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살고 사랑에 살고




2005.11.29 02:29 


역시 쉽지 않은 회사 생활.
사람 때문에 짜증나고 사람 때문에 힘들다.
 
하지만...
 
 
반년 가량을 내 이름을 몰라 "이펙트~"라고 나를 부르시던
옆 부서 부장님이 지나가시다가 슬쩍 농담을 건네신다.
 
"ㅁㅇ야, 니가 안 나와서 그날 방송사고 났잖냐"
 
"설마 그랬겠어요?"라며 웃으며 맞받아쳤다.
 
얼토당토 않는 농담이었지만 그냥 지나치시지 않고 한마디 걸고
가시는 그분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9시 임박한 스튜디오 ...
 
몇 달을 일해도 얼굴이 외워지지 않는 '기술감독'들만 계신다.
(나는 이펙트를 관리하는 몇 분 외에는 당최 마주칠 일이 없다)
 
9시에 틀게될 완제품 테이프를 납품하는 어리버리 신입 기자 
역시 낯선 그분들 속에서 비디오실을 서성이다가, 나를 보자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가워라 말을 건다.
 

"9시 테이프 어디에 두죠? 광장에도 넘겨야 하는데 어떻게 하죠?"
 

사실 나 역시 9시 테이프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하지만 내가 아는데까지 안내한다. 그도 따라온다. (뭘 믿고?)
 
선뜻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그 기자. 그 사람도 나를 잘 알 리 없다.
하지만 복도에서 무수히 스쳐가면서 서로 조금씩 봐왔다는 것,
내가 편집부 쪽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것,
 NEWS라는 같은 목표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란 것이 느껴졌다.
 
 
오늘 하루 힘들었지만, 밤이 되어서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안다는 것, 어울려서 일한다는 것
뭔지 모를 끈끈함같은 것이 느껴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 나쁘게 만드는 것도 사람, 기분 좋게 만드는 것도 사람.
사람을 알고,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결국 삶.
 
 
 
제목은 Vissi d'arte vissi d'amore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라는 아리아 제목이 떠올라서 패러디해서 붙임. 제목만 알고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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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ㅊㅅㅇ
    훌륭. 공감. 퍼감.
    2005.11.30 09:18 







좋아하면 알게 되는 것




평소에는 알 필요가 없었던 것까지 '지식'의 범위가 확장된다.


1. rodilla

스페인어로 '무릎' 
나달이 가장 부상을 많이 겪은 부위로... 나달이 경기 중에 기권하거나 연습 시에 안 좋은 표정을 보였을 때, 스페인 언론사에서 'rodilla'라는 단어가 뜨면 무릎 부상인 걸로 짐작한다. 외국의 많은 팬들이 "내가 어쩌다 나달 때문에 rodilla 라는 단어에 익숙해지게 되었는지..."하고 한탄하는 걸 많이 봤다. 

멕시코 영화를 보다가 바닷가에서 아이들에게 "너무 멀리 들어가지마" 라는 자막이 나오는 장면을 보았는데, 내 귀에는 얼핏 'rodilla'가 들렸다. '무릎 깊이까지만 들어가라'는 의미인가? 대본을 구할 수가 없어서 확인은 할 수 없었지만.... 정말 나도 나달 때문에 이런 단어까지 알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대학교 때부터 스페인어를 조금씩 공부하긴 했지만... 고등학교 때 배운 프랑스어, 직접 거주한 적이 있는 중국어-스리랑카어로는 무릎이 뭔지 모르는데, 스페인어로는 뭐라고 부르는지 안다는 게 웃기다. 




%추가 : 드디어 대본을 찾았는데, rodilla가 아닌 orilla(=shore)였다. 
얕은 해안가를 벗어나지 말라는 의미. orilla라는 단어가 있다는 건 몰랐다 ㅋㅋ. 
로디야, 오리야.... 발음이 비슷한 건가? 😅





2. dates

나달을 비롯한 몇몇 테니스 선수들이 경기 중간중간 체력 보충을 위해 먹는 것 - 대추야자. 영어로 date라서 신기하다. 덕분에 대추야자를 영어로 뭐라고 부르는지도 알게 되었다. ㅎㅎㅎ 

정말 단순하구나




남자는 참 단순해...
이런 말들 쉽게 한다.
어느날 나도 이 말이 진짜인가? 하고 수긍하게 된 날이 있었으니....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대학원 특성상 발표 수업이 많았다.
노트북 컴퓨터를 가진 친구들은 한 과에 한 두명이던 내 대학 시절과는 달리,
오랜 시간이 지나 대학원에 진학했더니 거의 모든 학생이 노트북을 가지고 등교했다.
명목상으로는 필기용, 실제로는 수업 시간에 딴짓하기용.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면서 다른 학생들을 보면, 그들은 그저 본인의 노트북에 코를 박고 자기 일들을 하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편했다. 다들 남의 발표를 안 듣는다는 뜻이니, 내 발표 대충 해도 태클 걸 사람은 없겠지 ㅎㅎ.


어느 수업 시간, 내가 맡은 것은 담당교수님이 학회지에 기고한 소논문 "여자 비치발리볼을 다루는 선정적 보도 태도 분석" 뭐 이런 것을 내용 정리해서 발표하고 생각을 나누는 거였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나눠준 자료는 흑백으로 되어있었지만, 나는 검색 엔진에서 해당 사진을 모두 찾아내어 "야심찬 올컬러" 비치발리볼 발표 자료를 준비했다.

당시 교실에는 아재들 포함하여 20대 초반까지 10명 정도 남학생들이 있었는데 
나의 비치발리볼 발표는 '평소엔 발표하면 1-2명이랑 눈 마주치는 게 고작인데, 이렇게 여자들이 비치발리볼 하는 사진 있으면 그래도 5명은 봐주겠지' 하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발표가 시작되고 내 예상은 그냥 빗나갔다.
서론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일부러 선정적인 부분만 골라 찍은 여자 비치발리볼 보도 사진이 나가자
10여 명 남학생들 전원이 모두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반짝이는 눈빛들.
평소와 달리 모두가 나의 발표 자료를 뚫어져라 보고 있으니 오히려 내가 당황해서 발표 흐름을 잃을 뻔 했다.
10명 중 5명은 그래도 봐주겠지....는 내 착각이었다. 10명 중 10명이 '본인들이 그러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부동의 자세로 자료 화면 속 수영복 여자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평소 하던 일들 하시지, 왜?? 


진짜 단순하네.....






머물지 않았다






2003년 11월, 중국에서 쓴 글.


"Isetan 백화점은 일본계 백화점으로, 서울 생활에 젖어 있던
사람들에게는 정말 고마운(?) 곳이다.
어제 낮에 갑자기 쌀국수가 먹고 싶었는데, 그걸 대체 어찌 
해결할까...서러웠는데(--;;) 그 백화점에 가니
각 나라의 음식을 다 팔고 있었다.
한국에서 파는 베트남식 쌀국수보다 훨씬 한국사람 입맛에 맞고
맛있다."



정말 자주 외식을 했던 그 이세탄 백화점, 그 시절이 그리워서 이번 4월 여행에도 굳이 찾아가 보았다.
내가 다니던 식당은 백화점 1층에서 반층 정도 올라간 독특한 위치에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1.5층 같은 곳?
예전 내가 다니던 이세탄 백화점이 있던 자리는 많이 낡은 채로 다른 상호로 영업 중이었고, 그 건너편에 새로운 건물을 지어서 더 화려한 이세탄이 들어서 있었다.



15년 만에 찾아간 그곳.

역시....






이 반층 올라간 구조가 남아있어, 내 기억이 맞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당연히' 식당은 사라지고 없었다.
지금은 미용실인 듯.


식당이 남아있었으면 아마도 국수 한 그릇 먹고 왔을 텐데.








친구의 의미




1.

'글'의 시대는 갔다?
친한 친구 몇 명에게 이 블로그 주소를 알려주며 생각의 교류를 하기 바랐지만, 사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
하지만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바쁘다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요즘 열심히 유튜브를 보고 넷플릭스를 보는 건 안다. 
굳이 글을 읽는 시대는 지났나보다. 요즘은 전자제품 설명서도 모두 영상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앗! 그럼 더 이상 설명'書'가 아니겠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한 친구는 없나보다.
나는 블로그하는 친구가 있으면 매일 가서 글을 읽을 의향이 있는데....


가끔 이 블로그 글을 보고 가는 얼굴 모를 누군가가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 그 누구보다 지금 내 일상과 내 과거를 잘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친한 친구'란 건 뭘까.




2.

올해 9월 Us open tennis 결승전은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5시부터 5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올해 내가 가장 한가지에 집중한 5시간 아니었을까.
게다가 그 기간동안 엄마와 언니가 여행을 떠나서, 나는 혼자 온집을 점령할 수 있었다.

거실에서 결승전과 '눈물의' 나달 우승 시상식까지 모두 감상하고 내 방으로 돌아왔을 때,
내가 나달의 팬이라는 것을 아는 대학원 남자 동기 3명의 카톡이 도착해있었다. 몇시간 전부터.

심지어 외국에 살고 있는 동기 포함해서. 사실 깜짝 놀랐다.
내가 나달을 '내 아들'처럼 응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달이 내 아들도 아닌데 축하🙆🏻인사까지 받았다.
그 3명과 정신없이 카톡을 주고 받다 보니 어느새 오후가 되었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 중에도 내가 나달을 이렇게 응원하는지 아는 친구는 두 명 정도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이야, 나달 우승했네?" 하고 인사를 건넨 적은 없다. 나머지 친구들에게도 내가 좋아하는 선수 이름이 뭔지 아무리 얘기했어도 다 까먹었을 테고, 그들은 자녀들 학원 이름에 더 신경 쓰고 있을 텐데...
얼굴 자주 보지도 못하는 이 3명이,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 3명이, 오히려 내 기쁜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들인 걸까?

하긴, 나도 내 친구들이 한창 관심있을 유명한 영어학원 이름 하나도 모르니까.



















스리랑카 제자들이 페이스북에 공유하곤 하는
수많은 경구, 명언, 문장 중에
거의 처음으로 모든 단어의 뜻을 아는 문장.
(문어체가 아닌, 매우 기본적인 문장이다)


싱할러 문자가 세계에서 가장 동글동글한 문자라고 하던데
아직도 내가 이 문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첫 줄 첫 글자는 '마'소리를 내는 글자인데, 처음 이 문자를 접했을 때
저런 글자를 어떻게 흉내내서 손으로 쓰나...하고 부담스러웠었다. 하지만 배우고 나면 간단히 써도 다들 알아본다는 것을 알게 된다. 🤗 '나=我'를 의미하는 어근이면서 내 이름을 쓸 때도 필요한 글자라서 아마도 내가 가장 자주 썼을 글자.

하얗고, 까맣고 그런 그림들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과정.
여전히 신기하다.


내가 모르는 대부분의 다른 나라의 문자들은 여전히 그림으로 보이지만
여러 번의 노력 끝에 그림이 문자가 되는 순간이 있다.

인간이란 참...
인생이란 참...







방 한가득 계절을 느낄 수 있는 L7호텔 강남




선릉역 10번 출구에서 매우 가까운 L7 호텔 강남.
 "L"otte 호텔에서 하위 브랜드로 선보이는 호텔이다.
2017년 12월 개관.


선정릉쪽 뷰를 가진 방의 문을 열면....






이렇게 방 한가득 선정릉의 가을 단풍을 만날 수 있다.
2019년 기준 11월 셋째주에 이 정도 단풍이 남아있었지만
2021년 경우엔 11월 첫 주에 비가 와서 단풍 피크가 지나가는 등,
제대로 된 단풍을 보려면 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트윈룸을 요청했는데, 트윈룸은 17층에 있는 룸이 가장 고층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실 창측으로 좀 더 다가가면 뒷건물이 선릉쪽 시야를 가리기는 한다.






좀 더 좋은 뷰을 얻고 싶으면 최고층인 27층까지 방이 있는 더블룸에 머물러야 한다. 17층 뷰도 나쁘지 않았지만 더 위로 올라가면 탁 트인 시야가 더 좋을 것 같았다.
여름에는 녹색으로 가득 찰 듯. 🌱🌿🍃







L7 강남은 노란색을 포인트 컬러로 일관되게 꾸며져 있다. 
롯데 계열 호텔에서 정말 신경써서 관리하는 해온( he:on) 침대.
롯데호텔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L7 호텔이지만, 침대는 비슷한 수준으로 포근하고 편하다.
(소공동 롯데, 제주 롯데에 숙박한 적 있음)



마스터 조명 제어 , 파워 아웃렛.. 양쪽 모두 편하게 사용 가능




푹 쉬고 싶었지만, 나처럼 대책없는 낙관주의자(?)가 아닌 엄마께서 새벽 내내 계속 말을 거셔서 (= 너 대체 앞으로 뭐 먹고 살래?),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슬펐다.

다행히 예전에 쌓아놓은 마일리지로 공짜 숙박을 했기에 망정이지, 돈 내고 하는 숙박이었으면 잠을 거의 못잔 것에 대해서 눈물, 아니 피눈물 🤕👁이 났을지도....
나의 신체 리듬에 따라 아팠다가 말았다가 하는 등쪽 통증이 거의 회복기였는데 푹 잠들지 못해서 아쉬웠다. 
앞으로는 그냥 혼자 다녀야겠다. 😥






대부분의 호텔과 약간 다른 형식의 설계 적용.
방에 들어가자마자 보통 화장실 벽이 나오는 곳이 많은데, 여기는 옷을 거는 곳과 미니바 공간이 먼저 나온다.
요즘 청결 상태가 문제가 되는 유리컵, 머그잔 등은 사용하지 않고 1회용 종이컵들만 놓여져 있다. 1회용 사용도 환경 문제가 되지만 그래도 청소하시는 분 수고는 훨씬 줄어들 것 같다.




L7 시그니처 블렌드 드립커피백이 있고, 냉장고 안에는 무료 제공 생수만 있다.



특급 호텔에서까지 이뤄지는 경악할 만한 청소 관리 실태 영상이 가끔 공개되기도 하지만, 솔직히 하루에 십수개 방을 관리하면서 컵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설거지 하기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해는 한다. 누구나 '그렇게 해야 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기는 힘든/싫은 일'이 있으니....

그래서 호텔 갈 때 본인 컵 - 본인 담요까지 챙겨간다는 사례를 보는데, 호텔 컵을 못 믿는다면 사실 식당에 갈 때에도 본인 식기를 챙겨가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식당에서 내오는 물컵/물병, 수저도 어떻게 씻었을지 의심스럽다. 한때 나도 절대 집밖 침구에서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이젠 그냥 다 포기하고 해골물을 마신다. 😂💀







화장실의 전체적인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공간이 널찍하고 있어야 할 것은 다 갖춰져 있다. 
가장 저렴한 스탠드룸에는 욕조가 없고 샤워 부스만 있다.

미국 뉴욕 출신 브랜드 malin+goetz 토일레트리를 제공. 대부분의 제품이 made in china인 목욕 용품 업계라...솔직히 품질에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제품은 럼 성분 바디 워시, 고수 성분 컨디셔너, 페퍼민트 샴푸 등 아기자기하긴 했다. 샴푸는 품질이 그럭저럭인 것 같고, 바디로션은 향이 애매하지만 슥슥 잘 발라지고 잘 스며드는 제품.

롯데 호텔 하위 브랜드를 출범시키면서, 호텔 관계자들이 브랜드 이미지 정립에 참고하려고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다가, 미국 Ace 호텔, 특히 포틀랜드 ace를 약간 참고한 느낌??? 🤔 포틀랜드 에이스 호텔도 말린앤게츠 토일레트리를 사용하고, bath robe에 후디처럼 뒤에 모자를 달아놓았는데, L7 호텔도 그렇다.

노란색 포인트 컬러는 욕실에서 제공되는 칫솔이나 빗에도 적용되어 있다.
세세한 곳에 신경을 쓴 덕분에, 신라호텔 하위 브랜드인 신라 스테이보다 L7이 훨씬 매력적인 호텔이라고 생각한다. 







저가형 호텔을 지향하면서 방과 화장실을 너무 작게 만드는 호텔들이 있는데, 이곳은 방을 너무 작게 만들지도 않았고(25.8m²), 전망 확보에도 신경을 쓴 듯 해서 가격 대비 상당히 우수하다.
L7은 강남, 홍대, 명동 등 요지에만 있는데, 외국인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9층에 체크인 로비가 있고 (기계로 체크인/아웃할 수 있음) 10층에 식당과 함께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야외 공간도 있는데, 비가 많이 와서 야외 공간을 이용 못해 아쉬웠다.



* 장점

- 강남권을 돌아보기에 좋은 위치, 2호선-분당선 환승역인 선릉역 근처에 위치해서 근처에 갈 곳도 많고 선정릉 산책하거나 공연 시설 즐기기에도 좋다. (종합운동장에서 BTS 콘서트가 열렸을 때 전세계에서 몰려든 팬들로 일찌감치 90% 예약률을 기록했던 호텔 중의 하나라고 한다.) 코엑스몰 등까지 걸어갈 수 있다.
- 주위는 테헤란로 그 자체라서 편의점, 커피빈, 스타벅스, 베이커리, 심지어 문구점까지 모두 근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 선정릉뷰 뿐만 아니라, 테헤란로를 바라보는 도심 뷰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모든 객실 11층 이상에 위치해 있어서 뷰가 좋은 편. 
-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호텔 환경
- 식당을 이용하진 않았으나 뷔페 식당, 바 등이 평이 좋고 무료 foot spa 시설 등이 잘 꾸며져 있다. 롯데 L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 단점

- 선정릉 뷰의 방은 도로 소음도 없고 꽤나 조용한 편이었으나 밤새 내내 뭔가 부웅- 하는, 기계가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있었다. 우리 방 난방 소음과는 또 다른. 
체크아웃 하면서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기계에 키만 반납하고 나와서 직원에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물어보는 것을 깜빡했다.
- 나는 운전을 하지 않지만 이 호텔 지하주차장 입구가 매우 운전하기 힘든, 악명높은 곳이라고 한다.
- TV 화질이 별로 좋지 않다.








내가 떠난 뒤




아빠가 돌아가신지 벌써 9년이 넘었다.
나는 아빠가 쓰시던 전화 번호를 받아서 아직 쓰고 있다.
011 - 이 번호로는 스마트폰 개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화기도  낡았다.

요즘 나는 그냥 다른 태블릿으로 카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를 하지,  통화를 할 일은 그다지 없기 때문에 2G폰, 피처폰이라고들 하는 전화기를 6년째 쓰고 있었다.

며칠 전에 책상 위에 물을 쏟았는데, 그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전화기를 정말 쓸 일이 없기 때문에 다음날까지도 전화기가 물에 젖어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6년 된 전화기는 그렇게 사망.


이참에 그냥 스마트폰으로 갈아탈까 생각해보니, 그래도 여태까지 지켜온 번호가 아깝다.
게다가 바로 얼마 전에 내 번호로 아버지 친구 분이 카톡을 보내셨었다. 아마 엄마가 이 번호를 쓰겠거니 하고 짐작을 하셨는지, 엄마에 대한 안부 인사를 아주 오랜 만에 내 번호로 연결된 카톡으로 보내신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이 오랜 번호를 해지 하기가 점점 더 싫어진다.


일단 서비스센터에 가서 1달간 무료로 쓸 수 있는 임대폰으로 다시 폰을 개통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잠을 자는데, 꿈에 아빠가 나왔다.

꿈을 꿀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한 상황이었다.
꿈 속에서 나는 아빠가 돌아가신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아빠는 내 옆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아빠와 이야기 했다.

"아빠, 이렇게 죽은지 몇 년이 지나도 아빠 친구가 아빠를 기억하고 연락이 왔어. 이 내용 읽어줄까?"

나는 내용을 읽어 드렸고 (꿈속 그 내용은 실제로 받은 카톡 내용과는 일치하지 않았다.) 꿈 속에서 망자이자 동시에 생존자였던 아빠는 그 내용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이 글을 읽어드려야 한다'라는 내 정신 활동이 작용을 했기 때문에 내가 꿈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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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 카톡으로 연락이 왔었던 그 아빠 친구분은, 9년 전에 아빠가 말기암 통증에 지쳐서 '그냥 죽고 싶다' 하셨을 때 문병을 오셨다가 '네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라면 곡기를 끊어라'하고 충고하고 가셨던 분이다.

아빠가 '차라리 죽고 싶다' 하셨을 때, 우리 가족은 모두 당연히 만류했지만
나는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그것일 때 차라리 저렇게 충고를 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너무 고마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당시 우리 아빠는 그 친구의 충고를 받아들여 병원에서 제공된 식사를 한 끼 정도 거부하셨지만 이내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하셨다. 그리고는 몇 주를 더 살다가 가셨다.



꿈에서 깨어 생각했다.
내가 죽은 뒤에도, 내 친구들이 나를 기억해줄까.
9년이 지나도 나의 남은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할 친구가 있을까.







unreal reality





2006.11.16 00:10


현실적이라는 것은 무엇이고, 비현실적인 것은 무엇일까.
지금 바로 내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인데도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은 그래도 현실일까 비현실일까.
 
원래 살던 집보다 작은 집으로 이사와서 가구들을 구겨넣고
그 틈새에서 잠들었던 첫 밤.
닷새 전만해도 중국이라는 나라에 관심도 없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후닥닥 날아와서 침대 시트도 하나 없이 잠들었던 중국의 첫 밤.
해마다 하나씩 추가되는 아버지의 병명.
영화에서나 흘끔거리던 멋진 빌딩들이 눈앞에 펼쳐졌던 시카고.
 
이 모든 것들은 엄연한 현실임에도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어떤 감정적 동요도 일으키지 못했다.
 
책 속에서 핵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죽어나가도
나와 상관없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느껴져 큰 동요가 없는 것처럼,
내 앞에 놓여진 현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아무 느낌이 없다.
 
비현실적인 것들이 정말 현실임이 느껴질 때...
그 때는 어떤 느낌일까? 

댓글2

  1. ㅅㅎ진
    갑자기 야밤에 깨면 비현실적인 것들이 현실로 확 생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람이 현실감각이 너무 있으면 우울증 걸려서 살 수가 없게 되있는듯...
    2006.11.16 06:16 
  2. Nothing matters.

    그래...그게 오히려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2006.11.16 13:44







We all know









ATP 테니스 중계 경기가 끝나면, 승리한 선수가 카메라 앞 유리판에 사인을 한다.

나달 팬들은 다들 알고 있다.
나달이 사인 후 마지막에 점을 여러 번 찍을수록 어려운 경기였고, 결과가 만족스럽다는 것.

오늘은 점을 많이 찍어서 잉크가 줄줄 흐르는, 그런 날 🤗🎾
경기가 끝나는 순간, 고요한 새벽 두 시에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 




점을 여러 번 찍기 전 원래 autograph는 이렇 :)















무슨 의미가 있니



우리집앞 길.
자동차 도로인데, 예전에는 불법주차가 엄청 많았다.

그렇게 통행량이 많지 않은 부차적 도로이다 보니, 다들 그냥 주차장처럼 차를 세워놓았던 것.







지금은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친구가 잘 나가던 싱글 시절,(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집을 잘 '나가던' 친구 ㅎㅎ 아침 9시까지 출근하는 직장인임이 분명한데도 평일 밤 11시에 운전해서 우리집앞까지 와서 날 태워서 놀러가곤 했다) 그 친구와 함께 드라이브를 하기도 했지만 가끔은 그냥 저 경사로 위에 차를 세워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도 여러 대가 불법주차가 되어있었고, 어둠 속에서 견인차 아저씨가 나타났다.
우리 차는 사람이 타고 있으니 물론 견인 대상은 아니었고, 그 아저씨는 우리 앞차로 쓰윽 다가갔다.
그리고는 길쭉한 도구를 이용해, 운전석 유리 창문과 문 사이의 틈에 뭔가를 끼워넣더니 금세 차문을 열었다.


😱🙀


아마 차를 끌고 가기 위해 브레이크 걸린 것을 푸는 과정 같았는데, 저렇게 쉽게 차문을 열 수 있다니
대체 잠금장치가 있는 이유가 뭐야?? 경보도 울리지 않고??


한밤중에 목격한 삶의 현장.
내가 모르는 세계가 참 많구나.
저렇게 쉽게 여는 방법이 있다면 대체 그 잠금 장치와 경보 장치들이 무슨 의미가 있니?






Yolo?




You only live once....

나에게는 늘 '한 번 사는 인생이라 너에게 그 경험과 그 선택도 늘 처음이다'
이 느낌이 더 다가온다. 그래서 모든 것에 서툴 수 밖에 없는...

10년 전,
정말 고양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집에 쥐 때문에 너무 고생스러워 3-4개월 된 아기고양이를 집에 데려왔던 나.

소파 밑에 숨어서 안 나오던 그 녀석이 며칠 만에 갸르릉거리며 심장이 꿀렁꿀렁했을 때
나는 이 아이가 심장이 아픈 것이 아닌가 진심으로 걱정했었다.
고양이 purring은 고양이 특징의 기본 중의 기본인데, 그것조차 몰랐다.


우리 고양이가 그 낡은 종이 박스에 왜 들어가있는지도 이해를 못 했었던 나.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지금 가족이 같이 사는 서울 집보다 두 배 이상 더 넓었던 나 혼자 살던 스리랑카 그 집 거실에
매일매일 종이 박스 몇 개씩 던져놓을 것 같다. 들어가서 재밌게 놀라고.

고양이의 습성을 아무 것도 모르고 무턱대고 키우기 시작했던 나.
한편으로는 세상의 모든 부모들도, 부모가 처음이라 그렇게 서툴렀나 싶기도 하다.


처음이라서 이렇게 실수를 많이 하다가 가는데,
거기에 내 자식까지 동참시키기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런 일도....



얼마 전에 라오스 영화를 봤다.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독특한 느낌의 영화였다.


감독의 야심에 비해서는 전달 방식이 약간 모호해서
기사를 참고하기 위해 찾아봤다.

한국의  아세안영화주간에서 상영되고, 도쿄영화제에서 상영하기 전에
토론토 영화제에서도 상영된 작품이었다.

그 시간에 영어 기사를 읽기엔 집중이 안 되어서 
나중에 읽으려고 그냥 내 트위터에 기사 주소만 퍼다놓았다.
그런데....








누군가가 라이크를 눌렀는데
이 이름은 기사에서 본 낯익은 이름 ㅎㅎ

Christopher Larsen, 이 영화의 각본가이다.
이 분의 계정에 가보니, 트위터 활동이 활발하진 않지만
누군가 본인 영화에 대해 감상을 써놓으면 거기에 "좋아합니다"는 열심히 누르고 다시니는 듯 했다.

Imdb 등에도 정보가 별로 없는데, 여태까지 쓴 모든 작품이 라오스 영화인 것을 보면
내가 본 영화, the long walk의 감독 Mattie Do와 가족 관계인 것 같기도?!!











훈련소 12.



2007.11.09 21:31 

훈련소 12.


오늘 싱할라 시험을 끝으로 큰 부담은 끝났다.
상쾌하다
^^

현지어 수업은 화,목,토마다 있는데
서울대 대학원생인 우리 스리랑카어 선생님이 화요일엔 올 수 없어서
남들 노는 저녁 시간대에 보충수업을 하는 등, 애로사항이 많았다.

처음에는 그게 너무 싫어서 짜증도 났는데
이제 전화위복이랄까...
선생님이 토요일에 못 오시는 바람에 다른 반보다 일찍 시험을 치르고 오늘 끝났다.

먼저 찾아오는 불편함에 불평하지 말아야겠다.
언제 역전될지 모르니까...




기록을 위한 기록



예전 싸이월드 글을 2015년에 대거 여기로 옮긴 이후로,
요즘 추가로 남은 글들을 조금씩 옮기는 중. (그런데 구글이 구글 플러스를 없앴듯이, 구글 블로그도 없애면 어쩌지?)

다들 예전 싸이 글을 읽으면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하던데
그런 글도 있고, 안 그런 글들도 있다.

아래 글은 그냥 '기록'의 개념에서 일부분만 옮김. 아래 부분은 말그대로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ㅎㅎ
내가 이제는 더 이상 운항하지 않는 A300-600을 탄 적이 있다는 기록이라서 남겨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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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9 16:59



부산에서 올라오는 길에 딸랑 5,020마일이 있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탈탈 털어(?) 편도 항공권을 구입했다.
제주도에 다녀온 이후로 15년 만에 타보는 국내선인데, 기내에는 모니터고, 스크린이고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작 30분 남짓의 비행이라 영상물을 틀 일도 없고, 구명조끼 착용법 같은 것도 승무원이 직접 시연하기 때문인 듯하다. 보통은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곤 하는 중간벽도 들어내서 아무 것도 없었다. 아예 국내선 전용으로 운행하는 비행기인가 보다.
그러면서 나름 1열에 8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 항공기(airbus 300-600)인 이 비행기가 불쌍해졌다.







2010 11 07






안개 속 서울. 낮 1시
태양은 살짝 쳐다봐도 눈이 부시지 않을 만큼, 그냥 힘을 잃은 하얀색.

중국에서의 첫 눈



2003.11.07 12:32 

첫 눈



어제 밤에 약간 얼음이 섞인 비가 흩뿌리더니
세상에..
아침에 일어나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첫 눈치고는 꽤 많이 왔고, 잘 뭉쳐져서
눈싸움하기에도 손색없는(?) 눈이다.

여기 날씨가 며칠 후면 서울로 가는 것 같으니
아마 서울에 계신 분들도 첫 눈을 기대해도 될 듯!
여기는 10월 초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진 뒤 추워졌다가
날씨가 좋아져서 10월 말에도 20도 까지 올라갔다가
지금 다시 추워졌는데,
그 날씨의 패턴이 그대로 며칠 뒤 한국으로 가는 것 같다.


어릴 때 배운 바에 의하면...
시베리아 기단의 소행이 아닐까...하는 것이 나의 생각!
(혼자 헛다리 짚고 있음)
오호츠크해 기단은 뭐더라?
 0
 
2

댓글2

  1. ㅎㅅㅁ
    한랭습윤-_-;;;;
    2003.11.07 12:37 
  2. 전ㅎㅇ
    저도 첫눈보고 싶어요!! ^^
    2003.11.10 01:31 



밀푀유 나베




이마트 産 밀푀유 나베
이상과 현실.





우리집 냄비가 약간 더 크긴 하지만 
조리예와 현실은 많이 다름
(어묵은 집에 남은 거 내가 추가한 것)
🤗






이번이 두번째 주문인데,
저번에는 배추 양이 정말 턱없이 부족했음
다른 사람들이 항의(?) 많이 했는지
배추 양은 늘었으나
다른 재료는 여전히 부족.


그래도 식당에서 사먹는 비용에 비해서는, 저렴하게 충분히 먹을 수 있다.



FLAIR, the Ritz carlton Tianjin



길거리 식당에서 10위엔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95위엔으로 롱티 한 잔 마시고 나온 곳. 
Flair.
(술값이 밥값의 9배 🤯)






상하이와 난징의 리츠 칼튼에도 같은 이름의 bar가 있으며, 타조알 세워놓은 것 같은 조명 모양은 
톈진-상하이-난징이 동일하다.
이곳을 방문한 지 한달 넘게 지났는데
오늘 문득, 또다시 내 영어 능력의 한계를 느끼게 만들어줬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편리하게? 이 바의 이름이 '불꽃'이라고 생각했다.
저 조명은 그 느낌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생각.

오늘, 영국 테니스 선수가 경기에 대한 감상을 적어놓은 것을 보니, 문장 중에 이 바의 이름인 flair가 나왔다.
'여기에 이 단어를 쓰기엔 뭔가 이상한데....?' 


사전을 찾아보니, flair의 뜻은 "타고난 재주" "솜씨, 재간" 등이다.
내가 생각한 '불꽃' 이런 느낌은 flare.

🙇🏻

내가 어딘가에 "이 곳에는 bar 이름을 형상화한 불타는 조명이 테이블마다 놓여 있다" 라고 써놓지 않아 천만다행.
그래도 flair라는 단어도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수확.








26일째.




2007.11.04 20:11 

훈련소 10.

26일째.
 
드디어 탈출 욕구가 스멀스멀 차오른다.
주말 저녁엔 영화를 틀어주는데,
대부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소위 제3세계 영화다.
 
오늘 간만에 미국 영화를 보니
주인공이 점심으로 먹는 별 거 아닌 햄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진다.
 
ㅇㅇ
오봉뺑에서 샌드위치 먹고파.

뜻밖의 단어 공부 - omasum





4월에 중국에서 뭔지도 모르고 시켜먹은 이 음식...(나는 메뉴판 사진만 보고 면인 줄 알고 시켰는데, 두부였다 🙈)







중국 다녀오고 나서 음식의 이름이 더 궁금해졌지만 , 하필이면 계산서가 흐리게 인쇄되어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내가 간 이 식당은 전국적인 유명 체인점이라, 한국분 중에서 이 식당의 메뉴판 사진을 다 찍어서 블로그에 올린 분도 계셨지만... 내가 시킨 저 메뉴는 뭐랄까... 별지? 그 지점 주방장만 특별히 만드는 듯한 메뉴판 중에서 시킨 거라 도저히 이름을 찾아낼 수 없었다.

그 중에서도 저 하얗고 뭔가 꼬들꼬들하고 겹겹 층이 있는 저 재료....뭔가 낯이 익는데 짐작이 안 갔다. 해산물 같기도 하고, 육식(?) 같기도 하고....

10월이 되어서야, 중국 여행을 다룬 티비 프로그램을 보다가, 저것이 천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식재료는 광동어로 牛柏葉라고 부르는, 즉 한국에서는 '천엽' , '처녑'인데 만다린으로는 重瓣胃이라고 하는 것 다. 난 원래 내장 부위 잘 안 먹는데, 중국에 있으니 그냥 먹게 됐다...🐂🙄 한국의 회색 천엽에는 전혀 손이 안 가는데, 하얀색으로 해놓으니 입으로 들어간 듯. 어디선가 본 것 처럼 낯이 익으면서도, 낯설었던 이유는 한국에서는 주로 '걸레같은' 회색 그대로 '생'으로 내놓지만, 중국에서는 회색 부분을 벗겨내고 하얗게 만들어서 익혀 먹기 때문이었다.






중국 판매 사이트를 보면 千层(천 겹)이라고도 한다.
내가 이 음식 이름 알아내려고 별 공부를 다하게 되네 :) 
혹시라도 천엽에 해당하는 중국어 단어를 알게 되면 흐리게 나온 계산서의 글자와 맞춰서 뭔가 짐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역시 요리 이름 알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요리 이름이 "천엽 볶음"이런 게 아니라서... 
하지만 저 부위가 소가 가진 4개의 위장 중에 3번째 위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재미있는 영어 단어로 부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국어로 천 개의 잎사귀, 천엽인 것처럼 영어로는 이 부위를 bible, butcher's bible이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사진상으로도 책처럼 묶인 여러 겹이 붙어있는 것이 보인다. omasum, beef tripe라고도 한다.

하도 여러 겹으로 되어있는 부위라, '바이블'이라고 부른다니 ㅎㅎ 재미있는 발견이다.
영소설을 읽다가 처음 보는 단어가 나와서 사전을 찾아보면, 회양목, 사슴고기, 흑요석, 엉겅퀴....이런 뜻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native speaker가 아닌 이상 학습으로는 알고 있기 어려운 단어들.
하지만 앞으로 어디선가 omasum이라는 단어를 본다면, 사전을 찾지 않아도 소의 내장을 말하는 것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을 듯.

미국 등지에서 내장 부위를 구해서 먹고 싶은 경우, beef tripe, bible tripe라는 이름으로 찾는 게 더 보편적이라고 한다.
(나는 찾아먹고 싶은 사람은 아님 ㅎㅎ 난 이상하게 내장 부위는 잘 못 먹겠더라. 생각해보면 등심-안심을 먹는 것이나 내장을 먹는 것이나, 남의 살,,,,,😐을 먹는다는 의미에서는 사실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닌가 싶은데도...)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