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색깔의 향연 ibis styles



중저가 여행에 늘 가장 무난한 선택 - 이비스 스타일스.




한국 3곳, 영국 1곳, 프랑스 3곳을 방문해봤는데 ibis "styles"답게 모두 특색이 있어서 좋았다.
내가 비슷한 등급인 이비스보다 이비스 스타일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비스는 전세계 공통의 실내 디자인을 적용하는 호텔이어서 어딜가나 단조롭지만, 이비스 스타일스는 내부 디자인이 같은 곳이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에 호텔에 들어설 때마다 흥미롭기 때문이다. 온갖 색깔의 벽을 다 만날 수 있다.






조식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장사하기 어려운 한국에선, 이비스 스타일스가 준비 부담 때문인지(??) "조식 포함"이라는 조건을 2018년경부터 포기했지만 외국에선 무조건 조식을 제공하는 브랜드라는 것도 여행 예산을 줄여주는 큰 장점. 조식당 역시 아기자기하고 특성이 있는 디자인을 해서 어디를 가봐도 방문 재미를 높여준다.

누군가의 "파리 여행 팁" 이라는 글을 봤는데 "조식은 호텔에서 드시지 마시고 카페에 가서 드세요"라고 되어 있어서 이유가 뭘까.. 했더니 "주변 카페에서 다른 걸 드시는 게 인스타 사진에 더 잘 나옵니다." 라고 되어 있었다. 😧 만약 정말로 인스타 사진을 위해 조식을 먹어야 한다면😶, 유럽 이비스 스타일스의 조식당은 저마다 카페 스타일로 예쁘게 꾸며져 있기 때문에 그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 


ibis styles 단점은... 저예산 3성 브랜드로 분류되기에 accor ALL에서 1박당 포인트를 너무 조금 준다. 1유로 지출당 1.25포인트😒. 노보텔이나 소피텔에서 숙박했을 때의 절반밖에 안 된다.

2022 파리 여행에서도 이비스 스타일스에 4박 했지만 500여 포인트 받은 게 고작. 다른 accor 계열 4성 브랜드에는 2박만 하고 돈도 ²/3 들었지만 700포인트 가까이 쌓였다. 이럴 거면 mercure를 더 많이 갔을 걸 싶기도 했다.





모든 호텔마다 디자인이 다 다르고 재미있어서 한 도시의 이비스 스타일스를 싹 다 방문해보는 여행을 하고픈 소망도 있지만, 그렇게 한 도시에 이비스 스타일스가 여러 개 있는 도시는 대부분 물가 비싼 유럽 관광 도시라서 숙박료는 거의 mercure에 가깝게 지불해야 하지만 돈을 많이 쓰는데도 포인트는 아주 조금 밖에 안 쌓이고, 회원 등급을 올리는 데도 도움이 크게 안 된다.

난 MBTI 맹신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지만 그중 하나 '이건 맞네' 싶은 것은, 내가 '어디 어디를 가보겠다' 는 계획은 전혀 안 세우고 여행을 떠나는 "P" 유형이라는 것. 그래서 호텔을 정하면 그 호텔 위치에 따라서 그나마 그 주위를 중심으로 관광지를 둘러보기 때문에 '호텔 위치가 이끄는 여행'도 나름 재미있다. 저번 파리 여행에서도 조용하고 느낌 좋았던 butte aux cailles 나 batignolles 지역 같은 곳도 호텔 숙박 덕에 알게 된 동네로, 북적이는 유명 관광지보다 더 기억에 남았다.





ibis styles와는 다르게, 전형적 분위기인 Mercure Paris 조식당. 이런 칙칙한 데선 먹지 말라는 게 여행 tip인가봐.🤔



한국이나 영국에서 가 본 mercure는 차분하고 정적인 이미지라 별로 재미가 없었는데, accor - mercure의 본거지인 파리에선 mercure도 ibis만큼 굉장히 흔하게 있고 호텔마다 디자인이 다 다르고 방마다 파리를 상징하는 특색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Ibis styles 순례 여행 뿐만 아니라, 적어도 파리에선 mercure 순례 여행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파리에서 유일하게 숙박한 mercure는.... 파리 가기 전 정보를 찾으면서 여기저기 사진으로 구경해봤던 mercure 중에서도 방 디자인이 가장 "성의없는" 곳이었지만. 😩



특색도 없고 색깔 구성이 안 예쁨 👀







절망과 동시에 희망




https://youtu.be/nIBzn43vDPI
 




연초쯤 Succession을 본 뒤에 거의 매일 듣다시피했던 OST 곡들.

그 중에서도 이 "Vaulter"는 지난 5월 절망적인 상황에서 더 자주 들었었다.


"으아... 지금 이 곡의 흐름이 내 심정을 대변해주네. 아 처량하다....:


하지만 다시 반전이 일어나면서 결국은 희망적으로 마무리됐고

이 곡을 요즘에 들으면 그 당시의 절망적인 상황 + 인생에 반전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이 동시에 떠오른다. 흔치 않은 경험을 선사한 곡.


근래 미드 중에서 최고 역작으로 평가받기도 하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OST 호평도 많은데, 정말 나도 ost 여러 곡들을 거의 매일매일 들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그건 그렇다기보다는...

나건 또래들이건 대화중에 저런 말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어쩔 수 없는 꼰대의 시대에 돌입했다는 걸 알겠다. 남의 말은 틀렸고, 내 생각만 내세우려하는...
이제 앞으로 죽을 때까지 내 글에서 꼰대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늘어날 것 같은데 좀 더 좋은 어감의 신조어 안 생기려나? 하긴, 꼰대가 주는 짜증을 생각하면 좋은 어감을 지닌 단어가 생기기란 너무 어렵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대학생 때부터 과에 "아니 그게.아니라" " 너희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니가 생각하는 그 이유가 아니라.." 이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자기 생각을 주입하려 하는 삼수생 동기 오빠가 있었다. 나이를 계산해보니, 당시 24세 🤭. 

24세 꼰대라니, 참신하네.


밀당..이라는 보편성



밀당이라는 단어 정말 싫어했는데
동네 고양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다보니...이게 얼마나 관계에서 중요한지, 매력도를 높여주는 건지 새삼 알겠다. 

참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첫날부터 다리에 달라붙고 수십미터를 쫓아오던 고양이는 이상하게 정이 가지 않았다. 집에서 살다가 버려진 듯한, 인간을 전혀 겁내지 않는 그 고양이의 입장에선 필사적인 노력이었을 텐데... 




반대로 2년여 만에 마음의 문을 연 고양이는 자꾸 신경쓰인다. 이 고양이는 인간의 친밀함보다는 그저 먹을 것이 필요한 게 보이지만 그래도 더 잘해주고 싶다. 노령 길고양이의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어서 먹을 것도 좋은 것만 줘야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린 뒤에야 이 고양이가 나를 알고 다가오는 게 너무 신기하다.

밀당..또는 튕길 줄도 알아야 한다... 이런 류의 말. 내가 아무리 그 말을 싫어해도 보편적으로 인간에게 통하는 감정이기에 그 단어가 생겨났구나 싶다.



드라마같은 순간




싫증이 빨라서😁 폰 배경화면을 거의 매일 바꾸고 있는데, 그래서 사진첩을 훑다가 사진 찍은 지 4개월 만에 알았다.

2022 롤랑가로스 결승전은 진짜 하늘이 도운 날이었다는 것을.

결승전 전날, 다음날 비 예보가 있어서 걱정했었다.
나달이 롤랑가로스에서 힘겹게 넘긴 경기는 대부분 비가 오는 축축한 날씨였다. 바로 전날 준결승에서도 비가 많이 와서 지붕을 닫고 경기하는 바람에 양쪽 선수가 땀을 줄줄 흘려가며 힘든 경기를 했다. 심지어 익숙치 않은 경기장 상태로 인한 피로도때문이었을까...다른 선수의 부상으로 준결승이 2세트만에 끝나버리기도 했고. (경기 끝나고 나오니 파란 하늘이 펼쳐짐) 

⬇️ 결승 경기 당일 일요일 오전에 프랑스에 사는 친구가 보내줬던 현지 일기 예보.(카톡 기록된 한국 시간 오후 3:10 ->  프랑스 시간 오전 8:10) 





일요일 결승 시작 시간인 오후 3시를 전후로 뇌우 예보까지 있었다. 🌩😥 내가 보던 날씨앱에도 'thunderstorm'이라는 말이 떠서 '대체 화창한 6월에 그것도 결승전에 이게 뭔 난리야?'라는 식의 생각을 했던 게 어슴푸레 기억 난다.


남자 결승전 전날 토요일 경기에서 우승했던 이가 슈비온텍의 일요일 낮 트로피 샷.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듯한 하늘.





경기 시작 전 오후 2시, 필립 샤트리에 코트 바깥 상황...
저건 분명 비구름인데 😬






제발 비가 안 오기를, 지붕 닫지 않게 되기를 바람.





그동안 사진을 찬찬히 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오늘 다시 보니, 경기 시작 전 결승날에만 있는 무용 공연(2시 50분)까지만 해도 흐렸던 날씨에서...





3시 3분, 선수들 등장과 함께 반짝반짝. 갑자기 해가 나왔다가 사라짐.
해가 나왔다가 사라지는 시간을 어떻게 알 수 있냐면, 해가 없을 때는 코트 안에 서있는 사람들 그림자가 없지만 해가 구름을 제치고 나오면 그림자가 생기는 걸로 알 수 있다.

이제야 내가 찍은 동영상의 시간을 확인하니 현지 시간 오후 3시 6분에 찍은 영상에도 그림자가 없는데, 오후 3시 10분, 나달의 경력(?) 소개와 함께 다시 해가 나오기 시작했다. 

선수 소개가 끝나고 1세트에는 다시 구름이 끼긴 했지만 2세트부터는 나달의 공 바운드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반짝이는 날씨가 계속되었고, 대회 우승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

정말 하늘이 도운 하루.
뒤늦게 타이밍이 이 정도로 극적이었던 것을 발견하면서, 혼자 감동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어렵게 떠난 여정이었는데 그날 마치 누군가가 내가 행복하도록 도와준 것처럼 느껴져서.
드라마 내용 중에... 당시에는 모르고 지나갔다가 뒤늦게 매 순간순간마다 타인의 도움이 있었다는 걸 발견하고 주인공이 감동해서 우는 걸 많이 봐서 그런가, 나도 홀로 착각에 빠졌다.🙆‍♀️

그리고 결승 끝나고 호텔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오후 7시 넘어서 그제야 예보대로 강한 비가 후두둑 쏟아짐.






요즘... 종교라는 게 별 건가 하는 생각도 한다.
어떤 우연에 의해 내가 행운을 찾으면, 인과 관계가 없는 그 시간과 그 조화에 인과 관계가 있었다고 믿어버리는 것. 절대자를 믿지 않는 내가, 경기 시작 직전에 해가 났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무엇인지 모를 존재에 감사하게 된다는 것. 
그 테두리 바깥 사람이 보기에는 그 믿음이 '이게 뭔소리야?'싶게 매우 의문스럽다는 것 :) 


사실 남자 결승전 전날 - 여자 결승 때도 경기가 무사히 종료된 뒤에 갑자기 비가 쏟아져, 딱히 남자 결승전에 참석한 사람만이 겪었던 행운이 아닌데도 말이다. 




롤랑가로스 14회 우승을 기록한 태양왕(Le Roi de Soleil) 라파 14세.
으흐흐







두뇌 용량




중국 드라마를 2년 보니까 그래도 몇몇 단어나 문장이 귀에 예전보다 잘 들어온다. 물론 이게 회화로까지 이어지면 좋겠지만 ☺ 당장 중국에 떨어지면 말은 한마디도 못하겠지. 3년 전에 중국에 갔을 때도 내가 지도에 있는 한자를 읽으면서 영어로 길을 물어보자, 호텔 직원이 "너 중국어 아는구나?" 하면서 그 다음부턴 중국어로 답해준 적이 있는데 대충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이젠 아마 좀 더 잘 알아듣긴 할 듯. 입은 여전히 안 떨어져도. 

그런데 그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었다. 중국어 몇몇 단어를 "알아듣는" 것은 한국어 자막으로 볼 때 한정.






영어 자막으로 봤더니, 중국어고 뭐고 한마디도 귀에 안 들어온다. 자막 읽기에 바쁘다. 한국어 자막은 내 뇌에서 자동 처리 되기에 귀가 열릴 여지가 있는데, 영어 긴 문장 자막은 머리에서 번역하는 과정이 필요하니 거기에 힘을 다 쓰느라 귀가 닫히나 보다. 😲

게다가 위의 'bursary'같은 단어는 여기에서 처음 보는 것인데, 저런 단어라도 만나면 '저게 뭐지? 하느라 눈앞의 화면 내용조차 접수가 안 될 때도 있다. bursary는 scholarship과는 또다른, 보통 집안 형편을 기준으로 주는 장학금이며 대부분 다시 갚아야 하는 경우도 많은 형태라고 한다. 덕분에 새로운 걸 배우긴 했네. 


한꺼번에 여러가지를 처리하기엔 내 뇌 용량이 부족하구만.
대체 5-6개 국어를 다 처리하는 유럽 사람들 같은 분들은 뇌 용량이 얼마나 커져 있는 거야?
갑자기 컴퓨터 구입할 때 용량을 왜 보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내 껀 너무 딸리네...


오래 전 내 인생의 큰 사건 중 하나인 만취 응급실 사건이 떠오른다 😄🍻
그때 머리를 부딪히고 약간 찢어져서 스테이플을 박아두고 있었는데 ㅎㅎ 집으로 돌아와 정신을 차리고 난 다음날 밤은... 잠에 들면 눈앞에 한가득 한자汉字만 펼쳐져 있었고, 그 다음날 밤엔 눈앞에 인터넷 화면 같은 게 보이면서 영어만 한가득 펼쳐져 있었다. 

아마 충격을 받은 뇌가 언어 부위를 재정비 하나보다..그렇게 생각. 🧠






아는 사이


수개월 만에 친해진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리
몇 년이 지나도 도망만 가는 고양이였는데
드디어 내쪽으로 먹을 것을 찾아 다가온다. 
길고양이는 친해지면 나를 식별하고 따르는 느낌을 주는데, 얘도 진짜 수년만에 나를 "알고는" 있다는 느낌이 드디어 왔다.




늘 숨어있지만 어둠이 깔리자 인도에 자리잡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뒷모습도 봤다. 아파트 그 동에 먹이를 잘 주는 분이 살고 있나보다. 

저번에 너무 과식해서 탈이 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때보다 더 멀쩡하고 활발해보인다. 무슨 사연이 있어서 저렇게 은둔 고양이가 됐을까. 

아파트 거실 창문 바로 앞쪽 길인데, 나한테 먹을 거 달라고 계속 큰소리로 야옹거려서 저층에 사시는 분들에겐 소음이 될 거 같아 죄송했다. 

이제는 낮에도 나를 보면 먹을 거 달라고 슬금슬금 자동차 밑에서 밖으로 나오는데 밝은 빛에 자세히 보니 그루밍은 거의 못하는 모양새이고 털은 뭉쳐있었다. 인간 세계에서의 노숙자의 모습과 비슷했다. 😔

길냥이이면서도 어디 거처가 있는 외출냥이인가 싶게 털 관리를 잘 하는 동네 다른 고양이들과 너무 다르네 ㅜ.ㅜ




아직은 친밀함보다는 먹을 것에 대한 기대가 더 커서 다가오는 거지만
그래도 이 고양이가 몇년 만에 나를 알아보고 다가오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내가 그동안 좋은 것만 줘서 그런지, 아파트 베란다 아래 은둔처에서 날 보고 뛰쳐나왔는데 오늘은 먹을 거 없어서 미안. (짧은 영상) 







거기나 여기나....

 


2020년말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하던 시절, 채널을 이리저리 바꾸다가 갑자기 상하이 풍경에 끌려서 보기 시작한 중국드라마. 중간에 별 재미가 없어서 안 보다가 최근에 몇 편을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2년째 보다 보니, 중국 배우 얼굴을 하나도 몰라서 배우가 아닌 진짜 '그 역할'로 보여서 좀 더 실감나게 볼 수 있었던 것도 사라졌다. 이제는 아무리 10억 인구의 중국이라도 주조연부터 단역 배우들까지 다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란 걸 알게 됐다. 

배우 얼굴이 익숙해지는 것의 단점은, 범죄 수사 드라마에서 용의자들이 등장할 때 익숙한 배우가 나오면 '아, 단역 배우가 아니고 좀 유명한 사람이니 저 사람에게 뭔가 혐의가 있겠구나.'라는 걸 알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어느 나라 작품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으로, '나이브즈 아웃'이라는 헐리우드 추리 영화를 보던 사람들은 '저 배우를 그냥 스쳐지나가는 역할로 쓸 리 없으니 저 배우가 범인이겠구나.' 하고 짐작했었다.

2020년 처음 중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을 때는 배우들이 새롭고, 그 사생활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어서 극중 역할이 좀 더 쉽게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최근에 여자 주연이 남자 주연보다 실제로 17살 많은 중국 연애 드라마를 봤는데, 그 배우들이 나에겐 초면이다 보니 나이를 잘 모르겠어서 그냥 극중 설정대로 12살 연상의 누나 또는 그것보다 나이가 훨씬 덜 차이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얼굴이 익숙하고 그 배우가 쌓아온 연륜을 아는 한국 배우가 그런 역할을 했다면 당장 악플이 달렸을 것이다. '이모-조카 사이로 보여서 연인으로선 안 어울려요' '커플이 아니고 모자관계라도 믿을 나이 아닌가요? 캐스팅 실패' 이런 것들. 실제 화면에 보이는 나이보다는 '그 배우의 십수년 과거 활동'을 알기에 나이가 더 들어보인다. 하지만 중국 배우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으니 그냥 극중 설정대로만, 혹은 더 젊게 보였다.

또한

이미 부자라는 걸 아는 한국 배우들에 비해서 중국 배우가 가난한 역할을 하면 실제로 가난하고 고통스러워 보였다. (이정재의 평소 생활상을 아는 한국인들은 이정재의 '오징어 게임' 연기를 좀 어색하고 평범한 수준으로 받아들였지만, 이정재를 몰랐던 미국인들은 그의 연기가 실제처럼 처절하게 다가와서 SAG, Emmy 남우주연상까지 안겨준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중국 배우도 샤넬 셔츠 입고 나와서 "집이 망했으니 돈 벌어야 해요" 이러고 있는 것을 보니 뭐 여기나 거기나 다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극중 원래는 부잣집 딸이었다가 빚을 뒤집어쓴 역할이었으니 샤넬 셔츠쯤 하나 남아 있어도 설정상 문제가 될 건 없으나... 맨 위에서 내가 예로 든 한국 배우도 해당 프랑스 브랜드의 ambassador였기에 극중 가난한 집 딸 설정임에도 배우 본인의 정체성을 감추지 못하고 슬그머니 비싼 백을 광고로 들고 나온 것처럼, 위 중국 배우도 샤넬의 ambassador라고 한다.🙎 극 속의 "한 인간"이 아니라 배우의 실생활이 드라마 속으로 삐적삐적 비집고 들어오는 것.

통장 잔고는 바닥이고, 부친이 남기고 간 감당 안 되는 빚으로 고통받는 자신의 본모습을 새 남자친구에게 보여줄 수 없다며 여주인공이 울고불고 난 뒤 바로 다음 장면 ↓





샤넬 제품과 향수 쌓아놓고 쓰는 홍보 대사로 바로 변신하는 배우. 😜 여자 2명이 주연인 드라마인데, 다른 주연 배우는 극중 더 삶에 찌든 설정이었지만 배우가 구찌 ambassador이기 때문에 구찌 제품이 자주 나온다. 😎



전혀 그런 처지로 보이지 않았는데요?!?


2년째 봐서 이제 슬슬 아는 얼굴이 생기니 중국 드라마도 뭔가 신선함이 떨어져 재미없게 됐나보다.

결국 미모/혈연을 바탕으로 눈에 띄어 주위 온갖 남자들의 '뜻모를 발탁 낙하산' /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줄거리를 '여주인공 성장물' 이라고들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드라마도 다 보고 나니 "이거 뭐야?!?" 하는 생각만 들었다. 어찌나 그렇게 다들 여주인공들에게 큰 돈을 턱턱 내주는지... 

하지만 아래와 같은 대사가 있기에 이 드라마가 살아남는다. 어쩌면 가장 핵심일지 모르는 대사를 남녀관계 사이에 '악역'으로 끼어든 클리셰 가득 설정의 조연 배우가 하고 사라지는 게 특이하다.



"别人看到的都是你人生的剪辑版,

便对你提出各种批判。 

只有你自己知道全部, 并且全部有多难"


-> "What others see is an edited version of your life, and they criticize you in various ways. You are the only one who knows it all, and how hard it is."



견디고 버티세요



테니스든 가수든 뭐든
다들 대충 이렇지 않을까
제일 좋아하는 사람 1명, 선호하는 사람 4-5명, 니가 뭘 하든 뭘 안 하든 상관없는 사람 대부분, 슬슬 신경 긁는 짜증나는 사람 4-5명, 극혐 두어 명.


테니스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관심도별로 선수들이 나뉘게 되는데, 그 몇몇 중에도 늘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선수가 한 명 있다.

어릴 적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편이었으나 성인 무대에는 그 기대치만큼은 아주 성공적으로 안착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현재 빼어난 랭킹을 가지고 있다.

한국 선수들 중에도 주니어 시절에는 세계에서도 한 손가락에 안에 드는 등수를 자랑하다가 제대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면 순위가 죽죽 내려가서 결국 빛을 못 보고 사라져가는 선수들이 많다. 예전에는 왜 그런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주니어 시절에는 나이를 제한해서 또래 끼리만 대회가 있으니 또래 사이에서는 늘 세계 1등일 수 있는데, 성년이 되어 프로가 되면 모든 연령층의 대단한 선수들과 경쟁을 해야 하니 거기에서 진정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로구나... 하는 결론을 얻었다.

아무튼... 이 선수는 10대 후반에는 또래 중에서 제일 먼저 치고 나간 편이었는데, 현재는 큰 타이틀이 없이 지지부진하다. 그렇다고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다. 늘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데 잡히질 않으니 조바심에 자꾸 무너지는 것 같은데, 오늘만 해도 상대방의 게임에서 매치 막판에 30:0으로 앞서가며 좋은 흐름을 보였는데 (여기서 두 포인트만 더 따내면 브레이크 후 거의 매치 승리가 눈에 보이는) 거기서 30:30으로 따라잡히게 되자 갑자기 정신 대붕괴를 시작하더니 어쩌지를 못하고 주르륵 본인 게임까지 다 내주고 최종적으로 패하고 말았다. 

내가 그 선수 열성 팬은 아니라서 크게 마음이 아프고 그렇진 않았지만, 관심권에는 있다 보니 경기를 자주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늘 느끼던 그 안타까움이다. 저렇게 착한 천성과 열정으로 무장한 청년이 왜 늘 결정적인 순간에 저렇게 흔들릴까. 그 선수가 평소에 할 말은 하는 용기를 지녔으면서도 늘 팬들을 위하는 착한 행동을 하는 사람인 탓에 더 애처롭고 안타깝다. "좋은 사람"인 것과는 별개인 승부의 세계.

트위터를 하다 보니 그 선수의 열성 팬들이 울분을 토하다가 할말을 잃고 사라지는 상황까지 보이니까 그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도 안타깝다. 

돌이켜보니, 내가 나달의 경기를 최초로 보던 새벽에도 그랬다. 거대한 산과 맞서 끈질기게 5세트까지 끌고 가던 20대 초반의 그 모습, 그래서 나도 모르는 새에 응원을 시작했나 보다. '야, 이거 5세트는 해 볼만 하겠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브레이크 한 번 당하더니 (아마 사실 당시엔 브레이크가 뭔지도 모르고 봤을 것이지만) 어ㅓ어어ㅓ 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5세트는 6:2로 패배하며 끝나고 말았던 게 희미하게 기억 난다. 이럴 수가?!? 💀 했던 기억.

그날 처음 보는 것이나 다름 없던 선수의 패배가 너무나 아쉬웠다. 분명히 4세트까지 팽팽하게 흐름이 좋았는데 5세트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히며 끝나는 것도 신기했다. 오늘 본 경기도 그렇게 흐름이 순식간에 바뀌었기에, 그래서 내가 처음으로 중계를 지켜봤던 10여 년 전 나달의 그 경기가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경기를 나달 팬이 된 시작점으로 잡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 뒤로 테니스를 계속 본 것은 아니고 정확히 1년 뒤에 같은 대회 같은 위상의 경기에서 최고의 희열을 맛보면서, 두번째로 본 경기에서 진짜 팬이 됐다. 나는 운좋게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competitor'를 첫눈에 골라잡아 오랜 시간 동안 ups and downs를 거치면서도 큰 기쁨을 누리는 행운을 가졌다.

그런데 한 발자국만 차분하게 더 가면 되는데 자꾸 무너지는 선수를 붙잡고 있는 팬들을 보니, 얼굴도 모르는 그들에게 내가 괜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행실 때문에 정떨어지는 선수도 많은데, 반대로 착해서 미워할 수도 없는 그 선수를 응원하는 그 사람들. 

"패배를 견디고 버텨보세요. 언젠가는 저처럼 좋은 날이 옵니다" 하기에는.... 나도 10여 년 테니스를 보아 오니, 결국은 기대치만큼의 성취를 못 이루고 은퇴하는 선수도 허다하는 걸 알게 됐다. '이 선수 오늘만은 다르다', '오늘만은 뭔가 된다' 라는 느낌을 2시간 내내 주다가 5분 만에 와르르 무너져 끝나는 걸 수년간 목격하는 게 테니스였다. 게다가 너무 견고한 big3라는 존재가 버티고 있던 게 테니스이고.

나는 운좋게 '그놈의' big3 중 한 명이 눈에 들어와 다행이었지만, 그 3명이 너무나 장기집권을 하는 탓에 그 이외의 선수들 팬들은 [그랜드 슬램 우승]이라는 궁극의 희열을 맛보지 못하고 커리어 끝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매 그랜드슬램 대회마다 새로운 우승자가 나타나는 여자 테니스에 비해 남자 테니스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기분 좋자고 보는 스포츠인데, 내 선수가 종종 기쁨을 주긴 하는데 자주 좌절과 실망으로 끝난다면 '갖다 버려야' 하나? 그래도 끝까지 믿어봐야 하나? 견디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온다는 거... 남에게 쉽게 할 수 있는 말일까? 사실상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은데도?


요즘 나달이 첫 아들 탄생을 지켜보느라 테니스계에서 물러나 있어서 그런가... 
다른 선수 응원하는 남들 걱정까지 하면서 글을 써봤다.







숨어있던 자세함



최근 트위터가 이것저것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어제부터인가..  트위터에 사진 올릴 때 쓸 수 있는 emoji가 입체적이고 좀 더 세밀하게 바뀌었다.





특히 음식과 동물이 엄청 정교해짐.



이런 난장판도 만들 수 있음.




기억을 더 파랗게



여행갈 때, 혹시나 소매치기를 당해도 덜 아까울 것 같은 더 오래된 갤럭시 폰만 가져갔다. 그런데 하늘 사진을 찍으면 늘 실제보다 더 파랗게 나오곤 했다. 찍고 나선 '실제보다 사진이 더 낫네?' 했었다.





이것도 찍고 나서 '뭐여? 눈앞에 보이는 것보다 사진 색감이 더 낫네?🤷' 했던 사진 중의 하나.




오늘은 집앞에서 예쁜 구름이 보이길래 한 장 찍어봤다.





확실히 실제보다 하늘이 더 새파래지고 좋은 날씨인 것처럼 나온다.
마침 같이 가지고 나갔던 아이폰으로도 찍어봄






이게 더 약간 실제에 가깝다. 그런데 아무런 조정을 하지 않고 찍었을 때 녹색은 아이폰이 더 잘 구현하는 듯. 갤럭시로 찍은 사진은 하늘은 늘 파란데, 나뭇잎 색깔이 늘 죽어가는 녹색이다.





⬆️이상할 정도로 녹색은 안 예쁘지만 
하늘색은 좀 더 예쁘게 바꿔줘서 풍경이 더 아름답게 기억되도록 덧칠해준 게 갤럭시폰인데 😉 노을 촬영만큼은 좀 아쉬웠다.






밤 11시, 해가 늦게 지는 헬싱키의 노을인데 오묘한 분홍색 보라색 그런 빛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가의?) 갤럭시로는 어떻게 조절을 해봐도 그 색이 안 담아졌다. 동영상 모드로도 시도해 볼 걸 그랬나? 

여행의 마지막 1박, 처음으로 집에 두고 온 아이폰이 아쉽던 순간이었다. 그래봤자 2018년 출시 버전인 아이폰을 갖고 있지만🙆‍♀️ 노을색은 잘 구현하는 걸 이미 봐서. 
내가 가진 갤럭시도 A시리즈로 저가 모델이긴 하다. 

이제는 헬싱키 그 노을 색이 기억이 안 나지만, 당시 블로그에 분홍색 보라색 이렇게 써놓은 걸로 봐서는 내가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던 하늘은 아마도 이런 색이었나보다.






2012년 출시 버전 아이폰으로 찍었던 서울 하늘.




이어서....



거의 매일 일정한 순서로 휴대폰 배경 화면을 바꾸고 있는데 오늘 걸려든 그 중 하나.




적은 종류의 메뉴를 유유자적하게 먹는 조식당이 그리워졌다고 얼마 전에 썼지만, 여기는 유일하게 전투적으로 먹어야 했던 식당.

당시 가장 핫한 이벤트가 열리는 곳 근처에 있던 호텔이라 사람이 많아 난리난리. 내가 룸 넘버 말 안 하고 들어갔어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결국엔 내가 찾아가서 룸 넘버를 알려줬다. 친구 한 명 데려와서 먹었어도 몰랐을 것 같음. 몰려든 사람에 비해 직원이 부족해서.

조식을 거의 예약하지 않는 편이지만 여기는 평이 좋아서 조식 포함으로 예약했고 실제로 유럽 4성급에서 보기 드문 선택의 폭을 제공하던 메뉴들. 

하지만 너무 사람이 많고 자리가 없고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못 가져다 먹은 게 아쉽다. 
사진 속 뒷 배경이 여유로워 보이는 이유는 내가 조식당을 벗어나서 호텔 바가 있는 곳까지 식판을 들고 나왔기 때문. 이 호텔 조식당은 들어서면 식판부터 들도록 동선이 되어 있다. 파리 호텔 조식당이 여기처럼 다 대혼잡 난장판이었으면 내가 조식을 그리워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ㅎㅎ

요즘엔 사람 별로 없겠지? 
다시 먹고 싶네. 원래 조식 안 좋아했었는데.
노 필터인데 색감이 잘 살아있다. 배경이 푸른 톤이라서 보색 대비도 있고.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