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 요즘 기술




어떤 화장품에 사용기한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니 화장품 용기 까만색 부분에 까만 글자로 사용기한을 쓰는 게 어딨어?'😡

이런 경우에는 사진으로 찍어서 확대해 보면 숫자가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다가, 내 손 주름이 하나하나 나오는 해상도에 더 놀란 사진.









색 보정 이런 거 하나도 없이,
눈 앞에 있는 내 손보다 더 실감나는 사진.
무섭다.
(이런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도 있던데...)

내 폰은 저렴이 버전인데도 이런데
1억대 화소라는 최신폰은 대체 어떤 수준???




상해도 너무 상해서?




난 잠을 쉽게 못 이루는 것이나 다른 여러 사항을 보면 엄청 예민한 것 같으면서도
둔한 면이 있다.
냄새에 예민한 것 치고는 공기 나쁜 것은 잘 못 느끼는 편인데, 그래서 미세먼지 심한 날도 마스크없이 잘 돌아다니곤 한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소화 반응이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약간 상하려고 하는 경계선의 음식이나 먹으면 안 되는 것을 먹게 되면 보통 간단한(?) 설사 후에 치유된다. 복통이 심하거나 그런 적은 없는 것 같다.

가장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은 돼지고기인데, 삼겹살 같은 것을 구워먹을 때 빨리 먹으려다가 🤤 좀 덜 익은 돼지 비계 부분을 먹게 되면 곧바로 화장실행이다. ㅎㅎ 

이렇게 대부분 속에 안 좋은 음식은 아래로 배출되며 해결을 보는데, 딱 한 번 토한 적이 있었다. 바로 상한 갈비탕을 먹었을 때였는데, 미련하게 그걸 왜 한 그릇이나 다 먹었는지는 모르겠다.




때는 여름이었고, 여름 상온에 그냥 국을 놔두면 상한다는 것도 잘 모르던 둔한 시절이었다. 여름에는 재빨리 냉장고에 넣거나 종종 가열을 해둬야 한다는 상식도 없던.

엄마는 갈비탕 한 냄비를 놔둔 채 외출하셨고, 나는 그걸 아무 생각없이 퍼담고 밥을 말아 한 그릇 먹었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평소에 잘 바르던 바디로션을 바르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그 향기가 역했다. 으윽 무슨 일이지?? 그러면서 몸이 노곤노곤 힘이 없어지다가 갑자기 속에서 뭔가 올라올 것 같았다.

으으웩--
거실 화장실로 달려가 토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 화장실 안에 있는 모든 세제의 향기가 극대화되면서 코를 자극해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용을 자주 하지 않아서 세제류가 적게 놓여 있는 안방 화장실로 달려가 몸안의 것을 게워냈다. 그리고 힘이 없어져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서 회복 시간을 가짐.


시간이 흘러 원기 회복이 됐고, 더 이상 냄새가 막 자극하지는 않았다. '오와.... 이거 사람들이 입덧할 때 모든 냄새들이 다 극대화되어 느껴져서 아무 것도 못한다더니 이게 바로 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임신 기간에 주방 세제 냄새가 역해서 도저히 부엌에 접근을 못해서 부엌일을 안 하고 지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했었는데, 그때부터는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았다. 신기한 체험. 정말 늘 들어가던 화장실에 딱 들어가는 순간 모든 비누, 샴푸 냄새가 강렬하게 다가와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약간 상해가는 상태의 음식을 모르고 먹으면 보통 설사 한 번 하고 마는데, 유일하게 도로 역행해 올라왔던 그 음식. 입덧 대리 체험까지 하게 해주면서...그것만은 왜 그랬지??

상해도 너무 상해서 그랬던 건가?
아니 근데 어찌 그걸 모르고 한 그릇을 다 먹었지????









나를 좀 봐줘.




개인적으로 남의 관심을 받아야만 잘 나갈 수 있는 직업군 - 연예인, 정치가 등 - 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팬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타인이 운동선수이긴 한데, 사실 넓은 의미로는 프로 스포츠 선수도 이런 직종에 포함된다.

교수, 연구원 등등 굳이 대중의 관심을 받지 않아도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도 방송 욕심을 내거나 정치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남앞에 나서는 게 궁극의 목표인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크게 보면 연예인과 정치인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멋진 이미지로 포장되어 쇼를 하다가, 사고를 치고 사라져가는 존재....
한국은 묘하게 정치인에 더 관대해서 비슷한 사고를 쳐도 정치인은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의문이긴 하지만. 

상황 파악 못 하고, 멍청하고 아부하는 무리에 휩쓸려 있다가, 잘못을 저지르고 사라져가는 여러 정권들을 보니...그냥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은 '남앞에 서고는 싶지만 데뷔는 할 수 없었던 못생긴 연예인'들일 뿐인데 그들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 비하 표현이 나에게도 좀 거슬리긴 하지만... 연예인 데뷔에 사실 외모가 굉장히 중요한 요건이므로 그냥 쓰겠다)

나는 정치가들에게 지적인 면모나 사려깊음, 도덕성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남앞에 서고 싶은 병에 걸린 여러 형태중 하나일 뿐.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이 예의에 연연하는 것, 사진 한 장 남기고 가는 정치인, 의전..이런 것들인데 이런 것은 정말 앞으로도 안 사라질 것 같다.

'국민의 종'이 되어야 하는데, 나랏님, 나랏일 하시는 분 -- 이라는 이상한 우대 사항 때문에 사람들이 그 앞에서 설설 기게 되어서 정치인들이 점점 현실과 멀어져 간다. 그리고 그들끼리 쇼를 하고 있다.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진짜 괜찮은 사람들은 남앞에 서지 않으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 다 빠진 뒤, 남은 "관심병자"들이 정치인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세상이 아름다워지기 어렵다.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면 뒤에 숨지 말고 나와서 세상을 바꿔보지 그래?"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괜찮은 사람들도 남 앞에 서는 순간 다들 이상해진다. 눈이 희미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정치가가 구원할 수 있는 세상이란 없다.

게다가,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자기 욕심이 우선이다. 단체가 어그러져 돌아가면 대표자를 욕하기 쉽지만 사실 대표자 바뀌어도 그 단체는 엉망으로 돌아갈 것이다. 구성원이 모두 이기적이고 자기가 우선이기 때문에.

지난 십수년간 정권이 엎치락뒤치락 하며 "나라 꼴이 이게 뭐냐?" 할 때마다 사람들은 대표자 욕을 해왔지만, 사실 대표자들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그 사람들은 그냥 남앞에 서고 싶었던 사람들일 뿐이지,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에. 

"나라 꼴이 이 모양"인 이유는 그 나라를 구성하는 각각의 "나"이다.
그런데 "나"라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의 잘못만 보고 본인에게는 관대하므로
늘 하는 '남탓'을 할 욕받이로서의 대표자나 연예인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벌레...벌레..벌레...





2008.02.19 16:11 


더운 날씨는 생각보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더운 날씨로 인한 더 큰 문제는 1년 내내 모기를 포함한 초대형 벌레들과 싸워야한다는 것이다. ㅠ.ㅠ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큰 거미를 '에프킬라'로 독살하고...
오만상을 다 찡그리며 주워담아 '토일렛 에꺼'에 버린다.
경험상...바퀴벌레보다 거미가 더 강하다
'에프킬라'를 1분간 발사해도 꿈틀거린다.
 
예전에는 너무 무서워서 멀찍이 떨어져서 스프레이를 발사했으나
이제는 도주로를 열어놓으면 벌레가 도망치기에, 결국 두 번 고생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요즘엔 바퀴벌레 옆에 차분히 쪼그리고 앉아 끈기있게 스프레이를 분사한다.
 
그들은 결국 운명한다.
쓰레받기에 주워담아 토일렛에 퐁당...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ㅠ.ㅠ
내가 이렇게 변하다니...
 
어제부터는 이상한 애벌레들의 공격이다.
쉴새없이 꿈틀대는 그들...
 
또한 옷장 속의 쥐(!)와도 싸워야 한다.
쥐가 플라스틱을 너무 좋아해서 화장품 뚜껑을 다 갉아먹었다.
여기 물가 치고 옷장이나 가구가 너무 비싸서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는데, 아무래도 튼튼하고 잘 잠기는 옷장을 사야될 듯 싶다.
옷장 속에 쥐라니...
ㅠ.ㅠ
 
 
역시 혼자 산다는 것은 대단한 도전이다.
한국에서 그렇게 무서워하던 성냥을 그냥 그어서 가스렌지에 불을 붙인다. (가스렌지가 그냥 점화가 안 된다--;;;)
 
하루하루 도전이 너무 많지만
1년 9개월 뒤에 변해있을 내 모습이 기대되기도 한다.
 
이사한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 집의 하자를 다 보수한 줄 알았더니
온수 샤워기의 수도꼭지가 잘 안 잠긴다.
내 돈 들여서 고쳐야 할 것 같다.
 
혼자 사는 것은 정말 돈 들어가는 일 투성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댓글3

  1. ㅅㅎ진
    보기좋다. ㅋㅋㅋㅋ
    2008.02.20 02:10 

  2. 어제는 지네가 노트북 위로 덜어져서 키보드 사이로 기어들어가려고 하는거 있지...그런데 이젠 놀라지도 않아...
    2008.02.21 15:51 
  3. ㅇㅁㅅ
    역시 넌 작가다...내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과 같은 끔찍함이^^;;;;ㅋ
    2008.03.06 03:53






한국어 사용자 자부심



솔직히 난 애국심이 엄청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스포츠에서 굳이 한국 선수/팀을 응원하지 않은 적도 많고...
그런 사람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기생충" 스페인어 더빙 예고편을 보니,
이건 한국어로 모든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고 모든 소품이 담은 의미를 쉽게 알아챌 수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가질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한국 영화여서가 아니고, 깐느+아카데미 최고상 수상이면 역사에 남을 영화인데, 그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생충 중의 많의 대사가 패러디되어 쓰이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중의 하나가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라는 대사인데...



영어판 예고편 中



이것은 진짜 번역으로 어감이 전달이 안 된다.
중간에 '다'가 추가된 것이라든지, 너는 계획이 있구나-와- 네가 계획은 다 있구나-의 미묘한 차이를 안다든지..이런 것은 외국어 학습으로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 '느낌'이다.

(➡️은,는/이,가 의 사용은 한국어 교육 최대 난제 중 하나로, 고급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도 '나는'과 '내가'를 적재적소에 못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한국 근대 소설집을 모국어로 번역해서 낼 정도로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이 본인 책 출간을 소셜 미디어에 소개하면서 "제가 번역한 책은 아렌델왕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라고 시작한 사례가 있다. 

"그 책이 어디에서 출간되었나요?"라는 질문의 대답이 아닌 한, 소개를 시작할 때는 "제 책 아렌델왕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가 자연스럽다는 건 한국인이면 다 안다. 하지만 직업이 한국어 강사인 외국인에게 저 문장에서 어색한 부분을 찾아보라고 하니, 찾아내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호기롭게 스페인 버전 예고편을 시청한 것 치고는 딱 두 문장만 알아들었다. 🙄
그 중 하나가 저 부분 대사인데....

"Esta es nuestro oportunidad."으로 들린다.
(혹시 누군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있으면 정정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대신에 이건 "우리에겐 기회다" 이런 뜻인데, 외국인이 영화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번역이지만 원어가 가진 뜻과는 조금 멀어지면서 뒷부분과의 연결도 잃게 된다. 영화 뒷부분에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기 때문에...

독일어는 전혀 모르지만, 다른 데서 본 바로는 독일어 버전도 "Das ist unsere Chance"로 번역되어 있다고 한다. = 우리의 기회다.



나의 모국어로 <기생충>을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여태 내가 자막에 의존해왔던 외국 영화 중에 이런 식으로 가장 중요한 대사의 의미조차 다르게 받아들인 영화가 있을 것 같아 아쉬워진다.
아주 맛깔나는 문장인데 그 맛을 못 느낀 경우도 많았을 테고...

특히나...보통 원어->한국어 번역을 하지 않고 
원어를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서 내놓는 영화들.
왠지 원래 문장과는 의미가 많이 멀어졌을 듯한....








'잘' 죽으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요즘 비행기 기내에서 상영하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본인이 보고 싶은 시간에,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서 바로 처음부터 볼 수 있지만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모든 좌석에 설치된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모두 같은 시간에 상영을 시작하는 탓에, 원하는 부분부터 맘대로 볼 수 없는 비행기가 여전히 운항하고 있었다. (예: 아메리칸항공)
10여 시간 비행을 하더라도, 시작 시간을 놓치면 늘 똑같은 중간 부분만 보다가 비행이 끝나는....
이제는 이런 방식의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Tving앱에서 시청하는 무료 영화 프로그램도, 내가 골라서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일정한 시간에 항상 상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마치 오래 전 비행기 타고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내가 새벽마다 어떤 영화를 봤는데,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제목은 안 적는다.
특이하게도, 첫날엔 맨뒷부분을 봤고
둘째날에는 중간부분부터,
오늘 드디어 첫부분부터 볼 수 있었다.

영화를 거의 거꾸로 본 셈인데,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평생 단짝 친구 중 한 명이 불치병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인데...
영화 속 영국의 호스피스 병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삭막하고, 환자복을 입고 병과 싸우는 게 아니라
예쁘게 꾸며진 너른 방에서 평소에 입던 옷을 입고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도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차라리 저런 곳이 좋겠는데....내가 좋아하는 옷 입고.
영국이 우리보다 선진국임을 감안해도,
영국인이라고 모두가 저런 병실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 둣 하고... 정말 모든 일에는 돈이 필요하구나 싶다.


이것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만 처음 봤을 때의 '자본주의적'  감상이고....
앞부분으로 보게 될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고 우정, 투병, 환자, 주위 사람, 남겨진 사람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










영화에 계속 나오는 영국 풍경도 좋았고...

아무튼, 우정- 사랑도 좋지만
존엄한 죽음에는 돈도 필요하다.




넘어가는 해




톈진시는 무척 넓은 도시이지만 가도 가도 평야다.
서울에는 산도 많고, 지금 내가 사는 집만 해도 지하철역부터 약간의 경사를 거쳐 올라가야 하는 곳이지만
톈진에는 작은 언덕조차 없다.
예전에 톈진에서 베이징 공항까지 차로 가본 적이 있는데 정말 두어 시간 내내 언덕 하나 보기 어려웠다.

15년전보다 지금은 시내에 고층 건물이 너무 많아졌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평야이기에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서
길을 걷다가 해가 넘어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톈진의 평야 + 늘 좋지 않은 공기 덕분에 선글래스 같은 거 없이도 육안 관찰이 부담 없음.

조금만 일찍 이 거리에 도착했으면 지평선에 걸린 동그란 해를 볼 수 있었겠다 싶었다.
지금이라도 이 근처 어딘가에 올라가면 동그란 해가 보이겠다 싶었지만
내가 걷던 길은 한쪽 공사로 인해 폐쇄가 되어 인적이 드문 길이었고
어디 들어갈 만한 건물은 없었다.


공기 나쁜 것이 해 관찰하는 데는 도움이 되네.
나는 4월 하순에 톈진 여행을 다녀왔는데
5월초 톈진 사진을 보니 하늘이 너무 파랗고 맑았다. 내가 보고 싶었던 그 하늘 색깔.
내가 15년 전 5월 초에 한국으로 돌아왔기에, 제대로 못 경험한 5월의 톈진을 한 번 보고 싶었지만
매일매일 하는 톈진 정보 조사가 너무 지겨워 '그냥 빨리 4월에 후딱 갔다 오자!'라는 마음으로 출발했었다.
5월에 갈걸 그랬나? 


여행 시기를 잡기 위해 몇달 간 고심했던 터라, 파란 톈진 하늘을 보며 여행한 사람이 너무 부럽기도 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톈진은 늘 매캐한 공기 냄새가 나는 회색 하늘.
15년 만에 너무 변한 톈진을 보는 것도 충격인데, 파란 하늘이었으면 더더욱 낯설었을 뻔.

내가 이번에 보고 온 회색 하늘이 톈진에는 더 어울린다고 위로 중.


'이건 다음에 와서 봐야지'하고 몇몇가지 남겨놓은 것들이 있어서
금방 다시 돌아가고 싶다.


19.5.5-19.5.8 사이

기록의 힘





외국에 총 2년 8개월 정도 살아봤는데, 향수병에 걸린 적은 아직 없다.
5년쯤 살아보면 당연히 변하겠지만...그리고 내가 나이가 더 들었다는 사실도 변수가 되겠지.

그중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뭔가가 그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이 있었는데, 그 순간은 기억하지만 그때가 언제쯤이었는지는 확실히 기억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싸이월드 기록을 보니, 그 시기에 대한 글이 있네... 
다시금 기록의 중요성을 느끼며...




2004.02.18 12:36 

간만의 눈물

여기 타국에 와서 뭔가가 그리워서 울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 대상은 우습게도 십 여년 전에 기르던 개였다.

한 달 전에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데,
차창 밖으로 개 한 마리가 지나갔다.
그런데 그 개와 전혀 닮지도 않은 우리집 개 "재롱이"가
갑자기 생각나면서 한 번 다시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미 죽은 게 확실한 그 개의 영혼(?)은 어디에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사를 가면서 그냥 살던 집에 놔두고 갔는데
수 개월 만에 그 집을 다시 방문했을 때,
멀리서도 우리 가족의 냄새를 알아채고
펄쩍펄쩍 뛰어오르면서 반가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렇게 반가워하던 모습은 상당히 강렬한 기억이었나 보다.
그런데 오늘은 드디어 사람 때문에 울게 되었다.
내일 군대가는 동생에게 전화를 하다가 그냥 눈물이 나서
대충 잘 다녀오라는 말만 하고 끊어버리고 말았다.
난 내가 군대에 가야만 하는 상황을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남자였다면 나라도 면제 받기 위해 뭔짓이라도 했을 것 같다.
불쌍해....

댓글2



  1. ㅊㅇ경
    미야..나두 우리집 강아지 생각난다. 다롱이...ㅠ.ㅜ
    2004.02.26 03:23 
  2. ㅊㅅㅇ
    미야야 미안, 이 와중에도... "용밥"이 눈에 띄어서 순간 웃음이 살짝 새어 나왔어. 미안미안^^
    2004.02.27 12:23 

오늘은 이 배경화면







37층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서쪽 하늘.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정하면....






그동안 눈에 안 들어오던
착륙하는 비행기가 한 대 보인다.
37층 여기에서는 김포공항에 착륙하러가는 비행기를 쉴새없이 볼 수 있었다.

예전에 친구랑 인천 다녀오면서 사진을 찍었을 때 느낀 것인데
비행기는 이상할 정도로 눈에 보이는 것보다 작게 찍힌다.

인천에서 친구가 눈앞에서 고도를 낮추는 중인 커다란 비행기가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에는 예상보다 너무 작게 나와서 이상했던....






ambivalence



양가감정 ambivalence

인문학부에 들어가면 다들 영문과를 지망하게 된다.
그냥 남들이 제일 알아주는 과라서??
1학년 때 엄청난 고민을 하다가, 결국 2학년이 되어 전공할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수강한 "현대영소설"수업.

고등학교보다 더한 주입식 강의를 하시는 🙃 노년의 교수님을 만나, 철저히 필기를 하며 얇은 소설 두 권을 읽었다. 그 교수님이 철저히 가르쳐 주셨기에 여전히 기억하는 단어. ambivalence.

최근에 한 영국 배우가 저 단어를 발음하는 것을 듣고, '헉, 저 단어가 저렇게 발음하는 거였던가..'하고 놀라긴 했지만(bi에 강세가 있었다...), 20년 넘게 잊혀지지 않는 단어.

그냥 내 양가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려다 옛날 이야기까지 끌어왔다.

관심을 끌려고 소셜 미디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뭔가 꾸준히 '토로'하고 싶어서 '마이너' 미디어를 찾아다니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묘한 양가감정이 있다.

뭔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댓글 많이 달아주는 '이웃'을 맺기 위해서는 네이버 블로그가 좋지만, 그만큼 너무 많은 사람이 들락거려서 공신력이 좀 하락한 네이버 블로그 대신에 싸이월드 블로그를 하던 나. 싸이월드 블로그가 날라간 뒤, 결국 네이버로 가야 하나...하고 잠시 고민했지만 조용한 구글 블로그에 둥지를 틀었다. 그 결과 정말 일기장이 되어버렸다.

한국 친구들이 모두 인스터그램으로 이동했지만, 조용히 페이스북에만 남은 나. 페이스북만 하다가는 한국 친구들의 소식은 도통 알 수가 없지만, 그렇게 알 수가 없어서 더 편할 때도 있다.

혼자 일기장을 쓰기엔...또 뭔가 너무 공허해서 누군가 댓글을 달아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만, 그것 또한 어느 정도 무서운 일이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트위터를 맘 편하게 하고 있었는데, 요즘 적어도 두어 명 정도가 내 트윗을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뭔가 맘껏 쓰기가 어려워졌다. 요상하게 의식을 하게 된다. 내가 댓글 한 번 달기만 하면 당장 친구가 될, 얼굴 모를 '트친'들이 몇몇 보이는데 쉽게 쓰여지는 트위터 특성상 흑역사가 어딘가 남을까봐 누구와도 교류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트윗에 댓글을 달고 싶을 때도 많다.

'혼자 하는 트위터'에서 최근에 내 트위터의 어떤 사진이 수천 회 조회가 되고, 10여 번 리트윗이 되고 나니, 그것 또한 나름의 재미가 되긴 했다.



이 블로그도 여태껏 그 누구의 반응도 없어서 좀 섭섭하지만, 막상 또 드러난 독자가 있다고 생각하면...느낌은 또 달라진다.

묘한 양가감정.
혼자 있고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누가 좀 알아봐줬으면 좋겠고.

그래도, 내가 정상인인가 아닌가 내가 이상한가 바보인가 고민될 때는, 누군가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










자세히 보면 새삼 보이는 것들



예전에, 부모님 휴대폰을 바꿔드리면
"아이구, 내가 그런 것까지 뭐 필요하냐..난 지금 쓰던 것만으로도 충분허다~~~"
이러시던 분들이, 새 스마트폰으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좋아라 하신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폰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이런 생각이 들 만큼.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은 나에게도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오랫동안 옛 폰을 쓰면서 모든 게 다 귀찮아서, 별 필요가 없어서 안 바꿨는데...
막상 새 폰으로 바꿔서 화면이 커지고 나니, 휴대폰 배경화면이 보기 좋아서 정말 자주 바꾼다.
이 폰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휴대폰 배경 화면을 지정하면, 특정 부분만 확대되어 그 사진이 새로운 각도로 자세히 보이게 되는데, 자세히 안 보이던 것들도 잘 보이게 된다.






2008년에, 커다란 집 2층에 살다가
아래층 집주인마저 이사 나가고 혼자 밤이 너무 무서워서 아예 밤을 새던 날...새벽 5시 넘어서 찍은 동쪽 하늘 사진이다. 우리집 2층 베란다에서 그냥 보이던 풍경. 묘하게도 이날 이후로는 이쪽 풍경이 눈에 들어온 적이 없지만.
세탁기 돌리러 나가면 늘 보는 각도이지만, 그 뒤로 새벽에 이 풍경을 볼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번엔 폰 배경을 뭘로 바꿀까...하고 클라우드를 뒤져보다가 이 사진을 찾아내고 바꿔보았다.


동 터오는 붉은 하늘 위에 푸른 하늘,
그리고 그 사이에 핑크색이 희미하게 스며있는 게 보기 좋다.
(색깔 쓸 때 영어 단어 쓰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핑크만은 분홍보다 더 자주 쓰게 된다)

사진을 전체적으로 볼 때는 크게 푸른빛과 주황색 정도만 눈에 들어왔는데...

그냥 지나쳤을 사진 한 장이 또 일상 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게 휴대폰 배경화면의 매력인 듯.



lost in translation....



허접한 영어 실력으로 통역 알바를 한 적이 있다. 내 전공 중의 하나가 영문과라는 이유 때문에 종종 부탁을 받는다.

내가 내 실력을 잘 알기에, 통역까지는 못 한다고 거절을 했는데 
부탁한 쪽이 "어차피 상대방도 영어 능통자가 아니니 대충 하면 된다" 라고 꼬셔서 결국은 하게 됐다.

거의 처음으로 번역이 아닌, 말로 하는 통역을 하게 되어서 (나는 그나마 영->한 문장 번역은 쉽다고 느낀다. 한->영은 좀 더 서툴고) 많은 어려움을 느꼈지만,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 사실 그 일을 했던 2주는 최근 몇년간 인생 경험 중에서도 꽤나 행복한 하루하루로 기억에 남아있다.


아무튼 시간이 끝나갈수록 내가 통역을 맡았던 사람들에게 감사함이 느껴져서, 아무도 시키지 않은 감사 인사 스피치를 내 스스로 하고픈 맘이 들게 됐다.

어떤 말을 할까 생각하다 보니 잠깐, 근데 내 임무가 영어로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translator라는 보편적 단어가 있었지만, 어디선가 말로 하는 통역과 translator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자료를 좀 찾아보려 했으나 딱히 확실한 설명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용례를 보고 interpreter가 지금 내 상황에 더 맞는 것 같아서, 감사 인사를 하면서 "interpreter를 해보긴 처음이라 너무 서툴렀다. 잘못한 게 있다면 미안하다."라고 시작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기생충 영화팀의 통역을 맡은 샤론최 씨가 엄청난 실력으로 유명해졌다. 그런데 대부분의 외국 매체가 그녀를 translator로 소개하고 있었다.




갑자기 2년 전의 일화가 떠오르면서 '그냥 다들 translator라고 하는 걸 쓸데없이 고민했네. 이런 것도 확실히 모르는 영어 실력으로 어딜 가서 뭘 하겠다고...'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른 내용을 트위터에서 찾아보다가 내가 궁금했던 것에 대한 답을 우연히 얻게 되었다. 이 경우에는 interpreter가 엄밀하게는 맞긴 하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bbc, 뉴욕 타임즈도 틀리게 쓸 정도로 외국인도 그냥 구분없이 섞어서 쓰는 단어인 듯 하다.






이런 지적은 "Pedantic"이라는 비꼼을 당하긴 하지만 ....
Translation 은 쓰여진 것을 번역하는 것에 한한다.
아래 댓글 표현도 덕분에 새로 배웠는데..."who honestly gives a toss" 라고 하면 "그런 거 누가 상관한다고..." "그런 거 따지는 사람이 솔직히 어딨냐?"  이 정도의 의미를 가진 영국식 영어다.




그래도 내가 잠깐 동안 "interpreter"였다는 게 맞긴 맞았네.

하지만 대부분이 그냥 translator라고 부르며, 한국에서도 맞춤법 같은 거 교정해주면 불쾌해하는 사람 있듯이, 이것도 틀렸다고 말하면 '뭘 그 정도 가지고...'라는 반응이 돌아오는 사례인 것 같다.







내가 1년 전에 썼는데 올해도 지켜진 징크스



시상식이 있기 전에 밝혔다면 좋았겠지만..ㅋㅋ
사실 나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은 탈 줄 알았다.
오히려 워낙 대작 영화를 찍은 샘 멘데스에 밀려서 감독상이 타기 어렵다고 봤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연말부터 계속된 시상식에서 기생충/봉준호 관련 언급만 되어도 환호성이 제일 컸다는 점이 "투표제"인 아카데미에 영향을 준다고 봤기 때문이다.
시의적절성, 정치적 올바름....이런 거 다 떠나서 사람들이 기생충 영화 자체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심사위원 몇 명이 모여서 판가름하는 영화제가 아니라 투표로 정해지는 오스카이기에, '휩쓸려갈 분위기'와 '선호'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리고 투표 사례에서 참고가 된 것은 문라이트의 작품상, 그리고 에마 스톤이나 라미 말렉의 주연상 수상 등이 있다.

8000여명의 아카데미 회원들이 사실 후보에 오른 수많은 영화를 다 보고 판단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래서 배급사들이 캠페인에 수백억을 쏟아붓는 것이고, 입소문이 중요한 거겠지.

문라이트의 경우, 멋진 영화였으나 솔직히 이걸 8000여 명 회원들이 다 보고 감동받았다고?!?라고 생각하긴 어려웠다. 당시 문라이트는 기생충처럼 평론가협회 등에서 수상 실적이 좋았는데, "이 영화 괜찮대..." , "다들 좋았다고 그러네..." 같은 입소문에 따라서 선호 순위가 올라간 것이 결국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상 선정 방식은 상당히 독특하다. 후보작이 8편일 경우, 회원들이 8편에 모두 순위를 매겨 투표를 제출한다고 한다. 1위표를 가장 많이 받은 영화의 득표수가 과반수를 넘으면 거기서 집계가 끝난다. 

만약 1위표 과반 이상 득표한 영화가 없을 경우, 1위표를 가장 적게 받은 영화 (즉 8등인 영화)의 표에서 그 1위로 적어낸 영화를 삭제하고 2위로 적어낸 영화를 다시 다른 1위 투표에 합산을 시킨다...그래도 과반 득표한 영화가 안 나오면 이번에는 1위 득표수에서 7등인 영화도 탈락시킨다. 그러면 투표지에서 영화 2개(7,8위)를 삭제하는 경우도 생기면서 3위 선호로 적어낸 영화도 1위표로 합산되는 경우가 생긴다.

과반수가 나올 때까지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상당히 묘한 변수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어떤 투표자가 최고로 좋아하는 영화는 못 되더라도, 2-3위 정도로는 적어낼 만큼 무난하게 선호도가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참고 사항은.... 당시 다른 후보에 비해 최상의 연기라고 말하긴 어려웠지만 그해 가장 각광받은 작품에 출연했던 에마 스톤, 라미 말렉의 경우였다. 라라랜드나 보헤미안 랩소디의 인기에 힘입어, 사실상의 시청률 공헌상인 KBS연기대상 받아가듯이 아카데미 주연상을 타 가는 것을 보면서 아카데미 수상에는 그 어떤 것보다 '기세' - 기생충 대사에도 나오는 그 기세 - 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생충의 작품성을 폄하하는 의미가 아니라, 아카데미는 품평회보다는 '인기 투표'에 가깝기 때문에 환호성과 인기를 주요 척도로 봤다. 그래서 앞선 시상식들 풍경을 보아하니....왠지 문라이트처럼 작품상을 기생충이 가져갈 것 같았다.

여기에 좀 더 확신을 갖게 해준 게 ㅎㅎ
강력한 라이벌(?) 1917이 BAFTA 작품상을 가져가면서....

최근 몇년간 작품상만 놓고 볼 때는 어느 시상식보다 정확한 지표라고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모든 사람들이 기생충을 좋아하며 시상식 때마다 환호성이 컸기 때문에 작품상까지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내기를 걸었다가, 이겨서 $40을 받아가는 영화 평론가 영상 😂







올해 시상식마다 있었던 그 분위기, 그 '기세' - 예전 <문라이트>와 같았던 - 를 전한 Vulture의 Nate Jones 글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기 -》 https://mori-masa.blogspot.com/2017/03/2017.html?m=1



충돌




2009.02.10 17:18 

랑카


캘러니야 대학교는 몇달에 한번씩 꼭 학생들의 충돌이 있다.
정치적 견해 차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싸움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하고...


어쨌든 오랜만에 정말 십여 년만에 돌덩이가 난무하는 학교 풍경을 목격하고
최루탄의 냄새를 맡았다.
내가 대학 1학년이던 97년 이후로는 보지 못했던 풍경...


한국은 주로 경찰 대 학생들의 대치라면,
여기는 학생 대 학생으로 싸우고 경찰들은 진압하는게 차이점이겠지만...


여기 랑카가 한국의 7, 80년대 정도 분위기라는게 실감이 났다.
한국으로 일하러 가는 노동자들, 중동으로 일하러 가는 노동자들...그것도 비슷하고...


80년대 분위기 나라에서
90년대식 일처리를 하는 사람들과
2000년대 단원들이 살아가는 곳.
말도 많고 탈도 많아...




what a LO*ELY planet!




2011.02.10 23:05 


교보문고에서 론리 플래닛 서가를 서성이고 있었다.

내 눈높이는 딱 이 정도인데 (L이나 M으로 시작하는 나라나 도시)
내가 궁금해했던 A나 B로 시작하는 도시들은 내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꽂혀 있었다 ㅠ.ㅠ





누군가 키가 큰 사람이 오면 부탁할 심산으로 계속 서성이는데
키가 적당한 남자가 하나 오더니, 큰 목소리로 외친다.


"아! 이 책! 러블리플래닛! 이 책 중에 부탄이 없는 게 유감이야"
"아이, 오빠... 그런 나라는 없는 수가 많지"

lonely와 lovely의 무시할 수 없는 간극을 단번에 뛰어넘은 이 남자는
계속 여자친구에세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나는 쿡쿡 웃으며 서가를 빠져나왔다. 이 남자가 아는 남자였다면 얼마나 민망했을까를 생각하면서...목소리라도 작으면 또 몰라...
잠시 뒤, 미련을 버리지 못해 다시 그 서가로 가니, 이번에는 눈높이가 정확히 맨꼭대기 책장과 일치하는 꺽다리 외국인이 있다.
간단히 팔만 뻗어도 맨윗칸에 손이 닿는 정말 장신의 금발 아저씨. 머리 속으로 요란스레 영작을 하면서 '이 사람이 나를 외국인에게 말 걸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으로 생각하면 어쩌지'같은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동안 그는 천천히 사라져버렸다.
재미있는 지구 한 켠의 하루.
what a lovely planet!

댓글3

  1. ㅎ재ㅇ
    러블리!!! 참 정겹고 좋네요^^ 그남자 참 재밋네 ㅋㅋㅋㅋ
    2011.02.11 20:18 


    • 이거 좀 옛날에 썼던 건데, 그 당시 난 '내남자'가 아닌데도 이 남자가 충분히 부끄러웠음ㅋㅋㅋ
      니 홈피 보니, 너도 업무에 많이 치이고 있구나...
      언제 시간 되면 한 번 근처에서 만나서 수다 한 번 떨까?ㅎㅎ
      난 시작도 안 한 학교 땜에 스트레스 팍팍 받는다.
      왜 대학원생이 누구 교수 밑에 들어가서 9 to 5로 그 방에 앉아 있어야 되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네ㅠ
      거절하면 찍힐까봐 무섭고...
      혼자 밤늦게 공부하는 타입이라, 학교에 내 책상이 있다고 해도 공부가 될 것 같진 않아..
      '을'의 인생은 참 험난하구나...
      2011.02.12 01:55 

    • ㅎ재ㅇ
      조금만 기달려 주세요. 요즘 완전 폭풍 바뻐서 주말에도 일해요ㅠㅠ바쁜 시간 좀 보내고 연락 드릴께요^^
      2011.02.12





Extremely loud & incredibly close



2012.02.10 19:06 


영화 메뉴에 마지막 포스팅을 한지 벌써 1년이 지났네...
그만큼 영화가 요즘 멀게 느껴진다.
1년 만의 영화 포스팅인데..또 9.11 영화....
그만큼 미국인에겐 임팩트가 큰 사건이긴 한 것 같다.
아카데미 후보 지명에서 그다지 재미를 못 보면서, 아직 한국 개봉일자가 확정되지 않은 영화, Extremely loud&incredibly close.

여태까지 감독한 작품 세 개 모두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었던 스티븐 돌드리가 처음으로 후보 지명을 놓쳤다. 그래도 Tom Hanks, Sandra Bullock, Max Von Sydow 같은 이름난 배우들을 기용해 영화를 만들었다.





꼬마용 Jeopardy!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는, 똘똘하면서도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이 배우, Thomas Horn은 적절한 캐스팅인 것 같다. Tom Hanks, Sandra Bullock은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내 머리 속 이미지와는 일치하지 않는 배우였지만, 이 소년만은 비슷하다.

Extremely loud&incredibly close.
역시 책은 제목을 잘 지어야 된다.
몇 년전부터 내용이 궁금했던 책이었지만
읽는 내내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다음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재미가 없나..생각해봤더니, 나는 당돌한(?) 조숙한(?) 꼬마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what about.... he would have....가 반복되는, 상처를 극복하려 애쓰는 소년의 마음 속 문장들은 절절했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쯤, 'would have p.p.'를 해석하는 문제를 영국에 오래 살다가 온 친구에게 물어봤다가 친절하지 않은 답변만 들어야했는데...( 그 애에게는 너무 쉽고 당연한 문장이었겠지만, 나는 살면서 한 번도 would have p.p.를 회화할 때 쓰거나, 페이퍼 쓸 때 써보지 않았다.) 다 읽고 보니, would have p.p.는 어쩌면 이 책을 관통하는 동사 형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安里甘教堂






安里甘教堂
(An li gan)교당. 
한자음에서도 알 수 있듯이 Anglican, 영국 성공회 교당이다.

왜 교당 정면 사진은 안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중국 거리를 걷다가
historic district로 접어들어
거의 처음 보이던 풍경이라 찍고 싶었나보다.

오래 된 건물이니
내가 8개월 동안 살던 예전에도 분명히 존재했던 건물일 텐데
왜 그 당시에는 이런 데에 관심이 없었을까.




20-19-17



테니스 그랜드슬램 대회가 끝나면, 팬들의 다툼이 시작된다.

본인이 응원하는 선수가 결국 '사상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남을 거라는 논쟁. 게다가 신체적 나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한 선수의 은퇴가 다가오면서 뭔가 예측 가능해지는 수치가 생기니, 다들 생난리들이다. 
선수 본인들은 팬들이 험악하게 싸우고 있는 거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


어쩔 수 없는 각자 선호도가 있기에, 한 편에서 다른 편을 깎아내리는 소리를 들으면 욱 하기도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어차피 모두들 각자 선호가 있기 때문에 각자 세상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가 늘 옳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싫어한다면 그 상대편도 같은 이유로 나를 싫어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10여 년 이상 오랜 세월 응원해 온 선수라면... 또한 팬들 각자가 발전시켜 온 '내러티브'가 있다.

뭔가 "내 새끼"는 핍박 받고 자라다가, 결국 실력으로 모든 걸 딛고 일어선 존재...결국은 "우리 애"가 이 모든 걸 뛰어넘을 거야... 라는 스토리가 모두에게 있는 것 같았다.


오늘도 한 선수의 부모의 인터뷰까지 개입된 아귀다툼을 보다가... 이 선수 팬들은 이 선수 팬대로 얼마나 절박하고, 또한 얼마나 자신들끼리의 또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왔을까 싶었다.

내 선수 이야기가 아름다우려면, 다른 선수들의 이야기도 아름답다는 걸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행동은 옳아 보이고 싫어하는 사람의 행동은 그른 것으로 보인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좋고 싫음의 문제가 항상 더 크다.







수확










갈 때는 편하게 itx를 타고 춘천에 갔지만
돌아올 때는 그냥 완행을 타고 왔다. 출발점과 가까운 곳에서 승차하니, 어차피 자리가 있을 거라서....

하지만 의외로 지루하고 힘들었고, 그놈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마스크를 하고 두 시간 여를 이동하니 머리가 아팠다. 내가 뱉어낸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내가 들이마시는 기분.

아는 언니가 유효 기간이 당일인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두 개 주셨다.

어쨌든 써야 하니까.... 동네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평소라면 시키지 않을, 6000원대 음료와 베이글을 하나 샀다.






점원이 이걸 하나 준다.

이건 뭐지?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BTS와 콜라보한 제품이고,
원래는 음료가 아니라 특정 케익 같은 걸 추가로 사야 주는 것 같았다. 이벤트 기간 막바지가 되니 물량이 남는지, 음료만 마셔도 그냥 주고 있는 모양.

실용성은 무지 떨어져 보이지만
그래도 고된(?) 여행 끝에 뭐라도 하나 건졌네.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역시 없어.😂








춘천가는 기차









2014년 11월 9일.
건너편에 사진 찍는 내 모습이 어슴푸레 비친다.

5년여 만에 다시 춘천 갈 일이 생겼다.
이 itx 열차, 그때는 용산에서 5-6000원대였던 거 같은데
2020년이 되어서 예매하려고 보니, 8000원대이다.😒
물가가 많이 올랐네.

갑자기 중국이랑 비교하기는 무의미하기는 하지만
중국 베이징에서 톈진을 30여 분 만에 오고가는 '고속철'이 5천원대던데...







햇살이 쏟아질 때는 그 햇살을 모름



작년 4월에 '공기 나쁜' 톈진 가서 찍은 사진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해놓았다.




워낙에 공기가 안 좋은 곳이라, 내가 있었던 5박 6일 내내 날씨가 안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니 톈진에서 이 정도면 아주 그냥 햇살이 쏟아지는 청명한 날씨였던 거다.

그날 찍은 사진을 보니, 색감이 밝다.
다른 날은 많이 우중충한데....

몇 개월을 그리워하다가 결국 실현시킨 여행,
몇 개월 동안 궁금해했던 장소.
이렇게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구나. 일요일 오후.
정작 걸어다닐 땐 몰랐는데.


15년 만에 한 번 다녀와보니, 지하철도 생기고 버스 노선도 익숙하고... 식당 직원들도 모두 친절하고.
다니기에 어려움이 없어서 다시 한 번 갈까 생각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이 다가와서 아쉽다.


내가 햇빛을 받고 있을 때는 그게 햇빛인지 몰랐구나.


04/21  13:13

걸어나가다




✅ 딱 10년 전, 운동선수의 ups and downs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던 시절... 한 번 기권하면 거의 선수 생명 끝나는 줄 알던 시절에 썼던 글. 😁



2010.01.26 21:09 


열심히 응원했는데...Rafael Nadal
23살에 테니스 선수로서의 노환(? -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못 이기고 8강 경기 중 기권.
어찌 보면 인생은 짧은 건지...
그는 2008년 7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원하는 걸 다 얻은 뒤에,
지금은 다 내놓고 있는 상황.
어찌 보면 인생은 긴 거니까
28살쯤 다시 회춘하길 기대해도 되려나...





두근두근 기대하면서 조그만 인터넷 화면으로 봤던 호주오픈,
내일부터 케이블에서도 실시간 중계해주는데
이젠 더 이상 궁금한 경기가 없다ㅠ
한때 즐겨 보던 축구가 더 이상 재미없는 것처럼
한 시대를 멋지게 수놓던 테니스 선수들이 30살도 되기 전에 "노화"의 징후가 뚜렷해지니....흥미를 잃게 되려나.



다섯 살 위인 페더러보다도 하락이 빠르잖아...
안타깝다.
중간에 기권을 결정해야만 했던 본인 마음만 하라만은...
2003년 us open 우승 이후, 그랜드 슬램 "준우승" 기록만 4번 있는 앤디 로딕의 팬들이 앤디 로딕을 지켜보는 심정보다는
그동안 나달을 지켜보는 게 더 행복했었을 거라고 위로해야 하나...그래도 그랜드 슬램 우승이 2005년 이후 6번 있으니까..?


어떤 사람이 스포츠 선수를 응원하는 행위야말로 참으로 이타적이고 아름다운(?) 행위 아니겠냐고 했다던데....
나한테 딱히 이득이 떨어지는 게 없는데도, 순수하게 열심히 응원해왔던 선수가 부상으로 걸어나가니 슬프다.



¿Volverá en Mayo?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