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중국에서 8개월간 살았지만 중국어를 배우지 않았고 사실상 물건을 사는 일 외에는 중국인을 만날 일도 없었다. 뭐 LA에 살다온 영어 못하는 한국인을 생각하면 된다.

할 줄 아는 거라곤 택시 타고 집에 올 때 "우회전, 좌회전, 다왔어요, 세워주세요" 뿐이었다. 

지금 아주아주 초급 수준으로 읽고 쓰고 이해하는 중국어는 모두 중국에서 귀국한 뒤 ebs를 들으며 혼자 자습한 것이 기반이 된 것이다. 그 뒤로 7년이 지나 대학원 다닐 때 과에서 지원을 해줘서 학교 어학원에 3학기 다닐 수 있었는데 그때 제대로 실력을 늘리지 못해 아쉽다. 

아무튼 중국어로 검색하거나 번역기에 입력하기 위해서는 중국어 발음을 키보드에 영어로(pinyin 拼音) 써넣어야 하는데 이걸 다 외우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쉬운 한자들은 대부분 알고 있긴 한데, 얼마 전 左를 검색해보려다 충격에 빠졌다. 내가 중국에서 최고로 많이 사용한 그 단어, 좌회전의 좌-의 병음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때도 제대로 배운 게 아니고 거의 귀동냥 수준으로 들어서 하던 거라... 좌회전, 우회전의 발음은 대충 이렇게 했었다. 조과이, 요과이.

난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zou zhou 등을 쳐봤는데 발음이 비슷하면 zo...zh...까지만 쳐도 추천 한자가 키보드 창에 주르륵 뜨게 되어 있는데 절대 左가 나오지 않았다. 중국어에 jou...이런 병음은 없었던 것 같고... 대체 그동안 나는 左를 뭘로 알고 발음해온 걸까. 충격. 다른 단어라면 몰라도 절대 충격이 아닐 텐데 내가 중국에서 사용한 단 몇 개의 단어 左拐 右拐 到了 停车 중 하나이기에 놀라움이 컸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guai 拐는 '유괴하다'할 때의 그 '괴'지만 중국에서는 '방향을 돌리다' 뜻으로 많이 쓴다. 

그리고 결국 알아낸 左의 병음은 zuõ였다.
허허.
그동안 뭘 한 거야.

평생을 틀리게 발음해왔지만, 외국인이 타면 택시 기사도 찰떡같이 알아들었겠지. 한국 택시에서 외국인이 "자헤전" "엔촉" 이라고 발음해도 그 상황에서는 당연히 좌회전, 왼쪽이라고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의외의 결과



3년 전 겨울에 강남구청역 일부 구역, 압구정역 일부 구역의 카페/음식점 등을 다니며 전체 조사 알바를 한 일이 있었다.

거의 수백곳을 방문한 것 같은데, 그중에서 가장 느낌이 좋아서 "다음에도 와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곳이 다 문을 닫아서 의외다. 매상을 올려주지 않는, (솔직히 업주 입장에서 봤을 때는) 신원이 의심스러운🤷‍♀️방문자임에도 친절을 베풀었던 곳들 + 내부 디자인이 괜찮았던 곳으로 기억에 남아서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해야지... 했는데 모두 사라진 게 신기하다. 

가장 먼저 없어진 곳은 르퓌제라는 카페로, 작은 2층 규모에 내부 디자인이 아늑하고 좋았다. 그래서 안그래도 '친구랑 다시 와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나를 카페 직원이 건물 밖까지 나와서 다시 붙잡고 '커피 한 잔 하시고 가라'고 했다. 오후에 카페인 음료는 안 마신다고 사양하고 돌아서긴 했지만 친절함에 기분은 좋았다. 

알바가 끝나고 얼마 뒤 실제로 방문했는데 제일 먼저 사라진 곳이었다. 🤯 그대로 영업했으면 압구정역 갈 때마다 방문하는 카페가 되었을 텐데 자리가 좀 외진 것이 문제였나... 금방 없어지고 말았다.


그다음은 강남구청역 파티세리인데, 무뚝뚝해보이는 업주였지만 있는 줄도 몰랐던 지하층까지 데려가 보여주는 등 조사에 매우 협조적이었다. 친화력 좋은 멍뭉이 두 마리까지 있어서 꼭 다시 방문하고 싶었고 실제로 다음해 여름에 후배와 다시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처음에 조사할 때도 영업 시간이 매우 짧고, 굉장히 넓은 공간을 비워 놓고 탄력적으로 쓰고 있어서 '카페가 생업이 아니고 부업이구나'라는 느낌을 주긴 했지만, 실제로도 그리 영업이 급하지는 않은 곳이었던 듯. 조사 시간 내내 호기심에 졸졸 따라다니던 강아지들이 궁금해 다시 가고 깊은 곳이었는데 아쉽다. 심지어 인터넷 지도에 가게 이름 오타가 있어서 내가 왜 제대로 못본 건지 안타까웠는데, 업주는 그걸 고칠 수 있지만 이제 뭐 만나서 얘기해 줄 수도 없으니...


나머지 한 곳은 재방문에는 성공했지만 문을 닫은 곳으로 솥밥을 주로 하는 집이다.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온 친구가 '이 일본식 반찬을 서울에서 하는 데가 있는 줄 몰랐다' 라면서 좋아했던 곳인데, 여기 역시 정갈한 메뉴 덕에 '다음에도 압구정에서 사람 만날 일 있으면 여기로 와야겠다'라고 결심했지만 어느새 문을 닫고 말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One by one 🕳 only the good die young..."
Queen의 <No one but you> 중에서.


☆ 부수적으로, 압구정역 근처 일부 구역-강남구청역 근처 일부 구역 내 모든 카페와 식당, 병원 등등의 주인장과 직원 간호사 의사 등의 기본 태도와 '싸가지'를 다 기억하고 있다. 돈을 내는 고객에 대한 가식 친절이 사라진 뒤의, '돈을 내지 않는 사람'을 대하는 그들의 기본 태도. 
수많은 가게가 바뀌긴 했지만... 궁금한 가게가 있다면 개인적 문의를 ㅎㅎㅎ 갑자기 기억났는데, 어떤 소아정신과 간호사의 불쾌한 응대는 기억에 남는다. 정신적으로 뭔가 힘든 아이들을 데리고 아픈 마음으로 부모들이 찾아오는 곳일 텐데, 접수 간호사가 그 모양이라니...




조용한 사람은 어떻게 사나요?



참신함으로 시선을 잡아끌어야 하는 광고계지만
예전부터 지금까지 지겹게 반복되는 류의 광고가 있다.
자동차, 의류, 음료... 분야는 뭐 가리지 않는다.

"나? 나답게 살거야"
"다른 목소리 듣지마. 나답게 사는 거라구!"

바로 이런 류의 광고.

나답게 산다는 게 뭐가 그리 판에 박혀 있는지... 다들 뭔가 삐딱한 표정에 머리는 염색하거나 특이하게 꾸민 청년들이 나와서 세상이 우습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나답게 하는 거야!"

그런 광고를 보면 이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어휴 식상해.
그런데 잊을만하면 또 그런 광고가 나온다.
"그래, 가는 거야, 너답게"

예전 유명했던 한국 드라마 클리셰 시리즈가 떠오를 지경이다.

재벌 2세남 사귀는 걸 반대하는 남자 부모에게 돈봉투를 받은 여자: 나 이 돈 받을 거야. 받고 사라질 거야!
재벌 2세남: 대체 너 왜 이래? 너답지 않게?!
여자: 나답다는 게 대체 뭔데? 이게 나야.


그래서, 광고 속에 계속 나오는 나답다는 게 뭔데?
광고 속 나답게 산다는 사람들은 왜 다들 그리 활달하고 개척정신이 뛰어나고 튀어보이는지 모르겠다. 그 모습조차 광고 속에서는 틀에 갇힌 모습으로 나온다.

기본적으로 약간 우울하고, 조용하고, 사람 사이에 섞이고 싶지 않은 게 나다운 것인 사람들은, '사회성'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되는 걸까.

사회적으로 활달하고 적극적인 사람들은 더 인정을 받고, 내성적이고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고쳐야 할 성격'을 가졌다는 취급을 받는 일이 많다. 하지만 타고 나길 활달한 사람들이 있듯이, 그 반대의 성격도 그만큼 존재할 텐데 조용한 사람들은 사회에서 비주류인 느낌이다. 좀 억울한 취급을 받는 것 같다. 세상 모든 사람이 진취적이어야 하나?

나답게 사는 걸 존중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여태 수도 없이 "나답게 사는 거야!"라는 광고가 제작되고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냥 덜 나서는 성격도, 조용히 시류에 쓸려가고픈 성격도 '당신다운' 거라며 인정해주는 분위기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죽어라 열정적일 필요는 없고 뭔가를 이루어낼 필요도 없다. 
열정이 없는 것이 나다운 것인 사람도 분명히 있으니까.






의문의 유유상종



오래된 상자를 정리하다 보니 대학교때 과제했던 것들도 몇 개 나왔다. 그걸 뒤적이며 오랜 만에 대학 전공 두 개 모두 일치하는 친구랑 1시간 동안 카톡으로 즐겁게 추억 얘기를 했다. 

성적 망친 얘기도 했었는데, 나중에 확인차 내 대학교 성적을 찾아보니.. 난 상상 이상으로 공부를 더 못했더라. C-가 한 개 있는 줄 알았는데, 두 개나 있어... C⁰도 아니고 C-의 의미는 "성취도는 못봐줄 수준이지만 출석은 다 했으니 그 성의는 가상히 여긴다" 이 정도 아닌가?😔 A가 하나도 없는 학기도 있고. 
재수강도 했었다는 친구와 달리, 나는 학교 다니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겨우겨우 다니고 있었던 터라 C가 많은 성적표를 가지고 그대로 재수강없이 졸업했다. (나는 우리 반 60여 명 중에서 휴학/연장 없이 4년 만에 졸업한 단 3명 중 한 명이었다.)

흠... 그런데 어제 카톡 나눈 친구도 그렇고 내가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는 대학교 친구들은 모두 다 우등생들이었다. 성적표에 B가 있으면 큰일나는 수준의 그런 우등생들. 그리고 나와는 다르게 다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거나 또는 한국에서 박사를 마치고 교수가 됐다. 인기 많은 좋은 직장에 입사하거나.

어쩌다 어정쩡한 나에게 이런 우등생 친구들이?!?!
생각해 보니, 내가 대학교를 우울하게 다니면서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큰 범주로는 모범생 범주에 들어갔기 때문인 듯 하다. 공부나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큰 일탈을 할 담력은 없고, 학교는 그냥 조용히 다니다 보니 "우리 반(학부제로 입학해서 반에 속해 있었다)"에서는 그냥 나를 모범생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조용히 학교 다니는 차분한 친구들끼리 모이게 되는...

내 외모에 대한 평가의 주류는 '교회 다니고 술 안 마시게 생긴 누나' 이런 거 였는데, 사실 나는 정확히 반대로 교회는 안 다니고 술만 마시는 인생을 살았지만 🍻😵 지금도 '날라리'끼는 없으니 어차피 반에서 노는 무리에 속하지도 못했을 거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는 대학 동창들은 모두 대단한 우등생 친구들인 것도 신기하다. 

물론 성적이나 다른 사회적 면모를 보면 당최 "유유상종"이네... 라고 말하기 어려운 친구들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따스하고 인생에서 좋은 말 많이 해주는 친구들이 대학 친구들인 거 보면 그래도 또 비슷한 점이 있어서 친구였구나 싶다. 처음에 60여 명으로 출발했던 같은 반에서 이제 한 자리 수로 남은 대학 친구.







그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치운다고 치웠는데 나에게는 여전히 열어보지 않은 박스가 또 있다.📦

안방에도 일정 부분 있었던 내 짐을 몇달 전에 모두 내 방으로 옮기면서 초등학교 1학년 그림일기부터 시작해서 학창 시절 일기장을 모두 가져왔다. 학창 시절 일기장은 사실 학교의 강요로 쓰게 되는 것(20세기). 그리고 대학 졸업 무렵부터 "자발적으로" 써왔던 '21세기' 다이어리들은 모두 모아서 한 상자에 넣어놨다.

오늘, 봄에 안방에서 내 방으로 끌고 온 뒤 한참을 열어보지 않았던 박스를 드디어 정리하려고 해보니 역시 벼라별 게 다 나온다. 심지어 중학교 졸업앨범비 납부 영수증까지 있다. 21,000원. 생각보다 비싸네.

그리고 규칙적으로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다이어리를 하나씩 구입해서 쓴 게 아니라, 몇년에 걸쳐 대충 끄적댔던 연도 없는 다이어리들은 여기저기 또 나온다. 몇년간 존재조차 몰랐던....

물론 나의 사후에 가장 먼저 태워버리라고 유언을 남겨야 할 🤭 수준의 것들이지만 어쨌든 버리질 못하겠다.

서랍장 한구석을 이미 차지하고 있는 초딩 시절 일기장들은 물론이고...대체 부끄러워서 어차피 내가 사는 동안 다시 읽어 볼 엄두도 안 나는데 그렇다고 버리지도 못하겠고. 이건 또 뭘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머리 속 도돌이표다.

어차피 민망해서 읽어보지 못하겠다 ➡️ 자리만 차지하니 버리자 ➡️ 그래도 수년간의 기록인데 놔두자 ➡️ 그런데 아무리 집에 있어도 어차피 읽어볼 용기는 안 난다. ➡️ 그렇다면 맘먹고 그냥 버리면 어차피 나중엔 미련도 사라지고 깔끔해진다 ➡️ 그래도 언젠가 읽어볼 용기가 날 지도 모르고 언젠가 내가 위인(?)이 되면 ㅋㅋㅋ 이게 역사적 사료이다 ➡️ 이런 쓸데없는 상상을 하게 되니 버리자 ➡️ 못 버리겠다 ➡️ 그런데 몇년간 존재조차 모르던 것들인데 버린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어? ➡️ 그래도 안돼.

🤔




## 위 글을 쓴 지 세 시간만에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이 시간에 마지막으로 할 일을 위해 모아두기로.  -> 




부수적 정보



테니스 새 시즌이 시작되려 하는데도
예전같은 호기심이 생기지 않아서 그저께는 '황혼기'라는 글을 썼지만
이벤트 대회를 위해 아부다비에 머무르는 선수들의 소셜 미디어를 보니 테니스 대회의 또다른 매력이 다시금 상기됐다.


프로 테니스 대회는 "world tour" 라는 것. 
남자 프로 테니스 협회(ATP)도 예전에는 atpworldtour.com 이라는 인터넷 주소를 내세웠었다. 요즘은 atptour.com으로 줄였지만.


테니스 선수 팬질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전세계 여러 나라로의 여행을 눈으로나마 따라다니게 되고 풍광 구경을 하게 된다. 직접 관람을 결심하게 되면 역시 덩달아 세계 여행이 가능해진다.(나는 대회 관람을 위해 도쿄와 방콕에 다녀온 적이 있다.) 국내 테니스 관련 일을 잠깐 했을 때도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김천, 문경 같은 도시에 가볼 수 있었다.



ATP tennis TV를 보다가 캡처한 풍광 사진



내년초 호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22 투어 대회 이전 
이벤트 경기가 아부다비에서 열리는데, 내일 그 경기를 위해 주최측 제공 숙소에 머무르는 한 선수의 소셜 미디어 속 리조트 사진을 보니, 또 다른 세계다. 

 


Rixos Premium Saadiyat Island 




Rixos는 터키 사업가가 시작한 브랜드이고 중동을 기반으로 세계로 확장하고 있는 모양인데
역시 "기름 부자" 국가에 있는 호텔들은 세인트 리지스나 리츠 칼튼 류의 중후함과는 또다른 화려함이 있다. 이런 단어 싫지만... 그냥 가장 적합한 단어... '돈지랄'의 세계가 엿보인다고 할까.







내가 테니스 응원에도 시들해졌나?? 팬질의 황혼기인가?? 싶다가도 이런 부가 정보를 얻게 되면 '아,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있었지.' 싶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점점 더 멀게만 느껴지는...

대여섯개 이상의 다양한 식당 내부 사진이 보이는데, All-inclusive resort라고 하니 매일 3끼를 이 식당 저 식당 가보면서 먹는 재미가 있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정보 조사를 더 해보니 뷔페 식당만 무료이고 개별 메뉴 주문을 할 수 있는 각각의 식당들은 추가로 돈을 내고 - cover charge - 들어가야 한다).

이런 리조트까지 와서 빈부격차를 또 느껴야 하겠네😜  3끼 모두 뷔페만 가느냐와/ "올 인클루시브라고 해서 왔는데 무슨 커버 차지가 또 있어?" 라며 열내지 않고 "아, 그래?" 하면서 거리낌없이 다양한 식당에 가서 추가 지출을 할 수 있느냐로.




뭔가 다시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생김과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 날아가버린 꿈이 생각나기도 한다.

중동 기름부자 항공사의 1st class 좌석을 위해 마일리지를 안 쓰고 놔뒀었는데
그런 항공사들 중에 중요한 목적지/경유지가 아부다비이다.
통장 잔고가 바닥을 향해 가던 시절에도 마일리지는 1등석 편도를 탈 만큼은 가지고 있었는데, 아부다비 <-> 인천 A380 기종 운항 소식이 들려서 '에잇! 생일날 그냥 나를 위한 선물로 비행기만 타고 아부다비 하루 만에 갔다가 와볼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마일리지는 있지만 아부다비 숙박비는 감당할 수 없었으므로. 😅 
그래도 인생에서 그런 좌석 한번쯤 타보는 것도 경험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그런 낭비를 감행할 만큼 대범하지 못해서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는 일이 됐고 
그리고 
코로나가 왔다.
한동안은 비행기도 뜨지 않았다가 운항은 재개되었지만, 대신에 수요가 줄어서 A380 대형 항공기 대신에 아부다비-인천에는 중대형 B787 항공기만 오고가는 실정이 됐다. 내가 목표한 1등석은 대형 항공기에만 있는 바로 그 좌석인데... 😭

심지어 중동 기름 부자 항공사라도 대형 항공기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지, 코로나 이후 공항에 얌전히 세워져 있었던 그 비행기들 모두 앞으로 상황이 나아져도 운항 계획이 없다고 한다. 항공사 보유 기종 소개란에 A380이 이미 빠졌다고 한다. 매각될 듯.

비행기 기종 자체가 안 뜨니, 내가 꿈꾸던 그 좌석 탑승 기회는 이제 아예 사라져버린 것.
머리 속에 '그냥 왕복으로 비행기만 타고 갔다올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 미친 척 실행했어야 하는 일이었나보다. 🥺

나는 대부분의 마일리지를 미국 항공사에 가지고 있는데 (융통성이 크고 프로모션도 많아서 탑승시 요구 마일이 한국 항공사에 비해 굉장히 탄력적임) 코로나 이전 시점까지는...각 항공 동맹의 내부 협업과 실시간 좌석 조회 기술이 점점 좋아져서, 미국 항공사 앱에서 파트너 항공사 비행편도 모두 조회가 됐고 세계 여러 도시에서의 출도착이 모두 예약이 됐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창궐하기 얼마 전 시점에 갑자기 한미 왕복 항공권을 '4만 4천 마일' 웹 스페셜로 내놓는 탄력성을 보여주며 설레게 했었다. 한국 항공사의 4만 마일로는 동남아 정도 가는 것이 전부인데.

마일 발권 장벽이 낮아져서 종종 밤마다 그렇게 여행 계획 한번씩 짜보며 상상하는 것도 재미였는데, 마일 놀이의 절정이 오려던 그때🙀 코로나가 당도하면서 다시 예전으로 다 돌아갔다. 코로나 이후로는 파트너 항공사끼리 원활히 서로 나눌 좌석 자체가 줄었고 항공 여행에 제약이 많아지니 미국 항공사앱으로는 이제 미주 여행이나 검색될까말까 한다. 검색 기능이 도로 퇴보했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사라졌지만 종종 앱에서 손가락으로 톡톡 여기저기 가보는 재미도 사라졌네.

아쉽다.


그저께는 테니스에 대한 열망도 줄었나 하고... 늙은이같은 글을 썼었는데
오늘은 또 다른 테니스 선수의 소셜 미디어 속 사진으로 인해, 코로나로 잊고 있었던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드넓은 1등석 좌석은 사라졌으나 🛩 다행히 Rixos 호텔 브랜드가 Accor에 속해 있어서, 지금 160유로 상당 Accor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조금은 위안이 된다. 물론 저 리조트에서 1박에 €160는 문고리 한 번 잡아보고 돌아나와야 할 수준이지만 😆 그래도 상상하는 데 부담이 조금은 줄잖아...







황혼기

 


햇수로 벌써 15년이나 된 테니스 나달 응원.

나달은 지난 8월 고질적인 발 부상으로 절뚝이며 경기를 마친 후 거기서 한 해를 접었다.

재활과 훈련 끝에 2022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러 현재 중동에 와 있지만 (북반구의 주요 도시가 추운 12월-2월에는 중동이나 호주, 남아공 등에서 경기가 열린다) 생각보다 덤덤하다. 저번 8월만 해도 다시 경기를 볼 생각에 설렜던 것 같은데...


2019년쯤... 왠지 Big 3 경쟁에서 나달이 밀리는 것 같았을 때, '우리 애만 서울대 못가나?' 비슷한 조바심이 나는 날 보면서 내가 나달을 아들 키우는 것처럼 응원해왔구나...하는 걸 깨달았지만

한편으로는 15년 사귀어서 덤덤해진 남자친구, 15년 같이 살아서 이젠 그러려니 하는 남편같아졌나 싶기도 하다. 더 잘했으면 좋겠지만 이젠 알아서 하겠지...싶은?? 

콩깍지가 벗어지고 단점만 자꾸 맘을 후벼파는 오래된 연인처럼, 최근 나달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선택을 내리는 일이 종종 생겼지만 한편으론 얼굴 주름이 많아지고 머리숱이 적어진 그를 보면 뭔가 측은지심이 들기도 하고.... ㅜ.ㅜ 부부들도 젊을 때야 싸우고 밉고 하지만 나이들면 서로 측은해보여 동지로 남는다는 얘기도 하던데. 

예전에는 코트 끝에서 끝까지 뛰면서 모든 걸 다 받아내는 나달의 플레이가 좋았지만 요즘은 '으으 뛰지마 뛰지마' 소리가 맘속에서 절로 나온다. 나이 들어 애처롭다.


모든 인간관계에 흥망성쇠가 있는 것처럼...

뛰어온 날보다 앞으로 뛸 날이 적은 운동선수, 뭔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80대가 되어도 무대에 설 수 있는 클래식 연주가를 좋아하는 마음과는 다르다. 

5시간 준결승 혈투를 벌인 뒤 단 하루만 쉬고, 이틀 쉬었던 상대 선수와 서너 시간 결승 경기 해서 기어코 우승하던 팔팔했던 그 나달도 이제 시즌의 반을 부상으로 날리는 노장이 되었다. 언젠가는 프로 투어에서 나달을 볼 수 없는 시간도 오겠지. 불타는 사랑은 사라져도 한 사람의 부재는 너무 어색할 듯 하다.


신예 선수가 스르르 떠오르고 그들의 팬층이 새로 유입되는 것을 보면서, 그 팬들의 트위터를 보면 중년 부부가 된 내가 신혼부부의 아기자기함을 훔쳐보는 기분이다 :) 젊음과 그 일희일비가 부럽다. 오래 된 사이는 일희일비할 일도 없다.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이게 되니.

새로운 팬들에게도 내가 십여 년 겪어온 즐거움과 고통의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겠지. 첫 윔블던 우승의 순간, 첫 US 오픈 우승의 순간, 모든 의심과 고통을 뒤로 하고 5시간의 처절한 전투에서 이기는 순간, 뼈아프게 패배하는 순간....

그리고 또 세월이 흐르면 그들도 이렇게 과거를 돌아보는 아줌마가 되겠지 :) 어떤 관계이든 평생 행복할 수는 없고... 서서히 줄어드는 희열의 강도와 빈도를 체감하는 중.



많이 내려놓은 것처럼 썼지만 사실 진심은

이젠 안 될거라 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귀신같이 메이저 우승 실력으로 돌아왔던 2017년처럼

2022년에 다시 나달이 매섭게 돌아오는 것이다. 페더러도 36세까지 메이저 우승을 했다구.


 

한글이 낯설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 블로그를 보면 "결혼식장 찾아보기, 미리 둘러보기" 대신에 "웨딩 베뉴 투어"라는 말이 나온다. 영어권에선 쓰지 않는, 정체 불명의 일본어인 '버진 로드'라는 단어와 함께. 

왜 이렇게 한국 사람들은 영어로 되어있어야, 뭔가 서양스러워야 더 세련됐다고 여기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내에서 창가를 배경으로 좋은 기분을 나타내고 싶을 때 찍는 사진도 늘 와인잔과 함께 한다. 아무리 국밥이 맛있어도 뚝배기 한 사발과 함께 한 사진은 애매하니까.




요즘 아파트 대단지 앞에도 " 입    구 " 라는 말 대신에 "E N T R A N C E"라고 써놓아야 하고, 광고 사진을 찍을 때는 영자 신문이나 영어책을 놓아야하는 것 등등... 이상하게 모든 일상에 영어가 침투했다.



내년 다이어리를 사러 서점에 갔다.
(다이어리도 영어지만 지칭하는 사물 자체가 '일기장' '일지'와는 다른 종류인 듯. 영어 사용을 줄이고 싶다고 해서 "구글 전자편지 확인해보세요"라고는 하지 않는 것과 비슷) 
늘 보던 이런저런 제품들 중에서 매우 튀는 한 제품을 발견했다.




왜 이렇게 어색하지? 




내부를 펼쳐보니 더 어색하다.
그동안 대부분 예쁘장한 다이어리는 January, MON TUE WED... 이렇게 되어있었으니까.

나조차도 영어에만 더 익숙해져 있었던 거다.
한국 사람인데 한글 다이어리가 더 어색하다니 ㅎㅎ
이 어색함을 타파하고자 이 다이어리를 샀다.

반전은...
모든 것이 다 한글로 써져 있는
이 다이어리를 펼치면 첫 장은 이렇다.




회사 이름은 차마 한글로 쓸 수 없었나보다. 🤣




Tianjin's tallest buildings

 


2019년 4월 19일.

톈진공항에 착륙할 때 기내 우측에서 보이던 톈진시 전경

항상 활주로 이 방향으로 착륙해서 우측에 앉았을 때 늘 잘 보이는지, 가끔은 반대 방향으로도 착륙해서 좌측에 앉아도 이 모습을 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우측 좌석을 골랐었는데 15년만의 방문에서 이 방향으로 도시를 보면서 착륙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후 1시 반, 한창 밝은 낮인데도 중국의 나쁜 대기질 때문에 이 정도만 보이는 게 안타깝다. 사실 이 사진을 찍게 된 이유도 내가 살던 곳 근처에 있었던 방송송출탑 天塔가 보여서 반가워서 카메라를 켠 거였는데 사진에서는 제대로 식별조차 불가하다.😭
다른 중국 도시에 비해 유명하지는 않은 톈진이지만 그래도 내가 살았을 때는 거의 없었던 고층 건물 공사에 톈진도 뛰어들어 여기저기 높은 빌딩들을 볼 수 있었다.


빨간 화살표로 표시한 건물은 ....
Goldin Finance 117
中国117大厦
117층, 596.5m를 목표로 2008년에 공사를 시작한 골딘 파이낸스 빌딩. 
금융 위기로 공사가 한때 중단되었다가 재개되어 2015년 9월에 세계 5위권 높이까지 올리는 공정을 완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리스트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18년 미완성 상태에서 공사 업체가 완전 철수, 완공은 기약없는 채로 남아있고 최신 리스트에서는 빠졌다.   

나는 톈진 西靑區-서청구-시칭취에 살았었는데 이 건물의 위치가 시칭취라서 '엥? 그 시골같은 동네에 세계 5위 건물이라고?!? 천지개벽했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았던 당시에도 몰랐는데...시칭취는  톈진시 구 중에서도 동서로 엄청나게 펼쳐져 있는 상당히 규모가 큰 구였고(시칭취 크기 = 545km² 😲 서울 전체 = 605km²) 내가 살던 동네에서 차로도 40분 걸려서 전혀 가보지도 못했던 외곽 지역이 새로 개발되고 있는 거였다.

공사는 중단되었지만 목표 높이까지는 올라가 있어서 (topped-out) 그 높이로는 서울의 롯데월드타워보다도 높다.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 575m보다도 더 높은 578m 높이에 다이아몬드 모양 세계 최고층 전망대를 두려했으나 물거품.

기나긴 첨탑같은 구조물을 세워 높이 인정을 받는 여타 초고층 건물과는 달리 꼭대기층까지 알차게 실이용 공간을 넣은 야심찬 건물이었지만, 홍콩 기반인 Goldin 자본의 본토 도전은 현재로선 실패 상태이다.



이 건물의 완공 실패 이후 중국은 500m 넘는 건물 건축을 금지시켰다. 그래서 이 건물이 중국 최후의 500m 이상의 건물이 될 수도 있다.

주위에 뭔가 배후 단지도 없고 지하철도 안 지나가는 지역에 멀뚱멀뚱 높은 건물만 지어보려다 실패로 돌아간 듯하다. Goldin금융그룹의 톈진 본사가 목표였다고는 하지만 이런 시 외곽에 117층 오피스를 반이라도 채울 수 있을지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중국에 관광비자로 들어갈 순 없지만 그래도 톈진시에 새로운 힐튼 호텔이 생겨서 반가웠(?!)는데, 알고 보니 새 호텔은 시내에서는 멀고 오히려 이 건물이 있는 지역과 더 가까웠다. 새로운 숙박 옵션이라고 생각했지만 교통이 불편해서(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1.5km) 가보긴 어려울 것 같고, 짓다 만 이 건물만은 잘 보이는 지역이겠다 싶음. 



위 건물의 완공 불발로 톈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빈하이신취에 위치한 CTF finance center이다. 530m.






이 건물은 빈하이에 갔다가 보게 됐다. 주위의 모든 건물 중에 탁월하게 높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 높은 줄은 몰랐는데 현재에도 세계에서 8위권이니 엄청난 건물이다. 이 건물을 실제로 보고 와서는 '공항에서 착륙할 때 보였던 나홀로 동떨어져 길쭉한 건물이 이거였구나'라고 한동안 생각했지만 나중에야 착륙 사진 속 건물은 빈하이쪽 건물이 아니라 goldin finance 117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톈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은 Tianjin Moderncity Office Tower로 338m 높이이다(노란색 화살표). 1위 건물과 거의 200m 높이가 차이나는 2위 건물. 하지만 CTF center가 있는 빈하이신취는 엄청나게 시 외곽이라서 사실 가볼 일도 별로 없어서, 실질적으로 이 건물이 톈진 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봤을 때는 그런 순위에 관심없이 찍었기 때문에 아래 사진을 보면 꼭대기가 잘렸다.🙇 전세계에서는 90위권대 높이. 





4월 23일 오후 6시 풍경.⬆️ 부산의 높이 2위 건물인 LCT residential tower A가 이 건물과 높이가 비슷하다.


2016년 완공되었기에 내가 살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물론 없던 건물이었으나, 내가 기억하는 가장 시내 중심부 - 서울로 치면 소공동과 비슷한 위치에 세워져 있다. 시내 최대 쇼핑 중심지를 바로 앞에 두고 있고, 심지어 이 건물 건너편에 그 도시 5성 호텔 중 유서 깊은(??) Westin호텔이 있다는 것조차도 소공동과 비슷. 톈진 웨스틴은 2010년 2월 개관으로 솔직히 역사랄 게 없지만😝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라는 위상-인구 천만 명을 훌쩍 넘는 도시 규모에 비해 낡은 5성 호텔과 애매한 4성 브랜드만 있던 톈진 시내에, 통유리로 반짝이는 요즘 스타일의 major 5-star hotel brand가 줄줄이 들어오는 시작점같은 호텔이다.  



⬇️톈진에서 3위 높이 건물은 Tianjin World Financial Center로 336.9m이다. 윗 건물이 338m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윗 건물이 "톈진 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타이틀을 쟁취하기 위해 1m라도 더 올리는 싸움을🤼‍♂️ 한 게 아닌가 한다. 


월드 파이낸셜 센터는 2011년 완공되어 톈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왔다. 톈진을 관통하는 하이허 강변에 있어서 톈진을 소개하는 사진에 많이 쓰인다. 한동안 天津의 높이를 대표했던 방송송출탑인 천탑-톈타天塔(415m)의 뒤를 이은 톈진의 자존심이라는 뜻일까??🤔 중국 지도에는 진탑-진타津塔라고 표기되어 있다.





 

사진 가운데 보이는 통통한 건물. 다른 방향에서 보면 또 얄팍하고 옥수수를 보는 듯한 느낌이 있다.🌽 

톈진기차역에서 가깝고 야경으로 유명한 지역에 있어서 톈진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 건물이 들어간 사진을 대부분 갖고 있을 것이다. 이 건물 자체는 옛 프랑스 조계지역에 위치해 있고, 주위가 모두 옛 유럽 조계지라서 강변 풍경과 함께 몇몇 다리는 유럽풍으로 무척 예뻐 사진 배경으로 좋다(강 건너편은 이탈리아/러시아 조계지). 사실 프랑스 조계지는 현재 가장 상업지역으로 집중 개발된 지역이라, 유럽의 정취는 적게 남아있긴 하지만.








어느새 멀리 가버린 가을




형형색색의 단풍이 시선을 끌던 날들도
어느새 빠르게 사라지고




몇주 사이에 
예전 사진을 뒤적여야만 나뭇잎을 볼 수 있는 계절이 됐다.


전염병도 쉽게 더 번지고
외출도 더 어려운
긴긴 겨울이 왔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