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 디즈니 만화영화의 시작 -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 - Part of your world (lyr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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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991년에 "계몽문화센터"에서 본 기억이 있는 The Little Mermaid (1989) 는, 지금 찾아보니 1989년작이다. 그래, 옛날에는 미국 개봉시기와 한국 개봉시기 간에 엄청난 격차가 있었지.
지금은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도 많지만, 2007년 정도까지만 해도 오히려 방콕에서 서울보다 개봉이 더 빠른 영화를 보고 올 수 있었다.
이 영화가 개봉한 후에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킹, 포카 혼타스 등이 매년 차례로 개봉하면서 만화영화의 개봉이 연례 행사가 되었다.
Wall*E같은 명작, 슈렉-쿵푸 팬더 같은 귀여운 시리즈물의 등장을 이끈 게 바로 이 '인어공주'의 성공 덕이 아니었나 한다. 

요즘 유난히 입에 흥얼거려지는 'part of your world' 의 가사를 제대로 찾아보니, 
역시 디즈니 영화 속 노래 가사는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게 해준다.
내가 92년에 본 '미녀와 야수' 주제가의 가사도 나중에 나이가 좀 더 든 뒤, 생각해 보면 상당히 깊은 내용이다.

작년 겨울 '겨울 왕국'이 엄청난 관객 몰이를 했을 때, 너도나도 '영화 속 Elsa의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가 시대의 변화를 드러내며 흥행에 한몫했다'라고 분석해댔는데, 1989년 인어공주 속 Ariel이 그 원류인 듯. 디즈니 만화영화의 여주인공은 한 번도 Elsa같지 않은 적이 없었다. 누구나 Elsa같았고, Ariel같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했다.
그래서, 겨울왕국에 대한 그 분석은 틀렸다. 


디즈니 영화의 마법은 새삼 대단하다.
아이를 위한 영화가 아니었다.
내가 만약 1991년 겨울, 아이들 만화 보여주겠다고 극장을 찾은, 영어를 할 줄 아는 아줌마였다면
이 가사를 듣고 내면 속 자유 의지가 꿈틀꿈틀했을 듯.
이 가사 내용은 어릴 땐 오히려 느낌이 안 왔을 것 같다.
그때는 이 가사 속 이 간절함을 몰랐을 것이다.
Up where they walk
up where they run
up where they stay all day in the sun,
wandering free
Wish I could be
Part of that world.
When's it my turn?
wouldn't i love?
love to explore that shore up above
out of the sea
Wish I could be
Part of that world.
Lyrics by Howard Ashman
이 작사가는 라임을 참 잘 맞춘다.

내가 아니야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슴 한 켠에 불이 켜진 듯 마음이 따뜻해진다.

자신이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슴 한 켠에 돌이 놓인 듯 마음이 무거워진다.

좋아하는 마음도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어서 그 불씨를 잡을 수 없는 것처럼
싫어하는 마음도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어서 그 돌덩이들이 내 마음을 막 후벼 판다.


서툰 대학교 1학년




지금은 사라진 옛 구두 브랜드의 광고지를 보다가
그 브랜드 신발을 신었던,
촌스러운 대학 1학년 신입생 시절이 생각났다.

그때 엄마는 우리 대학교 앞에 저렴한 상품을 파는 백화점에 데려가서 '자켓'만 여러 벌 사주셨다. 
그래서 그 당시 입었던 옷들은 십여 년이 흐른 지금 입는 옷보다 더 노숙한 옷들이었던 것 같다.
그땐 그렇게 대학생들은 '자켓'을 입고 다니는 줄 알았지.

명동의 유명한 '제화점' 상품권을 사용하여 호기롭게 샀던 가죽 배낭은 
가방 무게만으로도 너무 무거워서 하루 만에 사용을 포기해야 했다. 
대학교에 와서도 무슨 수업이 그렇게 많은지, 책을 들고 다닐 게 많았고, 영문과 책은 특히 무거웠다.
다행히(?) 가방에 하자가 있어서 교환인가 환불을 했었던 듯.

작은 키를 보완하고 싶어서 샀던 7cm의 통굽 신발은 
체중이 쏠린 발 앞부분의 찢어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신발임이 '역시 하루 만에' 밝혀졌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그렇게 높은 신발을 신어 본 적이 없으니, 그게 그렇게 고통스러운지 몰랐다.
나름 비싸게 주고 산 신발이었는데, 그 뒤로는 길게 수선한 부츠컷 바지를 입을 때만 가끔 신는 신발로 남았던 것 같다. 



내가 다닌 문과대는 정문에서부터 길게 쭈욱 펼쳐진 길을 10여 분 이상 걸어가야 하는 곳이었는데, 
합격생 예비 소집 때 그 칼바람을 함께 경험한 엄마는 해당업계 유명 브랜드의 비싼 '무스탕'을 한 벌 사주셨다.
추위에만 특화되어 있던 그 시커먼 무스탕의 디자인은 그냥 그랬고, 한번은 친구가 "엄마꺼 입고 왔니?"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에 대한 고마움에 늘 한 해에 가장 추운 날은 그 무스탕과 함께 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도저히 입을 수 없는 디자인이 된 그 옷은 동네 헌 옷 보관함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그런 형태의 옷을 지칭할 때 '무스탕'이라는 단어조차도 쓰지 않을 만큼 세월이 지난 것 같다.
십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 가진 옷 중에 가장 비싼 옷이었을텐데.



나름 대학생이 되었다고 이것저것 구비했지만
모든 게 시행착오였고, 사알짝 촌스러웠던 1학년.
나의 1학년은
1학년 (자기 실력을 정확한 눈으로 보지 못 한) 학생들이 종종 겪는 패배감과 음울함에 시달렸던 때다. 
지금 생각하면 내 수준에 딱 맞는 대학교인 것도 같고, 내가 조금만 더 약았더라면... 하는 후회도 아직도 있다.

신입생 환영회, OT... 모든 것을 가고 싶지 않아서 안 갔기에 1학년 3월 초엔 친구가 없었고,
그 촌스러운 옷들을 입고 빈 강의실을 혼자 돌아다니던 기억이 아스라히 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결국 영원히 '아웃사이더'가 되기 쉬운데, 2학년 가을에 타학교와의 교류전에서 학교 생활의 재미를 배워서, 그뒤로 외롭지 않게 대학교를 마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서 친구




보스턴 여행 중에 있었던 일이다.
예전 미국 여행을 했었던 외사촌 말처럼, 유난히 중장년층은 '하버드대학교'에 환상이 있다는 게 사실인 것 같다.

하버드 교정을 걷고 싶어하시던 엄마를 모시고 학교를 한바퀴 돌고 나왔는데, 화장실이 갑자기 가고 싶었다. 그 전에 들렀던 카페에서 얼음 가득 레모네이드를 먹은 게 실수였다. 그런데 보스턴의 스타벅스나 기타 등등 가게의 화장실 문에는 모두 비밀번호 패드가 달려 있었다. 여기저기를 전전해도 모두 그랬는데, 그냥 구매고객인 척 아무렇지 않게 비밀번호를 묻는 천연덕스러움이 나에게는 없었다.

구태여 화장실 문에 비밀번호를 모두 지정해놓은 것은, "뜨내기 관광객은 우리 화장실에 들여놓지 않겠다"는 의미일텐데, 그 '뜨내기 관광객'인 내가 비밀번호를 물어본다고 알려줄 것 같지도 않았다. 나를 따라서 가족들을 끌고 다니기가 미안해서 가족들을 길거리의 휴대전화 충전소 앞에 두고, 나 혼자 화장실을 찾아나섰다.

모든 가게의 화장실 문마다 비밀번호가 있었고, 결국 하버드 광장에서 약간 거리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손님이 드문 스타벅스에서 $5가 넘는 비싼 주스를 하나 구입했다. (결국 화장실 이용 비용이 6천원인 셈이다😓) 비밀번호를 물어보려는 찰나에 다른 누군가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래도, 이제 내가 "공식적으로"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이 확보되었다는 안도감에 일단은 그 스타벅스를 나와서 길거리에서 충전 중인 엄마, 언니에게로 갔다.

"화장실 성공했어?"

엄마의 질문에 우물쭈물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냥 얼버무렸다.

빠릿빠릿 천연덕스럽게 화장실 비번을 물어보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못 하더니, 한참 어딘가로 사라졌다가 음료수 병을 하나 들고왔는데도 여전히 화장실을 가지 못한 상태라는 것을 밝히자니 엄마한테 비난이 쏟아질 것 같았다. 아니면 모든 일에 서투르고 소심한 내 자신의 모습을 들키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여태까지 가족들을 이리저리 화장실로 끌고 다닌 것도 미안한데, 아직도 화장실 해결을 못했다는 것을 말하기가 싫었다. 나도 나지만, 우리 엄마도 매사에 긍정적이고 밝은 피드백을 주는 분이 아니다. 우리 가족은 나까지 포함, 모두 '비난 본능'이 강한 사람들이다.
아무튼 가족을 다 데리고 그 스타벅스로 와서 일단 가족들도 쉬고, 나도 얼마 뒤 화장실을 다녀왔다.

몇 분 뒤에 다른 목적지로 이동하면서 다른 일로 논쟁이 생겼을 때, 엄마가 "화장실 갔다 왔냐 이 질문 하나에도 답을 못 하고 우물거리는 니가 너무 답답하다" 라고 재차 거론을 하시기에, 그냥 지나간 줄 알았던 이 일이 엄마 맘속에 남아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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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돌아온 뒤 두 달 가까이 지나, 친구와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이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그 친구는 단번에 "오오... 나같아도 그 상황에선 엄마한테 그 말 못해. 아직 화장실 못 갔다왔다고" 라고 공감해주었다. 마치 본인도 그 상황에 놓인 것처럼 이해해주었다. 그래, 우리 이렇게 비슷하게 소심하니 우린 친구인 거지. 내가 너무 바보 같은 건가 우울했는데, 마음이 놓였다. 그 친구에게 "야, 니 애들이 네 질문에 대답 못 하고 우물거릴 때가 있으면, 걔들도 그때 마음 속에서 여러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이해해줘라." 라고 했다. 


하느님이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어 엄마라는 존재를 만들어 사람 곁에 두셨다는 말이 있는데,
엄마가 다 해줄 수 없는 일을 위해 또 친구를 만들었나보다.

나보다 윗사람이기에, 나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존재이기에 약간은 어려운 관계인 부모님,
그래서
비슷한 나이에서 같은 시각으로 같은 눈높이로 봐주는 것은 역시 친구만한 존재가 없는 것 같다.


아부의 사회학

 



페이스북에 너무 시간을 들이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 앱을 지웠다.
나는 거의 데스크탑에서만 페이스북에 로그인한다.
데스크탑 화면은 크기 때문에, 나의 페북 친구들이 뭘 하고 있는지, 무엇에 like를 눌렀는지를 실시간으로 다 보여준다.
(이 기능은 얼마 뒤에 사라졌다. 아마 사생활이 너무 노출되어서 그런지...)


내가 아는 분 중에 갑자기 출세(?)한 분이 있다.
원래 안티가 많았던 분인데, 출세를 하고 나니 갑자기 추종자가 늘었다.
별 영양가 없는 '그분'의 글에 열심히 like를 누르는 사람들을 본다.

그런데 요즘,
'그분'이 열심히 자신의 상급 단체와 상급자의 포스팅에 like를 누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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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에 푸욱 잠기고 싶을 때 - 21grams OST

21 Grams OST
1. Do We Lose 21 Grams 2. Can Things Be Better? 3. Did This Really Happen? 4. Should I Let Her Know? 5. Can Emptiness Be Filled? 6. Shake Rattle And Roll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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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o We Lose 21 Grams   https://youtu.be/Ry6fO8N_BPE?list=PLEE5BE45823778CFC
2. Can Things Be Better?   https://youtu.be/HdhCmzEM4Gw?list=PLEE5BE45823778CFC
3. Did This Really Happen?
4. Should I Let Her Know?
5. Can Emptiness Be Filled? https://youtu.be/MKKrUeppZ3A
6. Shake Rattle And Roll
7. Can I Be Forgiven?
8. Is There A Way To Help Her?
9. Does He Who Looks For The Truth, Deserve The Punishment For Finding It?
10. Can Dry Leaves Help Us?
11. Can We Mix The Unmixable? (Remix)
12. Can Light Be Found In The Darkness?
13. When Our Wings Are Cut, Can We Still Fly? - The Kronos Quartet


~~~ (2016/02/13)
내가 이 글을 올린 후에 유투브 영상이 삭제되어서 위의 링크로는 전곡을 들을 수가 없다.
아래 영상은  21grams OST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잘 볼 수 있는 편집본이다. https://youtu.be/DFhYx67ILUI  ~~~
 
이번에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가 아카데미에서 주목받기 전부터 팬이 되게 만들었던 영화, 21grams.
이 감독도 놀라운 감독이지만 기예르모 아리아가-라는 각본가와 구스타보 산타올라야-라는 작곡가와의 호흡도 놀랍다. 물론 기예르모 아리아가와 계속 작업해오다가 2006년에 (그다지 매끄럽지 않게) 갈라지고, 2014년 다른 사람들과 만든 버드맨이라는 작품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열게 됐지만.
 
알레한드로 G.이냐리투 감독은 배우들에게서 최상의 연기를 이끌어내는 감독이기도 한데, 이번 버드맨에서도 3명의 배우를 아카데미 후보자 명단에 올렸다. 21grams에서도 나오미 와츠와 베니시오 델 토로가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었고 숀펜이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Babel에서는 일본 배우 기쿠치 린코, 멕시코 배우 아드리아나 바라싸가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Biutiful에서는 하비에르 바르뎀을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려놓았고 그는 이 작품으로 칸느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Amores perros에서도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배신에 슬퍼하며 발걸음을 돌리는 장면에서 보여준 표정은 정말 그 배우 최상의 연기로 뽑고 싶다.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마이클 키튼이 코미디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알레한드로 G.이냐리투 감독에게 '당신이 다음 작품을 한다면 ((오디션을 본다면)) 여기 모인 배우 중에 안 나타날 사람이 없다.' 라는 내용을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사실일 듯하다. 이미 촬영을 마친, 이냐리투 감독의 다음 작품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한 작품이다. 남부러울 게 없는데 오스카만 부족한 남자, 디카프리오가 드디어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배우들 외에, 최상의 협업자들은 각본가와 작곡가.
하나의 사고로, 순식간에 어그러지는 인간 삶의 모습을 깊게 파헤쳐 내려가는 각본의 기예르모 아리아가. amores perros, 21gram, babel....로 이어지는 그가 쓴 작품들을 보면 우울의 늪에 빠지게 되지만 어떤 한편으로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구스타보 산타올라야 역시 amores perros, 21grams, babel, biutiful을 알레한드로 G.이냐리투와 같이 작업했고 Babel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를 모르고 이 음악만 들으면 느낌이 잘 안 오겠지만
21grams의 영화 분위기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음악만 따로 들어도 영화와 얼마나 어울리는 음악이고, 우울에 빠지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위안을 주는 음악인지 알 것이다.

위 youtube에서는 17분 40초 쯤부터 나오는 10. Can Dry Leaves Help Us ? 라는 곡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장면이 그대로 떠오를, 슬픔의 바닥을 치는 곡.  https://youtu.be/Av3aooLkJ0E

영화를 볼 때에는 이 곡의 존재를 알지 못 했는데, 3번째 곡 3. Did This Really Happen?이 이상하게 위안을 준다. https://youtu.be/cbcHB3b6GZ0?list=PLEE5BE45823778CFC

 

Birdman - 우리 모두의 이야기

버드맨 - 모두의 이야기


동영상 아님



보는 동안, 이유를 알 수 없이 두어 번 눈물이 났던 영화.
알려진 줄거리대로, "한때 잘나갔던 무비 히어로로서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는 한물간 배우"의 이야기였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 모두의 인생 같았다.

처음에 태어났을 땐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엄마, 아빠의 귀한 자식.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중요하지 않은 주변 인물로 이 삶을 마쳐야 한다는 걸 깨닫는 때가 온다.
그렇게 시시하게 인생을 끝내지 않기 위해 마지막으로 노력해보는 발버둥.
그리고 그 과거(의 영광)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







영화 시작할 때 나오는 자막. 영어로만 읽을까, 한글 자막 읽을까 고민하다가 둘다 놓쳐버려서 집에 와서 다시 찾았다.

"And did you get what
you wanted this life, even so?
I did.
And what did you want?
To call myself beloved, to feel myself
beloved on the earth.

<Late fragment>- Reymond Carver



"A thing is a thing, not what is said of that thing." (거울 우측 아래 붙어있는 문구)

비켜 나가기 빗겨 나가기



* 오래 전,
내가 하던 말을 모두 귀담아 듣고, 나의 행동을 신기하게(혹은 멋지게?) 보던 사람이 있었다.
오고 가는 생활 영역이 비교적 나와 비슷했던 시절에서 벗어나, 그 사람은 다른 세계로 진입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게 되었고,  오랜 만에 만난 그 사람은 더 이상 나를 신기해하지 않았다. 그해에 내가 새로 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니, '어머 그랬어요?' 대신에  '치잇, 저는 이미 그보다 더한 것도 다 해봐서요'와 비슷한 반응이 돌아왔다. 본인의 삶에 비해 내 삶이 시시해진 것일까.

아쉽게도, 이 사람과 이제 다시 친해질 일이 없을 것 같다.
그 사이에 많은 시간과 '경험'이 흘렀다.

부모 입장이 되어보는 간접 경험.
어렸을 때 무조건 부모를 우러러 보던 자식이, 머리가 커가면서 '아, 부모의 말씀이 별 것 아니었구나' 깨닫고 부모 말을 한귀로 흘려듣는 것을 보는 듯한 기분.






* 내 남동생과 오래 전에 공유하던 social media 기록들을 보면, 그 매개체는 '해외 축구'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나는 테니스, 남동생은 국내야구로 관심사가 바뀌면서 지금은 서로 공유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음...한때 '부부가 오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면 취미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겠군. '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취미도 변할 수가 있구나. ㅎㅎ
공통점이란 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이었다.


 
 
 
 
 




*새로이 해외 생활을 시작한 어린 친구가 "어려운 길이라 일부러 택했다"라는 야심찬 출사표를 써놓은 것을 봤다.
피식, 첨엔 다 그렇지. 유치한데 혼자 그냥 생각하지 저걸 남들 보라고 써놓다니 ㅎㅎㅎ

그런데, 잠시 더 생각해보니, 나도 8년 전 스리랑카로 떠나면서 별의별 의미를 다 갖다붙였던 것이 생각났다. "내려놓겠습니다." "평생 편하게 살 수도 있지만, 인생에서 2년만 떼어서 일부러라도 고생하면서 살아보자." "평생 먹을 수 있는 한식, 2년만 안 먹으면 어때요"

나 역시 이런 것들을 '남들 보란 듯이' 써놓았었다. 나도 딱 그 나이 때엔 그랬구나... 시간이 지났다고 그걸 벌써 잊고 남을 비웃다니...



Westin Peachtree plaza Atlanta 71st Floor, Sun dial restaurant




Atlanta공항에서 Marta를 타고 시내로 진입하기 시작할 때부터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는 원통형 둥근 건물 Westin Peachtree plaza.


Centennial Olympic Park 입구에서 찍은 Westin Peachtree Plaza



애틀랜타 시내에서 5번째로 높은 건물(220m)이다. 위 사진에는 거리 조형물(?) 가로등(?)이랑 겹쳐 찍히는 바람에, 건물 위에 작은 구조물이 추가로 올려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딱 둥근 원통 건물만 Westin이다. 1976년에 세워졌으며, 1977년 디트로이트에 다른 호텔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잠시 동안 전세계 "호텔" 중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지상에서는 끝까지 보이지도 않는 까마득한 건물.
이 호텔은 73층까지 있지만, 서울의 63빌딩(249m)은 물론이고 서울 삼성동의 55층 무역센터(229m)보다 높이가 낮다. 음...?


이 호텔의 최상부에는 회전식 레스토랑이 있다.
71층은 Sundial restaurant, 72층에는 전망대(입장료 $8), 73층에는 bar가 있다.
약 40여 분에 한 바퀴? 정도로 회전하는데, 계속 바깥 풍경이 변화하기 때문에 회전하는 것이 아주 잘 느껴질 정도의 속도이다.


로비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보이는 71층 전경



저번 여름에 오랜 만에(?) 번역 알바로 돈을 벌어서 가족들에게 한턱 쏘려다가
이왕 돈 쓸 거 여행 가서 더 멋진 곳에서 사기로 하고 계획을 미뤘다.
우리 가족이 애틀랜타에 도착한 날이 마침 일요일이라서, 일요일 브런치를 먹기로.
(브런치 시간 일요일 11:30 - 3:00)
사실 저녁에 뭔가를 먹으려면 호되게 비싼 곳인데, 운좋게 브런치를 운영하는 일요일에 애틀랜타 방문을 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뭐 주중에도 같은 시간대에 비슷한 메뉴를 비슷한 가격대에 팔더라는.....굳이 Sunday brunch라고 명명해서 팔지 않아도 될 텐데 왜 그랬지?😥


오후 2시경 브런치를 위해 입장.
분위기는 너무 정중한 것도 아니고, 너무 가벼운 것도 아니고 그냥 적당. 슬슬 회전하기 때문에 애틀랜타의 전경을 모두 감상하기 좋다. 미리 예약을 해두긴 했지만 2시가 늦은 시간이라 자리가 아주 빡빡한 것 같지는 않았다. 







가운데 황금색 지붕은 애틀랜타가 속한 Georgia 주 의사당. (Georgia state Capitol)
그 뒷편으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홈 구장인 터너 필드가 보인다.






가운데에 삐죽하게 솟은 빌딩이 '연필 빌딩'이라는 별명이 붙은 Bank of America Plaza 빌딩(312m)이고, 애틀랜타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또한 미국에서 "State Capitol이 위치한 도시 -州都"에 건설된 빌딩 중에서는 에틀랜타의 이 빌딩이 가장 높다고 한다.

오른쪽에 살짝 잘려서 반만 보이는 빌딩이 애틀랜타에서 두번째로 높은 빌딩, Suntrust Plaza(264m).






가운데 보이는 것이 CNN의 본사 건물. 식사 뒤에 수박 겉핥기로 대충 들여다보고 나옴.
애틀랜타는 CNN, Coca- cola, Delta 항공 등 여러 회사의 본사가 위치한 도시이다.
애틀랜타 공항에서 콜라가 땡겨서 한 병 사먹었는데 너무 비쌌다. 코카 콜라의 심장부답게 수도꼭지만 틀어도 콜라가 펑펑 쏟아질 줄 알았더니만ㅋㅋ 공항 판매품이 비싼 것은 어딜가나 마찬가지.

CNN 본사 뒤로 보이는 것이 조지아돔, 현재 새로운 돔을 또 만들고 있다.
현재는 미식축구팀 애틀랜타 팰콘스의 홈이며, 1996년 올림픽 때는 농구, 체조, 핸드볼 등의 경기가 열린 곳이라고 한다.

조지아돔은 2017년 11월, 철거되었다.






우리 가족이 주문한 것은 와플&치킨, 프렌치 토스트, 연어구이와 뢰스티 등등.
음....맛은....
이런 곳이 어디나 그렇듯이, 맛난 것을 먹으러 올라오는 곳은 아니다 ^^
분위기 때문에 올라오는 것이지.ㅎㅎ
감자 뢰스티나 프렌치 토스트의 맛은 괜찮았다.



이 분위기에서 이 정도 식사를 한다고 생각하면, 뭐 서울의 거품 가득 브런치와 비교해도 비슷한 가격. 물론 저 금액에 20% 가까운 팁을 더해줘야 한다는 사실은 함정. 
한국 호텔에서는 워낙 커피를 말도 안 되게 비싸게 팔아서, 이곳 71층에서 4140원 정도의 커피는 거저 마시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래도 여행 온 김에 허세녀의 꿈을 실현하기에는 좋은 곳.
나는 그저 '효도'차원에서 갔다고 포장하고 싶다 :)

언제 애틀랜타에 다시 방문할 일이 있다면, Westin에도 다시 가서 물 한 잔?



딱 9년 전 잡생각 from my cyworld


* 1
 "어, 감기 걸리셨어요? 
이번 감기 진짜 독하던데...조심하세요"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말하더라. 항상 이번 감기, 혹은 요즘 감기는 정말 독하다.
늘 독한 감기만 있는데, 독하지 않은 감기 유행은 언제 찾아오는 것인지 궁금하다.




* 2
수능 끝나고 대입 설명회는 늘 북적인다. 대입 설명회에 가는 것에는 별 이유가 없거나  늘상 같은 이유이다. 그냥 학생이 학교에 가는 것과 같다. 사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지만 그저 불안 심리에, 남들 가니까 간달까... 매해 언론이 대입 설명회의 인파가 몰리는 이유를 애써 분석해서 말을 만들어 내는데, 이건 불필요한 거 아닌가?  

  어떤 해는 올해 수능이 너무 어려워서, 어떤 해는 이번 수능이 너무 쉬워서, 어떤 해는 제도가 바뀌어서 인파가 많이 몰렸다고 그런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것들은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이유가 절대 아니다. 그냥 '대입'이기에 항상 인파가 많이 몰리는 거다. 어떤 해에 수능 문제가 적절한 난이도로 출제되었다고 해서, 대입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서 대입 설명회장이 썰렁하지는 않을 거니까.

  그냥 초등학생 때부터 대입을 준비해야하는 우리 사회상을 반영한 거라고나 할까. 대입 설명회장이 썰렁하다면 그게 뉴스거리이지, 북적이는 대입 설명회장은 뉴스거리도 아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이유를 매해 다르게 갖다붙일 필요도 없다.




* 3
父母라는 단어라든지...아니면 난 카드를 쓸 때 항상 '아빠 엄마께' 이런 식으로 쓴다. 그런데 영어는 확실히 mom & dad가 자연스럽다. 여기서 어떤 문화적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까?   


댓글 4
  • ㅁㅈㅇ
    예리한 분석이오.두 번째 글..ㅋㅋ
    2006/11/23 00:51
     
  • ㅁㅈㅇ
    어떤 문화적 차이? 한국은 못 말리는 가부장 전통의 사회라는 증거지. 그러고보면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기르시니..'라는 그 웃기는(아버지가 애를 낳아?) 상투적 문구도 이면에 비슷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
    2006/11/23 00:54
     
  • 예전에 동생 홈피에 내가 써놓은 방명록을 다시 보다가.... 나리타 공항에 있었을 때 mom and dad에게 나 잘 있다고 전해드려라....같은 내용을 무의식 중에 쓴 것을 보고 잠깐 신기했어요. 한글로 타자를 쳤더라면 아빠, 엄마라고 쳤을텐데...ㅎ
    2006/11/23 01:34
     
  • 다른 언어를 배우면 다른 문화도 동시에 배우는 거라는 게 실감이 나네요.
    2006/11/23 01:49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06년 글)









요즘 너무나 쉽게 '말그대로 안구의 습기'가 자주 차오르는 나.
이럴 땐 펑펑 울려주는 영화를 보면 좋다.
그래서 몇 년 전엔 그저 울기 위해 'I am Sam'을 보기도 했었다. 그땐 그 목적을 달성했지만... 이젠 나이가 더 들어서인지, 울려고 들어가서 울기에도 너무 메말라버렸나보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많이 울게 될까봐 걱정하면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았지만, 결국 딱 한 장면에서만 눈물이 났다.

마지막 장면의 이나영을 보면서 '인생에서 정말 힘겨운 일을 안 겪어봤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예쁘게 우는 이나영. 삶에 비밀이 많아 보이고(왠지 힘든 일 겪었을 듯한), 배우로서의 열정도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이 드러나지 않은 이나영의 연기는 좀 실망스러웠다.

엄마와의 화해를 바라던 장면에서 대사 내용은 참 절절했지만, 배우는 그다지 절박해보이지 않았고, 마지막 사형장에서 역시 그랬다. 딱 터트려주지 못했다고나 할까.

영화를 보면 '저 사람은 원래 직업이 진짜 저것인 사람 아니야?' 할 정도로 배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나영은 CF 모델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이나영은 이나영이었다. 말투만 툴툴거린다고 그 인물의 인생에 대한 퉁명스러움이 표현되는 건 아니다. 그 외에도 평소 내공에 비해 좀 실망스러웠던 배우는 정영숙, 강신일이다. 모두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나지 못해 진부했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백윤식 캐릭터가 이젠 진부하듯이.

강동원은 그들에 비해 연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작품만 잘 고르면 '꽃미남'보다 '배우'로 자리잡을 수 있을 듯 하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가장 연기가 좋았던 배우는 위 사진에 나오는 김지영 씨다. 사실 영화에 나오는 '용서'라는 주제는 진부하다. 용서를 하는 이유나 캐릭터도 전형적일 수 밖에 없고...

하지만 자신의 출연 장면에서 그 장면을 오롯이 자기의 것으로 끌고 간 배우는 김지영 밖에 없었다. 그 생각을 하고 나서 다시 돌이켜보니 유일하게 눈물이 흘러내렸던 장면도 그녀와 강동원의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그것도 김지영이 이끌어주었기에 강동원의 폭발이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같은 사람은...이나영이 강동원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때, 그 자리에 역시 입회하고 있는 교도관이 신경쓰인다. 그 교도관은 과연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갈 것인가? 둘만의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 공간에서 비밀을 털어놓다니...내가 교도관이었으면 귀를 더 쫑긋거렸을 것이다. 이런 것도 영화 몰입에 방해 요소가 된다.

영화 중간에 어색한 연기 앙상블과, 노력은 했으나 노련하지 못한 연출력 때문에 영화에 반발심이 생기고 지루해졌다. 그래서 후반부에 눈물을 참으니 참아졌다. 내가 너무 삐딱해서 눈물을 참는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눈물 흘릴 일이 없는 "Mamma Mia'보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걸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정말 나를 울게 만들지 못했다.

감독이든, 배우든..누가 한 번 진정성을 좀 보여주세요.
나 좀 제대로 울어보게...

 


2006년 9월 26일






인생의 톱니 바퀴




인생에서의 노력, 운, 꿈, 횡재, 좌절....
이런 것들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늘 생각해왔다.

요즘 하는 생각은, 우리 인생 속에 몇 개의 톱니바퀴가 돌고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단순화해서 그린 것으로, 인생에는 찌그러지고 이그러져서 사실상 만날 수 없는 톱니바퀴들이 평생을 거쳐서 돌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백만 분의 일, 천만 분의 일 확률로 그림 속의 파란색으로 강조한 부분의 톱니끼리 차례로 맞아들어가는 일이 생기게 된다. 그럴 때만 우연히도 인간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순간에 대해서는 인간 행위의 선과 악은 관련이 없는 것 같고, 그냥 랜덤일 것이다. 우리들의 대부분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모두의 인생에 정말 신기한 '소원 성취'의 순간들은 있을 것이다. 그때가 바로 이 톱니들이 우연히 만날 때라고 생각한다. 울퉁불퉁하고 정형적이지 않은 톱니들이기에 다음 만나는 시간에 대한 기약은 없다.



평생을 정말 멋지고 선하게만 살던 사람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 그 사람은 그때 잠깐 누구나 쉽게 내뱉는, '아고~ 죽고 싶다' 이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때 하필이면 몇 십년 만에 톱니가 맞아들어가면서 그의 그 소원이 '운나쁘게' 이루어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평생 남에게 폐만 끼치고 살아온 악인이 어느 순간 간절히 복권 당첨을 빌었는데, 그 사람이 1등으로 당첨되었다면 그 사람은 운좋게 그 순간 톱니가 맞아들어가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톱니바퀴들이 돌고 있어서 
"도대체 왜?" "왜 하필 나에게?" 라는 생각은 소용이 없는지 모르겠다. 그냥 모든 것이 어쩌다가 생기는 일이다.


그래도 이렇게 '랜덤'에 의해 사는 것이 너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신'이 인간에게 '노력'의 의무를 지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노력하면' 톱니바퀴 사이가 좀 더 가까워지고, '애쓰면' 톱니바퀴가 시계 속 부품들처럼 정렬된 모습으로 다듬어질 수 있도록 여지를 좀 더 주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정해진 톱니가 자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나도 인생에서 좌절의 순간도 있지만, 인생에서 신기한 순간도 있었다.
몇년 전에 다녔던 회사를 그만 둘 결심을 하면서 '아, 통장 잔고가 지금의 XX원이 아니고 YY원이면 그래도 마음이 좀 더 편할 텐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는 연차도, 퇴직금도, 상여금도 없던 '작가' 생활 중이라 그런 일이 생길 가능성은 없었다. 그 생각을 하면서 당시에 쓰던 텔레뱅킹을 통해 통장 잔고를 확인해보니, 웬일로 회사에서 월급 이상의 돈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잔고가 내가 바랐던 YY원이 되어있었다. 정말 손에 꼽는, 인생에서 신기했던 순간이다. 아마 내가 '내 통장 잔고가 YY원이었으면...' 했던 순간 갑자기 그 톱니들이 만났던 것일지도 모른다.


간절히 바랐지만 안 이루어졌던 일
지나가는 말로 내뱉었는데 현실화된 일
이런 것이 모두 인생의 톱니바퀴로 설명될지도 모른다.

내가 초등학생이었다면 이 일기장 끝에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꾸준히 열심히 해서 조금이라도 더 톱니바퀴 사이를 가깝게 하고, 톱니들이 정렬하도록 만들어야겠다. 그래야 내 행운의 톱니들이 서로 만날 테니까."라고 교훈적으로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삐걱삐걱...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나의 살던 고향은


부산에 목요일부터 3박 4일 다녀왔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서울역에 도착했을 때 이제 '집이 있는 곳'에 왔구나 하는 생각,
안도감, 반가움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이 마냥 좋았던 것도 아닌데,
서울에 오니 나홀로 몸을 누일 내 방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래도 왠지 편하지가 않다.

천진에 8개월 있는 동안에 한번도 향수병을 앓지 않았던 것처럼.
서울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없었던 것처럼.
나에게는 고향이 없나보다.


내가 돌아갔을 때, 안착했을 때 비로소 맘이 편해지는 나의 고향은
 어디일까?




늦가을의 정동






중학생 때부터 시청역, 정동, 덕수궁 뒷길... 여러 번 가보았다.
하지만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의 이쪽 측면 길로는 정말 오랜 만에 가 보는 것 같다.
아니면 처음인가? 이 각도가 낯설다.


















miss u....







우리 고양이가 많이 보고 싶다.
생사를 모르게 된지 6년째.

어떤 게시판에서 '우울함을 이겨낼 때 가장 도움이 된 것이 무엇이었나요?'라는 질문의 답변 중에
의외로 '고양이'를 포함시킨 답이 많았다.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친구.

우리 고양이가 많이 그리운 거 보니
우울한가보다.
말없이 곁에 있어줄 친구가 필요.




페어필드 인 뉴욕 타임스 스퀘어Fairfield Inn & Suites New York Manhattan/Times Square



 내가 여태까지 가장 비싼 금액을 지출했던 호텔은 Sheraton Maldives Full moon Resort and spa 였다. 환율이 1달러 = 1240원을 왔다갔다 하던 2009년 가을에, 1박에 약 275달러 정도를 지불하고 3박했던 곳.



이번 여행에서 호텔 1박 비용 최고액을 경신했다. Fairfield Inn & Suites New York Manhattan/Times Square.
그런데 이 호텔이 휴양지 리조트인 것도 아니고 high-end호텔도 아니지만, 타임스 스퀘어라는 위치 때문에 어정쩡하게(?), 본의 아니게(?) 여기에서 최고 숙박비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본의 아니게'라는 것은...... 뉴욕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별생각없이 예약한 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취소 가능 기한이 이미 지났더라는 @.@

아무리 그때가 뉴욕 호텔 비용 평균이 가장 높은 9-10월의 한가운데였다지만, 비수기에는 $140에도 예약할 수 있는 city view 2double room을 두 배 훨씬 넘는 가격에 예약했으니 처음에는 아차!하고 놀랐다. 하지만 원래 숙박 후보에 있던 호텔이었고, 가격대가 비슷한 다른 호텔들이 조식 불포함인 것에 비해서 페어필드인은 3명이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호텔이었기 때문에 그냥 가기로 했다. 3인으로 예약해도 비용 증가는 없었다.
2020.3월부터 Marriott category 6 - 무료 숙박에 40,000-60,000포인트 필요.

맨해튼 내에는 페어필드 인이 8곳 있는데, 미드타운에 6곳이 있고 나머지 2곳은 차이나타운과 브루클린 브리지 근처 등 다운타운에 있다. Fairfield Inn & Suites times square는 2009년 3월에 문을 열어, 맨해튼에 있는 페어필드인 브랜드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페어필드인은 양옆에 Four points와 StayBridge 그리고 hilton계열 distrikt hotel까지 다닥다닥 붙어있는 빨간색 건물로 밤에는 건물 외부에 녹색, 파란색 등등 색색의 조명이 들어온다. 33-34층은 Sky room이라는 유명한 루프탑 바이고, 32층까지 호텔 룸이 있다. 현재 공사 중인 맨 오른쪽 Double Tree까지 2017년 2월에 개관하면 5개 호텔 브랜드가 맞붙게 된다. 이 사진에 찍힌 부분 왼쪽으로도 새로운 호텔(aliz hotel)이 있다. 맨해튼은 블록마다 3-4개 호텔은 기본이지만 한 블록에 다닥다닥 붙은 호텔 6개는 거의 최다가 아닐까 싶은데 그만큼 인기있는 위치라는 증거.

maps.google.com
 

사진 속 세 호텔의 위치가 거의 같다고 볼 때 선택의 팁을 주자면, 오른쪽으로 갈수록 배부른(?) 호텔이다^^. 포포인츠는 기본적으로 조식 미포함, 페어필드인은 조식 포함, 스테이브리지는 조식 포함 + 화,수,목 저녁에 약간의 음식과 술이 제공되고 방 안에 부엌 시설이 있다. StayBridge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님. 3인 예약을 하면 2인 때보다 $30 가까운 금액이 더 청구되고, 장기 체류자용 호텔이라 지불 비용 X 5 points만 ihg rewards에 적립된다. 다른 ihg 호텔 적립 비율의 절반. * Staybridge는 2021년부터 tba Hotel 이름으로 영업하다가, 2023년 3월에 매리엇 계열 Delta Hotels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위 사진 속 호텔 3개가 모두 매리엇 소속이 된다.


maps.google.com


Fairfield Inn의 바로 건너편이 호텔 창문에서 옥상 주차장이 내려다보이는 Port Authority Bus terminal이라서 뉴욕 주변의 3공항에서 이곳까지 모두 버스를 운행하는 지역이다. 즉, 공항에 무거운 짐가방과 함께 입출국을 하더라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접근이 수월한 호텔이라는 뜻이다.  NYC Airpoter를 이용하면 LGA까지는 $15, JFK까지는 $18(편도). 왕복으로 이용하면 JFK는 $27 밖에 안 된다. EWR에서는 $16~19. 짐이 많다면 tip이 좀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 가격은 정말 10년 전에 비해서도 그다지 오르지 않은 가격이다 @.@ 뉴저지에 위치한 아웃렛 쇼핑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도 이 호텔 위치는 적합하다.

호텔 평을 보면 버스 터미널이 바로 건너편이라 "이런 어수선한 동네 숙박에 300달러나 지불하다니!" 라고 한탄하는 후기도 있었지만, 나로서는 Port Authority Bus terminal이 추억이 많은 곳이라 괜찮았다^^.
타임즈 스퀘어 주변 지역에 모두 도보가 가능해서 지하철을 이용할 일이 없었지만, 보라색 별표 표시한 곳에 지하철 출입구가 있었다. 지하철 이용에도 매우 편한 곳. 타임스 스퀘어까지는 금방 걸어갈 수 있고, 새벽 0시에 돌아와도 큰 문제는 없었다.



24층 방의 전망. 아래쪽에 자동차들이 주차된 곳은 지면이 아니고 Port Authority Bus terminal의 옥상이다.


Marriott App을 통해 체크인을 하니, 요청한 시간에 방이 준비되었다고 알람이 왔다. 통상적인 체크인 시간 (16시)보다 훨씬 일찍 방이 준비되었지만, 맨해튼 남쪽 끝을 둘러보다 보니, 결국 늦은 오후에 호텔에 도착했다. 상냥한 직원이 신용카드 마지막 4자리를 물어보고 키 카드를 건네주었다. 내가 신용카드 뒷자리를 외우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 했는데, 그 전날 하도 여러 번 카드 번호 입력 과정을 반복했더니, 번호가 그냥 술술 나왔다. 직원이 잘 했다고 칭찬해줌;;;;;;


종이 쪽지로 끼워넣은 Fairfield Inn times Square의 amenities 참고. LL 안 가봤는데 ATM도 있었군.


One glance and we know you're elite...
마케팅 문구 중에서도 상당히 낯간지러운 문구다. 여기서의 'elite'는 우리 나라에서만 쓰는 "똑똑하고 잘 나신 분" 의 의미가 아닌, "메리어트 체인에 돈 많이 쓰신 분"이라는 것인데.... 어떻게 해도 두 영역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나에게, 원래 marriott elite 회원에게만 주는 이 키 카드를 줬다.
하지만...
이전 호텔에서도 그랬는데 여기에서도 또 키 카드가 안 읽힘. 24층에서 결국 다시 1층 로비에 갔다가 올라왔다.


Lobby at Fairfield Inn, marriott.com


로비 디자인도 맘에 들고, 아침 식사 공간도 산뜻한 편인데 어찌해서 방은 이렇게 옛날 호텔 스타일인지 모르겠다. 2009년에 개관했다는데 2000년대가 아닌, 1990년대로 돌아온 느낌.





그러나 지저분하거나 그렇지는 않고, 무난하고 단정하게 딱 떨어지는 스타일. 비좁은 부지에 34층 건물을 높이 올려,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공간 활용을 한 호텔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거의 뭐 다른 공간도 없이 곧바로 우리 방문 앞이다. 다른 방의 뷰도 궁금했다. 비용을 $23 정도 더 지불하고 city view room을 예약했는데, 방의 위치가 다른 것이 아니라 좀 더 높은 층의 방을 준다는 의미인 듯했다.




4인 숙박이 가능한 트윈룸인데, 침대 하나가 그렇게 크지 않다. 작은 체구의 4인이 잘 수 있는 방.




깨끗하게 관리된 욕실.
fairfield inn에서 제공하는 팬틴 샴푸는 평범해 보이지만 품질은 좋다. 적어도 머릿결 유지는 해주니까. 2016년 5월 리노베이션 후에는 Paul Mitchell 브랜드로 교체한 듯 한데, 이 브랜드도 샴푸가 유명하다. 








그리고 친절하게 물 2병 제공. 미국 호텔들은 물 잘 안 준다. filter pack에 든 스타벅스 커피도 두 개 제공됐는데, Decaf도 하나 포함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난 그러고 싶지 않은데 내 몸이 카페인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서 ㅠ.ㅠ




난 이 커피가 너무 좋았는데, 이 호텔 방문객에게는 별로 인기가 없는지 구깃구깃하게 구겨진 포장지에는 며칠 남지 않은 유효 기간이 써져 있었다. 사람들이 손을 안 대나봐. 하지만 이 건물 내에서는 조식 시간 등에 언제나 스타벅스 커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는 하다.





이 호텔 검색해 보면 은근 판매 완료가 되는 날도 많다. 인기 있는 호텔이어서 아침 시간에 상당히 붐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위 사진처럼 혼자 먹는 사람도 배려해놓은 공간이 있는 것이 반가웠다. 메뉴는 그럭저럭 다양한 편이었는데, 매일 먹는다면 지겹겠지만 하루 정도 아침 식사로 먹기에는 문제없는 정도의 구성.
아침 식사 시간은 주중 6:30am - 9:30 am 토,일에는 7am - 10am. 





단점도 없지만, 딱히 큰 특색도 없는 호텔. city view가 아닐 경우(낮은 층의 방) 최저가 $113.66까지 가격이 낮아지는데, 그 정도 가격일 경우에만 재방문 의사가 있음. 당일 예약했으면 숙박 요금이 좀 더 내려갔을 수도 있는 것 같은데 숙박비를 많이 써서 좀 아까웠지만....프로모션으로 1박에 5260포인트를 적립받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평상시에는 매리엇 골드 회원이더라도 50만원 이상 내고 숙박해야 받는 포인트인데....


W, Westin 등이 보이는 Starwood view(?)의 방



계속 비만 내려서 아쉬웠던 뉴욕의 셋째날. 이렇게 파란 하늘 한 번도 못 보고, 돌아가는구나.
방에서 허드슨 강도 아주 약간 보임.











*장점
- 도보로 5분 이내? 타임스 스퀘어에서 가깝다. 그리고 라커펠러 센터까지도 걸어갔다가 걸어올 만한 거리.
- 이 호텔이 위치한 40th street와 8th Ave.가 교차하는 위치에 지하철 입구가 있어서 대중 교통 이용에도 편리하다. 교통이 편하고 버스 터미널 바로 앞이라서 뉴저지 등 근교에 다녀오기에도 좋다.
- 미국 페어필드인은 예약 시 무조건 아침식사 포함. 
- 아침식사를 무조건 제공하는 호텔 중 많은 곳이 그 식사 비용 때문에, 2인 예약에 비해 3인 숙박을 예약하면 추가 금액을 받는데, 이곳은 그런 게 없다. 일행이 3-4인 정도일 경우 이용하면 좋다. (4인 예약을 비용 추가 없이 받아주기는 하지만, 트윈 침대 크기가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더 작다. 자녀 동반...정도일 때 유용할 것이다.)



*단점
- 사람에 따라서 New York State Division of Parole(가석방) probation office와 버스 터미널 바로 옆이라는 위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 로비까지도 다 좋은데, 방에 올라오면 가구든, 카페트든 1990년대로 돌아온 듯한 느낌. 


(추가)
개관 7년만인 2016년 2월 말부터 5월까지 카페트를 포함한 리노베이션을 했고 그 뒤엔 환경이 좀 더 나아졌다. TV를 예전보다 큰 것으로 바꾸었으나 기본 가구 교체는 하지 않아서, 여전히 살짝 촌스럽긴 하다.


www.marriott.com 2016년 리노베이션 이후의 방 내부

사각형 여러 개가 겹쳐진 그림의 저 쿠션은 미국의 새로 지은 페어필드인에는 거의 있는 듯.



15.10.20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