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직관이란....



작년에 몇몇 대회를 마음 아프게 탈락하는 걸 지켜봤던 선수 야닉 시너.
(이탈리아 북부 출신인데 이탈리아어 식으로 읽으면 얀닉 신네르인데 본인이 영어식 발음으로 불리기를 선택한 듯. 오스트리아와 가까운 이탈리아 출신이라서 '시너'는 독일어식인가..했는데 독일어로는 성을 '지너'라고 읽어야 한다고)

늘 간발의 차로 탈락하는 걸 지켜봤던 시너가, 작년 가을부터 한 차원 더 성장하더니 현재 호주오픈 결승에 올라있다.
트위터에서 ( X : @NICSF )팬이 만든 듯한 영상을 보다가 2022년에 내가 직접 현장에 봤던 경기 장면도 나왔다.




내가 2세트까지 지켜보다가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경기장을 빠져나온 경기였는데, 수십분 뒤 시너가 기권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난 경기 관람을 아쉽게 포기했었지만 끝까지 보려고 했더라도 어차피 금방 종료가 되었겠구나.. 했던 경기였다. 그런데 아파서 기권한 건 알았지만 그날 무릎에 붕대를 하고 있었다고??

내가 당시에 경기를 보면서 찍은 영상을 이제야 자세히 보니 내가 찍은 영상 속에서도 왼쪽 무릎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TV 중계로 봤으면 선수가 무릎에 붕대를 감고 뛰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는데, 선수가 개미만하게 보이는 현장 직관이라서 오히려 놓친 디테일. 그래서 난 선수가 아픈 줄도 몰랐어서, 내가 경기장을 빠져나와 호텔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대회 앱을 보고 '엥? 기권했다고??'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스포츠 경기 직관은 그 현장감 때문에 훨씬 두근거리고 즐겁긴 하지만, tv중계보다 못 보고 지나치는 일도 많다. 물론 tv로는 못 보는데 현장에선 볼 수 있는 것들도 있긴 하지만.


위와 같은 대회 롤랑 가로스에서 한 선수가 큰 부상을 당하는 경기 때도 난 그 현장에 있었는데 당시에는 무슨 일이 생긴지 확실히는 몰랐다. 내 좌석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일이라. 잠시 뒤에야 선수가 크게 넘어진 걸 알게 됐고, 나중에 선수가 목발을 짚고 절뚝이며 걸어나와 기권을 선언하는 걸 봤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경기 영상을 다시 보면서 선수가 비명을 크게 지르며 괴로워했고 운동장에 주저앉아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마저 엄청 크게 들리게 녹화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현장이 오히려 현장감이 덜했네?

그런데....
1년 반이 흐른 현재, 인터넷에서 "저 그날 현장에 있었어요. 뼈가 뽝! 하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서 너무 무서웠어요" 이런 글을 보게 됐다. 정말?? 난 2층 좌석이라 그런가?? 난 아무 것도 못 들어서 처음엔 무슨 일이 생긴지 몰랐는데??

그 글쓴 분은 완전 앞자리에서 보신 건가봐. 나는 현장에 있었지만 사실 선수의 비명 소리도 잘 들리진 않았었다. 나중에 유튜브 영상을 보니 현장음이 굉장히 생생해서 그라운드 가까이에 마이크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 내 생각에는 그 분이 나중에 경기를 영상으로 본 기억과 현장의 기억이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또다른 2차 기억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내가 경기장 맨 앞열에서 본 거 아닌 이상 또 모르지 뭐. 앞줄에는 실제로 그런 소리까지 들렸는지도. 

아무튼 현장 직관을 해도 의외로 놓치는 게 많고, 같은 장소에 있어도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게 된다는 거.










그래 그거



우리나라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된소리를 대부분 표기하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 때 뉴스에서 "북한도 월드컵 중계를 해줬다"를 다루면서 북한 방송 화면을 보여줬는데 북한 방송 자막에 "아르헨띠나" "이딸리아"라고 써 있어서 이색적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쓴 ' 한국은 왜 세계 각국 언어 소리를 최대한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자음을 다 가지고도 그걸 표기법에 적용하지 않을까?' 라는 식의 글을 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한국어와 외국어의 모음 자음 발음도 다르다. 외국 학교에서 자녀를 교육시킨 분의 글을 봤는데 "우리 애가 1음절 단어인 bus를 한국어로는 2음절 '버스'로 구분해서 다르게 발음할 줄 아는 걸 보면 역시 얘는 한국 애다" 였던가... 아니면 "우리 애가 1음절 단어인 bus를 자꾸 한국 사람처럼 2음절로 발음한다" 였던가... 그런 식의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bus와 버스를 어떻게 하면 다르게 발음할 수 있는지 모른다🤔) 베토벤이 주인공인 독일 영화를 보는데 극중에 청력이 좋지 않은 베토벤이 하녀에게 이름을 물어보는 장면이 나왔다. 하녀는 콘*스탄*스"Con*stan*ce 이렇게 딱딱 띄어서 천천히 두어 번 대답했는데, 그걸 보면서 '맞다.. 우리가 생각하는 음절이랑 외국어 음절이 다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람은 콘*스*탄*스로 띄어읽기 쉽지만 원어민은 콘*스탄*스로 발음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 늘 이상하게 보이는 표기가 "몽마르뜨"이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된소리 표기를 꺼리기 때문에 대부분 된소리 표기를 안 쓰는 편인데(예: macaron -> 마꺄홍에 발음이 더 가깝지만 그래도 마롱이라고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 신기하게도 Montmartre는 대부분의 여행 후기에 몽마르"뜨"라고 되어있다. (국가의 외래어표기법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는 표기법을 말하는 것임) 게다가 이 단어의 끝부분은 "tes"도 아닌 "tre"라서 R 발음도 살려줘야 하고 프랑스어의 다른 t에 비해서도 ㄸ 소리 보다는 ㅌ 소리에 더 가깝게 들리는데('뜨흐'보다는 '트흐') 대부분이 몽마르트/몽마르트르 대신에 몽마르라고 훨씬 많이 적는 게 신기했다. 심지어 쌍디귿 타이핑하기가 더 귀찮음에도 굳이 몽마르뜨라고 많이 적는다는 것. 

뭔가 "몽마르뜨"라고 적어야 더 프랑스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그런데 마꺄롱은 또 그렇게 안 적는데.?@?





그냥...
잡지에 몽마르트르라고 표기법에 맞춰 써진 걸 보니
'몽마르뜨'를 볼 때마다 의문이 들었던 게 생각나서 주절주절... 
다른 프랑스 단어는 표기법에서 벗어나 "ㄸ'를 써도 100% 이해하겠는데(예: 프랑스 도시 Nanterre를 '넝떼흐'라고 적는다) 왜 하필이면 "ㄸ"발음과 가장 먼 것 같은 tre의 표기가 사람들 사이에 '뜨'로 굳어진 것인지 궁금했다. 

물론 프랑스어의 r 발음을 생각하면 몽마르트르라고 적는다고 해서 프랑스인이 '그래 바로 이거야' 하지도 않겠지만.🙃 게다가 모음이 3개 밖에 없는 단어를 한국어 모음 5개로 표기하는 셈이고, 어차피 프랑스 사람 귀에는 몽마르트르고 몽마르뜨고 다 이상하게 들리겠지. 

외국어 표기란 건 늘 애매하긴 하다.









넌 어디서 왔니?



서울에선 그렇게도 아침엔 안 떠지던 눈이 새벽같이 떠지던 7월의 深圳。

아침 해돋이 광경을 구경하는데 옆 창문 앞에 새가 한 마리 날아옴. 마침 스위트룸에 머물렀기에 저 창문도 내 방 창문 앞임. 해 뜨는 걸 거실에서 보다가, 침실에서 보다가... 왔다갔다 하다가 거실에 있는 중이었는데, 침실 창문 앞으로 새가 날아오기에, 아까 침실 창문 쪽에 계속 있었으면 이 새를 더 가까이서 봤겠다 싶었다.





그냥 원본은 사실 새 모양이 확실히 구분가지 않아서 엄청 보정한 끝에 얻은 사진. 그런데 넌 누구니?
6:02am.
너도 해 뜨는 거 구경해?

새에 대해 잘 몰라서 그냥 그러려니 지나갔는데, 오늘 우연히 보던 다른 소개 영상 속에 비슷하게 생긴 새가 보인다.


머리 꽁지 있는 거...너지?
이 사진은 선명하게 나왔기에 이미지 검색이 쉬웠다. "검은 머리 직박구리"라고 하네? Sooty-headed Bulbul. 아니면 갈색 가슴 직박구리도 있는데, 내가 찍은 사진은 가슴털 색깔이 잘 안 보여서 모르겠다.
니가 그 유명한 직박구리니??
뾰족 솟은 검은 머리와 하얀 뺨이 있는 게 어째 비슷한 것 같다.


아래 새는 조금 더 일찍 찾아왔었던 또 다른 친구.
머리에 검은 꽁지가 없고, 하얀색 뺨도 없어서 다른 새로 보임






두 마리가 연이어 찾아와서 여기가 해돋이 명당인가 했네.😁
새들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보이던 풍경.











내가 여기에 있어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 신체 기관이 어디에 붙어있다는 것을 하나하나 새삼 각인시키는 과정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초에 무릎에 통증이 왔을 때는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무릎이라는 존재를 새삼 실감했다. 한창 안 좋을 때는 3000보를 넘기면 무릎에서 신호가 오고 7000보부터는 계단을 내려오거나 내리막길을 걷기가 힘들었었다. 

그렇게 반년간 7000보 이상 걷기는 시도해보지 않다가 7월에 여행을 떠남. 내 무릎이 7000보 이상을 걸을 수 있는지 확신이 없는 상태였다. 여행 초기에 이게 도지면 7박 8일 여행에서 나머지 6-7일이 아무 것도 못 하는 상태로 꼼짝없이 앉아있는 여행이 되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중국에서의 첫날, 션전의 대형 서점에 찾아가면서 무조건 지하철을 탔다. 많이 걸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도보 길은 찾아보지도 않음.

가까운 편인데도 직행은 없어서 지하철을 12호선 -> 9호선 한 번 갈아타고 갔는데... 나중에야 찾아보니 도보가 더 가까운, 진짜 멀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걸었다가 무릎이 탈날까봐 지하철을 갈아타고 돌아돌아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교통비가 싸서 (360원) 부담은 적었다.





예전에 서울에 처음 올라온 한 연예인의 경험담, 강남역에서 신논현역 교보문고가 먼 줄 알고 지하철로 고속터미널까지 가서 갈아타고 빙 돌아서 다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걸어갈 거리였다고 하는 것과 비슷했다 😁

첫날은 그렇게 조심조심 했고, 나이가 들면 여행에 어떤 장벽이 생기는 것인지 새삼 실감했다. 그 서점에서 '여기까진 왔는데 이제 호텔 돌아갈 때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면 난 이제 어떡하지? 6박 남은 이 여행은?' 같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젊은" 애들은 이 심정 모를 거야 😭 . 

하지만 다행히도 내 무릎은 괜찮다는 게 밝혀졌고 남은 기간 내내 매일 13000-14000보 사이를 걸으며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작년 여행에서 가장 기뻤던 점이었다.


그리고... 늦가을에 심한 설사병을 겪으면서 내 신체에 "항x"이라는 부위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대로 느끼게 되었다. 밤에 누워있어도 화끈화끈... 😳😵‍💫 
이것도 며칠 고생했고 만성 질환으로 갈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회복이 됐다. 

그래서 새삼 또 생각했다.
어릴 땐 그저 그냥 숨쉬고 뛰어다니고 화장실 가고...아무 생각없이 살아왔는데 나이가 들어 탈이 나기 시작하니 신체 기관들이 하나하나 아우성을 치고 그 부위들이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지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전에는 그 존재들이 그렇게 중요한 지도 몰랐어.

아악.
앞으로 계속 계속 이 부위 저 부위가 고장나겠지만
신체 기관의 위치를 하나하나 재확인 하는 일... 덜 겪고 싶다.










한우감별사 은둔냥이



최근에 나를 보면 도망가던 은둔냥이는 비상한 후각을 가진 것 같다.

은둔냥이 주고 싶어서 가지고 나간 "한우 등심" 먹고 남은 자투리 냄새를 어찌 맡았는지
오늘은 안 도망가고 냐옹냐옹 소리를 내며 자동차 아래에 자리잡았다. 

질긴 부위지만 던져주니 신나서 먹는다.





🐈‍⬛ "음왕으먕먀앙먕먕 냠"

전에 내가 키웠던 고양이도 그랬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거 먹을 땐 고양이도 냠냠거리는 소리를 낸다.



혀가 빼꼼



가끔 만나기 힘들 때도 있는데 오늘은 운이 좋아서 야무지게 다 받아먹음. 몇 주 전에 미국 소고기 굽고 남은 부분 줬을 땐 본체만체 하더니... 한우 냄새만 맡으면 나한테서 안 도망가네... 10살은 확실히 넘은 고양이인데 신선이🧝‍♀️ 다 됐구만. 사실 그때 미국 소고기는 구운 뒤 시간이 꽤 지난 진짜 '잔반'이긴 했고, 오늘 것은 자투리지만 구운 지 얼마 안 되어 풍미가 남은 것이긴 했다.


30cm 이상 가까워지는 걸 거부하는 이 고양이가 
예전에 유일하게 내게 다가와서 내 손을 확 밀쳐서 음식을 받아냈을 때에도 내 손에 쥔 음식이 "한우"였음. 이 예민한 고양이와 신체 접촉을 할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내 손에 고양이가 먼저 손을 뻗쳐서 정말 놀랐었다. 괜히 10년 넘게 산 길냥이가 아닌 거야. 진짜 구별 잘 하네.




"얼른 내놓아라!" 작년 2월 사진






worth while






작년 7월, 홍콩에서 다음 머물 호텔로 가기 위해 버스 노선 검색.

다음에 갈 호텔에서 한 블록 떨어진 대중교통 허브(?)같은 데에 대부분의 버스가 정차하는데, 호텔 바로 건너편으로 도착하는 노선이 단 하나 있기에 일부러 그 버스를 타기 위해 무더운 날씨에 짐을 질질 끌며 약간의 경사를 올라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림.






정류장 주위 풍경을 한 장 찍어둠.

한참만에 온 버스. 짐을 들고 타기에 홍콩 시내 버스는 적합치가 않다. 타자마자 있는 약간의 공간에 서서 가지 않는 한 그 뒤로는 좌석이 한 열에 4개씩 있고 통로가 너무 좁아 짐을 둘 데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맨 뒷 자리까지 겨우 짐을 끌고 가서 착석. 사실 그나마도 나보다 안쪽에 앉은 사람이 나갈 통로를 내 짐이 막고 있는 형세로 앉아 있어야 한다. 버스 탑승 인원이 적은, 낮 시간대에만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한 정거장 이동한 뒤 버스는 멈춰섰고, 기사는 당황해서 왔다갔다 하더니 광동어로 뭐라고 뭐라고 얘기하심. 외국에서 버스 탔을 때 가장 당황할 때가 이런 때인데... 여러 명이 탄 버스에서 나만 무슨 일인지 모르는 상황.

기사 아저씨가 뭐라뭐라 말을 하니 몇 명은 내리고 몇 명은 그대로 타고 있다. 뭘 어째야 하는 건지??

낮 시간대라 버스 안에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만 계셨는데 내 옆자리에 젊은 여자분이 있어서 영어로 물어봤다. 그녀는 내 목적지를 물어보더니 거기 갈 거면 버스 안에서 대기해도 된다고 함.

얼마 뒤, 내가 굳이 타지 않으려고 했던 (도착점이 호텔에서 멀어서) 그 번호의 버스가 왔고, 기사 아저씨는 남은 사람 수를 하나하나 세어서 그 버스에 교통 카드를 새로 찍지 않고도 타도록 인계해 주었다.

아까 나처럼 맨뒷자리에 앉았다가 내 질문에 영어로 답해 주었던 여자분은, 버스를 바꿔 타고도 또 맨뒷자리에 앉았는데 나도 역시 맨뒷자리로 가방을 끌고 오자 자기를 또 귀찮게 할 거 같았는지 뭔가 살짝 나를 불편해하는 거 같은 기색을 내비쳤다. 속으로 '당신 따라 여기 앉는 거 아니거든요?? 내 가방을 둘 자리가 여기 밖에 없어요'라고 생각했다.

대체 이 상황은 뭐야.
기껏 호텔 가까운데 서는 버스 찾아서 탔는데 그 버스는 고장나 버리고, 결국은 먼 데에 내리는 버스 타게 됐네. 허허.





늘 지하철 아니면 페리로 홍콩섬<->본토를 건너다가 처음으로 버스로 건너감. 하지만 예상대로 버스에서 내리고 나니 대체 어디로 가야 호텔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 정류장 주위가 다 공사판이라 지도 앱을 봐도 참고가 안 됨. 나는 어디서든 길을 잘 물어보지 않고 지도를 참고해서 스스로 찾는 편인데 35도 여름 날씨는 평소 내 성격이고 성질이고 모든 걸 무력화시킴.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호텔로 가는 길 물어봐서 겨우 그 공사판을 탈출했다. 
작년 홍콩 여행 경험 중에 내가 두고두고 남들에게 이야기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 무더위 앞에선 평소 성격이고 신조고 다 사라졌다고.


아무튼 그 고장나버린 버스를 타기 위해 약간의 언덕을 올라간 끝에 맨 위의 사진 한 장을 찍었고, 나중에 황금 용 한 마리가 사진 속에 있는 걸 알았다. 아니, 사실 '저기 용이 있구나' 하고 사진을 찍어 둔 것인지 나중에 사진을 보다가 '어라 여기 용도 있었네?' 한 것인지는 기억이 확실치는 않다.





그러던 오늘...
이번 주 남자프로 테니스 경기는 브리즈번과 홍콩에서 대회가 열리는 중. 보통 대회가 열릴 때마다 테니스 선수 몇 명을 데리고 그 도시 홍보 영상을 찍는 게 관례인데, 차 타고 홍콩 시내를 둘러보는 Rublev 영상 발견. 




그러더니 익숙한 풍경이 지나가네...?? 




나름 의미있는 용인가봐 ㅎㅎㅎ

난데없이 고장난 버스로 인해 쓸데없이 고생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버스 아니면 거기까지 올라갈 일도 없었으니 ... 그 버스 노선 덕분에 이 용 조각상 위치를 알게 됐다고 생각할래.

웃기게도 어제부턴가 내 다른 폰 배경화면도 이걸로 해두고 있었다는 거. 그래서 저 용을 단번에 알아봤다.



accor 감사




2022년 6월에 파리에서 의도치 않게(??) Accor 계열에서 9박을 하게 되면서 accor 회원 silver status가 가시권에 놓이게 되었다. "의도치 않은" 9박이라고 한 이유는... 무조건 아침밥을 공짜로 먹을 수 있는 힐튼 골드나 방을 두어 단계 업그레이드 해주던 IHG 플래티넘 등급을 갖고 있던 때라, 마음으로는 힐튼이나 IHG 계열 호텔에 가고 싶었지만 파리에선 두 호텔 체인이 너무 너무 비쌌기 때문에 결국은 ibis라는 가장 만만한 브랜드를 가진 accor에서 '어쩔 수 없이' 9박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저 기본 등급의 회원이었는데도 몇몇 accor 호텔에서 조금씩 더 큰 방을 배정해줘서 편하게 지내다가 왔다. 




호텔 방 좁은 Paris 온 거 실감 안 나게 방에 공간이 남아도는데요? 😲 🥰




이제 accor 1박만 더 하면 실버 등급이 되어 레이트 체크아웃이 가능해지고 웰컴 드링크도 준다는데...이게 의미가 있나? 
그러다가 6월 말일에 고심 끝에 서울에서 1박을 더 하기로 했다. 마침 그때 갖고 있던 "소비지원금" 사용 가능 마지막 날이기도 했고, 아직 코로나의 여파가 가시지 않던 때라 명동에 관광객이 없어서 이비스 스타일스가 5만원대 숙박비를 받던 때이기도 했다. 그래서 남아있던 소비지원금 + 내 돈으로는 2만 얼마 정도를 내고 명동에서 "괜시리" 1박을 하고 10박을 채워 accor silver 회원이 되었다.




ibis styles Seoul Myeongdong




그동안 여행을 다녀 보니 무엇보다 "레이트 체크아웃"이 너무나 유용했기 때문에 실버 등급에 욕심이 났다. 한때는 <오후 2시 체크인-12시 체크아웃>이 기본이었는데 요즘은 전세계적으로 숙박 가능 시간이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체크아웃은 거의 11시로 자리잡는 추세이고, 체크인 가능 시간도 점점 늦어져서 극단적으로는 <오후 4시 체크인-오전 11시 체크아웃>이 기본인 호텔도 있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나면 짐싸서 나가야 한다"의 수준이다. 레이트 체크아웃이 가능한 호텔에서는 오전에 근처 관광 일정을 소화한 뒤 점심 먹고 돌아와서, 무더운 나라의 경우 샤워도 한 번 하고 체크아웃 하는 정도의 일정이 가능해지니 훨씬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2022년 상반기에 10박을 달성해서 그해 7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1년 반이라는 비교적 긴 silver 혜택 제공 기간을 누리게 됐지만, 결국은 한 번도 accor 계열에 가지 못하고 기간이 끝나버렸다는 것이다. 아니 이럴 거면 작년에 명동 1박 왜 했지? 

내가 쉽게 IHG 플래티넘이나 힐튼 골드 등급을 가지도록 만들어줬던 코로나 특수 상황이 끝났기 때문에(코로나 시대의 유일한 장점?!?) 이제 서울의 호텔 숙박비가 너무 올라가 더 이상 서울 호텔에 숙박할 일이 없어진 것도 컸고, 작년에 중국 홍콩 여행을 했을 때도 주로 ihg 계열만 가서 accor에는 갈 일이 없었다. 

레이크 체크아웃 혜택은 커녕 웰컴 드링크 한 잔도 못 마셔보고 실버 등급이 끝나 아쉽던 12월 중순 갑자기 메일이 하나 날아옴.




일부 실버 회원에게 등록만 해도 1000포인트를 준다고!?!? Instantly?? 이런 감사한 일이.
대부분의 호텔 멤버십 포인트는 "1포인트 당 대략 얼마의 가치" 이런 식으로 추산을 하지만 Accor에서 1000포인트는 정확히 20유로의 가치를 지닌다. 예약 시에 1000포인트를 쓰면 20유로가 차감된다.

몇몇 호텔 체인은 실제로 등록만 하면 뿅!하고 포인트가 올라가는데 'instant'라는 메일 내용과는 달리 포인트가 곧바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이거 뭔가 또 깨알같은 안내 문구에 조건이 더 있나하고 아래쪽 작은 글자까지 자세히 읽어봤더니, 10일 이내에 준다고 되어 있어서 좀 더 기다려 봄. 

10일 지나도 포인트가 들어오지 않아서 고객 센터와 몇 번 메일을 주고 받은 끝에 오늘 1000포인트 들어옴. 💶💶 ㅎㅎ 2만 8천원 받았다 😀

예전에 뉴욕에서 숙박하면서 받은 Radisson 계열 포인트를 조금 가지고 있었는데 Radisson America가 choice hotels 와 합병하면서 뭔가 시너지가 있을까 싶어서 그 포인트를 그대로 놔뒀었다. 연말에 내가 두 계정을 합치려고 보니 뭔짓을 했는지 내 radisson 포인트가 다 날아가버림. 연말에도 24시간 대응 체제인지 답변 메일은 금방 금방 날아와서 좋았는데, 내 포인트는 0이래. 거기서 상한 마음을 accor가 조금 보상해줌. ㅎㅎ 

아니면... 저번에 션전에 다녀오면서 내 여권에 중국 방문 기록 2회가 남게 되어, 중국 멀티 입국 비자 신청 가능 요건이 되었기에 11월 말에 1년 짜리 복수 비자를 만들어 놓았는데.... 중국 당국이 12월에 비자 비용 인하를 단행했다. 🤦‍♀️😥 해외 입국자 수가 도통 회복이 되지 않으니 비용을 낮춘 것. 

사실 충무로 쪽 중국 비자 센터에 가기가 귀찮아서 안 만들고 있었는데 11월 말에 근처에서 숙박할 일이 생겨서 가는 김에 신청했고 교통비 2,500원 아꼈다고 좋아했더니 !?!? 몇 주후 25,000원이나 비자 fee를 인하해서 괜히 11월에 했다 싶었다. 😤 이것도 accor가 €20로 달래준 셈 치지 뭐. 
1000포인트는 줬지만 1월 1일이 되자마자 가차없이 일반 등급으로 내려가긴 했다. 흑... 게으른 자에게 단비같았던 레이트 체크아웃 기회도 끝.











내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는 나도 모르는 거구나




항상 2022 롤랑가로스 결승전을 현장에서 지켜본 것이 팬으로서 궁극의 체험이라 생각했고, 은퇴가 가시권인 선수를 이제는 여한없이 보내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팬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가져봤으니 이제는 뭘 더 한다고 해도 뿌듯하게 지켜보기만 하면 될 것 같은 마음이고 은퇴해도 울지 않을 것 같고.





이틀 전의 복식 경기는 중계가 없어서 못 봤고
오늘 드디어 1년만에 단식 복귀전을 보는데
예전처럼 활발히 뛰면서 멋진 샷을 만들어내는 모습에 갑자기 눈물이 났다.😢
사실 눈물은 잠깐 났는데 그게 코 점막을 자극했는지 코를 엄청 풀게 되어서 기억을 안 할 수가 없게 됐다. ㅎㅎㅎ



이런 😳
내 행동을 나도 예측 못하겠네 ㅎㅎㅎ
이러다가 언젠가 은퇴식 열리면 '홀가분하게 보내준다'라는 여태의 마음가짐과 달리, 식음전폐하고 울다가 며칠 드러누울지도?!?! 






긴 머리 휘날리던 21살 청년 때부터 봐왔는데
이젠 머리숱을 점점 잃어가는 아이 아빠가 되었지만
경기 중간 셔츠 교체만 해도 관중석에서 팬들의 환호성이 나오는 유일한 선수인 건 여전하다.☺ 
진짜 '그' 나달이 경기장으로 돌아왔구나 싶었다.


🔝이언 맥켈런 경도 쌍안경으로 지켜봐야만 하는 나달의 상의 탈의 시간 🤣
소리를 들어보면 중계자도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는다. 





이렇게 또 한 번의 승리로 고통스러웠던 시간에 대한 기억을 망각한다.

복귀전에서 졌으면 '아..이젠 진짜 안 되나봐. 테니스를 몰랐어야 했어. 왜 괜히 이걸 봐서 이 고통을 겪냐...' 또 이러고 있었겠지.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