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오늘 어떤 종목의 대형 스포츠스타가 은퇴를 발표했고, 그것을 슬퍼하는 사람들의 글을 보니

나는 나달이 은퇴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적이 부진했던 2015년부터 은퇴설을 달고 살았으니 뭐... 그때부터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던 듯.


특히나 올해 롤랑가로스는 그의 마지막 롤랑가로스가 될 거라는 예측이 많았고 

나도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지켜보다가 결승전 마지막 두 게임 정도를 남겨둔 시점에서는

'와. 이게 나달의 마지막 서브 게임일지 몰라.'

'이게 나달의 마지막 리시브... 롤랑가로스의 마지막 게임일지 몰라.'

하는 마음에서 경건하게 지켜보았다. 


나달의 우승 후 스피치에서도 나달이 살짝 뜸들이는 시간이 있어서, 모두들 '이것이 나의 마지막 롤랑가로스다' 라는 말을 할 줄 알고 긴장했지만 "keep going"하겠다는 말로 마무리지어 다들 안도했다. 





'여태까지 아무도 넘어오지 않았지만' 내가 테니스 응원 하기를 남에게 권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12월 빼고는 1년 내내 경기가 있어서 쉴 틈이 없다"인데, 그렇게 오랜 기간 '쉴 틈없이' 응원해온 선수가 막상 은퇴를 하면 매우 허전하긴 하겠지.


그런데 뭐... 그가 자기 갈 길을 간다고 가면

나도 내 갈 길을 가야 하겠지.





조용하고 시끄러운 곳 - 보코 서울 강남 Voco Seoul Gangnam






미국이나 태국 등에 가면 힐튼이나 IHG-홀리데이인 계열 호텔이 훨씬 많아 이용하기 쉽지만
한국에선 절대적인 호텔 수가 많지 않아서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되기 어려운 힐튼 , IHG.

한국의 힐튼은 계속 사라지는 중이고, 무난하고 만만(?)했던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수원이 2022년에 문을 닫으면서 한국 IHG 선택의 폭이 또 줄었다. 그러다 다행히 2022년 4월 신사역 근처에 VOCO Seoul Gangnam 개관.

Voco는 해외에서도 4성급 정도의 위치인데, 한국에선 그리 열심히 홍보를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새로운 브랜드이다 보니 위상도 잘못 알려져 있는 경우가 있었다. 숙박하기 전에 후기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후기가 많지 않았고, 그나마 있는 후기 중에도 'voco는 IHG의 이비스', 또는 신라호텔의 '신라스테이' 라는 내용까지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것보다는 공들여 설계한 호텔같은데 🤔.

블로그 후기를 읽을 때...유난히 힘주어 찍은 자세한 사진과 함께 이상할 정도로 호평만 흘러넘쳐서 '이거..혹시?'🙅‍♀️ 의심하다가 맨 밑에서 결국 "이 글은 업체로부터 무상 지원을 받고 체험 활동을 한 후기입니다"라는 자그마한 글자를 발견하는 일을 개인적으로 '극혐'하지만, 이 호텔은 어쩌면 홍보가 너무 안 되어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조용한' 호텔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주말을 끼고 방문했는데도 항상 북적이는 느낌은 없었고, 17층까지 있는 규모에 비해 조식당마저 자그마한 편이라 애초에 굉장히 욕심없이 지은 호텔같다는 느낌마저 있었다. 17층 규모 151객실 숙박객의 1/3만 아침 먹으러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이 좌석 수로 감당이 될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식당 크기. 그래서 애초에 목표치가 낮고 '만실이 되지 않아도, 크게 붐비지 않아도, 우린 괜찮아'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최근에는 호텔 내 식당 홍보를 위해 블로거들에게 글을 쓰게 만든 게 몇몇 보이는데 전체 요리는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중 싼 음식 하나만 본인 돈을 쓴 뒤 "내돈내산"이라는 제목을 붙인 사람이 있었다. 순수한(?) 홍보글보다 읽고 나니 더 불쾌함. 홍보 글은 칭찬만 흘러넘치기 때문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읽고 싶지 않은데 당했음.🙀 앞으로는 '내돈내산'이라는 제목 후기도 못 믿겠네. 사람들이 홍보 글은 안 읽는 거 알고 이런 방법까지 쓰는 사람이 있구나...🤦






⬆️이 방은 기본룸(22m²)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프리미엄 킹 룸으로 30m² 넓이이고 다소 길쭉하게 설계되어 있다.






프리미엄룸도 샤워부스만 있는 방 - 욕조있는 방 - 히노끼 욕조가 설치된 방 3가지로 나뉜다. 사진 왼쪽이 보통 다른 호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욕조를 가진 화장실로, 샤워 부스와 일체형이다. 체크인 시에 직원이 "이렇게 합쳐진 구조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다. 괜찮겠냐?"라고 했지만 나는 뭐.. 샤워하고 욕조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독립된 샤워 부스를 선호하는 사람은 일반 욕조가 있는 방은 피해야 한다.

위 사진 오른쪽 두 개가 이 호텔의 특색인 히노끼 욕조가 설치된 화장실 사진. 샤워 부스가 독립적으로 추가로 설치되어 있고 그래서 욕실이 더 넓은 느낌이다. 

히노끼 욕조 룸을 이용했을 때 그 방 침대 옆 탁자가 한쪽에는 없어서 불편했다. 습관적으로 뭔가 물건을 침대 머리맡에 내려놓으려다가 아무 것도 없어서 몇 번이나 당황. 욕실이 넓어진 만큼 침실이 좁아져서 둘 데가 없어진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새로 지어진 호텔은 대부분 옷장 개방형인 듯.
이 호텔은 미니바에 특히 신경을 더 쓴 것으로 보인다. 커피 + 디카페인 커피 + 핫초코 + 홍차 + 카모마일 티백이 충분하게 놓여져 있고, 냉장고 내부의 음료는 1박당 무조건 무료이다.





하루에 다 마시진 못하니, 가방 크기가 허락하는 한 무조건 다 가져와야 함 ㅋㅋㅋ 미니바 "무료"인 게 아니라, 사실상 내가 낸 돈임. 🤗
항상 소비의 우선 순위가 같아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해왔는데, 어디선가 그걸 더 구체화한 말을 읽었다. 바로 "궁상맞음의 정도가 같아야 한다"는 것. 보코 서울에 함께 숙박하면서 궁상맞음의 일치도를 확인하세요. ☺ 난 다 가져왔어.







이불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모든 것을 처리 가능.
TV, 냉난방, 조명... 모든 것을 제어하는 리모컨이 있다. 침대에 누우면 적어도 상체라도 들어올려서 침대 머리맡에서 조절해야 했던 조명까지 여기에선 모두 리모컨으로 제어가능해서 정말 편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폰, 아이폰 모두 사용 가능한 충전 케이블이 있어서 충전기를 따로 안 가지고 가도 된다.







이 호텔의 또 하나의 특징. 각층마다 설치된 공유주방.
방을 하나라도 더 넣어 최대 수용을 하려는 게 아니라 이용객 편의 시설을 15층까지 모두 설치한 게 인상적이었다.(간이 부엌이 딸린 스위트룸이 있는 16,17층에는 공유주방이 없다) 반조리 식품 정도는 편하게 요리할 수 있고, 나는 음식 데우는 거 한 번 이용해봤다. 장기 체류자에게는 무척이나 좋을 시설. 3층에 세탁 시설도 있다. 지금은 코로나 탓에 방문객이 줄었지만...장기적으로는 근처에 있는 수많은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마치고 요양하는 외국 환자 수요를 노리고 지었나 싶기도 하다.

이 호텔의 상징색은 노란색인데 스페인어로 노란색인 amarillo에서 이름을 데려온 식당 '아마리'가 함께 있다. 원래 스페인어 발음은 아마리'요'나 아마리죠에 가깝지만. 아마리요로 지으면 아라리요.. 이런 별명이 붙을까봐 그랬을까? 🤔😛

조식은 너무 늦게 내려가 급하게 먹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4성급 정도에 어울리는 무난한 식사였다. 계란 요리는 따로 주문을 하면 만들어서 갖다 준다. 대체적으로 직원이 좀 딱딱한 느낌을 주던 게 단점. 원래 그분의 성향인지... 아니면 내가 마감 시간을 30여분 남기고 늦게 내려가서 쫓기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얼핏 보이는 의자 쿠션 색깔을 포함해 이 호텔의 상징은 노란색(amarillo)



개관 초기에 웰컴 드링크를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커피 맥주 와인 등등'을 마실 수 있다고 분명히 쓰여진 쿠폰을 들고 갔음에도 "맥주는 안 돼요"하다가 읽어 보지도 않고 체념했다는 듯이 "그럼 그냥 드릴게요" 하는 직원을 만났었다. 😔 오히려 나를 안 되는 것에 대해 떼쓰는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서 많이 무안했음. 나중에 피드백에 자세히 써서 보냈는데도 답변도 못 받았네. 프론트 데스크 직원들에게서 받은 친절한 응대를 식당 직원의 성의없는 응대로 까먹는 느낌이다.






 도산대로를 향해 있는 방은 남산까지 보이는 전망을 자랑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도로 소음.

예전에 오픈한 도산대로의 다른 호텔 후기에도 차량 소음, 오토바이 소음에 대한 이야기가 빠짐없이 등장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 호텔은 가보지는 못했고, 이번에 여기 와보니 그 소음 문제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오후 3시에 입실하고 몇 분 뒤 일단 침대로 쏙 들어갔는데... 차량 소음이 너무 커서 '아늑한 밤이란 없겠구나' 싶었다. 9-10층 정도의 방이었는데, 더 높은 층은 괜찮으려나?

이걸 좀 더 일찍 느꼈으면 침대에 안 눕고 도로 뒤쪽 방으로 바꾸었을 텐데, 이미 침대 시트를 어지럽힌 상황에서 방을 바꾸려니 일하시는 분한테 괜히 미안해서 그냥 참기로 했다. 방 청소 중에 거대한 침대 시트 갈아 끼우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해서... 혹시나 다음에 이 호텔에 다시 올 일이 있다면 그때는 반대편 방이나 훨씬 높은 층의 달라고 할 생각. 이미 도산대로쪽 방은 이용해 보았으니 전망에 대한 미련은 없다. 

밤에는 다른 소음이 줄어드니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그 소리가 유난히 확대되어 더 크게 들리고, 잦아들 듯 하다가도 또 오토바이 한 대가 굉음과 함께 지나간다. 새벽 3시쯤이 되어야 소음이 사라지는 듯 했다.

도로 소음은 보통 개선이 어려우니 이쪽 방은 치명적 단점을 상시로 안고 있는 셈. 그래서 이 호텔에 대한 감상은 '조용하고 시끄러운 호텔'이 되었다.

 






인터넷에 기록을 남기는 것의 허망함



종이에 기록을 남기는 것보다
이제는 늘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 기기에 기록을 남기는 것이 더 쉬워서 많은 기록을 인터넷 매체에 남기고 있다. 기록물이 차지하는 부피가 더 적기도 하고.💽 내 방에는 어릴 적부터 써온 일기장류의 종이 상자가 두 개 정도 있지만 인터넷 상의 기록들은 사실상 실체는 없는 셈이니...

하지만 이런 기록들은 말그대로의 SNS - sosial network service - 업체의 맘에 따라, 흥망성쇠에 따라 순식간에 내 손을 떠나기도 한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SNS라는 말은 콩글리시이며 영어권에선 잘 알아듣지 못하고, 외국에선 보통 '소셜 미디어'라고 한다는데...단지 사업하는 입장에서 social network service를 한다고 쓰는 경우는 있다고 한다)

사실, 사업하는 입장에서도 s n s라는 말은 거의 안 쓰는 것 같다.





아무튼,
예전에 Daum 클라우드를 이용했었는데 다음이 클라우드 사업을 접으면서 그 파일들을 다 옮기느라 고생한 적이 있고, 싸이월드가 망하면서 내가 거기에 15년이나 축적해둔 많은 정보의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었다. 현재 싸이월드는 부활한 상태이긴 하지만 예전 정보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처음 이메일이 보편화될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만들었던 hotmail, hanmail, yahoo 등이 싫었던 나는 매우 희귀한(?) 메일 계정에만 가입했었는데 그 모두가 사업을 접으면서 이메일도 다 잃었다. 1990년대에는 한국인을 이메일 사용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평생무료메일 가입하세요!" 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는 곳이 몇몇 있었는데, 그 모두가 '평생'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사업을 접었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주소록에 그런 업체들의 메일 주소를 남기는 바람에 학과 동문회 메일도 더 이상 못 받게 된 게 아쉽다.

최근에 페이스북이 무지막지한 개인 정보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그 사항에 동의를 하지 않으면 접속이 안 될 거라는데, 난 일단 동의를 할 생각이 없으므로 얼마 지나면 내 페이스북에 접근권도 잃게 된다. 거기에도 역시 거의 15년간의 기록이 있는데....

싸이월드도 그랬지만, 거기 수많은 기록이 있다는 걸 알지만 사실 다운로드 받거나 따로 저장해놓기는 귀찮다. 

이제 약 7년의 기록이 축적된 이 구글 블로그도 사실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언제든 구글이 사업을 접겠다고 하면 또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다.

허망하다 허망해.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림일기장을 사서 사진 붙이고 영수증 풀로 붙여가며 기록을 남길 수는 없는 일이고...






밤하늘




8년 전 여름, 유럽에 갔다가... 
돌아오고 나서야 깨달았는데 야경을 본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혼자였기 때문에 쫄아서 늘 밤 10시 이전에 숙소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좀 더 용기를 내서 종종 밤 늦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사실 파리의 야경보다 거의 해가 지지 않는 헬싱키의 밤하늘이 더 궁금했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숙소 앞에 잠깐 걸어나가서 저 사진을 찍고 돌아온 게 전부다. 

분홍색 노을이 유명하던데, 내 눈에도 밤 11시에 분홍색과 보라색에 가까운 노을이 눈에 들어왔지만 카메라가 그 빛을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야경을 이번엔 보고 돌아온 것처럼,
이번에 제대로 보지 못한 백야를 언젠가는 제대로 경험해볼 수 있는 날이 올까?






같은 자리에 앉았지만 재력의 차이를 느꼈을 때.



정말 '하늘이 주신 기회'로 대기 시간 거의 없이 수천명 순서를 뚫고 들어가 예매에 성공했던 롤랑가로스 결승전.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낡은 폰으로 대기 순서가 뚫렸는지는 의문이다. ✌

가장 저렴한 category 3을 구입하니 맨꼭대기 자리였다. 입장해보니 내 좌측에는 중노년쯤으로 짐작되는 커플이 앉았었고, 우측 사람은 이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상식이 끝나도 계속 남아 그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은데 비해서 경기 종료 후 엄청 일찍 나가버린 것만 기억난다. 희미하게 남자로 기억되는데 그것조차 확실치는 않고, 그 옆에는 RAFA가 써진 티셔츠를 입고 혼자 온 처자가 있어서 경기 종료 후 가벼운 축하를 나누다가 시상식이 끝나갈 때쯤 서로의 인생 사진을 남겨주고 헤어졌다. 얼굴 들어간 사진 남기는 걸 주저했던 나를 사진 찍도록 부추겼던 그분, 지금 생각하니 새삼 고맙다. 






내가 앉은 쪽의 반대편에는 VIP석이나 기자석, 방송 중계 부스 등이 보였다. 파란 원 안에 중계석이 있다. 그래서 시상식도 저쪽 방향을 향해 진행되기 때문에 내 쪽에서는 우승자 뒷모습 밖에 안 보인다. 😰
중계석을 찍으려던 것은 아니고, 경기장 상단 롤랑가로스 로고를 남겨놓으려고 내 갤럭시 저가 기종 폰 카메라 줌으로 당겨서 찍었더니 결과물은 이 정도.






그런데...
내옆의 아줌마는 본인 폰으로 줌을 당겨 저 중계석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식별하고 계신 거 아닌가 👀 

나도 흘끔흘끔 그 아줌마의 폰 화면을 훔쳐보면서 기술력에 감탄했다. 이렇게 큰 경기장의 반대편에 앉은 사람 얼굴이 보이다니😲. 롤랑가로스 메인코트인 필립 샤트리에 코트는 스포츠 스타디엄으로서는 수용 인원이 그렇게 많은 곳이 아니지만, 테니스 코트로서는 선수들 뒷공간이 가장 넓은, 세로로 긴 코트 중 하나로 알려진 큰 경기장이다. 놀람과 동시에 같은 꼭대기자리에서 빈부격차를 느꼈다 🤣. 나는 저런 폰 언제 사보지? 난 대부분 출시 2년 정도 지난 모델만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써왔으니...


1세트가 끝난 시점이었나... 경기장 한 켠에 자리잡은 관악단이 어떤 노래 연주를 시작했고 옆자리 그 커플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가사가... 예를 들면 española ~ española~ 이런 식으로 스페인어임이 확실한 노래였다. '이 옆사람들은 스페인 사람들인가?!?' 그러면서 나는 오후 3시가 되도록 점심을 먹지 못해 매점에서 사둔 샌드위치를 베어물었고, 말 한마디 없던 옆자리 아줌마가 갑자기 Bon Appétit 라고 하신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당황했는데 내 입에서는 갑자기 "Gracias~" 가 먼저 튀어나왔다. 그리고 우물쭈물 "thank you"라고 했다. 그분에게 내 답인사는 접수가 안 되는 듯 했다. 스페인 사람은 아닌가봐. 난 그저 우물거리는 무례한 사람, 혹은 대화하기 싫어하는 동양인 됨.ㅎㅎ gracias 정도를 모를 것 같지는 않지만 아마 파리에 있는 동양인 입에서 thank you도 아니고 merci도 아니고 제3의 언어가 튀어나온다고 기대를 안 했으면 들리지도 않았을 듯했다. gracias했을 때 반응이 '으응?' 정도라서... 
그냥 merci하면 되는데 왜 gracias 먼저 나왔는지? ㅋㅋ 스페인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튼, zoom 기능이 엄청 향상된 최신폰 이야기를 보다가 갑자기 이날의 일화들이 떠올라 끄적여보았다.






거리 좁히기 성공




올해 3월만 해도 저 정도 먼 거리에서 사람 관찰만 하고 
내가 다가가려 하면 호닥닥 ( 특유의 몸짓이 있다) 도망가던 제4의 냥이가...





이젠 호닥닥 도망가지는 않고 이 정도의 거리는 허용한다. 이 고양이도 내가 가끔 음식을 주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끈기있게 기다리는 편이다. 내가 멀리서 음식을 휙 던지면 움찔 하고 조금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먹는다.

이 녀석은 요즘은 이 정도 거리를 두고 앉아서 냥이 동료들이 나에게 토닥토닥 마사지를 받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그걸 부러워 하는 건지 or '어머? 인간의 손길이라니 쟤들은 왜 저래?' 그러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가끔 나를 보고 아옹 아옹 소리를 내는데 역시 의미를 모르겠다. 친한 고양이들은 나랑 마주치면 꼭 야옹야옹 소리는 내는데, 그거랑은 다른 언어 같은데 뭔지 내가 어찌 알아 😼

바로 위 사진같은 상황은 그래도 냥생 평화주의자? 우측 아래 진저캣이 있어서 가능한 상황. 만약 갈색 털을 가진 나를 잘 따르는 고양이가 있었다면, 그 냥이는 나머지 두 마리를 패고 다니므로 애초에 저렇게 3마리가 함께 찍히는 사진이 가능하지가 않다. 

그래도 자기를 해치지 않을 인간이라는 조금의 신뢰는 쌓인 듯 한데,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날이 올 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아파트 다른 동에는 끝판왕 은둔 고양이가 또 따로 있다는 거. 

나는 이 고양이들이 대체 겨울을 어디서 나는 건지 궁금하다.










향수




동영상 아님🙎




오랜 시간이 흘러 첫사랑이 그리우면 
그 사람이 그리운 게 아니라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거라는 말이 있다.

오늘 무심코 저 영상을 보다가
토끼처럼 뛰어다니던 20대 나달의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 여전히 나달을 못 놓는 건
내가 그의 '메이저 결승전' 만 몇달에 한번씩 간간히 보며 열광적으로 입문하던 그 시기가 일생에서 가장 맘이 편했던 시기였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수상황으로 인한 (almost)불로소득과 나 혼자만의 집이 있던 그 시절. 그 시절과 '나달'이라는 존재가 결합되어 더 좋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뛰게 될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고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남게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인생에 얼마 안 되는 즐거운 기억 중의 하나라서.





직업

 


많은 인간관계들은 필요에 의한 것이고 솔직히 가족 관계조차 그런 기반에서 출발하는 분위기의 집안이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사람의 가치는 버는 돈과 직업으로 결정되기 마련인데...그걸 느낄 때마다 

새삼 나를 만나주는 친구들이 고맙다.

나랑 만나면 대부분은 그들이 돈을 조금씩 더 부담해야 하고, 직업상 '사회 최하층'인 나를 만나서 얻어갈 것도 없는데

종종 연락이 오고 만남을 기쁘게 가질 수 있는 친구들. 


나도 그 친구들을 무슨 '목적'을 가지고 만나진 않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왜 만나는지도 알 수 있긴 하지만 금전적인 문제에서 틀어지는 인간관계를 많이 봐서... 💰 그래서 나도 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지만 대부분 친구들이 조금씩은 더 부담했던 것 같다.


이럴 땐 늘 생각한다. 무슨 드라마처럼 나의 직업이 뭔가 대단한 것으로 확 바뀐다면... 

그동안 연락 안 하던 친구들도 연락이 올까?  내가 없는 자리에서 10년 전 마지막 만났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친구들에게 떠벌리고 그럴까? 하고 궁금해진다.


언젠가 일정지역의 모든 가게를 조사해야 하는 일을 했을 때 차가운 영업주들의 반응을 보며... '연예인 한 명 옆에 달고 다니면서 똑같은 질문에 대한 온도 차 경험해보고 싶다, 진짜 잘해주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


직업이나 인종에 따라 사람을 다르게 대우하는 건 참 기분 나쁜 일이지만, 나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행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노화'를 알게 된 곳





늙었구나... 새삼 느끼게 한 곳 , 헬싱키.


당시에는 너무 피곤해 누워만 있고 싶고, 생소한 지역에 처음 도착해서 당황했던 것도 그랬고... 그게 노화의 징후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도시가 신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더 피곤한 ...그런... 익숙한 것에만 반응하는 그런 삶.


이제 한 달이 지나 돌이켜보니, 나의 태도 자체가 내가 생각하던 '늙은 분들'을 닮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자각하게 됐다. 그래서 헬싱키는 깨우침을 준 도시가 됐다.

헬싱키가 좋았던 점의 하나는 나 혼자 모든 것을 결정했다는 점이었다. 적어도 내 주위에는 북유럽에 다녀온 친구가 거의 없어서 조언해줄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모든 결정을 내가 내렸다. 그게 그렇게 좋았다.

하지만, 내가 남의 말을 안 듣고 내 생각만으로 일정을 만드는 것을 그렇게 좋아했으면서도, 정작 말그대로의 '노파심'에서 남의 삶에 자꾸 말을 얹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상대방이 (나처럼)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그동안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 경험이 더 많아 잘 안다고 자신하기에' 나의 이야기를 안 듣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 사람들도 '늙었기' 때문이었다. "내 경험이 더 많아. 넌 가만히 있어" 바로 내가 어릴 때 생각하던 그 '어른'의 모습이 이제 '우리'가 된 것이었다.


여러 가지 조언을 들을 때, 나도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데 왜 그렇게 다들 조언을 해주는지 궁금했었다. 그러면서도 나도 남에게 쓸데없이 조언을 하고 있었다. 나도 경험있다면서...

남의 이야기 중에 솔깃한 것은 접수했지만 ' 내 경험치가 더 낫다'고 생각해서 흘려보내는 게 많았는데 ....나도 남들에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들도 내 말을 귀담아 안 듣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나도 살만큼 살았어. 응응 알았어. 다 안다구. 알아서 할게.' 동년배의 속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본인도 남한테 주제 넘게 참견할 땐 하면서도, '내 경험이 더 많아'이러면서 남의 말은 절대 안 듣다가 오히려 더 고생하는 것. 나만 그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친구들도 다 그러고 있었다. 남에게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도 '자존심에' 내 방법으로만 하고 싶은 것, 나는 그걸 노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인다.


이제 우리도 늙었다.

더 무서운 건, 이제 계속 남의 말 듣기 싫은 나의 꼬장꼬장함과 타인의 꼬장꼬장함을 느끼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묵언 수행의 성지 😁 - 헬싱키 더 야드 호스텔 The Yard Hostel Helsinki




외국의 호스텔 방문은 네번째인데 그중 가장 독특한 느낌을 준 곳이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완전한 비대면 체크인/아웃.

Booking.com을 통해 8인실 예약을 하는 그 순간부터 매우 활달하고 친절한 말투의 안내 메일이 마구마구 날아온다.
예약이 끝나고 한동안 잠잠하다가 숙박할 즈음이 되면 또 하루에 몇 개씩 공지가 날아온다.
이메일의 그 활달한 말투 탓에 뭐라도 다 들어줄 것 같은 친절한 직원이 있을 줄 알았는데
호스텔에 들어서서 나가기까지 단 한마디도 안 해도 되는 곳이다.😁

더 야드 호스텔은 헬싱키 공항에서 기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헬싱키역에서 도보 10분이 안 걸리는 곳에 위치해있고, 시내 어디로든 도보로 관광이 가능한 좋은 숙소였다.
사실 구글지도 같은 지도앱에서는 도보 시간을 훨씬 짧게 안내하지만
공항에서는 오는 기차가 헬싱키역 승강장에서 굉장히 먼 곳에서 서는 경우가 많고 옆 출구를 통해 역사를 통하지 않고도 역 밖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역앞 광장에 서게 되면 방향이 매우 헷갈린다. 
아마 처음 오는 사람들은 기차역에서부터 5-6분 내에 이 호스텔에 도착하기 쉽진 않을 듯. 
하지만 조금만 돌아다니보면 금세 지리 파악이 끝날 정도로 헬싱키 중심부는 작은 편.

숙박을 하루 정도 앞두면 계속 이메일이 날아오는 이유는 이 호스텔에 들어가기 위해 두 번의 비밀번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한 번, 그리고 들어와서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오면....






유럽 영화에서 매우 많이 보던 딱 이런 구조가 나온다. ㅎㅎ
여기서 뒤돌아서면 호스텔 문이 있는데 거기서도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면 마침내 어두컴컴한 호스텔이 나온다. 음침하다는 의미는 아니고, 조명을 푸른 계열로 좀 어둡게 해놓은 실내가 나온다. 유럽 지역에서는 흔치 않게 입구 앞에 사람들이 신발을 다 벗어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안내도 없어서 눈치를 스멀스멀 보면서 나도 신발을 벗고 안쪽으로 들어섰지만, 나중에 보니 내부에서 신발을 신든 말든 그건 자유인 듯 했다.



booking.com



내가 예약했을 때는 위와 같은 사진을 보았는데, 실제로 가보면 조명 분위기를 바꾸어서 푸른색 계열이고 어두컴컴한 편이다. 숙박객들과도 서로 얼굴을 자세히 볼 필요 없다는 건가 😉

위 사진 왼편에 보이는 체크인 카운터에 내 이름이 적힌 봉투가 놓여있을 뿐 직원을 만날 일이 없다. 그 봉투 안에 내 방으로 들어가는 키 카드가 있고 내 방 번호가 적힌 종이가 있다. 정말 한마디도 말할 필요없는 호스텔.








침대 번호도 배정해주던 다른 호스텔과는 달리 그냥 방 번호만 있어서 두리번거리다가 그냥 남은 침대를 내 잠자리로 정했다. 베개 커버와 시트는 새 걸로 놓여져 있고 직접 깔면 된다. 그리고 체크아웃할 때 다시 벗겨서 세탁통에 반납.
내 침대 아래로 수납함 2개가 보이는데 내 침대 윗사람과 둘이 하나씩 쓰는 거다.
내가 사물함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사물함의 존재조차 신경쓰지 않고 그냥 그 앞에 신발을 벗어둔 채로 침대에 들어가 커튼 치고 누워있었더니... 나중에 사물함을 쓰시는 윗침대 분이 내 신발을 방 한가운데로 치워놓았더라는;;;; 신발을 벗어둘 때에는 사물함의 위치를 생각해서 서로 배려해야 한다.







창밖 모습.
바로 근처에는 왁자지껄한 음식점과 펍이 있고 쇼핑몰, 길 건너에 대형백화점이 있는
시내 중심지인데 건물 안쪽 모습은 의외로 허름해보인다.

24시간이 안 되는 레이오버 체류인데다가 헬싱키 물가가 비싼 편이라 호스텔을 예약했지만
돌아오고 나서야 그래도 '내 창문'이 있는 호텔 방을 예약했더라면 북유럽의 백야를 좀 더 잘 관찰할 수 있었을텐데... 싶었다. 여기선 하늘이 거의 안 보였다. 밤 11시에 노을이 지는 곳인데 그걸 제대로 못봐서 아쉽다.





알차게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침대 내부. 개인 조명, 파워 아웃렛, 거울, 선반...
커튼을 치면 외부와 차단된 그냥 내 공간 같아서 편했다.
여행의 마지막 밤인 셈이라서 피로 누적으로 피곤해서 그냥 계속 누워있기만 했다.
물론 커튼이 소리까지 차단할 수는 없다. 태국 사람으로 보이는 내 윗층 침대분은 코를 많이 골더라는 :) 




물건 정리할 힘도 없어서 그냥 발치에 다 쌓아뒀다. ㅎㅎ 키가 작은 게 다행이네.
해가 지지 않는 북유럽 백야를 맘껏 체험하고 싶었지만, 근처 식당에서 밥 먹고 돌아와서 계속 누워있다가 그냥 밤 11시에 잠깐 밖에 나가서 얼마나 밝은지만 확인하는 것으로 이날 일정은 끝이 났다.

바로 건너편에 펍이 있는데 사람들이 주중 밤 11시에 시끌벅적 너무 시끄럽게 술을 마시고 있어서 의외였다. 잠시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나도 동행이 있어서 저렇게 즐겁게 웃으며 저기 앉아 왁자지껄 얘기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사람들만 그렇게 밤늦게 술마시고 논다고 하더니 여기 사람들도 놀 줄 아는 사람들이구나.


물론 호스텔 내 소파가 놓인 공용 공간에는 친교를 다지는 몇몇 사람들도 보였지만
대부분은 마주쳐도 인사를 나누지 않으며 말로만 듣던 북유럽식(?? 여행 온 사람들은 북유럽인이 아닌 경우가 더 많지만) 거리 두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말 한 번 안 했던 숙소. 묵언 수행의 성지라 할 만하다. 체크아웃 때도 그냥 내가 쓴 침대 시트와 키 카드만 반납하고 나오면 되므로 아무도 마주칠 일이 없다.


짐을 호스텔에 남겨두고 시내 도보 관광을 했는데 헬싱키 내에 유명한 관광지는 모두 도보로 커버 가능한 좋은 위치였다. 사실 미리 공부를 하나도 안 하고 이 도시에 도착했는데, 금방 어디든 걸어갔다가 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 시내 중심. 그리고 호스텔 주변에 한국인에게 익숙한 프랜차이즈 가게들도 많고 바로 건너편은 대형 백화점이므로 쇼핑하기에도 좋다. 물론 북유럽의 물가를 감당할 수 있다면.👛 
여행을 할 당시에는 생각을 못해봤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주위 대형 백화점이나 그 분위기 등을 고려해볼 때 헬싱키의 '명동'에 위치한 호스텔이라고 보면 되는 듯하다.


이 호스텔을 찾아올 때 울퉁불퉁 돌바닥에 짐을 질질 끌고 오래 헤맨 느낌이라서 고생스러웠다고 생각했다. '아니 얌전히 집에 갈 걸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내가 레이오버를 택했던가...' 그날은 그저 누워있고만 싶었을 정도로. 그런데 다음날, 시내 지리를 좀 파악한 뒤에 다시 호스텔로 돌아와서, 남겨뒀던 짐을 찾아서 질질 끌고 기차역으로 가보니 어제 내가 온 길 그대로 가게 되는 것이었다. 난 헤맨 것이 아니었네...?? 하긴 지도앱 보고 그대로 쫓아온 것이었으니 뭐 최단거리가 아닐 리는 없는데 왜그리 힘들게 느껴졌지??

아마도, 이젠 새로운 것에 점점 적응도가 떨어지는 나이가 되어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니 좀 긴장하고 위축됐었나 보다. 그래서 유난히 헤맨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내가 제대로 전체 파악을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침대 수에 비해 샤워실이 너무 적어보이는 게 단점. 그렇다고 해서 대기가 있진 않았다. 유럽 호스텔에 단 5-6박 정도 해봤지만 그 경험으로 말하자면, 다들 잘 안 씻는다ㅎㅎ. 스태프를 줄였기 때문인지 화장실 청결도도 그리 높진 않지만 (더럽진 않지만 매우 깨끗하지도 않음) 예전 코로나가 없던 시기의 런던 호스텔도 그랬던 듯. 하룻밤에 내는 돈의 가치를 생각하면 봐줄 수 있는 수준. 그리고 사교적인 호스텔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호스텔의 알 수 없는 다소 삭막한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 외에는 위치가 매우 좋고 그럭저럭 깨끗한 편이고, 침대가 완벽하게 개인 사생활을 보장해주는 편이라 나중에도 다시 찾을 것 같은 곳이다. 북유럽 물가가 비싸기 때문인지 나이 드신 숙박객도 많이 봤다. 늙어서 가도 어색하진 않을 듯. 😁 게다가 어차피 남들에게 신경쓰는 분위기도 아닌 이곳. 







당신에게는....?



20포인트 벌겠다고 😂 온라인 설문조사를 하는데
"외국 회사의 설문 조사라서 형식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경고가 있었다. 예전에도 그런 번역투의 문장을 사용하는 어색한 설문조사를 몇 번 해봤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설문 조사를 시작.

아마도 대충대충 아무 답이나 입력하는 사람을 걸러내기 위한 질문인 것 같은데, 예전에는 어디서도 본 적 없었던 질문이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턱 막힘.
뭐 불우한 시절을 보낸 건 아닌데 딱히 좋았던 추억도 없어서 놀랐다. 대학 시절, 30대 시절... 차라리 그런 시기라면 뭐라도 하나 쓰겠는데 어린 시절에는 좋은 추억이 없네?!?!


대충 '가족과의 여행'이라고 써넣고 , 그뒤로 나에게 맞는 설문조사가 없어서 20포인트 받고 끝나긴 했지만 저 한 문장이 내 인생에 진짜 물음을 던지네...내 어린 시절의 좋았던 추억이 뭐지?!?! 








그리고, 나의 윔블던도 끝




 


부상을 딛고 4강전까지 힘겹게 올라간 나달이 결국 기권을 결정. 2022년 윔블던 4강전은 내일 한 경기만 열리게 되었다.

나달이 일단 복귀 목표라고 말한 8월 8일 캐나다 Rogers Cup대회까지 나도 테니스 방학.😴


2019년 7월..

그저 테니스 보는 것이랑 나달이 좋아 경기를 보는 줄 알았다가, 나의 욕망이 투사된 것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되었던 시간.

그때, 내 아들만 서울대 보내고 싶은 학부형의 마음이 되어 안달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 아들은 서류심사에서 이미 떨어졌는데 남의 아들들만 합격 면접 보고 있는 걸 지켜보는 상황. "아무도 우승 안 하는 대회는 없나요?" 

그런 내 모습을 자각하고 그때부터 마음을 많이 다잡으려 노력했고, 여태까지 십여년간 나달을 지켜본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했다고 생각했다. "서울대 안 가도 좋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이제는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나달이 그해 또 메이저 결승전을 가게 되자 내가 오히려 너무 긴장했지만 그때 새삼 빌리진킹이 했다는 말 "pressure is privilege"가 무슨 뜻인지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내 자식이 🤣 결승전에조차 못 가서 우울했던 몇달 전에 비하면 결승을 앞두고 초조해하고 있는 지금 이 경험은 정말 privilege 아닌가?


2022년, 3년전의 그 우울한 기억에서 돌고 돌아 올해는 정말 예상치 못한 선물을 많이 받았다. 드디어 맘이 편해졌다. 물론 아들 서울대 보내고 나니 이젠 또 하버드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ㅋㅋ 하지만 충분히 마음이 놓였다.


최근 대회들에서 평안한 마음으로 결승전을 지켜보게 되기까지 지난 3년간 정말 long long way를 왔구나...생각했지만, 이제 나달이 빠지고 남은 4강 진출자의 면면 때문에 또 그 3년전 마음가짐도 또 돌아와버렸다.

"아무도 우승 안 하는 대회는 없나요?" 

ㅋㅋㅋ. 내가 원하던 게 이루어져 이미 다 내려놓았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었나. 아직도 싫은 건 있네.

하하, 그동안 다른 선수 팬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너무 잘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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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악플도 이제 그만 읽어야지.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묘한 상황인데, 악플이 달려있을 거 뻔히 알면서도 테니스 기자들의 트윗의 답글을 열어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곤 했었다. 안티들은 뭘 해도 어차피 저주를 퍼붓는다. 나도 '허허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도 늘 그걸 열어서 읽어보면서 자극을 받곤 했다. 앞으로는 그것도 하지 말아야지. 어차피 세상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옳은 것이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틀린 것이다. 


작년 12월 중순엔가 '이제 더이상 테니스에 예전같은 관심이 안 가네'라고 이 블로그에 써놓고는, 결국은 어느해보다 테니스덕에 감정의 소용돌이를 많이 겪었던 2022년 상반기... 드디어 방학이다 ㅎㅎ.


황혼기 | Nothing matters. (mori-masa.blogspot.com)  ->> 지금 다시 읽어보니 새삼 재밌네.


누군가는 정치 유투브를 보고

누군가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이뤄주실 것이라 하고

누군가는 테니스를 본다.

그러면서 그 세계를 모르고 어찌 인생을 살 수 있는지 서로가 신기하다. 이렇게 좋은데 🤗. 동시에 타인들은 어떻게 저런 존재를 믿고 일희일비하면서 그 존재가 그 사람의 삶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즐거운 몰입의 세계.





과거가 되었다



이번 5-6월 여행은 코로나로 오랫동안 갇혀있다가 떠난 여행이라 잔상도 오래 남았고, 짧게 머무른 것 치고는 여전히 내 정신세계는 거기에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한 1년 살다 온 사람처럼 최근에 입만 열면 '파리에선...' , ' 거기서 말이야....' 나오기 일쑤였고.

돌아온지 한참 지나도록 현재진행형인 것 같았던 여행이 이제야 '과거'가 되었구나 하고 느낀 건...오늘 갑자기 혼자 밥 먹고 싶었을 때.

나도 사실 오랜만의 탈출이라 오래 외국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머물고 싶었고, 심지어 엄마는 내가 단기간에 돌아오지 않기를 엄청 바라시는 것 같았다.

나도 어떻게든 내가 하겠다면 여행을 지속할 수 있긴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혼자 밥 먹기가 힘든 것이었다. 물론 난 한국에서도 혼자 밥 먹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고, 외국에선 술도 혼자 앉아 마시고 다닌다.

하지만 외국여행 중에 매일매일 메뉴를 골라 두리번거리며 낯선 음식들을 늘 혼자 먹는 게 편한 일은 아니었다. 예전에 숙소 비용이 훨씬 싼(장기 체류에 부담이 덜한) 중국에 갔을 때도 그 이유 때문에 딱 5일만 여행을 계획했는데, 이번에는 목적이 있어서 간 것이기에 그 3배 정도의 기간을 체류했지만 정말 매일매일 밥 찾아먹는 것이 그리 즐겁지가 않았다. 늘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지만 밥 먹을 때 만큼은, 나보다 더 활달한 동지가 있으면 메뉴도 두어 가지 더 골라 먹을 수 있고 담소도 나누고 더 즐거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
남의 여행기를 보다가 그 사람이 베트남 가서 분짜 먹는 이야기를 보니, 파리 체류 기간 동안 두 번 혼자 사먹었던 Bo bun이 기억나면서 혼자 호젓하게 사다 먹고 싶어졌다. 물론 한국에도 비슷한 게 있고 십여 분 걸어나가면 베트남 음식점이 있지만, 그 한국 음식점 말고 2만원을 내고 사먹어야 하는 프랑스의 bo bun 혼자 먹던 시간이 그리워진 것이다. 그때는 사실상 '입에 풀칠'에 가까운 끼니 때우기였는데도 이제 와선 뭔가 아련하다. 한국에서도 분짜가 13000원 정도 하면 '이건 너무 바가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여행할 땐 2만원도 우습다. 

막상 겪을 때는 힘든데, 시간이 흘러 과거가 되고 나면 아름답게 채색되어 힘든 기억은 사라지게 된다. 그 혼자 쭈글쭈글 밥먹던 시간이 그립다니... 이제 2022년 초여름 여행도 드디어 과거형이 되었구나, 하고 실감이 났다.




가방이랑 함께 밥먹는 시간 😏



딱 10년 전인 2012년에도 그랬다.
그때는 심지어 엄마랑 같이 방을 쓰고 있었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필요했다. 마침내 방콕에 체류할 기회가 생겨서 2주 정도 방콕에 가게 되어 너무 신났는데 도착한지 며칠 만에 저녁 챙겨먹는 게 엄청난 고역이 되었다. 집밥을 잘 그리워하지 않는 나인데도 남이 챙겨주는 밥을 먹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왔더니 금방 다시 혼자 있던 시간이 그리웠었지.


여행의 본질은 그저 '늘 하던 것과 반대의 것을 한다' 이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돈을 버는 행위가 생략된 채) 돈을 쓰기만 하는 즐거움이 여행의 정수. 사실 내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보다 한국에 비해서 쉽게 열린 지갑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건데 인간은 행복의 원인과 순서를 착각하기가 쉽다. 2014년부터 그런 생각을 해왔는데, 몇년 전에 아래 누군가의 트윗을 보고 엄청 공감했다. 







외국에 가면, 현지인들은 전혀 감흥이 없는 그 '평범한' 풍경들이 너무 좋아서 사진찍다 오는 거다 ☺





본국 사람들은 "저런 걸 왜 찍는데??🤔" 하는 걸 사진으로 남겨서 돌아오는 것이 바로 해외여행. '이국적'이란 것이 절대적인 게 아니고 상대적인 거니까.


시간



6월말에 명동 근처에서 던킨도너츠를 찾아야 할 일이 있었는데, 올해 5월까지도 방문 후기가 있던 충무로쪽 지점도 없어지고 명동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이 서울역이나 시청 쪽이었다. 명동 한복판 4층까지 있는 큰 매장에서 친구와 이야기하던 기억이 아직 선명한데 던킨도너츠 가맹점은 이제 사양길인가...

대학 시절에 중간고사인지 기말고사를 끝내고 와서 친구와 명동 거리 창밖을 내다보며 던킨도너츠에서 한참 시간을 보냈던 게 기억에 진하게 남아있다. 박정현의 '편지할게요'라는 노래가 몇 번을 돌고 돌아 반복 재생되었기 때문에 역시 그 노래를 들으면 그 장소가 떠오른다. 


난 평소라면 명동에서 서울역이나 시청 쪽까지도 당연히 걸어가는 사람이지만, 비가 억수로 와서 그런 일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사실 그날이 사용기한 마지막인 쿠폰을 써야했기 때문에 던킨도너츠를 찾는 것이었는데, 대중교통을 타고 가면 어차피 돈낭비라서 그냥 쿠폰 사용을 포기했다.

다음날은 날씨가 개어서 명동 메인 거리로 들어가봤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을씨년스럽게 대부분의 상가가 철시한 명동에 정말 오랜만에 와보는 듯




그래, 이 자리가 던킨이었지. 4층까지 올라가도 앉을 자리 찾기 힘들 만큼 인기있던 곳이었는데 코로나의 영향은 정말 대단하구나.

오늘 다시 이 빈 건물이 던킨 자리가 맞나하고 지도앱을 찾았다가 놀라운 걸 발견했다.
던킨도너츠는 코로나 때문에 없어진 게 아니었다.

거리뷰를 찾아보니 이 건물이 과거에 던킨도너츠 건물이었던 것은 맞지만 2017년부터 이미 다른 화장품 가게가 들어서있었다.😲 2020년 중반까지는 어찌어찌 영업을 하는 듯한 거리뷰 사진을 남긴 이 화장품 가게가 코로나 여파로 사라진 이후로는 2년째 비어있는 건물.

'편지할게요~~'라는 노래가 울려퍼지던 그 대학생때 아니더라도, 비교적 최근에도 누군가와 여기에 간 적이 있다고 생각해서 던킨도너츠가 코로나로 철시한 줄 알았는데, 그 '최근'이라는 게 2016년이었던 거다. 벌써 6년.

언제 세월이 벌써 이렇게...






그림 속 고양이





나를 몇 번 졸졸 따라오던 고양이들이었지만, 결국 멀리 떠나간다는 걸 학습하고는
내가 자리를 떠나면 눈치껏 따라오진 않는다.

안 보는 척 하면서도 내가 떠나는 걸 보고 있는 고양이들이 애잔해서 뒤돌아서서 사진 한 장 남겼는데
빛과 배경의 효과로 그림처럼 잘 나왔다.



1번 고양이는 나를 가장 열심히 따라다니는 고양이로, 이 세 마리중에서 나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서열 1위다. 세 마리 중에 덩치가 가장 작고 중성화 수술 전에 암컷으로 짐작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서열 1위일 것 같지는 않은데... 이상하게도 1번 고양이가 내 곁에 있으면 다른 고양이가 다가오지는 않는다. 고양이들 사이에 어떤 암묵적 서열이 있는지 궁금하다. 


2번 고양이는 덩치가 더 크고 중성화 이전에 수컷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수의사 친구에게 판단 가능한 사진을 보여준 적 있음) 나무를 잘 타고 호전적인 모습을 많이 봤다.
그런데 1번 고양이가 내 곁에 있으면 항상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도 내 곁에 앉아있기는 한다. 1번 고양이와 친하다. 1번 고양이가 마실을 다녀오면 항상 2번 고양이와 얼굴을 부비며 서로 정보를 교환? 인사?? 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번 고양이는 1번 고양이가 없으면 적극적으로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예전에는 소고기가 없으면 멀찍이 떨어져 앉곤 했는데, 이 녀석도 궁디팡팡의 맛을 알아버렸다. 요즘은 마사지를 좋아해서 이제는 먹을 것과 상관없이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나에게 관심없는 척 하면서도 여름이 되어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나가면 내 발가락에 그루밍을 해주는 유일한 고양이.


3번 고양이는 덩치가 가장 큰데도 뭔가 입지가 불안정한 고양이로 늘 보면 짠하다.
음식을 줘가며 거의 7-8개월만에 친해진 1,2번 고양이와는 달리
3번 고양이는 우리 엄마와 나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졸졸 따라다녔다.
늘 다리에 자기 몸을 비벼서 친해지려는 시도를 하는데, 요즘엔 내가 그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드디어 안 듯하다.
이상하게도 1번 고양이가 이 3번 고양이를 싫어하는데, 3번 고양이가 내 옆에 있으려고 하면 하악질과 냥냥펀치로 쫓아낸다. 너무 불쌍하다. 덩치가 더 큰데 맨날 맞는다.
"너 왜그래? 친하게 지내야지~" 내가 3번 고양이를 응징하러 가는 1번 고양이에게 말을 걸면서(??) 꼬리까지 잡아당기며 말려 봤는데 그게 통할 리 없다. 
인간의 방법으로 동물의 세계를 통제해보려 하다니... 내가 어리석지.
그래서 이 날도 1번 고양이에게 몇 대 얻어맞고 벤치 아래 숨어있는 거다. 

참... 그리고 사진에는 안 찍힌 의문의 4번 고양이도 여기 옆쪽에 있었는데
내가 가끔 음식을 공급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 늘 거리를 유지하며 나를 지켜보고 있는 고양이다.
하지만 인간이 가까이 접근하는 걸 늘 불허하는데... 언젠가 친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래도 내가 노력 중이라는 걸 알고 있긴 한지...이 사진 찍은 날 10cm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나쳤는데 처음으로 호닥닥 도망가지 않았다. 그전에는 살금살금 조금씩 다가가서 1m 정도 가봤던 게 최고 가까운 거리였던 것 같다. 


2번 고양이와 3번 고양이는 가끔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문제없어 보이는데
1번 고양이와 3번 고양이는 사이가 안 좋다.

1번 고양이는 4번 고양이도 싫어한다. 4번도 때리고 다닌다. 내 앞에서는 순한 양인데 (고양이 배 등등 신체 중 어딜 만져도 가만히 있음) 고양이 세계에서는 폭력 고양이네.


고양이들은 무슨 대화를 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2번 치즈 고양이는 무슨 이유로 항상 1번 고양이가 내 곁에 있으면 그저 물러나서 순서 양보(?)를 하는지도 궁금하다.


늘 확실한 순서







최근 경험에 따른 인식의 변화 - 이비스 스타일 명동 ibis Styles Seoul Myeongdong




2015년 3월 개관해서 만 7년을 넘긴 이비스 스타일 명동.
새로 지어진 호텔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젠 갈 일 없겠지, 이젠 갈 일 없겠지 하면서도 어느새 3번째 숙박이다. 가장 최근 숙박했던 건 2017년 7월로, 이번에 5년 만에 방문한 셈인데 코로나로 손님이 줄었을 2년 공백을 생각해도 그동안 전혀 낡지 않아서 놀라웠다.






명동역 10번 출구에서 2-3분 거리인데 이 건너편에서 교통 신호가 생각보다 매우 길어 5분 넘게 걸려 도착한 듯. 
파란불로 바뀌기를 기다리다가 외관 사진도 찍어봤다.






좁다고 느껴지는 16m² 방이지만
나의 마지막 방문 뒤 흐른 5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놀랐음. 보통 개관 7년쯤 지난 호텔에 가면 '여긴 이제 리노베이션 해야지' 이런 생각이 드는데, 이비스 스타일 명동은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 물론 새 호텔같지는 않고, 개관한 지 4-5년 정도 된 느낌. 굳이 교체를 해야한다면 가장 세월이 많이 묻어있는 벽지 정도?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변기만 있는 방이 독립된 형태로 있는 구조인데, 최근 후기 중에 여기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내용이 종종 보여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냄새 없는 방을 받음. 그런데 사실 기억을 돌이켜보면 2-3일 이상 같은 방에 머무른 호텔은 이상하게도 이런 고약한 화장실 냄새가 나기 시작했던 곳이 많았다. 그래서 항상 의아했다. 원래는 늘 이런 냄새가 있는 곳인데 첫날 숙박하면 '새 방' 이라는 생각이 더 지배해서 냄새를 잘 감지하지 못하다가 이틀째부터 냄새가 코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건지, 아니면 체크아웃 후에 독한 세제로 씻어야 냄새를 감출 수가 있는데 사람이 며칠씩 머무르는 동안에는 그 정도까진 청소를 못하기에 냄새가 나는 건지 궁금했다. 특히 몇 년 전 2주간 머물면서 세 번 정도 방을 옮겼던 모 호텔에서는 변기 근처의 정말 지독한 냄새때문에 고생했는데 (당시엔 그 도시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었음) 냄새에 대한 어떤 다른 후기도 발견할 수가 없어서 의아했다. 아마도 대부분 하루만 머물고 가기에 그 냄새를 못 느끼나?? 하고 생각했다.

최근에 악취에 대한 후기가 많아서 직전에 신경써서 청소했기 때문인지 락스 냄새 같은 것이 좀 났지만 내 방 화장실은 쾌적했다. 심지어 3성에 어울리지 않게?! 변기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자동으로 물이 내려가는 센서가 설치된 비데가 있어서 변기에 손을 안 대어도 되니 좋았음. 이런 분리형 화장실은 다 좋은데 손을 씻지 못한 채로 문을 여닫는다는 게 문제인데, 적어도 변기를 만지지 않아도 되니 훨씬 나았다.
예전에는 샤워부스 옆에 유리 벽만 있어서, 가깝지 않은 사이에는 샤워하거나 옷 갈아입기 불편했을 텐데 지금은 블라인드를 내릴 수 있게 되어있다.







유럽에 고작 2주 정도 체류하고 와서 호들갑을 떨자면...
파리의 이비스 스타일스에 비해 이비스 스타일 명동은 완전 특급호텔처럼 느껴졌다.😆 여기 명동보다 3~3.5배 비용을 내고 머무른 파리의 이비스 스타일스 3곳 어디에도 없었던 냉장고, 클리넥스, 커피포트, 티백, 슬리퍼, 무료 생수가 여기에는 다 있다. 

특히 클리넥스의 존재가 반가운데... 이게 있을 때는 전혀 고맙지 않았는데 없는 호텔에 가보니 차이를 알게 됐다. 휴지가 필요할 때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한국보다 누렇고 거친 'toilet paper'를 뜯어서 쓰자니 뭔가 지저분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파리에서 이비스/이비스 스타일스를 전전하다가 4성급에 갔을 땐 클리넥스가 얼마나 반갑던지 ㅎㅎㅎ. 파리 음식점에서 하얀 화장지를 줄 때마다 '호텔가서 toilet paper를 쓰지 않기 위해' 가방에 계속 챙겨넣었더니 나중에 한국에 와서 가방을 털었더니 모아둔 휴지만 계속 나오더라는 ㅋㅋㅋㅋ 







전층은 아닌 것 같고, 일부 방에는 LG 스마트 티비가 설치되어 있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켜짐. 😉 우리집 티비보다 훨씬 좋은 것 같음 ㅋㅋㅋ 리모컨도 볼 같은 걸 굴려서 채널을 이동하는 방식인데 처음엔 그걸 몰랐다. ㅎㅎ 촌스럽긴 🤑

코로나로 불황을 겪었을 텐데 이렇게 설비를 더 개선할 여지가 있었던 것을 보면 아주 타격이 크지 않았던 호텔같기도 하다. 대신에, 이제는 손님 각자가 자기가 원하는 OTT 서비스를 찾아서 보는 시대라 그런지 TV 채널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스포츠, 영화 채널 빈약한 편. 각자 알아서 넷플릭스를 보는 마당에 케이블 영화 채널이 불필요하기 때문이겠지.

바로 한 달 전에 잠만 자고 밥만 먹고 가야 되는 파리의 이비스 스타일스에 있다가 서울에 오니 1/3 값에 정말 '럭셔리'하다고 느껴짐. 내가 이 호텔에 세번째 방문하는 건데 그전에는 평범하다고 느꼈던 이 방이 이렇게 좋아보이는 것은... 최근의 경험이 내 현재 인식을 지배하기 때문이겠지.

5년 전 방문과 같은 19층 방을 받았는데
그때는 비교적 조용하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는 도로 소음이 좀 신경이 쓰였다. 저층 방은 좀 더 차량 소리가 크게 들릴 듯. 그 외에도 냉방기가 돌아갈 때나 화장실 팬이 돌아갈 때 소음이 좀 있다. 낡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 부분만은 노후가 드러나는 듯.

코로나로 인해 명동 상권은 초토화됐지만, 어제 이 호텔에 들어섰을 때 관광객들이 맡기고 간 수많은 짐들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며 서서히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많은 호텔들이 코로나 상황에서 가격을 많이 낮추었다가 이제 슬슬 예전으로 복귀 중인데, 이비스 스타일 명동은 조식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에 초저가 정책을 계속 하고 있으니 집에서 떠나 하루 쉬고 싶을 때 한 번 고려해 볼 만하다.

나와 같이 가기로 했던 가족이 다들 폭우나 일정을 이유로 먼저 가버려서 결국 혼자 남았지만... 
마/침/내 혼자 있게 되니 사실 너무 좋았더라는 🤗




7년간 시설을 잘 유지한 이 호텔에서 결국 발견한 세월의 흔적 ㅎㅎ
엘리베이터 상단에서 갈 곳을 잃은 채 화면을 떠돌고 있던 태초의 windows "XP" 로고. 🧙‍♂️




정들어가는 과정



그랜드슬램 대회 경기장에 가면 기념품 샵이 여기저기 있는데, 테니스 팬이라면 혹할 만한 상품들이 많이 있다. 그랜드슬램 대회 딱 두 번 가보고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은 윔블던에 더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롤랑가로스도 여기저기에 기념품 샵을 마련해놓고 열심히 물건을 팔고 있는데, 이런 가게들의 특성상 실질적 품질에 비해 가격이 쓸데없이 비싼 편이다. 그래도 잘 팔린다. 8년 전에 내가 윔블던 샵을 제대로 다 돌아본 게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윔블던보단 롤랑가로스에 훨씬 큰 규모의 "부띠끄" - 정식 명칭이 souvenir shop 이런 게 아니고 'La Boutique Officielle'이다 - 가 있는데, 가끔 매장 밖으로 줄이 늘어설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고, 계산할 때도 구비구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있는 곳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치에 비해서 비싼 제품들이 너무 많아서 하나씩 집었다가 스윽 내려놓곤 했는데 ... 경기장 주변에서 보면 롤랑가로스 캔버스 가방은 너도나도 많이 들고 다니는 거였다. 기념품 매장 물가로 볼 때 개인적으로 20유로 정도 할 것으로 예상. 다들 돈 많은가봐....




이런 기념품점에서의 쓸데없는 고물가는 충분히 예상할 만한 일이지만
심지어 us오픈에서 판매하는 '천쪼가리' 캔버스백은 심지어 9만원대이다.



🙄

그러다가 대회 거의 막바지... 이젠 기념품샵에 가려고 해도 기회는 한 번 남았고, 생각보다 현금이 많이 남았으니 (한국처럼 프랑스도 카드 사용률이 엄청 높더라. 식당에선 직원들이 카드 결제기부터 들고 오고, 이젠 현금 내밀면 서로 머쓱하다) 뭔가를 좀 사야겠다고 결심. 그런데 위 가방 가격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알아보니 그저 7유로 아닌가.



한국에서도 기념품샵이라면 9천원대에는 절대 안 팔 것 같은 캔버스백이 파리에서 싼 값에(?) 팔리고 있었다. 수십 개가 주르륵 걸려있던 그 가방들 가격표조차 확인해보지 않은 소심함을 후회했다. 9천원대면 무난한 가격에 쓰임새도 많을 크기의 가방인데... 
그래서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들고 다녔구나. 기념품샵에서 낮은 가격순으로는 5위 안에 들 상품이었다. 잘 하면 3위 안에 들지도??

내일 결승전에 가면 사서 들고 다녀야지!

하지만 대회 마지막날, 기념품샵에 갔더니 그 많던 캔버스 가방은 모두 사라지고 황마(jute) 소재의 가방만 잔뜩 걸려있었다. 그동안 다 팔렸나보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가방은 하나 남겨와야겠다고 결심했고, 가장 싼 축에 속했기에 어쨌든 샀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이 '황마' 소재가 여름에만 어울릴 것 같고, 그저 물건 담는 용도의 모양에 크기만 커서, 캔버스 가방을 진작 사지 않은 걸 후회했다.






결승 관람하고 온 날, 그래도 우승해서 기분은 좋으니까 사진 남김 📸🤗
사실 이만한 크기의 jute bag은 MUJI에서 3500원에 팔고 있다. 'Roland Garros'를 기념하겠다는 나의 기분으로 저 글자 새겨진 것에 지불한 값이 6000원인 셈 :) 


한국에 돌아온 뒤 장마철...
어딘가에 1박 할 일이 생겨 이것저것 다 들어가는 이 가방을 들고 길을 나섰다. 비를 많이 맞았지만 이 가방 내부는 방수 처리 되어있어서 괜찮았다. 소재가 'jute lamination'이라고 되어있다.




 ㅎㅎ 차선책으로 구입한 가방이지만
'이 가방이 더 낫네' 하고 정을 주기로.
캔버스 천 가방이었다면 어제 같은 날씨에 다 젖었을 테지만 이 가방은 바깥은 젖었지만 내부는 안 젖었으니 장마철에 더 실용적. ✌
게다가 이 가방은 세워놓으면 스스로 서있기도 하잖아.🏃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