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고양이 밤고양이




어두울 땐 동네 산책을 잘 안 가다가
요즘엔 살짝 해가 진 뒤에도 아파트를 한 바퀴 도는데
낮과 밤의 고양이가 다르다는 걸 알았다.





낮에는 친한 고양이가 나를 등지고 앉는데
밤에는 늘 나를 마주 보고 앉는다.


등지고 앉는 것은 늘 신뢰하는 관계라서 그렇다고 주장해왔는데
그렇다면 밤에는 나를 경계하는 건가??
아니면 밤에는 저 등 뒤에 뭐가 있을지 걱정을 안 한다는 뜻인가?? 


고양이는 보통 야행성이라고 하는데 
어두울 때 산책하면서 고양이를 마주치면 확실히 낮과 행동/반응이 약간 다르다.

이유가 뭐지?





단어 입력



Obsidian, verdigris...
오래 전에 영소설을 읽다가 뭐 이런 단어도 있나 하고 블로그에 (그것도 싸이월드 블로그 시절) 적어놓은 것들인데, 한 번 더 신경 쓴 효과가 있어서인지 아직 그 뜻을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블로그에 몇 개 적어보려고.
잘 하면 나중에 이상하게 기억에 제대로 남게 되겠지.

책을 읽다가 suety라는 단어를 봤는데 구글 번역 앱은 뜻을 번역해주지 않는다. 사전적 의미로는 '기름진'이라고 한다. suety yellow... 가 대체 뭐지? 파파고도 수트 옐로우라고 번역해준다. 😩





맥락을 보면 아마 이것 같다. 
손에 힘을 꽉 줘서 이렇게 누렇게 두드러져 나왔다는 뜻.




affectless




소설 내용 중, 스웨덴 이민 가정 출신으로 뉴욕에 사는 배우가 스웨덴 감독과 일하게 되어 
스웨덴어로 대사를 했는데, 스웨덴어를 쓰면 감정이 안 실린다고 감독이 지적했다는 내용이 나왔다.






그는 부모와 대화할 때만 스웨덴어를 썼는데, 무의식적으로 부모와 대화할 때 감정 없고 퉁명스러운 톤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어를 바꾸면 톤이나 태도가 달라진다.
나도 이걸 느낄 때가 있다.
난 영어를 할 때 좀 더 상냥하고 적극적인 말투가 되는 것??






작년에 홍콩 관광청에서 준 바우처를 쓰기 위해 st.regis bar에 갔을 때... 갑자기 연출 사진을 마구 찍어대는 한 연예인이 그들의 무리를 이끌고 내 옆쪽에 앉았다. 아.. 화보 사진은 저렇게 찍는 거구나, 하고 그때 처음 알았다. 이것저것 자세를 바꾸다가 갑자기 테이블 위에 놓인 꽃장식을 들고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오히려 내 자리에서 거리가 너무 가까우니 "누군지도 모르는" 연예인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나를 의식조차 안 할 텐데, 괜히 나 혼자의 자존심 싸움으로 그 사람 사진을 안 찍었다. 아는 척 해주기가 싫어서. 좀 멀리 있었으면 말로는 '관심없다면서' 줌 땡겨서 일단 찍어놨을 텐데. 🙂‍↔️
중화권 친구가 몇몇 있어서 걔들에게 나중에 '나 ㅇㅇ 봤음' 할 목적으로, 그 배우가 사라진 뒤에야 웨이터에게 저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봤다. 

알고 보니 나름 성룡이나 판빙빙과 영화*드라마를 주연급으로 찍는 사람이었다. 웨이터와 키득키득 대면서 이야기하고 그는 내 폰으로 정보를 검색해주었고 이름을 알려줬다.

나중에 웨이터와 bye~ 하고 나와서 길을 걷다 보니 아까의 간질간질한 내 영어 말투가 내 귓가에서 재생됐다.☺️😵‍💫 악, 나에게 이런 말투가?!?!  '엥, 내가 영어를 쓸 때는 다른 자아가 있나??'  거의 20년 전에 다른 분이 "너는 영어할 때 말투가 훨씬 더 듣기 좋다?? 인가 예쁘다??" 그런 말을 해줬던 것도 기억났다. 나에게 다른 자아가 있구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소극적인 내가 굳이 영어를 써야 하는 상황이 올 때는 뭔가 더 적극성을 발휘해야 할 때이고, 집에서 멀리 떠나 있을 때이거나, 더 친근하게 굴어서 뭔가를 얻어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인 듯 하다. 한마디로 사회 생활 + 자본주의 정신 상태를 탑재한 뒤에야 입으로 나오는 게 영어라서?? 


한편으로는 저 소설 속 등장 인물은 부모님과 대화할 때 마음의 거리가 가깝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과 쓰는 언어를 할 때 오히려 차가운 자아가 나온다는 게 슬픈 일이다.





어머



아는 척 잘 하다가 몇달째 아는 척 안 하던 동네 은둔 고양이가 볕이 따듯해지니 밖으로 나왔다.
늘 아파트 밑이든 자동차 밑이든 막힌 장소에 있어야 안심하는 냥이 같았는데 일광욕을 하긴 하는구나.






고양이는 아무 데에서나 배가 보이게 드러눕진 않는다던데
나를 경계하지는 않는 건가? 아는 척 하게 된 건 1년 반 정도 되었지만 배를 본 건 처음이네.






너도 나름 산책도 하고 일광욕도 하고 루틴이 있긴 하구나...
위가 뚫린 공간에서 이렇게 편안하게 있는 건 처음 봤어.


기본 경계 태세






상상의 근본




정말 오랜만에 영소설을 읽기로 했다.
그냥 몇몇 추천이 눈에 갑자기 띄어 읽기로 했는데
겁없이 시작해보니 다행히 쉬운 문체로 쓴 소설이다.
단지, 모르는 단어는 '너 아직도 이걸 몰라?' 하는 듯이 쉬운 문장 안에 아무렇지 않게 자리잡고 있다.

포도상구균이 staph, 미적분이 calculus, 포물선은 parabola라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Ostensibly - 표면적으로 
Presumptuous - 주제넘은
derision - 비웃음
preamble - 머릿말
이런 단어는 진짜 100번 사전 찾은 것 같은데 매번 볼 때마다 ‘내가 찾아본 적이 있는 단어’ 라는 것만 기억나고 뜻은 기억이 안 난다.🧐






뉴욕이 배경인 소설인데 읽으면서 조금씩 
마지막 가본 뉴욕의 기억을 떠올리며 머리 속 그림을 그리며
가끔 지도를 찾기도 하며 읽고 있다. 그러다가 알아차렸다. 
내가 2015년 마지막으로 뉴욕에 갔을 때 허리케인이 접근해서 3-4일 내내 완전히 망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 떠올리는 머리 속 뉴욕 하늘도 언제나 흐리다는 것을... 




그리고 뉴욕에 3번 갔지만 사진을 많이 찍은 것도 2015년 뿐이라서 그저 사진 속 회색 하늘의 뉴욕만 내 머리 속에 남아있다는 걸 알았다.

이거 파란 하늘로 업데이트할 날이 올까?

갑자기 인터넷에서 본 누군가의 경험담도 생각났다. 꿈에서 람보르기니에 타게 됐는데, 차문을 열었는데 본인이 현실에서 람보르기니 겉모습 사진만 봤지 실내까지는 본 적이 없어서 꿈속에서도 그 모습을 만들어낼 순 없었다고.  😂 차문을 열었더니 그 안은 소나타 내부나 마찬가지였다고 하는.

상상도 (어느 정도는) 본 것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것. 








갑자기 기억 난 일화

 


여기가 원래 몇 년 지나고 "어, 내가 이런 생각을 했어?" 또는 "내가 이런 일을 겪었어?"를

발견하는 곳이라... 어제 샤워하다가 뜬금 생각난 일화를 적어둔다. 😁 언젠가는 이것조차 까먹을까봐.


코로나 기간 동안 집에서 아주 우수하게(?) 자발적 자가 격리를 해왔던 나는, 코로나 검사를 할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프랑스에 다녀온 후 처음으로 구청 옆에 설치된 검사소에 가서 검사를 받아봤는데...


검사관: "이름이 엄청 특이하시네요"

(그 사람이 다음에 한 말은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 같은 이름 가진 사람 본 적 있어요? 혹은 친구들이 뭐라고 불러요 (별명 같은 거?!?!)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음)


나: "흔치 않은 이름이죠. 그런데 제가 스리랑카에서 산 적이 있는데 제 이름이 스리랑카에선 다른 뜻이...."


검사관: 무반응. 


그리고 끝,


검사관이 반응이 없어서 머쓱해졌음. 

그냥 심심해서 한 말이었는데 나 혼자 너무 신나서 대답했나 싶었다. 답도 안 해줄 거면 말도 걸지 말지....




그래서 유명해...




트위터에서 무작위로 추천 글이 올라오는데
그 중에 "파리 최고의 charming cafés" 를 소개한 걸 봤다.
그런데 가장 첫번째로 나온 곳이...
↘️





내가 2014년에 런던에 갔을 때, 생각도 못했다가 급작스럽게 일정을 변경해서 갔었던
파리에서 무작정 걷다가 외관이 예뻐서 찍은 카페가 1번으로 바로 나오네.




내가 방문했을 때는 7월이라 봄에 피는 등나무꽃 같은 게 다 졌나봐.

당시엔 파리보다 런던에 더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파리는 크게 인상적이지 않아서 사진을 그리 많이 찍진 않았는데도 
내가 멈춰서서 한 장 남겼을 정도면... 이 카페는 그냥 보기에도 예뻤었나봐.

하지만 구글 지도로 찾아서 들어가 보면, 어느 유럽 식당 후기에나 빠지지 않는... 동양인 차별에 대한 불쾌한 경험담이 남겨져 있긴 하다.

역시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군.
Au revoir






tracing



오우... 20년 전에 내가 중국에서 살았던 아파트.
택시 타면 목적지 말해야 했으니까 아파트 이름은 당연히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만 , 살았던 동호수는 기록에 안 남겨놓은 줄 알았는데, 당시 썼던 수첩에 남아있다는 걸 오늘 우연히 발견. 👀 

내가 당시에 썼던 유일한 중국어 -> 
" 아파트 이름, 左拐 (좌회전), 右拐(우회전), 到了 (다 왔어요)." 
몇 동앞에서 세워주세요가 아니라,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면 그저 우측➡️ 좌측 ➡️세워...하면서 택시를 탔었고, 지금처럼 배달이 흔한 시대도 아니었기 때문에 동호수는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영영 못 찾을 줄 알았다.






한국식으로 치자면 7동.
첫번째문 1门 501호号. 


5층까지만 있는 계단 아파트라 늘 힘들게 걸어올라간 것은 기억하지만 7동인 것은 정말 기억이 안났다. 아파트 입구에서 가까웠다고 기억해서 2019년에 15년 만에 재방문했을 때 용기를 내어 어떤 아파트 복도까지 들어가보기도 했었는데 거기는 남의 아파트였구나.. ☺️






지금 지도를 다시 찾아보니 아마 8동이나 6동 앞을 서성거린 듯. 아니면 입구에서 금방 좌회전!을 외쳤다고 착각해서 2동 앞을 서성였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집은 입구에서 쭈욱 들어간 7동이었네.






사진 그대로 올라가게 해주세요... 흑흑.
이제 사진 크기 편집해보려 하면 그냥 정사각형으로 뚱뚱한 사진 되던데...
맨 위에 수첩 찍은 사진은 카메라를 완전 거꾸로 방향으로 해서 찍었더니 저렇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올라가더라.


여기 뭔가 익숙해.. 하면서 2019년에 사진 찍고 다녔는데, 위 사진 속 건물은 5층이니 맞을 수도 있는 것 같고





여기도 뭔가 익숙해..이러면서 사진 찍었을 텐데 여긴 4층 건물이라 내가 살던 곳은 진짜 아닐 것 같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려다가, 다시 돌아가서 용기를 내어 안에 들어가봤다.






15년간 잊고 살았던 그 모습이 다시 생각나게 그대로였던 내부. 안 들어갔으면 어쩔 뻔 했나 싶게 생생했다.
출입문 2개가 아주 가까운데, 원래는 아파트 한 집이지만 벽을 설치에서 두 가구로 분리해서 세를 주고 두 가구가 독립적으로 드나들 수 있게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주인이 오히려 작은 쪽에 살고, 나와 다른 선생님이 큰 거실을 차지하고 두 방에 나눠 살았었다. 그 집 아이 이름 아직 기억하는데... 언젠가 찾아볼까? ㅎㅎㅎ






구글 블로그 웹 버전에서만 사진을 내가 보던 방향으로 올릴 수 있고, 안드로이드 앱은 그게 안 되는 거구나...








길냥이 생태계




으슥한(?) 아파트 아래 틈.









전에 못 보던 무늬의 새 고양이 등장.
이쪽 동 아파트 아래쪽에 밥그릇이 진짜 여러 개 있던데 뉴페이스 때문인가?? 🤔


아파트 고양이 중에 몇 마리는 처음 본 순간부터 인간에 친화적이었는데 이 고양이는 내가 던져준 음식을 먹기는 했지만, 눈치를 보다가 저 아래쪽 아파트 지하로 내려가버렸다.

앗! 저기가 뚫려있는 동도 있구나.
우리집쪽 동들은 모두 지하에 드나들 수 없게 창을 나무 판대기 같은 걸로 막아놓았는데, 고양이가 드나들 만큼 열려있는 곳도 있었다. 그래서 거기서 겨울을 나는 거였구나 싶었다. 

이쪽이 은둔 고양이 서식지인데, 요즘은 잘 보이지 않아서 그냥 음식만 두고 가도 다음엔 음식이 다 사라져 있어서 궁금했는데 이 새로운 고양이가 먹었을 수도 있겠다 싶음.






애교 많은 고양이가 사라지면서 이제 가장 친한 고양이로 단독 1위에 올라선 "누리" 혹은 "망고". 
동네 분들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나름 친한 척 한다고 내 앞에서 발랑 누운 것.
길냥이답지 않게 참 하얀 털을 자랑하던 고양이였는데 오늘은 너무 꼬죄죄하다. 진짜 어디 아픈가...








내 기준으론 벌써 이 고양이랑 4번째 맞이하는 봄이다. 
수위 아저씨 말씀으로는 2019년생 고양이라고.


참... 
그리고 대로변에서 자주 목격되는 고양이도 있다.



작년에 처음 보는 순간 배를 보여주며 나를 졸졸 따라왔던 고양이. 우리집 아래 블럭이 대학교라서 학생들이 주는 사랑을 받아서 이렇게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없나 싶다. 

이쪽 블럭에만 사나 싶었는데 며칠 전에 8차선 도로 건너편에서도 마주침. 길은 어떻게 건너니? 파란불 켜지면??




내가 찍은 사진이 블로그에 이상한 방향으로 올라가지만, 고양이는 원래 길바닥에 맘대로 널부러지니 뭐 사진이 뒤집혀 보이지도 않는구만.

구글 블로그는 멀쩡하게 잘 되던 시스템을 뭘 건드렸기에 요즘 이상해진 거지?
ㅜ.ㅜ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