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운





드라마를 볼 때 가끔 '굳이...?' 싶은 인공 비 장면이 있다.

비가 와서 더 처연해보이고 주인공의 고생이 극대화되기에 어울리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억지로 인공적으로 쏟아붓는 비가 분명해 보이는데 의외로 그 설정이 별로 필요없어 보일 때가 있다. 왜 저렇게 돈을 쓰고 사서 고생을 했을까?? 하면서.





인공 눈임에도 눈이 내리는 배경이 참 어울리는 드라마 장면을 만나게 됐다. 이런 느낌 때문에 굳이 돈 들여서 눈/비 내리는 장면 넣는구나 싶은. 

그런데 눈은 펑펑 내리고 대사는 극한으로 치닫는데 아쉽게도 날이 개면서, 아니면 하루에 촬영을 다 완료하지 못해서 날씨가 바뀌었다던가... 갑자기 밝게 빛나는 날씨에 (가짜) 눈만 쏟아지고 있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몰입이 깨짐. 시대 배경에 빠져 있다가 '촬영장이구나'를 다시 깨닫게 되는...


드라마 장면 하나 하나, 소품, 배경 .. 모든 것이 생각보다 더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날씨가 바뀌어 (눈은 내리지만) 햇살이 비치는 배경이 된 것이 많이 아쉽다. 수십회차를 찍어야 하는 감독도 흐린 날만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

"你给我站住!"





1990 ??

 





멀쩡히 현존하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야간모드로 찍었는데도

왠지 오래 전 필름 카메라 감성으로 찍힌 사진.



2010년대 중반부터 누적된 구글 계정의 용량이 꽉 차서 자꾸 용량 관리하라고 나오는데,

구글 포토에서 용량이 큰 파일 리스트를 열어 보니, 이 사진이 동영상들을 빼면 풍경 사진 중에는 최다 용량을 차지하고 있다. 


현실에 가깝게 매끄럽고 반짝반짝한 사진의 용량이 클 줄 알았더니, 화면에 노이즈(?)가 많은 사진일수록 용량을 더 크게 잡아먹나 보다.




더 깨끗하게 나왔다고 생각하는 이 사진은 용량이 절반도 안 된다.




黑猫 (>^ω^<)






"여기는 관광지 기념품 가게예요" 라고 너무 티나는 곳에서 물건을 잘 안 사는데
눈이 마주친 순간 안 살 수가 없어서 사온 검정 고양이.


끈이 달려있기는 한데, 어디 매달아야 할지 애매해서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다. 
모처럼 만에 꺼냈더니 나를 빤히 쳐다본다. 



tone




미국 영화 특징 중 하나가 중남미 배경이 등장하면 누런 필터를 씌우고, 러시아나 동유럽이 배경이면 푸른 필터를 씌우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영화 속 멕시코는 언제나 누런 하늘을 가지고 있고, 동유럽 쪽은 푸르딩딩하다. 



⬆️ 아래와 같은 멕시코 실제 촬영 현장보다 누렇게 필터 씌워 상영된 007 Spectre




최근에 검색을 통해 누군가의 블로그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본인이 방문한 도시의 5일 정도 여행기 사진에 일정하게 푸른 필터를 적용한 사진을 넣었다. (애초에 그렇게 찍었는지, 아니면 후보정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그 통일된 청록색 색감 하나만으로도, 흔하디 흔한 여행지인 그 도시의 사진이 다른 사람들이 간 곳과는 사뭇 다른 도시로 보였다. 

긴 글 내내 본인이 20대 초반에 떠난 풋풋함 여행임을 계속 강조했기에, 작성자의 나이를 알 수 있었는데 사진 색감으로 인해 뭔가 처연하고 성숙한 여행기가 되었다. 어린 친구의 여행기에서 '아 이렇게 사진 톤을 일정하게 바꿔주는 것으로도 남다른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구나'하는 걸 배웠다.

사진 색감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그래서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스파이물 같은 영화에서 도시가 바뀔 때마다 이상하게 푸르거나 누런 필터를 넣어 차이를 만들어내는 거구나.. 하고 새삼 느낌. 미국 영화 속에서 마약상 잡으러 가는 멕시코 풍경을 늘 뿌옇고 누렇게 만드는 것이 사실 편견같아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나도 사진에 멕시코시티 필터와 모스크바 필터를(??) 넣어봤다 🙂 색감에 따라 진짜 도시의 이미지가 슬쩍 바뀌는 것 같기도. 

사진 속 도시는 🇭🇰.
보정 전에는 이런 색감.



그런가요?



16년 이상 응원해 온 선수가 내년 은퇴를 예고하고 부상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요즘 "운동선수를 팬질하는 일은 반려동물 키우는 일과 같다." 라는 생각을 한다. 십수년 내에 절대 피할 수 없는 ‘끝’이 점점 다가오는 일. 60세 70세가 되어도 현역일 수 있는 배우나 가수, 작가를 좋아하는 것이랑은 성질이 뭔가 다르다. 


처음에는 우승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것 같은데, 몇 년전부터 요상하게 아들 키우는 엄마의 마음이 되어... 우리 아들만 서울대 가기를 바라는(역대 최고의 기록 세우기) 학부형처럼 안달하기 시작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작년에 우리 아들 서울대 보내서 참 행복했는데, 며칠 전 남의 아들이 앞질러서 하버드 가게 되니 기분이 매우 언짢다. "남의 아들"이 역대 최고의 우승 기록을 세우고 기뻐하는 사진도 지금 제대로 못 쳐다본다. ㅎㅎㅎ (algorithm인지 뭔지 싫어요.🤢 예전에는 테니스 관련 like 취소하면 사진 하나도 안 보였는데 이제는 안 보려고 해도 다 보여요. 흑흑)

그러다 오늘 트위터에 올라온, 어느 영상 캡처 보고 나도 뼈맞음. 🤧






"운동선수들은 감정적으로 소년기에 정체돼 있어요"
"그보다 유치한 건 운동 경기를 보는 성인들이고요."

운동선수 응원하는 일은 기간이 유한한 반려동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됐는데...
이 대사에서 말하는, 운동선수란 것도 '영원히 자라지 않는 어린 자식 같아서 더 마음이 쓰인다'는 반려동물 느낌.🐈‍⬛🦮

그리고
남의 아들 잘 나가는 거 도저히 못 봐주겠는 "유치한 성인"도 바로 내 모습이고.🤭




살아남다



마을버스에서 내려서 우리집 아파트 입구로 가는 길은 살짝 내리막이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폰📱 화면을 확인했는데 알람시계 표시가 켜져있다.

이상하다...? 아침에 분명히 껐는데?
그 표시가 남아있는 게 싫어서 오로지 폰만 보면서 알람을 해제하고 나도 모르게 "해제!" 였나 "삭제!"였나 그런 말을 혼잣말로 하는 순간.... 오른쪽 발을 측면으로 잘못 딛게 되면서 앞으로 우당탕탕 고꾸라질 뻔 했다.

매우 우스꽝스런 모양새였지만 다행히 다시 중심을 잡게 되어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아파트 내부로 걸어 들어왔다. 다행히 인적은 드물었지만 바로 앞에 신호 대기 중인 차가 한 대 서 있었고 이럴 때 느끼는 알 수 없는 쪽팔림. 

내리막길에서 발'바닥'으로 제대로 땅을 딛지 못하고 휘청- '측면'이 땅에 닿아서 발목이 꺾일 뻔 하며 상체가 아래로 곤두박질쳤는데, 어찌 손으로 바닥을 집거나 하지 않고 바닥에 몸이 닿기 전에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워 멀쩡히 걸어들어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복숭아뼈 부분이 아주 살짝 부었지만 걷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잘못 딛은 발쪽 엉덩이 근육이 약간 땡기기는 했다. 넘어지지 않으려 힘을 써서 그런가보다.

종종 테니스 경기를 보다가... 발목을 측면으로 잘못 딛어서 악 소리내며 넘어지는 걸 봤는데도 그 선수가 경기를 지속하는 경우를 봐서 '저게 가능해?' 생각한 적이 몇 번 있는데.. 그게 오늘의 나같은 경우인가 보다. 물론 그 순간에는 매우 당황했지만 걷는 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앞으로 절대 걸어다니면서 폰 보지 말아야지. 지금 내 나이에는 그래도 신기한 신체 균형 유지 기능이 있나 본데, 더 나이 들면 그대로 바닥에 널부러지게 될 듯. 🤦‍♀️ 그때는 쪽팔림보다 아픔의 문제가 더 커지는...



역시 기록은 필요해



태국 사람이 쏨땀 만들어 먹는 영상을 보다가
'나 솜땀 태국에서 제대로 먹어본 거 딱 한 번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2007년에 태국에 처음 갔는데 그때 방콕 근교 도시의 대학교를 방문했었다. 그때 학생 식당에서 먹어 본 솜땀이 '태국 산 오리지널 솜땀'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걸로 기억한다. 그 뒤로 태국에 3번 더 가서 총 20일 이상 더 체류했는데도 솜땀을 사먹은 기억이 없다.


모양새에 비해 생각보다 맛났던 것 외에는 기억이 전혀 없군. 하고 생각했는데...

2012년에 마지막으로 태국 방문했을 때 쓴 글을 보니, 식당에서 솜땀 / 팟타이 / 치킨 요리 세트를 시켜 먹었다가 너무 짜서 힘들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아, 그렇네. 나 2012년에도 태국산 솜땀 먹었구나.





사진도 찾아냄.
기록하지 않았으면 영원히 2007년에만 솜땀 먹은 줄 알았겠지.




한글도 못 읽어...



엄마가 은행에서 주는 커피 쿠폰이 당첨됐다며 한 잔 부탁한다고 하셨다. 가까운 동네 지점으로 가서 매장 밖에 설치되어 있는 키오스크 공략 시작. 처음 가보는 브랜드 매장.

기본 아메리카노 쿠폰이었기 때문에 제일 먼저 보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르고 쿠폰 바코드 읽힘.

쿠폰은 2000원 상당, 차액 1000원 결제 필요.

🫤😠

이거 무료 쿠폰이 아니잖아... 고객 우롱??
그 은행에서 이번에 새로 이름을 바꾼 자체 페이 시스템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유인책?

아무튼 9월답지 않게 더운 날씨에 걸어왔기에 
1000원 내기 싫다며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순 없으니 그 은행의 바코드 페이 화면을 열어서 결제했다. 그래도 카드 혜택으로 "3"원 돌려준다고. 🙄


몇 분 기다리니 거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내 손에 쥐어졌다.
난 카페인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몇 년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대형 컵을 주는 커피매장에 가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이렇게 큰 컵을 주는 지 몰랐다. 와... 이거 일주일간 마시겠어.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내가 키오스크에서 냅다 누른 주문은 '메가리카노'였다. 🤣 이건 3000원이 맞음. 은행에서 소비자 우롱한 게 아니라 은행이 제공한 건 2000원 '아메리카노'쿠폰인 거였다. 나의 착오.

메가리카노
아메리카노

난 분명히 '아메리카노'로 읽었는데 참 신기하다 !?!?
키오스크에도 이렇게 메가리카노가 제일 첫 칸에 나와 있어서, 나처럼 모르고 냅다 주문했다가 1리터에 가까운 컵을 받아가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참 신기해. 
글자들이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읽히는 거.





아무 생각없이 내렸다가...



여행 전에 정보를 찾다가 슬쩍 사진을 봤던 기억은 난다. 

하지만 딱히 목적지였던 것은 아니고 가는 길에 열차에서 내렸다가 깜짝 놀랐던 역 두 곳 -
션전 지하철 岗厦北(강샤베이)역, 그리고 홍콩 고속철도 西九龙(west kowloon)역.


강샤베이역은 션전 지하철 4개 노선이 교차하는 대형 역으로, 2011년부터 2호선이 운행한 역이지만 지금의 초대형 환승 허브 형태로 공개된 것은 10/11/14호선이 추가 개통한 2022년 10월 28일이다.

여행 전에 얼핏 사진만 보고, '역시 중국... 지하철역도 규모 엄청 나네..' 라는 생각만 하고 그냥 지나쳤다. 이 정도 초대형 역은, 내가 갈 일 없는 시 외곽일 거라고 그냥 짐작해버림. 복잡한 도심에 이런 역을 어찌 지어? 그래서 역 이름조차 찾아보지 않았음.

나는 이번 션전 여행에서 주로 션전 서남부에 머물렀는데, 동북부쪽에 위치한 옛 마을 찾아가는 길에 환승역으로 강샤베이역에 내리게 됐는데 내리는 순간 깜짝 놀람.






 "여기가 그 역이었네" 
예상 외로 시내 중심부에 있었다. 도시 중심부를 막고 한동안 갈아엎는 공사를 할 수 있는 중국 거대 도시의 스케일을 내가 간과함.
220,000m² = 한국식으로 하면 6만 6천 평에 달하는 넓이를 가진 지하철역이다.






시 외곽으로 먼 길을 가는 중이었어서 재빨리 이동하느라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는데, 중국 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역으로 유명하며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둥그런 부분은 "션전의 눈(深圳之眼)"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지하철역인데도 자연 채광이 된다.



사진 : https://www.archiposition.com/items/8dadafb1c4



지하에도 자연광이 들어오는 이유는 이렇게⬆️ 설계되었기 때문. 👀






여기는 승강장에서 한 층 위로 올라와서 보이는 또 다른 창.
2/10/11/14호선 - 4개 노선이 통과하는 만큼 출구 번호가 19번까지 있다. 😮



----

여행 출발 전에 대충 정보만 알아보고 갔고, 확정은 아니었는데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홍콩 복귀 교통 수단으로 낙점한 고속철도. 
짐 검사와 여러 번의 여권 확인 같은 귀찮은 과정을 거친 고속철 탑승을 마치고 내리는 순간 또 놀람.






홍콩 서구룡역의 예쁜 하늘.
여기 역시 여행 전에 사진만 얼핏 보고 '와, 역사를 멋지게 지었구나'하고 넘어갔었고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도착하고 나서 아, 그게 여기였구나 하고 놀람. 

여기에서도 짐이 너무 무겁고 반복된 줄서기에 지쳐서 
이 공간을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지만 사진보다 실제의 공간 느낌이 더 좋은 곳이었다.

사진 보고 '저기를 꼭 가야지'하고 목표를 해서 갔으면 오히려 실망했을 수도 있는데, 만나게 될 줄 모르고 그냥 지나가던 길에 마주치게 되어서 더 인상적이었던 두 곳.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