이를 한 번도 만날 수가 없었다. 조금 섭섭. 사실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게 길냥이 삶이니...

오늘은 그래서 그쪽으로는 가지 않기로 했지만 혹시나 해서 북어포를 들고 길을 나섰다. 수퍼마켓으로 가는 길에 어디선가 야아옹 소리가 들린다.

환청인가?
저기 뒷동 말고는 여기 앞동 쪽에는 고양이가 없었는데?

야아옹~

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지?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인데 창문이 열려서 소리가 나는 건가? 

아옹~~

발걸음을 멈춰섰지만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서 그냥 가려는데, 익숙한 그 고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니가 여기 웬일이야? 자리 옮겼어?






이 고양이가 멀리서도 나를 알아채고 소리를 낸 것이었다. 신기함.
하지만 자주 가던 영역이 아니고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이라 겁먹은 고양이.
내가 준 북어포를 먹었지만 엄청 주위를 경계한다.





배가 고픈지 마침내 내가 사는 동 입구 바로 앞까지 나를 따라온 고양이.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고 거처를 잘 옮기지 않는데 그동안 무슨 일이?!?

이러다 내일은 집 현관문 열면 그 앞에 있는 건 아닌지?




모임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꽃집 앞 인도에만 유난히 잡초들이 많아서




꽃집 주인이 식물을 사랑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얘네들을 키우고 있는 건지
아니면
친구를 찾아서 잡초들이 여기로 모여든 건지
아니면
꽃집에서 흘러나온 씨들이 여기에 떨어져 군락을 이룬 건지 

궁금해졌다.




#takeOn21



나달 패배에 대한 생각들.

예전에는 며칠씩 우울하고 그랬는데, 이젠 영향을 덜 받는다. 기대도 안했던 그랜드 슬램 우승 "20"이라는 숫자를 이미 채우기도 했고, 그동안의 감동으로도 충분한 14년이었으니까.


나달은 이번에 그랜드 슬램 21회 우승이라는 유일무이 대기록을 정조준 중이었는데, 그동안 나달이 누구나 기대하던 기록을 한 번에 갈아치운 적이 없어서 아마 이번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고 미리 맘을 내려놓고 있었기 때문에 어제 실망을 덜 했는지도 모르겠다.

2014년에 그 당시까지 페더러(17회) 제외 최다 슬램 우승기록이었던 샘프라스의 "14회" 우승에 도전할 때도 결승전에서 한 번 재수를 했다. (2014 호주오픈 주최측에서 그 도전을 기념하기 위해(맞나?) 먼 미국에서 대외활동 거의 없는 샘프라스까지 시상자로 모셔왔는데, 결승에서 나달 부상* 발생. 샘프라스는 다른 사람에게 트로피 줬다) 롤랑 가로스 La décima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에 다가갈 때도 2015, 2016 두 번 결승도 못가고 미끄러졌었다. 

2013년 US open 두번째 우승 이후, 나달의 모든 팬들이 가장 고대하는 기록이 된 "더블 커리어 그랜드 슬램".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호주 오픈 우승 하나만 필요했지만 2014년 이후 결승에서 3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나달의 가장 최근 호주오픈 결승이었던 2019년 결승에서도 워낙 파죽지세로 결승에 올라가는 바람에 또 주최측이 나달의 더블 그랜드 슬램이 유력하다고 보고 더블 슬램 선배들인 로드 레이버/로이 에머슨을 결승 시작 전 트로피 행사에 등장시켰으나 🤝 나달의 결승전 대패로 시상자로는 뜬금 이반 렌들이 나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그때 나달이 우승했으면 시상자로 렌들 아닌 레이버/에머슨이 나왔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21회 우승도 언젠가는 이룰 거지만, 이번 한 번 도전에 덥석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번 클레이 시즌의 시작과 함께 더블 폴트가 너무 많아졌는데, 중계를 보면서 '저 서브로는 올해 우승 못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달이니까 롤랑 때까지 반드시 고칠 거야..라고 생각했었고 실제로 로마 오픈 때는 서브 문제가 거의 없어져서 "역시..." 하고 안심했었는데, 롤랑 8강 슈와르츠만 경기부터 다시 더블 폴트로 흐름을 내주는 일이 생겼다.

서브가 상대적으로 중요치 않은 클레이 코트이지만, 올 시즌에는 유난히 중요한 흐름을 끊어먹는 더블 폴트가 많았고 그것 때문에 게임을 내주거나 심지어 세트를 내줘서 체력 부담이 증가했다. 팬 의견들 중에 4강전에서 서비스는 큰 문제가 아니었고, 백핸드에서 밀리면서 패배했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나는 결국 더블 폴트가 큰 재앙을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사실 백핸드가 약점인 것은 2014년 조코비치와의 롤랑 결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도 조코비치가 나달 백핸드 쪽으로 계속 보내기만 하면 언젠가는 에러가 나던 경기였다. 그래도 그때는 올해처럼 더블 폴트를 8개씩 하지도 않았고 나달 경험치의 우위와 함께 쨍한 낮경기이기도 했기에 이겼다. 더불어 조코비치의 백핸드 에러도 눈에 띄던 경기.

이번에 no.1 조코비치도 나달과의 롤랑 경기에서는 생각보다 엄청난 압박을 느낀다는 걸 새삼 알게 됐고, 그래서 조코비치 게임 브레이크도 많이 했는데, 나달까지도 자기 서비스 게임에서 자신감을 잃으니 기껏 뒤집어 놓고 다시 끌려갈 수 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롤랑 시작 전 이번 클레이 시즌 서브 문제에 대해 나달도 심리적 문제였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올해는 계속 타이브레이크에서도 승부처에서 더블 폴트가 나오니 😰 쉽게 포인트 선물하고 난 후 심적 부담과 체력적 부담이 증가해서 계속 말아먹는 형태 ㅜㅜ

준결승전에서 90분이상 소요된 3세트가 역사상 최고의 한 세트였다는 트윗을 많이 봤는데, 나는 브레이크가 난무하면서 시간이 길어진 이 세트가 사실 둘다 늙었고 둘다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지 잘 보여준 세트였다고 생각한다. 나달은 늘 "슬램 최다 우승 기록 세워서 역대 최고 선수가 되는 것은 나에겐 그리 중요치 않다"라고 말해왔는데 (hypocrite! 라는 악플이 많이 달림😝) 대회가 끝나고 보니, 나달이 뭔가에 눌려 심적 부담이 굉장히 컸던 대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1년내내 벌어지는 테니스 대회 중에서 모든 대회를 압도할 수 있는 조코비치가 "도전자"의 자세로 이것저것 전술을 실험해가며 덤비는 단 하나의 대회라는 부담도 있을 테고.

예전에는 나달에게 드로가 무슨 소용이냐 다 패고 올라가는데...이런 식이었다면, 이제는 체력 문제 때문에 그랜드 슬램 대회 드로 배정과 경기 시간 배치가(낮 경기가 유리) 너무 중요해졌다. 롤랑 전에 나달이 랭킹 3위가 되면서 조코비치와 결승이 아닌 준결승에서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많은 팬들의 반응이 "차라리 낫다. 준결승이 부담이 더 적다" 이런 식이었다. 나도 시작 전에는 살짝 그렇게 생각했는데, 결과가 나오고 보니 결단코 최악의 상대와는 해가 쨍쨍한 낮경기로 시작하는 결승전에서 붙어야만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달은 클레이 코트에서 헤매는 모습은 주로 야간 경기에서 보여줬다.


또한 2020년 롤랑처럼 무실세트로 압살하면서 올라가지 않으면 8강 4강 경기에서 '그 나달'도 집중력을 잃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메이저 대회 2연속 역전패. 
'마지막 세트 가면 경험과 체력에서 앞서는 나달이 유리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것도 2019 us open이 마지막 불꽃이었던 듯. 

팬들 트위터를 보면 다들 벼라별 푸념과 징크스를 털어놓고 있던데, 그 와중에 나만 혼자 생각하는 😜 '안 좋았던 징조' 는....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롤랑 가로스에서 우승자가 트로피를 건네받을 때 트는 음악이 있다. 나달이 거의 매년 우승했으니 사실상 1년에 한번씩 공식적으로 들어왔던 셈인데, 가끔 유투브 재생하다가 우연히 그 음악이 들리면 눈물이 찔끔 할 정도로 혼자 감동하는 음악이다. 🥺 

그런데 올해 롤랑 가로스 측에서 나달의 13회 우승을 기념하여 동상을 세워줬는데, 그 동상 제막식에서도 잠시 그 음악을 틀었다. 항상 롤랑가로스의 마무리는 그 음악과 트로피와 함께였는데, 이번에는 대회 시작 전부터 그 음악을 트는 바람에 그때 한 번 듣고 우승없이 끝났나보다. 췟! 그 음악 아무데서나 틀지 마....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군...😒



그리고 내 방에서 와이파이를 잡아서 랩톱으로 4강전 경기를 보는데 갑자기 연결이 끊어지면서 거실에 나가 잠시 티비로 봐야하는 순간이 있었다. 내가 인터넷 연결 다시 시도하느라 경기를 못보는 동안 경기가 안 좋은 방향으로 기울어진 것도 아쉽다. (미신 ㅎㅎ)

작년에 너무 압도적으로 우승을 해서 "이야, 욕심 안 내려고 했는데 이거 이 정도 수준차와 경기력이면 내년에도 우승을 또 해야지 못하는 게 너무 억울하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consistency 유지하기가 너무 어려운 나이가 된 나달. 경기 지켜보기가 안타까운 순간이 많아질 거라는 걸 이제 인정하고 담담하게 지켜봐야겠다. 

그래도 21회 이상 우승을 할 거 같긴 한데?!?!? 
ㅜ.ㅜ 



* 2014년 결승전 워밍업 과정에서의 부상. 
이 글을 다 써놓고 트위터 외국 테니스 팬들의 성실한 토론의 장을 흥미롭게 읽고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2014년의 그 부상 이후로 나달이 예전의 나달이 아니라는 댓글을 봤는데, 슬프지만 맞는 말 같다. 심리적 위축이 왔다. 소위 "Clutchdal"이 힘들어진 것.

컨디션 좋게 올라온 나달이 당시 결승전에서 갑작스레 허리를 잡고 아파하면서 많은 의문을 자아냈었다. 게다가 상대방의 부상을 알고서도 경기하는 것에 대한 바브린카의 부담감 때문인지 경기가 느슨해지면서, 심지어 부상 중이라는 라파가 한 세트를 가져가기까지 하자 모든 hater들의 " 나달 멀쩡하잖아? 질 것 같으니 꾀병이지"라는 공세의 대상이 되었다. 메디컬 타임 아웃의 사용 방식에 대해서도 욕을 먹었고.

하지만 꾀병이 아니었던 그 부상 이후 2015, 2016 나달의 암흑기가 열렸고 심리적으로 밀리는, 자신감을 잃는 모습까지 보여줬었다. 그리고 그뒤로 인터뷰에서 굉장히 방어적이고 모든 부상 관련 이야기를 의식적으로 회피하는 선수가 된 듯 했다.

그 트윗을 보고 나서 2014년 호주오픈 생각하니 새삼 애석하다. 

 

나달 패배...



부상이 많았던 나달이
어느 정도의 고통은 늘 느끼면서 경기를 뛴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 프랑스 기사였어서 해석은 제대로 못하긴 했으나...) 솔직히 그게 가능한가? 의문을 가졌었다. 많이 거슬릴 텐데...

오늘 나도 나달 경기 시작 전에 약간의 복통과 함께 미열이 있었는데, 경기 보는 4시간 동안은 모두 사라졌다. 통증을 느낄 새가 없었음.

그러나 나달의 패배와 함께 복부의 긴장감이 다시 돌아옴.

경기에 집중하면 어느 정도의 약한 통증은 잊을 수 있다는 게 맞는 말인 듯.


내 성격 + 혼자만의 싸움😉





나이 들면서 많이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병 도져서(??) 아직도 후회하는 일.

사람들은 "누가 볼까봐"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못하는 일이 많은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들은 타인에 관심이 별로 없고 아무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으니, 좀 더 편하게 행동해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도 어릴 땐 나에게 아무도 관심이 없는데도 혼자 쭈뼛쭈뼛 행동을 못하는 일이 많았는데, 나이들수록 그런 혼자만의 싸움에서 벗어나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못했던 일이 하나 있다.

2014년에 런던 갈 때의 일이다.
유럽에서 교통량 최고의 공항으로 손꼽히는 히스로 공항에서는, 수많은 비행기가 공항에 제때에 착륙하지 못하고 런던 상공을 몇 바퀴씩 도는 일도 흔하다.

내가 탄 비행기도 런던 상공을 선회 비행하고 있었기에 나의 첫 유럽 여행에... 늘 사진으로만 보던 모든 런던의 명소를 흔치 않은 bird-eye view로 볼 수 있었다. 나는 윔블던 관람이 목적인 여행이었기 때문에, 혹시 윔블던 보다가 런던 시내 관광을 못해도 지금 여기서 다 봤으니 상관없겠다 생각했을 정도.

너무나 동화같던 (30대 중반에 유럽행이 처음이었음) 그 창밖 창면에 사진을 너무 찍고 싶었지만, 거기서 요상한 혼자만의 자격지심(?)이 시작됐다.
옆자리 사람은 나에게 관심도 없고 말 한 번 걸지 않은, 10여시간 내내 아무 상호작용도 없던 사람인데.... 괜히 그 사람을 의식하면서 '이 사람에게 이런 걸 사진으로 계속 찍는 촌스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 이런 알 수 없는 혼자만의 싸움.

그래서 결국 카메라를 꺼내들지 못했고, 비행기는 비가 흩뿌리는 히스로에 그대로 착륙했다.


참내..
시간이 흘러도, 내가 그때 혼자 뭔생각을 했던 건지 모르겠다. 사진 몇 장 남겼으면 좋았을 텐데.
언젠가 다시 런던을 갈 일이 있더라도 그렇게 런던 시내 중심부 - 빅벤과 국회의사당 등등이 바로 내 눈 아래에서 보이던 -를 관통하는 항로로 착륙할 일이 다시 있을런지도 모르겠고.... 아쉽기만 하다. 


3년 뒤 엄마가 런던 가실 때 항로 추적해보니까, 완전 시내 외곽에서 두 바퀴 돌면서 시간을 보낸 다음에 런던 북쪽 항로를 이용해서 착륙하던데.🛬


나는 시내 중심부를 관통하는 항로를 타게 되는 행운이 있었는데도,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할 텐데 혼자 의식하면서 내 행동에 제약을 가했던 일...
지나고 보면 참 웃기다.







상황과 시각의 변화



2000년대 초반에 한국에 있으면서 sex and the city의 몇몇 에피소드를 보았을 때, 등장하는 인물들의 옷이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다.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데 2000년대 후반에 스리랑카에 가서 몇달을 살다가 선배들이 귀국하면서 남겨놓고 간 미드 시리즈 중에서 sex and the city를 보다 보니, 왜그리 옷들이 다 예쁘게 보이던지...🤭 예쁜 옷 보기도 힘들고 사기도 힘든 스리랑카에 사니까 상대적으로 보는 눈이 바뀌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랑카에서 2009년 귀국 전에 또 열심히 보던 것 중의 하나가 gossip girl이었는데, 한국에 있었으면 보지도 않았을 그 막장극을 😹 별달리 할 일이 없는 거기선 밤새워 보았었다. (한국에 오니 스토리가 시시해, 열심히 봐지지 않았다) 

시즌 1이 끝나갈 때 여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들고 나왔던 가방의 크기나 형태가 맘에 들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 달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김에 그 부분을 찾아보니 가방이 별로 예쁘지가 않다.



아줌마....가..방?!?!




그냥 모양도 평범하고, 저런 재질도, 브랜드도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인데 왜 이 가방을 그렇게 내맘에 들었다고 기억하고 있었을까.
신기하네...





보는 눈은 참 시시각각 변하나봐.
그래서 첫사랑도 다시 찾아보면 안 된다고 하는 건가.



홀로



12년전 스리랑카에서 가족에게 비밀로 하고 맹장수술을 받았었는데, 만약 내가 고집했다면 다른 방법도 있었다. 국제 sos 서비스를 통해 싱가포르로 가서 수술을 받고 가족도 부르는 것. 

그래도 그냥 스리랑카에서 수술을 했고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아무튼 가족없이 홀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회복은 물론 잘 됐고.

싱가포르 병원은 어땠을까, 환자는 비즈니스 클래스로 태워간다던데 그게 더 재밌지 않았을까. 그냥 순전히 *가보지 않은 길*의 호기심 때문에 가끔 싱가포르에서 수술 받아볼걸 하는 후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내가 나이가 들자,
혼자 수술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 대비한 연습이랄까.

앞으로 늙으면 혼자가 될 텐데
혼자 수술받는 것도 아무렇지 않다는 걸, 미리 연습해두었으니 .


물론, 먼거리라도 부르면 와줄 가족이 있지만 그냥 혼자 수술받는 거랑
부를 가족이 실제로 없어서 혼자 수술 받는 것은 마음가짐이 달라질지 모르겠으나...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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