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 constructions



바로 앞 강변에는 서울에서도 비싼 축에 속하는 아파트들이 있는 곳이지만, 마을버스를 타고 3분만 올라오면 거의 산동네 느낌 낡은 동네가 있었다. 예전에 이 언덕 중간 아파트에 친구집이 있었기에 한 번 지나가봤었다.

오랜만에 이 동네에 와보니, 이제 그 낡은 집들도 밀어버리고 언덕 거의 꼭대기에 아파트 짓기 시작. 예전 내 친구집도 언덕이 가파르다 생각했는데 그보다도 더 올라오는구나.




한 2년쯤 뒤에 우연히 여기에 다시 올 일이 있다면
공사중인 이 아파트가 빼곡하게 올라가서 저쪽 산과 하늘이 보이지 않겠지? 

서울엔 아파트가 이렇게나 많은데도 계속 또 지어야 하는구나





집안일



내가 그나마 좋아하는 집안일은 빨래이고, 
제일 싫어하는 것은 요리.

언젠가부터 저녁식사 준비가 내 몫이 되었는데
(얹혀사는데 당연한 거지만)

요리(라고 해봤자 밀키트 뜯어서 몇 분 볶고 끓이고 하는 게 최선이지만)의 모든 과정을 싫어하기 때문에, 아예 집에서 하는 식사에 대한 식욕을 모두 잃었다. 밥 먹는 행위 자체에 행복이 하나도 없다. 

생전 한번도 살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음식 장만하는 자의 괴로움을 모르는 언니의 반찬 투정과 음식 맛 지적까지...😔 
설거지도 너무 싫고. 

그래서 그냥 밥 먹는 게 괴로움이 되었다. 
어쩔 땐 눈을 뜨자마자 밥 준비 생각에 괴롭다.

반찬이 많이 만들어야 제대로 식사가 되고, 덩달아 설거지 그릇까지 많이 나오는 한식은 아예 정이 떨어져 요즘 웬만한 한식은 땡기지도 않는다. 외국에 잠깐 살아본 결과 국물있는 음식을 그리워한다는 걸 깨닫고 역시 한국인이구나 싶긴 했지만 그것도 샤브샤브나 우동을 좀 더 그리워했다.



이걸 평생 해오신 한국의 어머니들은 대단하다. "여자들" 일이라고 누구 하나 부엌일 도와주지 않는 환경 속에서. 



의문의 조합



고추장 붉은 양념이 묻은 스타이로폼 1회용 그릇은 재활용 쓰레기장에 버리면 안되는데, 대신 햇볕에 내놓으면 붉은 자국이 사라지고 새하얗게 된다. 

그래서 어제밤에 거실 창밖 에어컨 실외기 위에 내놓고 (오전에 햇빛 받으라고)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가 아파트 단지 감나무, 대추나무 아래에서 주워온 감이랑 대추를 넣어 무게로 눌러둠.

그런데... 새벽에 비가 많이 옴. 
스타이로폼 그릇의 상태는???




으잉?
빗물 색깔이 왜??




실외기 위에 채송화 화분이 있는데... 채송화 꽃잎 색깔이 이렇게 진한 걸까??


감 대추 과일 펀치처럼 되어버렸네 🤗


fifty shades of skyblue









실제 눈앞에 보이는 색감과는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찍고 보니 보라색 하늘 💜









뭘 했지?



코로나 이후로 친구들을 아주 가끔, 아주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데
작년에는 그래도 내가 이런저런 일을 겪어서 할 말이 아주 많았었다.
또한 한편으로는 '내 한 해도 망했지만 어차피 전세계적으로 2020년 계획대로 잘 보낸 사람 있나??. 다 망했지. 다들 망한 데에 나도 얹혀가네...'라고 나름의 위안(?)도 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친구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라고 물어도
대답할 말이 없다.
게다가 불안불안한 와중에도 다들 어느 정도 계획대로 활동을 개시했는데 나는 여전히 망했다.

할 말이 없네.



杨烁— 《吻你之时别再躲》 欢乐颂2




노래를 부르는 아저씨는 너무 느끼하고 머리며 옷까지 이상하지만 
(유투브 댓글을 보면 "잠옷 입고 나온 건가요? 이런 류의 글이 있음🤭)
애절하게 노래하는 기술은 있다.


그리고 여러 번 번역기를 돌려 보고, 한글 자막을 참고해도
가사에는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두운과 각운을 맞추어 쓰려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잔잔한 곡.




드라마에 잠시 쓰이는 곡이라 너무 짧아서 듣기에 아쉽다.
위의 버전은 그나마 무대에서 부르기 위해 가사 반복을 한 번 더해서 3분.
원곡은 2분 20초 정도.

악기 하나 + 특유의 본인 음색만으로 승부를 보는 노래 (Shakira의 La Despedida 같은) 중에,
익숙한 한국 가수 누군가는 어떻게 소화할지 그 노래를 부르는 걸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노래들이 있다. 위 노래도 거기에 속한다.


"酒喝干再走 不留給以後"

술잔은 다 비우고 가
다음으로 남기지 마


반영

 

예전 톈진에서 사진 찍었을 때 

하이허 강물에 건물이 그대로 반사되어 거울처럼 찍힌 타인들의 사진들을 보고

언제 찍으면 그런 사진을 얻을 수 있는지 궁금했었다. (난 왜 그런 사진이 없지??)





오늘, 감상적인 노래를 들으면서 추억에 빠져 예전 여행 사진첩을 다시 들춰보니

나에게도 그런 사진이 두어 장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냥 강물 잔잔할 때 찍으면 나오는 사진인가보다.




내가 이렇게 건물이 강물에 비친 사진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고, 이 사진을 한번도 확대해서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없었는데, 화면을 키워서 보니 Astor hotel이 찍혀있었다. 맨왼쪽 허연 건물이 Astor Hotel(1863)로, 중국에 세워진 최초의 서양식 호텔 중의 하나인 유서깊은 곳이다. (사진의 건물은 신관, 옛건물은 이 건물 뒷편에서 볼 수 있다.) 2019년에 방문하니 여기 주변 건물은 모두 새로 세워져서 낯설었지만 이 호텔만은 내가 중국에 살았던 2004년에도 인지하고 있었던 곳이었다. 중국 最古의 호텔이라는 사실은 그때에도 유명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초반 St.Regis, Ritz Carlton이 톈진에 상륙하기 전... Astor hotel은 2010년부터 starwood의 a Luxury Collection Hotel에 속해서 톈진에서 가장 가격대가 높은 호텔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2018년부터는 해외브랜드 계약을 종료하고 고유의 이름으로만 영업하고 있고, 이제 톈진에도 Four Seasons, Conrad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예전만큼의 독점적인 명성은 없다.




중압감



캘린더 그랜드 슬램에 도전했던 조코비치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덩달아 만감이 교차한다. 
Non-조코비치 팬이라면 지긋지긋했을, 그의 결승전 무적 모드...그것과 완전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대업 도전 실패.

그가 그랜드 슬램 21회 우승을 하지 않길 바랐던 것은, 내가 10여 년 넘게 '아들 키우는 심정'으로 응원해온 나달 때문인 것도 있겠으나 어느 정도 내 인생의 투영인지도 모르겠다. 

나달 본인은 "역대 최고"선수로 남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으나 나로서는 2등은 싫었다. 고등학교 때 두어 번 단 1점 차이로 2등을 했던 기억, 결국 진학한 2등 학교. 노력을 크게 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으나... 그게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도 만년 2인자 삶을 살다가 1등도 눈앞에 보였는데, 좀 괜찮아질만 하니까 갑자기 추월을 당해 다시 2인자로 남게 된 상황이 그래서 더욱 더 싫었다. 사실 이미 거의 모든 지표에서 조코비치가 앞서지만, 그래도 나달이 먼저 한 번은 역대 1등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났나 보다. 대리 만족.


이번 us open에서도 결승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조코비치의 우세를 점쳤다. 물론 결승까지 무적모드로 올라온 메드베데프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지만 조코비치가 너무나 갈망해온 목표라는 점, 그걸 이루기 위해 뭐라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 메이저 5세트에서의 그의 강인함 등등이 조코비치의 승리를 점치게 만들었다. 

나도 반쯤은 마음을 내려놓은 상황이었지만, 메드베데프의 경기를 몇 개 보고 조코비치의 들쭉날쭉 경기 스코어를 보고 나니... 메드베데프가 우세하겠다 싶기도 했다. 이런 건 경기 전에 써뒀어야... :) 

결정적으로 이번에 조코비치의 심리 상태나 몸 상태가 저번 롤랑 가로스 4강전의 나달의 그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결국 "그때 나달 = 이번 조코비치"가 될 것 같았다.

나는 나달이 2020년 롤랑 가로스의 압도적인 우승 기억과 2021 대회 직전 로마오픈에서의 선전으로 상당히 자신감있게 롤랑 가로스에 임할 줄 알았었는데... 끝나고 보니 그가 상당한 압박감으로 고생한 대회였다는 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당시 4강전을 앞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나달의 우세를 점쳤었다는 것도 이번 us open의 조코비치와 비슷했다.

롤랑 준결승 때 대부분이 나달의 우세를 점쳤으나, 롤랑에서는 가진 게 더 많은 나달이 더 허둥댔고(狼狽;;😨) 결국 조코비치가 승리했듯이... 이번에도 다들 조코비치의 우세를 점쳤지만 너무 거대한 역사에 도전하는 조코비치가 중압감으로 오히려 더 약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그것은 현실화되었고, 특히나 준결승에서 더 고생하고 올라온 조코비치가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헤매기 시작... 결승전은 짧게 끝이 났다. 


내가 왔다갔다하는 수많은 넥젠 중에서 "하~ 이놈 봐라?" 하는 식으로 메드베데프의 존재를 제대로 인지하게 된 것이 2019년 바로 그 '조코비치'와의 호주오픈 16강전인데... 
만 22세 당시에도 조코비치의 공을 끝없이 받아넘기는 기술만은 가지고 있어서 질 시몽의 후예가 나온 줄 알았었다. 하지만 그해 북미시즌부터 연말까지 메드베데프는 질 시몽의 후예 정도가 아님을 보여줬고, 하드코트 슬램에서 조코비치를 잡는다면 메드베데프 밖에 없겠군...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메드베데프는 올해초 2021년 호주오픈 결승전에서 너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결승까지 모든 상대자들을 무력하게 만들면서 신들린 모습으로 올라온 것은 알겠는데... 막상 결승에서 조코비치에게 스코어가 밀리자 화를 내고 공을 막 쳐버리면서 1시간 50분여만에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니, 저게 세계 최강자를 대하는 모습인가? 애초에 스코어가 밀릴 거라는 가정을 하고 어떻게 뒤집을지 전략을 세워서 올라왔어야지, 스코어가 밀리니까 대책이 사라져버리는 저 경기 운영은 뭐지?!?' 

그래서 메이저 대회에서는 메드베데프에 대해 큰 기대를 버렸었는데, 본인도 그때부터 얼마나 절치부심을 했는지...이번에는 완벽한 경기 준비를 해서 나왔다. 패배를 눈앞에 두고 관중의 격려와 환호에 눈물을 쏟아낸 조코비치를 보며 짠한 마음이 들기도... 그저 관중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년 1월, 이들의 도전은 다시 시작될 것이지만...
나달 팬으로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이제 20대 중반에 들어서는 후배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하고, 나달은 신체가 쇠퇴기라...

그래도 한 번은 1등 하는 거 보고 싶어. 지금은 메이저 우승 횟수로는 공동 1등이지만 다른 지표에서 밀려서 나달이 1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한 장면으로 관계 설명하기



느낌 좋았던 电视剧 한 장면.

10년 된 오랜 연인. 상하이에서 같은 업계에 근무하던 사제같은 관계였고, 회사에서 치열히 경쟁하면서도 서로를 무척 챙기지만 둘다 뭔가가 있어 결혼으로 가진 못하는 중. 




28. "꽤 괜찮은 와인이네"



여자는 미래를 위해 홍콩으로 파견을 나가고
어느 정도 소원해졌던 사이지만 남자는 어느날 예고없이 홍콩으로 찾아온다.


앞장면은 홍콩의 멋진 야경을 배경 삼아
야외 바에서 두 남녀가 회포를 풀며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는데 
다음 장면은 설명 하나 없이, 어느덧 밝아진 바를 비추면서 끝난다.





대사 하나없이, 한 장면으로 그들의 관계를 잘 설명하는 좋은 연출이라고 생각했다. 
밤새도록 이야기해도 끊이지 않을 화제와 오랜 인연.

물론 결말은 모를 일이지만...



코로나로 서로 몸을 사리다 못 만나고 있는 친구도 많고...
대부분의 친구가 자녀를 키우는지라, 이야기하다가도 애들 하원 시간 하교 시간에 맞춰 일어나야 해서 만남의 시간도 짧고...

밤새워 이야기해도 좋을, 그런 친구를 코로나없이 마음 편하게 만나고 싶다.
저 장면이 좋았던 것은 
지금 나의 그런 희망도 숨어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고양이가 다녀온 곳?



작년 11월에 처음 봤을 때부터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던 동네 냥이인데
다음해 여름이 되도록 한 번도 안 보이다가 갑자기 다시 나타났다.




 



그동안 어디를 다녀온 것일까 생각해보니...

짐작 가는 곳 중의 하나는 (물론 7개월이 걸리진 않았더라도)...

중성화 수술 받고 왔구만. 




작년에 찍은 ⬆️위 사진을 보면 뒷모습에서는 왼쪽 귀 = 고양이 얼굴에서 보면 오른쪽 귀가 뾰족한데,


 




이번 여름 사진을 보면 확실히 귀 한 부분에 중성화 수술 표식이 있다.

이 고양이는 참 묘한 게 어느 날은 엄청 친하게 졸졸 따라오지만
어떤 날은 또 다가가면 움찔 한다. 
손을 내밀면 거기에도 움찔 하는데, 정작 본인은 (본냥은??) 내 다리를 휘감으며 졸졸 따라온다. 어쩌란 말인지... 😁

그런데 간격을 계속 가까이 유지하면 수십 미터도 따라오는데
내가 좀 빠르게 움직여서 간격이 벌어지면 또 굳이 따라오지는 않는다.
다리에 비비는 건, 자기 체취를 묻히려는 행동이라고 하는데 저 고양이는 동네 3마리 중에 그 분야에선 가장 적극적이다. 다른 고양이와의 사이에도 끼어든다. 


(동영상)





아무튼... 인간에게 붙잡혀 공포의 수술을 당했을 테니
인간을 좀 믿지 않을 수도 있지.



survivor



8년 전 찍은 사진이랑 비슷한 자세 각도의 사진을 드디어 얻게 되어
(사람을 무척 피해서 사진을 찍기 어렵다)

무늬 대조로 동일 고양이임이 '거의' 확인된 아파트 고양이






8년 전에는 새삼 애기애기한 고양이였구나 싶고,
같은 자리에 8년 이상 머무른 걸 보면 사람들이 그래도 보살펴준 건데... 진돗개만큼이나 특정한 사람에게만 충성하는 고양이인가 싶다.

오른쪽 사진을 찍기 전에 수위아저씨가 ㅁㅁ야~~ ㅁㅁ야~~ 라고 부르는 소리를 얼핏 들은 걸로 봐서는 수위아저씨랑도 친한 듯?



사실 이만큼 거리에서 찍은 뒤 확대한 것이다. 내가 더 다가가면 도망갈 테니...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동네 고양이가 3마리나 있는데, 쟤는 정말 피하기만 해. 



늘 다리에 착착 감겨 걷지 못하게 하는 다른 턱시도냥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