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중국에서 8개월간 살았지만 중국어를 배우지 않았고 사실상 물건을 사는 일 외에는 중국인을 만날 일도 없었다. 뭐 LA에 살다온 영어 못하는 한국인을 생각하면 된다.

할 줄 아는 거라곤 택시 타고 집에 올 때 "우회전, 좌회전, 다왔어요, 세워주세요" 뿐이었다. 

지금 아주아주 초급 수준으로 읽고 쓰고 이해하는 중국어는 모두 중국에서 귀국한 뒤 ebs를 들으며 혼자 자습한 것이 기반이 된 것이다. 그 뒤로 7년이 지나 대학원 다닐 때 과에서 지원을 해줘서 학교 어학원에 3학기 다닐 수 있었는데 그때 제대로 실력을 늘리지 못해 아쉽다. 

아무튼 중국어로 검색하거나 번역기에 입력하기 위해서는 중국어 발음을 키보드에 영어로(pinyin 拼音) 써넣어야 하는데 이걸 다 외우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쉬운 한자들은 대부분 알고 있긴 한데, 얼마 전 左를 검색해보려다 충격에 빠졌다. 내가 중국에서 최고로 많이 사용한 그 단어, 좌회전의 좌-의 병음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때도 제대로 배운 게 아니고 거의 귀동냥 수준으로 들어서 하던 거라... 좌회전, 우회전의 발음은 대충 이렇게 했었다. 조과이, 요과이.

난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zou zhou 등을 쳐봤는데 발음이 비슷하면 zo...zh...까지만 쳐도 추천 한자가 키보드 창에 주르륵 뜨게 되어 있는데 절대 左가 나오지 않았다. 중국어에 jou...이런 병음은 없었던 것 같고... 대체 그동안 나는 左를 뭘로 알고 발음해온 걸까. 충격. 다른 단어라면 몰라도 절대 충격이 아닐 텐데 내가 중국에서 사용한 단 몇 개의 단어 左拐 右拐 到了 停车 중 하나이기에 놀라움이 컸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guai 拐는 '유괴하다'할 때의 그 '괴'지만 중국에서는 '방향을 돌리다' 뜻으로 많이 쓴다. 

그리고 결국 알아낸 左의 병음은 zuõ였다.
허허.
그동안 뭘 한 거야.

평생을 틀리게 발음해왔지만, 외국인이 타면 택시 기사도 찰떡같이 알아들었겠지. 한국 택시에서 외국인이 "자헤전" "엔촉" 이라고 발음해도 그 상황에서는 당연히 좌회전, 왼쪽이라고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의외의 결과



3년 전 겨울에 강남구청역 일부 구역, 압구정역 일부 구역의 카페/음식점 등을 다니며 전체 조사 알바를 한 일이 있었다.

거의 수백곳을 방문한 것 같은데, 그중에서 가장 느낌이 좋아서 "다음에도 와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곳이 다 문을 닫아서 의외다. 매상을 올려주지 않는, (솔직히 업주 입장에서 봤을 때는) 신원이 의심스러운🤷‍♀️방문자임에도 친절을 베풀었던 곳들 + 내부 디자인이 괜찮았던 곳으로 기억에 남아서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해야지... 했는데 모두 사라진 게 신기하다. 

가장 먼저 없어진 곳은 르퓌제라는 카페로, 작은 2층 규모에 내부 디자인이 아늑하고 좋았다. 그래서 안그래도 '친구랑 다시 와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나를 카페 직원이 건물 밖까지 나와서 다시 붙잡고 '커피 한 잔 하시고 가라'고 했다. 오후에 카페인 음료는 안 마신다고 사양하고 돌아서긴 했지만 친절함에 기분은 좋았다. 

알바가 끝나고 얼마 뒤 실제로 방문했는데 제일 먼저 사라진 곳이었다. 🤯 그대로 영업했으면 압구정역 갈 때마다 방문하는 카페가 되었을 텐데 자리가 좀 외진 것이 문제였나... 금방 없어지고 말았다.


그다음은 강남구청역 파티세리인데, 무뚝뚝해보이는 업주였지만 있는 줄도 몰랐던 지하층까지 데려가 보여주는 등 조사에 매우 협조적이었다. 친화력 좋은 멍뭉이 두 마리까지 있어서 꼭 다시 방문하고 싶었고 실제로 다음해 여름에 후배와 다시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처음에 조사할 때도 영업 시간이 매우 짧고, 굉장히 넓은 공간을 비워 놓고 탄력적으로 쓰고 있어서 '카페가 생업이 아니고 부업이구나'라는 느낌을 주긴 했지만, 실제로도 그리 영업이 급하지는 않은 곳이었던 듯. 조사 시간 내내 호기심에 졸졸 따라다니던 강아지들이 궁금해 다시 가고 깊은 곳이었는데 아쉽다. 심지어 인터넷 지도에 가게 이름 오타가 있어서 내가 왜 제대로 못본 건지 안타까웠는데, 업주는 그걸 고칠 수 있지만 이제 뭐 만나서 얘기해 줄 수도 없으니...


나머지 한 곳은 재방문에는 성공했지만 문을 닫은 곳으로 솥밥을 주로 하는 집이다.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온 친구가 '이 일본식 반찬을 서울에서 하는 데가 있는 줄 몰랐다' 라면서 좋아했던 곳인데, 여기 역시 정갈한 메뉴 덕에 '다음에도 압구정에서 사람 만날 일 있으면 여기로 와야겠다'라고 결심했지만 어느새 문을 닫고 말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One by one 🕳 only the good die young..."
Queen의 <No one but you> 중에서.


☆ 부수적으로, 압구정역 근처 일부 구역-강남구청역 근처 일부 구역 내 모든 카페와 식당, 병원 등등의 주인장과 직원 간호사 의사 등의 기본 태도와 '싸가지'를 다 기억하고 있다. 돈을 내는 고객에 대한 가식 친절이 사라진 뒤의, '돈을 내지 않는 사람'을 대하는 그들의 기본 태도. 
수많은 가게가 바뀌긴 했지만... 궁금한 가게가 있다면 개인적 문의를 ㅎㅎㅎ 갑자기 기억났는데, 어떤 소아정신과 간호사의 불쾌한 응대는 기억에 남는다. 정신적으로 뭔가 힘든 아이들을 데리고 아픈 마음으로 부모들이 찾아오는 곳일 텐데, 접수 간호사가 그 모양이라니...




조용한 사람은 어떻게 사나요?



참신함으로 시선을 잡아끌어야 하는 광고계지만
예전부터 지금까지 지겹게 반복되는 류의 광고가 있다.
자동차, 의류, 음료... 분야는 뭐 가리지 않는다.

"나? 나답게 살거야"
"다른 목소리 듣지마. 나답게 사는 거라구!"

바로 이런 류의 광고.

나답게 산다는 게 뭐가 그리 판에 박혀 있는지... 다들 뭔가 삐딱한 표정에 머리는 염색하거나 특이하게 꾸민 청년들이 나와서 세상이 우습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나답게 하는 거야!"

그런 광고를 보면 이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어휴 식상해.
그런데 잊을만하면 또 그런 광고가 나온다.
"그래, 가는 거야, 너답게"

예전 유명했던 한국 드라마 클리셰 시리즈가 떠오를 지경이다.

재벌 2세남 사귀는 걸 반대하는 남자 부모에게 돈봉투를 받은 여자: 나 이 돈 받을 거야. 받고 사라질 거야!
재벌 2세남: 대체 너 왜 이래? 너답지 않게?!
여자: 나답다는 게 대체 뭔데? 이게 나야.


그래서, 광고 속에 계속 나오는 나답다는 게 뭔데?
광고 속 나답게 산다는 사람들은 왜 다들 그리 활달하고 개척정신이 뛰어나고 튀어보이는지 모르겠다. 그 모습조차 광고 속에서는 틀에 갇힌 모습으로 나온다.

기본적으로 약간 우울하고, 조용하고, 사람 사이에 섞이고 싶지 않은 게 나다운 것인 사람들은, '사회성'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되는 걸까.

사회적으로 활달하고 적극적인 사람들은 더 인정을 받고, 내성적이고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고쳐야 할 성격'을 가졌다는 취급을 받는 일이 많다. 하지만 타고 나길 활달한 사람들이 있듯이, 그 반대의 성격도 그만큼 존재할 텐데 조용한 사람들은 사회에서 비주류인 느낌이다. 좀 억울한 취급을 받는 것 같다. 세상 모든 사람이 진취적이어야 하나?

나답게 사는 걸 존중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여태 수도 없이 "나답게 사는 거야!"라는 광고가 제작되고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냥 덜 나서는 성격도, 조용히 시류에 쓸려가고픈 성격도 '당신다운' 거라며 인정해주는 분위기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죽어라 열정적일 필요는 없고 뭔가를 이루어낼 필요도 없다. 
열정이 없는 것이 나다운 것인 사람도 분명히 있으니까.






의문의 유유상종



오래된 상자를 정리하다 보니 대학교때 과제했던 것들도 몇 개 나왔다. 그걸 뒤적이며 오랜 만에 대학 전공 두 개 모두 일치하는 친구랑 1시간 동안 카톡으로 즐겁게 추억 얘기를 했다. 

성적 망친 얘기도 했었는데, 나중에 확인차 내 대학교 성적을 찾아보니.. 난 상상 이상으로 공부를 더 못했더라. C-가 한 개 있는 줄 알았는데, 두 개나 있어... C⁰도 아니고 C-의 의미는 "성취도는 못봐줄 수준이지만 출석은 다 했으니 그 성의는 가상히 여긴다" 이 정도 아닌가?😔 A가 하나도 없는 학기도 있고. 
재수강도 했었다는 친구와 달리, 나는 학교 다니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겨우겨우 다니고 있었던 터라 C가 많은 성적표를 가지고 그대로 재수강없이 졸업했다. (나는 우리 반 60여 명 중에서 휴학/연장 없이 4년 만에 졸업한 단 3명 중 한 명이었다.)

흠... 그런데 어제 카톡 나눈 친구도 그렇고 내가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는 대학교 친구들은 모두 다 우등생들이었다. 성적표에 B가 있으면 큰일나는 수준의 그런 우등생들. 그리고 나와는 다르게 다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거나 또는 한국에서 박사를 마치고 교수가 됐다. 인기 많은 좋은 직장에 입사하거나.

어쩌다 어정쩡한 나에게 이런 우등생 친구들이?!?!
생각해 보니, 내가 대학교를 우울하게 다니면서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큰 범주로는 모범생 범주에 들어갔기 때문인 듯 하다. 공부나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큰 일탈을 할 담력은 없고, 학교는 그냥 조용히 다니다 보니 "우리 반(학부제로 입학해서 반에 속해 있었다)"에서는 그냥 나를 모범생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조용히 학교 다니는 차분한 친구들끼리 모이게 되는...

내 외모에 대한 평가의 주류는 '교회 다니고 술 안 마시게 생긴 누나' 이런 거 였는데, 사실 나는 정확히 반대로 교회는 안 다니고 술만 마시는 인생을 살았지만 🍻😵 지금도 '날라리'끼는 없으니 어차피 반에서 노는 무리에 속하지도 못했을 거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는 대학 동창들은 모두 대단한 우등생 친구들인 것도 신기하다. 

물론 성적이나 다른 사회적 면모를 보면 당최 "유유상종"이네... 라고 말하기 어려운 친구들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따스하고 인생에서 좋은 말 많이 해주는 친구들이 대학 친구들인 거 보면 그래도 또 비슷한 점이 있어서 친구였구나 싶다. 처음에 60여 명으로 출발했던 같은 반에서 이제 한 자리 수로 남은 대학 친구.







그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치운다고 치웠는데 나에게는 여전히 열어보지 않은 박스가 또 있다.📦

안방에도 일정 부분 있었던 내 짐을 몇달 전에 모두 내 방으로 옮기면서 초등학교 1학년 그림일기부터 시작해서 학창 시절 일기장을 모두 가져왔다. 학창 시절 일기장은 사실 학교의 강요로 쓰게 되는 것(20세기). 그리고 대학 졸업 무렵부터 "자발적으로" 써왔던 '21세기' 다이어리들은 모두 모아서 한 상자에 넣어놨다.

오늘, 봄에 안방에서 내 방으로 끌고 온 뒤 한참을 열어보지 않았던 박스를 드디어 정리하려고 해보니 역시 벼라별 게 다 나온다. 심지어 중학교 졸업앨범비 납부 영수증까지 있다. 21,000원. 생각보다 비싸네.

그리고 규칙적으로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다이어리를 하나씩 구입해서 쓴 게 아니라, 몇년에 걸쳐 대충 끄적댔던 연도 없는 다이어리들은 여기저기 또 나온다. 몇년간 존재조차 몰랐던....

물론 나의 사후에 가장 먼저 태워버리라고 유언을 남겨야 할 🤭 수준의 것들이지만 어쨌든 버리질 못하겠다.

서랍장 한구석을 이미 차지하고 있는 초딩 시절 일기장들은 물론이고...대체 부끄러워서 어차피 내가 사는 동안 다시 읽어 볼 엄두도 안 나는데 그렇다고 버리지도 못하겠고. 이건 또 뭘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머리 속 도돌이표다.

어차피 민망해서 읽어보지 못하겠다 ➡️ 자리만 차지하니 버리자 ➡️ 그래도 수년간의 기록인데 놔두자 ➡️ 그런데 아무리 집에 있어도 어차피 읽어볼 용기는 안 난다. ➡️ 그렇다면 맘먹고 그냥 버리면 어차피 나중엔 미련도 사라지고 깔끔해진다 ➡️ 그래도 언젠가 읽어볼 용기가 날 지도 모르고 언젠가 내가 위인(?)이 되면 ㅋㅋㅋ 이게 역사적 사료이다 ➡️ 이런 쓸데없는 상상을 하게 되니 버리자 ➡️ 못 버리겠다 ➡️ 그런데 몇년간 존재조차 모르던 것들인데 버린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어? ➡️ 그래도 안돼.

🤔




## 위 글을 쓴 지 세 시간만에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이 시간에 마지막으로 할 일을 위해 모아두기로.  -> 




부수적 정보



테니스 새 시즌이 시작되려 하는데도
예전같은 호기심이 생기지 않아서 그저께는 '황혼기'라는 글을 썼지만
이벤트 대회를 위해 아부다비에 머무르는 선수들의 소셜 미디어를 보니 테니스 대회의 또다른 매력이 다시금 상기됐다.


프로 테니스 대회는 "world tour" 라는 것. 
남자 프로 테니스 협회(ATP)도 예전에는 atpworldtour.com 이라는 인터넷 주소를 내세웠었다. 요즘은 atptour.com으로 줄였지만.


테니스 선수 팬질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전세계 여러 나라로의 여행을 눈으로나마 따라다니게 되고 풍광 구경을 하게 된다. 직접 관람을 결심하게 되면 역시 덩달아 세계 여행이 가능해진다.(나는 대회 관람을 위해 도쿄와 방콕에 다녀온 적이 있다.) 국내 테니스 관련 일을 잠깐 했을 때도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김천, 문경 같은 도시에 가볼 수 있었다.



ATP tennis TV를 보다가 캡처한 풍광 사진



내년초 호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22 투어 대회 이전 
이벤트 경기가 아부다비에서 열리는데, 내일 그 경기를 위해 주최측 제공 숙소에 머무르는 한 선수의 소셜 미디어 속 리조트 사진을 보니, 또 다른 세계다. 

 


Rixos Premium Saadiyat Island 




Rixos는 터키 사업가가 시작한 브랜드이고 중동을 기반으로 세계로 확장하고 있는 모양인데
역시 "기름 부자" 국가에 있는 호텔들은 세인트 리지스나 리츠 칼튼 류의 중후함과는 또다른 화려함이 있다. 이런 단어 싫지만... 그냥 가장 적합한 단어... '돈지랄'의 세계가 엿보인다고 할까.







내가 테니스 응원에도 시들해졌나?? 팬질의 황혼기인가?? 싶다가도 이런 부가 정보를 얻게 되면 '아,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있었지.' 싶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점점 더 멀게만 느껴지는...

대여섯개 이상의 다양한 식당 내부 사진이 보이는데, All-inclusive resort라고 하니 매일 3끼를 이 식당 저 식당 가보면서 먹는 재미가 있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정보 조사를 더 해보니 뷔페 식당만 무료이고 개별 메뉴 주문을 할 수 있는 각각의 식당들은 추가로 돈을 내고 - cover charge - 들어가야 한다).

이런 리조트까지 와서 빈부격차를 또 느껴야 하겠네😜  3끼 모두 뷔페만 가느냐와/ "올 인클루시브라고 해서 왔는데 무슨 커버 차지가 또 있어?" 라며 열내지 않고 "아, 그래?" 하면서 거리낌없이 다양한 식당에 가서 추가 지출을 할 수 있느냐로.




뭔가 다시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김과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날아가버린 꿈이 생각나기도 한다.

중동 기름부자 항공사의 1st class 좌석을 위해 마일리지를 안 쓰고 놔뒀었는데
그런 항공사들 중에 중요한 목적지/경유지가 아부다비이다.
통장 잔고가 바닥을 향해 가던 시절에도 마일리지는 1등석 편도를 탈 만큼은 가지고 있었는데, 아부다비 <-> 인천 A380 기종 운항 소식이 들려서 '에잇! 생일날 그냥 나를 위한 선물로 비행기만 타고 아부다비 하루 만에 갔다가 와볼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마일리지는 있지만 아부다비 숙박비는 감당할 수 없었으므로. 😅 
그래도 인생에서 그런 좌석 한번쯤 타보는 것도 경험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그런 낭비를 감행할 만큼 대범하지 못해서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는 일이 됐고 
그리고 
코로나가 왔다.
한동안은 비행기도 뜨지 않았다가 운항은 재개되었지만, 대신에 수요가 줄어서 A380 대형 항공기 대신에 아부다비-인천에는 중대형 B787 항공기만 오고가는 실정이 됐다. 내가 목표한 1등석은 대형 항공기에만 있는 바로 그 좌석인데... 😭

심지어 중동 기름 부자 항공사라도 대형 항공기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지, 코로나 이후 공항에 얌전히 세워져 있었던 그 비행기들 모두 앞으로 상황이 나아져도 운항 계획이 없다고 한다. 항공사 보유 기종 소개란에 A380이 이미 빠졌다고 한다. 매각될 듯.

비행기 기종 자체가 안 뜨니, 내가 꿈꾸던 그 좌석 탑승 기회는 이제 아예 사라져버린 것.
머리 속에 '그냥 왕복으로 비행기만 타고 갔다올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 미친 척 실행했어야 하는 일이었나보다. 🥺

나는 대부분의 마일리지를 미국 항공사에 가지고 있는데 (융통성이 크고 프로모션도 많아서 탑승시 요구 마일이 한국 항공사에 비해 굉장히 탄력적임) 코로나 이전 시점까지는...각 항공 동맹의 내부 협업과 실시간 좌석 조회 기술이 점점 좋아져서, 미국 항공사 앱에서 파트너 항공사 비행편도 모두 조회가 됐고 세계 여러 도시에서의 출도착이 모두 예약이 됐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창궐하기 얼마 전 시점에 갑자기 한미 왕복 항공권을 '4만 4천 마일' 웹 스페셜로 내놓는 탄력성을 보여주며 설레게 했었다. 한국 항공사의 4만 마일로는 동남아 정도 가는 것이 전부인데.

마일 발권 장벽이 낮아져서 종종 밤마다 그렇게 여행 계획 한번씩 짜보며 상상하는 것도 재미였는데, 마일 놀이의 절정이 오려던 그때🙀 코로나가 당도하면서 다시 예전으로 다 돌아갔다. 코로나 이후로는 파트너 항공사끼리 원활히 서로 나눌 좌석 자체가 줄었고 항공 여행에 제약이 많아지니 미국 항공사앱으로는 이제 미주 여행이나 검색될까말까 한다. 검색 기능이 도로 퇴보했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사라졌지만 종종 앱에서 손가락으로 톡톡 여기저기 가보는 재미도 사라졌네.

아쉽다.


그저께는 테니스에 대한 열망도 줄었나 하고... 늙은이같은 글을 썼었는데
오늘은 또 다른 테니스 선수의 소셜 미디어 속 사진으로 인해, 코로나로 잊고 있었던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드넓은 1등석 좌석은 사라졌으나 🛩 다행히 Rixos 호텔 브랜드가 Accor에 속해 있어서, 지금 160유로 상당 Accor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조금은 위안이 된다. 물론 저 리조트에서 1박에 €160는 문고리 한 번 잡아보고 돌아나와야 할 수준이지만 😆 그래도 상상하는 데 부담이 조금은 줄잖아...







황혼기

 


햇수로 벌써 15년이나 된 테니스 나달 응원.

나달은 지난 8월 고질적인 발 부상으로 절뚝이며 경기를 마친 후 거기서 한 해를 접었다.

재활과 훈련 끝에 2022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러 현재 중동에 와 있지만 (북반구의 주요 도시가 추운 12월-2월에는 중동이나 호주, 남아공 등에서 경기가 열린다) 생각보다 덤덤하다. 저번 8월만 해도 다시 경기를 볼 생각에 설렜던 것 같은데...


2019년쯤... 왠지 Big 3 경쟁에서 나달이 밀리는 것 같았을 때, '우리 애만 서울대 못가나?' 비슷한 조바심이 나는 날 보면서 내가 나달을 아들 키우는 것처럼 응원해왔구나...하는 걸 깨달았지만

한편으로는 15년 사귀어서 덤덤해진 남자친구, 15년 같이 살아서 이젠 그러려니 하는 남편같아졌나 싶기도 하다. 더 잘했으면 좋겠지만 이젠 알아서 하겠지...싶은?? 

콩깍지가 벗어지고 단점만 자꾸 맘을 후벼파는 오래된 연인처럼, 최근 나달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을 내리는 일이 종종 생겼지만 한편으론 얼굴 주름이 많아지고 머리숱이 적어진 그를 보면 뭔가 측은지심이 들기도 하고.... ㅜ.ㅜ 부부들도 젊을 때야 싸우고 밉고 하지만 나이들면 서로 측은해보여 동지로 남는다는 얘기도 하던데. 

예전에는 코트 끝에서 끝까지 뛰면서 모든 걸 다 받아내는 나달의 플레이가 좋았지만 요즘은 '으으 뛰지마 뛰지마' 소리가 맘속에서 절로 나온다. 나이 들어 애처롭다.


모든 인간관계에 흥망성쇠가 있는 것처럼...

뛰어온 날보다 앞으로 뛸 날이 적은 운동선수, 뭔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80대가 되어도 무대에 설 수 있는 클래식 연주가를 좋아하는 마음과는 다르다. 

5시간 준결승 혈투를 벌인 뒤 단 하루만 쉬고, 이틀 쉬었던 상대 선수와 서너 시간 결승 경기 해서 기어코 우승하던 팔팔했던 그 나달도 이제 시즌의 반을 부상으로 날리는 노장이 되었다. 언젠가는 프로 투어에서 나달을 볼 수 없는 시간도 오겠지. 불타는 사랑은 사라져도 한 사람의 부재는 너무 어색할 듯 하다.


신예 선수가 스르르 떠오르고 그들의 팬층이 새로 유입되는 것을 보면서, 그 팬들의 트위터를 보면 중년 부부가 된 내가 신혼부부의 아기자기함을 훔쳐보는 기분이다 :) 젊음과 그 일희일비가 부럽다. 오래 된 사이는 일희일비할 일도 없다.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이게 되니.

새로운 팬들에게도 내가 십여 년 겪어온 즐거움과 고통의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겠지. 첫 윔블던 우승의 순간, 첫 US 오픈 우승의 순간, 모든 의심과 고통을 뒤로 하고 5시간의 처절한 전투에서 이기는 순간, 뼈아프게 패배하는 순간....

그리고 또 세월이 흐르면 그들도 이렇게 과거를 돌아보는 아줌마가 되겠지 :) 어떤 관계이든 평생 행복할 수는 없고... 서서히 줄어드는 희열의 강도와 빈도를 체감하는 중.



많이 내려놓은 것처럼 썼지만 사실 진심은

이젠 안 될거라 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귀신같이 메이저 우승 실력으로 돌아왔던 2017년처럼

2022년에 다시 나달이 매섭게 돌아오는 것이다. 페더러도 36세까지 메이저 우승을 했다구.


 

한글이 낯설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 블로그를 보면 "결혼식장 찾아보기, 미리 둘러보기" 대신에 "웨딩 베뉴 투어"라는 말이 나온다. 영어권에선 쓰지 않는, 정체 불명의 일본어인 '버진 로드'라는 단어와 함께. 

왜 이렇게 한국 사람들은 영어로 되어있어야, 뭔가 서양스러워야 더 세련됐다고 여기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내에서 창가를 배경으로 좋은 기분을 나타내고 싶을 때 찍는 사진도 늘 와인잔과 함께 한다. 아무리 국밥이 맛있어도 뚝배기 한 사발과 함께 한 사진은 애매하니까.




요즘 아파트 대단지 앞에도 " 입    구 " 라는 말 대신에 "E N T R A N C E"라고 써놓아야 하고, 광고 사진을 찍을 때는 영자 신문이나 영어책을 놓아야하는 것 등등... 이상하게 모든 일상에 영어가 침투했다.



내년 다이어리를 사러 서점에 갔다.
(다이어리도 영어지만 지칭하는 사물 자체가 '일기장' '일지'와는 다른 종류인 듯. 영어 사용을 줄이고 싶다고 해서 "구글 전자편지 확인해보세요"라고는 하지 않는 것과 비슷) 
늘 보던 이런저런 제품들 중에서 매우 튀는 한 제품을 발견했다.




왜 이렇게 어색하지? 




내부를 펼쳐보니 더 어색하다.
그동안 대부분 예쁘장한 다이어리는 January, MON TUE WED... 이렇게 되어있었으니까.

나조차도 영어에만 더 익숙해져 있었던 거다.
한국 사람인데 한글 다이어리가 더 어색하다니 ㅎㅎ
이 어색함을 타파하고자 이 다이어리를 샀다.

반전은...
모든 것이 다 한글로 써져 있는
이 다이어리를 펼치면 첫 장은 이렇다.




회사 이름은 차마 한글로 쓸 수 없었나보다. 🤣




Tianjin's tallest buildings

 


2019년 4월 19일.

톈진공항에 착륙할 때 기내 우측에서 보이던 톈진시 전경

항상 활주로 이 방향으로 착륙해서 우측에 앉았을 때 늘 잘 보이는지, 가끔은 반대 방향으로도 착륙해서 좌측에 앉아도 이 모습을 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우측 좌석을 골랐었는데 15년만의 방문에서 이 방향으로 도시를 보면서 착륙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후 1시 반, 한창 밝은 낮인데도 중국의 나쁜 대기질 때문에 이 정도만 보이는 게 안타깝다. 사실 이 사진을 찍게 된 이유도 내가 살던 곳 근처에 있었던 방송송출탑 天塔가 보여서 반가워서 카메라를 켠 거였는데 사진에서는 제대로 식별조차 불가하다.😭
다른 중국 도시에 비해 유명하지는 않은 톈진이지만 그래도 내가 살았을 때는 거의 없었던 고층 건물 공사에 톈진도 뛰어들어 여기저기 높은 빌딩들을 볼 수 있었다.


빨간 화살표로 표시한 건물은 ....
Goldin Finance 117
中国117大厦
117층, 596.5m를 목표로 2008년에 공사를 시작한 골딘 파이낸스 빌딩. 
금융 위기로 공사가 한때 중단되었다가 재개되어 2015년 9월에 세계 5위권 높이까지 올리는 공정을 완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리스트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18년 미완성 상태에서 공사 업체가 완전 철수, 완공은 기약없는 채로 남아있고 최신 리스트에서는 빠졌다.   

나는 톈진 西靑區-서청구-시칭취에 살았었는데 이 건물의 위치가 시칭취라서 '엥? 그 시골같은 동네에 세계 5위 건물이라고?!? 천지개벽했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았던 당시에도 몰랐는데...시칭취는  톈진시 구 중에서도 동서로 엄청나게 펼쳐져 있는 상당히 규모가 큰 구였고(시칭취 크기 = 545km² 😲 서울 전체 = 605km²) 내가 살던 동네에서 차로도 40분 걸려서 전혀 가보지도 못했던 외곽 지역이 새로 개발되고 있는 거였다.

공사는 중단되었지만 목표 높이까지는 올라가 있어서 (topped-out) 그 높이로는 서울의 롯데월드타워보다도 높다.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 575m보다도 더 높은 578m 높이에 다이아몬드 모양 세계 최고층 전망대를 두려했으나 물거품.

기나긴 첨탑같은 구조물을 세워 높이 인정을 받는 여타 초고층 건물과는 달리 꼭대기층까지 알차게 실이용 공간을 넣은 야심찬 건물이었지만, 홍콩 기반인 Goldin 자본의 본토 도전은 현재로선 실패 상태이다.



이 건물의 완공 실패 이후 중국은 500m 넘는 건물 건축을 금지시켰다. 그래서 이 건물이 중국 최후의 500m 이상의 건물이 될 수도 있다.

주위에 뭔가 배후 단지도 없고 지하철도 안 지나가는 지역에 멀뚱멀뚱 높은 건물만 지어보려다 실패로 돌아간 듯하다. Goldin금융그룹의 톈진 본사가 목표였다고는 하지만 이런 시 외곽에 117층 오피스를 반이라도 채울 수 있을지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중국에 관광비자로 들어갈 순 없지만 그래도 톈진시에 새로운 힐튼 호텔이 생겨서 반가웠(?!)는데, 알고 보니 새 호텔은 시내에서는 멀고 오히려 이 건물이 있는 지역과 더 가까웠다. 새로운 숙박 옵션이라고 생각했지만 교통이 불편해서(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1.5km) 가보긴 어려울 것 같고, 짓다 만 이 건물만은 잘 보이는 지역이겠다 싶음. 



위 건물의 완공 불발로 톈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빈하이신취에 위치한 CTF finance center이다. 530m.






이 건물은 빈하이에 갔다가 보게 됐다. 주위의 모든 건물 중에 탁월하게 높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높은 줄은 몰랐는데 현재에도 세계에서 8위권이니 엄청난 건물이다. 이 건물을 실제로 보고 와서는 '공항에서 착륙할 때 보였던 나홀로 동떨어져 길쭉한 건물이 이거였구나'라고 한동안 생각했지만 나중에야 착륙 사진 속 건물은 빈하이쪽 건물이 아니라 goldin finance 117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톈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은 Tianjin Moderncity Office Tower로 338m 높이이다(노란색 화살표). 1위 건물과 거의 200m 높이가 차이나는 2위 건물. 하지만 CTF center가 있는 빈하이신취는 엄청나게 시 외곽이라서 사실 가볼 일도 별로 없어서, 실질적으로 이 건물이 톈진 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봤을 때는 그런 순위에 관심없이 찍었기 때문에 아래 사진을 보면 꼭대기가 잘렸다.🙇 전세계에서는 90위권대 높이. 





4월 23일 오후 6시 풍경.⬆️ 부산의 높이 2위 건물인 LCT residential tower A가 이 건물과 높이가 비슷하다.


2016년 완공되었기에 내가 살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물론 없던 건물이었으나, 내가 기억하는 가장 시내 중심부 - 서울로 치면 소공동과 비슷한 위치에 세워져 있다. 시내 최대 쇼핑 중심지를 바로 앞에 두고 있고, 심지어 이 건물 건너편에 그 도시 5성 호텔 중 유서 깊은(??) Westin호텔이 있다는 것조차도 소공동과 비슷. 톈진 웨스틴은 2010년 2월 개관으로 솔직히 역사랄 게 없지만😝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라는 위상-인구 천만 명을 훌쩍 넘는 도시 규모에 비해 낡은 5성 호텔과 애매한 4성 브랜드만 있던 톈진 시내에, 통유리로 반짝이는 요즘 스타일의 major 5-star hotel brand가 줄줄이 들어오는 시작점같은 호텔이다.  



⬇️톈진에서 3위 높이 건물은 Tianjin World Financial Center로 336.9m이다. 윗 건물이 338m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윗 건물이 "톈진 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타이틀을 쟁취하기 위해 1m라도 더 올리는 싸움을🤼‍♂️ 한 게 아닌가 한다. 


월드 파이낸셜 센터는 2011년 완공되어 톈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다. 톈진을 관통하는 하이허 강변에 있어서 톈진을 소개하는 사진에 많이 쓰인다. 한동안 天津의 높이를 대표했던 방송송출탑인 천탑-톈타天塔(415m)의 뒤를 이은 톈진의 자존심이라는 뜻일까??🤔 중국 지도에는 진탑-진타津塔라고 표기되어 있다.





 

사진 가운데 보이는 통통한 건물. 다른 방향에서 보면 또 얄팍하고 옥수수를 보는 듯한 느낌이 있다.🌽 

톈진기차역에서 가깝고 야경으로 유명한 지역에 있어서 톈진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 건물이 들어간 사진을 대부분 갖고 있을 것이다. 이 건물 자체는 옛 프랑스 조계지역에 위치해 있고, 주위가 모두 옛 유럽 조계지라서 강변 풍경과 함께 몇몇 다리는 유럽풍으로 무척 예뻐 사진 배경으로 좋다(강 건너편은 이탈리아/러시아 조계지). 사실 프랑스 조계지는 현재 가장 상업지역으로 집중 개발된 지역이라, 유럽의 정취는 적게 남아있긴 하지만.








어느새 멀리 가버린 가을




형형색색의 단풍이 시선을 끌던 날들도
어느새 빠르게 사라지고




몇주 사이에 
예전 사진을 뒤적여야만 나뭇잎을 볼 수 있는 계절이 됐다.


전염병도 쉽게 더 번지고
외출도 더 어려운
긴긴 겨울이 왔다.



힐튼 가든인 루프탑 수영장 보고서



나는 물에 들어가 있는 걸 참 좋아한다.
비록 수영은 배영밖에 못하지만.
자유형은 호흡법을 잘못 배워서 10m도 못 나간다. 온갖 수영장 물이 코/입으로 다 들어옴 🥶 으엑. 자유형으로 수영장 왕복하고 있는 사람들 보면 부러움.
그나마 전에 한 친구가 생존에는 '배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서 위안이 됐다.





11월 말, 12도 가까이 오른 흔치 않은 날씨에
온수풀이 있는 옥외 수영장이 있어서 갔다.
정말 운이 좋았다. 마침 주말에 기온도 높았고 11월 말에 서울 하늘을 보며 수영할 수 있어서. 
야외라 감염 위험도 적은 편이고.

요즘 이런 곳은 수영 자체보다는 사람들이 사진 찍으러 오는 곳인데, 진짜 수영을 하기 위해 물안경까지 가지고 가서 촬영보다는 '수영'을 주로 한 결과... 단점까지 낱낱이 보게 됐다.

7월 중순에 개관해서 이제 만 4개월 정도 된 수영장인데 밑바닥 타일 선에 여기저기 시커먼 때가 끼어 있었다. 야외 수영장이라 쉽게 더러워지는 건 막을 수가 없겠다만...비교적 '신생'수영장이라는 느낌은 하나도 없는, 잠수 후 바닥만 보면 오래 된 수영장 같았다. 

그리고 수영모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내려앉아 있는 수많은 긴 머리카락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어찌 머리카락이 물에 둥둥 떠다니지 않고 바닥에 붙어 있는 건지 신기했다. 잠영을 하다가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손톱(?!) 한 조각도 목격.


요런 거 한 조각이 수영장 바닥에... 💅



입장 시엔 수영모 소지 유무를 필수로 확인하고 무료로 빌려주기는 하는데, 정작 풀에서는 관리 요원이 제지하지 않는다는 후기도 봤다 (즐거운 기분으로 놀러왔는데 아마 서로 얼굴 붉힐 일 만들기 싫어서 그럴 듯) 워낙에 루프탑 수영장은 수영보다는 다들 사진을 찍고 친목을 다지기 위해 오는 곳이라... 수영모를 쓰면 사진발이 살지 않으니 화장 한 채로 수영모 없이 물에 들어와서, 물 속에 긴 머리카락과 기타 부유물이 유난히 많은 듯 했다.





더 놀란 건...ㅎ
내가 화살표 표시를 해놓은 수영장 물과 벽의 경계선을 따라 회갈색 라인이 생성되어 있음. 오래된 욕조에 생기는 그런... 😲 ㅎㅎ 물이 얼마나 더러운지 실감함. 생긴 지 반년도 안 된 수영장인데. 




하지만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포기했다가 거의 2년만에 하는 수영이라 즐거웠고, 어차피 공공 수영장에서 청결을 기대하긴 어려우니 그냥 몇 십분간 수영을 즐김. 🏊‍♀️


그래도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
최근 문을 연 몇몇 instagrammable 실외수영장 중에 '사진 촬영용 수족관' 수준을 벗어나 진짜로 수영을 즐길 만한 크기는 된다는 것이다. 길이는 몰라도 적어도 폭은 이곳이 제일 넓은 걸로 보인다. 물론 이런 실외수영장을 지닌 호텔 대부분이 더 큰 실내 풀도 보유하고 있기에 야외 풀은 부가적이라 더 작고, 여기는 이 야외가 전부이기 때문에 약간 더 크게 만들었을 수는 있겠다. '인생 사진'을 남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초봄, 늦가을에도 서울 하늘 아래 수영하고 싶은 사람은 여기를 선택하는 게 좋다. :) 물론 한여름에 가면 물반 사람반이 되어 수영하기 어렵다.

코로나로 인해 수영 시간대가 배분되어 있는데, 조금이라도 기온이 더 높은 낮에 즐기고자 곧장 들어갔다. 우리 다음 시간대에 풀메이크업을 한 여자분 4분이 올라오시는 걸 보고 이른 시간대에 먼저 끝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속 배영과 잠영으로 수영장 끝과 끝을 왕복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시간이 겹쳤다면 그분들의 사진 배경으로 원치않게 계속 등장했을 수도 있으니. 

흠... 11월에 야외 수영해서 좋았지만
자세히 알면 물속에 얼굴 집어넣을 수 없는 수영장. 🤫
11월 30일로 운영을 중단한다고 하니, 이제는 벽과 바닥에 낀 때를 씻어내고 봄에 돌아오기를.

4월에 재개장 예정이라고 하는데...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누적된 '때🌚'가 저 정도인데 내년엔 4월부터 11월까지 영업을 하면 수영장이 어찌될지 궁금하네.











컨텐트 콘텐츠





아주 오래 전 TV NEWS 업계에서 일했을 때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방송 실수는 "컨텐츠"라는 자막이었다.
내가 담당한 자막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자막이 아니고 최소 10여 초 정도는 화면에 큼지막하게 앵커 얼굴 옆에 고정되어 나가는 자막이었다.

아마 원래 기사에는 콘텐츠로 되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에어컨' '리모컨' 등의 표기법을 참고해서 con은 표기법이 '컨'으로 통일되었나보다...하고 '컨텐츠'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가 자막을 고쳐서 나가도록 문서를 전달했다.

방송이 나가고 나서야 남자 앵커가 "야, 이거 콘텐츠 아니냐 누가 한 번 찾아봐라" 하는 걸 설핏 들었다. (굉장히 업무 초기라 아마 앵커는 내가 누군지도 모를 때라서, 나를 지적해서 한 말은 아니었다)

별로 신경쓰는 사람은 없는 듯 했지만 나만 혼자 당황해서 찾아보니, '콘텐츠'가 맞았다. 😱

된소리를 다 표기할 수 있는 자음을 가지고도, 라틴 계열 언어들의 "아르헨띠나" "이딸리아" 를 모두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로만 표기하도록 되어있는 등, 현 표기법이 실제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외국어 표준 표기법은 생각보다 정교하게 정해지는 것이었다. 그냥 "con은 《컨》으로 적습니다" 이런 게 아니었다.

content의 경우는 한국에서 주로 쓰는 용례가 '내용물'이란 뜻의 명사인데 그러면 단어를 읽을 때 강세가 앞에 위치하게 된다.

✔명사일 때

content
noun
UK  /ˈkɒn.tent/ US  /ˈkɑːn.tent/

사실 한국어 발음으로 똑같이 옮길 수는 없지만 영국식 텐트, 미국식 텐트에 가깝다. 


✔ 형용사일 때

content
adjective 
UK /kənˈtent/ US /kənˈtent/


만족하다-라는 뜻의 형용사로 쓸 때는 강세가 뒤로 가게 되는데 이 때는 발음이 con소리가 약해지면서 컨(큰)트가 된다.
강세 위치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는 것은 사실 네이티브가 아니고서야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많이 잊어버린다. 학창 시절에 배우긴 배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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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우리가 뉴스에 흔히 쓰는 cóntents(명사)의 국제 발음 기호에 따른 표준 표기법은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만약 이 단어가 형용사로 쓰일 때의 표기법이었다면 컨텐트로 표기가 정해졌을 거다.

당시에 생각보다 정교하게 표기법이 정해져있는 것에 놀랐었다. 



갑자기 이 일화가 떠오른 이유는 요즘엔 누구나 "컨텐츠"로만 쓰는구나...하는 걸 느껴서.
사람들이 표기법을 몰라서라기보다는, 묘하게 어감이 '콘'이 더 촌스럽기 때문인 것 같다.
'콘벤션 센타'는 예스럽게 느껴지고 '컨벤션 센터'가 좀 더 세련되게 느껴지는 것처럼.



배경



그동안 중국드라마를 보다가, 최근엔 넷플릭스 미드/영드를 보기 시작했는데 미드를 보다보니 예전에 드라마를 볼 때 느끼던 단점이 확실히 뭔지 알겠다.

내가 중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이유는 배우에 대한 사전 정보가 너무도 없어서 배우가 아니고 그냥 그 역할의 그 사람 자체로만 느껴져서 극에 집중이 잘 됐기 때문이었다. 바로 옆나라인데도 중국 연예계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다보니...

가장 다행이었던 것은 '미생'의 중국 리메이크작 '평범적영요'가 거의 처음 본 중국드라마에 속한다는 것. 배우들을 정말 단 한 명도 몰라서 다들 진짜 회사원인 줄. 🏢👨‍💼👩‍💼🧑‍💼 게다가 한국판 미생도 안 본 상태여서 내용에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중국드라마를 여러 개 본 뒤에 '평범적영요'를 봤다면 아마 '어? 저 사람 저번 그 드라마에서 주인공 엄마로 나온 사람이네' , ' 저 배우는 그때 그 드라마에서 바람 피웠던 그 사람이구나'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적영요를 볼 때는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보니 배우라기보다 회사원으로 보였고, 진짜로 남의 회사 생활 들여다보는 것처럼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유명 배우의 딸이 주연으로 + 그 엄마가 극중에서도 엄마 역할로 같이 출연하는 미드를 보니, 주연 배우가 그냥 엄마 잘 만나 쉽게 할리우드에 안착한 배우로 보여서 집중이 안 된다. 물론 드라마 상에서 자기 역할은 잘 해내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할리우드에서 엄마 연줄을 잡고 쉽게 주연 배우가 됐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

생활이 곤경에 처해 가정부로 나선 여주인공이 부유한 집에서 청소하다가 옷방에서 160만원짜리 캐시미어 카디건을 몰래 입어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위험한 동경'으로 보이면서 긴장감이 생기는 게 아니라 '저 배우는 엄마가 유명 배우니 어릴 때부터 저런 옷 이미 넘치게 입어 보면서 자랐겠지?' 이런 생각이 머리 속에 먼저 떠오른다. 

주인공을 몹시 괴롭게 하는 조증 걸린 엄마 역할로 나오는 실제 엄마 배우 역시 몰입을 방해한다. 예전에 다른 차분한 연기를 봤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그저 과장된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고, '모녀 사이에 저런 연기라니... 감독의 컷 사인이 나면 서로 깔깔 웃지 않을까'하는 생각만 들어 집중이 안 된다. 왜 이런 캐스팅을 했을까. 미국의 빈곤층을 실감나게 그린 드라마인데, 처음 보는 배우가 연기를 했다면 나도 모르게 '저 사람은 진짜 거리에서 데려온 사람 아냐?'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었겠지만 이 드라마를 볼 때는 '저 모녀는 가난을 '연기'하고 큰돈을 벌어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더 든다.

확실히 배우가 누구인지 알고 사전 정보가 있으니 드라마 볼 때 딴 생각만 나네.
그런데 요즘은 중국 드라마도 별로라서 볼 거 없는데....
(중국 드라마 팬 사이에도 2021년에는 괜찮은 드라마가 없었다는 평이 많다. 요즘 중국 당국이 연예계 기강을 세게 잡고 있기도 하고.)

그리고, 그동안은 내가 누가 누군지 몰라서 그냥 중국 드라마를 재밌게 봤지만 사실 일부 중국 배우는 웬만한 할리우드 배우보다 더 부자일지도. 😂 사업가인 남편의 빚 500억원 정도를 벌어서 갚았다는 설이 있는 중국 배우도 있다. 이제는 슬슬 몇몇 배우의 배경을 알게 되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이유로 흥미를 잃어 가고 있기도 하다.


---- 마지막으로, 내가 본 그 미드를 관통하는 주제는 "부모 복이 없는 사람은 배우자 복도 없다" 같다. 그런데 그 역할을 엄마 덕에 비교적 쉽게 주연 배우가 된 사람(부모 복 넘치는)이 하고 있으니 뭔가 아이러니하다.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알 수 있는, '한국에서 다른 뜻으로 쓰이는 영어'

 


영어는 "세계어"라서 사실 전세계로 퍼지면서 뜻이나 발음이 변해서 다양하게 쓰이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한국 사람끼리 뜻이 통하게 쓰면 문제없지만, 한국 사람이 미국 등에 갔을 때 사용하면 뜻이 안 통할 수 있는, 한국에서만 의미가 다르게 쓰이는 영어 단어 소개.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른 그림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soul food

한국에서는 내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 먹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은 음식, 고향의 맛 - 과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소울 푸드는 미국 남부 흑인들이 주로 먹던 음식을 말한다.



치킨, 맥앤치즈 등을 위주로 대충 이렇게 생긴 음식. 연관 검색어에 "african american' 'black' 등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소울 푸드를 영어로 말하려면 'comfort food'라고 하면 된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네이선 첸




2. hip

한국에서는 '엉덩이'라고 생각하지만, 영어로는 허리 아래 양옆 측면 부분을 가리킨다. 골반과 허벅지뼈 상부가 옆으로 튀어나온 부분으로 보면 된다. 신체 뒤쪽으로 솟아나온 살 부분을 말하는 것이 아님. 그래서 '애플힙'은 말이 안 되는 콩글리시라고 한다. 

보통 엉덩이는 butt(ocks), bottom을 쓴다. (예: Queen의 노래 "fat bottomed girls")



 
Hip pain으로 사진 검색을 해보면 모든 사진이 옆쪽을 부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amenities 

호텔에서의 목욕 용품은 대표적인 어메니티이기에 'hotel amenities'로 이미지 검색을 하면 익숙한 샴푸, 바디 로션 사진이 줄줄이 나오긴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어메니티가 여러가지 뜻으로 쓰이지 않고 단지 욕실 어메니티 - 그 중에서도 작은 병에 담긴 샴푸, 로션을 가리키는 것으로 굳어진 듯 하다.

 


한국에서는 호텔 어메니티는 욕실에 조그만 샴푸 샤워젤 바디로션 모아놓은 통칭하는 것으로 의미가 축소되었지만, 사실상 호텔에 놓여있는 모든 것을 어메니티라고 보면 된다.



위 사진에서 보면 글자가 작아 잘 안 보일 수 있지만 룸 어메니티 리스트에 와이파이, 무료 주차, TV, 헤어 드라이어 등등이 모두 포함되어 적혀있다. 

캠브리지 영어사전에서 amenity를 설명하는 부분을 보면 ( something, such as a swimming pool or shopping centre, that is intended to make life more pleasant or comfortable for the people in a town, hotel, or other place ) 한국에서의 단어 쓰임새에 비해 상상도 못하게 스케일이 크다 😉 호텔에 있는 '수영장'이 어메니티의 첫 예시로 나온다. 삶을 좀 더 풍요롭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시설 같은 것들을 가리킨다.



hotel amenities로 수영장을 소개하는 포시즌스 서울. 그외에 식당과 한국식 사우나 등도 어메니티이다. 




영어권 글을 보면 "내가 제일 좋아했던 호텔 어메니티는 oo회사의 커피 메이커였어요" 라는 글도 볼 수 있지만 한국에서의 사용 용례는 "내가 제일 좋아했던 호텔 어메니티는 조 말론이었어요" 정도로 한정된다. 트위터의 '사진' 검색에 영어로 'amenity'와 한글로 '어메니티'를 각각 넣어봐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menity는 건물이나 시설 사진, 어메니티는 목욕용품 사진. 

그래서 외국 사이트에서 "XXX room은 XYZ room에 비해 어메니티가 더 추가됩니다." 같은 설명을 봤을 때, '고작 목욕 용품 몇 개 더 주면서 이만큼 가격 차이가 난다고?' 이렇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물론 외국 호텔에서도 목욕 용품이란 뜻으로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더 폭넓은 의미로 쓰인다.

amenity외에, 미국이나 영국에서 세면도구를 단독으로 가리키는 단어는 toiletries인데 한국에서는 'toilet = 변기'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토일레트리라는 단어가 보편화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의미를 좁히기 위해 토일레트리라는 단어를 주로 쓰는데 '이거 너무 영어 남발인가? 현학적인가?' 고민했는데, 더 생각해보니 샴푸, 바디 로션, 샤워젤 ....어차피 영어가 아닌 게 없었다. 😆 '목욕세정제' '신체보습제' '목욕도구모음' 이런 식으로 쓰는 게 더 이상할 듯.



4. wannabe

한국에서 완전히 의미가 반대가 된 단어로...한국에서는 "닮고 싶은 사람" "따르고 싶은 롤모델" 이런 정도의 의미가 되었지만

사실 원래 뜻은 "따라쟁이" "절대 똑같이 될 수 없지만 모방만 일삼는" 등의 약간의 경멸의 뜻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닮고 싶은 멋진 대상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닮고 싶어서 용쓰는 사람 정도의 의미이다.

캠브리지 영어사전도 가차없다. 

"a person who is trying to become famous, usually unsuccessfully"

외국인에게 쓸 때 주의해야 한다. "관종" 의미로 알아들을 수도 있으므로.



닮고 싶은 존재는 Role model이나 ~~ goals 정도로 써주면 된다.



영어권에서는 Couple goals. 위처럼 쓴다.

한국에서는 '워너비 커플' 이런 식으로 썼겠지만.







Wish

 


거의 한달째.... 친해졌던 길고양이 한 마리가 안 보인다.

나를 가장 잘 따르던 녀석이 사라져 안타깝지만,

그렇게 사람을 너무 잘 따르던 고양이이고, 동네 아이들이 계피, 레오 같은 이름을 지어서 부를 정도로 친한 걸 봤으니... 누군가 입양해갔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길냥이인데도 너무 사람을 잘 따라서 예전에 내가 살짝 들어올려봤는데 순순히 몸을 맡길 태세였다. 그렇게 누군가가 안아올려서 데려갔기를 ...


예전 여름에 찍어놓은 영상인데, 요즘은 아래 두 마리 밖에 안 보임. 🐈🐈‍⬛











가을에 만나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 Millennium Hilton Seoul




가을의 절정은 살짝 지나갔지만
단풍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남산을 향해 열려있는 힐튼 서울.
다행히 예상보다도 더 위치가 좋은 방을 배정받아서 실컷 가을 산을 보고 왔다.
다른 층에는 스위트룸이 있는 바로 그 위치의 룸이니, 호텔을 대표하는 전망을 가진 방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스위트라 해도 코트야드 판교처럼 일부 스위트를 삭막한 옆건물 창문만 봐야하는 자리에 그냥 배치하는 호텔도 있긴 하다)

내 돈 주고 하는 걸로는 힐튼 계열 첫 방문인데도 방문 목적에 걸맞는 방에 머무르게 되어 호감도가 올라감. 방 배정 운이 호텔 인상을 결정한다는 걸 다시 느낌.

자주 지나다니던 남산 근처였지만, 침대에 누워도 한 눈 가득 남산이 들어오는 1박을 보내고 나니 새삼 호텔에 숙박하는 일은 "다른 공간/시간을 빌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사로 지나치던 곳이라도 새로운 각도, 새로운 높이에서 그 도시를 만나게 되는.
또한 호텔 급이 높아질수록 "우리가 이런 것도 준비해놨어" 하는 것과 만나는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힐튼 서울의 가장 큰 무기는 남산 그 자체인 듯.





코로나로 인해, 특급 호텔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가운데 1983년에 세워진 힐튼 서울도 드디어 매각이 결정되었다. 서울역 방향 뒷편 정원 등 사실상 놀고 있는 땅이 많아서 개발업자라면 다른 야심이 생길 자리이기에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을 것이라고 한다 - "부지만 보면 허용 용적률 600% 중 350%만 써서 호텔을 지었기 때문에 철거하고 600%를 다 채우면 엄청난 이익이 생긴다는 셈법이지요." - 힐튼 서울을 설계한 김종성 건축가의 인터뷰 중에서.

그래서 더 이상 이런 각도로는 남산 단풍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니 엄마를 꼬셔서 같이 다녀왔다. "인생은 짧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오늘을 살자!" 같은, 활력이 있어보이면서도 동시에 인생 포기한 듯한 말과 함께.😜

하지만 내년 연말까지는 영업한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언젠가 다른 계절에도 한 번 가보고 싶긴 하다. 
 
아주 오랜만에 수영장/대형 홀/4개 이상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제대로 된 5성 호텔에 왔는데, 방도 기본 34m²여서 비교적 공간이 넉넉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게 오래 된 느낌이지만 그래도 2015년에 리노베이션된 설비가 아주 나쁘지는 않다. (리노베이션 시기는 방 위치나 층에 따라 다르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창밖만 보아도 휴양의 느낌.



사진보다 실제로는 산이 더 가까이 보임 😲



침대도 편안해서, 조식을 먹고 와서 다시 사르르 잠들었는데 눈 떠보니 두 시간여가 지난 11시. 그대로 체크아웃 준비를 해야했다. 자주 쉬러 오고 싶지만 힐튼 서울의 가장 큰 단점은 세금과 서비스 차지가 두 번++ 붙어서 가격대가 좀 올라간다는 것이다. 💸 한국의 힐튼 계열 중에서는 이곳과 힐튼 경주만 그렇다.

단풍철 +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부 서울 호텔로 눈을 돌린 탓에 만실에 가까운 엄청난 인파 속에, 대체적으로는 직원들의 세련된 친절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그래도 종종 세심한 배려를 해주는 직원도 만날 수 있었다. 




호텔의 오래된 세월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보통 화장실이지만 잘 관리되어있고, 수건이 다른 호텔에 비해 망가짐(?!)이 적고 깨끗하고 하얀 편인 것이 인상적. 내 방에 사용한지 얼마 안 된 수건만 우연히 배치되었을 수도 있지만, 외국계 체인 호텔인데도 끝부분이 너덜너덜하고 회색빛이 된 수건😣을 계속 사용하는 곳도 의외로 있어서 놀랐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힐튼 서울은 오래된 수건은 미련없이 버리나 보다.

호텔 화장실 특유의 집같은 아늑함보다는, 회사에 있는 공중화장실 느낌나는 색감과 재질 선택이 단점이긴 하다. 미국 욕실처럼 욕조 외에는 물빠짐이 없게 되어 있으므로 물바다 안 만들기 위해서는 샤워할 때 커튼을 욕조 안에 넣고 샤워하는 것이 좋다. 





새벽의 서울.
역시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풍경.
이 하늘색이 아름다워, 한국 시간 새벽 5시쯤 되어야 그날의 핵심 경기가 시작하는 US open 시기에 다시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하늘을 보면서 경기 관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남산을 이렇게 한눈에 볼 수 있는 건 좋지만, 그만큼 언덕에 위치해 있어서 도보로는 약간 접근이 어려운 단점이 있고
지어진 지 오래 된 호텔이라 지하주차장을 완비하지 못해, 본인 차를 이용한다고 해도 별도 건물에 있는 주차장 이동이 애매하다고 한다.  

내가 머무른 방은 코너룸이라 전망/개방감이 매우 좋았지만 바로 위층이 스위트인 게 단점이었다. 안그래도 우리집에서도 이웃이 가끔 집안에서 신발을 신고 다녀 또각또각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호텔까지 와서도 똑같은 소리가 들려 놀랐다. 🤯 나중에 스위트룸 사진을 보니, 스위트룸은 입구쪽이 카페트가 아닌 타일? 돌바닥이었는데...그래서 위층 사람들이 신발을 신고 드나들 때마다 또각또각 소리가 나는 것으로 짐작이 갔다. 흠....

층간소음을 포함해서 생각보다 방음도 엉망. 
어느집 불효(?)아기가 몇 분간 계속 울어대서 모처럼 호텔에 쉬러왔을 그의 엄마 아빠를 애타게 하고 있었다. 갓난아기같은 아주 어린 아기가 우는 소리였다. 밤새 내내 울까봐 매우 걱정했지만 다행히 자정을 전후해 몇 분쯤 울더니 더이상 아기 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 외에도 간헐적으로 여기저기 웃고 떠드는 다른 방의 소리가 들려서 이 호텔이 지닌 가치가 좀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더이상 방음 보강 리노베이션을 할 일도 없고, 이젠 40년 역사를 뒤로 하고 사라지는 호텔이 되겠지.



내년말까지 영업한다면... 이 크리스마스 트리는 이제 진짜 마지막일까 🤔



고양이 사진 좀 찾아줘



구글 포토에 그동안 내가 저장한 고양이 사진 좀 찾아달라고 했더니...
요상한 애를 찾아냈다. 😸




으응??




내 옷인데...




tourist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아무 것도 아니었던 그저 스쳐지나간 외국 도시 풍경이 머리 속에 지나갈 때가 있다.
2015년, 샌프란시스코 오후 5시 ↓





사실 갑작스레 내 머리 속을 지나쳐간 풍경은 이 풍경이 아니라 이 거리로 들어서기 전에 지나쳐간 골목의 풍경이었지만 거기는 사진을 남기지 않았으니 위 사진 소개.

이런 사진이야말로
매일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데
관광객들은 오오오 하면서 찍는, 대표적 사진


미국인이 분당와서, 이국적인 느낌에 찍는 사진도 이와 비슷하다 😄


역시 이유가 있어



동네 큰 슈퍼가 사업을 정리하면서 전제품 20% 세일에 들어갔다.

특히나 "만원에 4캔" 맥주가 주르륵 있던 곳에 사람들이 모든 걸 쓸어가고 단 한 캔만 남아있던 게 인상적이었다.
그 마지막 캔을 내가 집어들고 왔는데...




흠.. 먹다 보니 왜 혼자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는지 이해가 가는 맛이네.
미안.




아까운 글들



오래 된 나의 ipad2가 엄청나게 성능 저하 된 뒤에 그걸로 구글 블로그를 썼던 시절이 있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일을 겪은 것 같은데...

태블릿용 구글 블로그앱은 고친 글 작성 완료하고, 새로 업로드 버튼을 터치 하는 사이에 시간이 좀 걸릴 때가 있었다. 작성 완료된 글이 화면에 촤르륵 펼쳐지기 이전에 성급하게 업로드를 하면 그냥 하얀 바탕 화면만 최종 결과물로 업로드가 되곤 했다. 🤧🤮😭😱 글이 모두 화면에 보일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업로드를 해야 되는에 "수정해야 된다"라는 목표에만 골몰하다가 글을 몇 개나 날려먹었는지 모른다. 

그런 일을 수차례 당하고도, 참을성있게 기다려야 한다는 걸 또 까먹고 또 까먹고 🤦... 

날려먹은 많은 글을 잊었지만 아직도 아쉬운 글 두 개는...
제주도에 자원봉사(?)하러 갔다가 주최측이 마련해줘서 일주일 가까이 머물렀던 호텔에 대한 글, 그리고 "폐업"하는 이메일 사이트에서 오랜 옛 메일을 정리하다가 본 - 잊고 있던 추억들을 다시 되새기는 글, 두 개다.

그 호텔에 대한 후기는... 여러 차례 수정을 통해 공항에서 걸리는 시간, 택시 가격,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노선 등등을 추가해가면서 굉장히 내용이 만족스러워졌을 무렵 업데이트 과정 성급한 손놀림으로 백지 화면으로 남겨지고 말았다. 그당시에는 짜증나서 다시 쓸 수 없었고 이제는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다시 쓸 수 없다. 아쉽다. 🤯🥺

다른 하나는, 십수년전 당시 미국에 있던 친구와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남긴 추억들에 대한 건데, 역시 터치 실수로 한순간에 글이 다 날아갔다. 

구글 블로그 앱은 중간 자동 저장 기능도 진정 없는 건지... 그저 당시 구동이 너무 느렸던 아이패드 탓인지...흑흑.

날려먹은 글들 다른 건 다 잊었지만 그 글 두 개는 다시 불러오고 싶고, 사라져서 너무 슬프다.





참...모든 일은...

 


엄마, 언니와 함께 주말에 송도에 다녀왔었는데

홀리데이인 송도는 19층에 프론트데스크가 위치해있고, 모든 방은 그보다 아래층에 있다.


하루를 보낸 16층 방에서 나와서 체크아웃 하러 가면서 다른 가족들 왔다갔다 할 필요없이 나만 19층 올라가서 체크아웃을 하고 오면 될 것 같아서, 가족들에겐 아래층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눌러주고 나는 19층으로 올라갔다. "1층에서 기다리고 있어~~"라는 말을 남기고.


체크아웃을 마치고 1층에 내려와보니, 가족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

급작스레 한파가 찾아온 주말 오후인데, 설마 호텔 밖으로 나갔나?!?! 밖에 나가봐도 가족들이 없어서 전화를 해보니 19층에 구경왔다는 거였다. 🙆 흠...그저 프론트 데스크와 식당이 있을 뿐인데...왜 거기에?? 나와는 서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시간이 엇갈린 모양.


가족들이 내려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서울행 버스를 타려하니 눈앞에서 놓쳤다.

시간상으로는 충분히 호텔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송도는 계획 신도시라, 도로를 널찍널찍 10차선 이상으로 만든 곳이 많아서 횡단보도 두 번에 나눠 건너야할 정도이다 보니 신호 대기 시간 지체가 상당한 것이었다. 그래서 배차 간격 20분 짜리 서울행 버스는 눈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부아가 치밀었다. 하지만 가족 중의 막내인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속으로만 '아니 왜 1층에 있으라고 했는데 19층으로 올라온 거야? ㅜㅜ' 계속 되풀이했을 뿐. 

아마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내가 실수를 저질렀다면 난리난리 났겠지. 난 막내니까 나에겐 마구 말할 수 있으니...


나중에 들어보니, 1층에 내려 가긴 했는데 아무 시설이 없고 소파 한 개 덩그러니 있는 게 별로여서 19층으로 다시 올라왔다는 거였다. 아마도 그 시점에 나는 이미 체크아웃을 끝내고 내려가고 있었을 것이고. ㅠ.ㅠ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가족과 같이 19층에 올라가서 같이 체크아웃을 하고 내려왔으면 딱 알맞게 서울행 버스를 타고 기분 좋게 돌아왔을 텐데, 바닷가 송도의 찬바람을 맞으며 다음 버스를 20분 기다렸다 ㅜㅜ 


나름의 가족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던 게 배려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 엄마는 간소한 1층 대기 공간보다는 그래도 호텔이 신경 써서 꾸며놓은 로비가 더 좋은 사람이었던 거다.


참...모든 일은... 내 예상대로 되질 않아. 🙎 




 

5년 만에 홀리데이인 송도



5년 만에 방문한 곳.

예전에 시야 방해없이 인천대교와 바다가 바라보이던 곳에는 아파트가 우르르 들어서서
이젠 인천대교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건물과 시설이 더 많아져서 볼 것 없던 이쪽 방향 야경이 요즘은 더 예뻐지고 갈 만한 근처 식당•카페가 늘어났다.





5년 전 방문했을 때보다 날씨도 좋아졌지만
물론 가지고 다니는 전자기기의 화질도 향상됐네 🤗






5년 전보다 2층 높은 곳에서 바라봤음에도 오히려 바로 앞에 오피스텔이 들어선 탓에 이쪽 전망도 안 좋아졌다. 이 오피스텔 거주자들 많은 수가 커튼도 거의 치지 않고 개방적인 사생활(?)을 하고 있던 게 인상적.


또 변한 것 중의 하나는, 외국인 여행자가 쉽게 길을 물어보거나 택시를 타게 도와주는 현지어 주소 안내가 ihg app에 생겼다. 각 호텔 페이지의 map 아래 "address in Korean" "address in Chinese" 같은 현지어 안내를 터치하면 된다.








시간이 흘러 환경은 크게 변했지만 홀리데이인 송도에서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은...
밤이 되자 웅성웅성 두런두런 들려오던 사람 말소리. 
5년 전에는 새벽 3시까지 시끌벅적해서 고생했었다.

계속 주체가 변하는 걸로 봐선 내가 있던 방의 아래 위 좌우 모든 곳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느낌. 이 호텔의 치명적인 단점. 😣 새벽 1시에는 커플 싸움 소리가 들리기도... 다행히 오래 가지는 않았지만, 괜시리 새벽에 예전 홍콩 호텔에서 있었던 한국인 부부 살해 사건 같은 것을 떠올리고 있었네. 

낮에는 그래도 조용한데 늘 밤에 소리가 웅웅 울리는 게 거슬리는데...
이제 개관 만 7년을 넘긴 이 호텔이 리노베이션을 하게 될 때 방음 보강을 할 지가 궁금하다.

메이저 호텔 체인 중에, ibis를 가진 Accor그룹 다음으로 저예산 숙박이 가능해서 고마운 게 홀리데이인 - IHG인데
한국 수도권에 있는 3곳의 홀리데이인 계열(+익스프레스)에서 모두 소음 문제를 겪은 게 아쉽다. 다른 호텔에서 겪는 소음 문제가 대로변 바깥에서 들려오는 차량 소리 같은 거였다면, 홀리데이인 계열에서는 유난히 사람 목소리로 고통 받는다. '중저가' 호텔이라서 감수해야 할 일인지...😔










수원 산책

 

주말에 수원에 다녀왔다.

예전 알바할 때 2주 체류로 인해 몇몇 곳은 익숙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말로만 듣던 수원 화성을 걸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지도 앱에서 검색해보니, 5.1km짜리 두 시간 코스 - 수원 화성 둘레길이 나오기에....도전해 봄.


 




결과는....
매우 좋았으며
외국에서 친구가 온다면, 한국은 참 보여줄 것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요즘 한국 문화의 큰 인기에도 불구하고)
외국 손님을 한국에서 어딘가에 데려가야 한다면 바로 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택한 시작점으로부터 걸으니, 마지막에 팔달산 구간이 있어서 좀 헉헉댔으나
1시간 45분만에 5km 한 바퀴를 도는 데 성공! 💃 
내가 선택한 시작점에서 만약 반대방향으로 돌았다면, 처음에 힘들고 나중에는 평탄한 길을 걷게 된다.






동네 냥이 권력 관계







 


사진 상에 내 손 아래에 딱 위치한 고양이는 사람 손길을 너무 좋아해서 나를 가장 잘 따르는 고양이로

다른 사람들이 밥을 주고 있어도 (우리 아파트는 고양이에게 밥주는 사람이 많다) 그 사람을 등지고 나에게로 달려오는 경우가 많은 고양이이다. 물론 나보다 이 고양이와 친분 역사가 오래된 사람들도 있어 보이기는 한다. 한 번은 이 고양이랑 놀다가 그 자리(아파트 가장 뒷쪽)를 떠나 편의점에 다녀와서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이 고양이가 아파트 가장 앞동 우리집 현관에서 걸어나오고 있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니, 그 사이에 어떻게 찾아 왔지???

처음에는 자기에게 손도 못 대게 했는데, 언제부턴가 궁디팡팡에 중독되어 나를 보면 저렇게 엉덩이부터 들이대는 녀석이다. 먹는 것보다 사람의 손길을 더 좋아한다. 나도 처음에는 길고양이를 만진다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요즘은 친해지니 어쩔 수 없다. 🙈 동네 꼬마 어린이들이 "계피" 혹은 "레오"라고 이름지어서 부르는 걸 봤다. :)


두번째 노란 치즈냥이는 고양이 특유의 묘한 신호를 보내는 고양이로, 대체 나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나를 보면 나무 위에서 헐레벌떡 뛰어내려 오거나 아파트 철조망을 훌쩍 넘어 달려오기도 하는데, 음식을 주는 일이 뜸해진 요즘은 데면데면하게 군다. 나무도 잘 타고 사냥에도 적극적이고 발톱도 잘 세운다. 야생 생활도 거뜬할 것 같은 냥이.

가까이 가면 '아옹'소리 한 번 내며 인사하고, 나와 가까이 있기는 하는데, 툭 건드리면 약간 더 멀리 가서 앉는다. ㅎㅎ 처음부터 위 두마리는 친했고, 내가 노란 고양이를 쓰다듬어도 일명 "계피 aka 레오"는 그렇게 질투하지는 않는다. 소고기와 조기를 잘 먹는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북어포 등은 입에 안 댐. 요즘 빈손으로 가면 거리를 유지하는 걸로 봐서는 나를 좋아한다기보다는 내가 오래 전 콩알만큼 주었던 소고기에 반해서 계속 기대감에 근처에 머무는 것 같다. 🥩


가장 멀리 있는 턱시도냥은 나를 엄청 따라다니는 고양이이긴 한데, "계피 aka 레오"에게 주눅들어 있다. 턱시도-노란 냥이랑은 서로 싸우긴 하지만 비등비등한 것 같았는데, "계피 aka 레오"는 이 턱시도냥이 나의 근처에 오는 것을 절대 불허해서 하악질을 하고 때려서 내쫓아버리곤 한다. 사실 턱시도냥이 덩치가 제일 큰데 "계피 aka 레오"가 권력 서열이 위인지 그냥 깨갱하고 끝. 그래서 "계피 aka 레오"가 놀이터에 없는 날에만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오늘 사진에는 안 찍혔으나, 역시 치즈냥이인데 절대 사람 근처로 오지는 않지만 내가 종종 음식을 던져주는 사람이란 것만은 인지하고 있는 고양이도 있다. 내가 나타나면 스윽 나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계속 내 주위를 맴돈다. 내가 멀리서 음식을 던지면 시크한 척 하다가 내가 자리를 떠나면 그 음식을 먹거나 입에 물고 사라진다. 절대 내 시야 안에서는 먹지 않는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오늘은 눈인사를 하는 것도 봤는데 (고양이는 눈을 한 번 꾸욱 감는 눈인사를 한다) 앞으로 더 친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징은, 매우 억울하게 생겼다. ⬇️ 인간으로 치자면, 눈 앞트임 뒷트임 쌍수를 해주면 인상이 더 좋아질 상 😁😂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