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침대를 바꾸고, 책상을 바꾸고
방 안 가구들의 배치를 이리저리 바꾼 끝에 서랍통 하나가 우두커니 남았다.




자주 열어보던 맨 첫 칸 외에는 사실상 쓰레기들로 가득한데(남들 눈에는 진짜 쓰레기)
몇 년 동안 들여다보지도 않던 것들인데도 막상 버리려 하면 다 소중하다. 

이젠 어디 가서 남부럽지 않을 정도 나이가 되었기에
(어릴 땐 분명히 중년 여성이라고 생각했을 나이에 내가 도달하다니...)
생각보다 가지가지 경험들이 남아있었다.

오랜 만에 일기장을 열었더니
학과 교류전에서 단 하루 보고... 그 뒤로 "나우누리" 채팅을 하던 게 전부였던 다른 학교 후배가 군 입대 전날 안부 연락이 왔다고 써 있었다. 

그 정도로 친했었나?!?!

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하지만, 그런 기록들도 참 소중하다.

저 서랍통을 반드시 비워서 방 밖으로 끌어내리라 생각중이지만
매우 요상한 추억들이 담겨 있어서 또 못 버리겠다.

서태지와 아이들, 신성우, 심지어 허재(!)의 사진이 들어가 있는 책받침도 발견했다. 내가 이들의 팬이었던 것은 아니고, 판촉용으로 학교 앞에서 나눠주던 그 책받침들 ㅎㅎㅎ
피식 웃음이 났다.





지갑 속에 돈도 들어있는데 이걸 어떻게 버리지? 😝🤑🤗


미니멀리스트는 대체 어떻게 될 수 있는 거야...



감동






 

제대로 못 가르친 죄로(??) 한국어 대화가 여전히 안 되는 제자도 있지만

한국어를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게 하려고, 내가 한 명 한 명 이름 다 외우고 신경쓰려 노력했던 것에 대한 보상인지

요즘 헤어진 지 10년 넘은 제자에게서 연락이 종종 온다.






그 중 한 명과 메신저를 하다가 나에게 남긴 말을, 번역기를 이용해 의미를 파악했다.
둘째줄은 다 해석이 가능한데, 첫째줄 단어 몇 개를 모르겠다.

해석을 마치곤...
뭉클하게 감동했다.


자랑하고 싶지만 자랑할 곳이 없어, 여기에 남긴다.




I am lucky





"Just accept. I never considered myself unlucky person at all. Doesn’t matter the injuries that I had. I think I am very lucky person."





 


다른 선수 팬들은 배부른 소리한다 그럴지 모르겠지만...

라파 나달의 호주오픈 2회 우승 도전은 또 실패로 돌아갔다.


삭막한 욕설이 난무하는 테니스 포럼같은 곳에는 더이상 가지 않고

주로 트위터에서만 테니스 정보를 얻는데, 내가 보는 요즘의 열혈 나달팬 트위터러 중에는

나달의 2009년 호주 오픈 우승을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주로 2010년대 이후로 팬이 된 사람들이 트위터를 하는 것 같다.

다들 그뒤로 준우승 4번의 쓰디쓴 기억들 뿐.


2021년, 선수 나이가 많아져 조금 더 조바심이 나는 이때에

또다시 거창한 목표가 무위로 돌아가고 나니,

2009년 호주 오픈 결승전을 콜롬보의 호텔 펍에 앉아서 혼자 지켜본 게 정말 잘한 일 같다.


당시 나는 티비와 인터넷 없는 집에서 살고 있었고, 테니스 경기를 보려면 호텔 펍으로 가야 했다.

3번 정도 테니스 결승전을 본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도 같이 볼 친구를 찾지 못해 혼자 본 것은 그 호주오픈이 유일했다.


테니스 결승전은 우천 연기의 특수 경우를 제외하고는 늘 일요일 오후에 시작하는데(2020년부로, 롤랑 가로스에까지 지붕이 설치되면서 이제 우천 연기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짐)

내 기억으론....토요일 밤을 불태운 숙취로 인해 골골대면서 혼자 호텔 펍을 찾았다.

일요일 늦은 오후인 탓에, 펍에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때쯤이면 다들 월요병이 시작될 시기인지라...


혼자 앉아서 핫쵸코..아마도 샌드위치?? 이런 거나 시키서 먹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보통은 맥주와 함께 테니스 경기를 보지만, 숙취 때문에.

경기가 5세트까지 길어지면서, 샐러드 같은 것을 한 번 더 주문했고 아마 그때쯤엔 정말 펍에 나밖에 없었을 거다.


그래도 홀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숙소로 돌아왔던 듯.

잡힐듯 잡힐듯 호주 오픈 우승이 12년째 잡히지 않으니... 2009년의 그 경험이 더 귀해졌다. 


그리고, 요즘 하드코트에서는 여실히 젊은 선수들에 밀리는 것을 보면서

2019년 US오픈 우승도 더 소중해졌다. 당시에 집에 홀로 있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혼자 실제로 펄쩍펄쩍 뛰면서 (당시 우리집 아래층은 비어있었다.) 응원했었고 3세트로 끝날 것 같았던 경기가 5세트까지 늘어지면서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오늘도 3세트에서 끝날 것 같았는데, 결국은 젊은 선수에게 밀려 역전패하는 것을 보면서

2019년 우승이 얼마나 소중했던 건지 더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우승으로 너무 많은 안도감을 얻게 되었던 것도 새삼 더 감사하다.


경쟁심을 갖지 말아야지, 그냥 테니스를 즐겨야지 하면서 마음을 누르면서도

끝내 아쉬웠던 것들이 손에 잡혔던 날들...




  

의식





본인의 결점은 보통 본인이 먼저 의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전에도 블로그에 쓴 적이 있는데, 나의 뒷머리 왼쪽에 가마가 있고 머리숱이 적어서 잘 드러나 보인다. 머리를 묶을 때는 빗으로 정리를 잘 해주지만, 결국은 울퉁불퉁 머리가 삐져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뒷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면 가장 먼저 그 가마 부분을 확인하곤 한다. 

이 사진도 삐져나왔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안 볼 텐데, 본인만 확인하는 본인의 결점.




장단점이 명확한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홍대 Holiday Inn Express Seoul Hongdae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5번 출구로 나와서 오른쪽으로 돌면, 금방 입구를 만날 수 있는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홍대.

홀리데이인(보통 정식 레스토랑이 호텔 내에 함께 있다  ☆☆☆☆)보다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는 하위 브랜드(☆☆☆)이지만, 대신 세계 어딜 가나 간소한 뷔페 조식을 제공한다. 

외국인 유동인구가 많은 (많았던 ㅠ) 홍대입구라는 입지-공항철도 초근접 등등 장점이 많아서인지, IHG 소속 중에선 bathrobe도 제공하지 않는 하위 브랜드에 속하는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홍대의 숙박료가 극성수기 1박에 20여만 원대인 것을 본 적도 있다. 하지만 해외 관광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현재 상황에서 가격대가 상당히 내려간 덕에, 설 연휴 휴식을 위해 찾게 됐다.




20m² 정도 넓이의 수피리어룸.
생각보다 좁은 느낌은 없었다.

7층 로비에서부터 아트리움처럼 건물 가운데 부분이 비어있고
그 주위를 빙 둘러서 4면에 객실이 있는 구조라서 
방향에 따라 침대, 책상, 냉장고 등의 배치가 방마다 모두 다른 게 특색. 내 방의 특징은... 대부분의 다른 방 사진에서 보이던 주황색 소파가 보이지 않고 자그마한 파란 스툴만 있었다는 거.

건물 내부를 향해 창문이 나 있는, 즉 창문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방도 있던데
이런 방은 '스탠더드룸' 이런 표현 대신에 창문 유무를 표기해서 판매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20m²  넓이의 방에서 생각보다 길다는 느낌마저 주던 복도(?). 거울이 크고 많아서 외출 준비할 때 좋다. 그래서 방이 답답한 느낌이 덜했는지도. 




화장실도 깨끗 깔끔.
칫솔은 제공되지만 샴푸 샤워젤 등이 붙박이형이라서, 예민한 사람은 본인 것을 챙겨다녀야 한다.




옷걸이가 꽤나 여러 게 준비되어 있고
그외 커피나 티백 등등 무난.
일회용 슬리퍼도 제공된다. 
예전 성수기에 20여만 원대를 내고 숙박하기엔 평범한 시설이었겠지만, 요즘 가격대로는 불평할 게 전혀 없는 훌륭한 시설.




침대 옆에 각종 충전 케이블도 구비. 세심함.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수원에서도 이렇게 모두 준비된 걸 볼 수 있었다.




무선 충전기를 겸한 스탠드가 올려져 있는 작은 책상도 있어서 일 하기에도 좋지만, 탁자 구조가 없어서 뭔가를 먹을 때는 불편하다. 특히 두 명 이상이 방문시에는.




현재 조식 뷔페 대신에, 도시락을 제공하는데
왔다갔다 하며 음식을 먹는 것을 귀찮아하는 나의 특성상 이게 훨씬 더 좋았다. 위 사진 + 과일 주스 2개 = 2인을 위한 구성인데, 아주 맛있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배불러서 놀람. 작은 체구의 여성에게는 그래도 든든한 식사. 7층 식당에서 도시락을 가져오면서 커피도 같이 가져올 수 있음. 
(2021년 6월 이후 조식 뷔페 재개)



* 장점

- 무조건 조식을 제공하는 호텔 브랜드. 여행 경비 절약에 좋다.
(조식 불포함 요금을 판매하는 한국 여행 사이트가 있을 수 있으나 전세계적으로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는 조식 포함이라고 보면 된다)

- 그냥 생각하기에도 위치가 좋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 머물러보니, 공항철도가 통과하는 홍대입구역 근처라는 장점은 상당했다. AK mall위에 지어져 있기 때문에 (호텔과는 5층에서 연결) 날씨와 상관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쇼핑을 즐길 수도 있고 5층 식당가에서 식사할 수도 있다.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호텔 입구에 CU 편의점도 이용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 특히 "환장"한다는, 밤새워 노는 한국 문화 - 이걸 체험하기에 홍대보다 좋은 위치는 없으나 현재는 전세계 어디나 그렇듯이 좀 침체된 상태. 언젠가 이 전염병이 사라진다면, 이 호텔은 다시 관광객이 북적이는 인기있는 호텔이 될 것이다. 주위에 각종식당도 엄청 많고 쇼핑에도 편하다.

- (코로나 이후 투숙객이 줄어) IHG 회원에게 체크아웃 시간 연장 잘 해줌, 가보지는 못했으나 16층에 세탁/건조기 시설도 보유. 엘리베이터 안 상자에 키 카드를 반납하는 것만으로 간편하게 체크아웃 가능.



* 단점



- 침대 한쪽 편에는 조명 스위치 외에 파워아웃렛 등은 없어서 이쪽에서 자는 사람은 충전하기가 좀 불편할 수도....

- 건물 내 주차 불가

- 호텔 등급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냉장고가 작아서 부피가 있는 음식 보관은 어렵다. 

- 방음이 너무 안됨.
옆방에서 키득크득 웃는 소리가 새벽 내내 계속 들렸다. 대화 소리는 안 들리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이어폰을 착용한 채로 웃기는 동영상을 보는 중이 아닌가 했는데...야행성 옆방 사람을 만나면 수면 방해를 받는다. 어두운 밤에 잠을 청하는 가운데 옆에서 계속 들리는 큭큭큭 소리의 기괴함이라니...
옆방 화장실에서 물 쓰는 소리 등도 당연히 크게 들린다. 홍대 거리 소음도 물론 있고. 
소음으로 고생한 후기를 많이 보았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투숙률이 그리 높지 않은 듯한데, 취약한 방음으로 악명 높은 것을 호텔 측도 '당연히' 알 것 같은데도 투숙객을 다닥다닥 붙여 배치한 게 맘에 안들었다. 아마도 청소하시는 분의 편의를 위해 특정 구역에 몰았다는 느낌이 있지만, 투숙률이 높지 않은 날에는 투숙객의 방을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배정해서 조용한 숙박을 가능케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이틀 숙박했는데 이틀 모두 묘하게도 아침이 되면 무슨 '굳어있던 건물이 기지개라도 켜는 듯이(?)' 방안 여기저기서 딱! 툭! 딱! 소리가 났다. 인간이 관절 꺾을 때 소리가 나듯이 🤪 건물 자체가 관절 꺾는 느낌? 이건 굳이 호텔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무슨 소리인지 궁금.


2018년 9월 개관해서 시설도 아직 새것 같고, 위치도 너무 좋았지만 
작게 만든 방에서 여기저기 울려 퍼지는 소음이란 한계도 명확했던 호텔.
그저 방 배정 운이 좋아야 한다. 🤞
저렴한 가격에 조식까지 제공되어 기회가 있다면 다시 숙박할 의향도 물론 있는 곳이지만, 방을 바꾸기도 귀찮은 새벽에 들려오는 옆방의 소리가 없었으면 훨씬 좋게 기억되었을 호텔. (사실 잘 바꿔주지도 않는다고 한다.)






*** 아래에 Holiday Inn 태그를 클릭하면 국내의 다른 홀리데이인 후기와 비교할 수 있어요 :) ↓




기억의 조작



24시간 무한 재방 프로그램에서 찰나의 순간에
전설의 엔딩 장면을 10여 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

나의 기억이나, 사람들이 종종 인용하는 말이나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잠시' 였다. (물론 '잠시'로 제대로 기억하고 쓰는 사람들도 있다.) 
너무 신기해서 다시 찾아봤는데 '이대로'라는 대사는 나오지 않는다.


90%는 잘못 인용되어 쓰이는, "라면 먹고 갈래요?" 같은 거였구만.
영화 속 원래 대사는 "라면 먹을래요?" 이다.


안도



나의 영어는 중학교 입학한 뒤 
학교 수업 외에 전혀 다른 곳에서 배워본 적 없고
오직 자습으로만 익힌 영어라서 늘 많은 한계를 발견하곤 한다.

내가 영어를 잘 할 거라는 편견(?!)들이 있어서 고생하는데,
그것 때문에 영어로 하는 작은 행사 진행을 두 번 맡은 적이 있다.

여러 실수들이 기억나지만
지금 하나 떠오르는 것은 "다음 발표자는 누구누구입니다" 하고 소개할 때 "next presenter..." 라고 했다는 사실이다. 🙈

한국인들이 많이 하는 실수라고 하는데,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사람이 프리젠터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프리젠터는 시상식 같은 데에서 상을 주러 나오는 사람 같은 거고, 발표자는 next speaker ... 면 된다고 한다.

다행히 그 행사에 영어권 화자보다는 중국어권 화자가 더 많아서 그들도 똑같이 아시아식으로 영어를 받아들인다면 이상하게 생각 안 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발표자 소개를 여러 번 했다는 생각에 많이 부끄럽다.


반대로, 나중에 내가 쓴 게 맞아서 안도한 영어 표현도 있다.

어린 시절을 영어권 국가에서 보낸 친구의 소셜미디어 답글에다가 내가 어떤 드라마 얘기를 하면서 "왜 그 두 남녀는 let's give it a shot 안 해보고 서로 그냥 물러난 걸까?" 이런 식으로 쓴 적이 있었다. 

그 친구의 반응이 미적지근해서 그 뒤로 한참 동안 '그런 용례가 아닌데 내가 잘못 썼나? 한국어를 어설프게 배운 외국인이 한국어 잘 쓰는 척 하려고 숙어/속담 같은 거 괜히 많이 쓰면 오히려 우스워보이듯이, 나도 그랬을까?' 하고 한참 고민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프렌즈 클립을 하나 보게 되었다.




아, 남녀 사이에 우리 한 번 시작해보자, 사귀어보자 할 때 이 표현을 쓸 수도 있는 게 맞구나... 하고 안도했다.



완전 추운 날



우연히 최저기온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됐다.




2011년, 2012년, 2016년 1월....
그때 나는 뭐하고 있었을까 싶어서 옛 다이어리를 찾아보니, 날씨에 대한 서술이 모두 있다. 엄청 추운 날이라고. 
못 찾을 줄 알았는데.

요즘에는 날씨에 대해 잘 쓰지 않는데
예전에는 날씨가 중요했나보다.
☃️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