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림
니가 있어 다행이야
broke the spell
갑자기 생각 난 일화.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도 각종 루틴으로 유명하지만
팬인 나도 집에서 경기를 혼자 볼 때는 별별 짓을 다 한다. ☺
예전에 가족들이 모두 여행을 떠나고 집에서 혼자 5시간 가까이 나달 US OPEN 결승전을 봤을 때에는 초조함을 잊기 위해?!?! 매 세트마다 원피스를 한 벌씩 갈아입었다. 여름 원피스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 기분을 좋게 하는 옷을 입고 있으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 경기에서 나달이 우승을 했기 때문에, 그 후에도 종종 나달 경기가 안 풀리면 내가 좋아하는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경기를 보곤 했다. 😆 효과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한 번은 나달과 같이 고생을 하겠다는 (??) 해괴한 논리로 꽉 끼는 옷을 입었는데, 그 때는 잘 안 풀렸다. 쳇! 이건 이제 경기 볼 때는 안 입을 거다.
나달의 경기를 직접 보겠다며 호기롭게 파리에 갔다가 구해놓은 표가 모두 엇갈리면서 파리 도착 9일째에야 처음으로 나달 경기를 직관하게 된 날, 경기가 없던 전날에 "그 꽉 끼는" 옷을 입고 있었지만 경기일에 숙박하게 될 호텔에 체크인을 하게 되면 갈아입을 생각으로 일단 그 옷을 입고 테니스 대회장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 중의 하나였던 그날의 호텔로 갔다.
하지만... 테니스 대회장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손님이 몰린 그 호텔은 난장판이었고 얼리 체크인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짐만 맡긴 채 입고 온 옷 그대로 경기를 보러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게 아닌데...' 싶긴 했다.
무엇을 입고 왔는지도 잊고 본 경기 1세트는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었고, 1세트 마지막 나달의 대역전극에 박수를 하도 쳐서 세트 종료 후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였다. 하지만 2세트 막판, 상대 선수의 부상으로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상대는 기권했지만 어쨌든 나달의 승리. 경기를 끝내진 못했지만 어차피 스코어상으로도 나달이 앞서고 있었다.
몰려드는 인파를 전혀 감당하지 못하는 호텔 탓에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아침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강제로 경기를 관람한 결과, 특정한 옷에 대한 '기피'는 이제 사라지게 되었다. 😉 하지만 사실 그날 너무너무 어렵게 이겼기 때문에 그 옷의 '저주'는 힘을 발휘하고 있긴 했나보다.
ㅋㅋㅋㅋ
내가 아닌 남이, 이렇게 입는 옷까지 집착하며 경기를 본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그 사람을 비웃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하니 안 웃긴다.
28주 후...
지난 6월 파리에서의 마지막 하루.
미술관을 향해 가는 지하철 안에서 마침내 '낭만의 도시 -파리' 를 느꼈다.
그전까지는 낭만의 도시라더니 대체 어디에서 낭만을 느껴야 하는 건지 모르겠던... ㅎㅎㅎ
(사실 찾아가 보니 정기 휴관일이었던) 오르세 미술관 근처의 역으로 향하던 지하철에 악기 연주자가 탔다. 차분한 음악 소리를 들으면서, 서울과는 다르게 창문을 열고 달리는 파리 지하철 밖으로 보이는 시커먼 지하 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바람을 맞으며 '아, 이런 게 낭만인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내리기 직전에 동영상 카메라를 켰다.
이게 바로 '여행객으로서 느끼는' 낭만이겠지. 파리 시민들은 너무 흔한 일이라 아무 생각이 없겠지만, 서울 지하철에는 뭔가 상업적 목적으로 타는 사람들만 녹음된 음악을 트는 곳인데, 그마저도 요즘은 거의 없어졌다.
사실 테니스 대회가 끝나고 파리에 하루 더 체류했는데 별 의미가 없는 시간을 보내서 호텔 비용과 시간만 날린 것 같기도 했지만, 바로 이 순간 하나로 그 하루가 이상할 정도로 의미있게 됐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 곡의 제목은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짧게 촬영을 해뒀지만 주위 잡음이 너무 많아서 '소리듣기' 로 검색을 해봐도 제목이 검색되어 나오지 않았다.
들어본 적이 있는 곡이니, 어디선가 다시 들려오면 그때는 제목을 알 수 있겠지...했다.
그렇게 28주가 지나고...TV에서 나오던 남자 두 명의 여행 프로그램 배경으로 드디어 이 음악이 들렸다. 드디어 찾아냈다. I'm not the only one.
반전은...
' 아, 이런 게 낭만인가' 했던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가사 내용은 무척이나 아픈 내용이었다. 물론 내가 지하철에서 들은 것은 아마도 '오보에??'로 연주한 버전이라 가사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아본 가사 내용은 낭만과는 거리가 먼,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들으면 거의 펑펑 울 것 같은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이 곡은 TV 광고로 인지도를 얻었다고 하는데 이제 곡의 제목을 알고 나서 그 광고를 다시 찾아보니, 가사와 다른 이 곡의 분위기 때문인지 광고에서도 안 어울리는 상황에 곡을 배경으로 쓰고 있었다. 남녀가 행복한 미소를 짓는 장면에 ....😓
너무 다른 언어
영어가 내 뜻대로 안 될 때
영어를 사용하면서 해야 하는 part-time 일이 있는데, 4년 전에는 거절했다가 "솔직히 대단한 영어 실력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라는 말을 듣고 수락하고 결국은 했었다. 실제로 대단한 실력이 필요한 일은 아니었지만 돌발 상황에 닥치면 이걸 뭐라고 영어로 해야 하는지 떠오르지 않아서 한계도 많이 느꼈던 일이었다.
이번에는 좀 더 손쉽게 수락을 했는데 실제로 대단한 실력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는 걸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지난 5-6월에 프랑스에서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써야 했는데(프랑스어를 할 수 없으니) 생각 외로 필요했던 말은 잘 할 수 있었기에 약간 자신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일이 닥치자, 시제는 과거형과 미래형이 꼬여서 나오기 일쑤였고 일상적인 단어들도 떠오르지 않았다. 가끔 누군가가 TV 같은 데서 영어 하는 것을 볼 때 ' 저 사람은 영어에 그리 익숙한 사람은 아니구나' 를 판단하는 기준이었던 'be동사+ 동사' 동시에 튀어나오기 (쉬운 예로 I am woke up 같은) 를 내 자신이 하고 있었다.
그나마 영어로 된 글은 종종 읽지만, 평소에 말로 잘 하지 않던 영어 실력을 제대로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해외 여행을 하게 되면 1주일쯤 지났을 때 상황에 익숙해져서 말을 훨씬 더 잘 하게 된다는 것이 느껴지는데, 이상하게도 한국에선 2주차에도 실력은 제자리였다. 사실상 여행 때보다도 영어를 하루 종일 쓸 일이 더 많았는데도... 😔
게다가 나이 들어서 배운 외국어로서의 영어와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모국어처럼 익힌 영어의 차이는 명백히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더 느낀다. 어떻게 보면 매우 유창한 것 같은데도 단어 사용 같은 것이 확실히 차이 나는 지점이 있다.
그 유명한 박진영의 '비닐 바지'를 보고 놀란 GOT7 잭슨 사진을 올린 박진영의 글.
홍콩 출신의 잭슨은 본인 소셜 미디어에서 그 바지를 'plastic'바지라고 칭했지만, 일견 영어가 유창한 듯 보였던 박진영은 vinyl clothes 라는 말을 쓰고 있다. Bing 검색 엔진에 JYP pla....까지만 입력하면 jyp plastic pants, jyp plastic trousers 라는 단어가 자동 완성되면서 그 사진이 숱하게 뜨지만 jyp vinyl...이란 말은 없다. Bing보다는 한국인의 사용이 잦은 구글에선 jyp vinyl pants가 연관검색어로 존재하지만 실제로 검색되어 나오는 내용엔 모두 plastic pants라고 써있다. 영어를 잘 하는 것 같은 박진영이지만 역시 나이 들어서 배운 한국식 영어를 쓴다는 것이 티가 나는 것이다. vinyl clothes라는 단어가 안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박진영이 입은 의상은 차라리 'clear vinyl'이라고 해야 하고, plastic으로 검색해야 우리가 생각하는 '투명한 비닐' 옷들이 더 많이 나온다.
매우 기초적인 영어지만, 외국에 가서 우리가 생각하는 '비닐 봉지'를 얻기 위해서는 plastic bag을 달라고 해야 한다.
최근에도 어떤 유튜브 채널을 보다가 영어를 매우 현실감있게 구사하는 코미디언이 있어서 그의 경력이 궁금했는데, 외국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성대모사에 뛰어난 코미디언 중에 외국어도 굉장히 잘 흉내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대체 흉내로 하는 영어인 건지 외국 생활에서 습득한 영어인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다가 한 단어에서 '이 사람은 그저 억양을 뛰어나게 흉내내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알았다. 바로 hip. 다른 코미디언이 옷을 자랑하려고 뒤로 돌아서 카메라에 엉덩이를 들이대자 그 코미디언이 'wow! this is the definition of hip!' 라고 했는데, 영어로 hip은 허리 아래쪽 양옆부분으로 고관절에 더 가까운, 뒷모습과는 상관이 없는 부위다. 즉, 그는 한국產 영어를 쓰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 코미디언이 'butt' 같은 단어를 썼더라면 난 아직까지도 그가 외국에서 영어를 익힌 사람인지 뛰어난 복사기(?)인지 궁금해하고 있었을 텐데, 한 단어로 인해 정말 뛰어나게 흉내를 내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나이가 들어서 외국어를 배우게 되면 외국어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머리 속에서 한국어 -> 외국어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기에 (비닐 -> vinyl 🙇♀️ 엉덩이 -> hip? )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나도 최근에 일하면서 결국 내가 생각하는 한국어 뜻을 적절히 표현할 영어 번역 과정조차 머리 속에서 원활하지 않아서 어벙하게 대처하는 일이 많았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결국 끝없이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외국어는.
우와
투어급 대회는 모두 끝나고 비시즌인 지금, 그리스 테니스 선수가 월드컵 4강전을 앞두고 아르헨티나팀 저지를 입은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 의사 표명인가? 👱사진 배경을 보니 작년에 사진을 보고 눈에 익혀둔 아부다비의 리조트인 것 같다. 유일하게 투어 대회가 없는 달인 12월에 대부분의 테니스 선수들은 몰디브나 카리브해 같은 휴양지 리조트 사진을 올린다.
'아...휴가로 이 리조트에 왔나? 예전에 대회 때문에 초청 받아서 와보고 좋았었나 보다.'
그런데 이 리조트는 문을 닫은 건지, 아니면 리노베이션을 하려는 건지, 몇달 전부터 가격 조회가 안 되었었다. '아니, 테니스 선수라고 특별히 받아주는 건가 아니면 영업 재개했나?'
그 선수의 사진을 보고 다시 예약 조회를 해보니, 리조트 자체는 여전히 예약을 받지 않고 있고, 리조트 내 60평 규모의 club villa만 1박에 400만원 넘는 가격에 예약을 받고 있다. 그래, 대회 하나 뛰면 일주일에 수억을 버는 선수들인데 1박에 400만원이 대수겠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이 선수는 휴식 차 그 리조트에 온 것이 아니었다. 매해 새로운 테니스 시즌을 알리는 것과도 같은 아부다비의 exhibition match 연례 행사, 그 때가 벌써 돌아온 것이었다.
내가 그 행사 때문에 그 Rixos 리조트를 알게 된 지 벌써 1년이 지난 것이었다. 아래 글을 쓴 지도 벌써 1년.
우와... 진짜 시간 빠르네.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게 벌써 1년이 지난 줄은 몰랐다.
코로나 때문에 무미건조했던 2년을 지나, 그래도 2022년은 꽤나 일이 많았다.
6월에는 '어라? 내가 원했던 일이 이루어지네?'를 느꼈지만
12월에는 '어라? 내가 생각했던 건 이게 아닌데?'를 새삼 느끼며 뜻대로는 되는 일은 역시 없다는 걸 배우기도 했다.
일을 힘들게 끝내고 나서 시간이 흐르고 돌아보니, 6월 이후 내가 가졌던 그 의기양양함 때문에 연말에 맡은 일을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인생을 이 정도 살았으면 절대 내 맘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극악의 진상을 만날 마음의 준비도 해뒀어야 하는데 순진한 사람들을 만나리라 섣불리 예상하고 너무 풀어진 마음으로 일했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행사 중반까지는 내가 만난 외국인들이 날뛰어도 '그래, 그렇게 해달라면 해주면 되지' 라고 그게 그냥 넘어가져서, 내 스스로에게 내가 놀랄 정도로 동요없이 그냥 대처가 되었다. 그래서 아, 나이가 들어 이제 내가 흔들리지 않는구나, 올해 5-6월에 행복을 잔뜩 경험하고 온 것이 연말까지도 정신력에 도움이 되는 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국 한계에 이르자 모든 게 감당이 안 됐다. 아직 성숙은 멀었다.
그래도 또 어떤 의미에서는 무사히 한 해가 지나감을 감사해야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올해도 또 확실히 이룬 것은 하나도 없는 채로 보냈다고 자책해야 하기도 한다.
오우 나에게...
읭??
(미안하지만) 꽤나 닳고 닳아 보이는 외국 여성.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에게 묻는다.
"나 몇 살일 거 같아?"
솔직히 처음엔 40대인 거 아닐까 했지만 이 정도면 기분 좋겠지? 생각하고 "Thirty...?🤔" 라고 했다.
그랬더니 정색 하면서 "뭐라구??? 난 24살이야!!" 라고 한다.
당황해서 "니가 아까 너 결혼했다고 했잖아. 한국의 24살은 대부분 결혼하지 않아. 그래서 그랬어" 라고 변명을 했다.
며칠이 지나서 좀 더 친해지니 자신의 폰에서 사진을 이것저것 보여준다.
생일 파티 사진이 있는데, 케익에 "28"이라는 숫자 양초가 꽂혀 있다.
"너 24살이라며?"
"음... 그건 여권에 나오는 나이야. 난 출생 등록을 늦게 했거든. 실제로는 28살이야."
흠....
그러면 곧 30살인 거 맞구만, 정색하기는 ..... 😶 난 왜 미안해해야 했던 거야? 🤷♀️
올림픽 파크텔
전투 육아
어라...?
그런 시기가 있다
안도
핀란드 정교회는 당신을 환영합니다??
오후 1시 30분 |
말이 쉽지.
나달이 은퇴해도 맘의 준비 다 되어있다고 몇 달 전에 쓰긴 했다.
요즘은 경기를 뛰고 있긴 하지만 4연패를 기록 중이고, 본인도 본인을 의심스러워하는 자신없는 모습을 보이니...
삶의 낙이 없다.
그렇다고 어느 새벽에 쓰윽~ 다른 선수가 눈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정말 33세 정도면 은퇴할 줄 알았는데 37세를 바라보는 요즘에도 아직 경기를 뛰고 있다는 사실은 감사하지만, 무엇이든 서서히 사그라져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슬픈 일이다.
참, 그래도 어느 정도 흥미로운 일은 있었다.
나달이 태어난 지 한 달 갓 넘긴 아들을 데리고 비행해서 이탈리아 대회에 참가 중인 게 너무 신기해서..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친구에게 안부인사 겸 슬쩍 갓난아기를 동반한 출장(?) 여행이 놀랍다며 메신저로 사진도 보냈다.
난 아이를 안 키워봤으니, 겨우 한 달 지난 아기를 비행기 태워 아빠 일터에 데리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 일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역시나' 자신의 아기에 대한 이야기만 잔뜩 답으로 돌아왔다. 당연한 거다. 한 달 갓 넘긴 신생아가 있는 아기 엄마가 '친구가 응원하는 테니스 선수의 육아'가 뭐가 궁금할까. 현재 세상이 자기 아이로 가득 차 있을 텐데 ㅎㅎ. 내가 대체 뭘 기대한 거야? 🤗
남의 관심사까지 나도 같이 궁금해하기엔, 내 세상은 너무 바쁘게 돌아간다는 걸 절실히 또 느낀 사례.
Dare to be curious
어떤 사람
Temppeliaukio Church 헬싱키 암석 교회
bánh canh @ 파리 13구
그래도 살다 보면....
2014년에 정윤성 선수의 주니어 복식 경기를 보다가 사진을 찍어 놨는데, 수년이 흐른 뒤에 사진을 확대해보니 전광판에 루블레프의 이름이 있었다. 주니어일 당시에는 저기 전광판에 있는 4명 모두가 그 또래에서 쟁쟁한 급이었지만 8년이 흐른 지금은 루블레프만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아니, 내 눈앞에 루블레프가 있었다고??' 물론 당시에는 루블레프가 누구인지도 몰랐을 때이긴 하지만 어째서 여러 장 사진 속에 털끝도 등장을 안 하는 거지??
유명하지 않았을 당시에 멀리서 찍어 놓았는데 나중에 확대해보니 그 사람이 있다는 걸 발견하는 일은 상당히 재미있는 일인데, 내 눈앞에서 경기를 벌였을 루블레프가 내 카메라에 하나도 찍혀 있지 않은 게 섭섭했다. 주니어 선수들은 크면서 얼굴이 변하기 때문에 어릴 적 사진 발견하면 더 웃긴 법인데...
코로나가 찾아온 첫해라 모두에게 암울했고 개인적으로도 힘들었던 2020년.
그해 유일한 구원은... 코로나 탓에 기존의 6월이 아니고 10월에 열린 이례적인 롤랑가로스에서 여전히 나달이 우승했던 것이었다. 우승자들은 파리 시내 랜드마크를 돌면서 트로피 기념 촬영을 하게 되는데, 나달은 이미 13번이나 우승을 했기에 더 이상 갈 만한 데가 없어서 디즈니랜드까지 다녀왔을 지경이었지만, 2020년에는 또 새로운 트로피 샷 장소가 나왔다.
저기는 어딜까....언젠가 가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구글 지도를 뒤져 장소를 저장해놨었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 상황에선 언제 다시 여행이 편해지는지 예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장소에도 예상보다 이른 2022년에 가볼 수 있었다. 내가 코로나로 꽉 막힌 2020년에 얼마나 여기에 오고 싶었었는지, 감사하게도 그게 일찍 이루어진 것에 대해 푸근한 마음으로 사색에 빠지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는 없었다.
살다 보면, 이루지 못했던 일들을 다시 이룰 기회도 주어지긴 하는구나.
2014년에도 못 이루었지만, 2022년에도 여전히 못 하고 온 것은....
루브르나 오르세를 관람하지 못한 것.
너무 테니스에 방점을 찍다 보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예약 가능 시기가 지났거나 하필 휴관일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가서 볼 수 있겠지?? 인생은 대부분 괴롭지만 어떤 때는 예상치 못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장벽
오래 전에는 부산이 왜 Pusan이라고 써있었는지, 미국에서 자란 교포 언니가 "너희들의 Jesus 발음은 틀렸어" 라고 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몇 년 잠시 한국어교육에 몸담은 결과, 이제는 안다.
한글의 어떤 초성은 실제로 그런 발음이고, 외국인에겐 푸산, 피빔밥, 치저스(cheesus)로 들린다는 것을. 특히 '비빔밥'은 그 단어에 들어간 'ㅂ'이 모두 각각 다른 소리가 나는 단어라고 한다. 실질적인 발음이 "피빔빠ㅂ"인 셈이라서.
그래서 외국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받아쓰기가 엉망이다. "남차진구, 진절한 사람"....
아마도 대부분이 "ㅊ"소리로 들리거나, ㅈ/ㅊ의 소리 차이를 솔직히 구분 못하지만 대충 때려잡아서 둘 중의 하나를 돌려가며 적는 것 같다.
나도 영문과지만 영어에 능통하지 못하기에, 한국어학과 3년 졸업하고 떠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렇게 써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종종 한국어 대학 "강사" 경력 수년 차에 돌입한 제자들이 여전히 "참미(장미)" 같은 단어를 써서 오는 것을 보면 이걸 어쩌나 싶다.
어려운 단어라면 그렇게 써도 이해하겠는데, 친구나 장미 같은 것은 거의 처음 해당 언어를 배울 때 나오는 기초 단어들인데도 여전히 제대로 못 쓰는 것을 보면 노력이 부족해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귀로 들을 때 그렇게 안 들리는 것을 어찌 적나요?'도 핑계가 될 수 없는게, 영어만 해도 가장 기본 단어인 'daughter'를 들리는 대로만 쓴다면 'daughter'라고 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배우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그렇게 쓰는 셈인데, 가끔 한국어 학습자 중에 "아, 소리 나는 것이 실제 쓰는 것과는 다르구나" 라는 의식적인 노력 없이 들리는 대로 대충 쓰는 학생이 많은 것 같아 아쉽다. 프랑스어 같은 경우에도 Bordeaux 같은 도시 이름을 '제 귀에는 이렇게 들리는데요?' 라면서 bordo 이렇게만 써놓고 만다면 소통이 쉽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은 달달 외워서 쓰는 수 밖에 없다.
기초만 잡아주고 그냥 현지인들에게 남겨두고 온 한국어 교육이 그래서 가끔 무책임하게 느껴져 미안할 때가 있다. 현지 교사가 ㅈ ㅊ 발음을 구별해서 내지 못하고, ㄴ받침과 ㅇ받침 소리 구별이 안 되고, 동대문과 돈대문을 차이나게 발음하지 못하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제대로 듣고 배울 것인지.
한 번은 현지 교사 본인이 구별해서 발음을 할 수 없으니 자체 제작 교재에 "한국어의 'ㅓ'와 'ㅗ' 발음은 같다"라고 써놓은 것을 보고, 기겁해서 고쳐준 적도 있다. 언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이렇게 알고 있었다니.... 외국어를 -특히 그 발음을- native speaker가 아닌 사람에게 배우는 것은 정말 한계가 있겠구나.. 하는 걸 새삼 느낀다.
교육 초기에 학생이 '치곱'이라고 적어놓은 것을 보고 한참 동안 이게 뭘까 궁금해한 적 있었는데, 알고 보니 바로 '직업'을 그렇게 적은 것이었다. ㅈ ㅊ 발음을 구별 못 하고, ㅓ ㅗ 발음을 구별 못 하는 것이 결합된 사례.
그리고 한국어 교육의 최대 난제 중 하나가 은는/이가 사용 구별인데, 이건 진짜 어릴 때부터 아무렇지 않게 한국어를 써온 사람만이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 같다. 말과 글로 아무리 설명해도 안 되고, 10년 가까이 교단에 선 외국인 강사도 여전히 틀린다. 심지어 한국 근대 소설집을 번역해 자국어로 출판할 정도인 외국인 실력자도, 그 책의 고국 출판을 소개하는 글을 이렇게 시작했다. "제가 번역한 책은 ☆☆☆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여기에선 당연히 "제가 번역한 책이 ☆☆☆에서 출간되었습니다."라고 소개해야 맞다. 이런 것을 볼 때면 언어는 그저 그 나라에서 어릴 적부터 살며 몸으로 흡수하는 것만이 방법인가 싶기도 하다. 후천적인 노력으로는 접수가 안 되는 그 '어감'.
나 또한 한국에서 한국인에게 영어를 배웠으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영어 발음과 문법 실수가 존재한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영어로 소통할 일이 종종 있었을 때,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한국인 동기들이 나에게 하던 말들에 그런 뜻이 있었겠구나 싶다. "딱 누나 정도의 영어 발음..." , " 그 자리엔 영어가 너무 유창한 사람은 오히려 어색해요, 누나 정도 실력이 적당할 듯"
들을 때는 묘하게 기분이 좀 나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걔들에게는 장미를 '참미'로 발음하고, 동대문이라고 해야 하는데 '돈대문'이라고 발음하는 수준인 내 영어 발음이 귀에 딱딱 꽂혀서 그랬을 듯하다.
온갖 색깔의 향연 ibis styles
ibis styles와는 다르게, 전형적 분위기인 Mercure Paris 조식당. 이런 칙칙한 데선 먹지 말라는 게 여행 tip인가봐.🤔 |
절망과 동시에 희망
연초쯤 Succession을 본 뒤에 거의 매일 듣다시피했던 OST 곡들.
그 중에서도 이 "Vaulter"는 지난 5월 절망적인 상황에서 더 자주 들었었다.
"으아... 지금 이 곡의 흐름이 내 심정을 대변해주네. 아 처량하다....:
하지만 다시 반전이 일어나면서 결국은 희망적으로 마무리됐고
이 곡을 요즘에 들으면 그 당시의 절망적인 상황 + 인생에 반전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이 동시에 떠오른다. 흔치 않은 경험을 선사한 곡.
근래 미드 중에서 최고 역작으로 평가받기도 하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OST 호평도 많은데, 정말 나도 ost 여러 곡들을 거의 매일매일 들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밀당..이라는 보편성
드라마같은 순간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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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여름 유럽 여행의 수확은 이런저런 게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 근래 몇 년간 동남아 여행 다닐 때 생각보다 영어를 원하는 대로 말하지 못해서, 내가 영어를 굉장히 못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오히려 영국에서는 내 영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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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방에 누워있다가 야경을 보기 위해 밤 8시 넘어 길을 나섰다. 전에 톈진에 살 땐 회식 외에는 밤 외출, 그것도 '혼자' 밤 외출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15년 뒤에도 여전히 밤 외출은 낯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