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게 만든다



재작년 여름에 아파트 바깥이 시끄러워 나가보니, 나무들을 무참히 베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솎아내기 정도도 아니고 가지를 몽땅 다 없애고 큰 줄기만 남겨놨다. 

다음해 봄, 마치 죽어버린 것처럼 보였던 나무 줄기에서도 꽃이 피어났다. 잔인한 살해(?) 현장에서 그래도 너는 살아가는구나.






생명이란 참 신기하다.
또 1년이 지나 봄이 되니, 이번에는 가지가 정말 많아졌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걸까.





한편으론 "꽃"의 위력을 알게 됐다.
그동안 "호텔 숙박의 꽃은 조식이죠" "ㅇㅇㅇ의 은 ooo 아니겠어요?" 이런 식의 표현에 그다지 공감을 하지 못했다. 대체 꽃이 뭐길래...🤷

하지만 이렇게 꽃 앞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나니, 이 수많은 가지들은 어제 뿅 하고 나타난 게 아니라 1년 내내 자라나고 있었던 것임을 알아차리게 됐다. 그동안 이 나무 앞을 수없이 지나다니면서도 이렇게 가지가 자라나고 있다는 걸 한 번도 보지 않았었는데, 봄이 되어 마침내 꽃이 피어나니까 그제야 시선이 가는 거였다. 그래서 ㅇㅇㅇ의 꽃은 ㅇㅇㅇ죠라는 표현이 가능한 것이었구나. 1년 중에 단 한 때, 이 나무가 주목받는 시기. 중심.


잘라내고 베어내도 여전히 힘차게 살아가는 생명의 힘을 새삼 목격하는 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생명의 소멸을 확인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나무가 서 있는 길을 지나 특정 아파트 동으로 가면, 내가 여기에 종종 글을 쓰곤 했던 '은둔 고양이'의 거처가 있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안 보인지 시간이 꽤 흘렀다. 열 살 정도는 된 노령 고양이이니 길고양이로서는 오래 산 거지만, 한편으로는 그 고양이가 내가 다가오는 것을 허락한 지 몇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제 영영 못 보는 건가 해서 아쉽다. 마지막으로 본 날, 내 손에 쥔 먹을 것을 툭 치는 활력을 보여줘서 더 오래 살 줄 알았는데... 그게 진짜 마지막 모습이었던 걸까. 영하 16도, 추운 겨울도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견뎌냈는데 왜 봄이 오니 보이지 않는 걸까. 













150원짜리 도움 안 되는 후기




보통 대형 마트나 백화점 식품관 온라인 사이트는 음식을 배달받아 먹은 후 후기를 올리면 30원 -150원 사이 가치를 지닌 포인트를 준다. 하지만 100원에 모든 것을 건 사람들의 성의없는 후기 탓에 거의 도움은 안 된다. 사이트 운영 측으로서는 너무 후기가 많으니 검사하는 사람이 따로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다들 대충 올린다.





첫번째 사진이 가장 흔한 사례로, 배달받은 품목을 몽땅 바닥에 늘어놓고 딱 한 장 찍어서 모든 제품의 후기에 다 돌려쓰는 방식. 그저 50원을 더 받기 위한 사진인데, 제품 후기로서의 의미는 전혀 없다. 50원이 뭐길래...

두번째는 그나마 해당 상품 사진을 찍는 성의는 보였으나 가장 궁금한...그 내용물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길이 없다.

세번째 네번째는 ...ㅎㅎ 낙지 제품 후기에 아무 생각없이 쭈꾸미 제품 후기를 올린 경우로, 사실 이 사이트 후기를 검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탈락되었어야 할 후기. 🤭 역시 전혀 도움 안 됨.

난 그래도 꼭 조리를 한 다음에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먹은 뒤 감상도 적는 편인데... 밥먹는 게 더 급해서 사진 찍는 걸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맞아, 먹기도 바쁜데 무슨 사진이야. 다들 안 찍을 수도 있지 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그러고 보니 사람들 식당에서 밥 먹을 땐 무조건 사진이 우선이잖아? 그렇게 음식 사진 예쁘게 찍으면서도 다들 집밥 사진은 안 찍는 거구나 하는 결론이...

돈 한 푼 안 나오는 본인 소셜 미디어를 위한 음식 사진은 열심히 찍는데, 오히려 돈도 주는 마트 후기 사진은 대충 찍고 마는 게 참 재밌다. 익명이라서 그런가? 🤗😉 

내가 150원 앞에서 나의 도덕적 우월함(?)을 내세우기 위해 쓰는 글은 아니고, '밥 먹을 때 귀찮으니 음식 사진 안 찍을 수도 있지 뭐'라고 쉽게 생각했다가... 음식 사진의 재현 수준 때문에 특정 회사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음식 사진을 중시한다는 것이 기억나면서 '귀찮음' 혹은 '돈'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과정이 재미있어서 쓰는 글이다. 

보통 돈 되는 일은 공들여 열심히 하고, 돈이 안 나오는 일은 대충 하게 마련인데 완벽히 그 반대가 되는 사례.



참고로, 저 낚지볶음 볶으면 이렇게 생김 ㅎㅎ 먹어보니 낙지 맛인데도, 엄마가 생긴 게 낙지가 아닌 것 같다고 의심하심. 















when I was...



미드를 보는데.. 침대가 있는 방에서 외출할 신발을 신어보고 거울을 보다가 그대로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면서 '와 아무리 다른 문화라지만 진짜 적응 안 됨.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밖에서 신고 온 신발과 침대가 같은 방 카페트 위에 있는 거?' 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 같은 데서 보는 짧은 동영상 중에 "맨날 우리집에 찾아오다가 결국은 방 안에도 들어오는 맹랑한 길냥이"류의 외국 동영상들이 생각났다. 영상 속 사람들은 어디서 사는지도 모르는, 밖에서 들어온 고양이가 침대로 올라와도 그저 좋아하는 것이었다. 우와... 벼룩인지 빈대인지 그런 거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길냥이를 침대에까지 오게 하지? 하긴... 밖에서 신고 온 신발로 그대로 침대에까지 올라가는 사람들이니 뭐... 거리낌이 없나보다 라는 생각도 했다.


앗 그런데...
그러고 보니 나도 중국/스리랑카에서 살 때 침실에 신발 신고 들어가는 생활을 했었네?? 😲 물론 현관 입구에 실내화를 놔두고 외출했다 들어올 때 갈아신기는 했지만 사실상 한국식의 경계는 전혀 없었고, 원하면 나도 외출했던 신발을 신고 침대 옆까지 그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명목상은 실내화였지만 어차피 그냥 슬리퍼니까 그걸 신고 밖에 나갔다 오기도 했다. 침대 옆에 각종 흙 묻은 신발이 있을 수 있는 생활을 나도 3년 가까이 했었다. 미국이랑 차이점은 카페트는 아닌 타일 바닥이라는 것뿐. 그래서 중국에선 구두 신고 집안을 다니면 또각또각 소리가 난다고 아래층에서 항의가 들어와서 집에 오면 곧장 실내화로 갈아신긴 했지만, 스리랑카는 사실상 내 집이라 신발 신고 집 안에서 어딜 가든 내 자유.

나도 한때 그렇게 살았고, 그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걸 아는데 십수년 지났다고 그새 까먹고 '어떻게 저 사람들은 저게 가능하지? 외출했던 신발을 신고 침대있는 방까지 가는 거?' 이러고 있다니 ㅎㅎㅎ 묘하다.




노화



저번에 부산에 다녀왔을 때부터 오래 걸으면 한쪽 무릎이 좋지 않았다. 이르게 찾아온 노화 징후에 많이 놀랐다. 

이르게 진단받고 대비하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뭔가가 확정되는 게 두려워서 병원은 아직 가지 않았다. 가족에게도 정확히는 말하지 않았다. 

" 늙을수록 언덕에 살면 안되겠다. 집에서 나갈 때부터 (내려딛을 때) 무릎에 충격이 와."
" 안돼. 오늘은 산책 안 나갈 거야. 무릎나가"

이렇게 슬그머니 진실을 말해봤지만, 내 나이에 비해 너무 이르기에 가족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엄마는 내가 늘 언덕을 싫어했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말하는 줄 아실 테고, 언니는 실제로 "아휴 니가 무슨 무릎이 나가냐" 라며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여태 내가 사본 운동화 중에 가장 "정가"가 높았던, "air"💨 운동화도 사놓았지만...과연 내가 앞으로 달릴 수 있을지, 작년처럼 하루에 2만보 걸으면서 앞으로 유럽 도시를 돌아다닐 수 있을지 ... 이런 생각을 하면 슬퍼졌다. 좋은 시절 다 간 건가.

무릎 부근에 근육이 있어야 버틴다고 해서 약간의 운동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많이 걷지 않아서 오늘은 컨디션이 괜찮았다. 고혈압 경계선에 있는 엄마를 모시고 병원가는 날.

늘 다니던 그 병원에 가는 방법은 여러 버스 노선이 있는데 오늘따라 시간이 다 어긋났다. 오래 기다려 마을버스를 타고 가다 내려서 병원 바로 앞까지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려는 순간, 우리가 타야 할 버스가 우리 앞으로 지나가는 걸 보았다. 지도앱을 통해 그 버스는 이미 지나갔고 또 수분 동안 기다려야 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직은 탈 수 있다! 

원래 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절대 뛰지 않지만, 오늘 계속 지루하게 버스를 기다려왔기 때문에 또 기다리기가 싫어서 나도 모르게 뛰기 시작했다. 엄마도 같이. 

나는 달리기가 느려서 웬만하면 타는 데 실패하는데 오늘은 성공했다. 나는 달려도 무릎에 충격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기뻤고, 엄마는 힘껏 뛰었는데 아주 많이 숨이 차지는 않아서 기뻐하신다. 아웅 이제 다 늙어버린 모녀. 병원에 가서 혈압 재면 170쯤 나오는 거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렇게 높은 수치는 안 나왔고, 의사도 한달간 지켜본 수치가 약을 처방하기엔 그리 높지 않다며 또 두고보자고 하신다. 기분 좋게 병원에서 나옴.

참..
내가 무릎 걱정을 하게 되다니.. 한 60대쯤 되어야 하게 되는 걱정인 줄 알았어.

그리고 오늘 또 하나 알게 된 게 있다.
오늘 그렇게 헉헉거리고 버스에 타서 일단 보이는 대로 교통약자석 맨앞에 앉았다. 버스 내부는 널널한 편이었기에 누구든 나이 드신 분이 타면 양보할 생각으로.

다다음 정거장 쯤에서 거동이 느린 할머니가 타시기에 벌떡 일어나서 그 자리를 비워두고 뒷자리로 갔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자리에 앉지 않으시고 뒤를 휘휘 둘러보시더니 나보다 더 뒷자리에 앉으셨다.

그때 알게 됐다. 나이 드시고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내릴 때 편하게 내리기 위해 하차 문에서 가까운 곳에 앉으신다는 것을. 타자마자 보이는 약자석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선 내릴 때 또 시간이 걸리니까. 한국 버스는 내리는 사람을 위해 천천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대로 일단 앉고 보는 건 차라리 젊은 사람이고 나이 드신 분들은 뒷문이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신다. 이제서야 곰곰 떠올려보니 나이 드신 분들은 앞쪽 노약자석이 비었어도 항상 뒤로 뒤로 더 들어가셨던 것 같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는 하지만
신체 변화를 겪으면 타인의 불편함을 이해하게 되고 예전과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도 경험이...



오래 전에 내가 어떤 단체 임원(?!?)을 했을 때 
송년회 날에 그 구성원들이 임원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백화점 상품권을 준 적이 있었다. 

백화점의 소위 "매대"에 나와있는 세일 상품이긴 했지만 나름 캘빈 클라인 티셔츠도 그 상품권으로 하나 샀었고...그러고도 소액이 남았지만 '먹어서 없어지거나 닳아서 없어지는 것' 외에 괜히 뭔가 오래 남는 제품을 사야 할 것만 같아서 그 상품권을 오래오래 그냥 뒀었다.

상품권은 표면적으로 유효기간 10년을 두고 있는 곳도 있으나 보통은 10년이 넘어도 다 받아준다고 한다. 그래도 진짜로 10년이 넘게 되니 상품권이 휴지조각이 될까봐 겁나서 백화점엘 갔다.

한눈에 맘에 드는 운동화 발견.
보통 매장에 있는 상품은 인터넷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 제품은 인터넷이 훨씬 더 비싸다. 매장에서 사기에 딱 알맞는 제품.




평소 운동화는 230-235를 신는데, 이 운동화는 발볼이 좁을 뿐 아니라 입구도 무척 좁아서 낑낑대며 신었음에도 '230은 영 안되겠구나'라는 생각만 하고 쉽게 235를 사왔다. 계산하면서 대폭 세일 제품이라, 제품 하자 외에는 교환/환불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집에 와서 신어 보니 235도 정말 너무너무 딱 맞는다. 240 살 걸 후회가 됐다. 내 인생에 240은 신어본 적도 없고 235에 맞춰서 산 운동화도 큰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매장에서 240도 한 번 달라고 해서 신어볼 생각도 못했다.

이 신발은 꽤나 날렵하게 디자인된 신발이고, 운동화는 전적으로 원래 내 발크기에 의존하기 보다는 신발 형태에 따라 두 사이즈 정도 크게 신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몰랐다. 난 이 나이에도 경험이 너무 모자르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운동화는 모두 인터넷에서 주문을 했었고, 진짜 오랜 만에 직접 신어보고 산 신발인데 직접 신어 보고도 양말 신고는 절대 못 신을 크기의 신발을 사오다니 이 무슨...🤦‍♀️
사고 돌아와서야, 다른 모델 구입 후기를 볼 때도 "이 제품은 발 볼 좁게 나왔으니 두 사이즈까지도 업' 하셔야 됩니다" 같은 내용을 예전에 몇 차례 봤던 게 떠올랐다. 난 너무 단순하게 '나에게 240이라니... 너무 커' 라는 생각만 했던 것.

흠.. 어차피 상품권을 쓴 탓에 내 돈은 별로 안 썼으니 그냥 수업료 냈다 치고 그냥 양말이 꼭 필요한 겨울엔 못 신는 신발로 두면 되는 건가. 어차피 신발에 통기 구멍이 앞뒤로 있어서 겨울용은 아니긴 하다. ☃️








2023 롤랑가로스 티켓 public 예매 오픈



로또라도 당첨되지 않는 한, 올해 또 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작년에는 프랑스행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었던 시점인 "3월" 공식 예매일에, 올해는 그래도 한 번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나는 작년에 3월 예매는 생각도 못하고 지나쳤고 "5월"에 있었던 추가 예매 날에 대부분의 중요 경기 표를 샀다)







물론 내가 오늘 시작 시간을 잊고 있어서 예매 시작 25분 뒤에야 접속하긴 했지만... 내 앞에 25만명 ㅎㅎㅎ 한 시간이 지나도 그저 몇 만명이 줄어들 뿐이지, 예매 사이트로 접속은 안 된다.
이 숫자면 사실 남아있는 표가 있을런지 모르겠다. 이 정도 순번이면 예매 사이트에 접속이 되어도 그냥 대회 초반 인기없는 날 표를 구입해야 하는 건데, 그런 표는 4월 경에 리세일 시작되면 어차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 queue가 랜덤으로 정해진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내가 가진 기기 3개로 접속을 해보니 접속 시간 순서대로 숫자가 커진다. 랜덤 배정이 아닌 선착순이 맞겠지.


내가 '랜덤'说도 믿는 이유는...
작년 5월에도 역시 기기 3대를 동원해서 정각에 접속했었고, 그래도 그때는 시간을 지켰기에 오늘 같은 수십만번 대는 아니고 몇 천 번대 대기 번호가 떴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다른 일로 시간을 때우려고, 가장 낡아서 '티켓 구입 전쟁'에서 제외시켰던 안드로이드 폰을 열었는데... 갑자기 it's your turn 이라고 하면서 구입 사이트로 쓱 들어가지는 것 아닌가!! 🤪

예매 시간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그 사이트를 열어본 적이 있을 뿐 정각에는 "참전"하지도 않았던 이 폰에서 대기열이 뚫리다니? 🤗 나는 그 자리에서 결승전 + 준결승 표 2 세션 모두 구입 성공. 올해 다시 해보니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닫았던 브라우저를 켜도 비슷한 순번이 유지되는 걸로 봐선 예전 접속을 기억하는 방식인 것 같긴 한데, 그 폰으로는 정각에 접속을 시도 안 했었는데도 순번에 들어가진 것이 너무 신기함.

올해 갈 수는 없더라도 꿈이라도 꾸기 위해 살 수 있는 표는 사보려고 했는데
작년에는 수수료 4유로만 부담하면 100% 환불됐던 표가, 올해는 90% 가격만 환불해주는 것으로 바뀌었기에 안 갈 거면서 그냥 표를 사놓는 행위는 날아가는 돈이 너무 많아서 안 될 것 같다.


지금 수십만번대 숫자를 보니 
작년 5월 모든 일 하나하나가 기적같다.

나는 '3월'의 공식 세일 접속이 생전 처음이지만, 수년간 이 시기에 접속해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올해 유난히 경쟁이 심하다고 한다. 내가 20여분 경과한 뒤에 접속해서 그런 줄 알았더니 1분 만에 십만번대 대기 번호가 나왔다고... 


작년 입장권 구입 이야기 -> 




어떤 안도감



사실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지금 노력하고 있는 건 없지만
외국인의 인터뷰를 볼 때, 어떤 드라마를 볼 때
자막과 다른 원어의 뉘앙스를 알기 위해 여러 번을 반복해 들어도 정확한 소리가 안 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는 늘지 않는 실력에 대해 약간 자괴감이 들기도 하는데...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를 볼 때도 한국어 대사도 안 들려서, 다시 앞으로 돌려서 자막을 켜고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어 자막을 계속 켜놓을까 하다가 그것도 의외로 눈에 거슬려서 꺼놓았다가 필요한 부분만 확인함)

우리가만히있더라도?
우리가안되더라도?
우리가마니..!?!?




사실 앞뒤 문맥으로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 감을 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평생 써온 한국어인데도 대사를 못 감지할 정도로 웅얼웅얼 지나간다.


이런 경우가 쌓이다 보니
약간의 위안도 된다.
영어 실력이 부족해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마 영어권 사람들도 못 알아듣는 영어 대사가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한국어 대사를 못 알아듣듯이.
실력이나 능력과 관계없이 극중 상황이나 배우의 발음 등등 때문에.










익선동 골목 변화




익선동은 2010년대 초중반만 해도 '핫플'이 아니었다. 골목 끝에 회색 ibis 건물이 있고 그 근처에는 전통 찻집이나 음식점이 조금 있었다. 그리고 종로 3가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에 평범한 음식점이 몇몇 있었다. 

그런 식당들에 아주 가끔 가곤 했었는데
2015년 어느 비오는 여름, 
아래 사진처럼 이비스와 지하철역 사이에는 그냥 고즈넉한 실제 주거지 한옥 골목도 여전히 존재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수많은 카페와 음식점이 익선동의 모든 골목골목을 점령했고... 
근처에 새로 생긴 Moxy에 2020년 숙박했다 나오는 길에 그 변화상을 사진으로 남겨두려고 굳이 저 골목을 찾아가봤다.






저 타일에 십자 무늬가 같은 걸로 봐선 같은 지점이 맞다. (사실 사진 찍을 때는 이쯤이겠지? 하고 찍은 거고, 나중에 사후 결과물을 대조하다가 타일 무늬를 보고 거의 같은 지점이라는 걸 확정지을 수 있었다.)

2015년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진 북적북적한 분위기. 골목마다 가게가 있지만 
사진만 찍고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완전히 유명 관광지가 되기 전에는 오히려 근처에서 삼겹살을 먹기도 하고 찻집도 갔었는데, "뜬" 뒤에는 저기서 뭘 먹거나 해본 적이 없다.




☆ 2020년에 여기 갔다온 뒤 아마 페이스북에만 사진 올렸을 거야...하고 냅다 쓰고 나서 보니, 이미 이 블로그에 똑같은 글이 또 있다. 😣🙄
둘 중에 뭘 지울까 하다가 그냥 둘다 놔두기로 했다. 


  


이비스 인사동에서 내려다 보는 익선동 한옥 골목.











다시 경험을 하면...

 


2006년말쯤 처음 본 것으로 기억하는 영화 Paris, Je t'aime.

가끔 몇몇 장면이 생각나는데 의외로 OTT 서비스 등에 잘 없어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느 새벽에 유튜브에 무료로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불법인가...), 조금씩 나눠 보고 있다. (짧은 이야기 18가지로 구성)


2006년 나의 감상평을 찾아보니 상당히 좋게 본 것으로 되어 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생각보다 별로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변한 게 있으니...





2007년 5월에는 이 영화 중에서 Bastille 편을 보고 공감했었는데...

16년 가까이 흐른 요즘 다시 생각하는 것은 

죽음을 앞둬야, 끝이 보여야 사랑에 다시 빠지는 게

과연 그게 사랑일까 하는 의문이다.



뼈아픈 경험 끝에, 저 심정이 진짜라는 것을 2007년에 깨닫기는 했지만

이제는 저런 상황이 또 온다면, 저 상황이 되어야만 다시 절절해 진다는 게 진짜 아름다운 관계인지 의심스럽다.

한켠으로는 저렇게까지 극단적인 상황에 다시는 놓이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있어서겠지.



요즘 또 많이 생각하는 건...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충고로, 여러 책이나 강연에서 많이 나오는 말이 "모든 사람이 당신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그럴 이유도 없다." 이런 식의 말이다. 

인간 관계에 대해 큰 기대도 하지 말고, 크게 상처받지도 말고 자기 삶을 살라는 충고 중의 하나. 그런데 그 "모든 사람" 중에는 부모도 포함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굳이 모든 부모가 자식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그럴 이유도 없다." 이것도 할 수 있는 말일까. '부모가 널 좋아해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이야. 그냥 툭툭 털고 니 인생을 살아." 이것도 남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일까.









 


그냥 기억 속에 뒀어야...



오랜만에 제자들이랑 페이스북 댓글을 짧게 주고 받다가

그 제자가 나에게 뭉클한 메시지를 보냈던 게 기억났다.
그래서 예전에 저장해 둔 걸 찾아서 '내가 너의 글을 이렇게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고맙다'라고 말하려고 했다.




음... 그런데 다시 찾아보니 
뭐 그렇게까지야.... 🙇‍♀️ 뭉클...은 아닌 듯 ??

그때는 "내 사랑하는 선생님"이란 말이 참 고마웠었는데, 다시 보니 그저 "my dear teacher"를 직역한 것 같다. 그리고 외국어로 '사랑'을 말하기가 더 가볍고 쉬우니까.


예전 일본에서 한류는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이었는데, 요즘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한국을 따라하는 게 유행이고 한국말을 조금씩 섞어서 쓰는 일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어떤 프로야구 선수인가...? 가 큰 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한국어로 "사랑해요!"를 외쳐 화제가 됐다고 하는데, 이것은 한국어의 유행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저 '외국어로 사랑해요라고 이야기하는 게 덜 부끄럽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더 많다고 한다. 


음...
그냥 뭉클했던 메시지로 묻어둘 걸,
몇 년만에 파헤치니 그냥 별 거 아닌 걸로 다가오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