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저녁 식사




2008.12.30 05:22 




 단원으로 파견되기 전
 단원들의 블로그를 둘러보니,
대부분의 사진은 비슷비슷했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자신의 요리한 음식의 사진이었는데...
나도 이제 그들을 닮아간다.
어느날 저녁 뚝딱 만들어낸 닭갈비 비슷한 음식...
^^

집들이를 요구하던(?) 선배 단원에게
"2008년은 청소의 해, 2009년은 요리의 해야...너는 내 요리 맛 보는 거 불가능이야..."
라고 했었는데...


거짓말처럼,,,
2009년이 다가오면서
나도 요리를 조금씩 하고 있다.

댓글4

  1. ㅇ자ㅁ
    밥이 현지쌀인가? 별로 찰진 느낌이 안나는데.. 여하튼 식사는 꼬박꼬박 잘 챙겨야지.. 요리 열심히~~^^
    2009.03.14 16:03 
    • 음...우습게도 미국쌀...KALOS 라던가...? 그래도 한국쌀에 가장 가까운 편^^2009.03.17 18:15 
  2. 강정ㅇ
    혹... 그 '선배'가 난가? ㅎㅎ 내 냉장고 아직 잘 돌아가나? ^^* 닭갈비 그릇, 보라색 받침 그리고 나무 소반... 반갑네~~ ㅋ
    2009.05.31 02:02 

    • 그르게....다 니 살림이네...그 선배 너 맞다..하하..하지만 요즘은 다시 요리 안 해
      2009.06.01







통과 의례?




2007.12.30 17:16 


줄어든 나의 향수
줄어든 나의 치약
사라진 나의 클리넥스
사라진 나의 펜
사라진 나의 새 이어폰...
 
3주 동안 민박을 한 결과, 행방이 묘연한 것들이 많다.
 
짐이 워낙 많아서 어딘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기에
확실히 문제 제기는 못했지만 정말 사라진게 확실하다면
이건 분명 절도 행위다.
 
내가 민박을 한 집은 스리랑카 민박계의 허브(?) 같은 곳으로 이번에 온 6명 민박을 모두 주선한 집이다.
 
18살 ,15살 이쁜 딸들이 있어서 모든 단원 사이에서 유명한 집이지만 나는 이제 '도둑들'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현지인과 쉽게 친해지고 현지의 삶을 엿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민박이 오히려 불신만 심어놓은 것 같다.
 
매일 아침 자물쇠를 채우고 외출해야 할 때 사실 난 슬프다.
 
마지막 날도 짐을 모두 싸 놓고 혹시나 해서 자물쇠가 없는 큰 이민 가방에는 흰 색 리본을 묶어놓았다.
 
오후에 내 짐이 사무소로 왔을 때 흰색 리본이 풀려있었지만 30KG에 육박하는 내 짐이 너무 무겁기에 2층 방에서 끌고 내려오다가 풀렸겠거니 했다. 하지만 내가 한 쪽 손잡이에만 걸어 놓은 네임택이 양쪽 손잡이 모두에 걸려 있었다. 이건 대체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다.
 
젠장!
그래도 믿어주려고 했는데 왜 주인 없다고 짐을 뒤질까?
 
예전에 이 집에서 민박한 애도 옷 한 벌이 없어졌다고 했다.
 
현지인들에 대한 경계심을 키운 이 집이 밉다.
그래도 여기에 적응하기 위한 통과의례라 생각하고 넘어가야 되는건지...






코트야드 마곡 보타닉 파크 COURTYARD SEOUL BOTANIC PARK





도쿄, 베이징, 방콕 등에 비해서 코트야드 호텔이 많은 서울 근교. 보통 서울보다 훨씬 많은 호텔 브랜드들의 경연장인 곳이 위 도시들인데, 한국엔 그중에서도 유난히 코트야드가 많다. 서울 4곳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개관한 것이 코트야드 서울 보타닉 파크. (2018년 5월)

2020년 1월 1일, 한국의 다섯번째 코트야드가 수원에서 개관하기에, 
코트야드 보타닉 파크가 '한국에서 가장 최신의 코트야드'라는 지위를 잃기 며칠 전인 2019년 12월말에 '가까스로'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9호선과 공항철도가 통과하는 마곡나루역 가까이에 위치한 코트야드 보타닉 파크는 바로 옆 '서울식물원'에 이웃하고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푸르른 식물원 뷰를 자랑하는 방도 있지만, 사실 약간은 낯선 이 지역 주위엔 아직 공사가 한창인 곳도 있기 때문에 공사장 뷰를 가진 방도 있다고 한다.






김포공항에서 약 3km 떨어진 지역에 위치해서, 택시를 타도 6000원대 요금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인천공항철도도 통과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해서 이 호텔은 공항 이용 전후해서 이용하는 사람도 많고, 출국자용으로 숙박 후 호텔 주차장에 7일간 무료로 차를 세워놓을 수 있는 패키지를 판매하기도 한다.

연말에 집에 혼자 남겨진 친구와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친구와 함께 1박을 예약했다. 물론 25일 당일보다 더 피크인 24일은 피했다. 비싸니까. 💰💸  

25일에도 몇몇 호텔에는 오직 트윈베드룸만 남아있는 게 신기했다. 물론 우리는 트윈베드룸이 필요했기 때문에 다행이었지만, '짝도 없는 싱글들을 위해서 남은 룸'이냐며 서로를 위로했다. 😂

먹고 자고 놀기 위해 executive lounge 이용+조식이 포함된 상위 등급 룸을 예약했지만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시티뷰 룸으로 했는데, 앱체크인을 해놓으니 전날밤 식물원이 보이는 파크뷰로 업그레이드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요즘은 "1박 한 번에 gold" 같은 우회로?, shortcut? 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나에겐 엘리트 등급도 없는데, 업그레이드 해주셔서 감사. 🎁 공사장 뷰보다는 훨씬 바깥 풍경이 기분좋은 방에 머물 수 있었다. (시티뷰 - 파크뷰 가격 차는 16000-22000원 정도)






사실 우측으로 약간의 공사장이 보이기는 했지만 가장 고층인 15층 방이고,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바로 옆방인데도 의외로 조용해서 좋았다. 건물을 밖에서 봤을 때는 그리 높아보이지 않던데 15층이라니? 라고 생각했는데, 이 호텔은 금기 숫자인 13, 14를 빼고 12층 다음이 15층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





이 곳의 28m² 방은 사실 코트야드 남대문/판교의 기본 26m² 보다 딱 2m² 정도 넓은 거지만, 훨씬 널찍한 느낌을 준다.


좌측에 옷장과 미니바 공간 캐리어 거치대 등이 있고, 우측에 미닫이문으로 열고 들어가는 욕실이 있다. 개관한지 얼마 안 된 만큼 매우 깨끗하고 쾌적하다.





 (우리집과 비교되게?) 너무 깨끗해 샤워하며 기분 좋았던 욕실.





호텔의 기본에 충실, 코트야드 마곡 트윈룸의 최대 장점, 포근하고 너른 침대. 
대부분의 호텔 트윈룸의 침대는 폭이 좁은 편이라 1인만 누워자기 편한 정도인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폭이 넓어서 이러저리 굴러다니면서 자기에도 편했다. 성인 2인이 자도 될 정도.

내가 국내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호텔인 노보텔 수원의 일반 트윈룸 크기도 28m²인 것으로 아는데, 거기는 침대 크기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니었다. 코트야드 마곡은 같은 방 크기에 더 큰 침대를 넣었는데도 공간이 여유있는 느낌이 들도록 설계된 것 같다. LG 스마트 티비가 침대에서 보기 좋은 높이와 크기로 설치되어 있는 것도 좋았다.






침대 머리맡에 마스터 조명 조절과 파워아웃렛이 골고루 배치. 



라면 먹을래요?
1 king bed 룸에 있는 업무를 볼 수 있는 책상과 소파 대신에, 트윈룸에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 2개가 들어와있는 듯 했다. 킹베드룸에 있는 낮은 탁자에 비해 음식 먹기 적당한 높이.





생각보다 너무 좁아서 놀랐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가장 최신에 지어진 서울 코트야드라서, 한국인의 라운지 사랑을 알고 좀 더 크게 지었을 줄 알았는데.... 영등포 코트야드만큼 좁았던 느낌.

영등포 코트야드가 2009년에 지어져, "한국인의 라운지 사랑이 본격 만개하기 전이라 라운지 규모를 너무 작게 지은 듯 하다"고 적었던 나의 예전 블로그 글이 무색하게....이 최신 코트야드도 다닥다닥 붙은 의자와 함께 너무 작은 라운지 보유. 영등포 코트야드와 동일하게 야외 공간으로도 확장이 가능하게 되어있긴 하나, 동절기에는 어쩌라고🤷‍♀️.

서울 코트야드 4곳의 라운지를 다 가봤는데, 가장 좁았던 것 같고 음식의 맛도 특색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선 보지 못했던 (요즘엔 다른 곳도 있으려나?) Cruiser같은 술도 있어서 편하게 가져다 먹음.



* 2022년 6월 30일부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운영 종료. 라운지 - 해피 아워에 열성적인 한국인의 특성에 비해 너무 작게 지어놓았는데도, 방문객은 너도나도 상위 등급 회원이라 지출은 꾸준히 발생하게 되는 부담을 극복하지 못한 듯?? 새로 루프탑 바로 만들어 영업 중.



조식은 1층 '가든 키친'에서 먹게 되는데, 그냥 딱 평균적인 분위기였다. 코트야드급 조식 치고는 무난한(?!) 가격인 29,000원에 제공되는 것을 생각하면 문제될 것도 없고 매우 뛰어난 것도 없는....
단지 평소에는 안경 쓴 여자분 보기 힘든데, 자다가 정신없이 뛰쳐나와 조식 시간을 지켜야되는 이곳에서는 안경 쓴 여자분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게 재밌었다.🤗 코트야드 보타닉 파크의 평일 조식은 9:40이라는 애매한 시간에 마감한다. 나는 '늘' 안경 쓰는 여자인데, 이곳에서 잠시나마 동지를 많이 발견했다.🤓




겨울이라 좀 황량한 감이 있지만 산책하기 좋았던 서울식물원. 이 반대편 뷰의 방에서 머물렀다면 이 호텔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을 것 같기도 하다.






* 장점

- 지하철역 3-4분 거리, 서울 외곽이지만 급행열차가 운행하는 9호선이 통과하는 지역이라 의외로 다른 지역에서 접근하기도 쉽고 공항에서도 가깝다.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홍대입구역까지 11분, 서울역까지 20분 걸린다. 인천공항 1터미널까지는 40-42분 소요된다.

- 길 하나 건너면 편의점과 여러 식당이 있어 즐길거리가 있다.

- 사람들이 '우드톤'이라고 하던데 🤗 편안한 색으로 일관되게 구성된 객실 설계. 휴식의 느낌이 컸다. 

- 🔼창문 쪽 벽에 대형거울이 있는데, 자연광에 얼굴을 보면서 화장을 할 수 있어서 좋다. 호텔 조명은 대개 어두운 경우가 많은데, 그런 조명 아래에서는 화장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자연광을 받는 위치에 거울이 있는 경우가 가장 좋다.
-  매리어트앱 채팅 응대가 빨랐다. 바디로션 추가 요청 등도 귀여운 로봇이 곧 가져다 줌.
- 크리스마스 휴일 - 북새통이 된 라운지 해피아워 동안 미소를 잃지 않고 관리하던 직원. 우리 테이블이 균형이 맞지 않아 덜컹거려, 우리가 알아서 휴지를 접어넣어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데 그걸 언제 보셨는지 스르르 다가와 도와주심.
-  개관한 지 1년 반이 넘었지만 아직도 모든 것이 새 것처럼 깨끗이 관리되고 있다.




* 단점

- 체크인 매리어트 앱에서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응대가 빨랐으나, 체크인 에는 앱체크인 하고도 방이 준비되었다는 알람이 오후 5시가 되도록 오지 않았고, 방에 들어가보니 따로 요청했던 사항도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고 난 뒤의 체크아웃- 방 정리 과정이 바빴을 것이라고 이해하기로.
여태까지 체크인 전 요청 사항을 가장 정확하게 지켜놓은 곳은 리츠 칼튼 톈진뿐이어서 '역시 리츠 칼튼은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가 체크인 후 모든 서비스가 느려서 계속 재요청해야 했던 걸 생각하면... 아직까지 체크인전/체크인후 요청을 두 가지 모두 제대로 응대해준 marriott 호텔은 하나도 없었다는 아쉬움이...

- 주말이나 휴일 등에는 라운지가 포화 상태가 되면서 편안하게 즐기기 어렵다. 안정적 느낌을 주는 테이블이 많지 않고, 빡빡하게 배치한 좌석에 내가 복도에 앉은 불청객이 된 느낌이다. 이런 걸 "executive"급이라고 하긴 어렵지. 🙇‍♀️ 조금 더 넓게 설계했더라면...

- 조식당의 음식 가짓수는 적당한 편.
하지만 음식 가짓수가 원래 많은 초대형 식당이라 동선이 길어진 것도 아니고...그냥 설계상 커피 메이커가 있는 곳까지 동선이 너무 길게 퍼져있었다. 약간 불편했음.

- 개관 초기에 음식이 맛있다고 유명했던 것 같은데, 현재는 기억에 남는 음식이 하나도 없었고, 다른 이들의 평도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임. 먹기 위해 호텔에 가는 분이라면 참고해야 할 듯




☆☆
아래  ⬇️ courtyard 라벨을 클릭하면 서울의 다른 코트야드 후기를 볼 수 있습니다.🤗 + 코트야드 톈진, 파리🗼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가끔 기사를 보면, 음식을 거의 다 먹었는데 이물질이 나오는 일, 화장품에서 이물질이 나와서 소비자 고발을 하는 일 등이 있다.
나는 그런 일을 거의 겪지 않았었는데, 오늘 그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7월초부터 쓰기 시작해서 거의 다 써가는 크림 한 통.
아랫부분에 뭔가 허연 물질이 있다. 이 크림은 누런 색인데?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이라.... 크림이 뭉쳤나??

쭈욱 끌어당겨 보니 생각보다 큰 물질이 올라온다. 😱


😲



오잉? 이게 뭐야?






뭔가 비닐 포장재 일부분처럼 생겼다.
헉! 
영국의 자연주의 화장품이라더니, 이런 게 들어있다니 ㅡㅡ


판매 업체와 1:1톡 끝에 이만큼 쓴 제품이지만 포인트로 전액 환불을 받긴 했다. 
한국 제조사가 아니라 영국 제품을 수입한 거라서, 가져가서 조사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나보다.
예전에 같은 판매처에서 닭갈비를 팔았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완전 상해있었다. 그땐 그것도 다시 가져 간다더니...


하지만 동시에, 이런 거 나왔다고 자작극을 벌이는 진상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 싶었다.
설마 나를 안 믿진 않겠지? 
나는 진짜 겪은 일인데......


이 영국 브랜드를 수입한 쪽이 이미 망해가는 것 같아서, 그냥 제조사는 밝히지 않기로.
우리 동네에 이 브랜드 매장도 있었는데, 며칠 전에 지나가다가 지점 정리를 시작한 걸 봤다.







넘치다




2006.12.26 17:39 


인간 관계의 잔이 까닭 모르게 갑자기 ''펑''하고 사라질 때가 있다.
그것은 둘 사이 마지막 사건이 그 잔에 타격을 가해 깨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 관계의 잔에 스멀스멀 차올라 한계선에 도달했던 불만에
마지막 사건이 불만을 더 들이부어 넘쳐 흘러버린 것이다.

인간관계가 끊어지면 대부분 마지막 사건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 대부분 그건 이유가 아닌 것 같다.



신기한 것은
한 사람은, 불만이 흘러넘쳐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 않을 때
다른 한 쪽은, 불만 하나 없는 텅 빈 잔을 든 채로 계속 건배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쪽이 관계를 박차고 나가고 싶어할 때
다른 한 쪽은 상대방을 좋아하는 마음이 최고조에 이를 때일 수도 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할 동안
한쪽은 자기도 모른 채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가해자인 줄도 모른다는 사실에 더 상처받는다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가 된 사람도,
그동안 피해자의 고통을 알고 나면 신기하고, 미안해진다.
어떻게 이 관계가 이어져왔을까. 그들은 어떻게 견뎌왔을까



  1. ㅅ현진
    오...이거 너무 공감!
    2006.12.27

도움




얼마 전부터 내가 임팩트 아레나 가는 법 소개한 글의 조회수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어서 궁금했다.
그래서 트위터에서 "임팩트 아레나 가는 법"이라고 검색해봤더니 내 블로그 링크가 나오네 ㅎㅎ



이 글은 진짜 내가 남에게 도움 주고 싶어서 당시에 일부러 사진도 더 찍고, 자세하게 썼던 글이라
실제로 누군가가 이 글을 참고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2012년 이후로는 사실 나도 방콕에 가본 적이 없어서 이 글 설명대로 찾아가면 제대로 도착한다는 게 아직도 확실한지는 모르겠다는 점이 좀 찜찜하긴 하지만.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옛일





2007.12.25 17:09



정전

이천 훈련소에서 정전 훈련을 했었는데 그게 그렇게 필요한 것인 줄 몰랐다.
 
생각보다 정전이 자주 된다.
목욕하던 호텔에서도, 공연 중에 무대에서도, 수업 중인 학교에서도, 전깃불은 잘 나간다.
 
그래도 한 번 나가면 금방 들어온다.





싫증





2012.12.24 02:14 


인생이 신나고 재밌고, 기대되고 그럴 때도 있었는데
또 다시 인생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시기가 찾아왔다.
막 내일이 기다려지고 그런지 한참 된 거 같다.
이런 겨울을 날 때 상당히 도움이 되는 방법이 여름 원피스를 사놓는 거.


2010년 10월에 그 날씨에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원피스를 아무 생각없이 한 벌 샀는데,
그 뒤 겨울에 모든 삶에 흥미가 떨어져도 왠지 '여름에 이 원피스는 입어야하는데...'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게 어쩌면 삶을 지탱하는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단순하기도 하지.


올 겨울에도, 열대지방에서 or 한여름에만 입을 수 있는 소매 없는 원피스를 하나 사놓았다.
가을에 방콕에 갔을 때부터 사고 싶었던 원피스였는데, 가격 때문에 망설이다가 최근에 세일을 하기에 사버렸다.
모든 게 짜증이 나고, 힘이 없고 하다가도....
흠....이 원피스를 입을 수 있는 날씨가 올 때까진 기다려봐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하기도 하지.

댓글1

  1. ㅇ혜ㅅ
    맞아. 미래를 궁금해하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이 조금은 붙는듯.
    2012.12.24






이토록 청순한 페더러 / 나달




2013.12.24 23:02 


사진 파일들 휘적휘적하다가 찾아낸
쟁반과 함께 하는 청순한 순간.
롤랑 가로스의 25세 로저 페더러.
윔블던의 25세 라파엘 나달.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좌절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남자 그랜드슬램 테니스 대회의 경우, 우승자에게는 흔히 보는 대형 컵 모양 트로피, 준우승자에게는 쟁반 모양의 상패를 주는데
그 쟁반의 모양새와 함께 시상식장의 준우승자는 처량하기 그지없다.
'페더러에게 이런 소녀같은 모습이 있었나?'하고 놀랐다. 살짝 흘러내린 앞머리까지... 완벽하다.


보통 3-4시간을 훌쩍 넘기는 남자 테니스 결승의 경우, 그 경기가 끝나고 나면
우승자는 갑자기 미남이 되어 생기를 찾고, 준우승자는 땀에 절은 생쥐꼴이 되어 시상식의 들러리가 된다.
쟁반 위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이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들은 순간을 스쳐가는 승리자가 아니라, 시대를 넘어서는 진정한 챔피언이기 때문에 이 순간의 좌절을 이겨내고 다시 화려한 왕좌에 올랐다.
지금은 약간의 부침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꾸준한 정신력과 경쟁심은 정말 존경스럽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압박감을 즐길 수 있다는 것.
한 번의 좌절에 툭 걸려 넘어지지 않는 사람들.
아픈 순간을 이겨내는 법을 알아내고 싶다.



"The only way of finding a solution is to fight back, to move, to run, and to control that pressure."
- Rafael Nadal




15년 전, 그대없인 난 아무 것도 아닌걸요.




2004.12.22 20:43 


오랜 만에 저녁 외출을 했다.
사고 싶었던 cd도 사고, 날씨는 춥지만 종로 거리도 걸으려고...
사려 했던 cd가 마침 할인가격에 판매된다는 것을 알고
반가운 마음에 cd를 집어들려는 순간...
나는 항상 내 곁에 있던 '그'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당황스러웠다.
난 그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cd 사는 것을 포기하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나 마실까...생각해도
그것도 불가능했다. 그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한 무기력감을 느끼며, 그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며
나는 외출 20분만에 터덜터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냥 책 구경, 사람 구경이나 하려 해도 피곤하고 날도 추웠다.


그렇다.
나는 교통카드 달랑 한 장 들고 외출을 감행했던 것이다.
(내 껀 신용카드 겸용 아님)
지갑없이는 아무 것도 살 수 없었고, 마실 수 없었다.
'지갑이 없어? 돈이 없어? 그럼 atm에서 인출하면 돼! 어라...지갑이 없으면 카드도 없네...지갑이 없으면 회원카드도 없고..회원카드가 없으면 회원 cd 할인도 소용이 없고...'


지갑이 없으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었다.
내가 거기서 픽 쓰려져도 '나'임을 알려줄 신분증조차도 없으니...
나는 그만큼이나 지갑에 매여 있는 인간이란 말인가..

댓글2

  1. 김지ㅅ
    지갑 몇번 잃어버려봐 ^^ 지갑 없이도 너 분명 맞어... 그냥 지갑 잃어버린 너^^
    2004.12.28 22:22 
  2.  Nothing matters
    하하하..내가 "지갑 없는 나"를 체험한 게 처음이라 너무 충격이 컸나 보다..
    2004.12.28




👀 15년이 지난 지금은, 지갑보다 스마트폰을 안 가지고 나갔을 경우 엄청난 타격이 온다. 그리고, 웬만한 사람들은 이제 cd를 사러다니지 않는다 ㅎㅎ. 그 음악조차 스마트폰에 모두 들어있다.









문득 돌아보니




나를 지탱해준 두 가지.

사실 내 인생에 하등 관련이 없는 한 사람의 테니스 경기를 보며 일희일비 하고 살던 것과,
가끔 호텔방에서 홀로 갖던 충전의 시간.
그 두 가지.






위 사진은 2011년 9월에 방콕의 호텔방에서 찍은 것이다. 찍을 때에는 이런 생각으로 찍은 게 아니라, 아마도 '혼자서는' 처음 시켜 본 룸서비스가 신기해서 찍었겠지만.



2010년 us open 하던 시기,
스리랑카에서 돌아와서 할 일도 못 찾았고 호텔에 혼자 가본 적도 없던 시절이었다.

당시 중계권료 문제(?)와 밤낮이 완전 반대인 시차 문제 등으로 집에서 보기 가장 어렵던 us open... 호텔 방이나 하나 잡아서 호젓이 테니스나 보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실현을 못 했었다.

그러다가 2011년에 대학원도 진학하게 됐고, 방콕에 학회도 가게 됐는데 마지막날 시간이 남아서 혼자 보낼 호텔을 예약했다. 거기서 비몽사몽 us open 준결승전을 본 것은 기억이 난다. 호텔 조식을 제대로 못 챙겨먹었을 정도.

당시에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깨달았다.


'어? 2010년에 간절히 원했던 게 이뤄졌네?'

내가 '내년에는 꼭 돈 벌어서 호텔에서 us open을 보리라.' 고 결심하고 마구마구 노력한 것도 아닌데, 그냥 살다 보니 작년에 그렇게 원했던 그 상황이 현실이 되어있었던 순간이었다. 학회 마지막날 혼자 쉬기 위해 호텔을 예약한 것이었지만 시간상 흐름이 맞아서 준결승도 볼 수 있었던 것.



8년 전에 남겼던 글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달리 큰 자극도 없었지만
현재까지는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시간이다.

외국에서는 2019년이라고 한 'decade'를 마감, 결산한다고 난리던데,
난 이번 decade에는 아직 저 날만큼 기분 좋은 순간은 안 찾아왔네.





長道




2009.12.20 22:55 


The New Classics:
Books
The 100 best reads from 1983 to 2008


1.
The Road
, Cormac McCarthy (2006)




최근 25년간 출판된 책 중, 고전 반열에 오른 최고의 책 1위는 the road.
출판년도(2006)를 보면 뭐, 출판 즉시 고전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로 제작되었기도 하고, 무엇이 이 책을 1위로 만들었을까 하는 그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는데 무려 두 달이 걸렸다. 물론 중간중간 손에서 놓고 있었던 기간이 더 길었다.
그나마 막판에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부담감과 의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쓴 결과였다.


사실 문장이 매우 짧은 편이라, 맘만 먹고 집중하면 페이지는 잘 넘어가는 편이었는데도 그랬다.
늘 허영심인지, 욕심인지 원서로 책을 읽지만
이런 책을 마주하면, 내가 영문학 전공자로서 많이 모자라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니,
대부분 나와 같은 과정을 겪은 것 같더라. 잘 안 읽히는 책, 지루한 책, 손에서 놓았다가 다시 읽는 책...(한글로 읽는다고 해도)
거기에서 작은 위안을 느끼며....
그다지 추천작은 아니라는 말을 남긴다.


두 번, 세 번 더 읽어야 "성경에 비견되는 작품"이라는 말이 와 닿을까...

* verdigris 구리에 생기는 녹청, obsidian 흑요석, meconium 신생아 태변...
어려운 단어가 많다.
소설이 짧은 편이지만 영어 초심자가 도전하기에는 어려운 소설인 듯.
그리고 역시나, 이 책이 지루하다는 사람만큼, 이 책이 인생을 바꿀만큼 먹먹함과 감동을 주었다는 사람도 많다.







서글픈(?) 한국어능력시험




2010.12.18 21:40 



(2008년)

시험 감독 사례비(?) $50을 벌고자 생업 전선에 뛰어든 나.
시험장이 설치된 현지 학교에 가보니 생각보다 더 열악했다.
나름대로 콜롬보 도심에 위치한 학교인데도, 더운 날씨 때문인지 벽이 중간까지 밖에 없어서(학생들 어깨 높이 정도?)
사실상 한 층에 있는 모든 교실이 거의 뚫려 있었다.


중앙방송도 불가능한 건지 각 고사장마다 테이프를 돌려서 듣기 평가를 하는데
교실이 다 뚫려있는 데다가 테이프가 각자 다른 시간에 시작하니까 온갖 사방의 소리가 다 섞여서 들렸다.

제대로 능력을 평가할 수 없는 한국어능력시험...
그래도 한국에 가보겠다고 한국어 시험을 준비하는 만여 명의 랑카 사람들...한국이 그렇게 잘 사는 나라였나?


엉성한 준비 덕에 수험자, 감독관 모두가 우왕좌왕하고...그들이 적은 OMR카드는 제대로 읽힐지도 의문이고...
왠지 서글픈 한국어 시험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van를 불러서 타고 왔는데, 기사가 마침 자기도 한국어 시험을 쳤다며 시험지를 내밀었다.
집에 오는 내내 채점(!)을 했는데, 아마도 다 찍은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든 한국에 가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한국에서 온 나는 너무 나태하게 사는구나.
미국에 가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정말 인생에 넓은 선택의 폭과 수많은 기회를 가지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나도 많은 선택의 기회를 가졌었다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Nalanda college의 교실...첨에는 벽이 없어서 듣기 평가하기에 참 안좋다고 생각했는데...집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그렇다면, 평소에는 수업 어떻게 하는거지?
옆반 선생님 목소리까지 스테레오로 다 듣남?;;;)

댓글3


  1. 우연히 옛글을 보다가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2010.12.18 21:40 
  2. ㅂ주ㅎ
    크... 그래도 저런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하루입니다. 돌아가고싶어요. ㅠ
    2010.12.18 23:44 
    • 미야
      너도 그렇고, 요즘 페이스북 등장한 국이도 그렇고...
      2년 전이랑 많이 달라졌구나^^ 다들 적응 못 할 것처럼 보이더니 다들 돌아가고 싶다고 난리야^^










안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굉장히 오래 전
어떤 일의 결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고
그게 인생관을 바꿨다.

돌이켜 보면,
요즘 내가 사는 모습은
그날 이후로 많은 걸 내려놓은 모습 아닌가 한다.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기를 그렇게 살았다.


오늘도 밤새 뒤척이다가
그런 걸 지금 나이에 겪었으면 '에이, 인생이 다 그렇지 뭐.'
하고 그냥 지나갔을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많은 걸 자포자기한 상태로 살아서 이제 '어차피 다 상관없다'는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인생의 초기에는 '인생이 다 그렇다'는 걸 몰랐었더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알게 된다는 건 알지만, 조금만 더 그 시기가 늦게 왔더라면.


너무 이른 시기에, 나보다 더 이른 시기에
인생의 이상한 면을 너무 많이 알아서 애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본다.
정말 괴로운 일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장밋빛인 줄 알았던 인생이 흙빛으로 변하는 순간,
이것은 이 세상에 이 아이를 내어놓은 부모도 절대 막아주지 못한다.
그리고, 부모랑 자녀라고 해도 각자 다른 인간이기에, 장밋빛/흙빛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내 아이가 지금 흙빛 세상을 헤매고 있다는 것을 부모가 모를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삶이라는 게 너무 슬펐다.

보통 '인사이드 아웃'을 이런 방향으로 보지는 않던데,
나와 같은 학교에서 같은 전공을 한 학번 아래 가수가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 영화에 대해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해서 놀란 적이 있다.
500명 짜리 대형학부라서 학교에서 딱히 마주친 기억은 없지만, 같은 전공이라 비슷한 걸 떠올린 건지...
우리 학부는 무조건 이중전공을 하게 되어있었는데, 그 가수는 나처럼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조금만이라도 더 대응능력, 적응능력이 있었을 때
인생에 가시밭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또한 내가 가는 길만 길이 아니고
수많은 우회로가 있고, 지름길이 있고, 고가도로가 있어서
나와 다른 방법으로도 목적지에 도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바나나의 위력





2003.12.15 15:36 


중국은 곧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하지만
아직까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 주재원들의 중국제에 대한 불신은
은연 중에 나에게까지 감염되었다.
학원 아이들도 한국제 문구류를 줘야 좋아하지
중국제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나도 싼 맛에 중국제를 이것저것 써 보려 했으나....
내 방에 놓고 쓰려던 조립식 옷장은 쇠막대의 아귀가
맞지 않아 조립하는데 무지 고생을 해야 했으며,
두 달 전에 산 가방의 손잡이도 떨어져 버렸다.

그래서 항상 중국 물건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말아야 하기에
심지어는 바나나조차 사먹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생산된 것일리 없는데도 왠지 미심쩍어 보였기 때문이다.


슈퍼에 갔다가 "바나나 리퍼블릭" 중의 하나인 에콰도르산 바나나가
보이길래, 한 다발 집어왔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 번에 앉아서 다섯 자루씩 까먹기 시작했다.
(바나나도 자루라고 하는 거 맞나?)


그 결과...
나는 하루에 세 번씩 화장실에 가고 있다.
올해 초 X비로 고생했을 당시, 바나나는 나의 특효약이었다.

음...
전모양이 하루에 네 끼씩 먹고 세 번씩 화장실은 간다고 했을 때
믿지 않았더니만...
나는 요즘 늦잠자느라 바나나로 아침을 대신하고 두 끼밖에
못 먹는데도 화장실을 세 번씩 간다.


X비를 해결해 주는 바나나는 나에게 좋은 식품인가,
아니면 계속 들락거리게 하는 나쁜 식품인가?


댓글2

  1. 김ㅊ영
    그래도 안나오는것보다는 들락날락하는게 낫지않나? 나의 경험상...캬캬.
    2003.12.15 16:14 
  2. 전ㅎ영
    언니 저는 바나나가 없었는데도 그랬던 건 아무래도 많이 먹었기 때문인것 같애요 ㅋㅋ 바나나의 위력은 대단하군요~!!






십수년 전 사람들..




2013.12.16 17:44 


나는 한 학년에 500명 가까운 정원이 득시글대는 대형 학부제 단과대를 다녔다. 출처는 기억도 안 나지만 누군가 했던 말....

"이런 대형 학부의 특징을 보니, 극소수의 똑똑한 애랑 소수의 진짜 바보들 빼고는 다 점수 대충 맞춰서 온 어중이 떠중이들이야."
가 맞는 말 같다.


난 그 어중이떠중이 중의 하나였다. 워낙 대형학부이다 보니 외부에서 보는 시선만큼의 엘리트집단 같은 건 꿈도 못 꿀 정도로 학생들간 편차가 컸다. 고등학교에 비해 대학은 비교적 비슷한 학생들로 걸러지게 마련이지만 그런 느낌도 안들었다. 몇몇은 자신이 그런 사람이리라 착각에 빠져 살았겠지만, 단과대를 관통하는 유명한 사람도 없었다.

어떤 일 관계로 같은 대학을 다니는 두 살 어린 타계열 남학생을 소개받을 일이 있었는데, 걔네 엄마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호호호...우리 애가 학교를 하도 열심히 다녀서 좀 유명해요. 아마 만나보면 누군지 알 거예요.호호호"

아무리 학교를 열심히 다녀도 학교 전체에서 유명한 학생은 절대 존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는데...이 엄마의 자신감은 뭐란 말인가. 역시나 얼마 뒤 그 학생을 만나보니 전혀 알 수 없는 학생이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학생 이름이 "총학생회 문화국장"이런 데에 올라있는 걸 보았지만, 사실 그 학교 문화국장이 누구인지 아는 학생들은 총학생회 그 학생들 뿐일 거다. 그냥 그 엄마의 아들 사랑이 대단함만을 확인하는 계기였을 뿐이다.

어쨌든, 내가 다닌 곳은 아주 대형학부라서 알고 지내는 인원은 한정적이었다.
그래도 이름이 아주 특이한 몇 명은 한 번 이름을 들은 것만으로도 기억에 남았다.
대형강의는 몰라도 특히 제2외국어 수업 같은 거 할 때, 항상 이름을 불러서 출석체크를 했기 때문에 여러 특이한 이름들이 기억에 남는다.
얼굴은 모르지만 십여 년이 지나도...'아.. 이 친구 같은 학부 다녔지...'하고 알 수 있는 이름들이 있다.


내가 학교다니면서 '특이하네'라고 생각했던 이름의 주인들은 신기하게 주로 언론계에 포진하고 있다.
(랑, 란, 시행...이런 이름. 얼굴은 본 적 없는 사람들이지만 이름만 익숙했다.)

동생이 이사 나가면서 버리고 간 어떤 책을 보다가 그 책의 저자가 익숙한 이름인 것을 보았다.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역시나 같은 학교 출신이다.

'에고..내 동갑내기는 책을 내고 있구나...'

약간의 자괴감도 든다.
그러다가 혹시 같은 학부를 다녔던 얼굴 모를 누군가도 혹시 내 이름을 기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름이 약간 특이한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나와 이름이 같은 '살아있는' 사람을 눈앞에서 본 적이 아직 없다. 물론 국내 어딘가에는 있지만
예를 들어 "김영희"는 살면서 수도 없이 영희를 마주치지만 나는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을 마주친 적이 없다.


아주 오랜 뒤에,
내 이름도 어딘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 이 친구 나랑 같은 학교 다녔는데...?'하고 발견될지,
아니면
지금처럼 조용히 사라져갈지
궁금하다.








웃어가면서 일한다는 게




2004.12.14 10:45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난 아직 3개월도 안 된 초짜라서 마냥 실실거리는 걸까?

몇 년씩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한 분들...뭔가 조금만 틀어져도
확 짜증 모드로 변하는 그 분들의 성깔을 받아내고 있자니 억울한
기분이 든다. 내가 왜 그걸?

타인들의 퉁명스러움을 접했을 때 분명히 그들도 기분 나쁠 거면서
왜 그걸 그대로 남들에게 전하는지..

나도 뭔가를 오래 하다 보면 그렇게 변해갈까?
자신보다 어린 사람은 막 대하고...하루 종일 짜증스럽고...
그래도 난 언제까지나 실실거리려고 노력해봐야 겠다.

머리 속엔 혼자 오만 가지 상상을 다 담고...그러고 있으면 혼자 있을
때도 머리 속 생각 때문에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또한...회사를 다니다 보니, 앞으로 사람 볼 때는 윗사람보다 차라리
아랫사람들에게 평이 좋은 지를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윗사람 앞에서는 착한 척, 공손한 척, 일 잘 하는 척 갖은 가식을
다 떨 수 있지만 아랫사람도 잘 대하기란 어렵고, 아랫사람에게
평 좋은 사람은 그만큼 찾기 어렵다는 걸 알았다.
웃고 살자!

댓글3

  1. ㅊㅅ
    나 요 며칠 동안 연구실 식구들이 와서 같이 뉴욕과 보스턴을 좀 돌아다녔는데, 마흔이 다 돼가는 연구실 "언니"에게서 정말 대단한 면들을 발견했더랬다. 정말 기막힌 말들도 많이 듣고, 어른답지 못한 행동들도 많이 봤는데, 더 무서운 건 그걸 어른들 앞에선 철저히 감추고, 단둘이 있을 때 비수 꽂듯이 툭툭 내뱉고 간다는 거지. 집안 일이 좀 있어서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라고는 알고 있었는데, 그 꼴 보니 정말 기가 막히더만.
    2004.12.16 06:01 

  2. 허거걱...사람들이 그렇더라니까...참...
    2004.12.16 10:58 
  3. ㅅㅎ진
    이야...네가 즐겁게 일하는 모습 너무 보기 좋구나. 앞으로도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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