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월, 윔블던과 처음 마주하다.





토요일 오후에 런던에 도착한 나는
경기가 없는 middle sunday(윔블던의 전통)를 런던 시내 적응 기간으로 보내고
2014년 6월 30일 월요일, 드디어 처음으로 윔블던에 발을 디뎠다. 물론 테니스 코트 입장권 한 장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소문 들은 것대로 줄을 오래오래 서서 그라운드 패스를 사면 된다고 생각했다.

Earl's court역에서 초록색 District line을 타고 십여 분 만에 "Southfields"역에 오전 10시경 도착. 튜브에서 내리는 순간, 이미 윔블던에 한발짝 다가서는 느낌이다. 바닥 일부에 인조 잔디를 깔아놓았고, 의자들도 윔블던 고유의 색깔인 Green/Purple로 단장되어 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그냥 사람들 무리를 따라가기만 하면 토익시험장이 나오듯이,
이 역에서도 거의 모두 한 방향으로 걷는다.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표가 없어서 'queue'를 서야 하는 사람들은 왼쪽, 이미 티켓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계속 가라는 지시가 있다. 윔블던 테니스 경기장 입구까지는 사우스필즈역에서 도보로 십여 분 이상이 소요된다.

나중에는 이 긴 길을 걷기가 싫어져서 39번 버스를 이용했다.
Clapham Junction역 버스 정류장에서 "Putney Bridge"행 39번을 타고 queue가 시작되는 지점(버스 정류장 이름 woodspring rd. stop V)에서 내리기도 했고

구글지도 clapham junction stop M에서 포착된 putney bridge행 39번 버스. 여기서 타면 20분 내에 윔블던 파크 입구 도착



Putney 기차역 정류장에서 "Clapham Juction"행 39번을 타고 queue가 시작되는 지점 바로 반대편(버스 정류장 이름 woodspring rd. stop B)에서 내린 적도 있다. (이미 입장권을 소지하고 있다면 woodspring rd. 까지 안 가고 church rd 정류장에서 내리면 됨)

걷기가 싫어서 버스 요금 2500원을 더 썼다고나 할까. 나중에 진정 윔블던을 위해 런던에 온다면 39, 493번 버스가 지나다니는 지역에 숙소를 정한다면 체력과 돈을 아낄 수 있을 듯!
이제 줄이 보인다. 줄이 보여.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구비구비 겹쳐진 줄은, 넓은 잔디밭 수천 노숙인의 무리들 속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큰 숫자가 써진 판대기 하나를 앞세우고 수백 명 정도로 이루어진 queue가 여러 개 나열되어 있었다. 다들 말 잘 듣는 유치원생들처럼 자기 번호를 따라 줄줄이 이동하다가, 이동이 없으면 퍼질러 앉아 나름의 피크닉을 즐기는 중이었다.
처음에 줄을 설 때 위에 보이는 queue card를 받게 되는데, 이 카드 없이는 패스를 살 수가 없고, 일련 번호가 적혀 있어서 줄 중간에 끼어드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저 멀리에는 이미 다음날의 센터코트 표를 위한 텐트촌이 보였다. 음...나에게는 저만큼의 열정은 없어 :)

런던의 악명높은 변덕스런 날씨를 예상하고 옷을 여러 겹 입고 갔는데, 오전 10시부터 내리쬐는 햇볕에 한 겹씩 한 겹씩 벗었다. 외국에 나가 보면 미국인/ 동양인들만 즐겨쓴다는(^^) 야구 모자를 꺼내 쓰고 햇볕을 피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줄이 움직이면서 자리가 이동되면 옷을 다시 겹쳐 입기도 하고, 뒷자리 영국 커플과 이야기하거나 단편 소설 한 권을 읽기도 하면서 윔블던 파크 잔디밭에서 2시간 반의 시간을 보냈다.


무작정 줄지어 기다려야 하는 2시간 반이 지나, 그래도 줄이 계속 앞으로 전진하는 윔블던 입구쪽으로 다가가기 시작. 이 곳엔 곳곳에서 홍보 행사를 하거나 판촉물을 나누어 주고, 길 군데군데 스피커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의 실황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덜 지루했다. 하지만 역시 이동이 정체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준비해온 돗자리 등을 다시 깔고 앉았다. 하지만 누구도 짜증내거나 힘들어하지 않았고, 기대감만 점점 더 고조되어 가는 분위기였다.

이 줄을 따라 계속 가다 보면, 큰짐을 맡기는 곳이 따로 있고, 공항 검색대만큼 엄격한 소지품 심사대가 있다. 선글래스도 쓰고 통과하면 안 되고 시계도 벗어 내놓고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고, 짐 가방은 열어서 하나하나 다 훑어본다. 3시간 이상의 땡볕 기다림이 무색하게 이때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산이 없는 호주 여자애에게 우산을 씌워 주며 육교를 건너 (queue를 대기 시키는 윔블던 파크는 윔블던 테니스장의 차도 건너편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표를 사기 위해서는 다리를 하나 건너가야 한다.) 마침내 그라운드 패스를 사는 곳에 도달. 윔블던에 다가간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나와 같이 우산을 쓴 이 호주 여자애는 우산을 쓰지 못한 동행 남자애를 놀리는 노래를 불러대며 이 길을 신나게 걸어갔다.

그라운드 패스는 무조건 현금만 내고 살 수 있고, 경기 날짜나 입장 시간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 굳이 센터코트나 코트 1,2에 입장하지 않고도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경기가 많은 대회 초반에는 패스가 비싼 편이고, 선수들이 탈락하면서 경기가 줄어드는 대회 후반이 될수록 가격은 싸지고, 오후 5시 이후 입장도 가격이 다르다. 내가 산 날처럼 최고 20파운드부터 결승전 당일 오전 최저 8파운드까지 가격이 변한다.
* 2015/16년 참고: Day 1-7의 종일 그라운드 패스는 20파운드에서 25파운드로 인상.
2017년에도 25파운드이지만, Brexit 결정 이후 파운드 환율이 내려서 한화로는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



사우스필즈역에 도착한지 3시간 40분 만에 마침내 마주한 센터 코트의 모습. 표를 사서 들어가자마자 보인다.
계속 보면 무감각해지지만, 역시 처음 볼 때는 압도되는 무언가가 있다.


날씨에 대한 준비없이 와서 하염없이 건물 안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나는 우산과 우의를 모두 가져갔기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입장권 없이 그라운드 패스만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 코트 중 그래도 가장 규모가 큰 편인 코트18 앞에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기로 했다. 코트 18은 자리 예약이 없는 곳으로,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이고 이 사람이 자리를 떠나게 되면 줄 서 있던 다음 사람이 들어가게 되는 곳이다.
나는 여기에 무작정 줄을 섰기 때문에 이 곳은 코트18의 측면(east) 방향으로, 설치된 관람석 수가 적어 줄이 여간해서 줄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비가 오는 내내 사람들은 코트 내부에서 비를 맞아가며 버텨 줄이 줄지 않았고, 마침내 비가 개어 경기가 시작되어도 자리를 뜨는 사람이 드물었다. 하지만 몇 십분째 줄을 선데다가, 입장이 눈앞에 보이니...줄을 바꿀 수도 없고.


 
혹시 18번 코트에 입장하고픈 분들은 North 쪽에 자리가 더 많으니, 그쪽에서 줄을 서보기를 권한다. 다들 알겠지만, 테니스 코트 사각형의 긴 옆면은 선수를 가까이서 보기에는 매우 좋지만, 경기의 전체적 파악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18번 코트의 입장을 위해 한참 줄을 서는 동안, 아마도 영국인인 듯한 아주머니 한 분이 너무 태연하게 말을 거셨다. 내가 영어 못 하면 어쩌려고?? 사실 줄 서는 동안, 이런 분들의 친화력이 아니었으면 나도 버티기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말을 먼저 걸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 10시에 도착해서 4시간 이상을 줄만 섰기에, '내일은 좀 더 일찍 와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이 분은 슬픈 소식을 알려주셨다. 이 아주머니는 아침 7시에 도착해서 5시간 줄을 선 끝에 입장했다는 거였다. '흠, 일찍 와도 소용없군!'

비가 그치고 경기장이 정리되는 것을 기다린 시간까지 포함해, 처음 queue card받고 오전에 줄을 서기 시작한지 5시간여 만에야 '테니스 경기'를 보게 되었다. Marin Cilic (CRO) 와 Jeremy Chardy (FRA)의 경기. 파란 잔디 위에 너무 가까이서 보이는 선수들의 표정을 보니 기다린 시간은 잊혀지는 것 같았다.


칠리치 쪽에는 고란 이바니세비치의 모습도 보이고, 샤르디 쪽에는 세레나 윌리엄스의 프랑스인 코치 무라토글루의 모습도 보였다.
선수가 가까이 보여서 좋았지만, 좀 더 좋은 관람을 위해서는 북쪽 스탠드에 자리 잡았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의 전체적인 진행이 잘 안 보였다. 동영상을 찍으려 해도, 선수가 서브 넣는 모습 외에는 더 좋은 영상을 얻을 수가 없었다.
사실상 나의 첫 윔블던 경기가 된 칠리치:샤르디 경기 관람을 마치고 여자 복식 경기(Stosur의 근육질 몸매!)를 조금 보다가 한국 주니어 선수들을 찾아나섰다.



주니어 선수들 경기가 열리는 작은 코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기 전에
일명 헨만 힐, 머리 마운드라고 부르는 Aorangi Terrace에 가보니, 앤디 머리: 케빈 앤더슨 경기가 진행되고 있어 완전 들썩들썩.
앤디 머리 경기가 있어서 오늘 이렇게 더더욱 줄이 길었던가... 앞으로는 앤디 머리 경기가 있는 날에는 줄을 서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


테니스 기자도 아니지만, 테니스에 관심 많은 모 기자가 '구건이도 잘 하지. 이형택이랑 미국영감 지도받았던' 이라고 소개해주신 97년생 강구건 선수.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서 경기를 지켜보려 하는데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며 경기가 중단되었다.
어휴.
정말 체력적으로 이젠 못 버틸 것 같았다.
하루에 한 번 비를 만나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왔는데, 두번째 비가 오니 추워지고, 윔블던이고 뭐고 지겨워졌다.
테니스 코트를 떠나 기념품 가게로 일단 이동.
비를 피하기 위한 사람들도 북적북적, 사고 싶은 물건들로 가득가득.
윔블던의 마법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초록과 보라, 파랑과 분홍으로 일정한 색감으로 유지되는 모든 물건들은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일관된 이미지 관리와 백여 년간 존중되어온 전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에 방문한 분 후기 보니까 3파운드였던 귀여운 키 링은 2014년 단번에 33%나 올라서 4파운드, 2016년에는 5파운드@.@ 그나마 쌀 때 여러 개 사놓을 걸... )


작은 수건 등을 사고 가게를 헤매고 다닌 뒤에도 비가 그치지 않아, 윔블던 테니스 코트를 그만 떠나기로 했다. 5시간의 기다림에, 2시간의 관람은 약간 허무하긴 했지만, 아직은 대회 중반이었고 나로서도 체력 비축(?)이 필요했다.

오후 5시 45분.
나가는 길에 보니, 우비를 입고도 여전히 긴 기다림을 하는 사람들의 줄이 보였다.
대체 이 윔블던의 마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

한 번 겪고 나니 저기쯤 서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저 길 위에서 보내야 하는지도 보였지만, 절대로 '안됐다 쯧쯧'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원래부터 입장권을 소지해서 줄도 안 서고 저 구간을 슉슉 통과해도 으쓱한 일이었겠지만, 오랜 기간의 기다림도 충분히 해 볼만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기 전에 미리 나한테 말 좀 해보지~ 어떻게든 패스 구해봤을 텐데" 이러는 대학원 동기 스포츠기자도 있었지만, 늘 단번에 입장 게이트를 통과하는 그런 사람들은 모를, 윔블던만의 매력을 느끼는 기회였다.



7월 2일, 파티같은 2014 윔블던





영국인들의 무리를 피해, 앤디 머리의 경기가 이미 끝나고 난 뒤에 오후 5시에 윔블던 도착.
큐 카드를 나눠주는 곳에서 "지금은 줄이 짧아요~~"라고 말해준다. 월요일에 두 시간 반 정도 줄서고 나서야 통과했던 위 사진 속 지점을 지체 시간 없이 그대로 통과. 저 지점은 아직 윔블던 테니스장 근처에도 가지 못 한 입구 중의 입구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저 곳을 통과한 뒤에는 1시간 약간 안 될 정도로는 줄을 서서 패스 구입을 기다렸다. 이제는 모든 것이 익숙.

계속 줄에서 이탈하는 귀여운 여자 꼬마와 잠시도 책에서 눈을 안 떼는 진짜 책벌레 남자 아이 등 3명을 데리고 와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니 동생들이야?"
이 친구는 Au Pair로 캐나다에서 왔다고 했다. 자신은 nanny로 일하고 있고 이 꼬마들은 친동생이 아니라고. 전에 누군가가 '니 자식들이냐?'라고 물어본 적도 있어서 상심했다고 했다. 이야기를 좀 해보니, 이번에 유난히 선전 중인 캐나다 테니스 선수들의 이름은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무엇인지 빨리 들어가보고 싶은 눈치. '밀로쉬~ 라우니치" 그 시점에서 닉 키리오스와 8강전을 진행 중이던 캐나다 선수의 이름을 몇 번 알려주니, 그제야 "아, 그래 그 이름 들어본 것 같아."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4강에 진출해있던 유지니 부샤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줄 서면서 만난 대양주 사람들, 북미 사람...다들 테니스 팬은 아니었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겠지만 테니스를 몰라도, 누구든 한번쯤은 구경해보고 싶은 게 윔블던인가 보다.


오후 5시 이후의 그라운드 패스는 약간 더 싸다.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드니 갑자기 윔블던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 2015년 참고 : Day 9의 오후 표는 12파운드에서 14파운드로 인상
* 2016년에는 오후 표가 따로 없는 듯 하다. Day 9 ground admission 20파운드.
* 2017년에도 오후 표 없이 20파운드. 그러나 파운드 환율이 내려서 오히려 가격이 인하된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일단 한국 정윤성 선수의 복식 경기가 진행되는 코트 5로 가봤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 이미 2세트 후반이던 경기는 5-7, 5-7로 곧 끝나버렸다.
대한테니스협회 분들 몇 분이 계셨는데, "이것으로 정현 빼고 한국 선수들 모두 탈락했다" 고 했다.


 

음, 그렇다면 나는 aorangi terrace에 앉아 가져온 음식들을 먹으면서 남자 8강전을 보고 가야겠다고 결심.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이 많아 시끌벅적한 이 곳의 대형 스크린에는 페더러:바브린카 경기 진행 중.  앤디 머리 경기가 있을 때보다는 덜 붐벼서 나도 나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확실히 페더러 팬도 많다. 그의 위너가 나올 때마다 환호하는 사람들. 아래 바브린카의 위너에는 확실히 소리가 작음.




이 곳에 자리 잡으면 사람들의 떠들석한 파티 분위기도 보이고 (여기서 생일 파티 하는 분도 있었음. 주위 분들도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데 참 기억할 만한 생일이 되겠다 싶더라), 큰 스크린으로 테니스 경기도 보이고, 저 멀리 런던 시내의 스카이라인도 보인다. 참 기분 좋아.
사우스필즈역에서 내려 윔블던을 향해 줄 서러 가다보면 미남미녀 홍보요원들이 유럽의 삼다수급 흔한 물 에비앙을 막 나눠주기도 한다. 덕분에 물값 따로 안 들이고 내가 사온 칵테일 새우로 배를 채움.




고개를 뒤로 돌려보니, 저녁 때라 그런지 남들이 주고 간 센터 코트, 코트 1 입장권을 재판매하는 줄도 보였다. 센터코트와 코트 1을 따로 줄 세우고 있었는데, 나는 이곳 '머리 마운드' 체험으로 만족해서 줄을 서보지는 않았다.


페더러의 승리와 라오니치의 생애 첫 메이저 4강 진출을 지켜보고 이 날의 윔블던 관람을 마쳤다.
페더러에 비해 라오니치는 참 호응이 별로 없던 게 불쌍했다.
내가 얼마 뒤에 이 곳 윔블던을 다시 방문할 수 있다면...
그 때 선수들의 위상은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참고) 2014 윔블던 입장권 가격
둘째주 목요일부터, 즉 대회 마지막 4일간 센터코트 경기는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팔지 않는다.
뭐 그전까지 turnstiles에서 판다고 해봤자 매일 500명 한정으로, 전날에 와서 노숙을 하지 않고서는 어차피 얻기 힘든 표지만.
위에 나온 큰 코트말고, 코트3부터 코트19까지는 그라운드 패스를 가지고 줄을 서면 들어갈 수 있다.


첫날 윔블던 방문기 -> https://mori-masa.blogspot.com/2015/10/2014-6.html
다음날 윔블던 방문기 -> http://mori-masa.blogspot.com/2015/10/7-3-2014.html

7월 3일, 뜨거운 2014 윔블던








이 날은 여자 준결승 두 경기가 있는 날.
내가 런던에 머물렀던 날 중에 가장 날씨가 좋고 더웠던 (런던 올여름 최고 기온이었다고) 날이기도 했다. 그래서 소매없는 원피스를 입고 가벼운 마음으로 윔블던으로.

여자 경기는 인기가 별로 없는지, 전혀 기다림 없이 그냥 모든 문을 통과해서 표를 사고 널널한 aorangi terrace에 자리를 잡았다. 샤파로바 : 크비토바의 여자 준결승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아직 1시간이나 남은 시간. 이 땡볕에 여기서 1시간 동안 뭐하지? 

그때 커다란 스크린의 전광판에서 "코트3의 자리는 널널하고 표 없이도 입장할 수 있습니다." 라는 공지가 자막으로 나왔다. 코트 3에 가봐야 겠다고 결심하고 잘 잡아놓았던 자리를 떠남.


코트 3에 들어가니 Sara Errani (ITA) Roberta Vinci (ITA) VS Ashleigh Barty (AUS) Casey Dellacqua (AUS) 여자 복식 8강전 경기가 진행 중.
오! 선수들이 꽤나 가깝고 경기 보기가 상당히 좋게 설계가 되어있었다.
내리쬐는 태양을 피해 자리를 바꿔 가며 경기가 끝날 때까지 관람.

단식에서도 종종 성과를 내곤 하지만 복식을 잘 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는 사라 에라니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빠른 움직임과 기합 소리, 구석구석 잘 꽂아 넣던 위너로 인해, 경기장에서 거의 에라니 밖에 안 보였다고나 할까.


내가 경기를 지켜보고 실력을 확인한 이 두 선수가 결국 2014 윔블던 여자 복식 우승을 차지해 기쁘다.
코트 3를 봤으니, 이제 코트 2로 가볼까? 기회 되면 코트 1이랑 센터 코트에도 들어가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코트 2로 이동하니 남자 복식 8강전이 진행중.Vasek Pospisil (CAN) Jack Sock (USA) VS Alexander Peya (AUT) Bruno Soares (BRA) 의 경기였다.

Pospisil은 예전 나의 포스팅(cyworld.com/hwangmiya/9036808)에 잠깐 등장한 적이 있는 선수이고, 나머지는 이름만 알고 얼굴은 구별 못 하는 선수들.


코트 2는 코트 3보다 좀 더 크고, 주위 전경과 영국 국기가 잘 어우러져 정말 예쁜 테니스 코트였다.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선글래스를 쓰고, 모자를 뒤집어쓰고 말그대로 '작렬하는' 태양을 피해가며 이들의 경기를 봤다.
테니스는 랭킹이 정직하게 적용되는 종목이기도 해서, 2번 시드를 받고 나온 Alexander Peya (AUT) Bruno Soares (BRA) 가 분명 더 잘해야 하는데 예전에 같은 조로 뛰는 것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는 북미의 신예 선수들 pospisil과 sock이 경기를 조금씩 압도해나가고 있었다. Pospisil은 90년생, sock은 92년생. 젊은 선수들이 10살 많은 선배님들을 당황시켜가며 신나게경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 유망주들의 사진을 찍어놓는 것은 언제나 쓸모가 있지...하면서 이 선수들만 몇 장 더 찍었는데, 결국 이들이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무려 '브라이언 쌍둥이'를 5세트 만에 꺾고 우승했다. 내가 다 뿌듯뿌듯. 7월 5일 복식 결승전 때 마지막 세트 경기 중계를 호텔에서 지켜보며 괜히 내가 기뻐했다 ^^ 이들의 경기를 한번 직관했다는 이유로.


코트 2의 건너편 예쁜 풍경과 재미있는 복식 경기를 보면서 뒤편에 위치한 작은 코트 5에서 있을 정현 선수의 주니어 3라운드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현 선수의 앞 경기가 3세트로 계속 길어지고 있었고 나는 뜨거운 태양볕 아래 몇 시간을 보내서인지 노곤노곤해졌다.
모자와 선글래스로 얼굴만 중무장을 하고 있었고, 서울보다 온도가 높지 않아서 (30도가 되지 않았는데, 올해 여름 최고 기온이었다고 다음날 뉴스에서 호들갑) 나의 몸의 타닥타닥 타들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햇볕에 무방비로 노출된 한쪽 손등만 벌겋게 되어있었고, 발등은 타서 아릴 정도. 덥다고 소매없는 시원시원한 옷을 입고 나온 것이 실수. 어깨 부분도 타고 목 아래 부분도 빨갛게 되었다. 내가 그만큼 테니스에 집중했나?!?!? ㅎㅎ
깜짝 놀라서 코트 2를 나왔다.
계속 시간이 안 맞아서 제대로 보지 못 했던 한국 선수 경기를 꼭 하나라도 보고 싶었지만, 앞경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었고 정현 선수 경기가 있을 코트 5는 가림막 하나 없이 땡볕에 노출된 작은 코트였다. (맨 위 사진에 찍힌 코트들 중의 하나이다.)
이미 몸이 벌겋게 탔는데, 더 이상 몸을 혹사할 자신이 없어서 결국 한국 선수의 경기는 못 보고 그대로 윔블던을 떠났다. 사실 그때는 그게 올해의 마지막 윔블던이 될 줄은 몰랐지. 그래도 뭐 하나라도 더 알아가기 위해 GATE 5에서 passout을 받았다. 이것이 있으면 게이트를 나가더라도 당일 그라운드 패스와 함께 다시 재입장할 수 있다.


벌겋게 익어있는 손목과 그뒤로 갈색이 된 손등. 선크림 한 번 발라줄 생각 못 하고, 무방비로 태운 손 부분, 그리고 아래 발등은 한동안 뜨거운 물로 샤워할 때마다 약간 아팠다. 


앤디 머리도 없는 남자 결승인데 사람이 그렇게 많으려고? 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결승전이 있는 일요일 오후 2시에 윔블던 파크 앞에 도착하니, "이제 그라운드 패스도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결승전은 결승전이었던 거지. 하지만 나로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약간 더 여행을 연장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문이 하나 닫히니 새로운 문이 하나 열리는 느낌이었달까... "표가 없다"라는 말이 차라리 반가웠다.


코트 입장권 하나 없이 며칠 만에 결정내려 윔블던에 무모하게 방문한 탓에, 그라운드 패스 밖에 얻을 수 없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나름의 경기들을 즐기고 많이 배웠다. 이것이 마지막 윔블던 방문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뭐든 쉽게 하기 위한 전초전이었다고 생각.

보라색 꽃과 어울려 아름답게 관리되고 있는 테니스 파크 안은 그 내부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분위기만으로도 좋았다. 오랜 기다림에도 누구 하나 찌푸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도 쓰레기가 별로 없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의 미소와 밝은 응대도 좋았다. 이 훌륭한 대회를 계속 훌륭하게 보전하기 위해 누구나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
올해에 애써가며 배웠으니 다음에는 헤매지 않고, 어려워하지 않고 윔블던을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런던에 있으면서 적어놓은 몇몇 tip을 보니...
"일기 예보 강수 확률 꼭 보고 30% 이상인 날에는 방문을 재고. 30%라도 꼭 한 번은 비가 오는데, 그러면 경기가 지연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게 된다(비가 그친다고 곧장 경기 재개가 되는 것도 아니고 30분 이상의 정리 시간 필요)." ->물론 이 사항은 센터코트 입장권이 있는 사람은 상관 없다. *2019년부터는 추가로 코트1에도 지붕이 생겨, 비와 상관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여러 명이 함께 가고, 물과 먹을 것을 미리 사가는 것이 좋다. 나는 나름의 방석을 만들어 가져갔는데, 아예 돗자리가 있는 것이 훨씬 편하다."
- 추가 : 매년 윔블던을 방문하기도 어렵긴 하겠지만, 맘에 드는 윔블던 기념품을 봤다면 그해에 무조건 사야 함. 해마다 엄청나게 오른다. '내년에 살까..?' 라고 생각했다가는 50% 인상된 가격으로 사야할 수도...
등등. 


다음에 여기에 같이 끼고 싶으신 분?^^

Earl's court studios - 런던 얼스코트 스튜디오



71 Eardley Crescent, London, SW5 9JT

나는 여름 성수기에 £55를 내고 가장 작은 방-정말 딱 1명밖에 잘 수 없는 침대 크기-을 예약했지만 그 이하의 가격에 방이 있는 날이 있다면 예약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숙소. 내가 예약한 사이트의 후기에 이 숙소를 6만원대에 예약한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은 진짜 거의 횡재급.


물론 브랜드 호텔에 익숙한 분들은 이런 곳이 실망스럽겠지만, 여름 성수기 런던의 물가를 생각하면 가격대비 좋은 곳이다. 튜브 얼스코트역 'warwick road' 출구(메인 출구와 반대편)에서 뭐 1-2분 거리라고 할까. 너무 가깝고 주위 동네도 내가 밤 11시 넘어서 돌아다녔는데 안전했다. 숙소를 가기 전에 구글 지도같은 데서 위치를 찾으면 '이 숙소가 뭐가 그렇게 튜브에서 가깝다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지만, 직접 가보면 얼스코트역 출구가 하나 더 있어서 그 곳과 매우 가깝다는 걸 알게 된다.

Studios라는 이름처럼 작은 방에 티비,취사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샤워실도 깔끔한 편이고 침구도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는 깨끗.






이 가격에 microwave oven, 냉장고까지 갖추고 있는 것은 좋았지만 대신 방이 작아서 냉장고 소음이 약간 거슬리기는 했다. 근데 뭐 20만원 주고 예약한 나름 이름난 호텔에 냉장고가 없었던 거 생각하면 이 여름에 감지덕지.

얼스코트역 주위에 많은 수퍼마켓에서 파는 데워먹는 음식 사와서 조리해 먹으면 예산 아낄 수 있을 듯:) 숙소에서 길 한 번만 건너서 쭉 따라가면 온갖 식재료와 음식들이 쌓여있는 막스앤 스펜서 Simply Food에갈 수 있다. 난 이날 이미 저녁을 먹고 들어왔기 때문에, 그전에 M&S에 갈 때마다 군침을 흘렸던 많은 재료들을 데워서 먹는 걸 못 해봐서 아쉽다. ㅠ.ㅠ





몇몇 방에서는 창 밖으로 '얼스코트' 건물(2012년 런던올림픽 배구 경기가 열렸던 장소) 그 자체가 보일 정도로 교통이 정말 편리하다. 런던 숙소를 찾기 위해 며칠간 골머리를 앓은 끝에 발견했는데 이 정도 시설에 화장실이 딸려 있는 깨끗한 방은 이 가격에 진짜 찾기 힘들다. (런던의 작은 호텔들은 공동 욕실을 많이 쓴다.) 내 방은 가장 작은 방이었지만, 이것보다 큰 방은 훨씬 쾌적할 듯.

Damir라는 주인장은 후기 평들처럼 잘 도와주려고 노력은 하는데, 기본 표정이 퉁명스러워서 솔직히 친절한 건지, 기분이 상해있는 건지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가장 이상했던 건, 나만 어찌해도 와이파이가 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이것 때문에 이 숙소의 점수가 깎였다. 밤에 급한 일이 있어 맥도날드까지 와이파이 잡으러 다녀와야 했다.
아마도 내 기기의 MAC address를 와이파이 관리 프로그램에 등록했어야 하거나 그런 것이라도 해봤어야 하는데, 당시에는 그걸 몰랐다. 이 숙소에서 와이파이가 안 될 경우, 이 숙소의 무선인터넷 관리 시스템에 들어가 뭐라도 해봐야 할 듯

그 외에는 여행보다 가정집에 머무르는 기분이 드는 이 숙소를 적극 추천한다.
문은 항상 잠겨 있어 외부인이 드나들지 않고, 숙박을 하게 되면 바깥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준다. 현관문과 내 방문이 한 열쇠로 동시에 열린다는 게 신기하기는 하지만 :)
설마 모든 방 열쇠가 같은 것은 아니겠지?




(건물에서 나오면 바로 보일 정도의 earl's court역 warwick road 출구)


* 장점
- 지하철역에서 무지 가깝다. 그래도 번잡하지 않고 주위가 조용한 동네.
- 비교적 깨끗하게 관리, 취사 시설까지 보유


* 단점
- 짐을 맡아주지 않는다. 호텔급 서비스를 기대하기에는 무리. 아마도 당일 늦게 가져갈 짐인지 놔두고 간 사람들을 보긴 했는데, 보관 공간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그냥 "놓여"있는 거다.
- 주인 아저씨가 종종 자리를 비운다. 즉시 필요한 일을 해결해야 할 때 자리를 비우면 답답. 자리를 비우시는 관계로, 아침 일찍 체크아웃할 때는 그냥 프론트에 열쇠만 놓고 나와도 되니까 그건 장점이지만.

- 작동 방법이 뭔가 달랐던 티비. 아저씨가 와서 설명해주고 갔는데, 여전히 내맘대로 안 되어서 자유자재로 채널 바꿔가며 볼 수가 없었다.
- 런던 호텔 3곳을 방문한 뒤에 이 곳에 갔는데, 앞서 방문한 곳들은 내가 회원 가입되어 있는 체인이라서 그런지 내 회원카드만 보고 여권도 확인 안 하고 체크인한 곳도 있었다. 그런데 earl's court studios는 여권 관리가 엄격한 방콕 호텔들처럼 내 여권을 가져가서 복사했다. 뭔가 찜찜해서 물어보니, 별 거 아니라며 그 복사한 종이를 나에게 돌려주었다. 다른 런던 호텔도 이렇게 하는 곳이 있다고도 하긴 하는데, 나로선 영국에서 처음 겪는 일이라 좀 그랬다.

리치몬드 면(麵)식 기행 - hilltribe










난 아무래도 면을 좋아하나 보다. 이번에는 태국 식당을 찾아들어감.
태국 현지의 10배 가격을 주고 먹는 팟타이.
8천원 주고 먹어도 말도 안 되는 가격인데
그것보다 또 배를 지불하고 먹어야 하는 영국 물가.
치킨 팟타이를 시켰는데, 그냥 가장 싼 vegi팟타이를 시켜도 될 뻔했다. 닭안심에 양념이 하나도 안 되어 맛이 없었음. 새우 팟타이가 가장 비싸다.
다행히 직원은 친절하고 식당 분위기는 좋은 편.







테이블마다 촛불이 있는 약간 어두운 분위기가 데이트에도 어울릴 듯. 세금 추가로 안 붙고 메뉴판에 나온 가격 그대로 받기에, 그냥 0.5파운드 더 놓아두고 나왔다. 가진 돈도 별로 없는 주제에 870원으로 호기(??) 좀 부려봤는데ㅋㅋㅋ, 영국은 원래 팁을 줘야하는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위치는?
리치먼드 역에서 도보 거리. (아래 지도에서 파란 점 부분)
이름은 hilltribe :)



노보텔 런던 브렌트퍼드 Novotel London Brentford













2014년 6월에 개관한 호텔, 이 정도로 개관한지 얼마 안 된 곳을 간 적은 별로 없어서, 이만큼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는 호텔은 나에겐 처음:)
Heathrow 공항(아래 지도에서 좌측 중간에 회색으로 표시된 넓은 지역)에서 가까운 쪽에 위치.

사실 런던에 처음 오는 사람이 공항 가깝다고 덜컥 이 호텔을 예약하면 아마 '여기가 런던 맞나?'하고 느껴질 거다. 지하철-버스-기차를 자유자재로 탈 수 없다면 교통도 불편하게 느껴지고.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피카딜리 라인에 있는 south ealing 역 하차 시, 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65번 버스를 타고 5분이면 호텔 앞에 도착할 수 있다.(south ealing역에서 도보로는 20분) 구글지도가 가르쳐주는 대로 great west road bus stop에서 내리기보다는 한 정거장 더 가서 "new road" bus stop에서 내리는 것이 더 낫다. 왔던 길을 쪼오금 되돌아가는 거지만, 고가도로 밑 횡단보도를 건널 필요도 없고 노보텔 출입구도 더 잘 보인다.

좀 더 번화한 동네인 리치몬드역에서 내려도 길 건너 65번 버스를 타고 호텔에 올 수 있는데, 버스로 15분 정도 걸리고 이때는 "great west road" stop에서 내리면 된다.
브렌트퍼드 기차역에서는 도보 10분이 걸린다.



South Ealing역 방향에서 접근하면 이 메인 출입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새로 오픈한 호텔인만큼 로비는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 테이블 앞에 파워 아웃렛이 있어 충전하면서 동시에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아코르 수퍼 세일을 이용하면 최저가 £54~60에 예약할 수도 있다. 원래 £16.45인 조식을 포함하면 1박에 £69까지 나온 것을 봤다.




리셉션 직원의 업무 처리는 매끈하지는 않다. 프론트 데스크에 붙박이로 서 있지 않고 태블릿을 이용, 무선으로 업무를 해결하겠다는 설정을 기본으로 디자인된 호텔인데 직원들이 태블릿을 다루는 모습이 능숙해보이지는 않았다. 친절하지만 몇 십분의 시간이 소요된 끝에 5층 방 입성. 건물은 총 7층.

 



런던 시내 좁은 방들만 보다가 왔기 때문인지 방은 아주 널찍한 느낌이다. 시내 중심부에서 좁은 방에 있느냐, 아니면 시내에서 좀 물러나 넓은 방에 머무르느냐는 각자의 선택이겠지 :)




 

노보텔 특유의 정형화된 그 방이지만 역시 있을 건 다 있고 노보텔 강남, 독산보다 훨씬 공간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곰곰 떠올려보면 서울의 그 방보다 아주 차이나게 더 넓은 건 아닌데도 말이다. 특히 짐을 놓고 펼쳐볼 수 있는 비교적 넓은 공간이 입구쪽에 설계되어 있어, 침대가 있는 쪽 공간에서는 가방들과 엉켜있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칸막이 없이도 생활 공간이 분리되는 느낌?


 



2016년 이후로는 볼 수 없는 노보텔 옛 body lotion  

물이 아래로 흐르게 경사가 진 저 세면대 맘에 든다. 손 씻을 땐 확실히 물이 덜 튀는 듯.
고유 스타일의 재활용 용기로 만들고, 99% 천연재료로 만든 바디밀크 등 다 괜찮은데...샴푸 향이 맘에 안 들어 아쉬운 노보텔 toiletries.

* 장점
- 2014년 6월 오픈. 모든 것이 새 거! 로비층의 '남녀공용이면서도 남녀공용이 아닌' 화장실만 가보아도 최신 컨셉트의 디자인이 적용된 호텔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태까지 화장실 설계를 이렇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수영장도 있으나 수영복이 없어서 못 가봄 ㅠㅠ
- 런던 시내에 비해 방이 넓은 편.
- 방에서도 와이파이 잘 됨. 다른 두 곳의 런던 아코르 호텔이 무료 와이파이라고 해놓고, 정작 공용 공간이 아닌, 내 방에서는 신호 하나 잡히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 로비층에서 일을 하기 좋음. 전기 설비라던지, 프론트 옆에 설치된 컴퓨터에 프린터가 연결되어 그냥 오픈되어 있는 것도 봤음.
- 주변이 새로 개발 중인 주택가라 깨끗하고 조용. 주택가 덕분에 호텔 바로 앞에 sainsbury's 마트도 있다.
- 65번 버스를 타면 큐가든, 리치몬드 지역 쉽게 접근. 리치몬드역 주변은 h&m, 톱숍 등 여러 상점이 있는 여성 취향의 예쁜 동네. 역에서부터 리치몬드 공원까지 걸어가면 포르쉐와 애스턴 마틴이 아반떼처럼 흔한 주택가를 걸을 수 있다.

* 단점
- 런던 '시내'를 여행하기엔 위치와 교통이 애매함. 공항에서 가까우므로, 런던의 대중교통에 익숙해진 마지막날 머무르면 공항갈 때 맘이 편한 숙소일 듯.
- 오픈한지 얼마 안 되어 직원 응대가 그닥 능숙하지 않음. 아무도 전화를 안 받음;;;; 부탁한 것도 무시함. 하도 반응이 없어서 그 직원 "이름 적으러" 직접 로비로 갔더니 그제야 요구 사항을 들어줬다.
- 음... 이 정도 아침식사가 1인 25,000원(£16.45)?!? 나는 조식 무료 제공 프로모션으로 예약했지만, 선택의 폭이 좁은 여기 아침 메뉴를 먹기 위해 25,000원을 조식 기분 내려고 선택하는 것은 난 비추. 유럽의 특징이라고 해도 가격에 비하면 메뉴가 초간단. 단, 커피가 맛있어서 벌컥벌컥 몇 잔 마시다가 이날 잠을 못 이뤄 고생^^
물론, 새로 생긴 곳이라 식당은 쾌적하고 테이블 모양이 각양각색 재미있다 :) 하지만 개관 초기임에도 이 호텔 엄청 장사 잘 된다. 사람이 많고 북적거리고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아, 조용하고 우아한 아침 식사는 포기해야 함.




- 기존 호텔과 다른 스타일의 프론트 데스크.
보기에 '프론트 데스크 같지 않은 프론트 데스크'인데, 그래서인지 응대도 역시 그러하다.
나만 체크인 십여 분 걸렸나 했더니, 실제로 나중에 로비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어떤 중국인 가족 역시 수십분에 걸쳐서 체크인하는 것을 보았고, 저 자리가 아무도 없이 비워져 있을 때도 꽤 있었다. 두어 번에 걸쳐 전화해도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아, 직접 내려와서 뭔가를 부탁해야 했던 노보텔은 처음.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