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페더러 나달의 11번째 메이저 트로피



2016년 호주오픈의 우승자는 노박 조코비치!
한 해 한 해 더욱 더 무서운 선수가 되는 모습 때문에 '테니스 팬질'의 최종 승자는 결국 조코비치 팬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어떤 인생이든, 어릴 때 반짝하는 '신동'형보다 인생의 후반으로 갈수록 빛을 발하는 '대기만성'형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에 '팬'으로서 바라보기 더 흐뭇할 선수.
조코비치는 이로써 11번째 그랜드 슬램 우승컵을 수집하게 되었다.

저번 2015년 us open 때에 이어서, 조코비치, 페더러, 나달. 이 3명의 11번째 그랜드 슬램 우승 모습이 어땠는지 돌아보기로.... 공통점은 모두 자신이 제일 잘 하는 곳에서 우승했다는 것.



조코비치의 11번째 그랜드 슬램 우승 - 2016 호주 오픈 (호주 오픈 개인 통산  6번째), 28세 8개월





페더러의 11번째 그랜드 슬램 우승 -  2007 윔블던 (윔블던 개인 통산 5번째),  만 25세 11개월




나달의 11번째 그랜드 슬램 우승 - 2012 롤랑  가로스 (개인 통산 7번째), 만 2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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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째 우승컵을 추가한 나이는 역시 페더러가 제일 빠르다. 25세 11개월.
페더러보다 빠른 추세로 우승컵을 모으고 있었던 나달은 2012 롤랑 가로스 이전의 3개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서 조코비치에 밀려 모두 준우승을 기록하며 페이스가 확 떨어졌다.

페더러는 자신의 텃밭과도 같은 2007년 윔블던 우승을 할 때, 나달에게 7–6(9–7), 4–6, 7–6(7–3), 2–6, 6–2 로 거센 추격을 받았고, 나달도 자신의 앞마당인 롤랑 가로스에서 2012년 우승할 때 조코비치에게 6–4, 6–3, 2–6, 7–5 의 스코어를 기록하며 보는 사람을 끝까지 마음 졸이게 하는 경기를 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29세를 거의 눈앞에 둔 나이임에도 하락세를 전혀 보이지 않으며 결승전에서 앤디 머리에게
6-1, 7-5, 7-6(7–3)
의 비교적 쉬운 3세트 승리를 거두어서 앞으로의 전망이 밝다.

현재 거의 모든 선수들이 워낙 조코비치를 꺾지 못하고 있고, '천적'이 존재하지 않기에
조코비치의 패배를 바라려면...

2005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노리던 페더러를 롤랑 가로스 준결승에서 꺾은 1986년생 나달이 나타났듯이, 갑자기 1997년생 선수 하나가 툭 튀어나와 조코비치의 천적으로 등장해야 할 듯. 그 외에 이미 현존하는 선수는 조코비치의 라이벌로 보기 어렵다.



조코비치 페더러 나달의 15번째 메이저 트로피 ->https://mori-masa.blogspot.com/2019/01/15.html

홀리데이인 송도 Holiday inn Incheon Songdo





2016년




인천대교 (위 사진에 찍혔지만 날씨가 흐릿해 잘 보이지 않는다)와 서해 바다가 멀리 보이고, 송도 워터프론트 호수가 건너다 보이는 송도 끝자락에 위치한 홀리데이인. 

바로 옆에 높다란 포스코건설 빌딩이 있고, 이 호텔이 바로 인접한 센트럴파크 바로 다음역이 '국제업무지구'역이라 딱딱한 호텔일 것 같은 예상이 있었지만, 의외로 나에겐 편안한  '쉼'의 느낌이 있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수영장까지 지었더라면 더 인기있는 호텔이 되었겠지만, 이 호텔이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프론트 데스크가 19층에 있고, 객실은 12-18층에 위치한다.

추가: 2020년대에는 저 방향으로 건물이 엄청 많이 지어져서 이제는 인천대교가 잘 보이지는 않는다.

체크인 : 오후 3시부터
체크아웃 : 낮 12시까지





창문의 반대편을 보면 센트럴 파크가 어느 정도 보인다. 야경이 좀 더 볼만 함.





국내에서 10만원대 초반의 금액을 지불하고 머물 수 있는 체인 호텔 중에서는 가장 너른 느낌을 주던 방. 26-29m²이라고 알려져 있어 웬만한 호텔들과 넓이가 비슷하지만, 유난히 침대 외 공간이 많이 남는 느낌? 서울을 벗어난 지역이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같은 경기도권인 노보텔 수원 28m² 과 비교해봐도 더 넓어보인다. 
그런데 침대가 twin room에 설치된 싱글 침대라고 하더라도 폭이 꽤 좁다. 가족 단위로 찾아오면 extra bed없이는, 아이 한 명씩 데리고 자기도 약간 빡빡할 듯. 그래서 방이 넓어보이는 건가?







 


침대 머리맡에서 방 조명을 모두 조절할 수 있고, 파워 아웃렛도 충분






방 넓이에 비해, TV 크기는 좀 작다. 깨알 글씨 자막을 보려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티비 앞으로 다가가야 한다 ^^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호텔에서 느낄 수 있는 깔끔함이 특징인 욕실.
세면대 너머 깊숙이 위치해서 호텔에 규모에 비해 큼직한 욕조를 설치한 게 특징.
욕조 샤워기가 너무 깊숙이 들어가 있어서 샤워기 조절에 약간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일단 간단히 발만 씻고 싶을 때라도 욕조 깊숙한 곳에 설치되어 있는 샤워기 빼내려면 움직임이 커진다 ㅎㅎ) 목욕할 때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무난무난한 설비들.
훨씬 위생적이라고 생각하는 일회용 슬리퍼가 좋았고, (맛은 없지만?) 디카페인 커피가 있어서 좋았다.




냉난방 조절 스위치. 그렇게 빨리 온도가 변하지는 않는다.
이 스위치가 입구 쪽에 있으면 상당히 불편한데, 침대 옆에 있어서 편했다.




* 장점

- 센트럴파크역 바로 앞에 위치하고 강남에서 오는 직행버스도 바로 앞에서 하차한다. 대중 교통 이용이 편리. 주변이 휑~하지만 1층에 홀리데이인 소속 카페가 있고, 주변에 편의점과 몇몇 식당이 있다.(포스코건물 지하 편의점은 일요일엔 문을 열지 않음)
- 개관한지 얼마 안 되어 건물이 깨끗하고, 기능적으로 편리한 설계.
- 기본 룸도 상대적으로 넓은 편
- 여태까지 가본 호텔 중에 하우스키핑 응대 속도가 가장 빨랐음. 필요한 물건을 요청하면 금방 갖다 줌.


* 단점
- 송도의 다른 호텔들( 쉐라톤, 오크우드, 오라카이)이 롯데마트나 다른 번화가와 인접한 곳에 있어서 뭔가를 사오기 편한 것에 비하면 홀리데이인쪽은 개발이 덜 되어 주위에 별다른 시설이 없다.
- 건물에서 12-20층 정도만 호텔로 이용하다 보니, 시설을 많이 넣지 못해 그저 잠만 자고 밥 먹고 가는 곳에 그친다. 수영장이나 사우나 시설이 있었으면 훤씬 더 매력적인 호텔이 되었을 듯.
-TV가 너무 작다.




*** 아래에 Holiday Inn 태그를 클릭하면 국내의 다른 홀리데이인 후기와 비교할 수 있어요 :) ↓



사람과 사람

늙으면 외로울테니 결혼하라고 한다.
병들면 힘들테니 자식을 낳으라고 한다.



어느날 밤, 혼자서 우두커니 거실에 앉아 요즘 유행하는 '동물 키우는 TV 프로그램'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가족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사람의 존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집에는 세 사람이 살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것도 나 뿐이고,
테니스를 좋아하는 것도 나 뿐이고,
밤에 맥주 한 캔을 좋아하는 것도 나 뿐이고,
모든 것을 나 혼자 해야 한다.
혼자 외롭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도 엄마 뿐이고,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도 언니 뿐이고
그들도 외롭다.

어차피 함께 하는 시간이 없는데, 가족의 수가 많다는 게 무슨 소용.
같이 할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사람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이 무엇인지 참 궁금하다.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는 우리 가족은,
서로서로에게 그 따스함이 참 부족했던 것 같다.
나도 잘 하지 못 했다.

피곤한 여자, 피곤한 남자 ?!?!




여러 목적을 가지고 익명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게시판이 있는 사이트들을 종종 방문한다.
말그대로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양질의 정보들이 오고 가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 사이트? 네이버 아이디도 없는 나. 이곳저곳 가입하는 것을 꺼리기에 내가 가입한 게시판은 한 군데도 없지만, 눈으로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금전적(?) 이익을 얻게 해준 게시판도 있다. 그곳은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모인 게시판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런 곳을 오래 방문하다보면, 일명 '네임드' 유저들의 아이디가 내 눈에도 익게 된다.
그러면서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에 대한 느낌이 하나씩 쌓여간다.

아...이 여자, 실생활에서 만나면 참 피곤하겠구나.
어휴...이 남자 꽉 막혔구나.
이 분...글로만 보면 정말 좋은 사람일 것 같다.

등등.


내가 앞으로도 절대로 알 수 없는,
내 글을 보는 타인은 나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릴까...도 궁금해졌다.

아, 이 여자...피곤한 여자로구나.

나도 혹시?



IHG point breaks 좋네



Hotel indigo


작년 9월에 아틀란타 공항 근처, hotel indigo에서 1박한 적이 있었다.
다음날 아침 8시 2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시내보다는 공항 근처에 숙박하기로 한 것. 세계 최대 인원이 북적거리는 공항답게 공항 근처 호텔도 아주 많았지만, 대중교통수단 marta로의 접근이 쉬운 거의 유일한 호텔이었던 이 곳을 8월에 세금 포함 $114에 예약했었다.


그런데 얼마 뒤 hotel indigo가 속한 IHG(Intercontinental Hotels Group)에서 보너스 포인트 프로모션을 9월부터 시작하는 것을 알게 됐다. 9월에 숙박하면 무조건 5천 포인트 + 1번만 숙박해도 무조건 5천 포인트. 사실 이런 프로모션은 호텔 업계가 고객들에게 드리우는 낚싯대 같은 것인데, 이런 프로모션에 낚이면 괜히 가지 않아도 될 호텔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고, 그래서 포인트를 벌기 위해 그냥 집 근처의 호텔에 가서 자고 오는 사람도 많다.

그러면 횡재를 만날 수도 있지만 약간 낭비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낚이지 않고도 꼭 이용해야 하는 호텔을 이미 예약해놓았는데, 프로모션이 그 뒤에 시작하다니 ㅎㅎㅎ





그래서 어쨌든.... 1번의 숙박으로 10,000포인트를 추가로 더 받았다.
2016년 들어와서 IHG의 "signature" 프로모션인 point breaks가 시작됐는데(=평소에 호텔 무료 1박에 필요한 포인트보다 훨씬 적은 5000포인트로 무료 숙박이 가능한 이벤트)
2016 상반기에는 내가 묵었던 Hotel Indigo ATL도 포인트 브레이크 목록에 들어가 있다.






2016년 4월 1박 예약하려면 세금 제외 $122인 룸이지만 5000포인트로 무료 숙박이 가능.
프로모션으로 받은 10,000포인트로는 2박 가능하니 $200여 달러를 절약하는 셈. 게다가 내가 예약해 본 4개 도시 미국 호텔 중에서는 애틀랜타 호텔 세금이 가장 높은데(State Tax 8% + City Tax 8% + GA State Hotel-Motel Fee Per Night $5.00 또는 15% 에  $5 추가), 20%에 가까운 이 세금도 안 내도 되니 더 이익.

포인트 브레이크에 나오는 호텔은 대부분 저렴한 호텔들로, 시내 중심 교통의 요지에 있는 호텔들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 호텔도 시내가 아닌 공항 옆에 있긴 하지만 Marta를 타고 $2.5면 25분 이내에 시내 중심에 편하게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나는 지금 아틀란타에 갈 일이 없지만, 만약 아틀란타 공항을 자주 이용해야 되는 사람이었다면 횡재하는 느낌이 들었을 이벤트.
$114 내고 1박 했더니 무료로 2박할 기회를 더 얻은 셈이니... '$114내고 $228 받기'  '$114에 3박하기' 이런 느낌.
포인트 브레이크, 아주 재미있는 제도로구나 ㅎㅎ

이래서 여러 나라 사람들이 호텔 프로모션에 낚여서 파닥파닥하는구나.
accelerate 프로모션일 때 10,000포인트씩 주는 것은 대부분 이 프로모션에 처음 등록했을 경우인데, 10,000포인트 정도면 "seed money"가 생기는 셈이라 대부분 그때부터 포인트를 더 불리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게 된다. 괜히 입문자에게 많이 퍼주는 것이 아님 😏




원래 1박에 6~7만원 하는 호텔이라서 굳이 포인트로 숙박할 필요성은 떨어지지만
방콕의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에서도 10,000포인트로 2박 가능.






나의 첫 red-eye 비행

 



미국 국내선 비행에서 한밤중에 출발해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을 빨간 눈(red-eye flight)비행이라고 하는 걸 봤다.
나는 대륙 횡단까지는 아니니 이것도 레드 아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밤 0시 30분에 출발해 달라스에 새벽 5시 39분 도착 예정인 비행이니, 이것도 붉게 충혈된 눈을 하고 내리는 비행 맞겠지?

밤 0시에 비행기를 탈 때까지 짐을 어디다 맡기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돌아다녀야 하는지 고민했다. 공항에 짐 맡기는 곳이 있긴 한데, $20 이상의 비용이 예상되어 매우 아까웠다. 다행히 출발 10시간 전인 오후 2시에도 짐을 미리 부칠 수 있었다. (미국 공항은 대부분 요렇게 생긴 화면이 나와 있는 기계로 체크인을 한다. 한국어로도 되니 어려울 게 없음)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창가자리로 좌석을 지정해놓았는데, 제발 화장실 갈 일이 없기를...
덩치도 큰 미국인들이 타는 미국 국내선 기내는 거의 지옥이다. 좌석 간격이 어찌나 좁고 답답한지, 화장실 갈 때 아주 힘듦.
늘 창가자리를 선호하는 나지만, 그 불편함을 한 번 겪고 나서 특별히 달라스->새크라멘토 구간에서 그냥 복도석 지정했더니
그 비행구간 창밖으로 거의 그랜드캐년급 절경이 펼쳐지는 것을 한 자리 건너에서 목격했다. 으흑.
유일하게 복도석에 앉은 비행이었는데.ㅠㅠ



미국 공항에선 메탈릭 실 들어간 의상(반짝이는) 입고 비행기 타지 말아야 함. 검색에서 걸려서 두 배로 검사 받는다. 이상하게 한쪽 발목에서도 금속이 탐지 되어서 따로 불려가서 양손 손바닥에 뭐가 묻어나는지 검사도 받음. 탄약흔 검사인가?????? 뭐지? 나 테러리스트?
(나중에 보니, 내 양말에도 반짝이는 실이 들어가 있었다. )
      




무대라도 서겠다는 그런 반짝이/금속 주렁주렁 의상이 아니라 위와 같은 얌전한 스웨터도 "은"색 실을 이용한 무늬 때문에 기계에 걸리니,
알아서 천연섬유(?) 의상을 입고 미국 비행기 타시길 권장 :)



내가 경험한 레드 아이 비행의 특징은 이륙할 때 끈 실내 조명을 착륙까지 한 번도 켜지 않는다는 것. 원래 야간비행 때 이착륙시에 주변 상황 파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어두운 상황에 눈이 익숙해지도록 기내 조명을 끄는데, 일정 고도를 확보한 뒤에도 서너 시간 동안 내내 조명을 켜지 않았다. 잠들 사람은 잠들고, 음료 서비스도 원하는 사람에 한해 어두운 기내를 승무원이 돌아다니면서 서빙한다.



2014 롤랑 가로스, 라오니치

라오니치, 왜 지금 그보다 테니스를 잘 하는 선수가 전세계에 8명 밖에 없는지 입증하다.




(내가 처음 목격(!)한 19살 라오니치의 뒷모습ㅋㅋㅋ)

웬일인지 거의 20여 시간째 잠이 안 오는 새벽 4시....
잠들려고 잠들려고 노력하다가 결국은 질 시몽:밀로쉬 라오니치의 경기 중계를 켰다.
얘네 아직도 하네.... 파리는 오후 9시. 야외 경기인데 해가 참 길기도 하다. 시몽이 먼저 6-4로 첫 세트를 가져간 뒤 3-6, 6-2, 2-6으로 시소를 탄 뒤에, 마지막 5세트에서 라오니치가 5-4에 서브권을 가져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자기 서브 게임만 지키면 캐나다인 최초로 롤랑 가로스 16강에 진출하는 상황.


그런데 갑자기 시몽이 브레이크를 하면서 경기장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악명 높은" 프랑스 관중들은 라오니치가 서브를 넣기 직전까지도 큰 소리를 내며 자국 선수 시몽을 응원했다.

Merci, Merci, S'il vous plait, merci, s'il vous plait.... 심판의 호소가 이어져도 관중들의 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라오니치가 그 분위기에 그다지 흔들려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5-5가 되면서 쉽게 끝날 것 같았던 경기는 다시 이어졌다.

단 두 대회만 ATP 경기 직관을 해 본 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늘 먼저 중계 화면에서만 보다가 나중에 실제로 경기 장면을 보게 된다. 우왓! 저 선수!
그런데 라오니치의 경우는 실제로 본 게 그를 처음 알게 된 계기이다.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던 이름.

2010 도쿄 오픈에서 나달의 16강 상대. 쟨 대체 누구지?

지금 와서 생일을 검색해보니 그때 라오니치는 아직 만 스무살이 되기 전이었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하고 나니....음...


이 처음 보는 10대 청년은 엄청난 서브를 장착하고 있었다.
서브를 꽤나 잘 넣었던 2010 US open 우승 직후였던 나달도 덩달아 좋은 서브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중에 경기 기록을 찾아보니 라오니치 14, 나달 5개의 서브 에이스 기록이 나왔는데, 이건 이 둘이 서로 붙은 어떤 다른 경기보다 서브 에이스가 많이 나온 경기이다.
(update! 2015년 3월. 이 두 선수의 6번째 만남에서 라오니치 19, 나달 7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면서 마침내 라오니치가 對나달 첫 승리를 기록하게 된다.)
나달다운 멋진 랠리를 남겨놓기 위해 카메라 동영상을 찍을 준비를 했던 나는, 서브 에이스, 끝. 서브 포인트, 끝. 3구 내에 에러, 끝.... 서브 빼고는 뭐하나 눈이 번쩍 뜨이는 장면이 없는 경기 진행에 지쳐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서브 하나는 엄청난 청년이었지만 그 외 다른 것들을 너무 못 해서 경기 자체가 오래 가지 못 했다. 73분 만에 6-4, 6-4로 나달 승.
아무튼 그 이후로 서브 하나는 기억에 남던 선수여서 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투어 대회 우승도 몇 번 하고 어느새 랭킹도 올려 세계 랭킹 9위에 안착했다.
탑10에 들고도 늘 서브 밖에 없는, 한계가 명확한 선수로 거의 '조롱감'에 가까웠던 이 선수는 2014년 클레이 시즌, 마침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냈다.

로마 오픈 준결승에선 3시간 동안 조코비치를 압박했고, 롤랑 가로스 3라운드에서는 프랑스 관중의 야유를 뒤에 두고도 흔들림없는 실력과 멘탈을 유지, 마침내 승리를 이끌어냈다. 예전에 비해 모든 샷을 참 자신있게 보낸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너무 자신에 넘쳐 막 쳐대다가 중요한 순간에 브레이크를 당하기도 했지만.
시몽을 응원하는 프랑스 관중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5-5 상황, 라오니치가 시몽의 게임을 브레이크백 해내며 시몽의 정신력을 붕괴시켜버렸다.



기어코 5-5까지 따라갔다가 5-6이 되어버려 혼이 빠져나간 시몽. 저 화면 내가 캡처하기 전에 '끄아악~~!'하고 고함을 질렀었다. 반면에 평정을 유지하는 라오니치. 
라오니치가 마지막 자신의 게임을 잘 지켜서 마지막 세트 7-5 승리로 16강 진출. 늘 그랜드 슬램 대회 16강이 최고 성적이었다고 하는데, 다음 라운드도 기대하게 하는 경기력, 그리고 무엇보다 평정심과 끈질김이 인상깊었다.




코치 류비치치님의 업적인가요? 한 선수가 이렇게 발전하는 건 드물게 봤는데...
늘 유망주로 이름만 오르내리다가 어느새 '10년째 유망' '노망주'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선수들을 많이 봤다. 
우연히 초창기 플레이부터 봤던 선수가 이렇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놀랍다.
내가 본 두 개의 ATP 대회에 모두 참가를 해서 매우 가까이에서도 봤던 라오니치, 이상하게 정이 가네.
씨익~.
몬테네그로 출신 캐나다인으로, 프랑스어도 어느 정도 구사하는 라오니치.


경기 끝나고 파브리스 산토로가 그를 배려해 영어로 질문을 했으나, 자신이 먼저 프랑스어로 대답을 했지만 프랑스 관중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에는 너무 평범한 프랑스어. 고개를 갸웃갸웃, 으잉으잉? 하는 프랑스 관중 두 명을 보고 그 모국어 자존심에 질림ㅎㅎ.
(우리나라로 치자면 한국어가 필수가 아닌 교포 청년이 그래도 애를 써서 "오널 기영기에 만촉해요. 아프로 게속 테니스 찰 경기하고 시프요"라고 말했는데, 노력에 대한 칭찬 대신에 '쟤 뭐래???'하면서 갸웃거리는 상황 정도?) 그래도 라오니치는 꿋꿋이 프랑스어로 대답을 하다가 결국 '계속 잘 하고 싶다'는 영어로 마무리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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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덧붙임 :)
라오니치-조코비치의 8강전을 보고나니,
라오니치는 시몽과의 경기에서 자신이 왜 랭킹 9위인지 증명하긴 했지만
조코비치와의 경기에서는, 왜 조코비치가 랭킹 2위이고, 라오니치가 랭킹 9위인지 증명했다.
atp 홈페이지가 쓴 이 단어 하나만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outclass" 

아직은 진정한 탑클래스 선수들과 상대가 안 됨. 시몽과 경기할 때 자연스러워 보였던 모든 기술이 조코비치 앞에선 풋내기처럼 보임.
침착해보였던 정신력마저도 모든 것이 흔들흔들.
그러나 캐나다인으로서 첫 메이저 8강에 든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목표 수정과 노력의 동기 부여는 충분히 되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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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위치에, 비슷한 가격대의 호텔 중에서는 가장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호텔이라고 생각된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호텔에서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조식 포함' 정도이지만, 이비스 스타일 명동에서는 조식 + 사우나도 즐길 수 있고, 루프탑 바도 아늑하고 예쁘고, 도보 거리에 볼 거리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방은 좁은 편(16m²)이지만, 호텔에 쉬러 오는 사람이 아니라
여행이나 출장을 왔다고 생각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어차피 바깥에서 보내는데 방 넓이는 중요하지 않다. 침대만 편안하면 되는데, 침대는 안락함.
 






 


낭비가 많은 1회용 칫솔 치약을 놓아두지 않는 호텔이 많은데, (forbes.com에서 본 기사에 따르면 이 두 가지가 비용이 많이 드는 어메니티라고 한다) 이곳은 칫솔과 치약을 무료로 제공한다.


20층에 있는 옥외 사우나는 도심에서 노천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특이한 체험을 제공^^

좁은 편이라,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사람이 없는 시간을 틈타 사진을 찍어보았다. Le club Accor 실버 이상의 회원은 무료로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내가 사용했던 시간대에는 나와 엄마만 있어서, 가족 사우나 같은 느낌 ^^
       







* 장점

- 명동 근처에 위치가 좋고, 대중 교통 이용에도 편리
- 신축호텔로 깔끔하고 산뜻한 분위기 유지.
- 사우나 시설
- 조식 장소이기도 한 루프탑 레스토랑이 분위기가 좋고 남산 전경을 보기에 좋다.



- 객실 내에, 나의 오래된 아이패드를 충전 할 수 있는 32pin 충전기를 포함해서 다른 8pin 충전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모두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가 있었던 것이 좋았다.




* 단점

- 침대 바로 옆에 샤워부스는 뿌연 유리창 정도로 밖에 가려지지 않는다.(= 친한 사이 아니면 한 방을 같이 쓰기 어려움)
- 욕실 내에 비치된 샴푸/컨디셔너 품질이 너무 떨어짐. 머리카락이 뻑뻑. 난 호텔에서 제공하는 샴푸 품질에 관대한 편인데도(날고 기는 유명 브랜드 제품을 준다고 해도 어차피 made in china라 다 마찬가지라 생각), 여기 제품은 다신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 바디로션은 품질이 나쁘지는 않은데, 오래된 로션 특유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 상태이다. 아직 유효기한이 남았다지만, 2016년이 되니.... 2014년에 생산된 제품은 조금 꺼려진다. 그나마 유효기한이 3년이 아니고 2년인 것은 양심적.
Garden Voyage Botanicals® brand 자체는 비누가 주력인 미국 동부 태생의 브랜드인데, 중국 공장에서 너무 대충 만들어내는 것 같다.


* 2017년 두번째 숙박기 -> http://mori-masa.blogspot.kr/2017/07/blog-post_24.html

토일레트리 교체됨.




(서울의 다른 ibis, 다른 나라의 ibis 숙박기를 보시려면 아래의 ibis 태그(라벨)를 클릭해보세요^^)


그때 그마음



"I know neither
how to start
nor how to proceed."


from "Possession"

레버넌트와 To build a fire



'레버넌트'의 감독,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의 말을 들어보면
이 영화 속에는 잭 런던의 소설 tradition이 녹아들어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 부분을 듣고 단번에 영문과 1학년 시절에 읽었던 그의 짧은 소설 " To build a fire"가 생각났다.







물론 1818페이지에 달하는 저 두꺼운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1학년 1학기 "영어영문학 입문" 수업 시간에 읽기 과제로 선정되어 읽은 여러 작품 중에서는, 당시에 가장 좋았던 소설.


레버넌트 영화를 본 것을 계기로 무려 19년 만에 이 소설도 다시 읽어보니, 새롭다.
물론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기억에 남아있었지만, 세세한 면은 다시 읽으니 완전히 처음 보는 느낌^^

그리고 내용을 보면, 감독이 이 소설 속 어느 장면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것을 영화 속 장면으로 만들어냈는지 알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 실행에 실패했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성공했다.


멕시코 감독의 코멘터리에서 크게 대중적이지는 않은 미국 소설가 이름이 나오니 반가웠다.
이냐리투 감독은 인간의 내면과 여러 예술가에 대해 깊이 공부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 말이 맞을 것 같은 느낌.


한국 관객들의 감상 몇몇을 접해보면 '레버넌트' 이 영화로는 한국 관객들 대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는 실패한 느낌이지만
아메리카 그 대륙에서 삶을 이어온 후손들에게는 뭔가 약간 더 다른 느낌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혹한'의 느낌은 사실 남한 - south korea 지역에는 생경한 정도다. 한국은 이 정도로 춥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혹은 더 추운 캐나다?)에서 자라면서 유년기에 학교에서 to build a fire를 읽고, 인디언과 개척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 성인이 되어 the revenant 영화를 본 미국인이라면 뭔가 우리(토종 한국인)와는 느낌이 다를 것 같다.

레버넌트 재미있게 보신 분들은 To build a fire도 읽어보면 좋을 듯. 



배우자







엄마 생신 기념으로 서울 시내 호텔에서 1박을 했다.
엄마가 호텔에서 하루 쉬면 눈앞에 부담스런 살림 거리가 안 보여서 좋다고 하신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 안 준비하셔도 되고.

그런데 투숙했던 날 오후 5시 경에 약간 빈 속에 맥주와 땅콩을 먹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대체 무엇인지
저녁 먹으러 걸어가는 길부터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하면서 뭔가 올라올 것 같은 불편감에 휩싸였다.

밤이 되자 증상은 약간 더 심해졌다.
나는 토하기 전에 전조 증상으로 입에 침이 고이는데, 침이 조금씩 고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생 동안 토한 것이 대여섯 번이 안 될 정도로, 자주 토해 본 것이 아니라서 이 메슥거리는 속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위'로 올리는 것은 잘 못함.

결국은 화장실에서 그냥 '아래로' 일을 한 번 보고 엄마께 '이제 괜찮아졌다'라고 말하고는 잠을 청했다. 

밤중에 잠시 깨었는데 으슬으슬 오한이 오면서 몸이 아프고 너무 추웠다.
엄마는 호텔에 있는 난방 설비 따위에는 관심도 없이 그냥 주무시고 계시고, 방 온도를 조절하려면 내가 일어나서 호텔 방문 앞으로 가야했는데, 거기까지 갈 힘도 없었다.

아까는 분명히 증상이 나아졌는데, 또 왜 이러지? 몸이 이러는 게 정상인가?
으슬으슬 너무 힘들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구질구질 청소 못 하는 세 사람만 모여 사는 집에서 모처럼 해방되어 주무시고 계신 엄마를 새벽에 깨울 수도 없었고, 증상도 모르겠고 원인도 모르겠는데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엄마가 걱정하시는 것도 싫었다.

어쩌지 어쩌지 고뇌하다가
다행히도 잠이 들었다.
새벽녘에 눈을 떠보니 다행히 오한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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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처럼 걸어서 집에 돌아와서도 얼마간 끙끙대다가
제 정신을 찾고 보니,
이젠 마음대로 의지할 수도 없이 늙어버리신 부모님이라는 존재에 대한 애잔함이 밀려온다.
나 혼자 그냥 아프고 말지, 나 때문에 걱정하는 게 더 부담스러운 부모님.
내가 어린 나이였으면 아마 엄마를 깨웠을 것이다. "엄마, 나 아파..."

그러다가
결국은 그래서 배우자 (配偶者)라는 게 필요한 걸까..라는 생각도 했다.
서로서로 힘들지만, 그래도 내가 힘들 때 '어쩔 수 없이' 의지하고, 깨워서 힘들다고 맘 편히 호소할 수 있는 존재.
그리고 그 상대방도 그렇게 힘들다고 나에게 말해줬으면 더 좋을 존재.
서로 폐 끼칠 수 있는 존재.


ㅎㅎ
그런데 이미 결혼 생활이 오래 된 내 친구들은 아마 좋은 얘기 안 해줄 거 같다.


"야....남편은 그런 존재가 아냐...."






누구도 사랑을



흔히들 말한다.

우리 부모 세대는 부모로부터 사랑을 제대로 못 받고 자란 세대이고, 그래서 어떻게 할 줄을 몰라서 사랑을 제대로 못 주고 우리들을 키웠다고.

그래서 이제 내 나이 또래가 되면 다들 부모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부모로부터 적지 않은 상처를 받으며 자란 사람들 모두
몇 년간의 쓰라린 고뇌 끝에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음을 담담히 말한다.

그 당시 부모들의 경험과 공감능력과 상황에서는 그냥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부모의 살가운 사랑을 느껴보지 못 하고 자란 우리 부모들인데 우리에게 그것을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도 몰랐을 거라고.


그런데...
그렇다고 지금 '우리들'은 무한한 부모 사랑의 끝판왕 세대일까?
지금 우리도 이렇게 속좁고 편협하고 이기적인 한 인간일 뿐인데?

또 이십년쯤 지나면 우리 자식 세대들이 "우리 부모 세대는 입시와 취업과 밥벌이에 찌든 영혼으로 무엇이 사랑인지 모르고 살았던 세대야. 그래서 우리들을 학원으로 뱅뱅 돌리며 이렇게 키웠지. 우리들의 의무는 우리 자식들에게는 그런 아픔을 물려주지 않는 거야"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누구나 동시대에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지나고 보면 참으로 해괴한 행위였을 수 있으니까.

그러다가 또 오십년이 지나면 우리 자식의 자식 세대들이 "우리 부모 세대는 사랑이라는 걸 오해하고 우리를 키운 세대이지.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으니 제대로 키울 줄도 몰랐지." 할 수도 있다.

우리 부모 세대는 부모의 사랑을 모르고 자랐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몇 세대를 지나도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들은 영원히 자식을 잘못 키울 수도 있다.

The Revenant





Twentieth Century Fox


"입이 떡 벌어졌다"라는 닳고 닳은 표현이 있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처럼 실제로 벌어지는지 의심스러운 수식어.

그런데 '레버넌트' 이 영화를 보다가 내가 어느 장면에서 계속 입을 벌리고 화면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실재하는 일이었구나.
화면과 촬영 기술은 그만큼 대단한 영화.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를 아모레스 페로스 때부터 좋아해서, 레버넌트의 예고편을 여러 번 챙겨봤는데, 그 장면들의 잔상이 그대로 망각으로 이어졌다는 게 다행이었다. 몇몇 장면은 잊혀졌기에, 혹은 미처 보지 못했기에 실제로 영화관에서 볼 때 입이 그냥 벌어졌다.

앞으로 보실 분들은 예고편 안 보고 영화관에 가시는 걸 추천한다.
그냥 이냐리투 감독이나 디카프리오, 톰 하디에 대한 팬심으로 극장에 가도 충분.
(아무래도 아카데미 촬영상 3년 연속 수상이 유력해보이는 루베스키에 대한 팬심까지 추가해야 할까?)

'21그램, Biutiful' 외에 아모레스 페로스, 바벨, 버드맨 등등 이냐리투 감독의 장편 영화는 거의 모두 극장에서 보았는데, 마음을 울리는 것은 레버넌트가 가장 덜 했다. 그만큼 풍경과 현실만이 더 압도적이러서 그랬을까.

중간에 나도 화장실 한 번 가고 싶었던....
참지 못하고 화장실 다녀오던 어떤 분이 최고의 장면을 놓치는 것을 보며 내가 다 안타까웠던,
2시간 36분 짜리 기~인 영화지만
한 번 더 볼 의향도 있다.




슬픈 아이






몽실몽실한 물체가 그립던 어느날
이 인형을 침대 위에 두었는데, 내가 뒤척이면서 이 인형의 자세도 바뀌었다.
그 모습이 꼭 토라져 돌아누운 아이 같아서 피식,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가 내 어릴 적 어느날이 생각났다.
만 6살이 되기 전까지 살던 집에서의 기억이니, 아마도 4-5살 때 아니었을까.
가족 중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아 방구석에서 벽을 보고 누워서 숨죽여 눈물 흘리던 기억.
그때 난 참 의사 표시를 못 하는, 여린 아이였던 것 같다.


옛날 식 주택이라, 겨울에는 전혀 난방이 되지 않았던 마루에서 혼자 소파에 인형들을 늘어놓고 놀던 어떤 하루의 기억.
다른 가족들은 다 따듯한 안방에서 tv를 보면서 웃고 있었지만, 난 매우 추워도 그 "혼자"있다는 게 너무 기분 좋았었던 것 같다.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5살의 나이에.

남들 앞에선 아무 말도 못하는 바보 같았던 '사회 부적응자 후보'였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남들보다 공부를 잘 하는 축에 속했다는 것으로 자신감을 키워가며 나를 만들고, 내 생각을 말하는 능력을 키워갔던 것 같다. 그리고 '일생에서 유일하게(?)' 초등학교 4-5학년 때쯤 남자애들에게 인기가 좋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경험도 자존감을 만드는데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한다.


세월은 지나, 공부를 잘했던 게 하나도 소용없는 나이가 되었고, 수십년 전 초등학생 때 인기있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수준의 너무 오랜 추억담이 되었다. 그렇게 자존감은 다시 쪼그라져, 이불 뒤집어쓴 토라진 아이로 다시 돌아왔다. 물론 내 잘못이다. 

인형의 쓸쓸한 뒷모습은 내 모습이기도 했구나.
다시 어떤 기회가 찾아와야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으려나...





Box 2.4 방어 기제 예시






지난 여름, 열심히 번역한 Ed Neukrug의 책 중에서 프로이트의 방어 기제 부분.
심리학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제일 유명한 프로이트지만, 배척받는 부분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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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욕: 충동과 욕망을 부인하려는 노력에서 욕구를 물리치는 것. 예시: 거식증 환자는 음식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성적 충동도 부인한다.


보상: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대신에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키워 대체한다. 예시: 여성과의 대화에서 서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근육을 키워 보디빌더가 된다.  


부인: 무엇인가 발생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예시: 자식이 성희롱을 당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는 부모


대체: 좀 더 용인 가능한 대상·사람으로 용인 불가능한 충동의 방향을 바꾼다. 예시: 형제자매에 대한 성적 충동이 있는 사람이 컴퓨터 섹스에 매달린다. 부모님을 살해하고픈 욕구가 있는 사람이 대통령 같은 정치적 인물로 목표 대상을 바꾼다.


해리(dissociation): 어떤 감정을 경험하는 것을 지체시키기 위해 자신을 그 감정에서 분리시킨다. 예시: 강간 피해자가 그 행위를 당하는 동안 두려움과 분노로부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분리시킨다. 


유머: 감정에 거리를 두기 위해 코믹한 상황을 만든다. 예시: 유방암 때문에 가슴절제술을 해야 하다는 소식을 들은 여성이 이젠 더 이상 성적 유혹 대상으로 보이는 위험은 없겠어!” 이라고 친구에게 말하는 것


이상화: 대상의 가치에 대해서 지나치게 언급하고 과대 평가하거나,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부인하기 위해 그 사람을 띄워주는 것. 예시: “내 아내는 내 인생 최고의 사람이야. 똑똑하고, 우아하고, 친절하고, 그냥 완벽해!”


지성화: 어떤 상황에서 촉발된 불안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 상황의 지적인 측면에 집중하는 것 예시: 악성 암을 방금 진단받은 사람이 그 병에 대한 모든 과학적 지식을 얻기를 원하는 것.


투입작용(introjection): 의심의 여지 없이 어떤 개념을 완벽히 받아들이는 것. 예시: 부모님, 교회가 가진 종교에 대한 견해에 의문을 제기한 적 없는 열렬한 신도. 죽음 같은 삶의 불확실성이나 모호함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


투사: 실제로는 자신이 가진 받아들일 수 없는 성질을 다른 사람에게 옮겨 생각하는 것. 예시: 자신의 동료를 비판 하기를 좋아하고 남을 잘 부린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그렇게 행동하고 남들을 지적하고 싶은 충동을 가진 사람.


합리화: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했을 때 거기에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이유를 만들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인지적 왜곡을 하는 것 예시: “우리 목사님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그가 비록 불륜을 했지만, 그 여자가 유부녀라는 것이 뭐가 중요합니까? 부인께서 돌아가신 뒤에 목사님이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목사님이 불륜을 한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반동 형성: 받아들일 수 없는 충동을 받아들일만한 것으로 대체하는 것. 예시: 동성에 대해 강한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강경한 반()동성애 주의자나 동성 결혼 반대주의자가 되는 것


퇴행: 어린 시절에 하던 행동을 하는 것. 예시: 부모님이 이혼한다는 것을 알게 된 10살 어린이가 갑자기 이불에 오줌을 싸기 시작한다. 직업을 잃은 50대 남성이 아내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는 것


억압: 위협적이거나 고통스러운 생각을 의식 밖으로 밀어낸다. 예시: 성희롱을 당했던 경험을 떠올리는 것을 거부하는 여성


신체화: 강한 감정이나 충동을 신체적인 증상으로 드러낸다. 예시: 성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병을 과장하는 증세를 일으킨다.


분열화(Splitting): 사람이나 대상에 대해 “100% 나쁘다혹은 “100% 좋다라고 생각하는 것. 예시: “총기는 무서운 살인 도구야.”, “나의 동료는 완전 악마야.”


승화: 용인 불가능한 충동을 사회에서 바람직한 행동으로 바꾸는 것. 예시: 극도의 분노 기질을 가진 사람이 권투 선수나 정육점 주인이 되는 것. 성적 에너지를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활동에 쓰는 것


억제: 불안감을 일으키는 의식적 사고를 전의식 상태로 밀어 넣는 것. 예시: 이웃과 불륜 관계를 맺고 싶은 착한 아내가 그 생각을 의식 너머로 보내버리는 것.


취소(undoing): 죄의식을 느끼는 행동 뒤에 그것을 되돌리기 의해 의례적이거나 마술적인 행동을 하는 것. 예시: 열정적인 성행위 뒤에 집을 청소하는 여성, 자녀를 때린 뒤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아버지




해 본 사람은 안다



난 열등감이 인성을 갉아먹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긴, 그런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냐만....)

특히나 공부를 중시하고, 성적 위주로 사람을 평가하는 한국에서
형제보다 공부를 못해서 받은 차별 대우로 인해, 성격이 모나고 자존감에 상처받은 사람들.
그런 사람은 남편감으로 피하고 싶다.
성장 과정에서 생긴 그런 상처는 어떤 형태로든 삐져 나오는 걸 봤다.

비교적 일찍 결혼해, 결혼 10년을 넘긴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다.

"난 내 남편이 그래도 형제 중에 공부를 제일 잘 한 사람이면 좋겠어."
"야, 그런 아들일수록 시어머니가 더 집착한다~~"


아,
그걸 몰랐네.


귀신도 오타는 못 잡아낸다






벌써 3년 전 이맘 때 석사 논문을 최종적으로 교내 도서관에 제출한 뒤로,
내 논문을 제대로 한 번 읽어본 것은 1년이 지나서였던 것 같고
그냥 막 써갈겨버렸던 영문 abstract는 정말 한 번도 퇴고해보지 않았다.
영어에 자신이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대체 이걸 누가 읽어보겠어? 라는 생각이 더 컸다.
내용이 좀 틀려도 망신은 아니겠지.

논문 등록 사이트에서 내 논문을 검색하다가 3년 만에 abstract의 첫 세 줄까지만 읽어봤는데
단번에 실수가 눈에 들어왔다. "a opportunity".


물론 아랫줄까지 더 본다면 다른 더 중대한 문법적 실수도 무지 많겠지만
쓰는 그 시점에는 왜 저런 간단한 실수조차 눈에 안 들어오는 건지 신기하다.
다시 읽을 때는 한 번에 잡아냈는데.

귀신도 오타는 못 잡는다더니...





12년 전



슬픈 눈빛



매염방의 사망 후, 티비에서는 그녀 또는 장국영의 생전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이미 그 사람들의 운명을 알고 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눈빛이 너무 슬퍼 보인다.
특히 장국영은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https://youtu.be/Pk-Ymt6D3DY?list=RDPk-Ymt6D3DY


자신의 직업에서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벌고, 주위의 사랑도 받고...
그래도 그 사람들의 자리는 무척 외로운 자리인가 보다.
요즘 인생에 만족하고 산다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하는 데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한다.
어떤 좋은 조건이 주어져도 만족하고 살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그 '마음 먹기'가 가장 힘든 일이기에.
누구는 누구를 부러워 하고, 누군가는 또 누군가를 부러워 하고
평생 가지지 못한 것만 바라보다 가는 건 아닐까.
가진 것에 감사하기는 왜이리 어려울까

연말연시

 


벌써 서른 세번째 맞이하는 새해인데,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하지만
그래도 연말연시에 무슨 사건이 발생하면 괜히 그 '상징성'에 고민하게 된다. 이상하다.
2008년 12월 31일, 집에서 혼자 해를 넘기려고 dvd를 3장쯤 장만해놓고
노트북(=dvd player)을 켰는데, 세상에, 그냥 시커먼 화면의 연속이었다.
아무 것도 되는 게 없어서 컴퓨터 좀 한다는 애들한테 전화해보고 난리를 쳤지만
결국 어떤 소득도 얻지 못하고 그냥 잠자리에 들어야했다.
그때 계속 내가 뭘 잘못했지? 내가 올해 뭘 잘못했지?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게 기억난다.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뭔가 나를 벌하려고 이런 암울한 연말연시를 제공하는 인생!?!?!
 
올해도 12월 29일부터 감기에 걸려 1월 초까지 완전 고생했다.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내 체질에 정말 오랜 만에 시~원하게 고생 한 판하고 넘어간 것 같다.
이 험악한 연말연시를 넘기면서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왜 벌받는 걸까
 
올해는 몇 년 만에 연락이 되어 내 인생 안으로 다시 들어온 친구들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내 인생 밖으로 걸어나간 듯한 친구도 많았다.
기약없는 약속을 남긴 채, 아무리 해도 만나지지 않던 친구들.
바빠도 바빠도 진짜 보고 싶으면 진작 만났을 텐데, 1년 넘게 만나지지 않는 친구들은 결국 서로가 보고 싶어하지 않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왜 내 인생에서 걸어나갔을까.       
 
 
 
언젠가 같이 걷던 길에서 서로 다른 길로 걸어나가는 것은 이 책에 나온 "love" 경우 만은 아닌 것 같다.
부모자식. 친구 관계 모두 이렇게 '갈라섬'이 가능하다.
나이 들면서 인간 관계가 마구마구 확대 재생산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들면서 줄어드는 인간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될 듯 하다.
 
그림은 "Romantic movement(Alain de botton)" 중에서.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